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누드 열풍'

얼마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시즌 개막작으로 선보인 오페라 ‘리골레토’에 전라·반라의 남녀 연기자가 출연한데 이어 무용계 쪽에서도 전라 장면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용, 연극 등 여러 장르에서의 ‘벗는’ 시도는 심심찮게 있어왔고, 그럴때마다 ‘예술이냐, 외설이냐’라는 논쟁과 함께 상업성에 대한 비판이 종종 일기도 했다. ‘리골레토’의 경우 비록 해외 연출진이 만들긴 했지만 국내 오페라 공연 사상 처음으로, 그것도 국내 대표적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전라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연전부터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문제의 장면’은 작품 전체에서 보면 일부지만, 상반신을 드러낸 여성 6명이 남성들과 벌이는 ‘유희’가 10여분간 노골적으로 묘사됐으며, 남녀 한쌍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를 관객들에게 보이기까지 했다.<사진> 그런가하면, 무용 쪽에서도 오는 25~26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미국의 현대 무용수 모린 플레밍이 1시간 동안 알몸으로 춤을 추는 현대무용 ‘애프터 에로스’가, 27~29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는 전체 45분 가운데 10여분간 전라 장면이 등장하는 프랑스 프렐조카주 발레단의 ‘봄의 제전’이 각각 공연된다. 12월 6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한전아츠풀센터에서 공연될 뮤지컬 ‘풀몬티’에서는 극중 철강 노동자로 분한 배우들이 생계를 위해 스트립쇼를 벌이며 실제로 나체를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렇듯 잇따르는 일련의 작품들 속에서 누드가 일부이건, 전체이건, 작품의 초점이 무엇이건 간에 이를 대하는 관객과 공연 기획자들의 시선은 어떠할까. 전회 매진을 기록한 ‘리골레토’의 경우 관객들이 관심이 ‘선정성’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 기획을 한 예술의전당이 공연전 대책회의까지 열며 고심을 거듭했지만 정작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예술의전당은 “사실 예전 같으면 쉽게 들여오지 못했을 작품인데 이제 ‘몸’에 대한 담론 자체가 상당히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며 “관객들도 이번 작품을 드라마 전개 과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생계위해 옷벗는… 웃음 속 감동 전달’

12월6일부터 다음해 1월18일까지 양재동 한천아츠풀에서 공연하는 브로드웨이뮤지컬 ‘풀몬티’에 출연하는 코미디언 임하룡씨(51)는지난 2001년부터 한해에 한번씩은 연극 무대에 서기로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브로드웨이뮤지컬 ‘풀몬티’(The Fullmonty·연출 한진섭)는 영국의 경제불황을 배경으로 일자리를 잃은 철강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스트립쇼를 감행한다는 줄거리의 동명 영국 영화를 무대만 미국으로 옮겨 각색한 작품. 생계를 위해 옷을 벗는다는 비극적인 상황을 유쾌하게 그리며, 속시원한 웃음과 가슴뭉클한 감동을 동시에 전달한다. 임씨가 맡은 역은 50대 흑인 호스. 서양에서 흑인에게 흔히 갖는 통속적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해 성적인 강인함을 물씬 풍기는 캐릭터다. “배역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우리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많이 겪었잖아요. 다 포기하고 노숙자처럼 살 수도 있겠지만, 가족과 생계를 위해 옷을 벗는다는 것도 가능한 일이잖아요” 원작에서처럼 극의 말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가 등장하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 그렇다”며 “전체 스토리에서 옷을 벗는다는 게 선정적인 의미도 아니고, 한국에서 이런 것을 금기로 여기는 분위기도 많이 깨지지 않았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뮤지컬에 출연하기로 결정한후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몸관리와 노래연습이다.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독창곡 1곡을 포함한 노래 연습을 혼자서 꾸준히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느 정도 노래에 적응은 됐지만 아무래도 라이브 연주에 맞추려면 연습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데, 작품에 임하는 진지함에 새삼 기대가 된다.

수원시립합창단 서울무대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난달 성공적인 유럽순회 연주를 마친 수원시립합창단(지휘자 민인기)이 이번엔 서울서 공연을 갖는다. 제88회 정기연주회로 12일 오후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합창단은 유럽무대를 밟았던 경험을 살려 정통합창곡을 준비했다. 크게 4가지 형식으로 나뉘는 프로그램은 성가곡과 영국합창음악, 이탈리아합창음악, 찬송가 편곡 등이다. ‘4개의 성스런 조각’이란 타이틀의 첫번째 테마는 ‘아베마리아’와 ‘슬픈 성모’, ‘성모를 위한 찬가’, ‘테 데움’ 등 크리스찬의 냄새가 물씬 나는 베르디의 곡을 선곡했다. 두번째 테마는 유럽순회 연주의 첫 일정이었던 영국의 합창음악. 영국합창지휘자협회의 명예 단원 및 지휘자로 위촉된 영광을 상기시키는 듯 하다. 토마스 탈리스의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과 찰스 스탠포드의 ‘파랑새’ 등 영국 현지에서도 수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던 곡을 포함해 에드워드 엘가의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등이 아름답게 울려 퍼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번째 테마로 준비된 이탈리아의 합창음악은 흔치 않은 선곡인 만큼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 테마로 찬송가를 합창음악으로 편곡한 ‘나 같은 죄인 살리신’과 ‘만유의 주재’, ‘십자가 그늘 밑에’, ‘오 신실하신 주’ 등도 색다름을 전할 것이다. 민인기씨 지휘에 피아노 반주는 이기정과 신수정이 나서며 입장권은 3만원부터 5천원까지다. 문의 228-2814~5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극단 성 '정조대왕' 공연

뒤주 속에 갇힌 아버지를 목격한 아이. 부정(父情)이 한참 녹익을 만한 11살의 나이에 애비의 죽음을 목격할 수 밖에 없었던 사도세자의 고뇌는 평생을 이어갔다. 정조대왕은 집권초기, 정치적 희생양으로 영조를 죽음으로 몰아간 친인척들을 응징한다. 하지만 원수를 갚기 위해선 절대 다수의 노론벽파와 할머니(정순대비),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 등에게 또 다른 원수를 사게 되는 상황. 선대왕 유지를 지키자니 아버지의 억울함을 외면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국법을 따르자니 어미가 울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자니 할미의 원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소자는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나이다.” 극단 城(대표 김성렬)이 세계효문화축제 창작지원이면서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이 작품은 효의 도시 수원을 상징하는 정조의 인간적 고뇌를 담고 있다 ‘정조대왕’(김윤배 作)은 외로운 군주로서, 효를 실천하는 아들로서, 가족을 지켜려는 왕세손으로서의 정조를 담았기에 지난 27일 개막한 ‘2003세계효문화축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또한 정조의 숨결과 효의 역사적 상징으로 대변되는 융릉에서 초연되기에 그 의미는 더욱 깊다. 공연의 허가를 위해 대전에 위치한 문화재청까지 다녀온 김성렬씨는 “자연을 배경으로, 효의 의미가 살아 숨쉬는 본거지에서 공연할 수 있게돼 기쁘다”며 “왕으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담은 연극을 통해 효의 마음을 보다 가까이 되새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화성시 융건릉의 융릉 특설무대에서 10월1일부터 3일까지 오후 7시30분 공연한다. 문의 245-4587.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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