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생활법률 한권에 ‘쏙~’

사람은 공기와 물 없이 살 수 없듯이, 법을 떠나서도 살 수 없다. 우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생명과 자유를 보장받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가지며 각자의 권리를 보호받는다. 법은 가장 안전한 무기이자, 방패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에 법은 너무 어려운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법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법률지식의 부족으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해 큰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법무법인 마당이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법률문제를 엄선해 꼭 알아야 할 생활속 생활법률 쏙쏙쏙(경기발전연구원刊)을 펴냈다. 책은 지난 2008년 11월부터 현재까지 5년 넘게 경기일보 지면에 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코너를 통해 소개한 칼럼을 엮은 것이다. 법무법인 마당 소속 이재철, 임한흠, 심갑보, 김영숙, 김종훈, 이국희, 서동호, 송윤정, 이정모, 박순영 모두 10명의 변호사들이 최근 분쟁이 잦은 각 분야별 법률문제를 판례와 해설을 통해 알기 쉽게 풀이한 생활 속의 법률을 소개한다. 책은 △민사법 △가족법 △상사법 △민사소송ㆍ집행 △형사법 △헌법ㆍ행정법 △기타 법률 등 카테고리별로 총 368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평소 궁금했던 생활법률과 어렵기만 했던 사법제도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자신의 땅에 불법건축물을 지었다면?, 우리집 전세보증금은 안전한가, 교통사고 후 무조건 입원하면 유리한가?, 바랑둥이 남편,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 갑의 횡포, 을이 구제받을 순 없나요, 내기 골프 경기인가? 도박인가?, 이름만 빌려줘도 세금이 나온다? 등 알쏭달쏭한 문제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명쾌한 답을 제시해준다. 법무법인 마당 관계자는 저희 법무법인 마당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법률문제를 책을 통해 알림으로써 경기도민의 권익보호에 공헌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며 이 작은 정성이 법을 몰라 당황하고 피해를 보는 많은 분들의 권익보호에 작게나마 알찬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값 1만5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 ‘역주, 남한수어영중기’ 발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남한산성 역사자료 조사 정리 및 총서 발간 사업의 일환으로 사료총서 제3권 및 제4권 역주譯註 남한수어영중기南漢守禦營重記를 발간했다. 남한수어영중기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894년(고종1년) 남한산성 수어사 윤영신이 펴낸 산성내 관청과 창고에 보관된 각종 물품과 군수품을 기록한 회계장부다. 경기문화재단이 이번에 펴낸 사료총서는 2011년부터 추진한 남한산성 역사문화 집대성 사업으로, 남한산성이 UNESCO 세계유산으로의 도약을 위해 세계유산적 가치 자료를 확보하고 나아가 남한산성 관련 학술연구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번 사료총서는 제1권 역주譯註 남한등록南漢謄錄, 제2권 고지도옛사진 자료집:100년의 풍경 발간에 이어 세 번째 성과다. 남한산성은 광주부의 행정집행이 중심이 되는 읍치이자 조선 후기 5군영중의 하나인 수어영의 근거지였다. 따라서 행정 및 군사 운영을 위한 관아 시설과 창고가 여러 곳에 배치돼 있었다. 각각의 기능에 따라 관청과 창고가 건립되고 운영됐으며, 이 안에는 행정 관리 및 군사들이 근무했고 수많은 물품이 보관돼 있었다. 그렇다면 남한산성에는 얼마나 많은 물자가 저장되고 관리됐으며, 어떠한 모습으로 운영됐을까? 그 답은 이번 남한산성 사료총서 3, 4권에서 얻을 수 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최인호 유고집 ‘눈물’

오늘은 2013년 새해 첫날입니다. 아이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주님, 제게 힘을 주시어 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수 있게 하소서. 주님은 5년 동안 저를 이곳까지 데리고 오셨습니다. 오묘하게. 그러니 저를 죽음의 독침 손에 허락하시진 않으실 것입니다. 제게 글을 더 쓸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시어 몇 년 뒤에 제가 수십 배, 수백 배로 이자를 붙여 갚아 주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2014년 새해, 작가 최인호(1945~2013)는 없다. 그는 2013년 9월 25일 별들의 고향으로 떠났다. 2008년 암 진단을 받은 최인호는 세상과 단절한 채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 죽고자 했다. 육신의 아픔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이러한 그의 열정을 파괴할 수 없었다. 깊은 밤, 탁상 앞에 앉아서 그는 자신의 고통과 마주한 채 한 자, 한 자 원고지를 채워 나갔다. 항암 치료의 후유증으로 인해 손톱 한 개와 발 톱 두 개가 빠져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얼음 조각을 씹으면서 미친듯이 썼다. 고독과 눈물, 그리고 사랑의 언어로. 인간 최인호의 마지막 고백을 담은 유고집 눈물(여백刊)이 출간됐다. 책은 그가 떠난 집필실 책더미에서 아내가 우연히 발견한 미공개 육필 원고 200매로 채워져 있다. 작가가 벗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내려간 미공개 원고 사이 사이에 짤막한 내레이션을 넣고, 두 손녀를 비롯한 지인들의 추도의 글을 더했다. 책 말미에는 샘터사 고문인 김재순 전 국회의장, 동갑내기 동무 이해인 수녀, 배우 안성기, 이장호 감독, 오정희, 김홍신, 정호승, 김주연, 권영민, 윤후명 작가부터 하성란, 조경란, 김연수 같은 후배들까지 최인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내온 감동의 편지도 실렸다. 눈물은 작가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의 최인호 이야기다. 그리고 1987년 천주교에 귀의한 최인호 베드로의 영적 고백이기도 하다. 병이 깊어갈수록 오히려 작가의 정신은 더 맑고 깊어졌다. 작가 최인호는 신을 향해 빈손으로 나아가길 꿈꾸었다.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움으로써 작가 최인호는 신 앞에 벌거벗은 영혼으로 선다. 벌거벗은 영혼은 날것 그대로의 삶과 죽음을 본다. 생명의 경이, 죽음의 신비, 영혼의 광채, 만남과 이별, 그리고 구원. 눈물은 신 앞에 선 자가 보내는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며, 동시에 그에 대한 응답이다. 그는 떠났지만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의 눈물 자국처럼, 그가 남기고 간 깊고 향기로운 글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값 1만3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최경원 著 ‘우리가 알고있는 한국문화 버리기’

한국 전통문화의 현대적 가치를 새롭게 발굴한 우리가 알고있는 한국문화 버리기(최경원 著 ㆍ현 디자인연구소刊)가 출간됐다. 저자이면서 현직 디자이너인 최경원씨는 ▲감은사지 탑 몬드리안이다 ▲달 항아리는 피카소다 ▲고구려 철갑옷은 포드 자동차다 ▲독락당은 현대 건축이다 ▲석굴암은 파르테논 신전이다 총 5개의 한국문화를 선별해 철학이나 미학, 예술학, 디자인 이론 등 현대 인문학적 메스를 가해 세밀하게 해부하고 있다. 책의 장점은 그런 분석들을 단지 이론만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포그래픽(infographic)들을 통해 독자가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저자가 국내외를 발로 뛰면서 기록한 수많은 자료 사진들도 책의 재미와 신뢰를 더한다. 그리스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파르테논 신전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건축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 포드자동차에서 기능주의 디자인에 이르는 서양의 산업디자인의 흐름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설명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그리고 세잔느에서부터 몬드리안, 피카소에 이르는 현대미술도 한국의 전통문화의 추상성을 설명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독자들은 서양문화에 대한 우월주의나 고립된 국수적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는 균형잡힌 시각을 확립할 수 있다. 값 1만4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이번주 신간]소외되기, 소내되기, 소내하기 外

소외되기, 소내되기, 소내하기 / 김진석 著 / 문학동네 刊 근대 사회철학의 핵심 개념은 소외(疎外)다. 18세기 무렵 유럽에서 발생한 소외는 극단의 시대였던 20세기를 거쳐 정치, 문화, 경제,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 현상과 구조를 해석하는 포괄적 프레임으로 쓰였다. 철학자 김진석은 이번 저서를 통해 자연권 사상과 사회계약론에서 전개된 소외론의 발생과정과 역할에 주목하면서, 이후 역사에서 주체가 겪는 문제를 소내라는 새로운 철학용어로써 명명한다. 근대 이후 자유와 함께 안전과 위험마저 관리되고 통치되고 있는 사회에서, 더 이상 외부에 존재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오늘날 주체에게 자유를 실행하며 위험을 무릎쓰는 소내(疎內) 되기의 과정을 거쳐 낯선 내부의 확장으로 발생한 극-소외의 상황을 헤쳐나갈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값 2만5천원 마지막 통화는 모두가 사랑해였다 / 정기환 著 / 행복에너지 刊 정기환 전 중앙일보 경인총국장이 30년 간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엮은 책이다. 대구지하철 참사, 삼풍백화점ㆍ성수대교 붕괴, 천안함 사건 등 이제는 역사의 한 장면이 된 취재현장을 누비며 쓴 저자의 주요기사와 에세이를 모두 296페이지 분량으로 담았다. 또 인천을 거점으로 지역사회 이슈와 문제점을 더듬고 지역사회 내 인물에 대한 조명까지 베테랑 기자의 면모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경북 포항 출신인 정 전 기자는 포항중과 경북사대부고,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매일신문과 조선일보를 거쳐 1988년부터 올 7월까지 중앙일보에서 일했다. 경제부와 대구취재팀장, 경기인천총국장을 거쳤다. 값 1만5천원 암은 병이 아니다 / 안드레아스 모리츠 著 / 에디터 刊 암에 대한 기존 상식을 비판하면서 암 치유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현대 의학의 일반적인 암 치료법에 대해 별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다. 암세포를 잘라내고 죽이고 태워버리는 방식에 의한 암의 완치율은 평균적으로 겨우 7% 정도이고 환자들 생존 기간도 대부분 5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암 환자를 죽게 하는 것은 종양이 아니라 돌연변이 세포와 악성 종양의 성장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원인 때문이라고 말한다. 암을 질병으로 여기고 치료하는 것은 근본 원인을 도외시한 채 비싼 비용만 치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암세포가 급격히 성장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거하거나 멈추게 하는 식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한다. 값 1만5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인생수업 | 법륜 지음 | 휴 2. 1cm+ 일 센티 플러스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3. 제3의 인류.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4. 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출판사 5. 트렌드 코리아 2014 | 김난도 지음 | 미래의창 6. 비울수록 가득하네 | 정목 지음 | 쌤앤파커스 7.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지음 | 민음사 8. 부자들의 생각법 | 하노 벡 지음 | 갤리온 9. 내일 | 기욤 뮈소 | 밝은 세상 10.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사

임승수ㆍ이유리著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보통 사람들에게 예술은 왠지 고상하고 어려워서 가까이 하기 어려운 것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임승수, 이유리 著 ㆍ고래가그랬어刊)를 쓴 저자들은 예술이란 것 자체가 특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보통사람들이 즐기는 수많은 문화 자체가 예술이며, 심지어 우아하게 자신의 존재를 뽐내기만 했을 듯한 수많은 위대한 예술작품들이, 사실은 당시 사회를 담아냈고 투쟁했고 결국 사회를 바꿔냈다고 말한다.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은 그 증거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공화주의자 베토벤의 음악, 예술 테러리스트 뱅크시의 그래피티, 진정한 휴머니스트 살가도의 사진 등 시대도 배경도 다른 20개의 예술 작품들을 모았다. 회화ㆍ조각ㆍ교향곡ㆍ민요ㆍ영화ㆍ만화ㆍ낙서ㆍ뮤직비디오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모두를 자연스럽게 꿰뚫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예술가들은 모두 사람들과 세상에 할 말이 있었다. 그리고 작품에 그 말을 담았다. 화려한 갤러리, 값비싼 가격에 눈이 쏠려 정작 작품에 담긴 작가의 할 말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요즘, 타임머신을 타고 예술가들이 살던 시대로 날아간 주인공 사차원과 로라는 예술가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 기울인다.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때로는 아파하며 만들어낸 시간여행은 시공을 뛰어넘은 공감의 기록이다. 책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그들이 사는 세상의 흐름을 바꾼 예술 작품들을 모아 만화로 소개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쉽고 재미있게 위대한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각권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치매老母를 향한 사모곡…강형철 시집 ‘환생’

시인과 치매 사이에 어머니가 있다. 시인의 어머니는 일흔아홉, 평생 장남 일에 안 된다는 말 한 번 안 하셨고, 아들이 교회고 절이라고 하셨던 어머니는 지금 누워 계신다. 겨우 존재하는 것들의 속살을 보여줘 온 강형철 시인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오락가락하는 老母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독자 곁으로 왔다. 10여 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시집 환생(실천문학사刊)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노래한 시편들이 실려 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발표한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난 시들과 최근의 시들을 합쳐 총 4부로 묶었다. 1부는 나름으로 전체적인 이야기를 모았고 2부는 어머니와 살고 있는 이야기를 모았다. 3부와 4부는 최근에 생각하는 것들을 시로 쓴 것들이다. 시인은 특히 2부 시편들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웃으면서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들로 엮었다. 이번 시집은 치매를 앓고 계시지만 어머니의 정겹고 지혜로운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소중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독자들은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 지쳐 놓치고 있던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삶의 근본임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마음은 어머니를 위해 부르는 우리 세대의 사모곡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자신을 미욱한 아들이라 말하는 강형철 시인은 이 시집에서 혹시 좋은 대목을 발견한다면 나를 매개로 드러난 고마운 사람들 모습 덕분이라고. 학자의 가상물질이었던 힉스가 현실로 출현하듯이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그 찬란한 헌신과 사랑이 현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시인은 다만 시집을 내는 시점에 안타까운 것은 최근 나의 모든 것에 가장 중심인 어머니가 기력이 쇠해서 병원에 계신다는 것, 여전히 엄히 깨우쳐주시고 가르쳐주시지 않고 생각만 많이 하시고 말씀이 없으시다는 것, 그래서 많이 송구하고 아프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강형철 시인은 군산 출신으로 숭실대 철학과, 동대학원에서 국문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5년 민중시 2집에 해망동 일기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해망동 일기, 야트막한 사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상임이사와 문예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5월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값 8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아사다 지로 著 ‘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

국내에서도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아사다 지로의 새로운 번역작 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문학동네刊)이 나왔다. 철도원, 산다화, 사고루 기담 등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주옥같은 단편집과 칼에 지다, 창궁의 묘성 등의 대작 시대소설로 필력을 인정받는 아사다 지로의 이번 단편집은 단편에서 빛을 발하는 특유의 유머와 감성뿐 아니라 시대소설의 중후함도 함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작품집이다. 메이지 시대 초기,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무사들의 모습을 그린 여섯 편의 단편에서 시공을 뛰어넘은 감동과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표제작 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는 원래 무가 중심이었던 행정구역의 개편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무사들의 뒷마무리, 즉 현대로 따지자면 정리해고 업무를 맡게 된 이와이 고로지라는 남자의 여생을 그의 손자가 훗날 노인이 돼 자신의 손자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다른 단편에서도 지금껏 살아온 모습과 사회적 위치, 나이와 성격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같이 새로운 시대에서 소외된 이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사내들이 등장한다. 무가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상점 심부름꾼으로 키워지는 소년(「동백사로 가는 길」), 기억도 희미한 옛 전투에서 적병에게 써주었던 목숨값 증서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말단 관리(「하코다테 증서」), 호위 무사였던 자신의 눈앞에서 참변을 당한 옛 주인의 복수만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사내(「석류고갯길의 복수」) 등. 의식주뿐 아니라 시간의 단위와 날짜 세기까지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너무나도 빠르고 다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해나가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국내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시대배경이지만, 희대의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처럼 어떤 주제로든 보편적이고 가슴 찡한 감동을 자아내는 아사다 지로의 저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역사책이나 사료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그 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 책만의 매력이다. 값 1만1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감시 당하는’ 남자와 ‘감시하는’ 여자

이름, 나이, 학교, 직업, 위치, 취미, 스케줄, 가족사항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개인 정보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줄줄 새고 있다. 심지어 계좌정보, 계좌잔액, 신용카드 사용처 등 개인의 금융 관련 정보도 예외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정치적상업적 이유로 다양한 개인 정보를 유출당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감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전민식(48)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13월(북폴리오刊)은 전자 통신망의 의존도가 높은 현대인들의 불안과 문제를 제기한다. 13월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음모 가득한 비정한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끝없이 방황하는 인간을 그린다. 고아로 자라 일찍이 비행과 범죄에 노출됐지만 이를 극복하고, 꿈꾸던 명문대 학생이 된 재황. 하지만 그에게는 결코 평탄한 삶이 주어지지 않는다. 필연적인 가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험한 유혹에 휩쓸리고 급기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마수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 비밀 정부 기관 목장연구소에 소속돼 재황의 뒤를 쫓으며 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여자, 수인이 바로 그다. 그녀는 인류를 위한 숭고한 프로젝트라는 연구소 측의 설명을 믿으며 누구보다 성실히 일을 수행하지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재황의 운명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그에게 깊이 빠져든다. 우성 인자를 연구해 인종을 개량 하려는 비밀 정부 기관의 음모에 따라 실험 대상으로 키워진 남자와 점점 그의 그림자가 되어 가는 여자. 고도로 발달된 문명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위기에 서늘한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작가의 구성력과 탄탄한 필력이 돋보인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 전민식은 3살 무렵 아버지를 따라 평택 캠프 험프리라는 기지촌으로 이사한 뒤 그곳에서 자랐다. 글을 좋아하는 보통의 사춘기를 보냈고, 글쓰기를 열망했던 최악의 청년기를 지나왔다. 오랜 세월 글쓰기에 매진했고 마흔일곱이라는 중년의 나이에 작가가 됐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파주 교하에서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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