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코리아” 감동의 물결

▲도립극단 ‘눈물꽃 기생’ 러시아를 적시다 <상>

경기도립극단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연극으로 우뚝 섰다. 경기도립극단의 ‘눈물꽃 기생’이 무대에 오른 지난달 19~20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은 흥분과 열광 그 자체였다. 이 자리는 러시아 연극계에 우리의 연극, 경기도립극단의 연극을 깊이 각인시키는 자리였고, 한국 연극단체로서는 최초로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최고의 극장인 알렉산드린스키극장 무대에 오르는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긋는 쾌거였다.

그동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의 공연단체가 무용 등의 공연을 한 적은 간혹 있었지만 연극이 극장 무대에 오른 것은 경기도립극단이 최초다. 특히 러시아 자국내에서조차 검증된 공연단체의 최고의 작품이 아니면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무대에 경기도립극단이 우리의 전통극으로 10여분간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는등 한국 연극의 우수성을 알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경기도립극단이 러시아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마련한 ‘제2회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에 초청받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15일.

러시아의 9월은 새로운 연극 시즌을 알리는 무대들로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에 차있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 최고의 극장들이 모여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특히 더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는 9월부터 새로운 연극 시즌을 알리는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가 시작됐기 때문으로 특히 올해는 경기도립극단이 러시아 연극 시즌의 개막을 알리게 돼 그 의미를 더해 주었다.

올해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에는 프랑스, 스웨덴 왕립 드라마극장, 이탈리아 밀라노 피콜로 극장 등 세계 유수의 국립극장들이 초청돼 자신들의 고유한 민족적 전통극은 물론 예술적 전통과 어우러진 현대적인 작품들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특히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1896년 초연했던 안톤 체홉의 작품 ‘갈매기’를 폴란드 연출가가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을 시즌 개막작으로 채택, 새로운 연출에 대한 시험대가 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 연극단체 최초로 알렉산드린스키극장 무대를 밟은 경기도립극단의 ‘눈물꽃 기생’은 경기도립극단만이 갖고 있는 우리 연극의 특색을 전세계에 알리는 멋진 공연을 펼쳐 국제연극페스티벌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이번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 기간 중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모두 6편.

지난달 15~16일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시즌 개막작으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고, 경기도립극단이 19~20일 무대에 올린 ‘눈물꽃 기생’은 러시아 관객은 물론 전세계에 한국 연극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전해주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지난달 24~25일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스극장의 ‘크바르테트(Quartett)’와 페테르부르크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 ‘이탈리아의 밤’의 일환으로 오는 8~9일 이탈리아 피콜로 극장의 ‘아를레키노(Arlecchino)-두 나리의 하인’ 등이 무대에 오르고 오는 19~20일 스웨덴 왕립드라마극장의 ‘멕베드(Macbade)’, 오는 30~31일 피콜로 극장과 프랑스 오데온 극장이 오랜 협업과정을 거쳐 준비한 ‘벤타클리오(Ventaglio)-부채’(러시아명 베예르) 등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252번째 시즌 개막작으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의 첫 무대를 장식한 ‘갈매기’는 폴란드 출신의 연출가 크리스티앙 류파가 연출을 맡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페테르부르크 극단들의 중견 배우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무대에 올렸고, 연극 시즌 개막작답게 1천300여 객석을 가득 채워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출가 크리스티앙 류파는 이 작품에서 연극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들, 또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전형적인 연극 요소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배우들의 호흡과 몸짓만으로 전달하는 전혀 새로운 연출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번 페스티벌 기간 중 1637년 설립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스가 공연하는 ‘크바르테트’는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에 모티브를 둔 독일 극작가 하이드 뮬러의 작품을 고유한 프랑스식 연극 기법과 전통을 살려 만든 작품으로 꼭 관람하고 싶었지만 지난달 22일 귀국해야 하는 일정상 관람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국제연극페스티벌에 대한민국을 대표해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경기도립극단이 초청받았다는 점과 250여년만에 최초로 러시아 최고 예술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무대에 경기도립극단이 한국 연극을 올림으로써 우리 연극의 힘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쳐보였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과 동양의 정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한국 연극에 목말라 하는 러시아 관객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던져 주었고, 페스티벌을 취재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유럽 각국의 비평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2005년 도문화의전당서 고골리 ‘검찰관’ 공연 첫 인연

상트 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연극 전용극장.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왕비의 이름을 따 붙인 국립극장으로 정식 이름은 푸슈킨기념국립아카데미드라마극장. 1832년 건축가 로시의 설계로 10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됐으며 황실극장인 알렉산드린스키극장으로 출발, 1937년 시인 푸슈킨 사후 100주년을 기념해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은 설립 이래 러시아 혁명 후 현대의 사회문제에 관심을 보여 그리보에도프의 ‘지혜의 슬픔(1831년)’, 고골리의 ‘검찰관(1836년)’, 안톤 체홉의 ‘갈매기(1896년) 등을 비롯, 오스트로프스키, 투르게네프, 루나차르스키, 시모노프, 두브첸코 등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을 공연해 왔고 세익스피어를 비롯 외국의 고전작품들도 공연하고 있다.

예카테리나 대제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는 작은 공원에서 바라보이는 극장 정면과 옆면에는 각각 기둥 6개가 세워져 있고 내부로 들어가면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비스듬한 경사면을 따라 배치된 좌석과 고풍스런 조각으로 장식된 테라스와 기둥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같은 아름다운 건축 양식으로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에는 15개월 동안 예전 황실극장의 모습 그대로 내부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개관 250주년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알렉산드린스키극장 단원들이 고골리의 ‘검찰관’(연출 발레리 포킨)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지난해 도립극단이 초청받아 ‘창밖의 앵두꽃은 몇번이나 피었는고(원작)’를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현지사정으로 취소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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