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2019년 이순신

왜(倭)가 쳐들어왔다. 육군 정규 병력만 15만8천700명이다. 해전에 대비한 수군이 9천명이다. 후방 경비를 맡을 병력도 1만2천명이다. 대략 20만명에 달한다. 1592년 4월14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 그들이 나타났다. 선발대 병선 700척이 바다를 덮었다. 임진왜란의 시작이었다. 정발(鄭撥ㆍ부산진 첨사), 송상현(宋象賢ㆍ동래부 부사)이 전사했다. 왜군을 막을 장수는 아무도 없었다. 5월2일 고니시의 부대가 서울에 진입했다. ▶도륙과 약탈이 강토를 휩쓸었다. 백성의 참혹함이 역사로 기록돼 있다. 부자가 서로 잡아먹고 부부가 서로 잡아먹었다. 뼈다귀를 길에 내버렸다(징비록). 굶어 죽은 송장이 길에 널렸다. 한 사람이 쓰러지면 백성들이 덤벼들어 그 살을 뜯어 먹었다(난중잡록). 명나라 군사들이 술 취해서 먹은 것을 토하면 주린 백성들이 달려들어 머리를 틀어박고 빨아 먹었다. 힘이 없는 자는 달려들지 못하고 뒷전에서 울었다(난중잡록). ▶굶주리고 있기는 수군도 마찬가지였다. 이순신이 임금에 올린 장계와 일기에 실상을 적어놓고 있다. 경상우도의 여러 고을은 군량이 이미 바닥났습니다. 군사를 모집해온들 무엇으로 먹이겠습니까. 답답하고 또 답답합니다(1593년 11월17일ㆍ장계). 영남의 여러 배에서 격군과 사부들이 거의 굶어 죽게 되었다. 참혹하여 들을 수가 없다(1594년 1월19일ㆍ난중일기). 하지만, 그는 싸웠다. 배를 만들고 작전을 세웠다. ▶그가 희망이었다. 나 홀로 연승이었다. 고니시 부대가 서울에 입성한 직후 첫 승전보를 올렸다. 1592년 5월4일에서 8일에 걸친 해전이었다. 이순신 함대는 이 격전에서 적선 37척을 파괴하고 이겼다. 이후 정유재란에 이르는 7년간 이순신은 모두 이겼다. 그 기간 격파한 왜 수군 함선이 1천163척이다. 사망한 왜 수군은 4만9천~11만명으로 추정된다. 우리 쪽 피해는 함선 격파 0척, 사망자 52명이다. ▶임금은 서울을 버렸다. 그 임금을 백성이 버렸다. 백성에게 희망은 이순신이었다. 불안해진 백성들이 수영으로 나를 찾아왔다. 또 백성을 버리고 떠날 작정인지, 백성들은 울면서 물었다. 백성들은 수영 마당을 이마로 찧으며 통곡했다. 나는 숙사 툇마루에 걸터앉아 우는 백성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소설 칼의 노래 중에서). 마지막 노량해전을 위해 고금도 덕동수영을 떠날 때 백성들의 모습이다. ▶일본이 쳐들어왔다. 이번엔 경제다. 반도체를 죽여 우리를 도륙 내겠다고 덤빈다. 또 한 번의 이순신이 필요해졌다. 적진에 침투할 이순신, 23번 싸워 23번 이길 이순신이 필요해졌다. 그런데 없다. 대신 온통 구호뿐이다. 경쟁력 높이겠다는-언제 될지 모르는-구호, 강경 대응하겠다-국내 언론에만 보도되는-는 구호뿐이다. 말장난만 하던 420년 전 조정(朝廷)이 생각난다. 그 조정은 결국 신주(神主) 싸들고 의주로 내뺐었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인권사각 결혼이주여성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두 살배기 아들 앞에서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공개된 영상에는 남성이 여성의 빰과 머리, 옆구리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어린 아이가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우는데도 남성은 아랑곳 않고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피해 여성은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폭행 당하는 영상은 베트남 피해 여성이 찍은 것으로 지인에 의해 페이스북에 공개돼 급속도로 퍼졌다. 지인은 게시물에 베트남어로 한국 정말 미쳤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측은 폭력성이 심해 영상을 삭제했지만, 누리꾼들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영상을 퍼나르며 논란이 커졌다.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의 인권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경남 양산에서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이 집에서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살해된 사건도 있다. 이 여성은 한국에서 7년 동안 살았지만 철저히 고립됐었다. 시신을 고향 필리핀으로 운구할 돈도 모자라 지자체가 성금을 모아 가까스로 고향에서 장례를 치렀다. 건강한 여성을 한국으로 시집 보냈는데 7년 만에 시신으로 돌아오니 가족들은 얼마나 비통해하며 울분을 토했을까.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 흉기 협박, 성적 학대를 당하는가 하면 욕설 등 심리언어적 폭행을 겪고 있다. 2007년부터 약 10년간 국내에서 폭행 등으로 숨진 결혼이주여성이 19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가해자는 대부분 남편이었다. 때리지 마세요가 결혼이주여성들의 일상어, 필수어가 됐다고 하는데 참담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들의 폭력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시댁에서 여권을 압수해 꼼짝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정책이 있기는 하다. 상담 전화를 개설하고, 폭력을 당하거나 갈 곳 없는 여성을 위해 쉼터도 운영한다. 외국인 신부를 맞는 남성에게 문화 다양성, 인권, 가정폭력 방지 교육도 한다. 그러나 이런 지원 방안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여성들이 많다. 안다 해도 외부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은 매년 전체 혼인의 7~11%를 차지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외국인 노동력은 더 늘어나고 국제결혼 증가로 결혼이주여성도 더 많아질 것이다. 외국인 이주자와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우리 사회 주요 구성원이다. 이들을 보듬고 함께 가야한다. 당연히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공무원 반바지 출근

경기도 민관협치과의 구자필 주무관(48)이 지난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서다. 경기도가 여름철 공무원 복장 간소화 방안의 하나로 7,8월 두 달 동안 자율적으로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는데, 구 주무관이 경기도청 1호 반바지 공무원이었던 것이다. 그는 체크무늬 셔츠에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입었다. 여기에 맞춰 목이 긴 양말 대신 발목 양말을 신었고, 구두 대신 편안한 운동화를 신어 반바지 패션을 완성했다. 구 주무관은 반바지 착용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들 시선이 불편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조직의 보수성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변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근무 중간에 광주시청 출장을 갈 때는 긴바지로 갈아입었다. 출장이나 대민 업무를 고려해 여건에 맞춰 적절하게 반바지 착용 여부를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공무원들의 반바지 출근이 화제다. 2012년 서울시에서 처음 시작한 공무원 반바지 근무가 지난해 수원시에 이어 이달부터 경기도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경남 창원시도 7~8월 매주 수요일을 프리 패션 데이(Free Fashion Day)로 정해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3일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걸어서 출근했다. 수원시는 적극적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해 시장부터 반바지를 입겠다며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공식행사에도 참석했는데 올해는 더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는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나서 내부 공직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8일 수원시청 1층 로비에서는 반바지 혁신을 주도한 수원,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도 개최한다. 하지만 공무원 반바지 출근을 모두 찬성하는 건 아니다. 품위와 실용 사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반바지 허용은 에너지 절약, 업무 능률 향상이 명분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 사이에선 불쾌하다 지저분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공직 내부에서도 반바지는 지나치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착용을 망설이고 있다. 8년째 시행 중인 서울시에서도 반바지 근무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반바지를 허용하는 자치단체의 복무 규정은 권장 사항이다. 입을 사람만 입으면 되고, 입게 될 경우 단정하게 해야 하는 것은 기본 예의다. TPO(시간ㆍ장소ㆍ상황)가 중요하다. 윗 사람 눈치 볼 것도 없고, 강요할 것도 아니고, 입는 사람을 나무랄 것도 없다. 정답이 없기에 반바지 착용을 두고 열 낼 일은 아니다. 그렇잖아도 기운 없고 더운 여름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검찰의 시계가 멈췄다

어느날 친한 검사와 밥을 먹다 얘깃거리가 떨어지자 툭하고 습관처럼 물었다. 요샌 뭐 주시하는 거 없습니까? 그러자 1초의 주저함 없이 그의 입에서 답이 나온다. 인지수사 안 하는 시기 잖아요. 가볍게 시간이나 채우자고 던진 질문에 순간 무거운 돌덩이가 얹힌 듯 가슴이 갑갑해졌다. 인지(認知). 오랜만에 국어 사전을 펼쳐 찾아보니 어떤 사실을 인정하여 앎이라는 말 뜻이 나온다. 인지수사는 검찰이 직접 어떤 범죄의 단서를 찾고 수사를 시작하는 일이다. 아니 그럼 지금 검찰은 뭘하고 있습니까? 묻자 일단 8일만 보고 있지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8일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는 날이다.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검찰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설 것이다. 누군가는 용퇴라는 문화로 옷을 벗을 것이고, 또 여기 저기 다른 청으로 옮겨가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수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게 청사 안 분위기란다. 어차피 옮겨갈지도 모를 일인데 괜히 끝맺을 수 없는 일에 시간을 쏟지 않겠다는 얘기다. 일면 이해가 되면서도 어쩐지 뒷맛이 씁쓸했다. 검찰 인사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결국 그들의 직장생활에 불과하다. 어느 공무원의 인사 이동이 국민 인권보다 우선할 순 없을 것이다. 비단 올해 만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검찰을 출입한 몇 년동안 인사철만 되면 같은 분위기가 반복했다. 수사권 조정안에 목소리를 높이며 직접 수사와 수사 지휘를 수호하려는 검찰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윤석열 후보자는 검찰에서도 알아주는 특수통이다. 바꿔말하면 직접 수사의 달인이기도 하다. 또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직접 수사 옹호론을 펼치는 인물로 알려져있다. 그런 그의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 조직이 변화를 걱정하며 수사에 손을 놓는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며 그랬다. 검찰이 수사를 안 해주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우리도 인사이동하면 펜 좀 놓아도 되는 건가? 순간 발갛게 달아올라 쑥쓰러워 하는 그를 보니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보였다. 김경희 인천본사 차장

[지지대] kt wiz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

요즘 프로야구 막내구단 kt wiz 팬들은 행복감과 함께 높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군 데뷔 다섯 시즌 만에 중위권에 올라 가을야구를 기대케 하기 때문이다. 2013년 10번째 프로야구단으로 창단돼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한 kt는 3년 동안 최하위에 머문 뒤 지난해 겨우 탈꼴찌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기존 팀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로 인해 두 차례 감독이 바뀌었고, 지난 시즌 후 이강철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지만 시즌 초반 성적은 앞선 4년에 비해 더 나아진 것이 없었다. ▶시범경기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데 이어 3월23일 정규시즌 개막 후 5연패를 기록하고, 4월에도 5연패ㆍ8연패를 한 차례씩 기록하는 등 3ㆍ4월 성적이 10승 22패로 패배가 승리보다 배이상 많았다. 예년의 경우 시즌 초반 선전을 펼치다가 5월이후 내리막길을 탔던 것과는 달리 출발부터 부진이 이어지자 팬들의 우려와 실망감은 높아졌고, 이는 홈경기 입장객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홈경기에서의 승률이 높아진 kt에 5월 들어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롯데와 키움을 상대로 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면서 반등을 시작한 뒤 셋째주 4승 1패, 넷째주 3승 3패, 마지막 주와 6월 첫 주로 이어진 6연전 3승 3패로 꾸준히 5할 승률 이상을 거뒀다. 6주 연속 5할 승률 이상을 거두는 등 상승세를 타 정규리그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창단 5시즌 만에 첫 6월 6위로 올라섰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일시적인 돌풍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kt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마침내 창단 첫 6연승을 거두며 5위 NC와의 격차를 사정권 내로 좁혔다. 이에 kt 팬들은 와일드카드가 주어지는 5위에 올라 첫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희망을 키우게 됐다. ▶이는 이강철 감독의 철저한 분석과 준비에 따른 안정된 마운드 운용, 부상ㆍ슬럼프 선수를 대체해 즉시 가동되는 플랜B 활용 등의 지략에 따른 결과다. 더불어 불혹을 앞둔 주장 유한준을 비롯한 고참들의 분전에 젊은 선수들이 자극을 받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그러나 성적이 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프로 스포츠에서 kt의 선전은 연고지 팬들에게 기쁨과 행복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가을 야구를 기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SKC 수원공장 지도 증발?

SKC 수원화학공장이 지도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맵 스카이뷰에서 공장 전경이 사라졌다. 4만평이 넘는 공장이 실제로는 존재한다. 카카오맵 스카이뷰에서만 사라졌다. 스카이뷰는 항공 촬영된 지상 사진이다.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게 맞다. 그런데 공장 사진이 사라졌다. 대신 실제론 없는 숲이 등장했다. 다른 정보망인 네이버맵에는 여전히 공장 전경이 있다. 최근 들어 인근 주민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보안을 위한 블라인드 처리일까. 국가공간정보기본법에 의하면 가능하다. 이 법에 의해 보안처리되는 시설은 있다. 대표적인 시설이 청와대다. 항공 촬영 부분이 모두 숲으로 표시돼 있다. 군ㆍ교정시설 등도 해당한다. 수원구치소의 위성 지도 속 모습도 숲이다. SKC 수원공장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에 의해 감춰질 대상이 아닌 것이다. SKC 진천공장, SKC 울산공장은 지금도 실사(實寫)로 표시돼 있다. 지도 수정의 목표가 개인 또는 기업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추론이 나돈다. ▶아파트 분양을 위한 작업설도 있다. 공장 동쪽으로 2천700여 세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쪽으로는 4천300세대가 들어설 도시개발이 추진 중이다. 수요자들에게는 인접한 공장 시설이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공장 전경을 지우는 작업을 한 이유라는 추론이다. 아파트를 분양해야 할 기업의 작업일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주위 환경은 아파트 구매의 중요 조건이다. 공신력이 있어야 할 지도가 이걸 감춰줬다. 사실이면 사술(詐術)이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추측은 민원 무마용 삭제 시도다. 공장 주변에는 대규모 아파트 지역이 있다. 주민들이 공장 철수를 끝없이 주장한다. 대기 오염, 소음 공해 보상도 요구한다. 공장과 주민 간의 공방이 법정으로까지 넘어가 있다. 일부 주민들이 지도 실종(?)의 배후로 SKC를 지목했다. 민원을 무마하기 위해 SKC가 카카오 측에 로비를 해서 없앤 것이다. 입주민 카페에 등장하는 추론이다. ▶확인 결과, 사달은 국토지리정보원이었다. 지난해 지도 교체 작업을 했다. 이때 SKC 수원공장 전경을 지웠다. 항공촬영 업체가 다른 곳을 지워야 했는데 실수로 수원 공장을 지웠다는 게 정보원 측 설명이다. 뜻하지 않은 혜택(?)을 본 SKC, 안 그래도 불편한 주민들에게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익을 위해 지도까지 바꾼 부도덕한 기업처럼 몰렸다. 뒤늦게나마 오해가 풀렸으니 다행인데. 그 지도가 지금도 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자료로 쓰인다. 시작은 해프닝이었다고 말한다지만, 계속되는 피해는 어떻게 설명할지 김종구 주필

[지지대] SNS 학교폭력

지난해 9월3일 충북 제천에서 개학을 하루 앞둔 여고생이 투신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투신 원인이 사이버불링으로 밝혀졌다. 여고생의 유족은 방학기간 친구와 다툼을 벌인 뒤 개학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듣고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은 스마트폰ㆍ컴퓨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욕, 비방, 따돌림, 협박 같은 괴롭힘이다. 가상공간을 뜻하는 Cyber와 약자를 괴롭힌다는 뜻의 Bullying이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끈질기게 이어진다. 스마트폰이 일반화 되면서, 특히 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학교폭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이버불링은 SNS, 카카오톡,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이용해 사이버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형태로 나타난다. 단체 채팅방에 피해 대상을 초대 후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떼카, 단체방에 피해 대상을 초대 후 한꺼번에 모두 퇴장하는 방폭, 단체방에서 욕설 따위를 퍼부어 방을 나가게 되면 다시 초대해서 괴롭히는 메신저(카톡) 감옥 등이 대표적이다. 친구의 데이터를 빼앗아 쓰는 와이파이(Wifi) 셔틀, 기프티콘 결제를 강요하는 기프티콘이모티콘 셔틀, 스마트폰의 핫스팟을 켜도록 한 뒤 한꺼번에 접속해 데이터를 빨리 소진하게 만드는 데이터 셔틀 같은 괴롭힘도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399만 명(초등 4학년~고교 3학년)의 학생 중 약 5만 명(1.3%)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중 언어폭력이 3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집단따돌림(17.2%), 스토킹(11.8%), 사이버 괴롭힘(10.8%), 신체폭행(10%) 순이었다. 사이버불링은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피해자도 늘고 있다. 사이버불링의 큰 문제는 가해학생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부 조사에서도 가해 학생의 20.5%가 장난이었다고 답했다. 마음에 안 든다(13.9%)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10.6%)라는 응답도 많았다. 가해 행위에 죄의식을 못 느끼면 폭력이 반복되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쉽게 전파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사이버불링은 은밀한 공간에서 벌어지다 보니 피해 사실을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피해 학생들은 더 괴롭힘 당할까봐 소문이 날까봐 주변에 얘기를 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여겨 보면 여러 징후가 나타나므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사이버불링도 엄연한 폭력이다. 허술한 법망과 느슨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구독경제시대

구독하면,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신문과 잡지를 떠올린다. 한 달 또는 일 년에 한번 비용을 지불하고 정기간행물을 받아봤다. 이를 정기구독이라 했다. 우유도 요즘식으로 말하면 구독하는 이가 많았다.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구독이 새로운 경제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구독 서비스가 화장품, 꽃, 커피, 반찬, 면도기, 미술작품, 병원 등의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다. 자동차도 구독하고, 에어컨도 구독한다. 이젠 물건을 사서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면서 효용을 높인다. 이를 구독경제라고 한다. 구독경제는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동영상이나 음악 제공 업체에서 주로 활용하는 전략이라 넷플릭스 모델이라고도 한다. 월 9.99달러에 뉴욕 맨해튼의 수백 개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씩 마실 수 있도록 한 스타트업 후치는 2017년 200만달러(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에선 월 3천엔(3만원)에 술을 무제한 제공하는 술집이 성업 중이다. 우리나라도 구독경제 열풍이 거세다. 직장인인 싱글 남자 후배는 위클리셔츠에서 매주 3~5개의 와이셔츠를 배송 받는다. 빨지않고 입기만 하면 되니 편하고, 색깔도 다양해 기분전환이 된다고 한다. 그는 매주 호텔식 수건 10장을 받는 노블메이드도 구독한다. 일주일에 한번 콜드브루 커피를 구독하는 사람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생리대를 구독하는 여성도 있다. 편의점에도 구독경제가 등장했다. GS25가 7월 한달 카페25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10잔~30잔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아아 30잔이 2만5천원으로, 한 잔에 1천700원 판매와 비교하면 최대 51% 할인(한잔 당 834원 꼴)된 값이다. 스웨덴 자동차 볼보는 요즘 차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Car)를 광고한다. 이른바 볼보 케어(Care by Volvo)로 지난해 10월 독일에 이어 미국에도 상륙했다. 구독자는 2년간 매월 700~850달러를 내면 SUV XC40이나 세단 S60을 비롯한 4개 차종을 골라 탈 수 있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스펙트럼 상품을 내놨다. G70G80G80스포츠를 월 149만원에 매달 2회씩 교체해 탈 수 있다. 정기구독 서비스가 의식주 전 영역에 침투했다. 소비자는 주기별로 사용 품목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공급자는 안정적인 수요를 챙길 수 있어 윈윈이다. 구독경제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계속 확산 추세다. 제러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에서 예측했듯 소유의 시대를 넘어 접속과 이용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거리로 나선 집배원들

요즘 세대에 익숙지 않겠지만, 편지가 무시로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통신수단이 발달되지 않아 편지만이 유일한 외부의 소식을 전해주던 그 시절, 집배원은 한없이 반가운 존재였다. 전하고 싶은 말들을 여러 번 곱씹어 편지를 쓰던 정성과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은 사람의 마음마저 꼭꼭 눌러 담은 집배원의 행랑은 크고 무거웠다. 집배원들은 자전거를 타고 눈 감고도 훤히 아는 동네를 구석구석 돌며 편지를 전하고,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오는 편지는 잠시 시간을 내 소리 내어 읽어주기도 했다. 집배원들은 단지 소식만을 전한 것이 아니다. 각종 공과금을 대신 내주고, 돈을 찾고 송금하는 일, 각종 민원서류 발급을 대행해주는 이동민원실 역할도 했다. 시골에서 근무하는 집배원들은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종자, 약품 구입 등 자질구레한 심부름과 말벗도 해드려 마을 사람들은 우편물이 없어도 집배원을 기다렸다. 이처럼 삶의 애환과 훈훈한 정감을 전해주던 집배원들이 거리로 나섰다. 집배원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따스하지만, 현실 속 집배원들의 삶은 차갑고 고단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배달가방을 짊어지고 길 위로 나서다 보면 교통사고로, 때론 수마(水魔)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한다. 우편물과 택배 물량이 홍수를 이루면서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과로사까지 잇따르고 있다. 집배원의 하루는 고단하기만 하다. 배달 시작 전 사전 분류 작업을 위해 오전 7시 30분 출근하고, 배달을 마친 뒤에도 다음 날 배달 준비를 하느라 오후 7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등 평균 11시간 넘게 일하기 일쑤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그림의 떡이다. 또 고객과 전화통화가 안 되면 통화가 될 때까지 며칠 동안 무거운 택배를 계속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러다 보니 집배원들은 다리와 어깨 질환을 달고 살아간다. 고단한 하루를 견디다 못한 집배원들이 살려달라며 거리로 나섰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배달가방을 짊어지고 우리 곁으로 찾아오던 집배원들이 이제는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의 말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울부짖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파란눈의 소록도 두 할매

평생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군자로 쉽지 않을 것이다. 천사만이 할 수 있는 듯하다. 오늘 아침 북수원 지지대 마치 사색길이 천사 같다. 수원에서 400여㎞, 전남도 녹동항을 찾아가면 소록도(小鹿島)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는 곳이다. 지금은 소록대교를 통해 차편으로 오갈 수 있는 쉬운 길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녹동항에서 철선을 타고 가야 했던 짧지만 먼 바닷길이었다. 소록도는 섬 모양이 작은 사슴을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그런 서정적 이미지와는 달리, 슬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센인들을 세상에서 격리해온 민족의 아픈 현장이다. 지난 1917년부터 한센병 환자를 수용하면서 1941년에는 무려 그 수가 6천 명에 달했다 한다. 소록도에는 한평생을 가족 이상 한센인들과 소통해온 두 외국인 간호사의 이야기가 있다. 최근 노벨상 추천 100만인 서명운동의 주인공인 마리안느&마가렛이다. 1960년대, 20대 꽃다운 나이에 소록도를 찾아 40년 이상 한센인들과 동고동락해 온 여인들이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한센인들에게 할매로 불리웠다. 환자들에게 부모, 친구 이상이었다. 심지어 환자들의 만류에도 불구,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헌신적 치료 활동을 했다. 이국에서 스스로 택한 아무 조건없는 봉사였다. 그들은 세월이 흘러 자신들의 힘이 다하자 편지 두 장만을 남긴 채 홀연히 소록도를 떠났다. 평생 돌봐주는 자신들이 이제는 돌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무게감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국인 오스트리아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현재 대장암과 치매로 투병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전남은 이들 소록도 천사를 위한 작은 실천을 추진하고 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백만인 서명운동이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인 2020년 노벨상에 추천하기 위해서다. 현재 100만인 서명을 목적에 두고 있다. 소록도 천사는 전남도만의 일이 아닐듯하다. 우리 모두의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다. 100만 서명을 넘어 1천만인 서명이 돼야 한다. 소록도 천사는 바로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이재명호의 참여도 기대해 본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숙취 단속과 식당 걱정

경찰 조사를 중심으로 구성하면 이렇다. 박한이(40ㆍ삼성 라이온스)가 지난달 26일 저녁 술을 마셨다. 지인들과의 늦은 저녁 자리였다. 다음 날은 경기가 없는 야구 공휴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자녀를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줬다. 돌아오던 길에 접촉 사고가 났다. 경찰이 음주 측정을 했고 혈중 알코올농도 0.065%였다.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수치다. 박한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은퇴했다. ▶키 182㎝에 몸무게 91㎏다. 평생 운동으로 다져졌을 몸이다. 리처드 위드마크(스웨덴)가 고안한 혈중알코올농도 계산법이 있다. 소주 한 병에 들어 있는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나온다. 체중 70㎏인 성인 남성은 4시간 6분 걸린다. 60㎏인 여성의 경우는 6시간이 필요하다. 박한이의 알코올 분해 시간은 이보다 빨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걸렸다. 평범한 체형의 남자라면 모두 걸렸을 것이다. ▶음주운전 적발 기준이 강화됐다. 처벌 하한이 0.05%에서 0.03%로 낮춰졌다. 0.03%는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나오는 수치다. 술을 입에 댔다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옳다. 이걸 새삼 문제 삼고 나설 이는 없다. 주당들에게 새로 생긴 근심은 다음날 출근길이다. 밤 술자리가 아침 음주 적발로 이어질 판이다. 폭탄주에 걸쭉한 밤을 보냈다면 더 그렇다. 대리운전을 불러야 한다. 어젯밤 2만 원, 오늘 아침 2만 원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걱정에 싸인 사람들이 있다. 일반 식당, 맥줏집 등 대중음식점 업주들이다. 퇴근길 쏘주 한 잔 문화가 급변할 수 있다. 그도 그럴게, 마시면 무조건 아침에 단속된다. 대대적인 출근길 단속까지 예고돼 있다. 출근길 대리운전 비용도 부담이다. 달리 방법이 없다. 저녁 자리에서 술을 없애거나 술이 있을법한 저녁 자리를 없애는 거다. 밥만 팔아서 장사할 수 없을 텐데. 상인들의 우려가 크다. ▶특정인 이름으로 불리는 법률이 있다. 일명 ○○○법, △△△법이라고 부른다. 대부분 특정인의 상황이 법률 개정의 원인으로 작용한 경우다. 그만큼 여론의 질풍노도와 같은 지지가 깔려 있다. 이런 법률에 이견을 낸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윤창호 법도 그렇다. 다른 소리를 했다가는 당장에 그러면 또 다른 윤창호를 만들자는 것이냐는 뭇매가 쏟아질 판이다. 식당 주인들이 그래서 더 힘들다. 장사 걱정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제2 윤창호법

지난해 9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씨가 부산에서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사고가 있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윤씨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났습니다라는 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며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윤창호법을 만들자는 입법청원에 나섰다. 전역을 앞둔 윤씨는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끝내 숨졌고,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는 경종을 울렸다. 이후 지난해 12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살인죄 수준으로 처벌하는 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일명 제1 윤창호법이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만7천여 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7천여 건보다 약 28% 줄었다. 1분기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감소했으나 3천건을 넘었다. 1~5월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1천501명)에 비해 10.3% 감소한 1천347명으로 집계됐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152명에서 올해 102명으로 32.9% 줄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드는 추세라지만 음주운전 사고의 심각성은 여전하다. 25일부터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면 면허정지, 0.1% 이상이면 취소처분이 내려졌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면허정지 기준을 0.03%, 면허취소는 0.08%로 각각 강화했다. 0.03%는 소주 1잔을 마시고 1시간가량 지나 술기운이 오르면 측정되는 수치다. 음주운전 처벌도 징역 3년, 벌금 1천만원에서 징역 5년, 벌금 2천만원으로 상향됐다. 경찰은 제2 윤창호법 시행에 맞춰 오늘부터 두 달간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벌인다. 음주운전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오후 10시오전 4시에 집중 단속하지만, 유흥가식당유원지 등 음주운전 취약장소와 자동차 전용도로 진출입로 등에서도 장소를 수시로 옮기며 단속한다. 한국 사회는 음주와, 음주로 인한 각종 사고에 관대하다. 때문에 음주운전을 벌하는 법률을 강화해도 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교통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45%에 이른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과 의식을 바꾸자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음주운전은 중대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제2 윤창호법은 술을 딱 한 잔만 마셔도 음주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운전대를 잡아선 절대 안 된다. 한 잔이 아니라, 한 방울만 마셔도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면접교섭

2018년 이혼 통계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이 총 4만9천400건에 달한다. 미성년자 수만명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 이혼을 경험한다. 이혼으로 부부의 연이 끊어졌다 해도 아이에게는 여전히 아빠ㆍ엄마가 존재한다. 미성년 자녀라면 부모의 사랑과 손길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법원은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한쪽 부모가 자녀와 직접 만나거나 편지, 전화 등을 할 수 있게 면접교섭권을 주고 있다. 자녀를 면접교섭권의 주체로 인정해 아이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1990년 만들었다. 부부 사이에 자녀가 없으면 이혼 합의가 비교적 쉽다. 감정적으로 골이 깊어도 소송까지 하게 되면 이혼의사와 금전 합의만 있으면 대부분 해결된다. 그러나 자녀가 있는 경우엔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다. 양육권ㆍ양육비 외에 두 사람이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 면접교섭이다. 면접교섭에 대한 다툼은 횟수가 가장 많고 장소, 시간, 동행자 허용범위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법원에서 정해주는 면접교섭 횟수는 대개 한 달에 2회, 1박 2일 정도다. 이를 두고, 어떻게 자식을 한 달에 두 번만 보라 하느냐며 가혹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달에 두 번이나 보면 아이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많다는 사람도 있다. 각자 처한 상황이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면접교섭은 한 번에 합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혼 소송을 하면 이런 견해차로 아이를 데리고 있지 않은 사람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소송 중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한쪽 부모를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법원 명령에 불복해 자녀를 보여주지 않는 이들이 있다.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센터가 생겨 예전에 비해 면접교섭이 원활해졌지만 소송 이후 양육권자가 의도적으로 자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제재가 미흡하다. 면접교섭센터는 아이가 중립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보통 격주 1회 비양육자를 만나고, 부모 사랑을 재확인한다는 장점이 알려져 호응도가 높으나 예산과 인력난으로 전국에 3곳 밖에 없다. 전 남편을 끔찍하게 살해한 고유정 사건도 면접교섭 문제로 불거졌다. 이혼 후 고씨가 2년간 아들을 보여주지 않자 피해자 강모씨가 면접교섭권 소송을 걸어 승소했고, 첫 교섭일에 무참히 살해됐다. 이들은 교섭 장소로 제주의 펜션을 잡았고, 고씨는 그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제주에도 면접교섭센터가 있었다면 잔혹한 범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혼 부모의 자녀 면접교섭은 복지행정 차원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막내형’과 소통의 리더십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있어, 또 다른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했다. U-20 FIFA 월드컵에서 18세 3개월 27일 만에 골든볼을 수상한 슛돌이 이강인이 그 주인공이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재능을 선보인 이강인 선수는 전 세계 축구 레전드들에게 마르세유 턴(Marseille Turnㆍ상대를 등지고 있을 때 두 발을 이용해서 상대를 제칠 수 있는 기술. 지네딘 지단이 마르세유에서 뛸 때 사용하던 개인기)을 밥 먹듯이 구사한다는 찬사를 받았던 유망주였다. 만 20세가 되기 전 이강인 선수의 이적을 위한 바이아웃 금액만 1천억 원을 넘긴 상태다. 그래서 나이가 두 살이나 많은 연령대 대표팀 형들이 이강인을 막내형이라고 지칭했다. 나이는 비록 그들이 많지만 재능에 있어서 만큼은 이강인 선수가 형이라는 의미다. 이강인 선수는 축구 천재이자 축구의 신으로 추앙받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를 능가하는 재목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탁구나 테니스 등 개인의 기술로 평가받는 구기 종목과 달리, 축구는 11명이 그라운드 안에서 함께 뛸 때 그 시너지가 발현되는 스포츠다. 막내형 이강인 선수가 제 아무리 특출난 재능을 선보여도 각자의 포지션에서 제 몫을 다하는 10명의 동료 선수가 없었다면, 그의 진가나 대표팀의 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준우승이라는 신화는 결코 쓰여질 수 없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결론을 맺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주목할 것은 스타플레이어를 원팀의 구성원으로 만들어낸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이다. 엘리트 스포츠에 있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강압과 지시에 의한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이해와 소통으로 하나의 단단한 팀을 만들어 낸 정 감독의 리더십이라야말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각 분야의 오피니언들이 벤치마킹을 해야 할 대상이 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치계의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의 식견과 정책에 대한 인식은 이미 기성 정치인들의 능력치를 능가하고 있다. 그런데 1천300만 경기도민을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이 지사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함께 뛰어야 할 동료들의 부재와 그에 따른 원팀의 불성립을 꼽을 수 있다. 단순히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경기도민들이 함께 할 때 그 진가는 배가될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이해와 소통의 리더십을 구사하는 경기도지사 출신 정치계의 스타플레이어가 비상해 대한민국 전체가 행복한 정치를 만끽하는 순간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김규태 정치부 차장

[지지대] 한국마사회의 사회적 가치 실현

지난해 11월1일 부천 수주초교 학생 20여 명이 승마장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들어온다. 다소 추운 날씨였지만 잠시 후 말을 탄다는 기대감과 즐거움 탓인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영화, 드라마, 게임 속에서나 보던 말이 눈앞에 나타나자 아이들은 말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말을 본 학부모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어 기수들의 도움을 받아 말에 오른 아이들은 승마장에 마련된 코스를 돌며 승마의 즐거움을 맘껏 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말의 위용(?)에 눌려 곁에 다가가지 못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한국마사회와 농어촌희망재단이 지역문화와 승마를 접목한 농촌문화 체험사업인 Hi&Farm Tour! 마농(馬農) 문화체험 현장이다. 이 사업은 기존의 단순 농촌체험이 아닌 지역문화와 승마를 활용한 복합 농촌체험 사업으로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도시와 농촌 간 교류를 확대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와 재단이 참가 학생 및 지도교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 결과, 승마체험 및 교육에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95%에 달했다. 내년도 참가 의사에 대한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인원이 모두 그렇다고 답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 8일 오후 8시. 서울 경마공원 해피빌 관람대에는 7천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한국마사회가 마련한 경마공원-콘써트를 보기 위해서다. 이날 콘서트에는 인기가수인 백지영, 김연우, DJ DOC, 바다, 노라조 등이 출연해 열창했다. 관객들도 이에 호응하며 함성과 가사에 맞춰 손뼉을 치는 등 콘서트 현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뜻 깊은 행사는 따로 있었다. 난치성 소아암 환아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하고 치료를 위한 기부금 전달이다. 기부금은 경마공원-콘써트의 공연 수익금 전액인 2천만 원과 한국마사회가 2천만 원을 더해 마련했다. 이 같은 마사회 공공사회 가치 실현에는 김낙순 회장의 신념이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마사회 제36대 회장 취임사에서 그는 마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마사회로 재탄생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기업으로서 이윤창출 극대화를 탈피하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중시해야 하며 경마를 통한 수익 창출은 목적이 아닌 공공이익의 창출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적 가치의 기부문화를 공유하려는 한국마사회의 신념을 존중한다. 김창학 경제부장

[지지대] 검찰의 업보

직원들에 자상한 기관장이었다. 수십 명과 치맥 파티를 하기도 했다. 야구 동호회를 프로팀과 연결해주기도 했다. 지역민과의 소통도 정평 있다. 취임 인사를 위해 곳곳을 찾았다. 가끔 인사를 받는 기관이 당황하기도 했다. 이임 인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역 단체장과의 작별 사진이 여럿 나돈다. 그런 만큼 근무지마다 남은 추억이 특별하다. 그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한 곳이 몇 곳 된다. 그의 직업은 검사, 직책은 검사장이다. ▶경기 지역과 인연이 특히 많다. 초년 시절 수원지검 검사였다. 깡패 잡는 강력부에서 일했다. 간부 시절도 경기도를 거쳤다. 안양지청장으로 근무했다. 수원지검장으로 근무했다. 통닭 거리, 냉면집, 야구장, 순대 골목 등에서 그는 여러 번 목격됐다. 매번 직원들을 대동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고 거창하게 말하진 않았다. 그냥 검찰도 지역의 일부라는 소신을 편하게 얘기했다. ▶수사 땐 달라졌다. 원칙에 철저했다. 전직 장관 고발장을 접수했다. 청와대 관련성도 제기됐다. 모두가 대충 덮을 거라 봤다. 하지만, 그의 수사팀은 그러지 않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나온다. 수사 초기 그의 이 말이 예고였다. 성역 없이 갔다. 청와대 사람도 조사했다. 전직 장관에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동은 되레 법원에서 걸렸다. 판사가 관행을 말하며 기각했다. 이후 수사는 위축됐다. 그래도 검찰다웠던 두어 달이다. ▶무엇이 올바른 검찰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검사장들이 겹쳐 말하는 취임사는 있다. 엄격한 법집행과 따뜻한 검찰상을 정립하겠다. 아마도 이게 가장 그럴듯한 모습이라 여기는 듯하다. 엄격한 법집행은 원칙대로의 수사를 말하는 것일 게다. 따뜻한 검찰은 지역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말하는 것일 게다. 그가 이런 모습을 모두 갖췄다 단언할 순 없다. 다만, 그나마 상당히 비슷한 검사장인 것만은 틀림없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지명됐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총장 후보자다. 청와대는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 평했다. 현 고검장과 지검장들이 용퇴의 기로에 섰다. 어림잡아 30~40명이 거론된다. 그도 그 가운데 하나다. 손실일 수도 있겠다 싶다. 위로랍시고 문자 몇 줄 보냈다. 답이 짧다. 검찰의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업보가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쏘주 한 잔 하는 날 물어봐야겠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디지털 디톡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마무리한다. 스마트폰 알람에 맞춰 눈을 뜨고, 잠잘 때도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손에 쥔 채 잠드는 이가 많다. 특별히 필요한 정보가 있는게 아닌데도 SNS를 훑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락거린다. 쇼핑몰을 서핑하다 충동구매를 할 때도 많다. 게임 삼매경에 빠져 새벽이 오는지 모를 때도 있다. 손 안의 스마트폰은 어느새 우리 뇌를 점령하고, 항상 연결상태로 만들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음에 노출시킨다. 하루라로 스마트폰 없이 지내라하면 금단 증상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디지털 중독이다. 더 이상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면 안되겠다 생각하는 이들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디지털 독소를 빼낸다는 의미로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온라인 세상에 지친 이들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것으로, 디지털 디톡스로 오프라인 생활이 풍요로워졌다고 얘기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포드자동차가 꼽은 올해의 트렌드로도 꼽혔다. 포드자동차는 매년 세계 소비자 동향 변화에 대해 분석하는데, 디지털 디톡스로 인해 오프라인 생활이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젊은층 사이에서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1천명의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51.4%)이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답했다.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실제로 실행했다고 답한 이들도 77%에 달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도 나왔다. 베스트셀러 딥 워크의 저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인 칼 뉴포트는 디지털 과잉 환경에서 우리가 기술과 맺은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뉴포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집중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농부부터 실리콘밸리의 프로그래머까지 수많은 디지털 미니멀리스트들이 어떻게 소셜 미디어와 맺은 관계를 재고하고, 오프라인 세계의 즐거움을 재발견하며, 고독에 잠기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재회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어 30일간의 디지털 정돈 과정과 함께 이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지침들을 제시한다. 스스로 통제력을 잃은 채 온라인에서 의미없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알림 기능을 끄거나, 가끔 디지털 안식일을 갖는 수준으로 중독성 있는 작은 스크린의 유혹을 이겨내긴 어렵지만, 일단 시도해 보자. 삶의 문화,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미세플라스틱

생소했던 미세먼지가 적극 대응해야 하는 환경이슈가 된 것처럼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오염 이슈가 됐다. 화장품, 세제, 치약뿐 아니라 생수, 해산물, 천일염 등 먹거리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잇따라 검출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은 전 세계 바다를 떠돌면서 지름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분해된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바다를 떠도는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51조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와 해산물이 인간 식탁에 오르고, 결국 사람 몸속에 들어가 축적된다. 2016년 그린피스가 관련 연구논문 60여편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합이나 굴, 게, 다랑어, 바닷가재 등 사람들이 즐겨먹는 170여종의 해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또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와 바다거북 10만 마리가 플라스틱을 먹고 죽는다고 추정했다. 얼마전 세계자연기금(WWF)이 호주의 뉴캐슬대학과 함께 연구한 플라스틱의 인체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주 2천조각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 무게로 따지면 5g, 신용카드 1장 분량이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칫솔 한 개 무게인 21g이며, 연간 250g을 넘는 양이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주된 경로는 마시는 물이었다. 한 사람당 매주 미세플라스틱 1천769개를 마시는 물을 통해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섭취량의 88.5%에 이른다. 이어 갑각류(182개), 소금(11개), 맥주(10개) 등이 섭취 경로로 지목됐다. 인간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 양을 정확하게 측정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WWF는 2000년 이후 생산된 플라스틱 양이 2000년 이전에 생산된 전체 양과 같으며, 이 중 3분의 1이 자연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밝혔다. 2030년이면 1억t 이상의 플라스틱이 자연에 유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만드는데 5초면 충분하지만 분해에 450년 걸리는 플라스틱이 1분마다 쓰레기차 한 대 분량씩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을 죽음으로 몰아갈 뿐 아니라 인류도 위협한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지 않으려면 매년 수백만t의 플라스틱을 자연에 버리는 일부터 막아야 한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좋은 방법은 사용 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텀블러를 쓰거나 카페에서 음료 주문 뒤 빨대를 쓰지 않는 일, 마트 갈 때 장바구니를 챙기는 일만 해도 플라스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작은 실천만으로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를 먹지 않고, 바다거북도 살릴 수 있다면 당장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결국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요즘 자영업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를 지일 것이다.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또다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된다면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의 최저임금 최소폭 인상에 대한 기대감에 더욱 불을 지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고자 전국을 돌며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를 열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비단 최저임금뿐만이 아니다. 임대료 인상과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매출 자체가 늘지 않는 원인도 있다. 자영업자들의 이 같은 암울한 현실은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고 있다. 얼마 전 한 일자리 제공 기업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경영으로 운영하게 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서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 때문에 많은 소상공인이 가족관계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가게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쩔 수 없이 가족들까지 다 매달리고는 있지만, 사정은 별반 나아질 게 없다는 얘기다. 이런 자영업자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 속에 눈 여겨봐야 할 내용이 있다. 최근 LH 경기지역본부는 어려움에 부닥친 자영업자들을 위해 성남과 군포에 총 12실의 희망상가를 공급했다. 희망상가란 경력단절여성과 청년, 소상공인 등에게 시세의 50~80% 수준으로 저렴하게 장기간 임대해주는 상가다. 학원 사업을 하다 교통사고로 가족들이 크게 다쳐 인생의 절망감을 맛보다 반찬가게를 열어 야심 찬 재기의 꿈을 꾸는 여성부터 저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굴곡진 인생사를 가진 이들이 상가를 분양받으려고 몰려들었다. LH는 희망상가가 자영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올해 전국적으로 217실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작년에 공급한 188실보다 늘리겠단다. 하지만, 경기도에 배정된 물량은 그래 봐야 몇십 실에 지나지 않아 실질적인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자영업자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 권혁준 경제부 차장

[지지대] 막내형

대한민국 축구가 사상 첫 FIFA 주최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U-20대회(20세 이하)에서 18세 스페인 발렌시아 소속 이강인은 한국 축구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올려놨다. 감각적인 패스로 수비를 흔들었고 공간을 찌르는 정확한 패스로 팀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강인은 준결승전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패스로 최준의 천금 같은 결승골을 도왔다. 이번 대회 총 1골 4도움째다. 지난 9일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1골 2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현재 이강인은 이번 대회 유력한 최우수선수(골든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의 닉네임 막내형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한국 축구는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해 선수 선발이 이뤄졌고 팀이 구성되면 철저한 위계(?) 질서 아래 서열이 매겨졌다. 소위 선배의 말이 하늘이었고 심지어 선배에게 제대로 패스를 못하면 혼나기 일쑤였다. 그런 한국 축구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가장 어린 이강인에게 막내형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대한민국은 좋게 얘기하면 동방예의지국이어서 장유유서를 철저히 지켜왔다. 한 살만 많아도 형님이라 부르고 예의(?)를 깍듯이 갖췄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위계질서가 철저하다는 축구에서 막내를 형이라고 부른다. 이는 그의 나이가 어리지만 그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대한민국 축구가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을 대한민국호에 승선시키기 위해 의무 차출 규정이 없는 대회인 U-20 월드컵 출전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스페인을 직접 찾아 해당 구단과 대표팀 합류를 논의하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 과거 대표팀 분위기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20세 형들도 그 누구보다 실력이 뛰어난 막내 이강인을 믿고 따랐고 그를 대한민국호의 사실상 캡틴으로 인정했다. 수직적 조직 문화에 길들여진 대한민국이 실력을 인정하는 수평적 구조로 변화되는 단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거침없는 상승세로 결승까지 오른 태극전사들이 막내형을 중심으로 기적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또 대한민국 축구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이강인이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ㆍ1979)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ㆍ2005), 폴 포그바(프랑스ㆍ2013)가 수상한 골든볼의 주인공이 되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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