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돌린-기타로 듣는 ‘오페라의 유령’

가을과 어울리는 곡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을 수원사계앙상블(단장 조유진)을 통해 듣는다. 오는 17일 오후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릴 정기연주회에 초청된 만돌리니스트 스테펜 트레겔과 기타리스트 미하엘 트뢰스터와 함께다. 스테펜 트레켈과 미하엘 트뢰스터는 여러 해에 걸친 다양한 실내악 연주경험으로 완벽한 호흡의 만돌린과 기타듀오로 남다른 음악적 표현과 두 악기를 마음대로 다루는 기교를 선보인다. 수원사계앙상블은 음악을 사랑하는 주부들로 만돌린, 만돌라, 만도첼로, 콘트라베이스, 기타 등과 타악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이번 음악회는 장애인과 가족의 어려움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이해와 사랑을 확산하고 장애인 가족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한 무대이다. 레퍼토리는 ‘아침(Morning)’, ‘라데츠키 행진곡’, ‘사랑의 기쁨’, ‘G선상의 아리아’ ‘탱고의 역사’, 만돌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동요 모음, ‘밤과 꿈’, ‘캐논’, ‘오페라의 유령’ 등이다. 만돌리니스트 스테펜 트레켈은 다양한 연주활동과 함께 함부르크 콘서바토리에서 만돌린과 방법론을 강의하고 있다. 미하엘 트뢰스터는 8개의 국제 기타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고 50여장에 이르는 음반을 출시한 경력자. 현재 카셀음대 기타교수로 후학 양성과 동시에 독일 및 세계에서 초청교수로 활발한 연주활동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최고음반상인 에코 클래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입장료 2만원. 문의(031)230-3200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안치환·이은미 콘서트 音~ 풍요로운 아날로그

음악의 액세서리화(化), 이벤트성 디지털 싱글…. 멜로디의 홍수 속에서도 우린 늘 공복감을 느낀다. 음악이 정체성을 상실한 탓이다. 미니홈피와 블로그 배경음악, 휴대전화 컬러링(통화연결음)과 벨소리…. 1년 동안 공들인 음반보다 재미삼아 뚝딱 만든 노래가 이를 통해 히트한다. 상업적으로 전락한 음악계를 외면한 팬들에게 추천하고픈 아날로그 공연이 있다. 이들 가수들의 음색은 가슴에서 두배, 세배 공명한다. 소박하지만 풍요롭다.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가을을 수놓을 안치환과 자유(밴드), 이은미의 콘서트. 안치환과 자유는 오는 19일 오후 8시, 오는 20일 오후 7시 무대에 오른다. 연세대 시절 노래패 울림터를 시작으로 1986년 노래모임 새벽, 1988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을 거쳐 1989년 솔로 활동을 시작한 안치환. 386세대 아픔을 노래하며 세상의 부조리를 끄집어내던 그가 저항가요의 딜레마인 계몽성을 뛰어넘어 이번엔 담백한 일상의 이야기를 건넨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히트곡들을 비롯해 3월 발매한 음반 ‘안치환 9’를 주로 노래한다. 뒤를 이어 이은미가 오는 21일 오후 3시30분과 7시30분 바통을 받는다. 1989년 신촌블루스 활동 후 1992년 1집 곡 ‘기억 속으로’로 데뷔한 그는 10년 동안 500회 이상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한결같이 ‘맨발의 디바’로 불리고 있다. 공연 부제는 ‘노스탤지어(Nostalgia)’. 스스로 CD나 MP3보다 LP가 좋은 ‘아날로그형 인간’이라고 말하는 이은미식 화법을 무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문의(02)2230-6600/연합뉴스

우리 창작뮤지컬산업단지 찾아 공연

문화소외지역인 산업단지에 뮤지컬이 찾아간다. 그것도 순수한 우리의 창작 작품이어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춘향전과 심청전을 절묘하게 재해석한 인기 창작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박새봄 극본·최성신 연출). 지난 2002년 초연된 이래 처음으로 오는 16일 시흥 정왕동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업단지에 위치한 전문 공연장인 KPU아트센터를 찾아 주민들에게 우리 창작 뮤지컬을 선사한다. 이번 공연은 최근 전문 공연장인 ‘KPU아트센터’를 개관한 한국산업기술대가 개교 10주년 기념으로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를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인당수 사랑가’ 얼개는 춘향전과 심청전을 결합시킨 사랑 이야기에 판소리 등 우리 소리를 곁들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뮤지컬로 심봉사의 딸 춘향이 이몽룡과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한국적 감성이 녹아 있는 슬픈 사랑 이야기에 판소리의 도창 등 전통적인 요소를 가미, 호응을 얻었으며 지금까지 관객 10만명을 불렀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홀로 사는 노인 30여명을 초청, 나눔의 의미도 되새긴다. 오는 16일 오후 4시와 7시30분 한국산업기술대 내 KPU아트센터. 문의(031)8041-0961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가을빛따라 ‘클래식 여행’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선보였던 강한 슬라브 색채의 감동을 전국의 클래식 팬들에게 선사하는 무대가 열린다. 피아니스트 김정원. 그가 오는 28일 서울 충무아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수원(다음달 15일), 성남(오는 12월15일), 고양(오는 12월21일) 등 2개월 동안 전국 도시 12곳을 순회하는 대장정을 펼친다. 국내에서 최고의 젊은 세대 피아니스트로 인정받는 김정원은 늘 대중의 입장을 배려하면서도 그만의 목소리를 내는 소신있는 연주자로 섬세한 음색과 화려한 테크닉, 감성과 논리의 조화로부터 나오는 강렬한 카리스마 등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일찌기 오스트리아 유학 길에 오른 김정원은 만 14세 때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수석 입학했고 2년 후 빈에서 열린 엘레나 롬브로 슈테파노프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자존심 강한 빈 음악계에 ‘김정원’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빈 국립음대 최우수 졸업과 함께 파리 고등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에 한국인 최초(피아노과)로 입학, 거장 Jacques Rouvier를 사사했고 졸업 후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김정원과 친구들’이란 타이틀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첼리스트 송영훈, 그리고 대중음악가 김동률, 하림과 함께 장르를 넘나드는 이색적인 공연으로 호평받았고 피아노 신동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특별 출연해 직접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줬다. 지난해 피아노 콘체르토 중 가장 굵직한 레퍼토리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 차이코프스키 콘체르토’와 올해 ‘Remember Vienna’란 타이틀로 피아노 소품을 담은 앨범을 발표했다. 그가 이번에는 각기 다른 시기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피아노 레퍼토리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아련한 사랑의 추억을 회상하는 달빛 서정성이 돋보이는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러시안 음악 특유의 큰 스케일과 신비롭고 강렬한 정열적 색채로 그리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색채감 짙은 레퍼토리로 서정과 열정을 넘나드는 연주를 선사한다. ▲10월28일:충무아트홀(오후 5시) ▲11월7일:광주 5·18 기념문화센터(오후 7시30분) ▲11월14일:대전문화예술의전당(오후 7시30분) ▲11월15일:경기도문화의전당(오후 7시30분) ▲11월17일:창원성산아트홀(오후 5시) ▲11월24일:대구학생문화센터(오후 5시) ▲11월25일:울산문화예술회관(오후 5시) ▲11월27일:원주치악예술관(오후 7시30분) ▲12월13일: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오후 7시30분) ▲12월15일:성남아트센터(오후 5시) ▲12월21일:고양아람누리 음악당(오후 8시) ▲12월23일:부산문화회관(오후 5시)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공연리뷰> 청년 음악가들에 전한 신선한 영감의 무대

피아노 치는 남자는 아름답다. 지난 4일 주한미국대사관 초청으로 뉴욕에서 날아온 25살의 재즈피아니스트 댄 테퍼(Dan Tepfer)는 피아노에 심취한 모습과 선율 등으로 여대생들의 시선을 받았다. 단국대 죽전캠퍼스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날 작은 음악회는 단국대 음대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젊은 나이지만 재즈피아니스트 자질이 철철 넘쳐 미국에선 알아 주는 음악가”라는 게 댄에 대한 대사관측 설명이었다. 어떤 천재성을 보여줄지 기대반, 호기심반 등으로 객석에 앉았다. 한동안 무대 위에서 즉흥연주에 대해 설명하던 댄은 프로그램과 달리 즉석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보겠다며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가 설명하던 즉흥연주라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 입으로 가볍게 내는 음을 따라 건반 위의 손은 같은 음을 내며 움직였다. 생각보다 즉흥연주곡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의 즉흥연주를 들으며 지루해질 즈음, 익숙한 선율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박인희의 모닥불이란 곡이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치는 것도 즉흥 연주지만, 한번 들은 곡을 순식간에 제 입맛에 맞게 바꿔 연주해내는 것도 즉흥연주라는 것이다. 아는 선율이 나오자 학생들도 집중했다. ‘인생은 연기 속에’라는 부분이 그렇게 다양한 변주곡 형태로 연주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연주를 마친 댄은 “며칠 전 한국인 친구에게 배운 곡을 한번 처음 선보여 보았다”고 말해 학생들을 더욱 기쁘게 했다. 작은 음악회였지만 충분한 음악 감상 후 조그만 팬 사인회, 앵콜 공연 등이 이어져 음악을 공부하는 작은 음악가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준 무대였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재즈보컬 나윤선…‘메모리 레인’ 들고

유럽 음악계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인정받은 디바 나윤선. 언제나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재즈보컬 나윤선이 자신의 팝 앨범 ‘Memory Lane’ 발매에 맞춰 재즈의 감동을 전하는 무대를 마련한다. 평촌아트홀은 오는 12일 오후 7시30분 안양문예회관&평촌아트홀 2007 시즌공연 놀라운 연주가들 네 번째 시리즈로 재즈보컬 나윤선의 팝프로젝트 콘서트 ‘메모리 레인’을 연다. 재즈보컬 나윤선은 새로움에 대한 도전정신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팝을 노래해 왔다. 이번 앨범에서는 덴마크 출신의 피아니스트 닐스 란 도키가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고 덴마크 재즈의 리더 매즈 빈딩, 드럼연주자 알렉스 리엘, 프랑스 재즈를 이끄는 새로운 얼굴인 타악기 연주자 자비에 데상드르 나바르, 재즈 바이올린의 개척자 디디에 록우드 등 특급 연주자들이 세션맨으로 대거 참여했다. 앨범에는 닐스 란 도키의 곡 이외에 피아니스트 사토 마사히코, 김광민, 조동익, 김정렬, 김태수, 하림 등 완성도가 뛰어나고 정서적으로도 매력적인 한국 작곡가들의 곡들도 담았다. 앨범은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제작돼 같은 곡이지만 언어에 따른 색다른 맛을 전해준다. 나윤선은 그동안 세계무대에서 우리 가곡 ‘초우’나 민요 ‘정선 아리랑’ 등을 우리 말로 노래해 노래에 담긴 정서만으로 관객들을 감동시켜왔다. 이번 영어 버전 앨범에 담긴 ‘세노야’의 한국어 버전은 세계의 많은 감상자들이 한국적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1920년대 서양의 왈츠 곡을 윤심덕이 진혼(鎭魂)적 슬픔을 더해 노래했던 ‘사(死)의 찬미, Heart of Glass’를 자신만의 흐느낌으로 다시 노래해 다른 차원의 한국적 슬픔을 느끼게 해 준다. 나윤선은 지난 4월 LG아트센터의 새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에 이어 6월 재즈연주자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Jazz at Lincoln Center’ 무대에서의 화려한 신고식의 여세를 몰아 10~11월 전국투어길에 올랐다. 이번 투어에는 피아노 김태수, 기타 한현창, 베이스 김정렬, 드럼 이도헌, 퍼커션 김현준이 함께 참여해 팝 프로젝트란 주제로 새로운 음악과의 만남으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선사한다. 1만~3만원. 문의(031)389-5200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리뷰 / 극단 몸꼴-네덜란드 루나틱스 합작공연 ‘구도’

쿵쿵쾅쾅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중앙 무대에는 반듯하게, 때로는 삐딱하게 세워놓은 상자들이 어지럽게 미로처럼 설치돼 있다. 무대 왼쪽에서 상자들로 이뤄진 탑이 하나둘씩 분해되더니 그 속에서 한사람, 두사람 탈출하기 시작한 6명. 그들은 탑을 허물며 자신만의 영역에서 새로운 세계와 연결하려는듯 길을 만들어 나가고 새로운 경계에 대한 갈망으로 울부짖는데…. “만약 지금 그대의 삶이 싫어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그때는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선택해 보라.”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의 당신이 살고 있는 인생이 과연 진정한 삶의 가치의 영역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가. 지난 8월17~19일 국내 야외공연 전문극단 코퍼럴 씨어터 몸꼴과 네덜란드의 대표적 거리극단인 루나틱스가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린 거리극 ‘구도(KU-DO)’는 변변한 거리극이 없는 우리의 현실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진실을 위한 고난의 탐험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쿠스 호흐배흐(루나틱스)와 윤종연(몸꼴)이 공동 연출하고 박종태, 김도연, 가와조에 가즈히로, 루트거 바우트르, 에릭 바거르, 로즈텐 오흐븐 등 6명이 출연해 고단하면서도 흥미로운 여정을 컨베이어벨트와 빛과 강한 비트의 음악, 공기와 불과 물 등 특수 효과들을 이용한 신체극으로 관객들에게 내재된 정서적 지각의 경계의 탐험과정을 보여줬다.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딧세이’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나와 자아 사이의 새로운 경계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이번 수원화성 국제연극제 개막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네덜란드 투어에서 거대하고 독특한 오브제로 색다른 시각예술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여세로 이번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개막작품으로 초청받았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무료 공연이란 혜택(?) 때문인지 수원화성 장안공원 특설무대 간이객석 500여석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린이, 연인 등으로 모두 채우고도 모자라 공연장 밖에 서서 관람하는 관객들로 넘쳐날 정도였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쉽사리 극에 빠져들지 못했다. 거리극을 접해 본 관객들이 적었던 점도 원인이겠지만 공연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던 탓에 생소한 내용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공연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이 ‘구도’라는 생소한 작품명에 ‘오딧세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란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더 궁금해졌다. ‘구도(KU-DO)’는 서사시 ‘오딧세이’에서와 같이 탈출부터 시작된다. 오딧세이가 섬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면 ‘구도’에서의 탈출은 하나의 성, 또는 탑(큐빅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으로 변했을뿐 극의 전개는 오딧세이를 연상할 수 있는 구성으로 풀어냈다. 탑을 빠져나온 탈출자들은 시종일관 무거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상자 위에 돌을 쌓고 저마다 옷을 꺼내 입고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탐험자들마냥 다리를 놓고 있다. 무대 중앙은 이전의 세계와 전혀 다른 신비의 세계를 의미한다. 저마다 생각하는 자신만의 구도가 있는듯 자신들의 근거를 중앙에 위치한 미지의 세계로 이어가고, 미지의 세계에 들어온 배우들은 온통 혼란스런 미로 속을 헤매며 당황한다. 외부로 이어지는 곳은 보이지 않고 외부는 낭떨어지와 같은 암흑에 묻혀있다. 그들은 단지 비명만 지를뿐 큐브 속에 갇힌 인간들일 뿐이다. 강한 비트의 음악 속에서 탈출자들은 하나둘씩 미로 속으로 사라지고 나타나면서 기쁨과 반가움에 포옹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여기에서 연출가는 극 비틀기를 시도한다. 동료들은 컨베이어에 올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로모션으로 격투신을 연출하기도 하고 동양적인 쿵후 무술놀이와 희극적 싸움놀이 등 해프닝적 난장놀이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서도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외부의 그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반복된 몸짓은 서로 함께 공유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고 이는 서로 각기 다른 자신들의 언어로 된 고함으로 바뀐다. 무대 중앙에서 물이 담겨져 있는 상자가 열리며 뱃 속에 무엇인가 담은(아마도 새 생명인듯) 여인이 사내 4명에게 양손을 묶인 채 고통스러워 하고 탄생의 아픔 속에 새로운 모체와 유희를 즐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신들의 모태인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모태가 연기와 함께 사라지자 비탄에 빠지고 결국 모태에서 퍼올려진 물을 퍼내 흩뿌리자 목말라 죽은듯 쓰러져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 경쾌한 음악을 따라 미로를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향한 항해에 나선다. 극의 앤딩은 새로운 세상에서 잃어버린 모태를 발견하고 적막함이 이어지는 순간 한 사내가 모태를 들고 불타오르는 컨베이어 위에서 무엇인가 응시하면서 끝을 맺는다. 극이 끝나자 관객들은 알듯 모를듯한 반응을 보이며 열연한 배우들에게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에 비해 관객들의 반응은 재미있다거나, 색다른 공연이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구도’가 말하고자 하는, 자아와 경계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모처럼 좋은 창작 야외공연 작품 하나 만났다는 반가움에 즐거웠다. 배우들의 움직임-발목이 잠기는 적막한 모래벌판 위에서, 상자 속에서, 미로 속에서 배우 6명이 펼친 고단하면서도 흥미로운 여정이 좋았고 군더더기 없이 자신들만의 신체를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넓은 장안공원 광장에 설치된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무대장치가 인상적이었고, 스펙타클한 이미지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이번 공연이 몸꼴과 네덜란드 루나틱스와의 합작공연이었지만 국내 야외극에 창작개념을 도입하고 야외신체극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는 이론이 없을 것같다. 앞으로 새로운 주제와 독창적인 연출로 탄생될 몸꼴의 새로운 야외극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늦게나마 박수를 보낸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신비로운 코리아” 감동의 물결

▲도립극단 ‘눈물꽃 기생’ 러시아를 적시다<상> 경기도립극단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연극으로 우뚝 섰다. 경기도립극단의 ‘눈물꽃 기생’이 무대에 오른 지난달 19~20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은 흥분과 열광 그 자체였다. 이 자리는 러시아 연극계에 우리의 연극, 경기도립극단의 연극을 깊이 각인시키는 자리였고, 한국 연극단체로서는 최초로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최고의 극장인 알렉산드린스키극장 무대에 오르는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긋는 쾌거였다. 그동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의 공연단체가 무용 등의 공연을 한 적은 간혹 있었지만 연극이 극장 무대에 오른 것은 경기도립극단이 최초다. 특히 러시아 자국내에서조차 검증된 공연단체의 최고의 작품이 아니면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무대에 경기도립극단이 우리의 전통극으로 10여분간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는등 한국 연극의 우수성을 알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경기도립극단이 러시아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마련한 ‘제2회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에 초청받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15일. 러시아의 9월은 새로운 연극 시즌을 알리는 무대들로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에 차있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 최고의 극장들이 모여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특히 더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는 9월부터 새로운 연극 시즌을 알리는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가 시작됐기 때문으로 특히 올해는 경기도립극단이 러시아 연극 시즌의 개막을 알리게 돼 그 의미를 더해 주었다. 올해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에는 프랑스, 스웨덴 왕립 드라마극장, 이탈리아 밀라노 피콜로 극장 등 세계 유수의 국립극장들이 초청돼 자신들의 고유한 민족적 전통극은 물론 예술적 전통과 어우러진 현대적인 작품들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특히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1896년 초연했던 안톤 체홉의 작품 ‘갈매기’를 폴란드 연출가가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을 시즌 개막작으로 채택, 새로운 연출에 대한 시험대가 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 연극단체 최초로 알렉산드린스키극장 무대를 밟은 경기도립극단의 ‘눈물꽃 기생’은 경기도립극단만이 갖고 있는 우리 연극의 특색을 전세계에 알리는 멋진 공연을 펼쳐 국제연극페스티벌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이번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 기간 중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모두 6편. 지난달 15~16일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시즌 개막작으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고, 경기도립극단이 19~20일 무대에 올린 ‘눈물꽃 기생’은 러시아 관객은 물론 전세계에 한국 연극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전해주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지난달 24~25일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스극장의 ‘크바르테트(Quartett)’와 페테르부르크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 ‘이탈리아의 밤’의 일환으로 오는 8~9일 이탈리아 피콜로 극장의 ‘아를레키노(Arlecchino)-두 나리의 하인’ 등이 무대에 오르고 오는 19~20일 스웨덴 왕립드라마극장의 ‘멕베드(Macbade)’, 오는 30~31일 피콜로 극장과 프랑스 오데온 극장이 오랜 협업과정을 거쳐 준비한 ‘벤타클리오(Ventaglio)-부채’(러시아명 베예르) 등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252번째 시즌 개막작으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의 첫 무대를 장식한 ‘갈매기’는 폴란드 출신의 연출가 크리스티앙 류파가 연출을 맡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페테르부르크 극단들의 중견 배우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무대에 올렸고, 연극 시즌 개막작답게 1천300여 객석을 가득 채워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출가 크리스티앙 류파는 이 작품에서 연극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들, 또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전형적인 연극 요소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배우들의 호흡과 몸짓만으로 전달하는 전혀 새로운 연출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번 페스티벌 기간 중 1637년 설립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스가 공연하는 ‘크바르테트’는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에 모티브를 둔 독일 극작가 하이드 뮬러의 작품을 고유한 프랑스식 연극 기법과 전통을 살려 만든 작품으로 꼭 관람하고 싶었지만 지난달 22일 귀국해야 하는 일정상 관람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국제연극페스티벌에 대한민국을 대표해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경기도립극단이 초청받았다는 점과 250여년만에 최초로 러시아 최고 예술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무대에 경기도립극단이 한국 연극을 올림으로써 우리 연극의 힘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쳐보였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과 동양의 정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한국 연극에 목말라 하는 러시아 관객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던져 주었고, 페스티벌을 취재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유럽 각국의 비평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2005년 도문화의전당서 고골리 ‘검찰관’ 공연 첫 인연 상트 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연극 전용극장.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왕비의 이름을 따 붙인 국립극장으로 정식 이름은 푸슈킨기념국립아카데미드라마극장. 1832년 건축가 로시의 설계로 10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됐으며 황실극장인 알렉산드린스키극장으로 출발, 1937년 시인 푸슈킨 사후 100주년을 기념해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은 설립 이래 러시아 혁명 후 현대의 사회문제에 관심을 보여 그리보에도프의 ‘지혜의 슬픔(1831년)’, 고골리의 ‘검찰관(1836년)’, 안톤 체홉의 ‘갈매기(1896년) 등을 비롯, 오스트로프스키, 투르게네프, 루나차르스키, 시모노프, 두브첸코 등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을 공연해 왔고 세익스피어를 비롯 외국의 고전작품들도 공연하고 있다. 예카테리나 대제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는 작은 공원에서 바라보이는 극장 정면과 옆면에는 각각 기둥 6개가 세워져 있고 내부로 들어가면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비스듬한 경사면을 따라 배치된 좌석과 고풍스런 조각으로 장식된 테라스와 기둥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같은 아름다운 건축 양식으로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에는 15개월 동안 예전 황실극장의 모습 그대로 내부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개관 250주년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알렉산드린스키극장 단원들이 고골리의 ‘검찰관’(연출 발레리 포킨)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지난해 도립극단이 초청받아 ‘창밖의 앵두꽃은 몇번이나 피었는고(원작)’를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현지사정으로 취소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었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