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커피전문점과 백화점

저작권법에서는 음악을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공연이라 부른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연주가 녹음된 음반을 재생하여 들려주는 것도 공연에 속한다. 저작권법은 이러한 공연을 저작권자의 권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으면 음반을 재생해 여러 사람에게 들려주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또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위해서 숨 쉴 공간을 열어 두었다.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저작권법 제29조 제2항) 대통령령에서는 유흥주점, 경마장, 무도장, 항공기, 호텔, 대형마트, 백화점 등을 음반을 공연할 때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하는 곳으로 적시하고 있다. 판매용 음반 백화점 저작권료 내야 따라서 커피전문점과 같은 소규모 매장에서 판매용 음반을 틀어주는 경우라면 커피값에 음반 재생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위 규정의 적용을 받아 저작권 사용료를 내지 않고도 가능하다. 문제는 한 외국계 커피전문점 매장에서 재생하는 음반이 판매용이냐에서 시작됐다. 해당 커피전문점에서 매장용으로만 특별히 제작해 시중에 별도로 살 수 없는 음반을 재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저작권 사용료를 청구한 저작권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음반 홍보 효과를 고려한 규정의 취지상 판매용 음반은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하지 않는 음반을 재생한다면 소규모 매장이라도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 장소를 백화점으로 옮겨 보자. 백화점은 위 규정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판매용 음반인지에 관계없이 작곡가작사가에게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가수 등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도 저작인접권 사용료를 주어야 하는지가 논란이다. 실연자에 대한 규정은 이렇다. 실연이 녹음된 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을 하는 자는 상당한 보상금을 해당 실연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저작권법 제76조의2 제1항) 저작권자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제한하여 사용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었던 판매용 음반 해당 여부가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오면 저작인접권료를 내야 하는 권리행사의 조건이 된다. 그런데 최근 많은 백화점에서는 적합한 음악을 선택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급해주는 매장음악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올해 초에 나왔던 1심 판결에서는 앞의 커피전문점 사건에서처럼 판매용 음반을 시판용 음반으로 보고 스트리밍 방식은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고 판결내렸다. 백화점에서 스트리밍 방식을 통해 음악을 공연하면 저작권 사용료는 내야 하지만 저작인접권 사용료는 내지 않아도 되는 이상한 결론이 도출돼 음악시장 관계자들에게 큰 혼동을 주었다. 커피전문점에서는 적용 안받아 지난달 나온 2심 판결에서는 디지털 음원도 음반으로 보고 제76조의2에서의 판매용 음반은 시판용 음반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백화점의 경우에 저작인접권 사용료도 내야 한다는 결론이다. 관련된 국제조약이나 입법경위에 비추어 보면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같은 법 안에서 사용된 판매용 음반에 대해서 조문마다 다른 해석이 내려진 것이므로 입법적으로 명확히 구별하여 이런 혼란을 피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아울러 저작권자나 저작인접권자의 정당한 이익이 보장되면서 더 많은 음악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사용료가 책정되도록 이해당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책임연구원

[이슈&경제] 한-호주 FTA의 의미와 준비

지난 5일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발표됐다. 양국에서 국회 비준 절차가 지체되지 않고 이뤄진다면, 2015년부터 한-호주 FTA가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와의 FTA 협정으로 국가 간의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고, 자원 등의 경제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호주는 거의 모든 교역품목에 대해 5년 이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도 호주로부터의 수입품목의 90.8%에 대해 관세를 8년 이내 점차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호주는 한국의 7번째의 교역상대국이고, 3번째의 투자대상국이다. 특히 호주에 있는 엄청난 자원들을 한국 기업이 개발을 진행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호주는 자원공급국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에너지자급률이 낮은 한국에게는 FTA를 통해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이 더욱 원활해진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자동차ㆍ전자기기 등 가격경쟁력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경제통합(Economic integration)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통합은 FTA, 관세동맹, 공동시장, 경제연합, 완전경제통합이라는 통합수준별 5가지 유형이 있다. FTA는 경제통합의 수준이 가장 낮은 유형으로 양국 간의 수출입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것이다. 세계는 앞 다퉈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너도 나도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추세를 따르지 못하면 한국의 기업들은 수출경쟁력을 잃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FTA를 맺은 국가들끼리는 관세 없이 제품을 수출하는 반면, FTA를 맺지 않은 국가는 수출가격에 관세가 추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수출주도 성장전략(Export-led growth strategy)이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고,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러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FTA협상이 요구된다. 한-호주 FTA는 한국의 대외경쟁력이 높은 산업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는 자동차, 자동차부품, 가전제품, 전자기기 등의 산업이 있다. FTA가 적용되기 전까지는 승용차에 5~10%의 관세가, 자동차부품, 가전제품, 전자기기 등에는 5%의 관세가 적용돼 왔다. FTA가 발효되면 이러한 산업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이 부가되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일본 도요타가 호주와 FTA를 맺은 태국에 공장이 있어 우회 수출을 통해 사실상의 관세 없이 호주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었다. FTA가 발효될 경우 자동차에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는 차원에서 가격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호주 FTA는 큰 경제적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차가운 외풍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주요 수입품목에 해당하는 산업은 큰 피해가 예상된다. 농업, 축산업, 수산업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한우 농가는 더욱 저렴해질 호주산 쇠고기에 밀려날 수 있는 것이다. 농ㆍ수산업 피해산업과 공유체제 마련 따라서 우리에겐 준비가 필요하다. FTA를 통해 혜택이 돌아가는 산업에서의 이익을, 피해를 입는 산업과 공유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가령, 축산 농가들에게 특용 작물 재배 등의 시설을 마련하고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직업 전환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어떠한가? 즉 FTA를 통해 키운 파이를 주요 피해 산업과 나눌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FTA가 확대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FTA를 지체하면 우리의 먹거리가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FTA를 둘러싼 국민적, 정치적 갈등은 종식시키고 반면 FTA를 통해 커진 파이를 국가 전체가 공평하게 나누어 먹을 방법을 모색하는 일에 신경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슈&경제] 매매는 하락, 전세는 상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정부가 지난 3일 4ㆍ1, 8ㆍ28부동산대책 후속조치를 내놓았다. 이미 지난 7월24일에도 4ㆍ1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했으니 올해 2월25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4번째 부동산대책이다. 하지만 정작 소리만 요란할 뿐 눈에 띄는 내용은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 실시 하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제도를 개선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공유형 모기지를 확대하는 내용도 완성형이 아니다. 전세 수요자들 중 일부를 매매로 돌려 전세난을 완화하고 내 집 마련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정책적 취지에는 공감하나 그 대상이 시범사업과 동일하게 수도권, 지방광역시에 한정돼 있다는 점,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가격 6억원 이하로 제한했다는 점 때문에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지 확대, 전국적 영향 못미쳐 문제는 정부가 연내 추가 대책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모두 써버리면서 매매는 하락하고 전세는 상승하는 패턴이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선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만약 통과되더라도 시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제대로된 약발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특히 1기신도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리모델링 수직증축의 경우 지자체별로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고 이 내용을 일선 조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 소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매매 수요 유인책으로 그나마 영향력을 발휘했던 취득 후 양도세 5년간 면제(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혜택이 12월 말로 종료되는 것도 악재다. 당초 취득세 인하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소모적 정쟁으로 인해 엇박자가 나면서 기대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대로 양도세 면제가 종료되면 어느 정도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던 신규 분양시장 분위기마저 가라앉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내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매매 하락, 전세 상승을 고착화 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실질국민소득은 전분기보다 0.2% 증가하며 6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10월 국내 인구이동자 수가 8월부터 3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득이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사조차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세가가 안정을 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이 또한 낙관론에 지나지 않는다. 새 아파트 전세가격은 기본적으로 기존 아파트 전세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전세가격이 상향평준화 될 것이며, 오히려 전세자금대출이 늘면서 집주인이 아닌 은행에 사실상의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양도세 면제 혜택 종료도 악재로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었던 4ㆍ1대책에 나왔던 내용이 아직도 시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4번째 대책까지 발표되면서 다시 부동산대책을 내놓기도 힘든 상황이다. 만약 또 다른 부동산대책이 나온다 해도 정책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정치논리를 앞세워 자기 할 말만 하는 정치인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부동산시장 정상화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 부동산시장에는 여당 정책, 야당 정책이 아닌 국민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치인들만 모르는 모양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부동산리서치팀장

[이슈&경제]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권

국가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올바른 경제정책에 대해 정치권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을 보면,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경제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잘못된 정치인을 뽑은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치인 개인의 자질문제가 아니고 정치시장의 구조문제이므로 해결방안도 쉽지 않다. 정치권은 사회통합을 원할까, 사회분열을 원할까.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정치권은 사회분열을 원한다. 정치인들의 관심사는 정치적 지지이며 이를 구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사회를 통합하는 것보다 분열시키는 것이다. 사회를 분열시키는 첫 단추는 사회구조를 진단하는 방법이다. 정치권에선 우리 사회를 양극화, 갑을관계, 중앙과 지방 등으로 이분화한다. 이 전략의 기본접근은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나눠 대립관계로 설정한다. 극으로 나누어지면, 양극단 진영은 서로 대립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때 경제적 강자는 숫적으로 소수인 반면 경제적 약자는 다수다. 경제적 강자의 행위를 지탄함으로써, 다수인 경제적 약자의 정치적 지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시장기능에 의해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두 진영으로 분열되었으므로 이를 정부의 위대한 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정부정책 방향을 유도하는 논리적 방법도 명쾌하다. 경제적 강자에겐 세금을 높이고 경제적 약자에겐 복지를 강화한다는 방향이다. 정치권에서 여야당 할 것 없이 복지강화를 내세우는 이유다. 정치적 지지확보를 위해 정책방향의 합리성에 대한 논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서 우리 정치권의 문제를 한마디로 정치실패(political failure)로 표현할 수 있다. 사회통합은 우리가 경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대통령 소속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도 발족했다. 통합없이는 생산적 정책이 나올수 없고,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는데 소요되는 거래비용도 높아진다. 통합을 효과적으로 유도해야 할 정치집단들이 통합보다는 분열에 치중하는 우리의 정치구조로 볼 때, 사회통합은 달성하기 어렵고 오히려 분열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회통합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개혁해야 할 대상이 정치권이다. 정치인 개인의 자질을 논하지 말고 정치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합리성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잘못된 방향이라고 해도 국민들의 감성적 쏠림에 편중하는 것이 정치인의 합리성으로 보는 게 옳은 접근방향이다. 공짜복지를 좋아하면서도, 조금의 세금부담을 하지 않으려는 국민의 값싼 감성에 편승해서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하는 게 정치인들이다. 과거 개발시대엔 정치가 경제에 예속된 구조였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어 경제가 정치에 예속됐다. 정치가 경제의 종속관계였을 때, 우리는 압축적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이제 경제가 정치에 예속됨에 따라 우리 경제의 앞날이 매우 불안하다. 압축성장이 가능했던 나라에서 압축추락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시대의 과제는 어떻게 정치와 경제가 상호보완하는 관계를 가지는가이다. 이 또한 쉽게 달성할 수 없으며, 어느 정도의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갈등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정치와 경제가 서로 보완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정치권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정치 지도자의 기묘한 한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 통합센터 소장

[이슈&경제]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는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혹시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 페리호 사건을 기억들 하시는가? 1993년 10월10일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를 운행하던 여객선 서해페리호가 침몰한 대형사고였다. 당시 사고원인은 정원을 훨씬 초과한 승선인원 탑승으로 밝혀져, 운항선박회사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과연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것인가? 이를 다시 한번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당시 위도를 운항하는 선박의 운임은 섬사람들의 낮은 소득을 감안해 낮은 가격에 묶여있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운항원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선박회사가 배를 운항하면서 보게 되는 손해를 관할군청에서 보상해주지 않는 한, 회사는 어쩔 수 없이 정원을 초과한 인원을 탑승시킬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즉, 가격규제에 대한 풍선효과가 서해 페리호 침몰이라는 엉뚱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가격규제로 인한 사고사회적 문제 다반사 이와 같은 가격규제의 풍선효과는 사실상 우리 주변에 아주 많이 존재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와 같은 현상을 접할 때, 그 근본원인인 가격규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망각하고, 피상적인 결과에 매달려 성토를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중 하나가 밀양 송전탑건설을 두고 벌어지는 정부와 주민간의 갈등사건이다. 외면상 보기에는 송전탑이 지나가는 마을주민들이 보상금을 놓고 벌이는 단체행동에 외부시민단체들이 합류하면서 그 파장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다. 물론 맞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그 이면에는 전기요금에 대한 가격규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전기요금 체계를 가지고 있다. 산업용은 말할 필요도 없고, 특히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기형적인 낮은 전기요금은 과도한 전기사용을 부르게 되고, 정부는 이러한 전기사용량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발전소를 짓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원자력발전의 경우 최근 방사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관계로 대부분 화력발전을 할 수밖에 없는데, 화력발전은 배로 수입해오는 석탄을 하적하기에 편한 해안변에 지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발전소가 전력을 필요로 하는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에 지어지는 관계로 이를 송전해오는 송전시설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송전시설들은 결국은 누군가의 머리위를 지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즉,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한 제2, 제3의 밀양 송전탑 사태는 예약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전력수요 억제ㆍ요금 현실화 병행돼야 갈등 해소 결론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부르는 송전탑 건설및 원전건설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전력수요자체를 억제시키는 전력요금의 현실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우리사회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종합하면 전기요금에 대한 규제가 송전탑 건설반대라는 전혀 외관상 관계가 없어 보이는 풍선효과로 나타난 셈이고, 또한 일부 주민들의 과도한 보상을 바라는 단체행동이, 종국적으로는 사회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력요금 상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나는 형국이다. 이래서 사회는 복잡하고, 복잡한 세상을 우리들은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가면서 살고 있다. 하태형 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이슈&경제] 3D 프린팅과 저작권

인쇄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책의 보급은 저작권법이 처음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저작권법의 역사는 이후에도 새로운 복제 기술의 발전에 끊임없이 도전받으면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진기, 복사기, 음반, 비디오, 컴퓨터, 인터넷 등 도전은 계속될 뿐만 아니라 더 잦아지고 있다. 한편으로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가 무리하게 확장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1980년대 Sony가 만든 VCR에 대하여 영화의 불법복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저작권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이용을 인정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물품이 아님을 확인한 것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Napster로 시작하여 Torrent로 확대된 P2P, 클라우드 서비스나 스마트폰을 통한 복제도 기술발전이 저작권법에 던지는 새로운 도전들이다. 3D프린터 설계 파일도 창작성 있어 여기에 더하여 혁신적인 새로운 복제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3D 프린터다. 이를 이용해 플라스틱 권총을 조립했다는 기사에 이어 금속 권총도 제작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3D 스캐닝 기술과 결합하면 사물들을 물리적으로 재현하는 일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3D 프린터도 다른 프린터처럼 복제기기의 일종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3D 프린팅과 관련해 저작권을 다투는 사건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에서는 방송사인 HBO가 iPhone 거치대를 만들어 판매한 사업자에 대해 중단을 요청한 사건이 있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거치대가 HBO의 TV 프로그램인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나오는 의자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유명 캐릭터들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인형이나 열쇠고리 등으로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먼저 3D 프린터로 재현된 캐릭터는 저작권법에서는 응용미술저작물로 분류한다.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저작권으로의 보호를 인정한다. 적지 않은 경우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를 위한 설계도 파일도 창작성이 있는 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이 설계도 파일을 복제하면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에는 3D 프린터용 설계도 파일들만을 거래하거나 공유하는 사이트들이 많다. 특히, 유료로 판매되는 설계도 파일을 허락없이 인터넷에 게시하게 되면 음악이나 영상 파일의 공유와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상 전송권 침해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 3D 프린팅을 위한 설계도 파일은 직접 구상한 내용이나 기존의 설계도 등을 바탕으로 3D 설계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물을 직접 3D 스캐닝을 하여 3D 프린팅용 설계도 파일을 만들면 이것 역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까? 사진저작물에 대해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면 3D 스캐닝 과정에 이러한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저작권자 허락없이 복제땐 침해 또한 3D 프린팅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개인적인 이용은 허용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의 저작물에 대한 사적복제와 달리 시장대체 효과 등 저작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으므로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도 새로운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법이 3D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서 어떻게 대응하고 균형을 잡아갈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

[이슈&경제] 중성장 시대의 중대한 준비

2014년 이후 한국은 중성장 시대를 맞이한다. 2000~2007년 동안 한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약 5%수준이었다. 고성장기였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며 2013년까지 약 2%대의 저성장기를 맞이했다. 2014년에는 경제성장률이 3.8%로 잠재성장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부문 중 소비는 가계부채, 전세값 급등, 고령화로 인한 평균소비성향 하락이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 부문 중 건설투자는 2014년 SOC 예산 축소 등으로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인 반면 설비투자는 수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외수 부문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 유로존 경기 부진 탈피 및 중국의 대선진국 수출 증가 등으로 수출 경기 여건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먹거리 마련 우리 경제가 중성장 시대에 진입하면 중성장 시대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고성장 시대에는 3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중성장 시대에는 3년이 지나도 강산이 변하지 않는다. 고성장 시대에는 건설산업, 제조업 등을 기반으로 활황을 이뤘지만 중성장 시대에는 새로운 경제구조와 신산업이 요구된다. 고성장 시대에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지만 중성장 시대에는 고용창출력이 없다. 고성장 시대에는 근로자들이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냈지만 중성장 시대에는 많은 인구가 여가와 취미를 즐기는데 시간을 할애하게 마련이다. 고성장 시대에는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부동산 가격도 지칠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중성장 시대에는 금도 땅도 투자가치를 잃을 수 있다. 중성장 시대로 변화할 우리 사회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고성장 시대에 맞는 정책과 중성장 시대에 맞는 정책이 있을 것이며 살아갈 방법도 달라져야 하겠다. 2014년부터 펼쳐질 우리 경제는 중성장 시대의 중요한 특징들이 나타날 것이다. 첫째, 제조업 중심의 생산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다.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며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중심축이 움직이고 있다. 둘째, 소비 여력이 위축될 것이다. 물가가 안정되고 취업자가 증가해 실질소득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전세 선호, 가계부채 및 인구고령화에 대한 대비로 현재 소비를 줄이고 미래 소비력을 높이기 위해 저축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건설토목SOC보다는 복지에 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동반성장 및 경제민주화 기조가 확대됨에 따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의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복지 관련 예산을 2013년 약 97조원에서 2017년 약 128조원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납세자들의 조세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기업투자 촉진ㆍ지하경제 양성화 주력 우리 경제는 중성장 시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 산업구조가 탈바꿈 될 때 미래의 먹거리가 마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조선, IT, 자동차 등의 몇 가지 산업에 편중돼 있다. 지식, 기술, 문화, 아이디어에 기반한 신산업들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때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여력이 높아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국민의 조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업소득자와 근로소득자의 세부담률을 평준화 하고, 비성실납세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지하경제 양성화의 체계적 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듯 경제구조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할 때 그 국가, 기업, 그리고 국민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

[이슈&경제] 건설사, 미분양 줄이기 노력 더 필요하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8월 대비 2천232가구가 감소한 3만4천671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9년 9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라고 한다. 많은 언론들이 미분양 가구수가 크게 감소한 것에 주목하고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통계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이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수도권 미분양 3만4천671가구는 8월에 비해 줄었을지는 몰라도 2001년 1월 조사 이후 역대 3번째로 높다. 미분양 낙인 땐 다시 팔기 쉽지않아 경기지역의 경우 심각성은 더 크다. 9월 말 기준 경기도에는 2만5천500가구의 미분양이 남아 있는데 이는 수도권 미분양의 74%, 전국 미분양의 39%에 해당한다. 이 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670가구나 된다. 국토교통부 미분양 집계는 건설사 자율 신고에 맡겨져 있는 탓에 실제 미분양 가구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미분양의 원인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입지다. 거주하기에 불편한 곳은 미분양의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하나는 분양가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수요자들은 청약을 하려 들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미분양 증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분양된 실제 사례를 살펴 보면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올해 경기지역에서 1순위 마감된 단지는 판교 2곳, 위례신도시 2곳, 성남여수지구 1곳, 동탄2신도시 1곳 등 6곳이 전부다. 해당 단지들은 입지가 좋거나 분양가가 저렴해 사람들이 몰린 곳이다. 반면 미달된 곳은 40여 곳이나 된다. 청약 인기지역으로 손꼽혔던 동탄2신도시도 6곳이 포함돼 있다.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분양했거나 분양가가 비싸서 수요자들로부터 외면 받은 곳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미분양의 첫 번째 원인인 입지는 개선이 쉽지 않다. 철도나 도로 등의 기반시설을 들여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것은 국가나 지자체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이다. 굳이 방법을 찾는다면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는 가급적 분양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원인인 분양가는 개선이 가능하다. 다만 건설사가 분양가를 낮추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물론 영리활동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기업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미분양은 좀 다르다고 본다. 미분양이 나면 건설사도 손해다. 우선 미분양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다시 팔기가 쉽지 않다. 수요자들은 해당 단지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쉽게 구입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지출돼야 하고 막대한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분양가를 낮춰서 판매하는 할인분양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지만 제값을 지불하고 분양을 받은 최초 분양자들을 바보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애초에 분양가를 적정하게 책정하는 게 낫다. 애초부터 착한 분양가 책정에 앞장 미분양은 생긴 이후에 줄일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나 지자체도 착한 분양가를 책정해 미분양 감소에 앞장서는 건설사에 공공 발주 공사 입찰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고려해볼 만하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

[이슈&경제] 법인세는 단일세율로 가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단일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법인세를 재벌세금으로 인식하는 우리 풍토에서 국가미래를 위해 용감한 발언을 했다. 법인세 정책은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법인세 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국가미래가 있다. 그러나 우린 법인세를 재벌세금으로 생각한다. 재벌은 경제적 강자이면서 소수인 반면, 대부분 국민은 경제적 약자이지만 다수다. 재벌이 가진 돈 조금 더 뺏는 정책은 경제적 약자인 다수 국민에게 인기정책이다. 경제배분 구조에서 나타난 인간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분열의 정치를 해야 사적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면, 그 합리성을 따지지 않는다.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가미래에 해가 되는 정책도 경쟁적으로 도입하려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법인세=재벌세라는 등식을 깨야 국가미래를 위한 법인세 정책을 펴기 위해선, 우선 법인세=재벌세라는 등식을 깨야 한다. 법인세는 궁극적으로 누가 부담하는가는 재정학에서 60여년 동안 연구돼 온 중요한 연구과제이며, 결론은 단순명료하다. 법인세는 재벌이 부담하는 세금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세금이다. 재벌에 대해 배가 아프면 재벌이 부담하는 소득세를 올리면 된다. 우리의 소득세 부담구조를 보면 최고 상위층 1%가 전체 소득세의 43%를 부담하고 있다. 법인세는 재벌과는 별개의 세금이며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그래서 형평성이 중요한 정책목표인 유럽국가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은 단일세율의 법인세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인세를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보면, 누진구조는 논리에 맞지 않다. 그러나 우린 두단계였던 법인세율 구조를 작년에 세단계로 바꿨다. 잘 나가는 재벌에 대해 더 높은 세금부담을 시킨다는 논리다. 높아진 세금만큼 주주, 종업원, 소비자, 자본가 등에게 전가된다는 경제적 논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정학이란 학문은 세금에 대한 피상적 논리가 아닌, 경제적 의미를 알려주는 학문이다. 한국에선 재정학 전문가들의 논리가 전혀 먹히지 않는다. 법인세는 법인이 부담하는 세금이고, 법인 중에서 강자는 재벌이므로 법인세를 누진구조로 강화하는 것이 옳다는 선동꾼들의 논리가 더 잘 먹힌다. 법인세가 단순히 논리상 진영을 가르는 정책이면 어떤 방향이라도 문제없다. 그러나 법인세는 국가경제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 경제미래가 나빠지기를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법인세를 재벌세로 인식하고 누진구조로 강화하면 할수록 좋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파급되고, 그 틈새에서 정치인들이 선동하고 정치적 이권을 챙기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세계는 경쟁전쟁 중이며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인세는 다른 세목과 달리 국제간 세율인하 경쟁이 치열한 세목이다. 그래서 법인세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우리의 법인세율 정책도 이러한 국제조류를 따랐다. 지난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정책도 재벌에 특혜주기 위함이 아니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부자감세가 아니고 감세해서 국민들이 부자되자는 감세부자가 옳은 표현이다. 법인세 인하는 특혜 아닌 경제회생 심지어 형평을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조차도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일본의 아베정권은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혜택을 줄이고 소비세율을 인상하려 한다. 그러나 법인세율은 오히려 인하하려고 한다. 법인세가 국가경제에 주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해 너무도 편협되고 왜곡돼 있다. 이제 우리도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바꿔야 법인세를 통해 재분배를 달성하려는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이슈&경제] 법안에 발의자의 이름을 붙이자

미국은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Bill)에 발의자의 이름을 붙인다. 이후 이 법안이 통과돼 법률(Act)이 되어도 많은 경우 법안에 붙였던 이름을 따서 그 법안을 부르고 있다. 멀리는 예컨대 1933년에 발효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인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라든가, 가깝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 등이 그 작은 예이다. 이처럼 발의자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워낙 수많은 법안이 발의되기 때문에 쉽게 구분을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발의된 법안의 내용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책임소재 규명의 성격이 있다는 점이다. 실적쌓기용 발의 법안, 통과후 방치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많은 법안들이 발의되지만 그때그때의 정치적상황이나 여론에 편승해 별다른 내용 검토없이 즉흥적으로 발의하고, 그렇게 실적쌓기용으로 발의된 법안을 서로 안면이 있는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밀어주기식으로 통과시킨 후에는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안을 발의할 때도 대표발의자 xxx외 몇 명 등 집단으로 발의해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누구하나 나서서 책임지는 경우가 없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특히나 국민경제나 금융시장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일수록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만일 잘못된 법안이 통과돼 뒷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는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파생상품시장에는 거래세 부과문제가 핫이슈화돼 있다. 파생상품시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투기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등 좋지 못한 이미지로 일반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 여론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별도로 치더라도, 과거부터 파생상품 거래세를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의 내심은 시끄러운 파생상품시장규모를 거래세를 부과해 조금 축소시켜 보자라는 마음이 깔려 있었음이 사실인데, 현정부 들어서는 세입규모를 늘리려는 정부시책과 맞물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정부정책으로 굳어지는 모양새이다. 문제는 파생상품시장이 그렇게 원하는 대로 10% 내지는 20%정도 축소되는 등 마음먹은 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데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일 네이버가 국내포털 독점력이 강해서 약간의 세금, 예컨대 검색당 1원의 세금을 부과해 이를 조절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도 거의 전체 이용자들이 미국 검색엔진인 구글이나 야후로 옮겨가 버릴 것이다. 파생상품시장이 이와 동일한 경우이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절반이상이 싱가포르로 넘어가 버렸고, 그제서야 대만은 거래세율을 내리고 있지만 이미 넘어가버린 시장은 되돌아오기 힘든 현실이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6년간 많은 시행착오 및 비용을 들여가며 애써 키워온 시장이 잘못된 법안의 시행에 의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홍콩 및 싱가포르 등 경쟁국가의 거래소들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이러한 법안의 시행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작년 및 금년도 이런저런 규제책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의 위상은 이미 세계순위상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름 붙이기는 의미있는 정치개혁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면 누구에겐가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에는 지자체주민들이 지자체 예산을 방만히 사용한 전직 지자체 단체장및 공무원, 지자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배상소송의 움직임까지도 일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의원이라고 이러한 책임추궁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들은 법안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기가 꺼려진다면 더 열심히 연구를 하시라. 그 후, 법안의 추진에 대한 확신이 들 때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그 법안을 추진하자. 이것이 비록 작지만 또 하나의 의미있는 정치개혁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이슈&경제] 책스캔과 전자책

지난 주말에 대형서점에 들를 일이 있었다. 책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것을 금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요즘 일부 학생들은 교재를 구입하는 대신에 친구로부터 책을 빌리거나 서점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본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지 파일로 만들고 싶은 책을 우편으로 보내주면 깨끗하게 스캔(scan)하여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보내주는 이른바 책스캔 사업자들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큰 가방에 무거운 교재를 잔뜩 들고 다니던 때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책스캔이 보편화되면 해당 책의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란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책스캔이 도서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말고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 저작권법은 사적 복제라 하여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복제를 허용한다. 불법복제 등 해결, 합리적 환경 조성 이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없다. 만약 자신이 구입한 서적을 대상으로 편하게 보기 위한 목적으로 스스로 스캔하거나 촬영해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옮긴 경우라면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아 저작권법 위반은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만든 파일을 친구에게 전달하거나 인터넷 카페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면 이미 개인적인 이용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므로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책스캔을 대행해주는 사업자는 어떨까? 보호기간이 만료됐거나 저작권자가 어떠한 형태로의 이용도 허락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책스캔을 대행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책스캔은 결국 종이책에 있는 내용을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파일로 다시 만드는 것이므로, 저작권법이 말하는 복제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복제를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책스캔 사업자들은 사적 복제의 적용을 받는 이용자를 대행하는 것뿐이어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사적복제는 이용자가 스스로 복제하는 경우만이다. 최근 일본 법원에서도 용의자 X의 헌신의 저자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와 같은 근거로 책스캔을 대행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처음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책스캔이 우리나라에서도 영업적으로 이뤄질 정도로 성업 중인 이유는 무엇일까? 고속스캐너의 등장,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의 고도화 등 복제 기술의 발전과 함께 태블릿PC,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책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게를 줄일 수 있어서 훨씬 많은 자료를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강의실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커피숍에서도 쉽게 꺼내 볼 수 있다. 메모를 추가할 수도 있고, 참고자료들을 연결시켜 보기도 쉽다. 그런데 사실 스캔된 책보다 이런 기능을 더 잘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합법적으로 제작되어 제공되는 전자책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고 싶은 책이 전자책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면, 이미 구매한 책인데 똑같은 가격으로 전자책을 또 구매해야 한다면 책스캔 영업광고에 눈길이 가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루빨리 전자책 시장 활성화 됐으면 만약 이용이 편리한 전자책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하면 책스캔 영업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불법복제에 대한 우려, 복잡한 저작권 처리, 단말기 간의 호환 등 여러 문제로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 손쉽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돼 더 이상 책스캔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때를 기대해 본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

[이슈&경제] 추락하는 투자, 경제의 엔진 꺼져

투자는 경제의 엔진이다. 투자가 증가하면 고용이 창출되고, 소비가 진작되며, 내수경기가 활성화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국가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2012년 1/4분기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2013년 2/4분기 -4.6%로 연속 5분기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건설투자는 2013년 들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하여, 1/4분기 2.4%, 2/4분기 7.2%로 회복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2010년 2/4분기에서 2012년 4/4분기까지 건설투자가 줄곧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였고, 건설투자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과 건설수주액 증감률은 각각 -12.4%, -42.2%로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침체기엔 경기활성화, 호황기엔 복지정책 기업이 노후설비 대체 및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생산설비 구축 등의 투자가 감소하여 생산능력이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생산성 감소에 이어, 경제의 고용창출력이 떨어져 신규 취업자가 감소하고, 이는 다시 소득 감소 및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초래되고 있다. 더욱이 건설투자, 설비투자, 무형고정투자의 합인 총고정자본형성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하락하여 경제성장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SOC(사회간접자본)는 도로, 항만, 공항, 댐 등 국민경제 전체의 기초로 원활한 운영을 실현시키는 것으로, 국민 후생과 성장잠재력 증대를 위해 생산요소로 활용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SOC 투자는 생산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여, 국민경제의 원활한 흐름을 가능케 하고 성장 잠재력을 증진시킨다. 더욱이, 주요 제조업 투자에 비해 생산유발효과 및 고용유발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SOC 투자는 과거 경제성장의 견인차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 시 고용창출과 유효수요 확대 등 경기대응을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예를 들어, 2008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투자 확대기조의 일환으로 SOC 투자가 대폭 확대된 바 있다. 정부의 재원지출계획에 따르면 총 12개 분야에서 SOC 분야 재원만 축소될 전망이다. 총 재원지출은 2012년 325조원에서 2016년 390조원으로 연평균 약 4.6%로 증가할 것이다. 보건복지고용 부문은 같은 기간 연평균 5.1%, 교육 부문은 7.1%, R&D 부문은 5.0%, 외교통일 부문은 5.9%로 재정지출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SOC 부문은 2012년 23조1천억원에서 2016년 22조7천억원으로 연평균 -0.5%의 증감률로 재원 지출을 축소할 계획이다. 우리 경제의 SOC 투자는 2010년 이후 감소하여 2012년 -10.5%의 최저수준 증감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SOC 투자가 약 95% 정부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바, 향후 SOC 재원지출 축소로 극심한 과소투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 엔진, 더 강하게 가동시켜야 사회복지와 교육 등에 대한 정부지출은 경기침체기에 실질 GDP 성장을 견인하는데 효율성이 낮다. 반면, SOC에 대한 지출은 정부지출 15개 분야 중에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 가장 효율성이 높은 분야이다. 경기침체기에는 경기활성화 정책이, 경기호황기에는 사회복지 정책이 적합하다. 파이가 작을 때는 그것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신경을 쓰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크게 만들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파이를 크게 만든 다음 그것을 균등하게 분배하는데 힘을 쓸 필요가 있다. 어떤 정책이든 그 상황에 맞는 것이 있다. 지금은 파이를 키워야 할 때이다. 우리 경제의 엔진을 더욱 강하게 가동시켜야 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슈&경제] 부동산법안 처리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대책인 4ㆍ1대책이 발표된 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전월세 안정대책인 8ㆍ28대책도 발표 후 어느새 한 달이 됐다. 하지만 국회는 아직도 정기국회 세부의사 일정조차 정하지 못했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은 하나둘이 아니다. 주택법(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용, 주택바우처 도입), 소득세법(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장기모기지 이자소득공제 확대, 월세소득공제 확대), 지방세법(취득세율 인하), 조세특례제한법(매입임대사업자 세제지원 확대), 개발이익환수법(개발부담금 한시 감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조합원에게 2주택 공급 허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처방시기 놓치고 사후 약방문식 대처 이렇게 많은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리가 없다. 당장 집을 살 의사가 있는 실수요자들조차 취득세율이 언제 인하될지 몰라 거래를 망설이고 있다. 1기신도시 대부분이 영향을 받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안은 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상태다. 전월세 안정에 필요한 민간임대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매입임대사업자 세제지원 확대가 필요한데 다주택자에 대한 수혜로만 생각하는 야당의 협조가 잘 이뤄질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주택바우처 도입, 장기모기지 이자소득공제 확대, 월세소득공제 확대 등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법안이라도 빨리 통과되면 좋으련만 이것조차도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불통(不通) 국회 때문에 한쪽에서는 하우스푸어가 신음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세난민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제때에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니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좋은 대책이 될 수가 없다. 이 같은 양상이 반복되면서 정책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으며, 대책 발표 이후 수개월이 지나 겨우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매번 처방 시기를 놓치고 사후 약방문식 대처로 일관하고 있으니 결국 그 고통이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고 있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부동산 관련 법안이 국민들의 생활에 직결된 필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접근해결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손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외치는 민생(民生)의 뜻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밝힌 국회의원 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18억7천만 원(재산이 500억 원 이상인 국회의원 4명 제외 후 산정)이라고 한다. 국회의원 중 절반 이상은 1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지역에 번듯한 집 한 채 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은행에 넣어둔 돈만으로도 저절로 재산이 늘어나는 처지일 것인데 매번 오르는 전월세 때문에, 떨어지는 집값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서민들의 삶을 공감할 수 있을까. 고통ㆍ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정쟁(政爭)으로 벌써 정기국회 일정 중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대책이라는 것은 적절한 시기에 실행되지 못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일부 법안은 공포 후 바로 시행되지 않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빠른 법안 처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늦어도 너무 늦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

[이슈&경제] ‘세금폭탄’ 아닌 ‘세금가격’ 논리로 풀어야

올해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자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세금폭탄이라는 한마디 용어로 개정안이 평가절하되고, 대통령이 수정을 지시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많은 내용들이 포함돼 있지만, 소득세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소득세 부담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인상도 중산층 이상에만 적용되고, 규모도 연 16만원 수준이다. 오히려 개정안에서 가장 부담이 높아지는 세목은 법인세였으나, 이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무상복지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무상복지의 혜택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지급된다. 영유아를 가진 가구는 연간 300만원 이상의 무상보육 혜택을, 자녀를 가진 가구는 무상급식 혜택을 본다. 무상복지를 실행하기 위해선 세금인상이 필연적이다. 세금정책, 우리 미래위한 중요 사안 이 정도의 혜택을 고려할 때, 중산층 정도면 연간 16만원 부담은 어쩌면 당연한 정책방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식구조엔 무상복지는 당연한 것이고, 세부담 인상은 절대 불가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야당에선 이 정도의 세금인상을 세금폭탄으로 단순 명료하게 비판했고, 여론몰이에 성공했다. 세금폭탄이란 용어는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현재 여당이 야당일 때 사용한 정치용어였다. 지금 세금폭탄이란 용어는 여야 할 것 없이 세금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정책의 합리성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 여론몰이를 할 때 내세우는 언어무기가 됐다. 정치권에선 정치적 지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올바른 정책방향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보다 감성적 언어를 통한 세몰이로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 정치권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또 다른 세금관련 감성적 용어인 부자감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부자감세는 부자에게만 감세해 준다는 의미로, 진위를 떠나서 국민들의 감성적 쏠림을 자극하는 용어다. 정치권은 세금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유도할 책임이 있지만, 실제론 세금정책을 통해 정치적 지지를 선점하려는 경쟁을 한다. 그 결과 우리 정치권에선 세금정책을 평가하는데 두 가지 정치적 용어만 남게 됐다. 세금폭탄과 부자감세가 그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이 용어를 적당한 시점에 사용해서 정치적 지지를 두고 경쟁한다. 우리의 세금정책 결정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진지하게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는 정치과정은 전혀 볼 수 없다. 세금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이 아닌, 정치적 과정에 의해 이뤄진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될 때 마다 정치권에서 세금폭탄이나 부자감세란 용어로 국민들을 감성적으로 선동하게 되면 절대 합리적인 세금정책을 펼 수 없다. 세금정책의 방향은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무상복지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세금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우리 자식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이것이 재정건전성 문제이고, 그리스 이태리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에서 세금과 정부혜택 간 균형이 깨져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치권에서 세금정책을 논할 때 감성적 용어보다 세금가격이란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세금은 공공서비스의 댓가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세청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문귀가 걸려있다. 세금은 문명 혜택에 대한 댓가다 무상복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댓가가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보여준 일부계층에 대한 세부담 인상이었다. 세금폭탄 용어로 국민 선동 안돼 국민들이 세금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전에는 세금가격 논리가 세금폭탄 논리를 이길 수 없다. 이제라도 국민들에 대한 세금가격 논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어차피 정치권은 국민들의 인식방향에 편승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자발적 정화를 기대하기 보단 국민들 인식의 전환에 기대하는 것이 낫다. 세금정책 평가에 세금폭탄이 아닌 세금가격 논리가 주된 개념이 돼야 한국에 미래가 있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이슈&경제] 재벌회장의 구속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 들어서도 재벌그룹 총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검찰수사 결과 재벌총수들이 구속되고, 시간이 좀더 지나면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이익단체들은 오너경영의 공백 등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하는 패턴을 반복하곤 한다. 그렇다면 과연 재벌총수의 구속이 재벌그룹 경영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는 것인가? 회사의 온갖 미래정보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는 주식시장에 투영되는 주가의 움직임을 보면,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이익단체들의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오너가 구속된 재벌그룹들, 예컨대 태광, 한화, SK, 그리고 최근의 CJ그룹을 통털어 보아도, 재벌오너들의 구속은 그룹주력사들의 주가에 일시적인 영향만을 미쳤을 뿐, 이후의 움직임은 오너쉽의 공백과는 무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 경영, 집단의사 구조 이러한 현상은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재벌그룹의 경우 재벌총수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경영이 그만큼 안정화되어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의 경우, CEO가 누구냐에 따라 기업은 흥망성쇠가 좌우가 되며, 따라서 천문학적인 거금을 주고서라도 CEO를 모셔오는 등의 기업문화를 보면 그 방증이 된다. 최근 스티브 잡스라는 뛰어난 CEO를 잃은 애플의 경우, 주가는 최고치인 주당 700달러에서 30%가량이나 폭락해 있는 상태이며, 추가적인 위상하락도 예상되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 이러한 현상을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현상으로 치부하고 말것인가? 한국의 경우,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이 아닌 하드웨어 중심적 사업을 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으나,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대기업 경영이 총수 일인에 의지하기보다는 대기업이란 거대조직을 떠받치는 무수히 많은 인력들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의사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대기업 중심의 기업문화는 바람직한 것인가? 적어도 신정부의 창조경제란 키워드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비춰진다. 누가 CEO가 되든, CEO가 있건 없건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뛰어난 개인적 역량을 가진 사람이 대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로서 자리매김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말로도 풀이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로 창업해 재계 서열 30위권으로 입성한 입지전적 인물의 창업신화가 미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기업문화는 마크 주크버그같은 창조적 인력들에게 페이스북 같은 기업 창업을 통한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가? 창조경제 시대 대대적 수술 필요 최근 재벌회장들의 구속과 관련된 주식시장의 반응을 보면, 부정적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늦게나마 S급 소프트웨어 인력의 확충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답답한 기업풍토의 존재를 간접시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업풍토는 아직까지 한계(Marginal) 개념이 아닌 평균(Average) 개념수준을 맴돌고 있으며, 따라서 신정부의 창조경제를 착근하기엔 인식의 전환 등 기업풍토 전반에 걸친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이슈&경제] 여성은 ‘비실무일(非失無日)’이다

최근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적 차별이 사라지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는 제2, 제3의 신사임당이 기업을 이끌고, 국가를 이끌고 있다. 여성의 능력은 상승했으나 우리 경제는 이들에게 그에 준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고학력 여성이 비경제활동인구가 되고 있고, 경제활동인구도 실업자가 되고 있다. 그마저 일하는 여성은 고용여건이 가장 열악한 무급가족종사자나 일용근로자의 형태로 고용시장에 편입돼 있다. 2013년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는 300만명을 초과하며 사상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고학력자가 20% 수준에 달하게 됐다. 높은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급 인력이 국가경제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총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중 74%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유휴노동력 현상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여성 실업률 OECD 국가 중 최하위 특히, 여성은 가사와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심각해 20대 후반까지 고용률이 상승하다가 30대에 급격히 하락하고, 40대 후반에 다시 고용률이 상승하는 M 커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을 고용시장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육아시설을 확충하고, 여성의 근로유인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여성고용률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여성들이 경력단절되지 않도록, 공공육아시설, 육아휴직제, 유연근무제 등의 안전망이 확충돼 있다. 육아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가 해소된다면 높은 잠재능력을 보유한 여성인력이 국가 생산성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여성이 실업자가 되고 있다. 여성의 대부분이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돼 실업률은 남성에 비해 낮다. 그러나 남성의 실업률은 2007년 3.7%에서 2012년 3.4%로 감소한 반면, 여성의 실업률은 2.6%에서 3.0%로 증가해 왔다. OECD 평균 여성 민간고용 비중이 44.8%이다. 미국은 46.9%, 독일은 46.3%, 호주는 45.5%에 달한다. 한국은 41.6%에 불과하여, OECD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여성이 주로 비정규직으로 종사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장기간 근로할 수 없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고용노동시장에는 남녀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여성 실업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성 친화적 고용제도가 사회전반에 확대될 필요가 있다. 여성 중심 일자리에 해당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충하고,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하겠다. 취업여성은 질 낮은 일자리에 편중되어 있다. 자영업체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가사와 일을 겸하는 형태의 무급가족종사자 중 86.5%가 여성이다.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고 있을 뿐, 여성이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급 여성 인력이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것은 매우 큰 사회적 낭비이다. 더욱이 여성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 비중이 남성 보다 월등히 높아 저소득, 불안정성, 낮은 지휘의 3대 고충을 겪고 있다. 여성 임금근로자들이 이러한 질 낮은 일자리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평균 임금 수준도 남성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여성으로 하여금 근로동기를 떨어뜨리고, 능력 있는 여성을 취약계층으로 전락시키게 된다. 일ㆍ양육 병행하는 고용구조 조성을 특히, 30대 경력단절을 겪은 40~50대 여성에게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밖에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 중심의 일용근로직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동법에 규정되어 있는 최소한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보장해 여성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여성이 활동할 무대가 제공되고,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고용구조를 건설해야 한다. 여성은 출산을 하는 국모(國母)이자 국가경제를 이끌고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국부(國富)임을 기억해야 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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