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생활사박물관, 부산서 농어업예술전시회

지난해 10월 여주군 강천면에 위치한 여성생활사박물관(관장 김민정)은 코를 자극하는 한국 고유의 음식들을 모아 놓고 전시를 열었다. 오랜기간 동안 발효 숙성시켜 저장해 온 농수산물을 Antiqe작품(골동품) 또는 고예술품(古藝術品) 등이라고 개념 지으며 새로운 시도를 펼쳤던 것. 골동(骨;뼈골·董;묻을 동)이란 어원은 ‘뼈를 묻다’란 의미 그대로 뼈를 장시간 고아 만든 엉긴 음식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래서 발효 농수산물을 Antiqe 작품으로 정의했던 시도는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 Agricultural Art Fair를 성공리에 마친 박물관은 이후 국내 유일의 영역(英譯) 국제미술문화계간잡지 ‘버질’(대표 이원경)과 협력해 골동품들을 보강한 뒤 미국 및 일본 등의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전시한다는 내용으로 약정을 체결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음식물 전시를 통해 우리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림은 물론 세계식품시장과 농수산물시장을 사로잡을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부산 태종대 See&Sea 갤러리에서 열릴 ‘부산농어업예술전시회’가 그 시초가 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전시는 기존의 골동품에 부산 지역 Antiqe 작품을 더했다. 출품작들은 최소 3년에서 많게는 70년이 넘은 된장과 고추장, 간장, 식초, 참게장, 과일주, 약초술, 젓갈, 장아찌 등 40여점과 친환경농수산물들로 직접 맛을 볼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출품 농어가와 유명 식당과 거래 알선도 놓아주며 백화점이나 호텔, 미술관 등과도 연계할 방침이다. 음력 1월1일 설날에 맞춰서는 떡국 무료시식을 비롯해 연날리기 등 명절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정월대보름에 맞춰서는 ‘더위사기 퍼포먼스’ 등 특별행사도 첨가된다. 부산농어업예술전시회가 모두 마감되면 다른 지역으로 옮겨질 전망. 올해 안에 전국투어를 마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Agricultural Art Fair가 지니는 의미는 자뭇 크다. 친환경농수산물 이상의 고부가가치 농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할 뿐 아니라 농어업의 가업승계와 전통 확립, 고유의 저장·숙성·발효 기술 등의 발굴 및 육성 등을 기대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쌀시장 개방(관세화) 유예 재협상’과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 추가 개방을 다루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등 속에서 우리나라 농수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 2005 모니터링을 끝내며…

“작품 선정시 심사 메뉴얼을 명확하는 갖추는 작업과 함께 작품에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단체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지원시스템도 필요합니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해 추진한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이하 무대지원사업)에 대한 모니터링 좌담회가 12일 경기문화재단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1년동안 모니터링에 참여했던 전지영 국악평론가와 왕치선(음악)·김남수(무용)·임선옥(연극) 평론가를 비롯, 표신중 경기문화재단 예술진흥팀장, 오세형 전문위원, 이형복·박노훈 경기일보 문화부 기자 등 8명이 참여했다. 이날 무대지원사업에 대한 현장평가 및 지원제도 및 심사·평가의 문제점 그리고 바람직한 공연문화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펼쳐졌다. 이번 모니터링은 국악과 음악, 무용, 연극 등 4개 장르 35건에 대해 진행됐으며 경기일보와 경기문화재단, 평론가 등이 연계해 3년째 공모지원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이형복기자)=지난 1년동안 경기일보는 경기문화재단의 ‘무대지원사업’에서 취재기자와 각 분야 평론가들이 공연현장을 찾아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지난 한해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한 수고에 감사를 표한다. 이 자리는 지난해 모니터링의 문제점을 되짚어보며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와 문제점 등에 대해 평론가의 견해를 들었으면 한다. ▲전지영 국악평론가=모니터링한 횟수는 다른 장르에 비해 많았으나, 두드러진 공연은 1~2편에 불과했다. 국악 저변이 취약했고 내실 있는 공연팀이 부족했으나 전반적으로 지원받은 한도에서 뭔가를 보여주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전통연희단 꼭두쇠의 시흥 공연은 무대의 열정과 관객이 하나가 되는 공연을 펼친 점이 눈길을 끈다. ▲김남수 무용평론가=모니터링을 보면서 “왜 춤을 추는가”라고 고민했다. 춤의 기본인 자연성의 부족이 아쉬웠고 메시지 전달부분에 좀 더 보강이 필요하다. 대극장 위주의 공연이 반드시 옳은가에 대해 의문을 품어 봤다. 춤은 기본적으로 소극장예술이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작은 무대였던 이현수 무용단의 공연은 ‘소통’이란 주제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했다. 예술은 다른 분야와 달리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중·장기적으로 조명하고 투자해야 한다. ▲왕치선 음악평론가=지난 3년동안 모니터링을 한 결과 적어도 음악분야는 해마다 발전되는 느낌이다. 모니터링의 직·간접적 효과 때문인지, 예술단체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진화해 나가는 것 같다. 지원과 모니터링이 없이 단순 방치됐다면 이런 긍정적 효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모니터링의 결과물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좀 더 객관적인 자료로 축적했으면 한다. ▲임선옥 연극평론가=이미지극, 번안극, 창작극 등 다양한 분야의 연극을 지원한 건 고무적이다. 하지만 연극공연은 관객의 호응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공연의 질이 떨어진다면 관객의 호응도 없다. 극단 기린의 ‘성 가족’은 관객이 지체장애아나 노인들일지라도 관객이 연극에 몰입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3년 전에도 모니터링을 했으나 눈에 띄게 발전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지원사업에 대한 심사기준이나 지원방향이 좀더 명확했으면 좋겠다. ▲사회=각 분야 평론가들의 평에 대해 재단측의 생각을 들었으면 한다. ▲표신중 예술진흥팀장=데이터베이스 확보는 재단측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모니터링을 좀 더 다각화하고 바로바로 피드백할 수 있도록 개선방향을 모색중이다. ▲오세형 전문위원=이번 지원사업은 경기도만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게 아님을 주지해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는 전국적 지원사업이며 평가양식 등 기본적인 사항이 정해져 있다. 그런 기준하에 경기도 실정에 맞는 정책을 접목시켰다. 서울 단체가 지원할 경우 40%까지 할애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22% 정도만 지원됐다. 최근 올해 무대지원사업을 마감했는데 규모도 커졌고 서울팀들도 훨씬 더 많이 참여했다. 보다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구축하고 중요 키워드를 짚어내는 게 급선무다. 기존 재단 지원사업과 모니터링을 차별화시켜 나가기 위한 영역을 다시 조율해야 한다. ▲사회=직접 평론과들과 함께 취재한 현장기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 ▲이형복 기자=평론가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려했고 예술단체 대표 인터뷰 등을 통해 작품평 이외의 다른 사안도 눈여겨 봤다. 지역에 평론문화가 부재한 건 큰 문제점이다. 작품 선정시 심사 메뉴얼을 명확히 갖추는 작업과 함께 작품에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단체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지원시스템도 필요하다. 지역 현황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예술단체가 평론가들의 비평을 통해 한단계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게 이번 모니터링의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박노훈 기자=지난해를 제외한 기존 2년에는 창작이란 기본적인 기준이 있었다. 지난해는 지원사업 심사기준이 조금 모호한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평론가들과 관계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올해는 모니터링을 하는데 어떠한 부분의 명확한 기준이 있었으면 한다. /정리=이명관기자 mklee@kgib.co.kr /사진=조남진기자 njcho@kgib.co.kr

‘안성향당무’ 멋과 흥의 초대

낯선듯 하지만 언제나 우리 발자취와 함께 걸어온 ‘몸짓’이 휴일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안성향당무(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4호·예능보유자 이석동)는 조상들의 혼과 넋 그리고 기백 등이 담겨 있는 춤으로 15일 오후 2시 경기도박물관 강당에서 만날 수 있다. 향당무는 군무이면서 임금의 만수무강을 축원해주는 의미로 남녀가 같이 추었다. 경축연에는 경사스러운 의미를 축원하는 뜻으로 유색옷, 추모의식에는 무색옷 등을 입고 춤을 춘다. 2~16명으로 구성돼 청룡대고와 사방에 소평고를 설치해 놓는 무고형식이 주를 이룬다. 안성향당무의 시작은 향당에서 비롯된다. 내현홀(안성의 옛 이름) 시절 주민들이 대동단결해 고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농제(農祭)를 지내던 곳이 바로 향당(鄕黨). 일제강점기에는 향당(香堂)으로 고쳐 쓰게 됐다. 향당에선 제사 후 악(樂)·가(歌)·무(舞) 등의 축제를 벌이는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종교나 학문, 예술, 군사 등에 대한 지식을 보급하고 연구하는 한편, 공동체의식으로 제사와 더불어 전란시 강력한 조직력으로 지역 방위에도 힘써왔다. 근대에 접어들어선 악가무 교습소의 성격이 짙어지며 토박이와 외지인으로 구성된 독특한 가무집단의 형태를 지니기도 했다. 안성향당무에서 가장 큰 중심축을 이루는 건 이석동옹(86)의 ‘화랑무’. ‘화랑무’야 말로 안성지역을 중심으로 내려오는 전통무라고 할 수 있다. 안성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의 두 중심에 위치해 있다. 삼국시대부터 전란의 요충지로 알려져 있으며 무려 900여회 이상 전란이 벌어져 왔다. 화랑무는 이러한 전란 후 희생된 군사의 넋을 기리거나 승전의 의미로 추는 춤이다. 본래 의상은 검은 두관을 쓰고 황색 바탕에 적색 무늬 도포를 입으나 패전했을 때는 백색 도포를 갖춰 입는다. 소품은 여덟자 길이의 흰색(패전의 의미) 천과 일곱자 길이의 적색(승전의 의미) 천을 반주에 맞춰 율동과 함께 조화롭게 움직인다. 이때 악공은 경쾌하고 장엄하게 연주한다. 도박물관 초청공연에서의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며 위풍당당한 멋의 ‘장검무’, 한량 및 기생들이 어우러졌던 ‘화조무’, 벼슬을 잃은 선비의 마음을 담은 ‘학춤’ 등이 프로그램으로 준비돼 있다. 문의(031)288-5369·671-0247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보통시민의 548일 북한 체류기 ‘만화의 울림’ 전시로 만나자

남북화해의 상징이었던 경수로 건설이 10여년만에 완전 종료됐다. 경수로는 북한과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지난 95년 경수로공급협정을 체결하고 10여년 동안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건설중이었다. 지난 2000~2001년 한국전력공사 직원으로 북한 경수로 건설현장에 상주했던 만화가 오영진씨(37)가 548일 동안의 북한체류기를 만화로 펴냈다. 북한의 핵개발로 국제정세는 혼미를 거듭하고 있지만, 오씨의 북한생활상을 담은 만화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따뜻한 휴먼 코미디 형식으로 엮었다.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은 오씨의 만화 ‘보통시민 오씨의 548일 북한체류기-남쪽손님’을 ‘이달의 만화’로 선정, 오는 23일부터 3월22일까지 전시한다. 만화의 장점은 가볍게 읽기다. 그러나 그 울림은 크다. 어려운 건 쉽게, 복잡한 건 간단하게. 오씨는 문화 및 언어 차이로 인해 겪는 다소 황당하고 우스운 에피소드는 물론 이념적 차이로 인한 오해와 제도로 갈라졌던 남북한의 현실까지 진솔하게 다뤘다. 이 책은 선악을 다루기보다는 저자와 북한 주민과의 다르고도 같은 부분을 통해 북한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되짚었다. 한편 오씨는 그동안 물질문명과 사회모순 등을 비판해왔으며 독립만화잡지 ‘히스테리’와 ‘코믹스’ 등에 작품을 꾸준히 연재해 왔다. 93년 제1회 신한새싹만화대상 동상과 99년 동아-LG 국제만화페스티벌 특별상 등을 수상했고 94년 만화실험 ‘봄’에 참여했으며 95년 제1회 서울국제 만화페스티벌에 초청됐다. 현재 오마이뉴스에 ‘新북한기행’을 연재중이다. 대표작에는 ‘테러리스트’가 있다. 다음달중에는 북한체류 경험자인 작가와 함께 북한과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와의 만남’도 마련된다. 한국만화박물관(comicsmuseum.org)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무다. 문의(032)320-3745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인터뷰/정철 공연사업본부장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감회는 새롭다.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은 물론 서울시청 앞을 붉게 수 놓았던 응원 열기까지, 설레이지 않는 게 없다. 그런데 한가지, 응원전의 시발은 어디였을까.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정철 공연사업본부장(41)이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다. 지난해 9월 전당으로 둥지를 옮긴 정 본부장은 세종문화회관에서만 10여년동안 재직했다. 특히 한·일 월드컵 당시 온 도로를 빨갛게 물들이도록 종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월드컵 개막 전, 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있었잖아요. 문득 야외에서 응원전을 펼치면 붐업 조성에도 좋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소극장 사이의 계단을 객석으로, 그 앞에 스크린을 만들었죠. 일정이 진행될 수록 붉은악마 인파가 넘쳐났는데, 어느날 미국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인근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장소를 옮겨 달라고. 그때 시청 앞으로 가게 된 겁니다” 정 본부장의 기획력을 엿볼 수 있는 일면이다. 사실 그는 나이에 비해 곱상한 외모로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뚝심 있게 일처리를 한다는 게 주변의 한결같은 평가다. 정도의 고집과 소신은 휴직계를 내고 얼마동안 전당을 떠나 있는 홍사종 사장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내부적 단결에 힘을 쏟으려 합니다. 2006년 공연사업본부를 펀(Fun)경영을 통해 꾸려 나갈 생각이죠. ‘해피 캠페인’이라고도 이름 붙였는데, 나름대로 7가지 덕목을 정했어요.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독려하자는 거죠” 이를 바탕으로 전당은 올해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게 스페인의 마에스트란차 오페라단을 초빙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다. 단순한 초청공연을 뛰어넘어 무대 디자인이나 캐스팅 등을 현지에서 책임지는, 공동기획 형식이다. 여기에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바리톤이라고 불리는 레오 누치(Leo Nucci·세빌리아 역)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쁨도 따른다. 또 ‘아름다운 한국인 시리즈’로 해외에서 더욱 빛나는 한국 클래식 음악인들의 무대를 전당에서 만들고 하반기 가칭 ‘소극장 실내악’이란 타이틀로 순수음악의 저변을 넓혀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가족 프로그램의 경우 전당도 이미 어느정도의 반열에는 올랐다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게 순수예술쪽이죠. 특히 올해는 클래식 계열의 음악 분야를 차츰 귀에 익숙하게끔 만들고 싶습니다. 전당의 몫이기도 하죠. ‘예술 향유의 일상화’를 추구한다고 보시면 돼요” 제작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세’나 ‘멘토’ 등 문화교육 및 복지사업 등을 계속 이어나가는 한편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태권도 프로젝트 ‘더 문’의 높은 완성도를 위해 국내 유명 연출가를 섭외중이다. 이미 극본 공모를 마친 뮤지컬 ‘다산 정약용’(가칭)을 통해 지역적 특색을 지닌 문화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기도 하다. 이 안에는 화성성역의궤를 기초로 한 건축 및 문화적 요소와 실학, 정조대왕 등이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방의 문화 관련 기반시설들을 보면 서울을 닮으려고 합니다. 분명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도 말이죠. 당초 전당으로 왔을 때 이 점에 주목한만큼 경기의 특색이 살아 있는 공연장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대내외적으로 많은 이들과 머리를 맞댈 각오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야 겠네요”/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공공미술관 외국작품 ‘블록버스터급’ 전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대표적인 공공미술관들이 올해도 상당기간 외국 미술작품에 전시공간을 할애 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부터 책임운영기관이 됐고, 한가람미술관은 이미 민간에 운영권을 맡긴 특별법인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올려야하는 상황. 여기에 2004년 샤갈전을 성공시킨 서울시립미술관은 2005년을 거치면서 2006년에는 공공미술관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블록버스터 전시 유치에 나섰고, 용산으로 이전한 국립중앙박물관도 블록버스터 전시에 참여할 조짐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전’이 끝나자마자 3월8일부터 4월30일까지 독일 비트라디자인미술관과 함께하는 ‘100개의 의자전’이, 3월17일부터 5월7일까지는 ‘LOVE’의 설치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전이 연속된다. 또 5~8월에는 피카소전을 통해 2004년 샤갈전의 성공을 재현하겠다는 의욕을 갖고 피카소 미술관 측과 협의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주자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A.R.펭크의 2인전이 2월~4월 열린다. 한가람미술관에서도 ‘키스’의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빈분리파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회가 5월26일부터 9월6일까지 예정돼 있다. 한가람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놓고 저울질하던 루브르박물관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전시장소를 확정해 10월부터 4개월에 걸쳐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 중 회화를 중심으로 100여점을 들여와 마라톤 전시를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새해맞이 미술전시 풍성…어디로 갈까

춥다고 방안에 움츠리고 있지 말고, 겨울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장을 찾아보자. 도내 곳곳에서 국내외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화가이자 평론가로 한국 현대미술 태동기에 활동했던 김영주 화백(1920~1995)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성남아트센터는 피카소와 로댕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밖에 의정부예술의전당은 ‘현대미술의 단면전’, 양평 갤러리 아지오는 다채로운 조각품 등을 전시한다. ◇김영주 상설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 제6전시실에서 오는 4월16일까지 열리며 추상미술운동 및 미술행정가로 활동한 김영주의 먹그림과 드로잉 70여점이 선보인다. 김영주는 50년대말 현대작가초대전과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창설을 주도했으며 인간의 삶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충실히 표현한 작가다. 1950~60년대 역사적 상황과 인간이 처한 조건에 반응, 상실된 인간상과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화면에 담기 위해 주력했다. 문의(02)2188-6000 ◇피카소 및 로댕과 떠나는 유럽미술여행전 피카소의 익살스러운 표현이 담긴 판화작품 99점과 프랑스 국립미술관·박물관연합이 인증한 다색판화 등 200여점을 선보인다. 조각작품에는 그리스 조각의 최대 걸작인 사모트라스의 ‘승리의 여신상’을 비롯, 멜로스 섬에서 발견된 밀로의 ‘비너스’, 모딜리아니의 ‘여인 두상’ 등을 만날 수 있다. 여기다 로댕의 대표작 ‘지옥의 문’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인물중 하나인 ‘탕아의 절규’와 ‘생각하는 사람’, ‘칼레의 시민상’ 등도 선보인다. 에칭판화에는 화려하면서 정교한 생 아트완느 개선문과 베르사유 궁전정원, 비너스의 탄생 등 25점이 전시된다. 한편 오는 3월2일까지 낱말 속의 미술, 피카소 따라하기 등 어린이 미술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참가비 1만5천원. 전시 3월5일까지. 문의(031)783-8091 ◇현대미술의 단면전 의정부 예술의전당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서양화와 설치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김보연·심영철·이순형·이필두·임철순·황주리 등 6명이다. 심영철은 ‘일렉트로닉 가든’이란 작품을 통해 비디오 아트를 선보이고 문명 비판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황주리의 오브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문의(031)828-5841 ◇05그룹 창립전 일레븐 조각그룹이 ‘05그룹’이란 이름을 걸고 재창립했다. 오는 31일까지 양평에 위치한 갤러리 아지오에서 열린다. 고성희·김상균·김세일·손미경·양태근·이동용·최은경 등 18명이 참여한다. 전시될 작품은 유리조형과 석조, 인체조형, 조각 및 설치 등 다양하다. 문의(031)774-5121 /이형복기자 bok@kgib.co.kr

백스트리트 보이즈,데뷔 10년만에 첫 내한공연

아이돌 스타의 원조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가 데뷔 10년만에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지난 6월 5년간의 공백 끝에 새앨범 ‘Never Gone’을 발표한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내년 1월부터 아시아 투어 ‘2006 Never Gone Tour’을 시작한다. 이번 투어는 1월 7일 일본 도쿄돔 공연을 시작으로 24일까지 총 5개국 10개 도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 공연은 일본의 3개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 공연이 끝난 후 14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32명의 투어 스태프를 대동한 이번 공연에서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그들을 보이밴드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주옥같은 히트곡들과 공백기 동안 절치부심하면서 만들어낸 음악을 선보인다. 지난 달 11일 포르투갈 공연을 끝으로 유럽투어 대장정을 마친 이들은 연말에 재충전을 한 후 아시아 투어에 오를 예정이다.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유럽 투어에 앞서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로 코 앞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노래하고 함께 즐기는 매력을 새롭게 발견해 가고 있다. 우리는 음악적 에너지가 100% 재충전 되어있으며 마음껏 즐길 준비가 끝났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신인이던 1996년 홍보차 한국에 방문한 이래 꼭 10년만에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가 되어 돌아온 백스트리트 보이즈. 한때 투어시작 25분 만에 전석을 매진시키고, 전세계 72만 5000장의 공연티켓을 순식간에 팔아치웠던 그들의 공연을 드디어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행복한 나들이 미술관&박물관/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

“땡~”하고 종소리가 나면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에 떠든 아이 이름이 적힌 칠판과 낡은 풍금, 올망졸망한 책걸상, 배불뚝이 조개탄 난로, 그 위에 겹겹이 쌓여진 찌그러진 양은도시락들…. 여기에서 이인숙 관장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반백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풍금을 치며 동요를 부르는 수업을 한다. 그 교실에선 팔순 노인도 어린 아이가 된다. 음악수업이 끝나면 이 관장의 남편인 김동선 관장이 옛날 교과서로 50~60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아이들에게 책보를 메어 보게 하고 짠지 반찬 도시락 이야기나 거름하려고 똥이나 오줌 버리지 않는 이야기 등을 풀어 놓으면 아이들은 어느새 “진짜구나”하고 부모 세대 정서를 이해하게 된다. 1층에서의 즐거운 수업이 끝나고 2~3층까지 둘러보면 관람객들은 타임머신을 탄듯 과거로의 여행에 빠지게 된다.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에 위치한 덕포진교육박물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들이다. 박물관으로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만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 그것도 부부인 두 공동관장 인생에서 우러나오는 ‘진국’을 경험할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창문에 ‘3-2’란 숫자가 붙여진 창문이 눈에 들어 온다. 학년과 반을 가르키는 것으로 이 관장이 마지막으로 담임을 맡았던 반에서 따왔다. 이 관장과 김 관장 모두 초등학교 교사 출신. 3학년 2반에는 옛 초등학교 겨울이 재연돼 있다. 교실 정면에는 칠판과 강단, 색 바랜 풍금 등이 놓여져 있고 내부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50~60년대 책걸상 20여짝이 배치돼 있다. 특히 교실 한가운데 자리한 옛 난로가 시선을 사로 잡는데 조개탄과 장작, 그 위에 올려진 양은도시락 등은 추억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 ‘ㄱ’자를 반내로 교실 밖까지 이어진 은색통이 뿜어내는 연기에서 알 수 있듯 겨울에는 아직도 사용중이다. 양은도시락 또한 특별주문이 가능하다. 교실을 빠져 나와 옆 ‘옛 학습 문화전’으로 가면 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옛 사료들이 즐비하다. 벽면에는 검은 교복이 걸려 있는가 하면 그림물감과 크레파스, 실로폰, 옛 교과서, 주판, 몽땅연필 등이 잘 정열돼 있다. 필기구가 귀하던 시절, 나무판에 모래를 담아 글씨 연습을 하던 사판과 돌에 물로 글씨를 썼던 묵판 등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새끼줄로 얼기설기 뭉쳐친 축구공과 방패연, 위인전기, 명찰, 도장 등도 눈에 띈다. 교실 맞은 편으로는 각종 청소년단체와 관련된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보이스카우트 및 걸스카우트, 누리단, 잼버리 등의 의상과 깃발 등이 있다. 오른쪽 공간으로 이동하면 옛 과학 기자재가 풍성하다. 현미경은 기본이고 해부기, 각종 물고기 표본, 과학시간 실습으로 사용했던 화학품 등을 볼 수 있고 이외에 판넬과 사진 등으로 옛 과학과 관련돤 물품들에 대한 정보들도 안겨진다. 2층은 교육사료관으로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일제하 식민지교육에 쓰였던 자료부터 ‘MS-Dos’로 운용됐을법한 초창기 컴퓨터, 진공관 라디오, 타자기 등 교육과 관련된 만물상이다. 기획전을 벌였던 중국교육문화전 이미지를 축소시킨 공간도 있다. 중국 의상부터 침구, 책, 도자기, 탈 등 중국 고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농경문화교육관인 3층은 조상들의 지혜와 얼을 엿볼 수 있는 공간. 항아리, 자개함, 장롱, 박 등 고대사에서 우리의 곁을 지켰던 생활물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박물관에는 한국의 대학 역사와 관련, 귀중한 사료가 간직됐다. 1961년 9월 ‘교육에 관한 임시특별법’(법률 제208호 1961년 9월1일)에 의해 1946년 3년제로 출발한 서울사범학교를 개편, 2년제 서울교육대학이 배출한 제1회 졸업생 교표가 그것. 김 관장의 것으로 당시 이 대학이 1년동안 서울대 병설의 형국을 취했던 관계로 교표 모양이 현재 서울대와 동일하다. 박물관에는 지난 6월 열렸던 ‘故 김메리 여사 추모전’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그래서 해방 후 음악교육 중요성을 간직하기 위해 ‘학교종’을 작사·작곡한 김 여사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덕진포교육박물관은 한마디로 교사 출신 두 관장이 일궈내고 있는 산교육의 현장이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img5,l,000}■인터뷰/김동선 공동관장 “50~60년대 교육 열정 고스란히 담겨있어…” “단순한 민속 개념의 박물관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이곳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숨쉬고 있습니다.” 김동선 공동관장(65)이 설명하는 덕포진교육박물관의 특징이다. 요즘 아이들은 물론 현직 교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는 게 그의 자랑이다. 오늘날은 대부분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지만 50~60년대는 도시락을 싸지 못해 물로 배를 채웠던 시절의 교육 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지금에 와서야 ‘추억’이란 고상한 단어를 붙여가며 당시 상황을 회상하지만 ‘처절함’ 속에 열정으로 버텼던 교육상을 재현해 놓고 있다. “단체에서 부탁할 때 이외에 정해 놓은 시간은 없지만 종을 치면 수업이 시작되요. 그럼 누구라 할 것도 없이 교실에 들어와 앉고 수업은 시작되죠. 아이들에겐 부모 혹은 조부모 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동시대 세대들에겐 향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김 관장과 부인인 이인숙 관장은 모두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김 관장은 98년까지, 이 관장은 91년까지 교단에 섰다. “아내가 어느날부터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아예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조금 일찍 퇴직했죠. 저도 그렇지만 아내의 학교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박물관도 그 일환에서 출발한 거라 볼 수 있죠” 지난 96년 박물관 개관 이후 김 관장과 이 관장에겐 수많은 매스컴의 관심이 쏟아졌다. 타이틀은 ‘실명한 교사 아내 사랑에서 비롯된 교실 밖 또 다른 학교’가 대부분이지만 실상 김 관장과 이 관장은 이런 반짝이는 이목의 집중보다 더 깊은 뜻을 품고 있었다. “관람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샌가 흐뭇해집니다. 한 번 찾고 마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시간이 지나도 끝임없이 찾아주고 격려해주는 관람객이 있을 때면 보람도 느끼죠. 교사로서 걸어온 길이 평생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힘이 닿는데까지, 끝까지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열겠다는 김 공동관장의 얼굴에는 그가 초등학교 시절 지었을법한 순박한 기쁨의 표정이 배어 있었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