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수원미술전시관 이석기 관장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가 최근 수원미술전시관(관장 이석기)의 새로운 운영주체로 선정, 본격적인 활성화 작업에 나섰다. 수원미협은 현재 미협 사무국과 미술전시관을 별도로 운영하는 등 조직체계를 이원화시켰다. 또 운영자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를 구성, 운영체계를 조직화 했으며 사무국장에 조진식씨를 임명했다. 이석기 관장은 “미협이 미술전시관을 운영하지만 미협 사무국 운영과 분리시켜 투명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먼저 미술전시관 내부 환경을 개선시켜 전시와 관람의 편의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자문위원은 미술인, 미술평론가, 언론인, 정치인 등 각계인사 10여명 이상으로 구성, 미술전시관 운영계획을 검토 및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기획위원회는 관장을 중심으로 기획 및 집행 등 실질적인 미술전시관 운영에 참여한다. 이관장은 “미협이 운영을 하지만 미술전시관은 미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며 “기획위원회의 결정사항은 운영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집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간활용에 있어 미술전시관 측은 내년 3월말 계약만료되는 2층 레스토랑 공간을 미술자료실 및 정보방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전시와 함께 미술감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관장은 “미술자료실에는 서울 ‘일주아트하우스’와 계약을 맺어 미술관련 영상자료를 꾸준히 보급하고 일반인들을 위해 이론수업과 작품감상 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기획전에는 의욕적인 젊은 작가를 발굴해 ‘수원미술 차세대 예감’전과 빛, 음향,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전시회로 ‘매체와 방법’전을 선보이며, 지역작가 육성을 위해 초대개인전도 마련했다. 이 관장은 “애초 미술관이 아닌 전시관으로 지어진 수원미술전시관의 구조개선과 인건비 및 관리비 수준의 운영보조금 등의 문제 해결과 함께 ‘미협에게만 혜택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전문가비평/아름답지만 슬픈 공연

“이 보다 더 슬플 순 없다.”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10여명의 관객과 방송국 카메라 3대, 빈 극장 공간 속에 흩어지는 배우들의 소리, 몇 줄기 빗소리 같은 박수소리…. 이것이 2003년 경기문화재단 특별공모지원작인 극단 청계의 ‘비디오랜드에서의 마지막 탱고’(김소연 작, 이상훈 연출)의 공연 현장이며, 우리 지역 연극의 실체이다. 공공 공연장인 시민회관에 붙어있는 즐비한 영화와 이벤트 포스터 사이를 비집고 겨우 이틀 공연한다고 수줍게 자리잡고 있는 이 작품의 포스터가 안스러웠다. 특별히 이 연극은 젊은 작가와 연출가, 이제 자리를 잡아가려는 지역의 극단이 준비한 것이기에, 경기문화재단이 과감히 초연 작품을 지원했기에 적적함이 더 컸다. 작품의 질적 수준을 떠나서 과연 과천 시민들은 이 공연장에서 이 연극이 상연되는지 알고 있었을까. 근처에 사는 경기도민은. 공공 문화시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계적이고 상대주의적, 경쟁적 삶에서 재화와 오락과 대중 문화가 그들을 충분히 위로하고 치유하는 걸까. 인간과 인생, 사회를 다시 바라보고, 달리 보고, 함께 새로운 생각을 해보자고 권유하는 연극이 있고, 집 가까이에서 예술가들의 희생을 담보로 연극이 상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필자는 이 글에서 작품의 질적 비평을 통하여 지원에 대한 사후 평가와 지역 공연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데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감동이 아닌 감정이 너무도 아리게 새겨졌기에 이렇게 감상적인 소감으로 작품 리뷰를 시작할 수밖에 없음을 송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비디오랜드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가 각각 희생과 배려로 살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결국 헤어지게 되고, 이후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지만 결코 사랑과 삶을 공유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를 극의 주 맥락으로 삼고 있다. 작가는 4인의 주요 등장 인물들을 대학 선·후배라는 관계의 끈으로 엮고, 또 다른 두 개의 짝사랑을 연결하여 그들의 관계를 극화하였다. 아내 지수를 짝사랑하는 남편의 후배 태연, 그를 또 짝사랑하는 지수의 후배 시연이 있어서 부부의 사랑과 대조를 이루게 한 것이다. 무위무욕의 심정으로 영화감독이 되는 야망을 접고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며 소박하게 사는 남편 지욱의 플라토닉한 사랑은 아내와 공유되지 못하고, 젊은 후배들의 사랑, 짝사랑과 비교되며, 파경을 맞는다. 작품은 결국 사랑과 삶, 가까운 인연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우리 인생을 어떻게 살찌우는가를 되묻고 있는 것이다. 공연에서는 세트 전체를 채색하고 그 위에 이미지를 투사하는 영상을 사용하고,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의 독주, 콘체르토 등 우리에게 친근한 음악을 골고루 사용하며 극에 대한 감성적인 수용을 도와주고자 했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무난한 공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공연은 호기심, 긴장,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빈 극장 공간과 함께 허전함을 남겼다.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자. 극 사건에 대한 좋은 착상, 감성적인 대사, 현대인의 고민 등 모든 것을 연극이 담고 있어도, 우선 설정에의 설득력- 지독한 사랑이나 무욕의 근거-이 분명해야 하고, 극적 발전의 긴장감, 이어지는 위기, 갈등이 정체하게 구성되어 있어야했다. 파국에 이르러 결국 설득력도 부족하게 되고, 객석에 던지는 연극의 메시지가 흩어져서 희석되고 말았다. 극의 맥락과 거리가 멀고, TV 시트콤처럼 구성된 몇몇 장면들이 지나치게 긴 것도 극적인 밀도를 떨어뜨렸다. 이런 단절을 많은 장면간의 영상과 음악으로 채워보려 했지만 몇 차례 감성적 뒷받침이 될 뿐, 이야기의 구성은 힘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젊은 작가, 연출가, 단체의 용기있는 창작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발전을 위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향후 관객과 지자체의 격려와 지원이 지속된다면, 그들은 더욱 훌륭한 공연을 과천 시민, 경기도민을 위해 창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준호.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道문예회관 전시실 ‘찬밥신세’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 공연에 치우친 문화행정으로 미술·사진 등 전시분야 예술인들과 애호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전시장이 지하에 위치해 열악한 환경에 작품 운반이 어렵고 이동 칸막이 등이 지저분한데다 회관에 전시기획자 등이 없어 ‘찬밥 신세’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미술협회 경기도지회 주최로 문예회관 대·소전시실에서 열린 제39회 경기미술대전 입상작품전에는 작품 수가 많아 이동 칸막이를 설치했는데, 지하 구석에 방치해 먼지로 얼룩진 간이벽을 그대로 사용해 작품의 품격은 물론 전시장의 미관을 크게 해쳐 미술인 및 관람객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5월초 열린 ‘경기 아트페어’에서는 이 지저분한 이동칸막이를 주최측이 직접 하얀페인트로 칠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도문예회관은 대·소공연장과 대·소전시장의 문화공간을 통해 지방문화예술 활성화와 도민들에게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고자 건립했으나 전시분야는 공연분야에 비해 열악한 전시환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시장은 건립당시부터 지하에 위치한 기이한 구조로 작품 반입 및 보관상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수장고와 작품 운반을 위한 시설 부족으로 지역 미술인들의 원성을 사왔다. 전시때마다 계단을 이용해 대형작품을 운송하려면 진땀을 빼야하는데 지상과 지하 전시장을 유일하게 연결하는 리프트는 건립 당시 자재를 나르던 것으로 기아 마모 등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사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도문예회관은 작품 운반에 따른 기본설비조차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최근 짓고있는 지하주차장을 설계하면서 처음에 전시장과 연결된 통로를 마련하지 않아 또한번 미술인들의 원성을 샀다. 지역미술인들의 반발에 문예회관측은 뒤늦게 지하주차장과 전시장 연결통로에 대한 설계 변경을 도건설본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협회 한 임원은 “도문예회관이 공연 위주의 사업에 치중해 전시는 나몰라라 한다”며, “전시도 활성화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최근 도문예회관의 전시장은 100% 대관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체 기획이나 전문인력(큐레이터)이 없어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 145억여원의 예산중 전시분야와 관련된 예산은 전무한 상태며, 전시장 대관을 담당하는 부서 또한 시설 관리를 위주로 하는 관리과에서 맡고 있어 단순 대관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도문예회관 관계자는 “시설관리 등 한정된 예산으로 전시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며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기획전시를 고려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전시예산을 편성해 최근 ‘헤르만 헤세 특별기획전’을 비롯 ‘운보 김기창 특별전’, ‘천상병시인 추모10주년 기념전’ 등 굵직한 기획전을 10여회 열어 호평을 얻고있다. 미술평론가 최열씨(가나아트센터 기획실장)는 “문예회관 전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미술가와 전시장 운영주체가 공동으로 전시장 운영방안을 토의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의 사립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획전을 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전국을 돌며 펼치는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의 벤치마킹과 지역미술인의 참여를 유도해 미술교육프로그램 강의와 큐레이터 역할을 지원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부천문화재단 ‘공연시즌제’ 도입

부천문화재단은 올 하반기부터 ‘공연시즌제’를 도입, 관객들에게 다양한 공연정보와 선택기회를 제공한다. 공연시즌제는 일정 기간의 공연물을 사전에 일괄 공개하고 관객에게 다양한 선택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부천문화재단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 가운데 최초로 도입했다. 부천 지역 5개 공연장을 관리·운영하고 있는 부천문화재단은 봄과 가을을 각각 한 단위로 운영하며 여름·겨울 방학기간에는 청소년 중심의 프로그램을 구성하기로 했다. 올 가을시즌(9~12월) 프로그램에는 연극 6편, 음악 6편, 무용 5편 등 모두 17편을 마련했다. 재단은 최근 높아진 관객들의 문화 눈높이에 맞춰 검증된 작품을 선정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인류 최초의 키스’, ‘로미오와 줄리엣’(이상 연극), ‘이정식·나윤선의 재즈 그리기’, ‘김대진의 교감’(이상 음악), ‘백조의 호수’, ‘홍승엽무용단공연’(이상 무용) 등을 선보인다. 재단측은 자리가 잡히는대로 서서히 자체 제작에도 손을 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관객을 위해 지정패키지, 자유패키지, 사랑티켓 등 다양한 선택사항과 할인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지방도시들은 예산과 전문성의 부족으로 단발성의 비전문적 기획에 의존한 결과 장기적인 관객확보에 한계를 느껴왔다”며 “부천의 경우 재정자립도와 시민들의 문화욕구가 상당히 높은 점을 감안해 염가에 양질의 공연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장기관객이자 후원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본격적 시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예술의전당과 LG 아트센터가 부분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부천문화재단은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626석)·어린이극장(350석),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1218석)·소공연장(352석), 오정아트홀(414석) 등 이 지역 5개 공연장의 운영과 시민문화복지 확대 등을 주목적으로 지난해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032) 326-6923(내선 223), www.bcf.or.kr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과천시민회관 '2003 BIG3 과천 여름초청 공연'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 과천시민회관에서 7월 한 달 동안 세 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마련된다. 과천시민회관이 기획프로그램으로 준비한 ‘2003 BIG3 과천 여름초청 공연’. 어린이를 위한 세 편의 작품이 9일부터 27일까지 릴레이로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첫 작품은 9일부터 13일까지 막을 올리는 ▲‘춤추는 강아지’. 97년 서울국제 아동공연예술제에 초연돼 관객이 선정한 최고 인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토종개(?)인 ‘누렁이’가 등장해 외국 유명 강아지 속에서 겪는 설움과 고난을 보여주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긴다. 강아지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현란한 개인기와 순수창작된 라이브 곡 연주가 생동감과 함께 경쾌함을 더한다. 이어 16일부터 20일까지는 ▲‘피아노와 플룻으로 만든 그림연극’을 볼 수 있는데 기존 어린이극의 형식을 깬 ‘감성연극’을 표방한다. ‘보는 음악, 듣는 연극’을 추구하며 피아노와 플룻의 라이브 연주가 무대 위의 연극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 연주되는 곡은 클래식과 재즈, 팝, 동요 등 모두 16곡이며 배우들이 선보이는 마술과 종이접기를 이용한 소품 등은 극에 흥미를 돋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끝으로 아이들에게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전하는 인형극 ▲‘부르노의 그림일기’가 23일부터 27일까지 상연된다. 순수창작인형극으로 무대장치와 조명, 진행방법 등이 독특하다. 35개의 격자형 사각 틀 안에서 퍼즐과 도미노의 원리를 이용한 각 칸들이 독립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조합을 이루기도 한다. 씨앗을 심는 과정부터 꽃이 피기 까지, 주인공 브루노가 일주일 동안 겪는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아기자기한 인형을 통해 보여준다. 세 작품의 공통 특징이라하면 어린이 뿐 아니라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한 비슷한 듯 하지만 색다른 맛을 전하는 각각의 작품을 골라보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티켓은 30%할인된 가격으로 세 공연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BIG3팩과 20% 할인된 가격으로 두 공연의 관람이 가능한 BIG2팩 등이 준비돼 있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4시30분,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2시와 4시30분 2회. 문의 (02)500-1220~1.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공연리뷰/'사랑의 문화나눔 음악회'를 보고

출발은 좋았는데 결국 도랑으로 빠지고 말았다. 지난 2일 저녁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있었던 ‘사랑의 문화나눔 음악회-2003 마음과 마음’이 그랬다. 신세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를 초청, 당초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무료공연으로 꾸밀 예정이었던 이 음악회가 수원시내 인근 중학생과 이루마의 개인 팬들을 위한 공짜 콘서트로 전락해 버렸다. 기획과 홍보를 담당했던 회관측은 “‘어려운’ 학생들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해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다고 변명을 했지만, 기말고사가 끝난 수원시내 여러 중학교에 1천장이 넘는 초대권을 배부해 객석을 채운 것은 애초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평이다. 이루마의 손 끝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중저음의 목소리로 직접 곡 해설을 맡은 친절함, 애니메이션 ‘강아지 똥’과 드라마 ‘겨울연가’ 등을 배경으로 한 스크린, 실루엣처럼 흐르는 분위기 있는 조명, 현악 연주자들과의 호흡을 맞춘 협주…. 공연 자체는 ‘이루마’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공연 내내 예전에 광고계에서 있었던 한 일화가 연상됐다. 몇 년전 ‘피로야 가라!’라는 카피문구를 들고나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에게 피로회복제의 필요성을 인식시킨 모 제약회사의 광고. 하지만 이 광고가 나간 뒤 정작 많이 팔려나간 피로회복제는 경쟁사의 ‘B’ 드링크 제품이었다. 한마디로 죽쒀서 X를 준 것. 지난달부터 본격 시작한 도문예회관의 문화나눔운동인 ‘사랑의 문화회원제도’는 문화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불우청소년들에게 문화향수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 이 날의 공연도 그 취지에서 비롯됐다. 즉, 타깃은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 청소년들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가진 자’들의 생색내기로 귀결 된다면 어렵고 소외된 학생들을 더욱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연주회가 끝난 뒤 한 주부관객은 “자선공연인줄 알고 왔는데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의아했다”며 “좋은 공연을 보고 되레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회관을 빠져나갔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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