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보낸 조선시대 선비들의 가슴 절절한 슬픔

자녀 6명 잃은 정약용 등 소리없는 통곡 세월호 참사 1주기 국민 마음 어루 만져

홀로서서 길게 통곡하니

신정일 著 / 루이앤휴잇 刊

조선 후기의 학자 다산 정약용은 6남3녀의 자녀 중 6명을 잃었다.

특히 그의 막내아들은 다산이 강진에 유배됐을 당시 세상을 떠났다. 소식을 전해들은 다산은 남은 두 아들에게 쓴 <답양아> 라는 편지에서 “간장을 후벼 파는 슬픔”이라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는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를 비롯해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식이나 아내, 형제ㆍ자매, 친구, 스승 등 삶을 공유했던 가까운 이들을 잃는 슬픔을 마주했을 당시의 속마음을 담은 책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씻을 수 없는 슬픔을 느끼고 있을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인세의 일부는 관련 사업에 기부한다.

책은 체면과 절제를 중요시했던 선비들도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남긴 편지를 보면 슬픔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그들의 표현대로 창자가 끊어지고 눈이 멀 정도의 참혹한 아픔에 소리 없이 통곡한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하곤은 자신의 딸 봉혜를 잃고 “심장이 찔리고 뼈가 깎이는 참혹한 고통”이라며 슬퍼했다. 딸을 떠나보내고 남긴 <두타초> 에는 그의 절절한 심경이 잘 담겨 있다. 갑작스럽게 손쓸 틈도 없이 떠나보낸 안타까운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조선시대 시조문학의 대가 윤선도는 귀양에서 풀려나 해남으로 돌아가던 길에 여덟 살 난 아들의 죽음 소식을 전해 듣고, 헤어나올 수 없는 슬픔을 한 편의 시에 담았다. ‘밥 앞에 두고 눈물은 수저에 흘러내리고 말에 올라타면 눈물이 고삐를 적시노라’라는 구절에서 온종일 눈물이 멈출 수 없는 그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책에는 이들의 이야기 외에도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 가족, 친구, 스승의 죽음 앞에 소리 없이 울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절절하고 슬픈 문장과 글 40여편의 원문과 번역본이 담겼다. 경전을 옆에 끼고 늘 체면만을 중시했던 선비들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또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그들의 속마음을 마주할 수 있다. 값 1만5천800원.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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