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등단 55년에 이른 고은(80) 시인이 ‘수원시대’를 알리는 ‘무제 시편(창비刊)’을 펴냈다.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총 607편, 1천16쪽에 이르는 그 방대한 분량으로 우선 압도적인 대작이다.
더구나 이 엄청난 양의 시들은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씌어진 것들로 수치로 따지자면 하루에 3편꼴로 ‘쏟아낸’ 셈. 무엇보다 30년간의 ‘안성시대’를 마감하고 지난 8월 수원 광교산 자락에 터를 잡은 시인의 감회가 오롯이 담겨 있다.
시집은 ‘무제 시편’과 ‘부록 시편’으로 구성돼 있다. ‘무제 시편’을 통해 시인은 대륙과 대륙을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도저한 시정신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한편 한편 비범한 시적 사유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어지는 ‘부록 시편’은 ‘부록’이라는 이름을 달았으나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히 한권의 시집으로 묶기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시인은 “안성 시대를 마감하는 내 최근의 동정(動靜)에 따라 부록으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부터/저 고려의 처음인 묵은 광교의 지난날로부터/이제 막 태어난/태(胎) 비린내/젖비린내 나는 어린 삶의 시작이리라/그리하여 광교의 돌이리라 풀잎이리라 저녁 새들이리라/그리하여/침묵이리라 어느날의 천둥소리이리라/그리하여/수원 광교산/내일의/내일모레의 깃발 같은 앞과 뒤의 황홀이리라//이로부터/광교의 푸른 하루하루가 열리리라/오늘이 천년을 앞두고/오늘이 천년을 등지고 호호망망 열리리라(「광교에 들어와서」 부분)
이번 시집을 통해 지상의 한 장소(안성)에서 다른 장소(수원)으로의 이동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시인의 변모를 또한 엿볼 수 있다. 또 ‘광교 적설’, ‘광교의 날 1’, ‘광교에 들어와서’, ‘서장대’ 등의 시를 통해 시인의 소소한 수원생활과 새로운 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값 3만8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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