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리 유적지관리

국가에서 처음엔 떠들썩하게 지정만 해놓고 정작 보존·관리는 부실한 문화재정책때문에 연천군 전곡리 178 일대 23만여평의 구석기 유적지가 훼손위기에 처했다. 기원전 50만∼30만년전의 유적지로 인정받아 1979년 사적 제268호로 지정된 전곡리 유적지는 지금도 세계 학계의 지대한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1978년 세상에 처음 알려진 이후 1996년까지 주먹돌도끼, 돌찍개, 돌글개, 고인돌 등 구석기 유물이 1만여점이나 출토된 그야말로 선사시대 유적의 보고(寶庫)다. 하지만 20여년째 방치돼 지금은 유적지에 잡초만 무성하고 1천여평의 유적지 발굴현장에도 울타리와 현황판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유적 관리인이나 안내인도 없다. 유적지에는 벽돌공장터와 폐가옥들이 흉한 모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연천군에는 신석기시대에서 금석병용(金石倂用)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고인돌(支石墓)도 30여기가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 관리중인 곳은 3기뿐이다. 나머지들은 가정집이나 학교앞 도로 등에 방치돼 있거나 땅에 묻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정은 상지석리·하지석리 등 지명에까지 오를 정도로 고인돌이 많은 파주시의 경우도 비슷하다. 교하·월롱면 등지에 3천여년 전 청동기시대 지석묘 50여기가 있는데도 유적으로 지정된 것은 14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렇게 문화유적지가 폐허화돼 가고 있는 이유는 사적 지정 이후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았고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등을 이유로 관리나 보존에 적극적이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천군의 경우 자체예산으로 유적지내 사유지 12만평에 대한 매입을 추진했지만 1만2천평만 사들였고 지난해 4단계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시행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고인돌 보존을 위해 연천군은 내년 중 지석묘 공원조성 방안을 검토중이고 파주시는 고인돌 주변 개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보존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 보전은 해당 지자체보다 정부 또는 경기도 차원이나 민관 합동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여진다. 한탄강·임진강을 끼고 있는 연천군과 파주시 일대의 선사유적지가 더 이상 폐허화되지 않도록 보전·관리대책이 빨리 마련돼 체계적인 보전·발굴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홍역창궐, 방역당국 뭘했나

전염병 홍역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이천초등교 학생들이 처음 앓기 시작한 홍역이 인근 한내·신하·마장초등교 학생들에게 번져 20일간 환자가 160명으로 늘었고, 800여명이 고열증세를 보이고 있다. 역시 이천보다 이틀뒤 고교생에 발병한 이웃 여주군에서도 환자가 갈수록 늘어 초교생과 고교생 등 90여명이 앓고 있으며, 그밖에 광주(29명) 안산(50명) 등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학생 141명이 집단감염된 이천초등교에 뒤늦게 휴업령이 내려진 가운데 이천·여주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이 창궐하는 홍역위협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방역당국과 교육당국은 홍역환자가 처음 발생한 것이 지난달 13일이었음에도 이토록 많은 학생들이 홍역바이러스에 감염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법정 2군 전염병인 홍역이 발열 두통 기침 등 감기증세와 비슷해 구별이 어렵다고는 하나 4∼5년 주기로 크게 발병하고 작년에 보고된 도내 환자가 1명이었으나 올해는 9월말까지 277명으로 크게 늘어난 사실을 주목하고 주의했더라면 이런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홍역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7∼10일임을 감안할때 발병 즉시 방역조치를 취했어도 늦을 터인데 보건당국이 발병 1주후에나 역학조사에 들어갔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교육청당국이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학교에 휴업령을 늦게마나 내린 것은 2차감염을 막기 위해 필요한 대응이다. 주민과 학부모 역시 여기에 적극 협조하여 홍역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일부 철없는 초교생들이 홍역에 걸리면 등교하지 말라니까 일부러 환자에 접근해 감염이 확산됐다는 보건소 관계자의 말은 기가 찰 일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학교 교육과 보건당국의 예방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선 학교는 전염병 예방교육을 철저히 해야할 것이며 보건당국 역시 방역정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전염병은 이상적인 기후변화와 인적·물적 교류 확대 등으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등 전천후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들의 철저한 위생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하며 일선 학교의 위생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각 개인도 위생문제를 철저히 점검하고 주의해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도서 정가제 의무화 문제점

최근 서점가와 독자들 사이에 도서정가제 의무화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다. 논쟁의 발단은 문화관광부에서 도서 할인판매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골자로 한 입법예고를 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인터넷으로 도서 할인판매를 하는 온라인 서점과 독자들이 반발하자 출판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출판인 회의가 출판사들의 인터넷 서점에 대한 도서공급을 중단하는 사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가 파괴되면 출판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상업적인 책들만이 범람해 양서들이 출판되기 힘들며 따라서 문화인프라가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도서정가제 파괴는 할인경쟁을 유발,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출판산업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온라인 서점들은 도서정가제란 출판산업의 예외성을 인정한 일종의 보호장치로 생산자가 생산품의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유일한 사례로서 시장경쟁을 악화시켜 오히려 출판시장의 질적 발전을 막음으로 고객중심의 가격체계와 서비스를 위해서는 도서정가제가 폐지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도서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건전한 출판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라도 가격경쟁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이다. 최근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도서 할인판매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이를 독자들이 반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해 전체 도서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던 인터넷 서점이 올해 6%까지 고속성장하고 있어 도서 할인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가 크다. 이미 외국에서는 인터넷 서점이 도서시장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온라인 서점은 정보화 추세와 더불어 더욱 성장할 기세이다. 책은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무한경쟁의 시장에 내놓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문화상품이라는 이유만 가지고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치외법권과 같이 예외적으로 보호만 받고 있다면 이것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장의 기능을 무시한다면 경쟁력을 잃어 결국 스스로 퇴보의 무덤을 팔 수 있다. 책은 결국 독자들의 선택에 의하여 주어짐을 출판업계는 알아야 한다. 독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도서정가제만이 능사가 아님을 재삼 인식하기 바란다.

‘수혈공포’ 이대로 둘건가

헌혈 혈액 및 수입 혈액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대한적십자사가 법정 전염병인 말라리아균에 감염된 헌혈 혈액을 검사없이 전국 병원에 공급, 수혈된 환자들이 이로인해 숨진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적십자사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가 지난 9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공급한 말라리아균에 오염된 헌혈 혈액을 수혈받아 사망한 환자가 29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12명은 수혈후 7일이내에 사망했다. 참으로 놀랍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적십자사는 이 기간중 말라리아 감염 위험지역인 경기북부와 강원도 지역에서 22만명으로부터 헌혈 받은 혈액을 항체검사없이 전국병원에 공급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헌혈 혈액을 관리하는 적십자사가 말라리아 오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단지 2주간 보관하는 과정을 거쳤을 뿐 과학적인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일선 병원에 공급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수혈을 받아야할 만큼 위급한 환자들이 그동안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균을 자신도 모른 채 주입받을 처지에 있었음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적십자사가 당연히 항체검사나 역학조사의 대상이 된 혈액에 대해 안전성이 최종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유통시킨 것은 헌혈 혈액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보건당국은 무얼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관리가 엉성한 것은 수입 혈액도 마찬가지다. 1997년부터 올 8월까지 혈액 수입회사가 자체검사 결과 안전하다고 판정을 내린 혈액에 대해 적십자사가 다시 검사한 결과 에이즈·B형 간염 등 55건의 오염사례가 발견돼 수입회사 자체검사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적십자사는 수입 혈액의 1%만 샘플 조사할 뿐 나머지 99%는 수입 회사의 자체검사에 그치고 있어 안전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수입 혈액이 유통되고 있는 상태다. 수술환자나 위급환자에게 필수적인 혈액이 어찌된 까닭으로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의료소비자인 환자는 물론 의료기관은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제 적십자사의 헌혈 혈액 관리체계를 보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수입 혈액에 대한 검사 또한 수입회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기관이 전량검사토록 하는 등 혈액 수급체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DMZ 환경파괴 최소화해야

지난 9월18일의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기공식 이후 지금까지 남방한계선 이남 지역의 지뢰제거면적 총 43만㎡ 중 44%에 이르는 19만㎡에 대한 지뢰를 제거했다고 육군이 밝혔다.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이 속출되고 있어 그 대책 마련도 시급한 처지에 놓였다.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경의선 철도복원과 도로개설 공사로 인해 장단지역 일대의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고 특히 보존가치가 높은 장단 인근 사천강 지천의 습지도 훼손되고 있는 점이다. 경의선 연결구간인 비무장지대와 그 주변은 50년이상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세계적으로 보존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반드시 거쳐야할 사전 환경영향 평가 없이 땅 전체를 갈아 엎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습지보존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천강 일대는 더 큰 환경파괴가 진행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공사계획으로 보면 철도 및 도로구간이 사천강을 종으로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최근 자료에 따르면 남북연결도로(통일대교∼장단∼개성)가 건설되면 비무장지대와 이는 생태계의 동·서간 이동이 차단돼 서식지의 단절과 파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달 25일부터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10월말까지 1차 보고서를 작성하고 연말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때문에 조사기간도 짧을뿐더러 공기가 1년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공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자면 최소한 계절별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참으로 화급하다. 경의선 복원과 도로건설이 통일의 초석을 놓는 국가적 중대사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민통선지역보다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훨씬 높은 비무장지대(DMZ)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마쳐 그 대안과 환경파괴 저감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에 있는 세계적인 생태의 보고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함을 정부는 깊이 인식하고 아무쪼록 친환경적인 개발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저축률 급감과 家計적자

외환위기 직후 반짝 상승했던 민간저축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매우 걱정스럽다. 저축률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중산층 이하 도시근로자 소득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과소비 풍조가 사회전반에 확산되면서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저소득층의 경우 지난해부터 아예 가계부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위기 이후의 저축률 추이와 시사점’에 따르면 97년 33.4%이던 국민총저축률이 98년 34.0%로 잠깐 상승했다가 99년 33.7%, 올 상반기에 32.1% 등으로 하락했다. 소득계층별로는 중간소득층이 97년 27.3%에서 올 상반기에 16.1%로 크게 떨어졌다. 저소득층은 97년 9.1%였으나 올 상반기에는 -3.0%로 저축을 한푼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빚지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의 저축률이 이처럼 낮아지고 있는 요인은 소득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의 소비행태를 따라하는 모방소비 때문이다. 외환위기 충격으로 소비가 위축됐던 98년 저축률이 다소 높아졌지만 경기가 풀린 지난 해부터 씀씀이가 헤퍼지기 시작, 올 상반기엔 중산층 소비증가율(13.3%)이 고소득층(12%)보다 오히려 높았음을 봐도 알 수 있다. 국내저축을 뒷받침해온 중산층 이하 도시근로자들이 소득감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분수를 넘어서는 과소비로 저축여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사정은 또 다른 측면에서 더욱 심각하다. 83년 이후 소폭이지만 흑자를 기록했던 저소득층 가계수지(92년 저축률 10.5%)가 지난해 이후 적자로 반전된 것은 상당한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국민경제의 발전이나 개인생활의 안정을 위해 저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저축이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해외 차입 없이도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투자재원의 자립기반이 무너지면 경상수지 적자확대와 외채증가로 국민경제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가 저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다양한 저축수단의 개발 보급을 통해 가계자금이 과소비로 흐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저소득층 가계수지악화를 막기 위해 물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안정시켜 이들의 소비부담을 줄여주는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노력도 절실한 것이다.

정현준 리스트 실체 밝혀라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 사장이 연루된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및 로비사건은 점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자인 정현준 사장과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은 특경가법상 배임 및 상호신용금고업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나 정계는 물론 관계, 그리고 금융감독원까지 로비의혹이 비화되면서 국민들의 의구심이 더욱 확산되어 실체규명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현준 리스트에 의한 실체는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정계를 비롯하여 각계각층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가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소위 정계 K씨를 비롯한 실세 그룹들의 관련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지난 총선 전후의 선거자금 모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혹을 사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관련될 수 있는 개연성을 포함하고 있어 정치부패 차원에서 조사되어야 한다. 대형금융사고만 터지면 정치인의 관련설이 항상 제기되고 있어 정치부패의 심각성이 새삼 문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로비의혹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상호신용금고와 같은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될 기관이 로비대상이 되어 무려 10억원의 로비자금이 살포되었다고 하니, 이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금감원이 감사를 통해 동방·대신의 불법대출 사실을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한 것은 로비의혹을 더욱 강하게 증폭시키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개혁 사령탑에서 이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개혁 대상이 되었으니,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오죽하면 금융감독원을 ‘금융강도원’이라고 비난하겠는가. 금감원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져야 된다. 현직 금감원 국장의 뇌물수수 의혹을 확인, 녹취록까지 만들고도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 도피토록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금감원 자체에 대한 총체적 대수술이 있어야 된다. 이제 정현준 리스트에 대한 조사는 검찰로 넘어 갔다. 그 동안 한빛은행 부정대출 사건 등에서 검찰은 의혹을 속시원하게 해소시키지 못했다. 만약 이번에도 검찰의 조사가 납득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검찰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함을 명심하여 철저한 수사를 해야 될 것이다.

경제위기 또 닥치나?

체감경기 둔화가 마침내 실물경제의 악화 조짐으로 이어졌다. 보도된 통계청의 ‘9월산업동향’은 생산 출하소비 설비투자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지표경기의 급속둔화 현상을 나타냈다. 예컨대 9월중 신설기업은 겨우 2천630개로 6월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소비자 평균지수는 분기점인 100에서 훨씬 못미치는 80으로 99년 1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명운을 걸고 있는 수출은 지속적인 고유가로 인해 위축된데다가 주요수출품목의 단가폭락이 염려된다. 경기성장을 이끌 견인차가 없는 실정이다. 기업도산의 속출은 금융권에 부실채권을 증가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은행을 더욱 위기로 몰고 간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경기를 급랭시킬수가 있다. 정부가 이처럼 심한 경기 하강국면에도 불구하고 조정국면으로 보아 막연히 재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런 현상이다. 경기 연착륙기회를 놓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융개혁을 이끌 금감원의 법률적 도덕적 해이의 드러난 타락상은 불안을 더해준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이런저런 복합요인으로 증권가는 500선마저 붕괴위기에 처했다. 지방의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된 판인지 IMF때보다 더 어렵다’며 야단들이다. 실업 또한 늘고 있다. IMF가 다시 오는게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팽대하다. 현 정권이 내치 가운데 으뜸으로 꼽아온 경제문제마저 얽히고 설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심화된 사회의 양극화속에서 돈가진 부유층은 그래도 괜찮겠지만 돈없는 민생들은 더욱 살기가 어렵다. 정부 말을 듣고 긍정적으로 보았던 외국자본이 내국인 생업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유통업계에 상륙한 거대 외국자본의 무차별 공세로 동네 슈퍼마켓이 죽어간다. 영세자본으로는 뭐하나 해먹기가 난감한 세태가 됐다. 경기하강국면은 이래저래 허덕이는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거시경제의 기조를 바꾸라는 말은 안한다. 인플레 압력작용이 되는 인위적 부양책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는 시급하다. 경제개혁과정에 도사린 불확실성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아울러 구조적 신용경색도 풀어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TV드라마의 문제점

텔레비전 드라마천국의 방송3사가 국내 외국 음악출판사들로부터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외국음악의 사용주장과 함께 저작권료 지불을 청구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이같은 청구소송이 제기된 사실이 보도됐다. 과연 외국음악의 저작권을 침해했는가 여부의 관점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므로 여기서 말할 성질은 못된다. 다만 드라마 배경음악은 소정의 저작료를 주는 방송사 외의 음악담당전문가가 따로 있으나 방영의 책임상 소송당사자 입장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배경음악은 원래가 창작품이다. 그러나 과거엔 작곡가 가운데 국내음악을 더러 표절하는 사례가 없지 않아 이런 드라마 작곡가를 가리켜 ‘빈대떡장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든 외국음악의 무단사용시비는 드라마 배경음악 작곡의 한계를 넘는 드라마 홍수에 기인한 것으로 볼수 있어 적잖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방송3사가 방영하는 드라마는 주간 20여편으로 1일 약 4시간이나 돼 기본편성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방송사마다 가을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공영방송임을 강조하였으나 드라마 홍수사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채 아침드라마부터 울고 불고 짜기가 예사다. 소재 또한 뻔한 삼각관계의 사랑타령이거나 황당한 폭력물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질이 심히 의심되는 드라마전파를 다투어 펑펑 쏘아대는 것은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상업방송의 속성 때문이다. 공영방송을 말하면서 상업성 위주에 찌든 방송3사의 고질은 좀처럼 달라질줄 모른다. 내친김에 더 말하면 쇼등 오락물 거의가 발전을 멈춘채 10년∼20년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보도, 교양과 함께 방송의 3대기능의 하나인 오락프로그램의 주요성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며 드라마과잉 역시 이런 점에서 재고돼야 하는데도 방송3사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어차피 텔레비전에 의해 길들여진 시청자는 보여주는대로 보게 마련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힌 인상이 다분하다. 드라마의 외국음악 사용시비가 앞으로 법정에서 어떻게 판가름나든 이번 계기에 드라마방송의 전반적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공영방송은 말보다도 실증적 내용으로 보여주어야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인명 위협하는 ‘농약채소’

시민들이 지금도 농약으로 범벅이 된 채소를 먹고 있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시민들이 먹는 채소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대경실색할 노릇이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시균의원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수원·안양·안산·구리 등 도내 4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유통되는 농산물 1천697t 가운데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농산물이 1일 420t으로 이중 상당량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도매시장에는 아욱에서 살충제가 허용치(0.01ppm)의 170배에 달하는 1.78ppm이 나왔고 쑥갓에서 살충제인 EPN이 8.14ppm 검출돼 기준치를 무려 81배나 초과했다. 깻잎, 취나물, 비름나물, 시금치, 아욱, 적상추 등 28개 농산물에서도 각각 0.7배부터 49배나 기준치를 초과했다. 감자, 고구마, 배추, 고추에는 기형아를 출산하고 정자를 감소시키는 ‘클로르피리포스’가 검출됐다는데 이 농약은 물과 세제로 아무리 잘 씻어도 30%가량 성분이 그대로 남는 맹독성이어서 위험이 매우 크다. 주식인 채소를 마음놓고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비감스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박재욱의원도 “유통공사가 평택과 이천, 노량진 등 전국 12곳의 창고에 3만여t의 농산물을 보관하면서 안전성이 의심되는 맹독성 농약 ‘에피흄’을 대량 살포하고 있다”고 27일 주장, 충격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피흄’은 공기중의 수분을 흡수, 가스분해하면서 발생하는 인화수소의 호흡작용에 의해 방제를 하는 훈증제로 물이나 기름에도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농약채소가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물론 농약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 탓이지만,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잔류 농약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 시장에서 채소들이 팔려나가 문제의 농산물 수거나 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당국은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 관련예산과 인력을 대폭 증원, 신속한 검사체제를 강화하고 농약농산물 과다사용에 대한 중벌법규를 마련, 즉시 시행토록 해야 한다. 독초와 다름없는 농산물이 더 이상 식단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특별대책을 하루 빨리 수립할 것을 재삼 촉구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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