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김근 著 / 문학과지성사 刊 시인 김근이 세번째 시집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문학과지성사刊)를 출간했다 김근하면 신화적 상상력,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시인이 아니던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작정한 듯 기괴한 이미지들을 포진시켜놓고 있다. 느닷없이 젖은 팔 하나가 내 발목을 붙잡(「젖은 팔」)거나 모르는 손은 먼저 내장을 끄집어(「뼈만 남은」)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시의 인물들에겐 종종 원인을 알 수 없는 저주를 걸어놓았다. 「언니들」이나 「지워지는」의 인물들은 몸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고 「섬」의 늙은 할미는 지네처럼 기어 다녀야 한다. 이러한 비일상적인 장면들에서 독자들이 놀라는 이유는 그것들이 환기하는 낯섦이나 기이함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에 일상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근의 악몽들은 텍스트 안에 갇혀 있지 않고 꿈틀거리다가 발광하다가 기어이 뛰쳐나와 우리의 의식을 향해 손을 뻗는다. 악몽의 이미지들에도 불구하고 김근의 시는 매혹적이다. 그의 시가 조장하는 공포는 치명적이게 중독성이 강하며 무섭고 소름끼칠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도무지 어쩔 수 없을 만큼 유쾌할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시인이 고통을 대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반복되는 가위눌림 앞에서 김근의 화자들은 두려운 대상을 은근히 깔보고 능청스럽게 외면한다. 시를 다 읽고 나면 처음의 고통은 어느덧 수용 가능할 만큼 무뎌져 허참 하고 한번 웃게 된다. 값 8천원 강현숙기자
권력이라는 복잡한 힘을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미셸 푸코는 권력을 주어진 사회(사회적 환경) 내에서 일어나는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상황으로 보았고,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의 욕망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과 영광에 대한 욕망이다.라고 정의했다. 법학자 레이먼드 홀리웰은 욕심이 권력을 만든다고 했다. 다양한 해석만큼이나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권력. 설사 권력에 전혀 관심이 없다 해도, 인간 사회 속에서 사는 한 그 누구도 권력의 힘을 피해갈 수는 없다. 작게는 가정에서 크게는 국가와 세계에 이르기까지 권력이 작용하지 않는 곳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위에 서길 원하고, 권력을 갖고 싶어한다. 하다 못해 동네 통반장이라도 차지하려고 기를 쓴다. 그래서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법이다. 마치 자신이 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불 속으로 들어가는 나방처럼 말이다. 이러한 권력이 가진 맨 얼굴을 벗긴 권력의 거짓말(모아북스刊)이 출간됐다. 이 책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정치권력은 어떻게 흘러왔는가? 현직기자의 시선으로 정치권의 이모저모를 살펴봄으로써 현재의 사회 모순을 파악하고, 그동안 국내외 권력의 세계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사건들을 통해 여전히 부당한 권력이 건재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권력에 대한 분석서다. 또한, 현재 경기일보 정치부 부국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 강해인 기자는 20년 동안 정부 부처와 정당, 국회,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권력자들의 거짓말, 기자로서 느낀 한국사회의 권력구조와 역사를 되짚어본다. 권력의 거짓말이 던지는 물음은 두 가지다. 도대체 권력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정치 권력자는 왜 거짓을 말하는가? 이를 알기 위해 과거 한국 정치의 흐름, 외국의 사례,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미디 같은 실상들을 두루 살펴본다. 책은 현존하는 두 거대 정당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권력현상의 이모저모를 돌아보고,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저자는 한국 정당정치의 뿌리부터 현재까지 걸어온 길을 확인하면서 현재 한국의 정치인들이 어찌해서 거짓으로 일관하는 거대한 이익집단으로 형성됐는지, 역대 대통령을 중심으로 어떻게 권력이 모여들었으며, 그것을 해체하고자 하는 노력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그 사이에 한국 정치는 어떤 진탕을 이룰 수밖에 없었는지 파헤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접 관련된 문제들도 짚고 넘어간다. 현재 경제 권력이 서민의 삶을 압도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현 정부가 경제 권력의 견제자가 되어줄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또, 현대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한국 언론이 군사정권부터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오던 과정을 돌아봄으로써 언론과 정부와 자본의 부정한 삼각관계를 제시하며, 언론의 거짓말에 국민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묻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부 기자의 발 빠른 현장 취재력과 정치 상황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앞으로의 한국정치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포착하는 혜안이 돋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세계적 석학인 노엄 촘스키가 그랬다. 권력의 거짓말을 세상에 폭로하는 것이 지성인의 책무다라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부를 만드는 건 바로 국민들이며, 국민들은 국가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이 정당한 권력인지를 꾸준히 감시해야 한다 값 2만2천원 강현숙기자
누가 왕따를 만드는가 아카사카 노리오 著 / 유아이북스 刊 왕따는 어느 사회나 존재했다. 최근 전말이 드러난 윤 일병 폭행사건에서 보듯 군대와 학교, 직장 등 일상 도처에 널려있다. 책은 일본에서 발생한 왕따현상, 차별문제를 분석했다. 일본 최고의 지성인 아카사카 노리오는 왕따현상을 문화인류학, 사회학, 현상학, 정신분석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동원해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배제의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는 왕따현상을 학교 내 따돌림, 노숙자 살인, 사이비 종교, 묻지마 범죄, 장애인 차별, 젊은이들의 현실 도피 등 6개 주제로 나눠 분석했다. 값 1만4천500원 안중근, 아베를 쏘다 김정현 著 / 열림원 刊 안중근 의사가 현대에 나타나 일본 아베 신조 총리에게 총을 쏘는 설정의 역사 판타지다. 아베를 저격하고 체포된 안중근은 재판장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 왜곡, 일본군 위안부 책임 회피 등 일본의 과거현재 죄목과 아베가 저지른 죄목 15가지를 낱낱이 짚어 역사에 고한다. 역사에 설정을 더한 전형적인 팩션이지만 작가는 사실의 정확성을 더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3년에 걸쳐 치밀하게 집필했다. 이미 성인의 반열에 오른 안중근 의사의 삶을 풀어내기가 어려웠다는 작가는 이 책을 시작하고 끝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안중근이 영웅이기 전에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값 1만4천800원 TV속 세트를 짓다 양승헌 著 / 두성북스 刊 18년차 관록의 세트 디자이너 OBS 양승헌 미술감독이 그동안 세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쌓아온 실무 경험과 현장 노하우를 생생하면서도 세밀하게 담아냈다. 연출가의 미술 의뢰로 시작해서 협의를 거쳐 도면을 그리고 확정된 설계안을 따라 세트를 설치하고, 소품을 배열하기까지의 실제 작업 프로세스 등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양승헌 미술감독은 지금까지 세트 디자인 일을 해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TV 방송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이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생생한 실무 정보를 담은 책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면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거창한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꼭 알아야 할 내용 위주로 썼다 고 강조했다. 값 2만6천원 박광수기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2.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 부키 3.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4. 나의 한국현대사 | 유시민 | 돌베개 5. 불륜(양장본 HardCover) |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6.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7.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8. 마법천자문. 29: 힘을 더해라! 도울 조 | 올댓스토리 | 아울북 9. 내가 공부하는 이유 | 사이토 다카시 | 걷는나무 1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의사도 모르는 자연치유의 기적 / 최윤근 著 / 예신 刊 대체의학에는 왜곡된 시선이 있다.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가 요행을 삼아 산속 조용한 곳을 찾아 들어가 나름 준비한 약초를 취식하는 행위.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양분한 의학적 권위의 주변에 고정된 채 하위로 취급됐다. 그러나 저자는 대체의학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인간이 건강한 그리고 자연의 일부로 생존하기 위해 강구된 수단의 축적물이다. 이 책은 대체의학의 종류와 효과를 소개했다. 물 치료, 봉독 치료, 효소 치료, 최면치료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대체의학을 집대성했다. 값 1만6천원 자본과 노동 / 오타니 데이노스케 著 / 한울 刊 자본론은 마르크스의 대표적 저서다. 아니, 근대사회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 서적이다. 이 책에 대해 레닌은 금세기 가장 위대한 경제학 저서라도 말하기도 했다. 자본론은 자본주의의 속성을 생산수단과 노동력 착취 등의 관점에서 냉철하고 정확하게 고찰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대로 읽히지 못했다. 구조적 변혁을 가져왔으나 뒤틀린 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속에 흡수됐기 때문이다. 결국, 체제의 실패로 그의 모든 것도 실패한 것으로 간주됐다. 이 책은 그 같은 자본론의 역사를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히도록 요약했다. 현대 자본주의사회가 그 전의 사회로부터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새로운 사회를 낳는 가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서술했다. 값 2만3천원 어린이 인문학 여행2 / 노경실 著 / 생각하는책상 刊 인문학 열풍이다. 영어와 수학에만 몰두한 우리 부모들이 봤을 때 도대체 인문학이 뭔가, 내신에 반영되는가, 대학가는 데 도움이 될까 하며 혼란스러워 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인문학은 그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의 세속이 되는 순간 스스로 궤멸하는 학문이다. 사람답기 위해 주고받는 언어, 상상의 나래를 통해 품을 수 있는 문학, 왜 그래야 하는지 본질에 대해 묻는 철학,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발자취를 따지는 역사가 인문학의 토대다. 이 책은 자칫 난해할 수 있는 인문학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저술한 인문학 책이다. 지난 1권에서 신화, 미술, 천문학 등의 주요 지식을 풀었다면 2권에는 심리학, 음악, 문학, 환경을 다뤘다. 타성의 경계를 허물고 과학, 예술까지 아우르려는 시도다. 값 1만2천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2.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 부키 3.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4. 나의 한국현대사 | 유시민 | 돌베개 5.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6. 불륜(양장본 HardCover) |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7. 마법천자문. 29: 힘을 더해라! 도울 조 | 올댓스토리 | 아울북 8. 내가 공부하는 이유 | 사이토 다카시 | 걷는나무 9.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10. 어떤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가 | 존 네핑저 | 토네이도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21세기 생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밀란 쿤데라가 신작 소설 무의미의 축제(민음사刊)가 출간됐다. 지난 2000년 향수가 스페인에서 출간된 이후 14년 만의 소설이다. 무의미의 축제는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진행된다. 새로이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된 여자의 배꼽에서부터 배꼽에서 태어나지 않아 성(性)이 없는 천사, 가볍고 의미 없이 떠도는 그 천사의 깃털, 그리고 스탈린과 스탈린의 농담, 그에서 파생된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사유를 이어 가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1967년 첫 소설 농담에서 시작되어, 1984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그의 문학 세계는 2014년 무의미의 축제에서 그 정점을 이루며 쿤데라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내맡겨진 인간, 그 존재의 가벼움에 천착하는 쿤데라는 이번 소설에서 스탈린과 칼리닌의 일화를 교묘히 엮어 낸다. 사냥을 간 스탈린이 자고새 스물네 마리를 발견하는데, 총알이 열두 개밖에 없다. 열두 마리를 쏘아 죽인 다음 총알을 가지러 13킬로미터를 왕복하는데, 돌아와 보니 남은 열두 마리가 그대로 있다. 이 경험을 스탈린이 자신의 동지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는 동지들 모두 웃지 않고 입을 꾹 다문다. 모두들 스탈린의 이야기가 웃자고 한 농담이 아니라 역겨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스탈린의 농담은 아무도 웃지 않는 장난이 되어 버린다. 쿤데라의 첫 번째 소설 농담에서,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왔다면, 어쩌면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될지도 모를 무의미의 축제에 등장하는 이 스탈린의 일화는 이제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넘어서,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네 남자의 이야기 사이에서 어쩌면 기이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 역사적 일화를 통해 쿤데라는 하나의 농담조차에도 진지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의 무거움, 그 비극성과 마주하는 태도로서 무의미를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 인간 존재의 삶이 아무런 의미 없음의, 보잘 것 없음의 축제이며 이 무의미의 축제야말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우리의 시대라고. 쿤데라는 말한다. 우리는 무의미를 사랑해야 한다고.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4생결단 코리아 / 박정 著 / 책보세 刊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4대 강국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을 담은 책 4생결단 코리아(책보세 刊)가 발간됐다. 이 책은 중국 우한대학에서 국제관계를 연구한 박정 박사가 다년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동북아 정세를 진단해 한국의 공존공영 전략을 제시했다. 박 박사가 작금의 외교 정세에서 가장 주목한 키워드는 거인의 귀환, 즉 중국의 부상이다. 따라서 책은 중국의 외교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 전개될 정세를 전망하는 데 많은 면을 할애했다. 이를 통해 그는 거인의 귀환으로 중국과 미국이 패권을 다투는 향후 세계 정세는 개별 강대국 간 충돌이 아니라 동서 문명의 조우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를 장악해온 미국과 중국이 150년 만에 다시 만난 동북아정세가 어디로 어떻게 흐를 것인지, 이 책과 더불어 탐색하는 여정이 자못 흥미롭다. 정가 1만5천원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나희덕, 「난파된 교실」 부분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제주를 운항하는 6천835톤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것이다. 사고 후 100일이 지나고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세월호 특별법도 진척이 없다. 세월호 소유주는 주검으로 발견됐고 희생자 가족들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세월호는 여전히 침몰 중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침몰 중이다. 그날 배 안에 타고 있던 376명의 이름은 우리 모두의 이름이었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69명이 함께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강은교 외 68인著ㆍ실천문학사刊)를 펴냈다. 강은교, 고은, 곽재구, 김사인, 박철, 손택수, 송경동, 신현림, 이재무, 정석남 등 한국문단에서 내노라 하는 시인들은 2014년 그 봄날, 맹골수도에 잠든 하얀 꽃들에게 마음을 위로하는 시를 건넨다. 유용주 시인은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말라/이건 명백한 살인이다며 뿌리부터 가지까지 몽땅 썩어 문드러진/국가를 먼저 구속시켜다오라고 그 책임을 강도 높게 묻고, 송경동 시인은 돌려 말하지 마라/온 사회가 세월호였다/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고 비판했고 김선우 시인은 이 땅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죄가 너무 크다/너희에게 갚아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고 고백했다. 문동만 시인은 침몰입니까? 아니 습격입니다 습격입니다!/우리들의 고요를, 생의 마지막까지 번지던 천진한 웃음을/이윤의 주구들이/분별심 없는 관료들과 전문성 없는 전문가들이/구조할 수 없는 구조대가/선장과 선원과 또 천상에 사는 어떤 선장과/선원들로부터의 습격입니다라고 애통해 했고, 백무산 시인은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다 끝내 오르지 못한 스물두 살/4월을 품은 여자 박지영, 그가 최후의 선장이다며 자신의 목숨을 바쳐 단원고의 많은 학생들을 살려낸 승무원 故 박지영씨를 추모했다. 이 땅에 깨어 있는 시인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슬픔을 넘어 분연을 외친다. 지금은 분노해야 할 때!라고. 또 세월호는 침몰한 것이 아니라 선원들과 선장, 선주와 같이 이윤만 노리는 자들, 해경이나 해양수산부 같은 관료들의 무능과 부패 등으로부터 습격을 받은 것이라고 정곡을 찌른다. 그러면서 시인들은 우리에게 남은 일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일이라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라면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문학의 윤리이며, 문학이 말하는 자유임을 믿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 책의 작가 인세 전액과 출판사 수익금 10%는 아름다운재단 기억 0416 캠페인에 기부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값 1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검소한 추기경, 낮은 자세로 가난한 이들을 찾아다니는 목자, 사회 정의를 실천해 온 지도자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을 앞두고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있다. 2013년 3월 13일 가톨릭교회의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2천년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이며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기도 하다. 다양한 형태의 교황 서적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미리 만나보자.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가톨릭출판사刊)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이자 추기경으로 재임하던 시절 다양한 사목 활동을 한 교황의 강론과 연설, 편지와 보고서 등을 모은 책이다. 특히, 아르헨티나 현지 상황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묵상하게 한다. 나를 넘어 우리(공동선)로, 믿음을 넘어 사랑으로 향하게 한다. 마약과 알콜, 문란한 성문화에 노출되어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방치되고, 가족의 해체로 길거리에 떠도는 아이들과 버려지는 노인들이 증가하며 물질 만능주의에 점점 심각해지는 빈부격차로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현실 등에 대해 교황은 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고 예리하게 분석한다. 교황의 지난 사목적 발자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만의 장점이다. 값 1만2천원 ■교황과 나 교황과 나(메디치미디어刊)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정통한 한국의 해방신학자 김근수가 쓴 책으로 개혁 교황 프란치스코와 한국에 관한 입문서다. 여타 교황 관련 도서과 달리 이 책은 프란치스코를 영웅적 조명에서 벗어나 예수회, 프란치스코, 아르헨티나라는 문화와 조직의 차원에서 교황을 조명했다. 또 보수적인 교황청이 자구책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택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해설하고, 한국 교회가 교황 환영을 뛰어 넘어서, 교황과 교황청의 개혁 메시지를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인문학자들에게 교황청과 교황이란 조직의 개혁 과정을 날카롭지만 친절하게 전달한다. 값1만4천500원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 책은 현재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진슬기 신부가 교황의 마음, 어감, 말투까지 살려 번역했다. 교황좌에 착좌한 직후부터 2014년 6월 21일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모은 것으로 진 신부가 교황의 말씀을 우리말로 옮겨 정리하고, 그 이야기의 배경 상황까지 친절히 설명하며 자신의 묵상도 곁들인다. 특히 QR코드를 삽입해 교황의 가르침을 동영상과 함께 볼 수 있도록 제작해 교황의 목소리와 말투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으며 관중들의 반응과 당시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내추럴 코드 / 장석종 著 / 엘자이하우스 刊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재생력과 치유력을 안내한 책이다. 내츄럴 코드는 자연치유의 맥을 짚는 오감멀티테라피 건강활용법이다. 즉, 스스로 인체의 이상을 조절하여 개개인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임상사례를 통해 체질, 성격, 육체적 이상 현상을 푸드테라피로 치유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이자 서울장신대 자연치유선교대학원장으로 있는 장석종 박사는 우리 몸은 이상 현상을 정상으로 회복하고 유지하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 항상성이 바로 자연치유력이라고 말한다. 임상사례를 포함해 모두 15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푸드테라피와 경락, 근육테라피, 감정치유 등 다양한 자연치유법을 소개한다. 값 1만9천원. 화 / 알루보물레 스마나사라 著 / 경선라인 刊 화를 내는 것은 쉽지만, 화만 내는 인생은 어둡고 괴롭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우리 내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책은 오랜 세월 수행을 이어온 저자가 화란 무엇이고, 화가 왜 행복을 파괴하며, 그 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다스릴 것인가를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화를 주제로 한 이 책에서 화를 진단하고, 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설명한데 이어 극복하고 다스리는 방법을 상황에 맞춰 조근 조근 설명하면서 짧은 인생, 괴로워하거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마음가짐에 따라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불행을 초래하는 화만은 절대로 마음속에 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값 1만3천원. X표를 하시오 / 조지영 著 / 문학과지성사 刊 낙인(烙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상은 어른, 아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무책임하고 무차별적인 폭력은 우리와 정상이라는 집단의 가면 속에 철저하게 은폐돼 있다. X표를 하시오는 이 같은 폭력의 삽화들을 십대들의 일상 속에 녹인 옴니버스 작품이다. 저소득층 아이의 수치심을 담은 최악의 짝꿍,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몰린 아이의 억울함을 그린 X표를 하시오, 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평온한 가정에 불어닥친 불안감을 표현한 FC603, 왕따를 면하고자 친구들에게 무조건 맞춰 주던 아이의 독립 선언 오바마와 나 등 어른이 양산해 낸 현대사회의 문제를 아이들의 현실에 빗대 짚어본다.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오랜 시간 교단에서 만난 아이들의 아픔을 공감과 애정 어린 시선에서 뽑아낸 이야기들이다. 값 9천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2.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3. 나의 한국현대사 | 유시민 | 돌베개 4.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5. 내가 공부하는 이유 | 사이토 다카시 | 걷는나무 6. 해커스 토익 보카(전면개정판) | David Cho | 해커스어학연구소 7. 나만 알고싶은 유럽 TOP10 | 정여울 | 홍익출판사 8. 원피스. 74 | Eiichiro Oda | 대원씨아이 9. 어떤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가 | 존 네핑저 | 토네이도 10. 말공부(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 조윤제 | 흐름출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수원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전문매거진 인인화락 여름호(제7권)가 발간됐다. 시원스레 펼쳐진 수원 광교호수공원이 표지로 장식된 이번 호는 여름을 잘 나는 법을 주제로 특집기사가 마련됐다. 첫 번째 주제는 여름휴가와 놀이에 대한 단상ㆍ명상ㆍ망상이다. 일과 노동에 점령돼 점차 그 의미가 탈색되고 있는 휴가의 의미를 철학적, 인문학적 시각에서 해석했다. 이어 두 번째 특집인 과거에서 쉬어보자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진정한 휴가의 의미와 장소, 먹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했다. 마지막에는 최근 수원 시민의 새로운 쉼터로 등장한 광교호수공원의 여름나기를 다뤘다. 여기에 굴비작가로 유명한 박요아 한국화가의 작품세계와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살풀이 보유자 송악 김복련 선생의 무용과 인생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이 밖에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이 수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원천의 옛 사진을 통해 수원시민과 함께 한 수원천의 문화와 역사를 들려준다. 또 나눔갤러리에 입주한 일러스트 안지윤 씨의 작품이야기와 인계동 서울전파사 강현철 사장 등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담겨있다. 인인화락 여름호는 수원문화재단 홈페이지(www.scwf.or.kr) 자료실과 수원지역 도서관 등에서 열람할 수 있다. 문의 (031)290-3525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