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독립영화 지원 쇼케이스 신설

(연합뉴스) 재단법인 전주국제영화제(JIFF) 조직위는 오는 5월 1-9일 열리는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독립영화의 제작을 지원하기 위한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 부문을 신설한다고 25일 밝혔다. '워크 인 프로그레스' 부문은 시나리오와 제작계획서 등에 의존해 지원을 결정하는 다른 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현재 제작 진행 중인 작품의 일부를 직접 확인하고 구체적인 작업 방향에 대한 연출자의 설명을 들은 뒤 지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올해는 무속인의 내밀한 삶과 고민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사이에서'의 이창재 감독과 김응수 감독 등 이전에 JIFF에 참가했거나 올해 참가할 예정인 감독들 중 8명이 현재 촬영 중인 신작을 선보이게 된다. JIFF 조직위는 참가작 가운데 한 작품을 선정해 연출자나 제작자에게 지원금 5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며 영화제가 10회째를 맞이하는 내년부터는 각종 지원 기금을 유치하는 등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JIFF 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는 "독립영화 감독들에게는 지원을 얻을 기회를, 제작자들에게는 유망한 독립영화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축제 관계자들에게는 영화제 기획을 위한 신작 정보를 미리 얻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워크 인 프로그레스' 부문은 오는 5월4일 전주 메가박스 8관에서 진행된다.

<새영화> 워킹타이틀의 로맨스 '나의 특별한…'

(연합뉴스) '프렌치 키스'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로 이어진 영국 워킹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에는 다른 영화사의 작품들과는 다른 특별한 뭔가가 있다. 남녀 주인공이 만나 사랑에 빠졌다가 갈등을 겪은 뒤 다시 애정을 확인한다는 뻔한 구성이지만 달콤쌉쌀한 사랑의 묘미를 확실히 보여준다. 살아 있는 캐릭터와 재치 있는 대사, 경쾌한 에피소드들은 상큼하고 발랄하다. 여기에 애틋한 심리 묘사와 가족적인 분위기까지 갖춰 한국 관객의 정서에도 잘 들어맞는다.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워킹타이틀표 로맨틱 코미디임을 금세 눈치챌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한 남자와 여자 세 명의 사랑을 보여주지만 엇갈린 사각관계로 그리기보다 '3인3색'식으로 풀어나가 옴니버스 영화처럼 보일 정도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인연을 보여주며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노래하고, 약간의 허점을 보이는 인간적인 아빠와 예쁘고 당돌한 어린 딸 사이의 가족애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런 조합은 아주 특별하지는 않지만 분명 매력적이라 20편 가까이 쏟아지고 있는 올 봄 로맨틱 코미디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일 만하다. 또 영화에 슬쩍슬쩍 끼워놓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고 시종 흘러나오는 1990년대 팝송도 귀를 잡아끈다. 다만 여느 애정물과 차별화하지 못한 국내판 제목이 오히려 극장문으로 향하는 관객의 발길을 주춤하게 만들 듯하다. 원제는 '데피니틀리, 메이비(Definitely, Maybe)'다. 광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윌 헤이즈(라이언 레이널즈)는 아내와 이혼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딸 마야(애비게일 브레슬린)와 만날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마야를 데리러 학교로 간 윌은 하필 그날 학교에서 성교육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야로부터 남녀관계에 대한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 그날 밤 마야는 엄마와 아빠의 만남에 대해 캐묻고 윌은 옛날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야기 속 여자들 가운데 누가 엄마인지 맞혀 보라고 한다. 15년 전 젊은 윌에게는 상냥하고 여성스러운 여자친구 에밀리(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있다. 그러나 윌은 정치인이 되려는 당찬 꿈을 안고 에밀리를 남겨둔 채 빌 클린턴의 대선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에밀리는 뉴욕에 사는 친구 서머(레이철 와이즈)에게 전해주라며 꾸러미를 하나 건네준다. 윌은 선거캠프에 합류하지만 꿈꾸던 것과는 달리 잡일만 맡게 된다. 윌은 같은 사무실의 복사실에서 일하는 에이프릴(이슬라 피셔)과 삶의 가치관과 정치적 관념에 대해 언쟁을 벌이며 친해진다. 윌은 에밀리의 친구 서머에게 꾸러미를 전달해 주러 갔다가 섹시하고 지적인 서머의 매력에 반하게 된다. 애덤 브룩스는 '프렌치 키스'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의 각본을 맡은 작가 출신으로 이 영화로 감독 데뷔했다.

<새영화> 가족의 재탄생 '경축! 우리 사랑'

(연합뉴스) 발칙한 상상력은 끝없이 진화하는 것 같다. '경축! 우리 사랑'(감독 오점균, 제작 아이비픽쳐스)은 김태용 감독이 내놓았던 '가족의 탄생'의 코믹 버전이라 생각하면 쉽다.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 영화의 외피는 코미디다. 사건의 핵심은 51살짜리 '엄마'가 서른 살짜리 남자, 그것도 딸이 결혼할 뻔했던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 요즘 최고 바쁜 중견배우 중 한 명인 김해숙이 생활에 찌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을 '나는 그냥 네가 좋아'라며 과감한 용기로 받아들이는 엄마 봉순이를 연기한다. 말로 풀어내면 굉장히 '콩가루 집안'이다. 딸의 남자를 사랑하면서 당당히 남편에게 '여보, 미안해.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라고 말하니. 물론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설정이며, 마무리 역시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하다. 그 과정이 통쾌하고 섬세한 에피소드로 그려지기에 넉넉한 마음으로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진지한 접점과 맞닥뜨린다. 영화는 뒤로 갈수록 소동극의 양상을 띠며 부산해진다. 이로 인해 진지함을 다소 포기하는 양상을 띤다. 시작과 의미는 좋았으나 깔끔한 매듭에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 김해숙을 정점으로 남편 기주봉, 젊은 남자 김영민, 딸 김혜나가 한 울타리에서 사건을 만들어가면서 이 가족을 들여다보는 동네 사람들이 한바탕 소동을 잔치처럼 풀어낸다. 봉순은 노래방을 지키는 것보다 동네 남자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걸 즐기는 남편과 '백수' 딸 정윤으로 인해 평범하고 고단한 삶을 산다.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하숙을 치며 바쁘게 살아간다. 어느 날 딸 정윤은 하숙생 구상과 결혼을 선언한다. 남편은 선뜻 결혼을 승낙하고 봉순도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이는데 막상 정윤은 결혼을 앞두고 취직이 됐다며 가출해버린다. 고아인 구상은 가족을 이룬다는 사실에 행복했으나 느닷없이 실연을 당하자 생활이 엉망이 된다. 이런 구상을 다독이던 봉순은 자기도 모르는 새 구상에게 빠지고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사고를 친다. 얼마 후 봉순은 임신하고, 미용실 여자와 바람피우던 남편은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아이를 지우자고 한다. 봉순은 남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고백하며 구상의 존재를 알린다. 난데없는 상황에 황당해진 남편은 사건 해결을 위해 딸을 부르고, 아내에게 잘못했다며 내연녀에게도 이별을 고한다. 구상은 꿋꿋하게 자신의 아이를 지키는 봉순이 이젠 정말 사랑스럽다. 구상과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봉순은 구상에게 "너도 내 가족이야. 애는 내 뒤늦은 선물"이라 말하며 구상의 짐을 덜어주려고 한다. 이 복잡다단한 가정은 어찌될 것인지.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제3의 성이라는 아줌마의 반란(?)과 남자들의 이기심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것은 웃음을 자아낸다. '가족의 탄생'에서도 그러했듯 이 시대가 바라는 가족의 이상향은 결국 모계중심사회로 재편되는 건가 보다. '미안해' '초촌면신암리' '비가 내린다' '생산적 활동' 등 오랜 기간 단편영화를 만들며 내공을 쌓아온 오점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4월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새영화> 통렬한 역사의식 '고야의 유령'

(연합뉴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헤어' 등 명작을 만들어낸 체코 출신의 명장 밀로스 포만 감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피 한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악역을 연기해 혀를 내두르게 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의 주인공 하비에르 바르뎀. 하버드대 심리학과 출신, '레옹'의 소녀에서 최근만 해도 '마이 블루 나이츠' '천일의 스캔들'을 통해 완벽한 미모와 거침없는 연기를 선사하고 있는 내털리 포트먼. 이 세 명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집중시키는 영화가 '고야의 유령'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 영화의 화자는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고야다. 18~19세기 종교와 왕권의 갈등, 프랑스 혁명으로 비롯된 격변기의 혼란이 화가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영화는 문예적이며, 비판적이다. 혼란기를 맞은 화가는 현실 세계에서는 무력하지만 예술혼을 놓지 않으며 시대와 인간을 비판한다. 귀가 먼 그가 보는 세상은 눈으로 보는 세상, 그 이상이다. 신과 인간의 갈등, 아니 신을 빙자한 인간과 인간의 갈등을 지켜보는 그의 눈길은 매섭다. 하지만 그는 눈앞에 놓인 현실에서는 방도를 찾기 힘들다. 그도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일 뿐. 영화는 고야를 관찰자로 내세우면서 격변의 시기, 교활한 한 신부와 어린 양 같은 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돼지고기를 안 먹었다'는 이유로 젊고 아름다운 한 처녀를 이교도로 몰아넣고 잔인한 심문, 아니 고문을 일삼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18세기 스페인 종교재판소의 이면은 신에게 용서를 빌고 싶을 정도다. 이교도를 처단하는 데 앞장섰다가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겁탈하는 비행을 저지른 로렌조 신부는 권력 앞에서 언제든 변신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비굴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이 가져온 '자유'의 이상은 피지배자들에게는 그저 피비린내나는 권력 투쟁일 뿐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일깨운다. 스페인 궁정화가 고야에게 예술혼을 불어넣어주는 뮤즈 이네스는 어느 날 종교재판소의 소환을 받는다. 재판소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갖은 고문 끝에 이네스를 이단인 유대교인이라고 결정해버린다. 이네스의 아버지 토마스는 토마스 성당 재건립 비용을 쾌척하는 등 딸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쓴다. 고야의 소개로 만난 철두철미한 교조주의자 로렌조 신부는 이네스를 도와주기는커녕 이네스의 미모에 이성을 잃고 이네스를 겁탈하고 만다. 토마스는 재판소와 똑같은 방법으로 로렌조 신부를 심문해 거짓 자백서를 받아내고 교단 지도부는 로렌조 신부를 추방한다. 15년 후 스페인은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혁명의 회오리에 휩싸이게 되고 로렌조 신부는 점령군처럼 다시 스페인에 돌아온다. 이번엔 인간이 신보다 위에 있다고 외치며. 이제야 피폐한 육신으로 풀려난 이네스는 화가 고야를 만나 감옥에서 낳은 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로렌조 신부는 자신의 명성에 흠집이 날까 두려워 매춘부가 돼 있는 딸 알리시아를 해외로 추방하려 한다. 고야는 역사의 희생자인 두 모녀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쓴다. 내털리 포트먼은 아름다운 얼굴과 추한 얼굴을 모두 드러내며 관객과 만난다. 프랑스 혁명 전과 후의 하비에르 바르뎀의 발성을 눈여겨 들어보면 이 배우의 연기 폭을 가늠할 수 있다. 4월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