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신간도서] 교황과 98시간 外

교황과 98시간 김근수김용운 著 / 메디치 刊 지난 8월,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닷새 간의 과정과 의미를 담은 책이다. 천주교 신학자와 현장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던 현직 기자가 저자로 나서 이야기의 깊이와 통찰, 현장성을 더한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서 방한의 과제를 세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가난한 사람에게 눈을 돌릴 것, 교회도 사회에 관심을 가질 것, 교회도 자기개혁에 힘쓸 것. 교회에 치중된 메시지로 보이지만 주어를 달리하면 우리 사회와 국민 개개인에게도 적용되는 말씀이다. 값 1만5천원 나무 하나 그려 주세요 록산느 마리 갈리에 著 / 꿈교출판사 刊 책이 독자에게 부탁한다. 나무 하나 그려주세요. 하늘까지 닿을 수 있는 크고 멋진 나무를요. 이 책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그리는 그림책이다. 책의 부탁을 따라 처음에는 땅에서 시작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이파리가 피어나고, 과일이 맺히고, 새들이 찾아오는 일련의 과정들을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한다. 튼튼하고 안전한 보드북에 특수코팅을 해 마음껏 크레파스로 그렸다 지웠다를 할 수 있다. 1만4천800원 괴테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손관승 著 / 새녘 刊 방송기자 출신으로 언론사 사장까지 지내면서 격무에 지쳤던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직장생활을 정리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설어지는 시간. 그는 젊은 시절 읽었던, 아니 꿈꿨던 괴테의 책 이탈리아 기행을 들고 200년 전 괴테가 떠났던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로 이어지는 7천㎞의 여정에 오른다. 저자는 누군가 나모를 상처로 아파하고 있다면, 그래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더 나아가 찬란하게 돌아오기를 원한다면, 이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값 1만9천원 박광수기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생 완간 세트 | 윤태호 | 위즈덤하우스 2. 비밀의 정원 | 조해너 배스포드 | 클 3.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4.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5.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6. 에디톨로지 | 김정운 | 21세기북스 7. 트렌드 코리아 2015 | 김난도 | 미래의창 8.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개정판) | 파트릭 모디아노 | 문학동네 9.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10. 싸드(Thaad) | 김진명 | 새움

아픔과 사연, 그리고 가혹한 현실… 그곳에 펼쳐진 ‘인간군상’

수원 출신 김석일(65)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평택항平澤港(북인刊)이 출간됐다. 시집 1부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일화들을, 3부는 비교적 최근의 시인의 일상적 소회들로 개인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2부는 평택항 사람들 연작으로 오늘의 우울한 시대적 상황의 단면을, 4부는 이별 이야기 연작을 중심으로 과거 기억이 중심이 된 일화들을 되살려 시대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연작시 평택항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간군상의 면면은 하나같이 애절한 사연을 언어 이전의 침묵으로 증언하고 있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또 김석일 시인이 시로 그린 평택항 사람들인 울보 최 사장, 여장부 미스 왕, 늙은 아가씨, 선상부부, 어떤 여자, 꼬마 김 장군, 홍 반장, 수원댁, 짱꼴라 장, 해병 황 중사, 강남 제비 유 선생, 바보 윤 지점장, 미스터 김, 시인 등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로 저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아픔에 노출된 약자들로 시인은 이들의 사연과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백인덕 문학평론가는 시집 평택항에 대해 이 시집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최근에 발간되는 시집들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인간군상(人間群像)이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작은 만인보(萬人譜)라 칭하고 싶었지만, 괜한 분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만화경(萬華鏡)이라 했다. 만 가지, 그러니까 많은 형상을 비춰준다는 의미보다는 그것을 들여다보는 의지와 자세, 즉 시적태도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평했다. 한편,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하고, 계간 한국작가 제9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시집으로 늙은 아들이 있으며 한국광고사업협회 회장, 한국광고단체연합회 이사, 경기도광고물제작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값 8천원 강현숙기자

압축적인 고사성어, 오해 대신 이해를

화복상전(禍福相轉), 촌음시경(寸陰是競), 오리무중(五里霧中), 오비이락(烏飛梨落).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유용하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고사성어들이다. 고사성어는 압축적이기 때문에 풀어주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풀어주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한자의 이해이고, 하나는 맥락의 이해이다. 특히, 동양고전은 한자문화권의 기록이기 때문에 고사성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에 관한 기본 소양이 필요하다. 또 옛 일이라서 현시대의 감각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맥락을 알아 변통을 해야 한다. 사자성어의 한자 뜻과 음을 표기하고, 자세한 의미를 현대사회의 다사다난한 문제에 대처하는 처세의 지혜 등을 제시하며 풀이한 책 고전으로 읽는 고사성어 인문학(비움과소통刊)이 출간됐다. 이 책은 불가의 법구경, 도가의 도덕경, 유가의 역경 등 유불선의 다양한 동양 고전의 한자 원문을 소개하고 뜻을 풀이해 한문공부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편집했다. 저자 철산(哲山) 최정준(사진)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한국철학을 전공,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산(大山) 김석진 선생에게 주역을 비롯한 경서를 사사, 28세 때 안면도에서 주역전문을 통강(通講)했다. 그후 20년간 주역과 동양고전을 연구하며 전국 대학과 사회교육기관, 국악방송 등에서 대학원생과 기업인, 사회인 등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저자는 고전은 결국 인간의 몸과 맘에 관한 이야기라며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퇴계(退溪)선생이 읊었던 시조가락처럼 옛사람도 날 못 보고 나도 옛사람을 못 보지만 마음으로 소통하는 일로, 그 일은 곧 그의 감성을 활성화시키고 지성을 숙련시키며 영성을 개발해주는 일이며 그렇게 될 때 드러나 보이는 세계도 화평을 향해 갈 수 있으니, 이것이 고전을 읽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값 1만3천800원 강현숙기자

[문학공장] 김연수 작가

2012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꼬박 1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됐던 이 글은 말 그대로 소설가의 일에 대한 글이다. 일종의 창작론이기도 한 이 책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제1부_열정, 동기, 핍진성)에서부터, 캐릭터를 만들고 디테일을 채우고 플롯을 짜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과정들(제2부_플롯과 캐릭터), 그리고 미문을 쓰기 위한 방법에 이르기까지(제3부_문장과 시점) 여러 가지 실질적인 창작의 매뉴얼들을 선보인다. 김연수는 작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일 뿐인데 잘 쓴다도 못 쓴다도 결국엔 같은 동사일 뿐이며, 잘 못 쓴다고 하더라도 쓰는 한은 그는 소설가라고 주장한다. 일단 한 문장이라도 쓰고, 컴퓨터가 있다면 거기에 쓰고, 노트라면 노트에 쓰고, 냅킨밖에 없다면 냅킨에다 쓰고, 흙바닥이라면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집어서 흙바닥에 쓰고, 우주공간 속을 유영하고 있다면, 머릿속에다 문장을 쓰자는 것이 김연수의 소설철학이다. 김연수 작가는 매일 2시간 단위로 쪼개서 글을 쓴다. 오전, 오후, 저녁 2시간씩 하루 세번 정도 일한다. 저녁에 약속이 있을 때는 저녁 2시간은 생략한다. 김연수는 말한다. 하루에 세 시간, 5매만, 느리게, 일단, 써(해)보자. 어쩌면 일 년 후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도 모른다고. 그리고 세심하게 관찰을 잘 하면 누구나 미문을 쓸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라고 당부한다.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라는 게 김연수의 문장철학이다. 1994년 등단해 그보다 더 오래고 튼실한 문학적 내공으로 오로지 글쓰기로만 승부해온 김연수의 그간 행보는 동세대 작가들 가운데 가장 뚜렷하고 화려했다. 6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에 한국을 대표하는 크고 작은 문학상들의 잇단 수상에 새로운 작품이 소개될 때마다 열혈 팬심은 물론이요, 문단 안팎의 신망은 그만큼 두터워진 게 사실이다. 김연수의 이번 산문집이 반갑고, 특별한 이유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비워내며 무위로 돌아간 고은 신작시 ‘이제 나는 0이다’ 출간

나는 815였다/나는 625였다/나는 419 산중이었다/나는 곧 516이었다/그 뒤/나는 518이었다/나는 615였다/그 뒤/나는 무엇이었다 무엇이었다 무엇이 아니었다/이제 나는 0이다 피투성이 0의 앞과 0의 뒤사이 여기 고은(81) 시인의 신작 시 자화상에 대하여다굴곡진 한국현대사와 함께하며 팔십여 평생을 삶아온 시인의 자화상에는 815 해방부터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쿠데타 등 역사가 새겨져 있다. 시를 쓴지도 반세기가 훌쩍 지난 시인은 마지막에 이제 나는 0이다며 자신을 철저히 비워내며 무위(無爲)로 돌아간다. 고은 시인이 시 전문 계간지 발견 겨울호에 자화상에 대하여 무위에 대하여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 대하여 유언에 대하여 등 신작 시 12편을 발표했다. 인류 각위 그대들이 끝내 지켜야 할 것/아래와 같다/내 발가락부터/내 손가락부터 이미 특수성일 것/내 별 볼일 없는 얼굴로 하여금/그 누구의 보편성 아닐 것(유언에 대하여 중) 무엇을 하지 않다니/거지가 되거라/비굴산 도둑이 되거라/무엇을 하지 않다니/꽃 지거나/다음해/꽃 피거라/두견새 오래 울어라 무엇이거라(무위에 관하여) 문학평론가 홍용희 씨는 무위의 존재성을 노래하는 시적 화자는 어느덧 자신의자화상으로 0을 표상화하고 있다면서 0은 무위의 시각적 표지라고 해석했다. 또 0의 없음은 있음의 반대가 아니라 있음의 모태이다.모든 가능성과 소멸의 출발이면서 궁극이고 근원이라면서 실제로 고은은 비어있는 풀무와 같이 엄청난 문학적 양질의 생산성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발견 겨울호는 고은 시인 외에 원로시인 허만하, 신달자, 정현종, 오세영, 정호승, 김광규, 정우영, 문태준, 이병률 시인 등의 신작 시도 소개했다. 연합뉴스

[이주의 신간도서] 꿈, 지금 꼭 정해야 하나요 外

꿈, 지금 꼭 정해야 하나요 / 김국태 外 6명 著 / 팜파스 刊 어떤 대학, 어떤 학과, 어떤 직업, 어떤 어른이 될지를 고민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을 위한 응원 에세이다. 마치 숙제를 하듯 진로를 정하는 청소년에게 꿈을 꿈답게 품을 수 있는 자유와 시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청소년들의 진로에 대한 갈팡질팡한 불안과 고민을 직면하고 공감해 준다. 당장의 진로 결정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과 행복임을 말한다. 값 1만2천원 대한민국 취업전쟁 보고서 / 전다은 外 2명 著 / 더 퀘스트 刊 총성 없는 전쟁터. 대한민국 취업 전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유명대학을 나와도 새 직장 구하기는 쉽지 않다. 취업 전쟁이 얼마나 심각한지, 취업준비생 심리는 어떤지, 이 시대 가장 절박한 생존투쟁을 20대 청년 3명과 기혼 여성인 현직 기자가 파헤쳤다. 한국의 취업 준비생에서 캐나다의 고용센터 직원까지, 위장취업부터 인터뷰와 통계 자료 분석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값 1만5천500원 사라져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 윤신영 著 / Mid 刊 현직 과학전문기자가 문학과 철학, 주역을 넘나들며 쓴 과학 에세이. 제목처럼 사라져 가는 것들이 서로 말을 걸고, 구체적인 목소리를 주고 받는 편지 형식이다. 과학 지식과 더불어 인접한 다양한 세계를 보여준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류의 수가 지구 역사 이래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멸종 중인 박쥐와 꿀벌, 이미 멸종한 한국 호랑이, 네안데르탈인 등의 말을 통해 해답을 찾는다. 1만5천원 강아지와 염소 새끼 / 권정생 著 / 창비 刊 강아지똥, 몽실 언니를 쓴 故 권정생 선생이 소년 시절 쓴 시 그림책이다. 개구쟁이 강아지와 새침데기 새끼 염소가 아옹다옹하다가 어느새 친구가 되어 뛰노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담겼다. 작가의 시에는 친근한 말맛과 소박한 정서가 있고, 화가 김병하는 시를 풍부하게 해석해 단순 명료하면서도 명랑한 동심을 그려냈다. 1만2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생 완간 세트 | 윤태호 | 위즈덤하우스 2. 비밀의 정원 | 조해너 배스포드 | 클 3.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4.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5.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6.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개정판) | 파트릭 모디아노 | 문학동네 7.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8. 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 글항아리 9. 싸드(Thaad) | 김진명 | 새움 10. 버티는 삶에 관하여 | 허지웅 | 문학동네

[문학공장] 작가 황정은

황정은(38) 작가는 한글을 일찍 뗐다. 기억하는 최초의 단어가 파도였다고 말할 정도로 문자감각이 뛰어났던 작가는 어린시절, 도스도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을 줄줄줄 외웠다고 한다. 언어에는 능했던 작가는 한 때 말을 안하고 살아봤고, 못하고도 살아봤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말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다는 그가 지금은 특유의 단정하고도 리드미컬한 문장으로 한국문단과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작가로 살고 있다. 거기다 낯가림 심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인데 인터넷 문학 라디오 문장의 소리 DJ부터, 현재 창비라디오 라디오 책다방까지 진행하고 있다. 적합한 수식어를 찾기 어려워 그저 황정은 풍이라고만 이야기될 수 있을 뿐인, 그 누구보다도 개성적인 소설세계를 구축해온 그의 소설에 대해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 황정은을 읽지 않는다면 처연하게 아름다운 세계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이처럼 세상에 발붙인 이후 읽고, 쓰고를 계속해온 황정은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刊)를 펴냈다. 지난 5일 서울에서 만난 황정은 작가는 처음으로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며 신작에 대한 애정을 덤덤하게 표현했다. 이번 소설은 2012년 가을호부터 2013년 여름호까지 소라나나나기라는 제목으로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됐던 작품이다. 1년 동안 개고를 거치면서 제목도, 결말도 바뀌었다. 작품은 소라, 나나, 나기 세사람의 목소리가 각 장을 이루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같은 시간, 한공간에 존재하는 세사람의 서로 다른 감정의 진술을 각각의 온도로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남편이 작업현장에서 사고로 죽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온갖 활동을 시시때때로 정지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소라를 망가뜨리고 나나를 망가뜨리며, 인생의 본질이 허망한 것이라고 세뇌하듯 이야기하는 어머니 애자의 곁에서 소라와 나나 자매는 관계와 사랑, 모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고 자라난다.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멸종하기를 꿈꾸는 소라와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전심전력을 다하는 사랑을 경계하는 나나. 그 차갑지만 질서정연하던 세계에 모든 것을 흐트러뜨릴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나나의 임신. 사랑을 미워해도 사랑은 사랑으로 다가오기를 멈추지 않은 결과였다. 소라는 엄마가 되는 것은 애자가 되는 것. 그러므로 애초에 아기는 만들지 않는 게 좋다. 애자는 없는 게 좋다.며 나나의 임신이 못마땅하다. 나나는 연이은 태몽과 자신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심장박동를 듣고 아기를 낳기로 결정한다. 이 둘의 바깥에서 세 번째 점이 되어 면적을 만들고 지질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화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로 어린 시절부터 빈한한 반지하 셋방 옆집에 살면서 같이 성장했던 이웃집 오빠, 나기와 이들 자매의 도시락을 싸주면서 거둬먹인 순자아주머니다. 불쾌하고 사랑스러운 여장 노숙인 앨리시어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황폐하고 처절한 폭력의 세계를 그려낸 장편 야만적인 앨리스씨에 이은 폭력의 안과 밖을 주제로 한 2부작에 해당된다. 이 소설은 세계의 끔찍함에 갇혀버린 인간에게 바깥이, 다른 세계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소설들이고 그 첫 번째가 야만적인 앨리스씨, 두 번째가 계속해보겠습니다다. 전작과 고민은 같지만 뉘앙스는 다른 소설을 쓰고 싶었다. 앨리스씨는 자기가 알던 세계 外로 나가는 데 실패했지만 이번 작품의 화자들은 다를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다. 나나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이 소설의 제목과 같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장이자 마지막 문장인 계속해보겠습니다는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의지를 담아 꾹꾹 눌러 천천히 곱씹듯 말하는 것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보겠노라고, 사랑해보겠노라고. 소설 마지막 소라는 목숨이란 하찮게 중단되게 마련이고 죽고 나면 사람의 일생이란 그뿐,이라고 말하고, 나나는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소라, 나나, 나기, 그리고 2014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고 또 즐거워하거나, 슬퍼하거나, 버텨가고 있다. 황정은 작가는 굳이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단념하지 않고 고민을, 사랑을, 삶을 계속해보는 거다.라고 말함으로써 어쨌든 태어난 인간에게는 세계가 주어지는데 지금은 그 세계가 상당히 형편없고 망가져 있다지만서도 소라, 나나, 나기처럼 본인도 계속해보겠다고 말한다. 삶에 대한, 소설에 대한, 소설 속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강한 작가는 이 책에서도 작가의 말, 해설, 책날개 약력을 넣지 않았다. 독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선 불친절하다 오해할 수 있다. 허나,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결코 불편하거나, 차갑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쓰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소설을 기껍게, 즐겁게 쓰고 있다. 디스크가 나가도. 2013년 야만적인 앨리스씨에 이어 2014년 계속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3부작에선 그 간명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의 점층과 뛰어난 언어 조탁력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기대된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바른 인성 뱃속에서부터 자란다

건강하고 바른 인성을 지닌 아이를 낳고 싶은 것은 모든 엄마들의 희망사항이다. 이처럼 건강하고 총명한 아기의 탄생을 염원하는 현대 임신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태교 지침서가 나왔다. 박숙현 이사주당기념사업회장이 쓴 태교는 인문학이다가 그것이다. 인간사회의 세태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 개인의 인성이 만들어진 기원을 좇다보면, 궁극적으로 어머니 배 속에서 만나게 된다. 결국 태교는 바른 인성을 위한 인문학의 첫 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만다. 저자 박숙현 이사주당기념사업회 회장은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근본 원인을 생명의 잉태와 탄생 전에서 찾고 있다. 바른 심성과 총명하고 건강한 아기 탄생을 맞이하기 위해 임신부와 가족들은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로 이사주당의 태교신기(胎敎新記)를 바탕으로 동서양의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설명하고 있다. 이사주당(師朱堂 1739~1821)은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로 현대 과학의료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세계 최초의 태교 전문서인 태교신기를 발간했다. 이사주당은 태교신기에서 마음 다스림 부분을 통해 인성을 강조했고, 부성 태교와 가족 태교를 강조했다. 태교를 하지 않을 경우 난산이나 기형아 출산 등을 할 수 있고, 태어나서도 생명이 짧을 수 있다고까지 경계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태교는 인문학이다는 박숙현의 태교신기 특강을 수정보완한 개정판으로 태교신기 원문 해석뿐만 아니라 의역을 통해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는 방식의 특강 형태로 꾸며진 태교 인문학이다. 한편, 태교신기 저자 이사주당을 기리는 이사주당기념사업회회장을 맡고있는 저자 박숙현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행정언론대학원 공공정책학과를 졸업했으며, 용인지역 대학에서 강의했고, 현장에서는 태교학교와 태교음악회 등을 열어 임산부들의 태교를 돕고 있다. 저서로는 박숙현의 태교신기 특강, 청소년을 위한 교육만화 처인성의 위대한 전투등이 있다. 값 1만8천원 용인=강한수ㆍ권혁준기자

‘왜 글을 쓰는가…’ 文人들 한자리에

시인, 소설가, 평론가가 한 자리에서 모였다. 한국작가회의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출간한 저서 세 겹으로 만나다:왜 쓰는가(삼인刊)에서다. 책은 시인 60명이 내놓은 180편의 시, 소설가 8명이 내놓은 왜 쓰는가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 또 평론가 4명이 내놓은 왜 쓰는가에 대한 답변을 섞어 엮었다. 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 낭독하기 좋은 시를 직접 골라 내놓았다. 고은, 민영, 신경림 등 40여 년 시를 써온 원로시인부터 이성복, 정호승, 김혜순, 김사인, 채호기, 황인숙, 안도현, 나희덕, 이병률, 문태준, 황병승, 강정 등 자신만의 단단한 시세계 안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시인들, 그리고 이설야, 유병록, 박준 등 그 뒤를 잇는 길을 막 걷기 시작한 풋풋한 신진시인들까지 다양한 성향의 시인들이, 직접 골라 내놓은 자신의 시로 한 시간, 한 공간 안에 모인 셈이다. 한편 소설가, 평론가는 왜 쓰는가라는 같은 질문 아래 모였다. 평론이 발표된 소설을 들여다보고, 발표된 소설이 그 평론에서 자신의 사후를 확인하는, 교차되는 시간의 방식 안에서 소설가와 평론가는 서로 닿을 일이 없다.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소설가와 그 글에 대한 평을 업으로 삼는 평론가가 쓰다라는 교집합 안에서 만난 것이다. 책은 한국작가회의 40주년을 맞아 행사준비위원회가 우정을 천명하며 마련됐고, 망라란 애당초 불가능하고, 수록 필자들이 한국문학을 온전히 대표한다고 할 수도 없지만 밖으로 세대와 유파별, 안으로 작가 개인 작품 세계의 샘플링으로서는 현재의 최선을 보여준다. 이 책을 바탕으로 나흘의 시 낭독회와 하루의 소설가-평론가들 상호 세미나가 11월 중 진행된다. 시 낭독회는 이미 알고 있는, 혹은 읽고 온 레퍼토리를 시인이, 혹은 낭독자가 어떻게 해석하는가. 그리고 그 레퍼토리들을 낭독회가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재미의 백미다. 값 1만5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이주의 신간도서] 대통령과 종교 外

대통령과 종교 / 백중현 著 / 인물과사상사 刊 권력과 종교는 닮았다. 무엇보다 같은 결과값을 추구한다. 권력은 표(票)로 종교는 수(數)로 환원된다. 이 책은 대통령과 종교의 관계를 사회적, 정치적으로 해석한 분석서다.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대통령의 종교적 성향과 재임기간 있었던 사건, 종교 편향 논란 등 국가권력과 종교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살폈다. 특히 대통령 직선제 이후 종교는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세력이 됐다. 대통령 선거 직전이나 당선 즈음 김영삼과 이명박 대통령등 기독교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개신교간 치열한 총력전을 폈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개신교 130년의 역사는 그야말로 성장의 압축판이라고 볼수 있다. 그 과정은 상당히 정치적이었다. 값1만5천원 우리들의 시간은 흐른다 / 후쿠다 다카히로 著 / 개암나무 刊 여름 방학이 시작될 무렵, 언제나 시끌벅적한 6학년 1반에 갑자기 불행한 소식이 날아든다. 쾌활하고 엉뚱하면서도 사려 깊어 모두가 좋아한 친구 타쿠야가 바닷가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타쿠야는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반 아이들은 충격과 슬픔에 빠진다. 타쿠야의 죽음으로 인해 죽음이 더욱 두려워진 노리코, 단짝 타쿠야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삼총사 카즈마, 마사오미, 히로키. 타쿠야를 짝사랑한 사유리와 타쿠야의 소꿉친구 후미, 모범생 반장 사노 등 친구를 잃었지만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타쿠야에 대해 저마다 다른 추억을 간직한 채 안타까운 이별을 준비한다. 열풍, 천재 여의사 앤이 가다, 여름의 일기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일본의 동화작가 후쿠다 다카히로가 썼다. 값 1만1천원 하룻밤에 읽는 서양사 / 이강룡 著 / 페이퍼로드 刊 천 년 서양의 역사를 흥미로운 주제별로 엮어 소개한다. 한 나라나 문화권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연대기적 구성이 아닌 특정 사건을 부각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통해 승리와 패배, 제국의 흥망성쇠에 가려진 역사적인 개념들을 명확히 설명하고 문학.철학.과학.예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서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명 발생부터 미국적 국제질서가 지배하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기존 역사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쿠바, 멕시코, 엘살바도르 등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값1만4천800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비밀의 정원 | 조해너 배스포드 | 클 2.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3.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4. 미생: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1: 착수 | 윤태호 | 위즈덤하우스 5. 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 글항아리 6.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개정판) | 파트릭 모디아노 | 문학동네 7.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8.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9. 싸드(Thaad) | 김진명 | 새움 10. 버티는 삶에 관하여 | 허지웅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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