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그리운 가족 찾아가는 감동의 여정

그들은 그곳에 없었다. 나는 25년 동안 오직 이 날을 꿈꾸며 살아왔다. 나는 지구를 반 바퀴 돈 것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가족 품에서 자랐다. 멀리 인도에 살고 있을 엄마와 형들, 그리고 여동생을 항상 그리워하며 자랐다. 이제 나는 여기에 와 있다. 인도 중부의 작고 칙칙한 빈민가, 다 쓰려져가는 집 모퉁이 근처 문 앞에 서 있다. 바로 어린 시절 내가 자랐던 곳이다. 주인공 사루 브리얼리 앞에는 문이 하나 있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25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나의 유년의 되찾고, 그리운 어머니와 형, 동생을 만날 수 있다. 두근거린다. <집으로>(인빅투스 刊, 정형일 옮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인도의 한 빈민가에서 태어난 주인공 사루가 기차역에서 길을 잃은 뒤 스스로 고향집을 찾기까지 25년간의 여정을 그렸다. 때문에 작위적인 설정은 없다. 있는 그대로, 삶 그 자체의 역동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루는 인도 버한퍼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마을에 가난한 집안 아들이다. 때문에 학교 교육이란 것은 받아본 일은 없다. 하루 일과는 기차역에서 구걸하는 것이 전부. 그러던 어느 날 사루는 미아가 된다. 우연히 올라탄 기차는 사루를 고향마을에서 1천680km 떨어진 콜카타 역에 떨군다. 다섯 살 소년이 돈 한 푼 없이 외딴 마을에서 지내는 일은 불가능했다. 수주 동안 이어진 콜카타에서의 생활은 참혹했다. 왜소한 체격의 소년은 수많은 거리의 폭력과 만난다. 배고픔과도 직면한다. 지옥 같은 삶이 계속되는 무렵, 고아원에 입소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오스트레일리아의 양부모 브리얼리 부부를 만난다. 훌륭한 양부모의 헌신과 사랑으로 사루는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련해지는 기억은 가족에 대한 애착을 키웠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구글 어스로 인도의 위성사진을 뒤졌다. 고향마을의 정확한 지명을 알지 못해 인도 전역의 검색했다. 그리고는 익숙한 몇 가지를 찾아냈다. 낯익은 급수탑, 공원 분수대, 철도 밑 길과 기차역, 그가 살았던 집까지. 사루는 그렇게 고향마을로 향한다. <집으로>의 시점은 1인칭이다. 여정을 지나오는 동안 타자의 시선은 극히 제한적이다. 일기장 구성인 셈이다. 덕분에 독자는 사루에 여정에 직접적으로 동참하며 촘촘하게 배치된 그의 감정들과 조우한다. <집으로>는 영화로도 제작된다. <라이온>이라는 제목으로 니콜 키드먼과 데브 파텔, 루니 마라가 낙점됐다. 기대를 걸만 하다. 값 1만3천원. 박광수기자

직장인 ‘번아웃 증후군’ 이렇게 탈출하자

상당히 힘든 시기였어요. 회사에서 늘 사장과 싸우고, 동료들과 싸우고, 고객들과도 싸우고, 업체하고 또 싸우고, 제가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은 저도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전쟁터에서 제아무리 불이 났다고 소리친들 소용이 없지요. 아무도 저를 도와주러 오지 않을 것 같았죠. 바로 곁에서 위험 상황이 벌어지는데 다들 들은 척도 않는 것 같았어요. 이처럼 마치 전쟁에 나간듯 전투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혼자 고립됐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쳐오다 정신적인 소진 상태인 번아웃 증후군에 빠져 삶을 제대로 살아갈 힘마저 잃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번아웃 회사는 나를 다 태워 버리라고 한다>는 프랑스의 노동사회학자이자 심리 코치 겸 심리 치료사인 사빈 바타유가 피로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소진 상태에서 회복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재편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번아웃의 초기 징후와 진단에서 시작해 번아웃 상태에서 벗어나는 법,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길과 재발을 막기 위한 조언 등 번아웃 극복 방법을 단계별로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는 번아웃 증후군 탈출의 핵심은 잠시 멈춰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피곤한데도 자신을 몰아붙이고, 이미 지친 상태인데 더 많이, 더 늦게, 더 오래 일하고 있다면 시간 개념을 빨리빨리에서 좀 더 느리게로 바꾸고, 그동안 중심을 차지하던 양적 시간을 질적 시간으로 바꿔 과열된 엔진을 식히라고 강조한다. 번아웃 경험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상태를 진단하고 회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부분은 현실성있는 조언으로 들린다. 또한 번아웃에 이르게 하는 기업에 대한 문제점과 역할에 대한 저자의 심도 있는 언급은 독자에게 신뢰를 안긴다. 신지원기자

[이주의 신간 도서] 엄마만 모르는 것들 外

엄마만 모르는 것들 / 노경실 著 / 아름다운 사람들 刊 포털사이트 다음의 기획 프로젝트 에서 지난 2015년 3월부터 4개월 간 연재된 글을 모은 책이다. 연재될 당시에도 노경실 특유의 유쾌하고 진솔한 이야기들로 7인의 작가전 중 가장 많은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아이에게 단계별로 교육 지침을 내리거나 엄마를 바꾸려드는 여타의 자녀교육서와는 분명히 다르다. 작가는 엄마 스스로가 행복한 엄마, 든든한 엄마가 되어야, 아이와 소통하는 엄마가 될 수 있어요. 아이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어요. 결국 아이가 잘되게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값 1만3천800원 상상하면 이긴다 / 크리스 버딕 著 / 프런티어 刊 과학 기자 크리스 버딕이 기대 심리에 관한 갖가지 연구 결과를 모았다. 인간의 생리체계에 따라 3부로 구성했다. 1부에서 저자는 한계를 맞닥뜨린 육체와 기대 심리의 관계를 포착한다. 기대 심리가 몸의 한계를 극복하게 도와주기도 하고, 오히려 부담감과 불안감의 기대 심리가 가능한 일도 못하게 막는 사례들이다. 2부에서는 식욕, 돈, 도박, 중독 등 인간이 뭔가를 원하는 본성에 숨은 기대 심리를 파헤친다. 좋아하는 것보다 원하는 것이 뇌의 보상체계를 더 강력하게 활성화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3부에서는 인간이 자신과 타인에 대해 갖는 인식과 기대, 편견과 고정관념을 알아보고 생각의 힘이 무엇인지 심리 실험을 통해 살펴본다. 값 1만6천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2.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3.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 4.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 | 백종원 | 서울문화사 5.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 달 6. 파수꾼 | 하퍼 리 | 열린책들 7. 비밀의 정원 | 조해너 배스포드 | 클 8. 원피스 78 | Eiichiro Oda | 대원씨아이 9.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이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10.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너머 편 | 채사장 | 한빛비즈

프레임에 갇힌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

현대를 두고 이성이 지배한 사회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믿는 사람은 없다. 진실도 아니다. 보편적 가치로 추앙되고 있으나, 현실은 다르다. 여전히 우상이 존재하고, 이성에 저항하는 감정이 존재한다. 신뢰성과 타당성을 전제로 객관화할 수 있는 대상을 극단적으로 주관화 시킨다. 이것이 가장 극렬하게 나타나는 곳이 정치와 언론 영역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해킹 사건만 봐도 그렇다. 확인된 사실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사건의 본질이 여야 정쟁으로 왜곡되고 있다. 분열하는 것은 정치판 뿐 아니다. 제한적 관점과 논점으로 언론 역시 보수와 진보 프레임에 갇혀있다. 이 관계를 조장하고 추동하는 힘은 이성이 아닌 감정의 메카니즘이다. 이 책 <독선사회>(인물과사상사 刊)는 이성보다 감정이 동작하는 현대 이성사회의 모순을 분석한 책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가 펴냈다. <감정 독재>(2013),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2014), <생각의 문법>(2015)에 이어 내놓은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의 4번째에 해당한다. 이 시리즈에서 강준만 교수의 메시지는 한결같다.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다. 이 책에 실린 글 대부분 우리 인간이 이성과는 거리가 먼 감정적, 습관적 판단에 얼마나 허약하고 취약한가를 묻는다. 정치 영역의 문제를 다뤘으나, 현실정치를 다루지 않는다. <독선사회>의 특징은 사회를 바라보는 이론의 틀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시리즈의 일관된 커리큘럼이기도 하다. 모두 10개의 장, 50가지의 이론으로 구성됐다. 감정을 위시한 독재의 전제들이다. 1장 언어의 신비와 함정에서는 말을 통한 감정의 전형을 살핀다. 소통이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제로 착각하는 메라비언의 법칙에서 유추의 오류, 본질주의 등의 섹션을 다뤘다. 또 2장과 3장에서는 최근 우리사회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앨저 콤플렉스와 뮌하우젠 증후군 등을 다루며 미디어에 혹은 현실에 마비된 이성적 감각을 드러낸다. 정치와 사회 분석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이고 효과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이론서다. 값 1만5천원. 박광수기자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한 ‘감정 조절’ 노하우

혹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감정에 휘둘린 적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가급적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만 필요하다고까지 결론짓는다. 하지만 통섭 과학자 한봉주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는 대부분의 의사결정과 인간관계, 그리고 변화까지 감정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감정은 직장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까지 강조한다. 그동안 직장인들이 생각해왔던 감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부수고, 감정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왜 나는 감정적으로 일할까?>를 통해서다. 우리는 그동안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성적인 행동을 늘 강조했고, 감정은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했다. 여기서 저자는 감정을 배우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알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워야 된다는 설명이다. 또 우리가 피하려고 하는 불안, 두려움, 시기, 질투 등의 감정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시기심과 질투가 없다면 경쟁도 함꼐 사라져 열정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감정의 중요성을 3개의 장에 걸쳐 꼼꼼하게 설명한다. 1부에서는 우리가 감정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설명하고, 뇌과학과 심리학에 근거해 감정의 습관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원리를 다룬다. 그러면서 감정에 서툰 사람에게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2부에서는 고민 없이 습관처럼 표출하는 감정들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의 익숙해진 감정이 어떻게 잘못된 판단을 일으킬 수 있는지,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밝힌다. 마지막 3부에서는 회사에서 업무와 사람으로 인해 지칠 수 있는 우리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소중하게 다독여주는 방법을 담고 있다. 또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상사나 선배, 동료나 후배들의 감정을 현명하게 이끌 방법도 제시한다. 감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감정을 드러내고, 조절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설명은 설득력까지 갖췄다. 영화나 책을 볼 때나 가질 만한 감정을 회사생활에서도 적용하라는 제안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신지원기자

명리학의 대가 류래웅 ‘실전 사주 해설서’ 출간

명리학(命理學)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 즉 사주(四柱)에 근거해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과거에는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수천여 개의 명리학 동호회가 생기고 각 대학에서 명리학을 가르치는 대학원을 개설하는 등 점차 실용학문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명리학의 대가 학선 류래웅 선생의 <사주실록(四柱實錄)>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저자는 1973년 역학(易學)계에 데뷔한 이래 40여 년 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상담을 진행해 왔으며 현재 공주대학교 대학원(동양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상담과 강의 외에 역학 학술 단체인 고려기문학회를 창설하고 학회지 변화하는 삶, 학술지 명과학연구를 발행하는 등 역학의 학문적인 토대를 배양하는데 주력해 왔다. 이 책은 저자가 상담 현장에서 직접 대면한 다양한 사주와 그들이 겪은 삶의 변화를 기록한 실전 사주 해설서이다. 명리학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700여 명의 실제 사주를 엄선해 소개한다. 명리학의 근간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격국 용신론, 십신론을 공부한 독자라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구성했다. 특히 기존 격국 이론의 틀 위에 월지장간사령(月支藏干司令) 격국론이라는 저자만의 독창적 관점을 부각시켰다. 저자는 이 책이 명리학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명리학을 제도권 학문으로 완전히 정착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인 연구와 저술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값 3만원. 류설아기자

[이주의 신간도서]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外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장은주 著 / 가나출판사 刊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시스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적 삶의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 히라카와 가쓰미는 비즈니스 카페 재팬과 리눅스 카페 대표이사를 맡는 등 성장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충실한 경영자의 길을 걸어오다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회의와 좌절을 느끼면서 이후 극적인 삶의 전환을 꾀했다고 한다. 성장보다는 축소 균형에서 삶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요지를 담아냈다. 값 1만3천원.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 박광수 著 / 예담 刊 <광수생각>의 저자 박광수씨가 쓰고 그렸다. 좋았다가 나쁘기도 하고, 슬펐다가 활짝 웃는 날도 있는 인생의 흐름에 따라 가끔은 흐림, 비온 뒤의 무지개, 안개주의보, 오늘은 맑음의 4장으로 구성된 책이다. 한결 성숙해진 광수생각이 눈을 잡아 끈다. 감성적이면서도 시야가 풍부해진 그림, 맨 앞과 맨 뒤에서 마치 동영상처럼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고 있는 스토리가 담긴 선 그림이 인상적이다. 값 1만3천원. 수퍼크래시 / 권예리 著 / 이숲 刊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진원지인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를 공황에 빠뜨렸다. 거대 금융사들과 불건전한 거래를 하던 이들은 아직도 그 충격에서 허덕거리고 있다. 그리스는 최근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태의 심각성은 알지만, 그 이유를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정신병동 이야기, 과학이야기 등을 쓴 저자가 이번에는 금융위기의 본질과 보수 우파의 이념을 해부했다. 값 1만6천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2.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3.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 4.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 | 백종원 | 서울문화사 5.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 달 6. 파수꾼 | 하퍼 리 | 열린책들 7. 비밀의 정원 | 조해너 배스포드 | 클 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이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9. 허즈번드 시크릿 | 리안 모리아티 | 마시멜로 10.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너머 편 | 채사장 | 한빛비즈

반갑다! 북방 친구들 강인욱 교수의 ‘유라시아 역사 기행’

정착하지 않고 드넓은 초원을 여기저기 누비며 삶을 영위한 이들이 있었다. 태양, 달, 물, 바람, 새, 동물도 모두 이동하는 것처럼 이동하는 것만이 살아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수천년 간 유라시아 초원을 누비며 살아온 스키타이, 흉노, 투르크, 아바르 등 유목민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그동안 이들을 오랑캐라고 멸시하며 야만적이고 미개한 민족 정도로만 치부했다. 하지만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북방 지역 고고학을 전공한 40대의 젊은 고고학자 강인욱 경희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 초원 민족이 한민족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하며, 한국 고대사의 미스터리까지 초원 민족에서 찾는다. 수년간 러시아, 몽골, 중국 등을 다니며 찾은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유라시아 역사 기행>을 통해서다. 사실 우리에게 북방 민족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학창시절 한국어가 우랄-알타이어 계통이라고 배웠고, 빗살무늬토기의 시베리아 기원설이 정설처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방 민족의 영향력을 무시했다. 한민족 북방 기원설이 일본 제국주의 논리에서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둘 사이의 관련성을 언급하는 것조차 일본 제국주의의 망령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여기서 저자는 무분별한 반론보다는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한민족의 형성 과정을 차근히 풀어 나가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우선 발굴 이후 계통을 알 수 없어 한국 고대사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신라의 적석목곽분을 언급하며 우리와 북방 민족의 관계성을 제시한다. 적석목곽분은 나무로 무덤방을 만들고 그 위에 돌을 쌓는 방식인데 4세기에 나타나 200여년간 지속되다 감쪽같이 사라진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경주 외에는 한반도 어디에도 비슷한 무덤을 찾을 수 없다. 이와 유사한 무덤은 남부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에서 발굴된 파지릭 고분군이 유일하다. 또 경주 계림로 14호분에서 발견된 황금보검이 카자흐스탄 보로보예에서 발견된 것과 같다는 점도 우리와 북방의 관계를 증명하는 사례다. 뿐만 아니라 총 5개의 부로 구성된 책에서 저자는 북방 민족이 5천년 동안 끊임없이 정착 문명과 교류한 흔적을 보여주고, 신라 외 고구려, 고려, 조선 등과의 교류 등을 설명하며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북방 민족이 한민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에 대한 반론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은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북방민족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들이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 문명과 큰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또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만 언급되던 북방과 한반도의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체계적인 연구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값 1만8천원. 신지원기자

시한부 인생 10년의 여행… 그 속에서 다시 찾은 삶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췌장에는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고, 살 수 있는 기간에 3개월 정도였다. 주치의는 제안했다. 차라리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객사하라고.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가족들도 지켜보기 힘들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소 황당했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달랑 화구 하나만 들쳐 메고 끝을 정하지 않은 여행길에 올랐다. 동아일보 신문문예로 등단해 한일 비교문화 연구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현대시인상, 문학평론가협회상, 국민훈장 모란장, 국가공로자 서훈 등을 받은 문학평론가 전규태의 이야기다. 죽음을 앞뒀던 그가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단테처럼 여행하기>를 출간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이전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자전적인 이야기다. 이집트 피라미드부터 아라비아 사막, 파리, 베를린, 본, 뮌헨, 함부르크, 암스테르담, 프라하, 부다페스트, 로마, 체르마트, 호주의 눌라보까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죽음은 잊고 새로운 삶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2부에서는 작가가 바라보는 여행에 대한 생각을 17편의 길지 않은 산문에 담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고독한 인간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3부에서는 10여년 간의 여행 이후의 이야기다. 자신이 다닌 세계 각지 가운데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에서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지역색이 살아있는 명소, 아름다운 풍경 등을 정갈한 문장에 담았다. 책은 일반적인 여행서적과는 다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작가의 이력답게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과 문학적 감성으로 독자들을 삶에 대해 깊은 탐구로 이끈다. 값 1만3천원.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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