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췌장에는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고, 살 수 있는 기간에 3개월 정도였다. 주치의는 제안했다.
차라리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객사하라고.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가족들도 지켜보기 힘들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소 황당했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달랑 화구 하나만 들쳐 메고 끝을 정하지 않은 여행길에 올랐다. 동아일보 신문문예로 등단해 한일 비교문화 연구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현대시인상, 문학평론가협회상, 국민훈장 모란장, 국가공로자 서훈 등을 받은 문학평론가 전규태의 이야기다. 죽음을 앞뒀던 그가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단테처럼 여행하기>를 출간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이전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자전적인 이야기다. 이집트 피라미드부터 아라비아 사막, 파리, 베를린, 본, 뮌헨, 함부르크, 암스테르담, 프라하, 부다페스트, 로마, 체르마트, 호주의 눌라보까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죽음은 잊고 새로운 삶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2부에서는 작가가 바라보는 여행에 대한 생각을 17편의 길지 않은 산문에 담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고독한 인간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3부에서는 10여년 간의 여행 이후의 이야기다. 자신이 다닌 세계 각지 가운데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에서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지역색이 살아있는 명소, 아름다운 풍경 등을 정갈한 문장에 담았다. 책은 일반적인 여행서적과는 다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작가의 이력답게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과 문학적 감성으로 독자들을 삶에 대해 깊은 탐구로 이끈다. 값 1만3천원.
신지원기자
출판·도서
신지원 기자
2015-07-29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