박성배著 ‘나는, 러너다’

기록이 문제가 아니라, 무사히 완주하는 게 일단 시급했다. 다시 졸지 않으려고 눈을 잔뜩 부릅뜨고 달렸다. 늦깍이 마라톤 마니아가 돼 버린 50대 가장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담긴 나는, 러너다(솔깃刊)가 출간됐다. 저자 박성배씨(리액션엔지니어링 대표)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로 40대 중반까지 등산 마니아였다가 홧김에 마라톤 동호인과 벌인 하프마라톤(2005) 내기에 이기면서 마라톤 마니아가 됐다. 공개입양한 딸에게 젊은 아빠가 돼주고 싶어서 더욱 마라톤에 빠져들게 됐다. 지난 2007년에 서브3를 달성했고 2010년엔 보스턴마라톤 참가를 계기로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 서브3완주 도전을 시작했다. 같은 해 베를린마라톤과 뉴욕마라톤, 2011년 런던마라톤과 시카고마라톤에서 모두 서브3 기록을 달성해 도전에 성공했고 한국기록원으로부터 한국 최초임을 인증받았다. 이후 기 완주한 도쿄마라톤이 메이저대회에 편입되면서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 완주자가 됐다. 현재는 전 세계 골드라벨 마라톤 서브3 완주를 목표로 세계 각지를 누비는 중이다. 직업선수가 아닌 50대 사업가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무후무한 진기록에 도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흥미진진한 모험극이다. 때론 졸음과 싸우고, 때론 낯모르는 교포의 응원을 받으며 머나먼 42.195km를 헤쳐나가는 장면은 담백한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각 대회의 도전 이야기마다 부록처럼 붙어 있는 내밀한 삶 이야기는 인생 절반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묵직하고 진솔하다. 값 1만1천700원 과천=김형표 기자 hpkim@kyeonggi.com

김형경 심리 에세이 ‘남자를 위하여’

남자들은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할까? 남자들은 왜 중요한 순간에 여자를 버리고 도망칠까? 남자들은 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까? 남자들은 왜 자동차의 작은 흠집에도 그토록 흥분할까? 남자들은 왜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할까? 남자들은 왜 여자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남자들은 왜 이렇듯 남자들에 대한 일상의 의문들은 끊이질 않고 잘 풀리지도 않는다. 남자,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아마 여자들은 평생을 살아도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지 모른다.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포착해온 김형경 작가가 펴낸 신간 남자를 위하여(창비刊)를 통해 이번엔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각각 남자의 관계, 열정, 부정적 감정, 변화를 키워드로 삼아 남자의 마음속 이모저모를 들여다보고 이를 바탕으로 남녀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책에는 문학작품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과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남자들의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어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작가는 이러한 다양한 사례와 참고서적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해박한 심리학적 식견과 특유의 통찰로 남성들의 내면과 남녀 관계를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작가는 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며, 먼저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소설가이자 심리에세이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만 가지 행동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고의 심리 에세이스트인 김형경 작가는 남자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한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인 동시에 자신을 들여다보는 의미있는 과정이 되길 응원한다. 값 1만3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오용식著 ‘오법제관의 친절한 자치입법 강의’

지방에서 자치입법 때문에 고민하고, 분통 터뜨리며, 더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출간됐다.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오용식 법제관이 쓴 오법제관의 친절한 자치입법 강의(더존테크윌 刊)가 바로 그 책. 책은 현재 경기도청 법률자문관으로 자치입법 관련 지원업무에 2년째 전념하고 있는 오용식 법제관이 지방 공무원들이 자치입법으로 인해 어떤 고통을 겪는지, 특히 지방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을 비롯한 22년차 지방자치의 입법현실이 무엇인지 뼈 속까지 새기며 쓴 책이다. 저자가 지방의 현실에서 보고 느낀 모습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방재정이 파탄나고 비리와 무분별한 투자 등으로 예산을 감축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하고 무조건 퍼주기식의 선심성 조례를 남발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지방재정의 악화를 조장하는 나쁜 조례는 그 위법 여부를 떠나 집행부에서 재의요구 등으로 강력 통제해야 하는데도 눈치 보기와 줄 대기로 눈감아주는 관행이 만연해 본래적 자치입법의 순기능이 사그라질 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저자는 은밀한 그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민의 관심과 자치입법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지방의회와 집행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 등이 가장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반 공무원 또는 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일반인에게도 입법의 체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값 3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조앤 K. 롤링, 장편소설 ‘쿠쿠스 콜링’ 펴내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신작 장편소설 쿠쿠스 콜링(문학수첩刊)을 들고 돌아왔다. 그간의 성공을 등에 업지 않고 오직 작품만으로 독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책을 냈다. 쿠쿠스 콜링은 군인 출신의 사설탐정인 코모란 스트라이크가 톱모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탐정 스릴러물이다. 기존 탐정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허나 조앤 K. 롤링만의 신랄한 풍자는 따라 갈 자가 없다. 외로운 슈퍼스타 룰라 랜드리의 사생활과 숨겨진 과거, 룰라의 친구가 되어준 노숙자 로첼, 평범한 것 같지만 엄청난 갈등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룰라의 이웃인 베스트귀 부부 등,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일상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비정상적인 감정들을 감추고 있다. 서로를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에는 자신만의 욕망을 바라는 이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구불구불 미로와 같은 복잡한 플롯을 완성해가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한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칠 수 없을 만큼 흡인력 강한 구성,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생생한 캐릭터, 더 치밀하고 깊어져 흠 잡을 데 없는 구성까지. 쿠쿠스 콜링을 읽다보면 세계적인 작가 조앤 K. 롤링의 신작 소설이냐, 신인작가 로버트 갤브레이스의 데뷔작이냐를 따질 겨를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허를 찌르는 엔딩까지 기대해볼만 하다하니 해리포터와 조앤 K. 롤링을 사랑하는 팬들의 기다림에 답하는 반가운 신작이 아닐 수 없다. 각권 값 1만2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이번주 신간]친절한 과학책 外

친절한 과학책 / 이동환 著 / 꿈결 刊 게놈, 염색체, DNA과학은 어렵다. 과학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복잡한 숫자와 암호 같은 기호. 세상과 우주를 수식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 팩트를 담고 있음에도 과학을 외면하게 이유다. 저자도 그랬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전형적 문과생이다. 자신의 약점인 과학을 알기 위해 매년 100권을 10년 넘게 읽었다. 그 덕에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시각과 사유가 생겼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탄생한 책이다. 왜 때때로 우리는 이상형이 아닌 이성에게도 끌릴까?, 1등 만으로 구성된 팀은 왜 1등이 될 수 없을까? 등 일상의 궁금증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값 1만4천800원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고인돌 연구 / 우장문 著 / 학연문화사 刊 고인돌의 매력에 빠져 30년 넘게 선사문화와 유적을 연구해 온 우장문 박사의 저서다. 지난 1982년 황석리 고인돌 발굴팀에 합류한 것을 인연으로 지금까지 고인돌 연구를 시작해 경기지역 고인돌 연구로 문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한 고인돌 전문가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여러 고고학자들을 중심이 돼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조사했던 내용을 정리해 수록한 책이다.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돼 1장에서 3장까지는 우리나라 고인돌의 연구 현황과 과제, 그리고 구조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살폈다. 이후 4장과 5장은 지정학적 범위를 넓혀 현재까지 고인돌을 제작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숨바섬 이야기도 함께 살폈다. 값 2만5천원 한국인이 사랑하는 러시아 명시 100선 / 최선 編 / 북오션 刊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러시아 문학의 대명사로 꼽히는 알렉산드로 푸슈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첫 행이다. 이 책은 많이 듣기는 했지만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푸슈킨, 미하일 레르몬토프, 세르게이 예세닌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40명 시인의 시 100편을 묶었다. 러시아 문학의 권위자로 오랫동안 후학을 길러온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최선 교수가 한국인을 위해 사회ㆍ문화적 배경지식과 감상을 친절하게 해석했다. 한국 최초로 러시아 명시만을 선정해 소개한 정통 컬렉션으로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선집이다. 값 1만5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제3의 인류.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2. 인생수업 | 법륜 지음 | 휴 3. 1cm+ 일 센티 플러스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4. 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출판사 5. 렌드 코리아 2014 | 김난도 지음 | 미래의창 6.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사 7. 부자들의 생각법 | 하노 벡 지음 | 갤리온 8.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 이중섭 지음 | 다빈치 9. 총 균 쇠 |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 문학사상 10. 자기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지음 | 문학동네

김연수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펴내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 곳이든,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끔찍하든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올해로 등단 20주년이 된 소설가 김연수(43)가 다섯번째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문학동네刊)을 펴냈다. 1993년 등단 후 그보다 더 오래고 튼실한 문학적 내공으로 오로지 글쓰기로만 승부해온 김연수의 그간 행보는 동세대 작가들 가운데 가장 뚜렷하고 화려했다. 6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을 통해 다작을 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크고 작은 문학상들의 잇단 수상. 새로운 작품이 소개될 때마다 열혈 팬심은 물론이요, 문단 안팎의 신망은 그만큼 두터워진 게 사실이다. 어느 시인의 단언처럼 21세기 한국문학의 블루칩 소설가로서 이미 일가를 이룬 작가 김연수. 이번 소설집은 지난 2008년 여름부터 올 봄까지 5년 동안 저자가 써온 소설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제3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부터 2010년 겨울에 발표한 표제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등 모두 열한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옛 애인 정연이 예전에 선물해주었던 시계를 그녀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성진의 이야기를 담은 벚꽃 새해(창작과비평, 2013 여름)에서는 황학동, 중고 시계, 중국이라는 옛 문명, 노인 등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어떤 면에서 늘 추리소설적인 부분이 있는 저자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문학과사회, 2012 여름)에서는 작가의 탄생이 임차의 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여러 층위로 보여준다. 이처럼 독자들의 눈앞에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저자의 매력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 김연수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문제는 다르다. 속일 수가 없다. 쓸 수가 없다. 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타인의 삶을 쓸 수 없다, 는 걸 인정하고 포기하는 데서부터 나는 오히려 시작한다.고 말한다. 너의 삶을 이해한다, 안다, 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어쩌면 김연수의 소설이 가지는 힘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삶과 이 세계를 제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일까. 특히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열한 편의 단편소설은 작가(혹은 작중 화자)의 개입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누나가, 이모가, 들려주는 제 삶의 이야기들처럼 말이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경기일보DB

김상엽 著 ‘촌철살인 고사성어’

2013년 한 해 동안 출간된 동양고전과 동양철학 분야 책만 해도 200권을 훌쩍 넘는다. 나날이 팍팍해져가는 현대사회를 살아낼 해답을 우리의 정신적 뿌리인 고전과 옛 사람들의 지혜에서 찾고자 하는 마음이 불러온 결과일 것이다. 옛 고사나 성어를 옛 그림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재미있게 풀어 쓴 촌철살인 고사성어(루비박스刊)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이 책은 한국회화사를 전공한 미술사학자이자 현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인 김상엽 교수가 그림을 통해 고사성어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쉽고 재미있게 안내해준다. 책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 고사성어에 하나의 그림으로 구성돼 있다. 무릉도원(복사꽃이 핀 이상향)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통해 살펴보고, 도원결의(유비ㆍ관우ㆍ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복사꽃 핀 동산에서의 맹세)는 한중일의 동일한 주제의 그림을 통해 이해하고, 주지육림(술이 연못을 이루고 고기가 숲을 이루다)은 명나라 때의 판화로 이해한다. 고사성어를 묘사한 그림은 물론 연관된 그림과 사진 등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했다. 일반 회화, 민화, 글씨와 청동기, 도자기를 통해 한중일 조형방식의 차이와 변화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옛 고사의 교훈을 나열하거나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현대적 관점을 통해 새로이 접근하고자 하는 저자의 참신한 해석이 돋보인다. 값 1만4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정수자 시집 ‘탐하다’ 문화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용인 출신 정수자 시인의 시집 탐하다(서정시학 刊)가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최근 2013년 우수교양도서로 희망이 된 인문학(살림출판사), 그들도 나처럼 소중하다(북로그컴퍼니) 등 철학, 예술, 문학 등 11개 분야의 420종을 선정ㆍ발표했다. 이 가운데 탐하다를 비롯해 철학을 다시 쓴다(윤구병보리),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최장집폴리테이아) 등 21종이 최우수 도서로 뽑혔다. 특히 시집 중에는 정수자 시인의 탐하다가 유일한 최우수도서. 이와 함께 문학분야에서는 고래소년(하용준ㆍ글누림출판사), 나프탈렌(백가흠ㆍ현대문학), 너를 봤어(김려령ㆍ창비), 밤이 선생이다(황현산ㆍ문학동네)가 최우수 도서에 이름을 올렸다. 정수자 시인이 지난 3월 봄에 펴낸 탐하다는 언어를 탐하고 삶을 탐하는 각고의 과정 끝에 얻은 자수정 같은 작품들이 담겨 있다. 심보선 시인은 그녀의 시집은 시조시집이라 해도 무방하고 현대시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니 그 둘 모두임이 그녀 시집의 미덕이라며 시조를 현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는 시인에게 별반 중요하지 않을 듯하다. 시인은 다만 사람과 자연과 시대를 시인 내면의 고유한 결 위에 펼쳐놓으며 하나하나의 소곡들을 지어나가고 있다고 추천했다. 정 시인은 1984년 세종대왕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등단한 이후 2003년 여성 최초로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한 대표 여성 시조시인으로 오늘날 현대시조가 가야할 이정표를 제시하는 작품을 쓰고 있다. 시집 허공 우물, 저녁의 뒷모습, 저물녘 길을 떠나다가 있으며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원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선정 도서를 종당 각각 500만 원(최우수도서의 경우 750만 원) 이내, 20만여 권을 구입한 후, 연말까지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벽지 초중고등학교, 병영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2,500여 곳에 배포한다. 2013 우수교양도서 선정 목록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www.kpip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만화영상진흥원, ‘한국만화걸작선’ 20번째 도서 출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절판, 자료부족 등으로 아쉽게 잊혀진 우리 고전 명작들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한국만화걸작선 시리즈 20번째 도서를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되는 작품은 그 동안 독자들로부터 끊임없는 복간요청을 받은 작품들로 故신동우 선생의 풍운아 홍길동과 윤승운 선생의 요철발명왕(5)이 선정됐다. 풍운아 홍길동은 1966년부터 1969년까지 소년조선에 1천300여회 연재된 故신동우 선생의 작품으로 허균의 홍길동을 모티브로 해 해박한 역사지식과 상상력으로 재탄생시킨 故신동우 선생의 대표작이다. 풍운아 홍길동에 등장하는 주변인물인 호피와 차돌바위는 스핀호프 버전의 작품이 큰 인기를 얻을 정도로 작가의 생생하고 활력 넘치는 캐릭터 창작능력이 호평을 받았다. 또한 신동헌 프로덕션에서 만화 영화로 만들어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탄생되는 등 다양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요철발명왕(5)는 2010년 한국만화걸작선 복간시 미확보 분량인 12, 22~25권을 묶어 더욱 탄탄해진 스토리로 발간하여 결말을 궁금해 하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전망이다. 요철발명왕은 1975년 2월부터 2년간 어께동무의 별책부록으로 총 25회 나와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단독주택 지하에 비밀 연구소를 만들어 황당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요철이와 조수 맹물이, 요철이네 아버지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한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한국만화걸작선 사업은 1950~80년대의 만화들 중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시간이 지나 절판됐거나 자료부족 등으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고전 명작들을 발굴, 복원하는 사업이다. 이미 1세대 베스트셀러 만화가 故김종래의 엄마찾아 삼만리와 故고우영 화백의 대야망, 길창덕 화백의 신판 보물섬, 허영만 화백의 각시탈 등 10여 권이 넘는 책들을 출간했다. 값 권당 9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고은 시인, ‘수원시대’ 알리는 ‘무제 시편’ 출간

올해로 등단 55년에 이른 고은(80) 시인이 수원시대를 알리는 무제 시편(창비刊)을 펴냈다.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총 607편, 1천16쪽에 이르는 그 방대한 분량으로 우선 압도적인 대작이다. 더구나 이 엄청난 양의 시들은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씌어진 것들로 수치로 따지자면 하루에 3편꼴로 쏟아낸 셈. 무엇보다 30년간의 안성시대를 마감하고 지난 8월 수원 광교산 자락에 터를 잡은 시인의 감회가 오롯이 담겨 있다. 시집은 무제 시편과 부록 시편으로 구성돼 있다. 무제 시편을 통해 시인은 대륙과 대륙을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도저한 시정신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한편 한편 비범한 시적 사유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어지는 부록 시편은 부록이라는 이름을 달았으나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히 한권의 시집으로 묶기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시인은 안성 시대를 마감하는 내 최근의 동정(動靜)에 따라 부록으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부터/저 고려의 처음인 묵은 광교의 지난날로부터/이제 막 태어난/태(胎) 비린내/젖비린내 나는 어린 삶의 시작이리라/그리하여 광교의 돌이리라 풀잎이리라 저녁 새들이리라/그리하여/침묵이리라 어느날의 천둥소리이리라/그리하여/수원 광교산/내일의/내일모레의 깃발 같은 앞과 뒤의 황홀이리라//이로부터/광교의 푸른 하루하루가 열리리라/오늘이 천년을 앞두고/오늘이 천년을 등지고 호호망망 열리리라(「광교에 들어와서」 부분) 이번 시집을 통해 지상의 한 장소(안성)에서 다른 장소(수원)으로의 이동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시인의 변모를 또한 엿볼 수 있다. 또 광교 적설, 광교의 날 1, 광교에 들어와서, 서장대 등의 시를 통해 시인의 소소한 수원생활과 새로운 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값 3만8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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