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경기필 신년음악회 ‘희망의 노래’

엄숙함 벗은 경기필하모닉 “브라보”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 멋진 신년 음악회였다.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연 경기필의 2008 신년음악회 ‘희망의 노래’가 열린 지난 18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은 통로에까지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날 음악회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딱딱한 곡들을 연주했던 예전에 비해 아리아의 향연을 펼치며 새로운 맛을 전해줬다.

큰 박수 속에 등장한 금난새 지휘자는 위트 있는 멘트로 레퍼토리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다. 고요한 정적을 깬 첫 곡은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 첫 선율이 객석으로 퍼져나가자 ‘경기필의 소리가 많이 나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두 번째 무대는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으로 이어졌다.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소프라노 서활란은 푸치니의 단막 희극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아! 그이였던가’ 등을 열창했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부를 때는 청아한 목소리의 마리아 칼라스가 떠올랐고, ‘라 트라비아타’ 중 ‘아! 그이였던가’에선 오페라의 한 장면을 연상하듯 깊고 맑은 음성을 객석까지 전달, 곳곳에서 “브라바”(여성 성악가에게 보내는 찬사)와 함께 커튼콜이 이어졌다.

곧이어 테너 나승서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 ‘그대의 찬손’을 열창하자 객석에선 큰 박수소리가 터져나왔고, 이어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흡족한 듯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레하르의 오페라 ‘Das Land des Laechelns’ 중 ‘그대는 내마음의 전부’를 열창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듀엣 명곡 ‘축배의 노래’를 함께 부른 서활란과 나승서는 두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듯 노래해 마치 콘서트 오페라를 보는듯 했다.

1부 공연이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이었다면 2부는 재즈의 맛과 경기필의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루빈스타인 피아노 콩쿨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이고르 체투예프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 감동을 이어나갔다. 이고르 체투예프의 손이 흰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자 관객들의 눈은 건반 위를 달리는 이고르의 손에 고정됐다. 한 편의 영화음악을 듣는듯 했고, 이고르의 연주는 경기필과 멋지게 어우러지며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줬다.

마지막 곡은 경기필의 색다른 소리의 맛을 전해주는 자리였다. 낯익은 선율의 라벨의 ‘볼레로’. 배경음으로 작은북 소리가 낮게 깔리면서 플릇이 먼저 볼레로의 주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곧 오보에가 뒤따랐고 클라리넷에 이어 섹소폰까지 가세하면서 금관악기 파트가 자신들의 숨겨진 역량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현악기들의 현란한 연주에 묻혔던 금관악기 파트가 새롭게 조명받는 자리였고, 관객들을 연주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 금관악기에서 현악파트로 주제곡이 이어지면서 더욱 멋진 화음이 객석으로 전달되며 완성된 볼레로를 선사했다. 작은북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감동의 물결이 객석으로까지 전해졌고, 잘 짜여진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감동의 물결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앵콜곡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제2모음곡 중 4번째 곡 화랑들(Farandole) 연주가 끝나고 금난새 지휘자가 금관악기 파트를 일일이 일으켜 세우며 소개하자 공연장 곳곳에선 휘파람과 “브라보”가 연이어 터졌고, 기립박수가 이어졌다./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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