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 최연소로 베니스영화제 공로상 받아

(연합뉴스) 팀 버튼 감독이 5일 제6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올해 49살로, 영화제 사상 최연소 공로상 수상자가 됐다. 공로상을 받은 뒤 팀 버튼 감독은 "이건 나에게 가장 놀라운 경험"이라며 "베니스 영화제는 항상 내 마음 속의 특별한 장소였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최연소 수상자가 된 데 대해 그는 "생긴 것보다 훨씬 나이가 들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팀 버튼 감독은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찰리와 초콜릿 공장' '혹성탈출' '화성침공' '유령신부' '배트맨' 시리즈 등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통해 영화적 실험과 독특한 시각을 표현해왔다. 시상식 후 1993년작인 3D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상영됐으며 이 자리에는 그의 페르소나로 여겨지는 배우 조니 뎁도 참석했다. 조니 뎁은 시상식장에서 "팀 버튼은 내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소개하며 "그는 현대 영화계에서 아주 보기 드문 존재이고, 진정한 창작가이자 아티스트"라고 평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함께 팀 버튼 감독의 차기작인 뮤지컬영화 '스위니 토드(Sweeney Todd)'가 7분 가량 소개됐다. 1979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스위니 토드'는 2004년 영국에서 공연됐으며 15일부터는 LG아트센터에서 박해미 등이 주인공으로 나서 한국에도 소개된다. 이 작품에도 조니 뎁이 헬레나 본햄 카터와 함께 출연한다

다니엘 헤니 "완전히 제임스 파커가 됐어요"

(연합뉴스) 6일 개봉한 '마이 파더'(감독 황동혁ㆍ제작 시네라인㈜인네트)는 친부모를 찾으러 한국에 온 입양아 출신 주한미군 애런 베이츠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스크린 속의 주인공 제임스 파커는 자라온 환경과 전혀 다른 뿌리와 핏줄을 찾아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힘들게 찾아낸 친아버지가 사형수란 사실을 알게 된다. 파커는 그를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감옥을 찾아 갓 배운 한국어로 떠듬떠듬 대화한다. 이 역할에 한국 입양아 출신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다니엘 헤니가 아닌 적격자를 떠올리기 어렵다. 게다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다정다감한 의사 역할로 스타덤에 올랐고 '미스터 로빈 꼬시기'에서 엄정화의 멋진 상사로 스크린에 데뷔한 헤니에게도 연기 영역을 넓힐 좋은 기회였다.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입양아 문제뿐 아니라 부자지간의 사랑과 시간에 대한 메시지도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지금 현재가 바로 최고의 순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겠죠." 헤니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여러 차례 표시한 바 있다. 그의 어머니는 2005년 입양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자신이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거쳐간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영화를 찍기 전 미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마이 파더' 대본을 함께 읽었는데 엄마가 '이 부분에서 입양아라면 이런 기분을 느꼈을 것'이라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전에는 한번도 듣지 못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예고편을 보고 많이 우셨다고 해요. 몇 주 뒤에 한국을 방문하실 예정인데 영화를 보여드려야죠." 영화를 보다 보면 "저게 '내 이름은 김삼순'의 그 헤니가 맞아?" 싶을 정도로 눈을 비비고 볼 만한 장면이 여러 곳에 있다. 특히 헤니는 극중에서 찬찬히 쌓아 온 감정들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장면에서 특히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대사가 아름답고 의미가 있어서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더 수월했습니다. 감정이 폭발하는 그 장면은 감옥에서 아버지와 함께 찍는 촬영을 마친 뒤 찍었기 때문에 감정의 흐름을 잘 알고 찍을 수 있었어요. 그 순간에는 정말로 내가 다니엘 헤니가 아니라 제임스 파커라고 느꼈습니다." 영화 속 제임스 파커는 사형수인 친아버지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관객이 의아할 정도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그런 역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는지 묻자 헤니는 "그렇다"고 답하면서 그 이유로 아주 한국적이게도 '혈연'을 꼽았다. "혈연이란 어떤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평생을 같이 지내지 않더라도 핏줄이란 게 작용을 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또 실제로 애런 베이츠란 실존 인물이 그랬기 때문에 역할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애런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의 이야기를 다룬 'KBS 일요스페셜'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듯이 10~15번 정도 봤습니다. '이 사람이 내 아버지'라고 이미 결심을 했으니 의심할 여지 없이 사랑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존인물을 스크린에 옮길 경우 빠지기 쉬운 함정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다 애런처럼 표현하지는 않았어요. '마이 파더'는 애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우리 식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이야기 전체가 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면 부담이 됐겠지만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건 애런 베이츠가 아니라 제임스 파커라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6월 미국 신문 LA타임스에서는 서울발 기사로 '헤니 열풍'을 기사화하고 그가 한국의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매력에 대해 '문화적 하이브리드 역할로 틈새를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보도 이후 할리우드에서 들어오는 제의가 많아졌고 현지 관계자들과 미팅도 했지만 헤니는 아직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다고 했다. 할리우드에서 주로 보여 온 아시아인의 이미지를 재탕하는 역할은 맡지 않겠다는 결심에서다. "할리우드에서는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무술하는 동양인'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는 역할은 맡고 싶지 않습니다. '클로저'나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처럼 일상적이고 리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어요. 할리우드든 일본이든 모두 하나의 마켓일 뿐이죠. 나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이 있는 곳에서 연기를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제 집이니 할리우드에서 연기를 한다고 해도 한국에서의 연기생활은 꾸준히 할 겁니다."

<새영화> 진보된 스케일과 액션 '본 얼티메이텀'

(연합뉴스) 2002년의 '본 아이덴티티', 2004년의 '본 슈프리머시'에 이은 '본 시리즈'의 완결판 '본 얼티메이텀'은 전편의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도 한층 강화된 스케일과 액션을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본 아이덴티티'의 제작비가 6천만 달러, '본 슈프리머시'가 7천500만 달러였던 데 비해 '본 얼티메이텀'에는 1억1천만 달러(한화 약 1천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토리노, 스페인 마드리드, 모로코 탕헤르, 미국 뉴욕 등 세계 각지를 오가며 벌이는 장쾌한 액션과 숨막히는 추격전은 한눈에 봐도 이 영화가 돈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은 블록버스터급 액션물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돈이 많이 들어갔으니 때깔이 좋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편의 흥행에 고무된 유니버설 영화사가 '본 얼티메이텀'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 슈프리머시'를 연출했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본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맷 데이먼이 전편에 이어 제이슨 본 역을 맡았다. '본 얼티메이텀'의 스토리는 전편에서 이어진다. 전편에서 자신을 암살자로 훈련시켰던 CIA 비밀조직 트레드스톤의 실체에 접근한 제이슨 본은 아직까지 기억상실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뿌리까지 파헤치기로 결심한 본은 자신의 이야기를 탐문 취재해온 영국 가디언지의 기자 사이먼 로스(패디 콘시딘)와 접촉한다. 본과 관련한 기사를 싣기도 했던 로스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이슨 본과 그가 속했던 비밀조직 트레드스톤에 대한 기밀정보를 전달받고 이와 관련한 탐문 취재에 몰두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본이 로스와 접촉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CIA 고위 간부 노아 보슨(데이비드 스트레이던)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이들을 살해하려 한다. 트레드스톤의 뒤를 잇는 새로운 비밀 암살조직 블랙브라이어를 이끌고 있는 보슨은 본이 로스와 접촉할 경우 조직의 치부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며 본과 로스가 만나기로 한 장소로 암살자를 급파한다. 로스를 보호하기 위한 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스는 저격수의 총에 살해당하고 로스의 취재메모에서 제보자의 신원을 알아낸 본은 제보자를 만나기 위해 마드리드로 향한다. 조직과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본을 제거하려는 보슨과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이들에 맞서 싸우며 비밀의 심장부에 한발한발 접근하는 본의 숨막히는 추격전은 런던에서 토리노로, 마드리드로, 탕헤르로, 뉴욕으로 숨쉴 틈 없이 이어진다. 유럽과 아프리카, 미주의 7개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본과 그를 제거하려는 조직 간의 긴박한 추격전과 생사를 건 액션신은 이 영화의 백미(白眉)다. 심장 박동소리를 연상케 하는 긴장감 넘치는 주제음악과 핸드헬드 카메라, 크레인, 달리 트랙 등을 이용해 촬영한 입체적인 추격신은 단연 '본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만하다. 특히 암살자와 본이 탕헤르의 빽빽한 주택가를 오가며 벌이는 추격전과 액션신은 워낙 카메라 워킹이 현란해 어지러울 정도다. '본 시리즈'의 열혈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시청각적 성취를 '본 얼티메이텀'은 달성하고 있으나 또 어찌 보면 전편인 '본 슈프리머시'와 거의 흡사한 플롯 전개 방식은 시리즈물이 가질 수밖에 없는 식상함과 한계를 어쩔 수 없이 노정(露呈)하는 부분이기도 한다. '본 얼티메이텀'이 전편을 능가하는 돈을 벌어들일 경우 고개를 들 것이 자명한 또다른 속편 제작 움직임이 우려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