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소설가, 평론가가 한 자리에서 모였다. 한국작가회의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출간한 저서 세 겹으로 만나다:왜 쓰는가(삼인刊)에서다. 책은 시인 60명이 내놓은 180편의 시, 소설가 8명이 내놓은 왜 쓰는가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 또 평론가 4명이 내놓은 왜 쓰는가에 대한 답변을 섞어 엮었다. 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 낭독하기 좋은 시를 직접 골라 내놓았다. 고은, 민영, 신경림 등 40여 년 시를 써온 원로시인부터 이성복, 정호승, 김혜순, 김사인, 채호기, 황인숙, 안도현, 나희덕, 이병률, 문태준, 황병승, 강정 등 자신만의 단단한 시세계 안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시인들, 그리고 이설야, 유병록, 박준 등 그 뒤를 잇는 길을 막 걷기 시작한 풋풋한 신진시인들까지 다양한 성향의 시인들이, 직접 골라 내놓은 자신의 시로 한 시간, 한 공간 안에 모인 셈이다. 한편 소설가, 평론가는 왜 쓰는가라는 같은 질문 아래 모였다. 평론이 발표된 소설을 들여다보고, 발표된 소설이 그 평론에서 자신의 사후를 확인하는, 교차되는 시간의 방식 안에서 소설가와 평론가는 서로 닿을 일이 없다.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소설가와 그 글에 대한 평을 업으로 삼는 평론가가 쓰다라는 교집합 안에서 만난 것이다. 책은 한국작가회의 40주년을 맞아 행사준비위원회가 우정을 천명하며 마련됐고, 망라란 애당초 불가능하고, 수록 필자들이 한국문학을 온전히 대표한다고 할 수도 없지만 밖으로 세대와 유파별, 안으로 작가 개인 작품 세계의 샘플링으로서는 현재의 최선을 보여준다. 이 책을 바탕으로 나흘의 시 낭독회와 하루의 소설가-평론가들 상호 세미나가 11월 중 진행된다. 시 낭독회는 이미 알고 있는, 혹은 읽고 온 레퍼토리를 시인이, 혹은 낭독자가 어떻게 해석하는가. 그리고 그 레퍼토리들을 낭독회가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재미의 백미다. 값 1만5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출판·도서
강현숙 기자
2014-11-04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