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하는 사람도 없는데 자기에게 얘기를 한다고 믿는 망상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세인 환청과는 달리, 이명증은 실제 귀에서 뇌로 소리가 전달되는 경로 중 어느 부분, 특히 달팽이관의 청신경 세포나 청신경에 이상이 생겨 실제 환자 자신에게만 매미 우는 소리, 파도 소리, 기계 소리, 사이렌 소리 등의 특정한 소리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외견상으로 이명은 타인이 눈치챌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증상이다. 오로지 홀로 고민하고 괴로워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무게는 더욱 크게 느껴지곤 한다. 심지어 이명이 심해져 머리가 울리는 두명증이 발생하거나 귀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자다가 일어나는 수면장애도 발생하게 된다. 이명의 발병률은 비교적 높아서 성인의 약 15~20%가 다양한 이명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중 8%가 중등도 이상의 이명으로 수면에 장애를 받고, 1% 정도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이명에 괴로워한다. 발병률은 연령층이 높을수록 증가하고 그 중 70~80%의 발병률이 4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발생한다. 나이가 적을수록 여성에게,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에게 비교적 높게 나타나며, 직업적으로는 노무직이나 자영업 종사자보다는 주부나 사무원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명과 함께 청력이 저하되어 난청이 동시에 올 수 있고, 이명, 난청, 현훈, 오심, 구역감이 함께 나타나는 메니에르병 같은 경우도 있다. 또한 심하게 되면 불면증, 신경쇠약 등의 상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환자들을 진찰할 때 두통이나 뒷목 뻣뻣한 항강증, 요통과 소변장애 및 성기능의 저하, 또는 위장장애나 만성피로 등을 같이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은 귀지, 종양, 메니에르씨 질병, 청신경세포 손상 등의 귓속 질환 뿐만 아니라 혈관이나 근골격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와 외상, 소음 환경 등의 이유로도 일어날 수 있으며 한의학적으로는 몸의 기능 이상에 그 초점을 맞추어 보고 있다. 이명의 종류는 크게 기능이 항진되어 나타나는 것과 기능이 저하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대별되는데, 몸의 기능이 항진된 경우 이명이 갑자기 발생하며 주위의 소음에 의해 악화되고, 스트레스나 과다한 영양섭취 등이 그 원인이다. 기능이 저하된 경우는 중병을 앓고 난 이후나, 성생활 과다, 소화기 허약, 빈혈, 만성피로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때때로 이명이 나타남과 사라짐을 반복하며 피로하면 더욱 악화되는 특징을 가진다. 한의학에서는 이명을 증상과 체질에 따라 치료하며, 겉으로 드러난 기관인 눈·코·귀 등은 인체 깊은 곳에 있어 직접적으로 알기 힘든 오장육부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표지로 보고 오장육부의 불균형 상태를 다스리면서 증상 호전을 도모한다. 머릿속의 압력을 낮춰주고 기혈순환을 도와주는 침법과 체질과 증상에 따른 한의학적 약물요법을 사용하며, 근골격계의 이상으로 발생한 이명의 경우 바로 잡아주는 추나요법을 통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약물치료와 이명차단법을 중심으로 리도카인 주사요법, 성상신경절 차단방법, 산소흡입요법, 바이오피드백 등의 심리요법, 레이저광선 투사요법 등이 시도되고 있다. 이명의 예방을 위해서는 강한 소리와의 접촉을 피해야 하는데 사격이나 스포츠, 작업장에서 나는 소음을 부득이 들어야 할 경우라면 반드시 소음차단을 위한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명환자는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콜라, 홍차 등의 음료와 혈관을 수축시키는 담배를 삼가는 것이 좋다. 음식알레르기가 있다면 그 음식을 피하고 인스탄트 식품이나 인공첨가물이 함유된 음료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볼륨을 높여 음악 감상하는 것도 피하도록 하고 공부를 위해 헤드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것도 삼가야한다. 그밖에 이명 예방에 도움을 주는 한방차로는 국화차, 상엽차, 복분자차, 산수유차, 음양곽차 등이 있다. /안대종 안양 중화한방병원장·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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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