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자 구루되기-공연마케팅’ 박정배 著

공연마케팅에 입문자를 위한 전문서적이 출간됐다. 박정배 청운대 공연기획경영학과장이 출간한 ‘공연기획자 구루되기-공연마케팅’(월간 이벤트 刊). 국내 4년제 대학으론 유일하게 공연 관련 학과를 개설해 운영하는 박 교수. 지난 2년동안의 강의와 그 동안 공연기획 관련 노하우를 한데 묶었다. “최근 공연실무지침서 형식의 서적이 많이 출간됐지만, 학생들과 체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서적이 적었습니다.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경영 형식을 활용한 공연마케팅 서적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 ‘공연마케팅의 이해’를 시작으로 ‘공연마케팅의 환경’ ‘공연과 관객행동’ ‘공연마케팅 의사결정과 시장조사’ 등이다. 여기다 공연물 포지셔닝과 가격전략, 공연촉진수단 등 실무적인 부분까지 세세히 다룬 게 특징이다. 박 교수는 “공연기획은 공연예술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이벤트 등 프로젝트 개념을 접목시켜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공연기획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프로그래밍 과정은 이제 보편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청운대는 지난달 서울 대학로에 공연예술센터를 건립, 난타 기획사인 ㈜PMC와 산학협력을 펼치고 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공연리뷰>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에 따라, 연주 레퍼토리에 따라 소리와 연주에 많은 차이를 보이는 악단이다. 이는 음반 시리즈로 발매되고 있는 그들의 방송실황 음반에서 증명된다. 아드리안 볼트에서 시작해 피에르 불레즈, 루돌프 켐페 등 거장 급의 지휘자들이 여럿 거쳐 갔지만 그 명성이 여느 악단보다 크지 않은 까닭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그만큼 지휘자의 개성과 해석을 선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잘 길든 유연한 악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새로이 BBC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지휘자 이르지 벨로흘라베크는 국내 팬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받고 있던 중견 지휘자다. 1990년대 체코의 양대 오케스트라라 할 수 있는 프라하 심포니와 체코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를 역임한 그의 연주력은 샨도스 레이블에서 발매된 음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등장한 BBC 심포니의 사운드는 당연히 과거와 사뭇 달랐다. 한결 날렵해진 탄력성과 기민함은 10년 전 내한 당시 무색무취에 절도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앤드루 데이비스 지휘 때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미덕이다. 이는 새로이 맞은 지휘자가 가진, 동구권 출신 특유의 독특한 리듬감에 연주자들이 반응한 결과였다.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후안'에서 제일 먼저 귀를 끌어당긴 것은 고음 현악 파트였다. 비교적 젊은 주자들이 포진해 있었던 바이올린 파트와 목관파트는 중견 이상으로 구성된 저음 현악부 및 금관 파트에 비해 음색이 투박하고 날카로웠다. 음색의 차이는 이질감을 유발했지만, 그만큼 작품 안에 녹아 있는 그들이 주관하는 다양한 테마들이 선명하게 부각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피아니스트 임동혁과의 협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의 호흡이 돋보이는 호연이었다. 벨로흘라베크는 임동혁의 피아노 음색에 맞추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조율하는 유연함을 과시했다. 슈트라우스에서 날카롭고 예민한 소리를 내뿜었던 현악 파트는 임동혁과의 연주에서는 보다 섬세하고 반짝거리는 사운드를 연출했다. 쇼팽이며 라흐마니노프 등 스케일 넘치는 레퍼토리에 치중하던 임동혁의 모차르트는 그의 또 다른 재능을 보여주는 호연이었다. 명료하면서도 안정적인 터치는 사운드나 감정의 과장을 억제하고 음표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으며, 여기에 그의 타고난 음색은 더할 나위 없이 찰떡궁합을 이루었다. 작곡가보다 연주자의 존재감과 개성이 더 뚜렷했던 과거 레퍼토리들에 비해 이번 연주는 작곡가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부각시키면서 연주자의 겸손함과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2부 순서로 연주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에서는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음향 효과가 탁월하게 살아났다. 한 치라도 어긋나갔다는 자칫 오합지졸이 되기 십상인 이 교향곡에서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들은 서로 오랜 호흡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앙상블을 이루어 나가면서도 각자의 독자적인 소리를 당당하게 내세웠다. 다만 기민하지 못했던 목관이 뒤로 처져 둔하게 반응했을 뿐 날카로운 고음 현악과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금관의 찬연한 음색이 작품의 카리스마를 살렸으며, 슈트라우스에서 머뭇거리던 아쉬움을 보여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는 힘차고 역동적으로 작품에 풍성한 무게감을 실었다. 연주의 전체적인 완성도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관객들을 기쁘게 했던 것은 연주에 임하는 단원 모두의 성실하고 열중하는 태도였다. 수십 년의 전통을 가지고 매해 100회가 넘는 콘서트를 주관하는 오케스트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너리즘을 그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린 청년 단원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장에 이르기까지 BBC 심포니의 연주자들은 지휘봉과 악보에 집중하며, 수십 번은 연주했을 작품들을 마치 처음 대하는 양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음악에 몰입했다. 그들의 치열한 모습은 관객들에게 흐뭇함을 안겼다. /연합뉴스

<공연리뷰> 안젤라 휴이트 피아노 독주회

20세기 중반 일어난 원전연주 부흥 운동의 영향으로 바로크 시대는 물론 초기 고전주의 이전 시대까지 일부 사조의 주도권을 원전 악기에 넘겨준 이후, 현대 악기 연주가들은 자신의 악기에 원전 연주법을 적용하며 타협점을 모색해 왔다. 바흐의 건반악기 작품들이 대부분 하프시코드라는 시대 악기로 녹음되는 상황에서, 그러나 안젤라 휴이트는 모던 피아노를 선택하여 11년간에 걸쳐 바흐 건반악기 전곡 시리즈(하이페리온사)를 완성했다. 이 11년의 세월 동안 18장의 음반이 출시됐으며, 그 중에서도 평균율(1997년)과 골드베르크 변주곡(1999년)은 악기와 상관없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으며 그녀를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각인시켰다. 지난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된 그녀의 첫 내한무대는 시기적으로 의미와 명분이 넘쳤다. 그녀의 바흐 전곡 시리즈가 완성된 것이 지난해였으며, 공연 바로 며칠 전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잡지 '그라모폰'은 휴이트의 이러한 공로를 인정하여 그녀를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애호가들은 연주곡목이 바흐로 점철되길 바랐으며 심지어 흔히 볼 수 없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 연주회까지 욕심을 냈지만 프로그램은 베토벤과 바흐로 절반씩 구성되어 있었다.(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또한 그녀는 따로 전곡 녹음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휴이트의 바흐는 과연 소문대로였다. 1부에 연주된 영국 모음곡 6번이 아기자기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연주였다면 2부에 연주된 프랑스 모음곡 4번은 리듬감과 동적인 생명력이 넘치는 움직이는 영상과도 같았다. 영국 모음곡의 경우, 그녀는 다소 경직된 듯 처음 세 곡은 무미건조하게 흘려 보냈지만 네 번째 사라방드에서부터는 본연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기자기하지만 일관된 프레이징이 유지되는 가운데 다양성을 끌어내는 그녀의 무기는 터치였다. 스타인웨이 대신 파치올리를 선택한 그녀는 이 새로운 악기에서 다양한 색깔과 톤을 끌어냈다. 오른손이 명징하게 왼손을 이끌어가는 가운데, 두 편의 가보트에서는 리듬에 생동감이 더해졌으며, 파치올리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음색 또한 적절하게 이에 부응했다. 프랑스 모음곡에서는 왼손의 약진이 돋보이는 가운데 양성부가 동등한 소리를 가지면서 대위법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넘치는 리듬감과 유연한 프레이징, 생기 넘치는 터치로 각각의 모음곡들은 춤곡 본연의 탄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나중 앙코르로 연주된 프랑스 모음곡 5번 중 '지그'에서는 이러한 품위있는 역동성이 가장 효과적으로 연출됐다. 바흐와 달리 그녀의 베토벤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연주였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은 1악장에서 템포의 변화가 극단적으로 시도됐다. 휴이트의 루바토는 느리고, 중후한 서주부와 그 뒤를 잇는 빠른 알레그로는 선명하게 대립관계를 이루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다이내믹한 감정이 이후 따르지 않았다. 단정하고 안정감 넘치는 정체성 속에서 템포의 극단적인 변형은 무리한 이질감을 초래했으며 결국 청춘의 격렬한 열정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피아노 소나타 3번은 그동안 베토벤 초기 소나타에서 간과되었던 바로크적인 특성이 엿보이는 연주였다. 수수하지만 절도있는 강약의 변화 속에, 거칠고 세찬 낮은 음역과 화려함이 돋보이는 높은 음역이 동등한 존재감으로 어우러져 균형감 있게 완성한 1악장은 특히 인상 깊었다. /연합뉴스

가을 맞아 '번안 오페라'도 풍성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돈 카를로', 한국오페라단의 '오리지널 토스카',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등등. 올 가을에는 유난히 대작 오페라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들 공연은 오페라 초보자나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원어로 공연되기 때문에 오페라를 자주 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조차 벅차다. 또 티켓 가격은 최고 33만 원에 달한다. 이들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번안 오페라'들이 속속 무대에 올려져 관객들을 만난다. 번안 오페라는 한국어로 공연되는데다 배경도 국내로 설정돼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또 대부분 소극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티켓 값도 비교적 저렴한 편. 다음달 3-5일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공연되는 '박과장의 결혼'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번안한 오페라다. 원작의 알바비바 백작은 서울 강남 유명 호텔의 한 사장으로, 피가로는 한 사장의 심복인 총무과 박 과장으로, 수잔나는 한 사장의 비서 미스 심 등으로 바뀌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휘 양진모. 연출 이범로. 공연시간 : 3일 오후 7시30분/4일 오후 3시, 7시30분/5일 오후 5시. 2만-7만원. ☎02-586-0945. 세종오페라단의 '사랑한다면' 역시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를 번안한 작품. 다음달 2-4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공연된다. 두 남자가 여자의 정절을 시험한다는 내용의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다. 배경을 이탈리아가 아닌 한국으로 설정했고, 일반인이 지루하게 느끼는 레치타티보(선율적인 대화)도 연극적 대사로 처리했다. 지휘 김주현. 연출 유철우. 공연시간 : 2,3일 오후 7시30분/4일 오후 3시, 7시30분. 3만-5만원. ☎02-332-5545. 또 이달 27-28일 오후 7시30분 대전 엑스포아트홀서 공연되는 '비올레타'는 베르디 원작의 '라 트라비아타'를 현대적 감각과 배경으로 각색했다. 연출 현영한. 1만-5만원. ☎042-866-5114. 다음달 3일부터 12월10일까지 롯데월드 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바스티엥&바스티엔트'도 모차르트의 동명 오페라를 가족 뮤페라(뮤지컬+오페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3만3천-4만4천원. ☎02-411-066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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