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영화제 규모.내용 빈약..시민 '외면'>

(연합뉴스) 올해 16년째인 대구영화제가 홍보.예산 부족 등으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4일 대구시와 ㈔한국영화인협회 대구지회 등에 따르면 '2007 대구영화제'가 지난 달 25일 개막, 오는 13일까지 열릴 예정이지만 행사와 내용이 빈약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구영화제 내용을 보면 지난 달 25-26일 중구 롯데대구영프라자에서 영상기기 전시회가 열렸고 오는 8일 달서구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영화 '화려한 휴가'가, 13일에는 롯데대구영프라자에서 '두 얼굴의 여친'이 각각 상영될 예정으로 있는 게 전부다. 행사 규모도 빈약하지만 그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영상기기 전시회는 구형 영사기 5대를 롯데대구영프라자 통로에 설치해 관심을 보인 시민들이 거의 없었으며 `두 얼굴의 여친' 초대권은 100장만 공급될 예정이다. 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상영되는 `화려한 휴가'는 지난 7월 개봉된 영화인데다 단 하루만 상영돼 '시민 영화축제'란 이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시민 정모(38.여)씨는 "대구영화제는 지난 달 영화 3편을 상영하고 7차례 음악 공연을 한 수성구의 영화.공연축제보다도 못하다"면서 "문화.예술도시란 대구의 이름에 걸맞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예산은 예년과 비슷한 1천500만원이 투입돼 롯데대구영프라자 임차비와 영화 상영비, 행사 준비비 등으로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영화제 예산이 적어 영화제다운 축제행사를 연출하지 못한 게 사실이며 내년에는 예산과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64개국 영화 275편 초청

(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PIFF) 조직위원회는 4일 오전 10시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허남식 조직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10월 4~12일 개최되는 제12회 부산영화제에 64개국, 275편의 영화를 초청해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 34개 상영관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개막작은 중국 펑 샤오강 감독의 영화 '집결호(Assembly)'가, 폐막작으로는 일본 안노 히데아키, 마사유키, 쓰루마키 가츠야 감독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序)'가 각각 선정됐다. 특히 초청작 가운데 PIFF를 통해 세계 처음으로 공개되는 월드프리미어가 역대 최다인 66편이고, 자국 밖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26편,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되는 아시아 프리미어는 101편으로 집계됐다. PIFF의 유일한 장편 경쟁부문인 '새로운 물결(뉴 커런츠)'에 출품한 작품 11편은 모두 월드 또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여서 PIFF의 높은 위상을 나타냈다. 이번 영화제에는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이나 화제작, 월드프리미어 등을 소개하는 '갈라 프리젠테이션'과 젊고 유망한 영화 작가들을 소개하는 '플래시 포워드' 등이 신설돼 11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양주남 감독의 '미몽' 등 올해 문화재로 등록된 영화 7편과 50-60년대 국민배우 김승호를 다룬 '한국영화 회고전', 대만 작가인 고(故) 에드워드 양을 기리는 특별전 등 다채로운 특별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예매 시스템이 대폭 개선돼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편의점 'GS 25'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24시간 예매가 가능해졌고, 관객이 직접 좌석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영화제 기간에 아시아 각국의 배우들로 구성된 '아시아 연기자 네트워크(APAN)'가 발족된다. 올해로 출범 열 돌을 맞아 아시아지역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시장으로 자리 잡은 부산프로모션플랜(PPP)과 촬영기술 및 기자재를 거래하는 부산영상산업박람회(BIFCOM) 등으로 구성된 '아시안필름마켓'은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 그랜드호텔과 프리머스 시네마에서 개최된다. '아시안필름마켓'에서는 아시아와 미주, 유럽에서 활동중인 영화산업 전문가들이 참석, 합작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파이낸싱이 가능한 마켓인 '코프로덕션 프로'가 신설돼 주목된다. 이번 영화제 기간에 개.폐막작의 메가폰을 잡은 펑 샤오강, 안노 히데아키 감독을 비롯해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 감독 등 세계 유명 감독과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 홍콩의 양쯔충(楊紫瓊) 등 국내외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개막식은 10월 4일 오후 7시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 상영관에서 화려하게 개최된다. 허남식 조직위원장은 "국내 최초의 영화.영상 후반작업시설을 9월중에 착공, 내년에 완공하고 부산영상센터를 내년 상반기에 착공하는 한편 제2 영화촬영 스튜디오와 영화체험박물관 등 영화.영상 인프라를 대폭 구축할 것"이라며 "높고 푸른 가을날 '영화의 바다' 부산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헤니 '대략 난감'에 영화사는 '더욱 난감'>

(연합뉴스) 다니엘 헤니가 난감한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연배우의 악재로 개봉을 코앞에 두고 있는 영화는 더욱 난감해졌다.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인 다니엘 헤니는 6일 개봉할 영화 '마이 파더'(감독 황동혁, 제작 시네라인㈜인네트)의 주인공 제임스 파커를 연기했다.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언론 시사회를 열었을 때만 해도 데뷔 이후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 전작 '미스터 로빈 꼬시기'와 확연히 달라진 헤니의 연기력이 시선을 끌었던 것. 어머니가 입양아 출신인 그의 이력과 다소 닮아 있는 입양아 연기를 해 자유롭지 못한 한국어 실력이 오히려 득이 될 정도로 그에게 딱 맞춘 듯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캐릭터뿐 아니라 연기력 자체도 부쩍 나아졌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런데 하루 뒤 급변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허위 학력을 인정했고, 소속사는 예의 보도자료를 내 "우리가 먼저 말한 적이 없다. 뭔가 오해가 있었고, 소속사가 통역 과정에서 잘못 전달했으며, 포털사이트의 잘못된 기록을 정정하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면서 헤니가 아닌, 포털사이트의 책임과 부지런하고 꼼꼼하지 못했던 소속사 측의 잘못을 먼저 실토했다. 주말 내내 다니엘 헤니의 허위 학력 파문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주연배우가 영화 홍보 활동을 위해 한 인터뷰에서 시기적으로 가장 민감한 내용을 말한 것을 영화사 측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터뷰 이후에야 헤니 측이 제작사에 통보했던 것. 영화사 관계자는 "난감하다. 사적인 문제여서 우리가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영화 개봉을 목전에 두고 이런 내용을 말하기 전에 대응할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여론의 동향에 주목했다. "여론이 하루라도 빨리 잠잠해지길 바란다"는 영화사 측의 기대와는 달리 2일 오후부터는 헤니가 말을 바꿔왔던 사실이 보도되면서 도덕성 논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헤니가 직접 일리노이주립대학교를 다녔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해명한 것과 달리 헤니 본인의 입으로 인터뷰 도중 일리노이 시카고 캠퍼스를 다녔다고 했던 과거(?)가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한 것. 계속 이어지는 가짜 학력 문제에 피로감을 느껴 학력을 조작한 행위 자체보다 해명의 타당성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여론도 이 같은 상황에 다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마이 파더'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 영화가 뚜껑을 열기 전 영화 속 김영철이 분한 사형수의 피해자 가족의 반발로 곤혹스러워했던 영화사로서는 잇단 악재에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현재 영화사 측이 적극적으로 피해자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사 관계자는 "영화 자체의 힘으로 이런저런 악재를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애를 태웠다.

<새영화> 살롱 뮤지컬 '입술은 안돼요'

(연합뉴스) 뮤지컬 영화도 프랑스에서 만들면 전혀 다른 빛깔이 난다. 프랑스 누벨바그 시대의 대표적 인물인 알랭 레네 감독이 연출한 '입술은 안돼요'는 살롱 뮤지컬 색채가 난다. 1925년 파리에서 롱런한 앙드레 바르드의 걸작 오페레타 '입술은 안돼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비록 중년의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지만 귀엽고 패셔너블하다. 사빈 아제마, 피에르 아르디티, 이자벨 낭티, 오드리 토투 등 쟁쟁한 프랑스 배우들이 펼치는 192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한 상류층의 사랑 이야기는 위트가 넘친다.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프랑스 영화의 개성이 이 영화에도 담겨 있다. 역으로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은 낯설겠지만 경계심을 풀고 지그시 지켜보는 맛을 느끼려는 약간의 노력이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1920년대 샤넬로 대표되는 패션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 영화 전편에 흐르는 20곡 이상의 뮤지컬 넘버와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무대 세트 역시 귀기울이고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인 에릭 톰슨과의 이혼 사실을 숨기고 돈 많은 조르주와 결혼한 질베르트는 남자들의 구애를 즐기고 사는 완숙한 여성. 그녀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여동생인 아를레트뿐이다. 그런데 조르주가 에릭과 사업으로 친분을 나누면서 평탄하던 질베르트의 삶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질베르트는 에릭과 이혼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애쓴다. 질베르트를 사모해온 청년 화가 샤를레는 그녀에게 구애하지만 그녀는 끄떡하지도 않고, 아를레트를 따르는 위게트가 샤를레를 좋아하면서 일은 더 꼬여만 간다. 질베르트는 아를레트와 함께 에릭을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조르주와 질베르트, 아를레트, 에릭, 위게트, 샤를레가 한 방에 모이게 된다. 이들 6명의 꼬이고 꼬인 관계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1997년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 이후 두 번째 만든 뮤지컬 영화를 통해 1990년대 들어 한층 밝고 경쾌해진 영화를 내놓는 알랭 레네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같은 느낌을 주며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쫓아가는 재미를 쏠쏠히 느낄 수 있다.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새영화> 어지러운 사회, 뜨거운 청춘 '여름궁전'

(연합뉴스) 중국 러우예(婁燁) 감독의 '여름궁전'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러운 사회에서 뜨거운 청춘들이 벌이는 방황과 사랑에 대한 보고서다.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에 사는 시골 소녀 유홍(레이하오)은 베이징(北京)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가족과 남자친구를 두고 상경한다. 유홍은 대학에서 자유분방한 여학생 리티(후링)와 남학생 루오구(장샨민), 잘생긴 남학생 저우웨이(궈샤오둥)를 만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유홍은 그 중에서도 자유롭고도 이기적인 저우웨이에게 푹 빠진다. 대학에는 일상생활에서나 성적으로나 충동적이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퍼져 있다. 사회 개혁에 대한 열망도 커지고 대학생들은 민주주의와 자유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한다. 그 속에 있는 유홍과 저우웨이의 사랑은 혼란스럽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이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다시 보듬어 주기를 반복한다. 유홍과 저우웨이의 관계가 순항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대학생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며 톈안먼(天安門) 광장으로 몰려간다. '여름궁전'은 표면적으로는 젊은 연인들의 강렬하고 처절한 러브 스토리지만 사회와 정치를 빼놓고 이들의 사랑과 방황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1980년대 말 중국에는 자유민주화와 사회 개혁의 바람이 불고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청춘들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흔들린다. 비틀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온몸을 던진다. 그러면서도 '더 사랑하게 될 것이 두려워'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주춤하는 사이 외부의 힘에 의해 바람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영화는 대학을 떠난 주인공들을 10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추적한다. 대학이란 청춘의 관문을 통과하고 격변기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이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마음은 과거를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서성이고 있다. 영화는 동시에 중국의 세계화 또는 서구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90년과 그 이후의 독일 베를린을 통해 동시대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완벽한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중반부에 배치됐고 주인공들이 학교를 떠난 이후를 묘사하는 에필로그가 1시간 가까이 진행된다. 러닝타임도 134분으로 길고 곳곳에서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톈안먼 사태는 기대만큼 직접적이지 않고 흐릿하게만 그려진다. 다만 미칠 듯이 불안하고 위태로운 청춘들의 심리를 따라가며 어지러운 시대 속에 사그라져 가는 젊음과 사랑에 대해 사색해 보는 데 의미가 있는 영화다. 중국 정부는 이 영화의 중국 상영을 금지한 데 이어 러우예 감독에게 5년간 제작 금지 명령을 내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러우예 감독이 정부에 제대로 필름을 보여주지 않고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했다는 것이지만 국제사회는 이 영화에 묘사된 텐안먼 사태와 노골적인 섹스 장면을 이유로 보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1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비, 베를린서 영화 촬영 마치고 귀국

(연합뉴스) 연기자 겸 가수 비(본명 정지훈ㆍ25)가 영화 촬영을 마치고 독일 베를린에서 귀국한다. 비 측은 31일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 촬영차 독일 베를린에 머물렀던 비가 2개월 보름 만인 오늘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27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비의 연기를 마음에 들어 한 감독들의 요구로 촬영 장면이 늘어나 귀국이 조금 늦춰졌다"고 덧붙였다. 비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효시로 인정받는 '마하 고고'를 원작으로 한 '스피드 레이서'에서 가문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동양인 신예 카레이서 태조 토고칸 역을 맡았다. 스피드 역의 에밀 허시와 레이서 엑스 역의 매튜 폭스와 함께 레이싱 장면을 연출하며 극의 흐름을 이끈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를 통해 최첨단 특수효과를 선보인 워쇼스키 형제의 신작으로, 깜짝 놀랄 컴퓨터그래픽으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은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다. 비는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밀린 광고 촬영에 돌입한다. 최근 세계적인 청바지 브랜드인 캘빈 클라인 진의 모델로도 발탁됐다. 비 측은 "캘빈 클라인 진의 마케팅팀에 따르면 론칭 때부터 브룩 실즈, 케이트 모스 등 당대 최고의 모델을 앞세운 만큼 비를 캐스팅한 데 대해 미국 본사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며 "9월 이뤄질 촬영에서 비는 타투와 긴 머리로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영화> 애덤 샌들러표 코미디 '척 앤 래리'

(연합뉴스) 호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사랑과 우정을 강조하는 코미디 영화로 이미지를 쌓아 온 할리우드 배우 애덤 샌들러가 이번엔 '척 앤 래리'로 돌아왔다. 그가 앞서 출연한 '빅 대디' '클릭' 등이 갑자기 나타난 어린 아들이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인생 개조용 리모컨을 사건의 발단으로 삼았다면 이번엔 코미디 소재로 다루기엔 좀 엉뚱한 동성애를 내세웠다. 뉴욕 브루클린 소방서의 명물 소방관인 척 레빈(애덤 샌들러)과 래리 밸런타인(케빈 제임스)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이들은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서로 목숨을 구해주며 우정을 다진다. 이들에게 차이점이 있다면 래리는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한채 혼자 아들과 딸을 키우느라 고생하는 홀아비인 반면 척은 예쁜 여자들과 데이트하는 것이 사는 낙인 바람둥이라는 점.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빠져 있던 래리는 뒤늦게 자신의 연금 수혜자를 아내에서 아이들로 바꾸러 시청에 가지만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나 새로 결혼하지 않는 한 수혜자를 바꿀 수 없다는 답변만 듣는다. 래리는 화재 현장에서 사고라도 당하면 세상에 믿을 사람은 척뿐이라는 생각에 척에게 게이 커플로 위장해 달라고 부탁한다. 척과 래리는 게이 커플로 시청에 등록하지만 시청에서는 이들이 연금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깐깐한 직원 클린트 피처(스티브 부셰미)를 파견해 조사를 시작한다. 이들은 여성 인권변호사인 알렉스(제시카 비엘)를 찾아 법률 상담을 받는데 척은 알렉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척 앤 래리'는 곳곳에서 관객을 웃기면서도 사건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기본을 갖춘 코미디 영화다. 샌들러는 친근한 코미디 연기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이란 점을 또 한 번 증명한다. 그간 샌들러 친구 역할을 한 많은 배우들이 조연에 그친 데 비해 케빈 제임스는 커다란 덩치에 가슴이 따뜻한 단짝 친구 역할을 잘 소화하면서 영화를 쌍끌이한다. 철 없는 이웃집 총각 같은 샌들러에게 늘 붙어다니는 아름답고도 반듯한 '샌들러 걸'로는 제시카 비엘이 등장했다. 비엘은 정장에서 속옷, '캣 우먼' 의상까지 다양한 옷을 갈아입으면서 섹시한 매력을 마음껏 뽐내 남성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척 앤 래리'는 그러나 동성애자의 인권 보호를 주제로 삼으면서도 그들을 웃음거리로 삼는 자가당착적 모순을 안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편견에 가득 찬 보수주의자들이 동성애자를 얼마나 부당하게 핍박하고 있는지 항변하면서도 뒤돌아서면 금세 동성애자 특유의 몸짓과 태도를 빗댄 질 낮은 농담을 툭툭 내뱉는다. 코미디 영화에서 '웃자고 하는 말'로 넘겨버리기 힘든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유머도 거슬린다. 데니스 듀건 감독이 '빅 대디'에 이어 다시 한 번 샌들러와 호흡을 맞췄으며 '사이드웨이'로 미국 평단의 호평을 받은 알렉산더 페인과 짐 테일러가 각본을 맡았다. 내달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상호 "전 꿈에 가까이 가는 사람이죠"

(연합뉴스) 40대 록밴드 재결성을 소재로 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즐거운 인생'(제작 영화사 아침)이 흥겨운 건 물론 록 선율 자체가 큰 몫을 한다. 거기에 이 배우가 이를 다 드러낼 만큼 활짝 웃으며 드럼을 신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더 흥겹다. 배우 김상호(37)다. 여느 조연들처럼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다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에서 사기꾼 멤버로 영화에 본격 진출한 이후 숱한 영화에서 관객의 시선을 끈 그가 마침내 '즐거운 인생'에서 중요한 한 자리를 꿰찼다. 아직 이름만 들어 가물가물한 관객이라도 '타짜'에서 고니(조승우)를 화투 도박의 세계로 이끄는 결정적 역할을 한 박무석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장진영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룸살롱 전무는 기억할 것. 김상호는 아내와 자식을 캐나다로 유학 보낸 후 홀로 남은 기러기 아빠 혁수 역을 맡았다. 아들이 뛰노는 동영상을 보며 외로움을 달래는 그는 어느 날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 불쌍한 처지가 된다. 그런 그에게 대학시절 만들었던 록밴드 활화산이 다시 모여 드럼 스틱을 잡게 된 건 괴로운 현실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최근 활화산 멤버들과 함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했습니다. 영화 속이 아닌, 활화산의 첫 무대였죠. '터질 거야' '한동안 뜸했었지'를 불렀는데 연극 무대에 많이 올라서인지 떨리지는 않고 무척 재미있었어요. 방청객도 우리가 프로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인지 약간의 실수도 잘 봐주시더군요." 이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등 배우들이 두 달간 하루 8시간 이상씩 연습한 것은 꽤 알려져 있다. "어찌 보면 저희들에게 악기는 이성이고, 연기는 감성이죠. 시나리오 보고 극복하고 싶었던 건 기술적인 기교가 내 마음을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했던 겁니다. 연주하느라 신경 써 웃지도 못하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걸 가장 경계했습니다." 영화를 찍는 내내 신났다. "형님들이랑 연습하면서 믿음이 생겼어요. 연극과 달리 영화는 사실 배우가 함께 촬영하는 신이 없으면 잘 만나지도 못하는데 연습을 매일 같이 하면서 연극 준비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죠. 진영 형은 큰형님 같고, 윤석 형은 둘째형 같고, 근석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막내처럼 잘 따라다녔어요." 삶에 지친, 그래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살아가는 40대에게 성찰의 기회를 주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김상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어렸을 때 그저 집을 떠나고 싶었던 그는 느닷없이 (자신은 숫자 개념에 약해 몇 년도에 무엇을 했는지 정확지 않다고 말한다) 연극배우가 됐다. 현재 연극계에서 손꼽히는 연출가로 꼽히는 김광보 씨가 만든 극단 청우에서 공연했던 그는 생계가 어려워지자 1998년 연극을 그만뒀다. 처가가 있는 강원도 원주에서 라면장사 하다 원가 계산 등을 잘하지 못해 '말아먹고', 낮에는 '노가다' 뛰고, 새벽에는 신문을 돌렸다. "어느 날 내 자식한테 창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식을 떳떳하게 꾸중할 수 있는 아버지가 돼야 할 텐데, 만약 자식이 꿈을 향해 가다 포기할 때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내에게 이야기했죠. 일주일 동안 생각할 시간을 달라더군요. 공사판에서 번 돈 500만 원을 들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연기라는 꿈을 다시 찾아온 그는 달라져 있었다. "그 전까지 김상호는 '대학로에서 가장 포스터 잘 붙이는 놈'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올라와서 '인류 최초의 키스'라는 공전의 히트작 무대에 섰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이 '어? 김상호?'라고 봐주더군요. 어디 갔다오더니 애가 달라졌네, 하면서." 일명 '떼신'에 출연해 영화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흑수선'을 하면서 뭔가 맞지 않는 옷 같아 영화 출연을 꺼렸다. 그 이후 '범죄의 재구성'에서 영화의 맛을 보기 시작했고 이후 끊이지 않고 조연급으로 출연해왔다. 그는 꿈을 이룬 건가. "꿈에 가까이 가고 있는 거죠. 꿈이란 게 꿈일 뿐 아닐까요. 잡으려 하면 쏙쏙 빠져버리는. 하지만 '좋은 배우가 될 거야'라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다보면 그래도 지금보다 더 나은 배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과 가치관이 닮아 있는 그. 현실이 팍팍한 것도 닮아 있다. 배우라는 직업이 결코 화려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그는 인터뷰 다음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꿈을 향해 가는 그의 발목을 절대 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