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공짜없는 세상… 기본 지켜야

◇질량불변(質量不變)의 법칙 지금은 이 법칙을 학교에서 언제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나 나는 고등학교 때 이 법칙에 대해 배웠다. 그 때는 그냥 “화학변화의 전과 후의 물질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고 외웠다. 두 분자의 수소와 한 분자의 산소가 결합하여 두 분자의 물로 변할 때 (2H2+O2=2H2O) 변화 전의 수소와 산소의 질량을 합친 것과 수소와 산소가 물로 변한 뒤의 질량이 같은 것이 그 예라고 배웠다. 그 때는 이 법칙은 화학변화에만 적용될 수 있는 법칙인줄 알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또 세상 일 이것저것을 겪으면서 나는 이 법칙이 세상일 모두에 적용되는 법칙임을 깨닫게 됐다. “이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는 말이 이 법칙의 소박하나 납득하기 쉬운 표현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사보라. 장바구니가 무거워지는 동안 지갑은 가벼워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한 동안 아프리카 가나에서 일하면서 그곳 사람들이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를 보았다. 또 그렇게 농사를 짓는 것이 환경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보았다. 가나 뿐 아니라 사하라사막 남쪽의 여러 아프리카 나라들에서는 아직도 화전농법(火田農法)으로 농사를 짓는다. 풀이나 나무로 덮인 땅에 불을 지른 뒤 재가 남아 있는 땅에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도 전혀 주지 않으면서 작물을 재배한다. 그렇게 하기를 몇 해쯤 하면 지력이 소진(消盡)되어 더 이상 작물을 재배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농가는 풀과 나무가 있는 다른 땅에 불을 지르고 작물을 재배한다. 한번 불을 지르고 농사를 짓다가 지력이 소진되어 떠났던 땅을 20년쯤 그대로 두면 다시 풀과 나무가 충분히 자라 불을 지르고 작물을 재배할만한 땅이 된다. 인구가 적었던 예전에는 그렇게 했었다. 그런데 인구가 늘면서 한번 농사를 짓고 버렸던 땅으로 돌아오는 기간이 점점 짧아져 지력이 회복되지 못하는 불모의 땅이 되어 사막화(砂漠化)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농법 때문에 아프리카의 환경문제는 심각해진지 이미 오래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마타이 이런 아프리카에서 나무심기에 열정을 바쳐온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가 금년도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황량해진, 황량해지고 있는, 앞으로도 황량해질 아프리카 땅에 나무를 심는 일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마타이는 큰 상을 받을만하다. 그러나 장차 아프리카에 수천 명의 마타이가 등장한다 한들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의 8억 가까운 인구가 산과 들을 불태우며 땅의 수탈을 계속한다면 그 나라들의 산과 들이 녹화될 수 있을까? 화전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상황에서는 농사의 소출이 적어 작물의 열매는 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하고 그 부산물은 땔감으로도 모자란다. 이런 판국에 농사짓는 땅에 돌려줄 유기물 같은 것이 있을 이 없다. 따라서 땅은 철저히 수탈된다. 수탈이 심하게 일어난 땅에는 나무를 심어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질량불변의 법칙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소박한 진리만 이해해도, 지금의 철저한 수탈농법이 계속되는 한 아프리카에는 장차 수만 명의 마타이가 나와도 그 산야가 녹화될 수 없을 것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땅은 어머니 가슴과 같은 너그러운 것이지만 농작물이 뽑아내는 양분의 일부만을 보충해주는데 지나지 않는 비료를 적절히 주는 일까지 하지 않는다면 굶는 엄마의 가슴이 마르듯 땅의 너그러움도 바닥나기 마련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비료를 쓰는 일이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생각은 일반화 할 수 없는 생각이다. /홍 종 운 농진청 농업기술상담위원

경제프리즘/高유가 행진… 경제파장 커

국제 유가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사상 처음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어 우리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국제 유가의 상승세 지속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 뉴욕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 인도 분이 배럴당 52.67달러(10월7일 현재)까지 오르는 등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는 원인을 보면 이라크 등 중동지역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의 감소, 나이지리아 政情 불안, 미국의 태풍 피해 등으로 세계 원유의 총 생산과 비축분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또한 세계 2위 석유 소비국가로 부상한 중국과 미국·일본 등 주요 소비국가 들의 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과 더불어, 국제 원유시장에의 투기자금 유입 등으로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물가 상승 및 성장 둔화 이처럼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휘발유값 인상, 버스요금 등 공공 요금의 인상과 더불어,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 당초 정부가 목표로 세웠던 3%대 물가 관리가 위협을 받고 있으며 4%대 물가 상승까지 우려되고 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5%대에서 4.6%로 하향 전망하는 등 4%대 성장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0월초 한국은행은 내년중 국제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 대로 상승할 경우 ‘저성장 고물가 현상’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리 경제의 문제는 기름 한 방울 안나는데 하루에 230만 배럴(1억1,500만 달러; 배럴당 50달러 기준)의 원유를 사용하고 있어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경제이론상 실물경기가 호황이면 물가가 상승할 수 있으나 고유가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경우는 제조업의 원가 상승(Cost push Inflation)과 수출 경쟁력의 약화 및 경제 성장률의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어 그 문제가 크다 할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경우 경제성장률(GDP)이 0.1% 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0.15%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또한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하면 배럴당 10달러 상승시 경제성장률이 1.34% 하락하는 내용의 분석자료를 내 놓은 바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의 석유수급대책 이처럼 고유가가 복합적인 이유로 당분간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과 수출 경쟁력 약화, 경기침체의 지속과 성장 둔화 등 미치는 파장이 클 전망이다. 특히 불황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석유자원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수급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세계 석유 공급국가의 생산량 부족과 비축분의 감소와 더불어, 중국과 미국·일본 등 에너지 소비국가 들이 에너지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어 우리 경제도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천연가스 등 대체 에너지원 발굴을 위해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매장량 보유국이며 생산국인 러시아로부터의 대체 에너지 확보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및 국민 모두가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 실제 석유소비를 줄일 수 있는 범 정부차원의 에너지 안보전략을 재정립하고 단계별 석유수급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다가 올 동절기 에너지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김 창 수 토공 수석연구원

경제프리즘/國力의 원천

몇 해 전 영국의 쉐필드(Sheffield)라는 곳의 한 단조(鍛造)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낙후돼 보이는 공장시설과 주로 수동(手動)으로 이뤄지는 원시적인 작업방법에, 국내의 현대화된 공장과 자동화시스템의 생산설비 등을 주로 접해 온 필자에게 은근히 자긍심이 솟는 순간, 그곳에서의 주 생산품이 우주항공물체의 머리부분에 들어가는 특수재질의 특수부품으로 납품처가 NASA(미항공우주국)이며, 그 제품은 세계에서 자기네만이 만들 수 있다는 득의에 찬 설명을 접하곤 과연 산업기술력이란 무엇인가를 새삼 되새겨본 기억이 난다. 십수 년 전에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기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배스토로스라는 곳의 한 핵연료가공(nuclear fabrication)공장을 어렵게 방문한 적이 있었다. 경계가 엄격한 핵단지(核團地)인 그곳에서의 인상은 대단히 평화스러워 보였지만 장미열매를 익혀서 먹는다고 자기고장의 특징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해 주던 건장한 체구의 공장장은 대단히 거만하고 교만해 보였다. 핵연료 가공시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던 시절 비 엔지니어인 필자의 우문 탓도 있었겠지만, 그 보다는 받는 자가 아닌 주는 자의 태도에서 오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사실 스웨덴은 900만명도 채 안 되는 조그마한 나라이면서도 노벨상을 주는 나라다. 주는 자리와 받는 처지가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은 그네들의 산업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물론이지만 그 때에도 그들은 Volvo, Saab, Erisson, ASEA, SAS 등의 자동차, 전기통신, 원자력발전, 항공사, 기관차 부문에서 세계적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었다. 10여 년 전 오스트리아의 한 철강 엔지니어링회사를 방문해서 그네들이 자랑하는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연구진들은 나이가 꽤들은 기술자려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도 어리고 화장기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젊은 아가씨들이 대부분이었던 사실에 오스트리아의 힘의 원천이 어디인가를 일면 깨달을 수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시드니의 해수욕장이나 몰디브의 고도, 태국 파타야의 해변, 필리핀 보라카이해변 등의 요지에 으레 있게 마련인 스위스인 소유의 별장이나 빌라는 커피 한 톨 생산 않는 나라가 향(香)으로 세계를 제패하는 역량에서 얻어진 당연한 결과를 보는 듯 했다. 전 세계 많은 당뇨환자들이 맞고 있는 인슐린 주사약은 양돈국인 덴마크에서 생산되어 미국의 제약회사를 통해 공급함으로써 고 부가를 이룬다는 사실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이상이 어떻게 해서 얻어지는가를 잘 보여준다. 특수강하면 으레 독일이려니 생각했던 필자에게 한 독일인 기술자가 특수강은 누가 뭐래도 이탈리아 밀란 다니엘리(Milan Danielli)라며, 섬유 패션을 비롯한 전문성의 원천이 세계제패 로마인의 후손이라는 그네들의 자세와 무관하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유럽의 대학교하면 으레 모모를 꼽지만 영국의 Cranfield, 네덜란드의 Erasmus, 스위스의 ST. Gallen, 이탈리아의 Bocconi 등이 굉장한 경쟁력을 지닌 학교임을 아는 이는 흔치 않다. 호주의 소젖을 덴마크의 기술로 가공 처리하여 동남아 시장에서 판매하는 우유 사업주는 대만(臺灣)인 화교이다. 한국은 대(大)국도, 소(小)국도 아닌 중(中)국이다. 지금 우리의 주변국들이 힘(力)을 바탕으로 역사왜곡을 통해서, 또 영토관할권에 대한 도전을 통해서 그들의 패권(覇權)을 신장시키려 하고 있다.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힘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것이며, 또 누가 그것을 이끌어 낼 것인가? 그 힘은 과거(過去)나 국내(國內)에서만이 아니라 미래(未來)와 국외(國外)에서 이끌어 내야한다. 지금처럼 중규모의 강국(强國)으로 키워갈 위대한 리더십(great leadership)이 절실한 때가 또 있을까? /김 인 호 한양대 교수

경제프리즘/“소비자가 왕” 말의 숨은 뜻

물자가 풍부한 사회에서는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풍요한 사회의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제품 생산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인다. 그런 사회의 소비자들은 참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부러진 못 하나도 구하기 힘든 사회의 소비자들은 상상도 못할 행복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소비자가 왕’이라는 말이 전혀 귀에 설지 않게 됐다. 우리 모두 자축할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축이 지나쳐 자만에 빠지거나 도를 넘는 것은 화를 부를 수도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왕이 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수 있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왕이 된 것을 지나치게 뽐내면 화를 자초할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자중할 줄 알아야 왕의 대우를 오래 오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새 말로 해서 지속성 있는 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왕에도 어진 이가 있고 어질지 못한 왕이 있을 수 있다. 또 왕에도 현명한 이가 있을 수 있고 어리석은 이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일러준다. 이 논리대로라면 우리의 소비자라는 왕들 가운데에도 어질고 현명한 이가 있을 수 있고 그리 현명하지 못한 이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어질고 현명한 왕은 백성의 어려움을 내 어려움 같이 여기며 사리 판단을 합리적으로 하는 왕인 것처럼 어질고 현명한 소비자라는 왕도 생산자의 어려움을 내 어려움 같이 여기며 생산자에게 무엇을 요구할 때 항상 합리적인 판단 위에서 하는 이를 의미할 것이다.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는 왕들 가운데 농사짓는 이들의 고충을 진실로 이해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농사의 원리를 알고 농사에서 무엇이 현실 적으로 가능하고 무엇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지를 알거나 알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농사 그것은 진실로 ‘천하의 대본’인데 우리의 기초교육과정에 농사의 기본원리를 가르치는 내용이 충분히 들어 있는가? 예전에 있던 농업고등학교는 거의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다고 그 농업고등학교들이 새 시대의 농업의 대를 이어갈 역군을 양성 할 수 있는 전문학교로 승격(요새 말로 업그레이드) 된 것도 아니다. 농업에 대한 교육의 현실이 이러니 일반 시민들의 농업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기를 바라기 어려울 것이다. 어질고 현명한 왕은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엄격한 교육과 정진을 통해 배출되는 법이다. 우리 시민들이 어질고 현명한 소비자라는 왕이 되게 하려면 국민기초교육과정에 농업의 원론만이라도 적절하게 포함시키고 시민들의 평생교육프로그램에도 급변하는 환경 중 우리농업의 입지와 현실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때마침 일기 시작한 여러 형태의 ‘도시인의 농촌 알기’ 바람도 국민의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발전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홍 종 운 토양학박사

경제프리즘/일본 장기불황의 교훈

우리 경제의 현주소는 그간 성장동력의 버팀목이었던 수출 증가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소비와 투자 등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등 불황 초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10.29 부동산종합안정대책 이후 정부의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각종 규제와 세제강화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어 향후 부동산경기 전반에 걸친 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가 논하고자 하는 것은 일본의 과거 부동산 거품붕괴와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된 사례검토를 토대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 무엇이며, 일본 같은 장기 불황에 처하지 않도록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가야 할 장·단기 정책방향을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90년대 일본은 지가하락 및 내수부진의 장기화 등 복합불황 발생의 시기로 대변될 수 있다. 90년대 들어 정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지가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토지자산의 감소 등 자산디플레이션과 소비위축 영향으로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는 등 ‘복합불황’이 지속된 바 있다. 이러한 장기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제로금리 정책과 소비진작을 위한 후속조치를 단행했으나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지가하락세를 멈추고 불안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탄탄한 경제력(fundamental)으로 2003년부터 복합불황의 터널을 지나 2.3%의 플러스 성장으로 호전된 바 있다. 국내경제 및 부동산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면, 일본의 부동산 거품형성과 붕괴의 주된 요인이 금리정책이며 부동산담보대출비율도 한국은 40∼70%로 일본의 100∼12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본의 과거 80∼90년대 버블경제는 기업의 과잉 부동산투자와 가격의 급락사태가 문제였으나 한국은 일본과 달리 시장안정을 위한 정부정책 영향 등으로 국내 부동산 가격의 급락 사태는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 부동산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어, 고유가 시대에 수출과 성장의 둔화, 소비와 투자위축 등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단순히 부동산 거래 위축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경기 전체의 침체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경제와 부동산 시장여건을 감안, 최근 정부가 소비 진작 등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투자 확대 및 소비세 인하 등의 감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처방 외에도 일관성 있는 중장기적 정책방향 제시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김 창 수 한국토지공사 수석연구원

경제프리즘/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의 가치창조(價値創造)와 기업 부(富)의 사회 환원(社會還元)중에서 어디에다 더 중점을 두어야 할까?’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은 후자를 지지하며 강조한다. ‘기업이란 과연 무엇이며 무엇을 하는 곳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 답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후자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아마도 기업다운 기업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인식이 덜 성숙된 탓이거나 아니면 그 동안 기업들의 불법, 탈법 및 비윤리적(非倫理的)행위에 대한 반 기업(反企業)정서가 너무 크게 강조된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업은 그야말로 부(富)를 창조하기 위한 사회제도의 하나이다. 기업은 오직 부를 창조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그네들의 자유의지(自由意志)로 법절차에 따라 만들어 지는 인위적(artificial)제도이다. 따라서 기업의 목적과 존재이유는 어디까지나 부(富)의 창조와 이익(利益)의 추구에 있다. 기업 이익의 진원지는 고객의 호주머니다. 따라서 기업이 이익을 내려면 우선 고객의 주머니로부터 자사의 제품/서비스에 대하여 쾌히 돈이 나오게끔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사의 제품/서비스가 고객이 원하는 바에 가장 가까운 것이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과 거리가 있는 제품/서비스를 가지고 고객의 주머니로부터 돈이 흘러 들어오기를 바란다면 이는 사업실패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기업이익은 기업의 제품/서비스에 지불하는 고객의 돈(이것이 기업의 매출액이 됨)이 그 제품/서비스를 만들거나 구입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클 때 생긴다. 곧 매출액에서 비용을 차감한 것이 이익이다. 따라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도록 제품/서비스를 경쟁자의 것보다 더 좋게 차별화해야하며, 또 비용절감을 위해서 공정부문과 관리부문을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지난 40여 년간의 포춘(Fortune) 500대 기업의 사업경험은 바로 이 점을 단적으로 웅변해 준다. 미국전략계획연구소(Strategic Planning Institute: SPI)의 PIMS 프로그램에 의하면 매출증대노력이 이익창출의 80%를 좌우하는 반면 비용절감노력은 단지 20%정도만 기여한다고 전한다. 이러한 발견사실이 모든 국가의 어떤 기업에게나 다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네들은 스케일 메리트(scale merit)를 추구하기 위한 규모 확대나 직접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이나 합리화 노력만으로는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다고 실증적 근거를 가지고 전한다. 지금 국내·외 시장에서 고객의 요구는 급변하고 있으며, 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진보는 더 빨라지고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요구를 가속적으로 진보하고 있는 기술로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가에 대하여 남다른 역량과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들이 직면한 오늘의 현실이다. 이제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단지 정치적 구호로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시장변화에 부합하는 제품기술과 공정기술이 기업성공의 요체라는 포춘 500대기업의 실증적 메시지에 우리의 기업과 정부와 국가지도자가 눈을 뜨고 귀를 열 때, 비로소 우리의 기업들이 2만 불 달성의 주역과 세계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의 소임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인 호 한양대 산업경영대학원장

경제프리즘/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요즘 우리사회는 과거지향과 미래지향이 혼재되어있는 양상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는 여야 구분없이 과거의 친일행적과 친북행적을 밝혀 잘잘못을 가리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제는 10년 또는 20년 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미래의 산업이 무엇인지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정치가 과거지향에 매달려 좌충우돌하며 편 가르기를 하는 사이에 서민경제는 IMF 이전보다 어렵다고 아우성이며 국제유가는 1배럴당 5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3차 오일쇼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실물경제가 어렵고 향후 경제전망이 어려울수록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하며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제고하여야 한다. 기술혁신이란 기업이 가지는 대외경쟁력의 내재 가치를 키우기 위하여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생산제품의 핵심기술을 선점함으로서 기술적인 비교우위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기술혁신을 지향하는 중소기업에 대하여 기술력이 있거나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Innovation Business)으로 지정하여 향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즉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사업이란 기술 경쟁력을 갖추어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발해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은 물론 투자펀드 조성 및 경영컨설팅과 해외 기술인증 획득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종합적으로 집중 지원해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젝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1997년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 머물러 1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지 못하는 현상은 매우 유감스러운 현상으로서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해야할 과제이며 하나의 미래지향적인 대안으로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세계경제의 화두는 유가상승과 디플레이션현상으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 동안 내수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수출이 격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제조업체의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4차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국민경제가 나아갈 진로를 제시했으며 오늘날의 경제구조의 근간을 마련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미래지향적인 계획수립의 중요성은 경제의 특정 진로를 설정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을 할 수 있는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오늘날의 경제환경은 글로벌 경쟁의 심화와 기술수명주기의 단축으로 네트워크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경영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효율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대외경쟁력을 높여야하며 기술개발을 통한 기술혁신 체제를 갖춤으로서 미래지향적인 핵심기술을 보유하여야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 /이 종 선 산업자원부 자문위원

경제프리즘/여름날의 논

홍종운 농진청 농업기술상담위원 산소배출·공기정화 때론 쉼터주는 ‘굴뚝없는 공장’ 올 여름은 참 더웠다. 입추가 지났는데도 낮에는 아직도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는다. 밤에까지도 더위가 계속된다. 사람들이 입을 열면 “아이 더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이들일수록 더 그런다. 이런 더운 날, 햇빛이 쏟아지는 들판을 바라보자. 벼가 빽빽하게 들어선 논을 바라보자. 거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여름날의 논은 커다란 공장이다. 굴뚝 없는 큰 공장이다. 사실은 굴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작은 굴뚝들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그 굴뚝에서 나오는 것은 보통 공장들의 굴뚝에서 나오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보통 공장의 굴뚝들에서는 탄산가스와 황산가스, 질산가스, 탄소입자 같은 것들처럼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오지만, 벼 잎에 달린 무수히 많은 굴뚝들에서는 산소, 즉 사람을 포함한 많은 생물들 숨을 쉬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산소가 나온다. 보통 공장의 굴뚝들에서 나오는 것은 공기를 더럽힘에 반해 살아 있는 벼 잎에서 나오는 것은 더럽혀진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더운 날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 잎이 하는 일은 공기에 소중한 산소를 내보내는 일만이 아니다. 살아 있는 벼 잎은 공기에 들어 있는 탄산가스를 빨아들여 사람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생물들에 꼭 필요한 에너지가 들어 있는 탄수화물을 만든다. 즉 더운 날 살아 있는 벼 잎은 공기에 너무 많으면 해로울 수 있는 탄산가스를 빨아들여 공기를 신선하게 만드는 산소를 내보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일을 하기 위해 벼 잎은 무슨 건물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무슨 연료 같은 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또 사람이 줄곧 곁에 서서 무슨 일을 거들어 줄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벼 잎이 제 일을 하는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햇빛과 섭씨 25도~30도 정도의 온도와 물과 벼를 쓰러지지 않게 잡아주고 벼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해줄 수 있는 흙이 있으면 되고 잡초와 해충과 병을 막는 일을 해주면 된다. 살아 있는 벼 잎이 공기로부터 탄산가스를 빨아들여 물과 작용시켜 탄수화물을 만들면서 산소를 공기로 내보내는 작용을 광합성(光合成) 또는 탄소동화작용(炭素同化作用)이라고 한다. 왜 똑같은 작용을 광합성이라고 또는 탄소동화작용이라고 다르게 부를까? 벼 잎에서 탄산가스와 물로부터 탄수화물이 만들어질 때 태양의 에너지가 탄수화물 속에 저장되는 면을 강조할 때에는 광합성이란 말을 쓰고, 공기 중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 탄산가스를 쉽게 움직일 수 없는 탄수화물로 만들어 식물의 한 부분이 되게 한다는 면을 강조할 때에는 탄소동화작용이라는 말을 쓴다. 광합성이라고 부르든, 탄소동화작용이라고 부르든 더운 여름날 논에 자라고 있는 벼 잎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놀랍고도 중요한 일이다. 그 일이 일어남으로써 우리는 먹을 것을 얻을 수 있고, 또 여러 공장의 굴뚝들에서, 수많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 선박(船泊)들에서 많은 양의 탄산가스가 쉬지 않고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공기 중의 탄산가스가 증가하지도 않고 산소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논에 있는 벼만 이런 중요한 일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100만 정보(町步: 1 정보는 3000 평)의 논에서 일어나고 있을 이 중요한 일에 대해 생각하며 잠시 더위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 더운 날 들에서 땀을 흘리며 일할 농사지으시는 분들의 노고도 생각해본다면 덥다고 호들갑을 떠는 일이 부끄러워지기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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