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무대 위 대형 화면에선 산이 솟아나고 구름이 흘러간다. 동양적인 화폭을 그대로 무대에 옮긴듯한 모습 속에 고뇌하는 화가가 등장한다. 지난 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은 경기도립무용단이 선보인 ‘춤향기 그 색깔’이란 주제 아래 김정학 상임안무자의 작품 ‘달은 지고 꽃은 말이 없는데’가 무대에 올랐다. 무용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접근하기에 어렵지 않은데다 전체적으로 열정이 넘쳐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을 본 기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과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 사군자 등을 몸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모양일 것이다. 공연리뷰 수많은 무용가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작품을 완성하려는 화가의 고뇌와 함께 사계절과 사군자 등이 그려져있다. 봄을 뜻하는 매화가 피어나기 위해 서양 배경음악 사이 갈라지는 소리가 난다. 무대 배경화면에 조명을 이용한 화면이 아름다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돕는다. 시각적인 부분에 예민한 관객들을 배려한 모습이었다. 봄의 변덕스러움과 함께 다소 섹시한 모습이 현대적인 음악과 함께 몸으로 표현됐다. 붉은 매화가 매혹적이고 현란하게 그려졌다. 무더운 여름이 등장하면서 봄은 사그라든다. 무대 뒤로 사라져가는 봄을 뒤로하고 강렬한 남성의 이미지의 여름은 붉은 색과 검은 색의 의상을 걸치고 있다. 가슴과 배를 드러낸 의상과 열정적인 동작이 뜨겁게 무대를 덥힌다. 노랑과 검정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 무용수가 등장한다. 배경화면은 국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가을을 표현하는 여인은 동양적이면서 우아하다. 순간 등장한 겨울이 모든 것을 얼려 버린다는 스토리다. 모두 얼어 죽어버린 겨울을 마지막으로 화가의 작품은 끝이 난다. 사계절을 표현하는 사군자가 윤회하는 세상을 반영한다. 지난 봄 첫 선을 보이고 이번 공연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이 작품은 전통적인 매력에 서양악기를 가미, 보다 현대적인 면이 강조됐다. 전체적으로 큰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지만, 무대 뒤 열린 문 사이로 사군자가 등장할 때, 이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너무 눈부셔 정면 객석의 관객들은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였다. 조명 각도를 바꾼다면 객석의 불편함 없이 작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미국을 울린 혼의 뮤지컬 요덕스토리. 지난 1년여의 침묵을 깨고 ‘요덕스토리 비주얼 콘서트’로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요덕스토리는 다음달 4~23일 안양 새중앙 아카데미 가족극장 비전홀에서 영상과 함께 하는 비주얼콘서트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공연한다. 요덕스토리는 북한 함경남도 요덕 제15호 수용소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용서의 대서사시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참상을 현실감 있게 표현, 북한의 인권문제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를 제공했으며 정성산 감독만의 감각과 돋보이는 연출력으로 북한판 ‘레미제라블’, 한국의 ‘미스사이공’ 등의 호칭으로 불리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한국의 대표 창작 뮤지컬. 지난 2004년 한국 뮤지컬 대상 작사·극본상을 받은 유혜정이 작사하고 음악상(작곡상)을 수상한 차경찬이 작곡한 각 뮤지컬 넘버들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온 요덕스토리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모아 만든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진다. 주인공 리명수역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오디션을 거쳐 뽑은 새 멤버들로 구성됐다. 화~목요일 오후 7시, 금~일요일 오후 5시와 오후 8시. 월요일 공연 없음. VIP석 5만원, R석 3만원, S석 2만원. 문의 1544-1555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겉으로는 위엄 있어 보이지만 속으론 외로움에 젖어있는 변호사 앙리(김용구 분), 단정하고 깔끔한 성격이지만 지각대장인 여직원 안네스(안나민 〃), 사무실 내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인턴사원 니나(우금지 〃). 소심하지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무장 에띠엔느(김명준 〃), 끔찍한 교통체증에도 자신은 프랑스 시내를 가뿐하게 누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 터프한 퀵서비스맨 프레드…. 돈과 사랑, 두가지 행운을 꿈꾸며 살아가는 평범한 6명의 오피스맨들이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생각되는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프랑스의 오피스 뮤지컬 ‘찬스(Chance)’가 내년 3월2일까지 서울 혜화동 창조콘서트홀 2관 오프닝작으로 시즌2 공연에 들어간다. 뮤지컬 ‘찬스’는 지난 2001년부터 드자제와 트리아농에서 매회 매진을 기록한 작품으로 지난 2005년에는 베지에르 우수 코미디 뮤지컬상을 받는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런 캐릭터들. 도심 속 변호사 사무실의 6명, 즉 사장과 젊은 변호사, 퀵서비스맨, 두명의 여비서, 인턴사원 등은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각각 라틴, 카바레, 록 오페라, 발라드 같은 각기 다른 장르의 64곳을 노래로 형상화한다. 기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달리 극 전체가 음악으로만 구성된 프랑스 뮤지컬의 독특한 형식은 유지하되,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으로 색다름을 더했다. 여기에다 역설적이면서 풍자적인 노래와 상황 패러디 등이 보태진다. 극의 구조는 로또복권 당첨 전후로 나눠 전반부에선 일과 사회생활에서의 성공, 후반부에선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인 돈과 그동안 감춰졌던 사랑 등 두가지를 모두 이루는 ‘행운’을 전한다. 작·곡 에르베 데볼데, 연출 김규종, 음악감독 이현섭, 안무 강옥순. 오는 8일 공연은 프리뷰 공연으로 진행된다. 평일 오후 8시, 주말·공휴일 4시30분과 7시30분. 월요일 공연 없음. 전석 4만원. 문의(02)747-7001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퓨전 국악과 퓨전재즈라는 조금은 색다른 음악장르를 선보이며 음악적 다양성을 즐길 수 있었던, 누구나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놀토예술무대 ‘밝디 밝은 콘서트’. 오는 10일 오후 5시 광명문화원 내 하안극장에서 열리는 세번째 공연에선 문화집단 소나기 프로젝트와 보컬 문혜원이 함께 해 ‘재즈의 향기’ 등을 주제로 드라마, 영화, CF 등에서 들어봄직한 친숙한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Autumn Leaves’, ‘Mo Better Blues’, ‘St.Thomas’ 등 이미 널리 알려진 스탠다드 재즈를 들려준다. 재즈음악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지고 팬플룻과 오카리나 연주 동아리 ‘팬오카소리’가 객원연주자들로 함께 해 자리를 더욱 빛내준다. 재즈 밴드 ‘젠틀레인’, 퓨전국악 그룹 ‘바이날로그’, ‘임달균 쿼텟’ 등 여러 밴드 리더와 연주자들이 만든 문화집단 소나기 프로젝트(Sonagi Project)는 영화 속의 명곡들을 모던 재즈와 라틴, 발라드 등의 다양한 어법으로 재해석하고 단순히 다시 연주하기가 아닌 퓨전과 월드뮤직의 성향까지 아우른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음악을 펼치고 있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미술계도 개인전과 단체전이 줄을 잇는다. 10월과 11월마다 대관 전쟁이 펼쳐지고 알토란 같은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 감상할 수 있고 좀 색다르지만 관심을 끄는 곳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는 여유와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김윤경 개인전=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을 테마로 작품을 그린다. 그런나 정작 그가 추구하는 길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길의 주변을 이루는 나무와 상가 건물, 붉고 푸른 하늘이 더 큰 비중으로 등장한다. 오는 14일까지 안양 롯데화랑에서 열리는 전시는 ‘청계천을 걷다’와 ‘길과 나무’ 시리즈가 주를 이룬다. ‘청계천을 걷다’는 청계천 주변의 높고 낮은 건물이 연필과 아크릴 등에 의해 담겨졌다. 현대적인 진경산수를 엿보듯 담담히 그려낸 청계천 풍경이 이채롭다. ‘길과 나무’는 가로수와 전봇대, 그리고 하늘이 나타난다. 유리파편처럼 여러 조각으로 분리한 화면은 작가의 과거를 기록하고 있다. 유년시절의 집과 동네, 나무 등의 잔상이 조각조각 결합됐다. 문의(031)463-2715 ◇三전= 조각전문 갤러리 마나스 아트센터가 박승모·이재효·최태훈 3인의 전시를 선보인다. 다음달 18일까지 열리며, 독특한 개성의 조각가 3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박승모는 알루미늄을 재료로 유동적이며 일정한 질서를 지닌 작품을 만드는데, 특히 이번 전시는 인체에 초점을 맞춰 원형과 모방의 관계를 풀어낸다. 이재효는 통나무와 나뭇가지, 나뭇잎 등 자연의 일부를 그만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한다. 최태훈은 거대한 우주를 연상시킬 만큼의 대형 작품을 통해 철이란 차가움과 빛의 만남을 추구한다. 문의(031)774-5123 ◇최광옥 개인전= 전시장 절반 정도를 가득 매운 한국화. 끝없이 펼쳐진 남해의 섬들을 한데 모아 놓은듯 전시장은 풍만한 묵향이 퍼져 있다. 오는 12일까지 수아아트스페이스에서 펼쳐지는 최광옥 경기대 대우교수의 9번째 개인전이다. 깎아지른듯 우뚝 솟은 바위섬과 간간히 솟아오른 나무들이 정답게 이웃하고 있다. 유심히 작품을 들여다보면 바닷낚시에 심취한 강태공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최 대우교수는 동방현대채묵회와 동방예술연구회, 어우름, 여적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문의(031)258-5652 ◇서호수채화회= 지난 2000년 창립한 이래 다채로운 전시를 펼쳤다. 정기전은 물론 소품전, 기획전, 초대전 등을 통해 수채화의 멋과 맛을 전파하고 있다. 오는 15~22일 수원 장안구민회관 3층 노송갤러리에서 열리는 8회 정기전에선 어떤 작품들이 선보일까. 함성효 회장은 계절을 앞질러 ‘겨울’이란 작품을 출품한다. 소복히 눈쌓인 농가와 들판이 한 없이 정겹다. 조순자의 ‘갈담리의 겨울’은 돌담을 따라 휘몰아치듯 꺾여 있는 길목 풍경이 눈길을 끈다. 김순수의 나팔꽃 작품과 김은자의 정물화 등도 만날 수 있다. 문의(031)240-3000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악기 위에 동그랗게 송송난 구멍에 손가락을 들이대면 소박하고 정겨운 소리가 풍겨나온다. 오카리나가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오카리나를 합창과 같이 연주하는 문화의 한 장르를 위해 애쓰고 있는 미추홀 오카리나콰이어가 오는 24일 인천시 연수구청 대강당에서 제3회 미추홀 오카리나 정기연주회를 준비한다. 레퍼토리들도 다양하다.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 이정선의 ‘뭉게구름’, 안토니오 비발디의 ‘봄’ 1악장, 미국 민요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독일민요 ‘작은새의 왈츠’, 애니메이션 삽입곡인 ‘이웃집 토토로’· ‘마녀배달부 키키’·‘폼코코 너구리 대작전’·‘천공의 라퓨타’, 박희숙의 ‘세일링’, 임은자의 ‘물놀이’, 이조욱의 ‘훈풍’, ‘하나님이시여’, ‘라데스키 행진곡’…. 미추홀 오카리나콰이어는 지난 2003년 인천지역 오카리나를 사랑하는 여성 5명으로 시작해 현재 11명 으로 구성돼 지난 2005년 12월 정기연주회 1회를 시작으로 이번이 3회째. 오카리나 콰이어 관계자는 “오카리나 동호인의 폭발적 증가에 비해 체계적 인프라의 열악을 인지하고 오카리나가 합창처럼 즐겁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보급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그동안 정성껏 준비한 솜씨들을 공개합니다.” 평택시 여성회관은 지난 6일 대강당에서 수강생과 주민 등 1천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 제10주년 작품전시 및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수강생들이 보여준 끼는 차밍댄스, 다이어트 댄스, 브레이크 댄스, 벨리 댄스, 힙합 댄스 등 춤사위부터 비즈공예, 네일아트, 점핑클레이, 풍선아트, 단호박쥬스·발마사지 체험 등 다채로웠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정민류 교방무 퍼레이드 ‘나비의 긴 나래’가 지난 3일 경기도국악당에서 펼쳐졌다. 정민류 춤인 축원무, 교방장고춤, 화선무, 교방검무 등을 김진옥 정민류 교방춤보존회장이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린 것. 짱구엄마 성우 송연희씨의 간드러진 사회로 시작된 공연은 아름다운 한국 무용의 한 맥을 짚는 자리가 됐다. 교방무는 절제하면서 은근한 매력이 넘치는 전통무용 중 눈짓과 손짓이 유난히 교태스러웠다. 무대에 등장한 한 무더기의 무용가들이 간드러지는 동작으로 서로 교태를 겨루는 듯 보였다. 현대적으로 살짝 개량된 비단 한복은 알록달록 색색이 의상이 고와 별다른 장식이 없는 무대를 화려하게 꾸몄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축원무와 태평무. 풍년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복한다는 뜻을 가진 춤으로 섬세한 발놀림과 빠른 장단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이는 태평무는 휘몰아치는 모든 장단이 춤사위에 배어들어 춤의 사군자 중 난에 비유된다. 세 명의 무용가가 무대에 등장했을 때, 선배 전통무용가들 사이 유난히 키가 작은 무용가에 눈길이 모아졌다. 한국무용 신동이라고 알려졌지만 아이라서 잘 추면 얼마나 잘 추랴 싶었던 양정현 어린이였다. 프로필을 보니 전국무용협회콩쿨 특상과 각종 대학 무용콩쿨 대상을 차지했단다. 전문 무용가들과 춤을 추는 모습에서 전혀 어색하거나 부족해보이지 않았다. 앙증맞은 동작에 객석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양정현 어린이는 흥에 겨워 도는 모양이 인형같았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 김진옥 무용가는 무대에 올라 현재 김 무용가만 추고 있는 정민류 교방타고무를 선보였다. 입춤을 추다 흥이 넘치면 북채를 들고 북을 치기도 하고 분위기에 따라 살풀이를 추다 북을 치기도 하는 즉흥무였다. 교방에 들어온 듯 병풍에 둘러싸여 잘 꾸며진 세트에서 김 무용가는 홀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공연을 이어갔다. 흔히 볼 수 없다는 다양한 북가락의 기법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였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북춤이었다. 생기발랄한 분위기로 춤이 시작되자 사물놀이에 전통 피리소리까지 곁들여져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단점을 말하자면, 무대 한켠의 돌벽 세트와 오리 모양 솟대는 낡고 오래돼 보이는데다 지저분해 전체적으로 공연의 분위기를 해쳐 치우는 편이 나았다. 공연을 설명하는 빔 프로젝트는 화질이 좋지 않아 뒷자리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했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청명한 하늘과 상쾌한 바람따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가을. 차창밖으로 지나치는 풍경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이 있는 그런 곳은 없을까. 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경기도 드라이브 코스로 지금 달려가보자. ◇제부도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려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제부도는 차로 섬을 다 둘러볼 수 있어 시작부터 끝까지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제부도로 향하려면 비봉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 우측으로 306번 지방도로를 따라 남양→사강(송산)→서신으로 계속 가면 된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얼마 지나지 않으면 차창 밖으로 비릿한 바다 냄새를 품은 바닷바람이 들어온다. 섬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농촌의 풍경이 드러나고 도로변에는 포도밭과 옥수수밭이 이어진다. 갈매기가 공중을 맴돌고 건물 사이사이로 갯벌과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제부도가 코앞에 있다는 뜻이다. 좌로는 궁평항, 우로는 제부도를 가르키는 이정표를 지나 우회전 하면 갯벌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식당들이 빽빽이 들어선 거리를 지나면 꼬불꼬불 이어지는 도로가 시작된다. 제부도로 들어가려면 여기서 2∼3㎞를 더 달려야 한다. 도로 양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바다,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조수간만의 차이로 도로가 물에 잠기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제부모세길이 나온다. 물이 빠져나간 도로를 지나면 드디어 제부도다. 제부도로 가기 전에 섬으로 들어가는 바닷길 시간을 꼭 확인하자. 문의 ☎ 031-355-3924, 369-1673, 369-1679. tour.hscity.net ◇서해바다 영동고속도로 시흥, 월곶 나들목으로 나와 좌회전해서 가다보면 오이도가 나온다. 싱싱한 회와 해산물을 파는 음식점이 즐비한 오이도는 개장을 앞두고 있는 등대전망대가 볼거리다. 잠깐 둘러본 뒤 대부도 쪽으로 차를 돌리면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광활한 바다 가운데에 끝도 보이지 않게 뻗어 있는 시화방조제를 만나게 된다. 12.7㎞나 되는 긴 코스가 일직선으로 이어진 시화방조제는 왕복 4차선 도로와 함께 길옆으로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 하이킹이나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기에 좋다. 중간중간에는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선착장과 간이매점도 있다. 시화호방조제를 건너면 오른편으로 방아머리 선착장이 있고 직진하면 대부도가 나온다. 할매·할아배 바위 사이로 지는 일몰이 유명한 구봉도를 지나 계속 직진하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선재도·영흥도 방향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아직은 시골 정취가 그대로인 대부도 시내가 나온다. 대부동사무소를 지나 메추리섬 쪽으로 우회전한 뒤 말부흥 쪽으로 차를 돌려 대남초등학교를 끼고 돌면 좌측으로 고랫부리 가는 방향이다. 대부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고랫부리 해변은 그 모양이 고래의 부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직은 상업적으로 개발돼 있지 않고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해변과 자연 그리고 작은 어촌 마을이 때 묻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간조때면 고랫부리 안쪽까지 나있는 시멘트 도로로 차가 들어갈 수 있는데 태고의 원시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랫부리 해변을 감상하고 다시 대부시내 쪽으로 나와서 화성, 수원 쪽으로 가다 보면 영어마을이 있는 선감도가 있고 바지락칼국수와 서해 별미인 쭈꾸미 볶음이나 불낙지를 파는 음식점이 즐비한 불도가 있다. 고랫부리 해변엔 음식점이 없으므로 점심은 고랫부리 들어가기 전 대부도 방아머리 음식문화 거리에서 바지락칼국수나 굴밥을 먹거나 고랫부리를 둘러보고 불도 쪽에서 먹는 것이 좋다. ◇포천 허브아일랜드·산정호수·아프리카문화원 포천군 신북온천에서 승용차로 5분 정도거리에 포천 허브아일랜드가 있다. 1만평의 부지에 허브와 관련된 갖가지 콘텐츠로 꾸민 가게들과 체험실, 야외 정원, 산책로 등이 있다. 허브차, 포푸리, 향기치료 용품, 허브 수공예품 등 다양한 허브제품과 쟈스민, 제라늄, 로즈마리 등 제각기 다른 향을 뽐내는 100여가지의 허브들을 구경하거나 살 수 있다. 허브아일랜드를 나와 산정호수로 향한다. 산정호수에서 명성산으로 이어진 길은 나무가 울창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10월에는 명성산 정상부근에 펼쳐진 10만㎡ 규모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산정호수에서 광릉 국립수목원, 아프리카문화원으로 내려오는 47번 국도는 쭉 뻗은 나무가 일품이다. 산정호수에서 하루 묵은 뒤 다음날 오전 아프리카문화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아프리카문화원은 54개국 3천여 부족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구석구석에서 200여 부족들이 간직해온 물건, 사용하고 있는 물건, 유물들을 기증받아 세운 곳이다. 공연시간은 주말 오전 11시30분, 오후 2시, 오후 4시30분(주중공연은 오전 10시30분,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5천원, 공연관람 7천원. 문의 ☎031-543-3600. ◇양평 산음자연휴양림 팔당을 거쳐 양평, 홍천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용문산터널을 지난 뒤 10여㎞쯤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단월·벽동·산음자연휴양림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진입한 뒤 단월면사무소와 단월 숫불화로구이집을 지나 대명비발디파크로 이어지는 70번국도로 좌회전한다. 2㎞ 정도 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산음자연휴양림.소리산 소금강 방향으로 좌회전 하면 328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양평에서도 오지로 연결되는 328번 지방도로 주변은 오가는 차량이 드물고 크고 작은 산들이 이어진 곳이다. 길가에는 코스모스와 망초꽃이 간간이 눈에 띄는데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비슬고개를 만나게 된다. 고개길 좌측 봉천교회수양관 방향으로 고개를 넘으면 운치와 스릴이 있는 커브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고개길 내리막 좌측으로 산음자연휴양림이 있다. 산음자연휴양림은 해발 992m의 문필봉 기슭 울창한 숲속에 맑은 계곡을 끼고 있다. 휴양림 내에는 천연기념물인 크낙새를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주말에는 숲속체험교실이 열려 환경 운동가들이 숲해설가로 나와 약 1.5㎞ 구간의 체험코스를 안내한다. 휴양림 구경을 끝내고 328번 도로를 벗어나 좌측으로 모곡.가평군.설악면으로 이어지는 494번 지방도로를 타보자. 도로 주변에는 예쁜 상호를 가진 아기자기한 전원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우측으로는 홍천강 하류지역으로 경관이 수려하다. 홍천강변의 모원유원지 입구인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에는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을 기리는 한서 기념관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강원도와 경기도계인 장락산과 널미고개가 나온다. 이어 가평군 설악면 로터리에서 양평방면 37번 국도를 타고 귀경길에 오를 수 있다. 그대로 직진하면 청평댐이 나온다./연합뉴스
은행잎이 노랑나비로 변신해 나르는 듯한 가을, 나비처럼 원을 그리듯 추는 김진옥의 원무(圓舞)를 만나 보자. 경기도국악당은 3일 토요상설공연 김진옥 명인 초청으로 ‘나비의 긴 나래’를 무대에 올린다. 나비처럼 원을 그리듯 추는 김진옥의 원무는 축원무, 태평무, 교방 장고춤, 살풀이, 화선무, 교방검무, 교방타고무, 추야월, 북춤 등 교방과 예인들을 통해 전해 내려온 다양한 춤들을 한데 묶어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지난해 11월 타계한 故 정민 선생으로부터 사사받은 김진옥 정민류 춤보존회장을 중심으로 펼쳐져 전통의 굵은 한 흐름을 맛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110여년 전 무기 최정숙 선생으로 비롯됐다고 전해지는 축원무는 당시 교방청 안 여기들로부터 전승됐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전통무용가 故 정민 선생이 기방무용의 하나로 전한 축원무는 경사가 있을 때나 외국 사절단 등을 위해 문무백관 앞에서 만수무강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던 춤이라고 전해진다. 화선무는 양손에 부채를 들고 추는 춤으로 신무용의 부채춤과 달리 비교적 작은 부채를 들고 교방 옷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춘다. 교방타고무는 옛 무기 김홍주, 최정숙, 김애정 여사가 전해온 춤의 하나로 故 정민 선생에 의해 전승됐다. 입춤을 추다 흥이 넘칠 때 양손에 북채를 들고 북으로 달려가 북을 치며 추는 율동이다. 즉흥무로 틀에 짜여지지 않아 분위기에 따라 살풀이를 추다가 수건을 허리에 매고 북을 칠 수도 있고 경기민요나 남도민요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다 북으로 달려가 칠 수도 있다. 북 가락이 승무 북과는 달라 흔히 보기 어려운 북가락으로 알려져 있다. 김진옥 무용가는 현재 정민류 교방춤 보존회장, 명지대 사회교육원 무용과 객원교수,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 경기도지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진옥 회장은 “춤 이외에는 한눈 팔지 않고 외골수로 지내온 세월이지만 아직도 춤의 세계는 빠져들수록 점점 더 깊은 매력에 황홀해 감탄을 억누를 수 없다”며 “내년 오사카 본부 공연 예정에 앞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자연발생적인 아름다운 춤을 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던 정민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교방춤을 보존·보급하려는 뜻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일반 7천원. 문의(031)289-6400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