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著 '도돌이의 낮은 음 자리'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지만 아무나 작가가 될 순 없다. 뜨거운 감동이든 짜릿한 지식이든 읽는 이의 마음과 머리를 자극하는 힘이 있어야만 비로소 글이 되고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도돌이의 낮은 음 자리(중앙아트텍 刊)를 펴낸 송경호 안양문화예술재단 홍보미디어실장은 이같은 글의 성립 조건과 가치를 제대로 아는 작가이지 싶다. 높고 큰 목소리가 어지럽게 춤추는 시대다보니 낮은 목소리가 그리웠다. 비록 낮아도 멀리 가는 목소리가 간절하기에 그 소망을 담아 문패를 걸었다. 블로그와 책 제목인 도돌이의 낮은 음 자리는 만나는 순간 본디 자리로 돌아갈 것을 지시하는 악보의 기호 도돌이표와 악보 기호로 낮은음이 머무는 자리이거나 그런 자리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고른 낮은음자리표의 합성어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저자의 다짐이 읽힌다. 집필 과정 역시 초심을 되새기는 작업이었다. 책은 저자가 지역신문 편집국장이었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자신이 운영한 동명 블로그에 매일 아침 한 꼭지씩 올린 글을 담았다. 언론인으로서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기 위한 수양의 결과물인 셈이다. 2년 여간 탄생한 500여 꼭지의 글은 블로그를 통해 수많은 독자와 깊고 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2010년 창작ㆍ에세이 부문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것이 방증한다. 하지만 인기있는 블로거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유는 이 글들을 엮은 책이 저자의 표현을 빌려 굳이 분류하자면 주관적인 잡문집이기 때문이다. 책에 담긴 글의 주제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서 신변잡기까지 전방위적이다. 장르도 컬럼과 에세이, 소설, 규탄문 등 그야말로 짬뽕이다. 하지만 이 잡문집의 수록된 글에 공통분모가 있다. 감동과 지식을 전하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 있는 글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언론인 출신답게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마저 날카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명쾌한 논리로 주장하고 선동한다. 때론 적나라한 자기 고백과 성찰의 글로 마음을 적신다. 출판을 망설였으나 이 같은 저자의 글에 매료된 독자들의 응원에 힘을 냈다. 단 한 꼭지의 글이라도 누군가에게 즐거움이나 유익하다면 명분은 그걸로 충분하다. 송 작가의 말처럼 인터넷 세상을 떠나 아날로그로 변환돼 찾아온 그의 수많은 짧은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이 되길 기대해본다. 한편 이 책은 이메일(dodorisong@gmail.com)을 통해 주문하면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값 1만5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비폭력 대화법’ 배우는 연애소설 ‘헤밍웨이식 사랑법’

아내의 질투심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바람을 피웠다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는 정부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아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고통의 세기를 사랑의 정도로 측정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출간된 소설 헤밍웨이식 사랑법(열림원 刊)은 질투=사랑 등식을 논할 듯 하지만, 아니다. 평택 출신의 작가 한지수(45ㆍ여)는 자신의 첫 장편소설에서 사랑법으로 비폭력 대화법을 소개한다. 여주인공 서인주는 비폭력대화법을 가르치는 강사다. 독특한 그녀를 사랑했던 남편 부영은 자신의 뜻을 아내에게 강요하고, 급기야 결혼 6개월차에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혼 결심을 전한 후, 해외 강의 차 출장을 떠난다. 그곳에서 동시통역사인 선재를 만나고 서로 사랑하게 된다. 사랑이란 얼마나 까다로운 음식인가. 조리가 끝나고 최상의 맛을 내는 시점부터 서서히 식어가는 일이 남았으니. 그러니 식기 전에 최대한 맛있게 먹을 일이다. 그 달콤함에 물리고 싫증이 날 때까지.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그 달콤함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작품 속 인주의 독백이다. 붙잡고 싶지만 그만큼 위험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작가의 신선한 정의다. 저자는 이 사랑을 유지할 방법으로 비폭력 대화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는 주인공의 직업을 설명하는 소재에서 나아가 세 사람의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정표다. 부영이 인주를 무시하며 던진 말은 깊은 상처를 남겼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폭력은 가정을 파괴시켰다. 반면 선재와 인주 사이의 말은 다리가 됐다. 선재와 인주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사랑의 대화, 즉 비폭력 대화법을 통해 사랑을 확인한다. 이처럼 작가는 세 남녀의 그럴듯한 연애담에 저자가 직접 배운 비폭력 대화법을 소개, 적극적으로 권한다. 한편 작가는 한신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에 중편 천사와 미모사로 등단했다. 값 1만3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이번주 신간도서]기이한 책장수 조신선 外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정창권 著, 김도연 畵/사계절 刊) 저자 정창권이 조선 후기의 문필가 조수삼이 쓴 육서 조생전에 기록된 조생의 이야기에 조선 시대의 역사를 바탕으로 좀 더 살을 붙여 쓴 어린이 책. 조생을 비롯해 기록에 남아 있는 실제 책장수들이 등장하며, 1771년 조선 최대의 책장수 탄압을 불러온 명기집략 사건도 등장한다. 책이라는 소중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했지만, 정작 사회적으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던 책장수들. 그들을 통해 조선 후기의 책과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값 1만1천원 ■미추홀 연가(정경해 著/문학의전당 刊) 인천 시인 정경해가 바라본 인천 사람들의 삶과 꿈을 시집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미추홀에서 제물포로 이름이 변하는 기간 동안 고대왕권에서 봉건전제군주국가로 변하는 길고긴 역사가 이뤄졌다. 개항 이후 인천항은 미곡 반출의 기지로서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인천 사람들은 병인양요, 강화도조약, 인천상륙작전, 인천국제공항 건설, 연평도 포격사건, 녹색기후기금(GCF) 유치에 이르는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의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경해는 많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 인천을 시로 전한다. 값 8천원 ■푸성귀 발전소(박정구 著/문학의전당 刊) (사)고양예총 회장으로 활동 중인 박정구가 도시 농부로 새로운 삶을 살며 주말농장을 가꿔 온 시간들을 기록한 산문집. 씨를 뿌린 자리마다 푸른 눈들이 고개를 내민 상추, 쑥갓, 치커리 등 수많은 쌈채들이 소재가 된다. 여기에 들깨, 감자, 고구마 등 다양한 푸성귀들을 심고 가꾸면서 매일 아침마다 쓴 주말농장에서 띄우는 편지가 오롯이 산문집에 담겨있다. 자신의 글이 쭉정이뿐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 삶의 활력이 되길 기원하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값 1만2천원 <이번주 베스트셀러> 교보문고 제공 25일 오전 11시 기준 1.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스님/쌤앤파커스 2. 습관의 힘/찰스 두히그/갤리온 3. 언니의 독설(흔들리는 30대를 위한)/김미경/21세기북스 4. 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엘도라도 5.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김난도/오우아 6. 7년 후/기욤 뮈소/밝은세상 7. 트렌드 코리아 2013/김난도/미래의창 8. 빅 픽처/더글라스 케네디/밝은세상 9. 신의. 1/송지나/비채 10. 사랑외전/이외수/해냄출판사

50여 년 '시작 인생' 보여주는 임병호 시선집 ‘가을빛 안개’

詩가 쉽게 써지는 날은 세상 보기가 미안하다./그래도 詩가 안 써지는 날은 인생이 허무하다. 임병호(65) 시인의 작품 虛無祭(허무제)의 일부다. 늘 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시인의 하루하루를 보여준다. 그의 시작(詩作) 인생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선집(詩選集)이 나왔다. 최근 임병호 시선집 간행위원회는 임병호 시인의 작품 108편을 神의 거주지와 봄비는 내리고ㆍ잃어버린 노래 등 총 6부로 나눠 담은 가을빛 안개(에이제이 刊)를 출간했다. 수원에서 태어난 시인은 1975년 첫 시집 幻生(환생)부터 2010년 겨울강가에서 봄을 만나다까지 총 14권의 시집을 내놓았다. 한국문인상과 한국예술문화상, 올해의 경기문학인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이자 (사)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 겸 수원시인협회장, 경기일보 시사편찬실장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간의 작품을 골라 엮은 이번 시선집은 1965년 시향과 화홍시단 동인으로 문단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지역 문단의 중심에서 50여 년간 활동해 온 시인의 문학적 무게와 깊이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시가 갈 길을 일러 주었다는 그의 작품에서는 순수한 감성의 시인의 모습부터 풍파를 극복해나가는 한 평범한 사람의 깊어가는 시각을 읽을 수 있다. 표제작 가을빛 안개를 비롯해 어머니를 그리는 절절한 심정을 표현한 분꽃, 열정과 희망이 있는 삶의 자세를 예찬하는 어느 행복주의자의 명상록 등이 그러하다. 소박하거나 직설적인, 때론 감미롭거나 애달픈 각각의 시어들이 가족애처럼 보편적이어서 진부할 수 있는 소재마저 진한 감동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또 하나의 소재는 술이다. 시인은 작품을 통해 영혼이 목마른 탓에 술을 찾는다고 토로한다. 수원 화홍문 언덕과 청계리 농촌주택 현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며 함께 한 이들의 애잔한 삶을 시로 어루만진다. 참 좋은 술친구다. 수원에 중심을 둔 문인 활동을 확인시켜주듯이 시대적 변화와 지역성을 드러낸 기록성 짙은 작품도 그의 시작 인생의 특징이다. 30여 년 전,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역사적 의미를 서사적으로 풀어낸 아, 수원華城이 그 예다. 김대규 문학평론가는 이 같은 임 시인과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시와 삶과 사람이 삼위일체로 어우러진 시인의 이상형이라며 시와 인생의 본질을 감지한 시인의 영혼의 노래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 임병호 시인은 평소 시선집은 시인 사후에 발간돼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었지만 문우들의 권유를 따르게 됐다며 시의 이론보다는 무엇을 쓸 것인가를 염두에 뒀던 나의 문학관을 간행위원이 잘 헤아려 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값 1만5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화장실독서가협회 著 '화장실에서 읽는 골프 책'

골프에 얽힌 소문 중 남자만 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명칭 해석에 따른 것이다. 골프는 남성만 허용, 여성은 금지(Genrlemen Only, Ladies Forbidden)의 머리글자를 딴 약자라는 설명이다. 물론 어이없는 소문일 뿐이다. 언어학자들은 골프가 막대기나 타구봉을 뜻하는 네덜란드어 콜프(kolf)나, 치다를 뜻하는 스코틀랜드어 고프(gowf)에서 왔으리라고 본다. 특히 골프는 비록 전통적으로 남성이 지배했던 경기였지만, 여자들도 골프를 친 지 수백 년도 더 되었다. 화장실독서가협회가 내놓은 화장실에서 읽는 골프 책(보누스 刊)은 골프와 관련된 다양한 상식과 이야기를 담았다. 표제처럼 화장실에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짧지만 아는 척 하기는 딱 좋은 그런 수다꺼리다. 골프 용어 설명과 레슨은 기본으로, 재미있는 일화와 정보, 상식, 기록, 역사 등 골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20세기 골프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간략한 일대기와 기록도 있다. 최경주, 미셸 위, 양용은, 타이거 우즈 등 동시대 영웅도 당연히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골프 명소의 코스 소개도 있다. 나아가 악어가 살고 있는 골프장이나 분화구에 자리 잡은 골프장, 몽골 전체를 코스로 삼은 골프장 등 독특한 곳도 나열한다. 값 1만3천800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전방하의 냠냠독서]어떤 상황이든 책을 가까이 하라

얼마전 수원 서문 쪽을 지나는데 거리에 공공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짚으로 공원 바닥을 덮는 모습이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렇게 하면 벌레들이 옴딱옴딱 따뜻한 곳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일제히 태우는 일을 정월 대보름 달집에 불을 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들판에 쥐불을 놓으며 논밭에 잡초와 잔디를 태워 해충의 피해를 줄이고자 했던 조상의 슬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독서도 이와 같다. 가끔은 따끔하게 혹은 혹독하게 책과 씨름할 필요가 있다. 그 예가 시험기간이다. 실제 8과목에서 12과목에 달하는 많은 과목을 다양한 시점으로 질문과 답변을 함으로 자신이 배운바 기량을 검토하는 작업이 시험이다. 청소년기에 시험이 없기를 바란 것은 모두의 희망이었지만 또한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성적을 인격의 잣대로까지 가져갈 때는 문제가 된다. 사람은 저 마다 잘 하는 것이 있고 그것의 소질을 찾아 주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배우고 있는 과정을 공부하고 시험에 응하는 것은 기본적인 교과서라는 이름의 책과 한 학기 혹은 1년간을 지내는 것에 대한 예의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참에 살짝 귀에 대고 알려 주자. 사실 너보다 나은 모든 사람은 네가 공부하는 것을 원치 않는 다는 것을. 인구의 대부분인 흑인이나 갈색인은 절대로 책을 이용할 수 없었다. 남아프리카 연방인은 틀림없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현지인이 그의 식사를 만들고, 그의 어린이를 돌보고, 그의 집을 정리하고, 그를 자기 식으로 섬기고, 그가 읽을 도서관의 책을 빌려오고 반납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사용인에게 이들 책을 펴서 읽는 것을 허락한다면 이제 그의 통치는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S.R.랑가나탄, 도서관학5법칙, 한국도서관협회 / 159쪽) 이 내용을 처음 보았을 때 소름이 끼치도록 전율이 몸을 파고 들었다. 누가 당신이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당신이 즐거움에 빠져 있는 동안 무지한 당신의 지갑에서는 소비만을 일삼아 대대로 가난만이 당신과 당신의 자녀를 반긴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책을 펴라. 짚 속으로 파고든 해충들처럼 독서를 멀리하는 마음을 떨쳐내야 한다. 겨울방학은 바로 그때다. 문의(031)257-5067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전방하의 냠냠독서]부모여, 쇠사슬을 끊을 용기가 잇는가

아래 그림은 15, 16세기의 도서관 모습이다. 그냥 볼 때는 앉아 볼 수 있는 의자가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쇠사슬에 책이 묶여 있음을 알 수 있다.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서 도서의 보존방법을 보자. 그 당시에는 책을 쇠사슬로 서가에 묶어 두는 것은 보기 드문일이 아니었다. 책에는 놋쇠틀롸 고리를 달아 쇠사슬을 끼우고 쇠사슬 한 쪽 끝을 서가에 단단하게 붙들어 매었다. 이 쇠사슬에 묶인 책은 쇠사슬의 길이 이상 서가에서 이동할 수가 없었다. 책의 자유는 쇠사슬로 정한 범위내로 제한되어 있었다. 사실, 당시의 도서관은 도서관의 이용을 촉진하는 시설로서가 아니라 도서를 보존하기 위한 시설로 생각하고 있었다.(-S.R 랑카나탄 도서관학 5법칙, 한국도서관협회/28쪽) 책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늘 말로만 입으로만 읽는 것이 아닌가 반성해 보자. 아이가 원하는 미래를 찾기 위해 우리는 공부를 한다. 엄밀히 말한다면 교과서도 독서이고 반복된 독서의 결과를 시험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명한 현실 속에서 아이를 왜 영상매체 속으로 빠져 들게하고 사색으로부터 쫓아내는가. 지금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아이들은 점점 책과 멀어질 것이다. 인기리에 종영된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에서 세종대왕은 글자를 만들었지만 그 반포를 알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그들이 기꺼이 아무런 이름없이 희생을 선택한 것은 그것이 꼭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고, 그것을 막았던 세력은 백성이 감히 나와 같이 되는 것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자소학은 서당에서 천자문을 배우기 위한 전단계로 가장 쉬운 한자공부의 첫걸음이다. 그 내용에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포식난의飽食煖衣 일거무교逸居無敎 즉근금수卽近禽獸 성인우지聖人憂之.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으며, 편히 살면서 가르치지 않으면, 곧 금수에 가까워질 것이니, 성인은 그것을 근심하느니라 라는 뜻이다. 이제 진지잡수셨습니까? 했던 자고나면 굶어 죽던 시절의 인사는 끝났다. 오늘 하루 독서를 하셨습니까? 쇠사슬을 끊고 매일 밥을 먹듯 당신의 자녀와 함께 책을 펴십시오. 문의(031)257-5067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이번주 신간도서]'잊고 싶은 기억과의 동행' 外

■잊고 싶은 기억과의 동행(이학준著/사람과 책刊) 용인지역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열일곱 살 작가가 어른에게 권하는 청소년 소설. 주인공 이준석은 고등학교 시절에 왕따를 당했던 29살 성인. 졸업 후 10년 만에 동창이라는 최정태에게 연락이 온다. 고교 시절 준석을 괴롭힌 인물이다. 준석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정태의 소름끼치는 말투를 듣고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친다. 그동안 애써 억눌러 왔던 악몽 같은 과거를 떠올린다. 값 1만2천원 ■나의 사촌 세라(김민령著, 홍기한畵/창비刊) 동화작가이자 아동문학평론가인 김민령의 첫 동화집. 아이들이 고민과 갈등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과 현실을 파악하고 성장하는 순간이 생생하게 포착돼있다. 혼자 남겨질 것에 대한 불안, 나보다도 잘난 친구에 대한 부러움,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초조함 등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돼있다. 나아가 어려움 속에서도 바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일깨우면서 스스로 찾아나가도록 이끄는 희망을 전한다. 값 9천원 ■너무나 깊은 골목(김영숙著/문학의전당刊) 안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영숙 시인은 현대를 사는 한 사람의 현대적인 여성이다. 그녀의 깊은 의식 속에는 한 여성으로서 숙명적으로 만나야 하고, 또 살아가야 하는 나름의 고뇌가 자리하고 있다. 견지하고 견디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삶의 변화를 내심 희구하게 된다. 시의 화자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욕구를 스스로 실행하지 못하고 외부적인 힘에 의해 이뤄지기를 표현한다. 값 8천원. 이번주 베스트셀러 *18일 오전 9시 기준 교보문고 제공 1. 습관의 힘/찰스 두히그/갤리온 2.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스님/쌤앤파커스 3. 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엘도라도 4. 언니의 독설/김미경/21세기북스 5.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김난도/오우아 6. 신의. 1/송지나/비채 7. 7년 후/기욤 뮈소/밝은세상 8. 트렌드 코리아 2013/김난도/미래의창 9.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존 맥스웰/비즈니스북스 10. 빅 픽처/더글라스 케네디/밝은세상

제6회 소천아동문학상 수상작 ‘차이나 책상귀신’

단일민족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우리나라도 이제 다인종의 다문화시대를 맞았다. 전국적으로 다문화가정의 아이만 해도 5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내 아이가 언제라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초등학생은 생김새가 다르고 우리말이 서툰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해 집단 따돌림과 폭력을 서슴없이 행하는 경우도 많다. 2012년 문화관광체육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차이나 책상귀신(교학사 刊)은 이같은 사회 문제를 어린이 스스로 인식하고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은 다문화 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동 삼총사 치웅, 강수, 한토가 중국에서 건너온 귀신 붙은 책상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담고 있다. 삼총사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어린이 독자에게 무심코 던진 장난이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작품으로 제6회 소천아동문학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저자 권타오는 아이들에게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러게 알려준다. 권 동화작가는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삼성 한국일보 WISH 공모전 장편동화 당선, 한국안데르센상 문학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와 관련 평단은 책상 귀신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다문화와 왕따 문제를 솜씨 있게 그려 낸 작품이라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열린 마음으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소통할 것을 효과적으로 알려 준다고 호평했다. 값 9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중국 소설, ‘장마딩의 여덟째 날’

19세기 말 의화단운동이 일어나던 중국. 이탈리아 출신의 지오반니 바랄로는 먼 나라 중국에서 중국이름 장마딩으로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하늘어미 여와라는 삼신할미를 신봉하는 작은 마을이다. 주민은 가뭄이 들자 전통 방식으로 해결하려하고, 천주교 성당과 충돌한다. 이 와중에 장마딩은 치명적인 중상을 입고, 주교는 그가 죽은 것처럼 마을 주민을 속여 그 댓가로 마을 의화단 우두머리인 장텐츠가 죽게 된다. 하지만 기적처럼 살아난 장마딩. 그는 자책감을 느끼며 억울하게 참수당한 장텐츠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로 한다. 결국 주교의 성당에서 쫓겨난 장마딩은 분노한 민중 앞에 서게 된다. 서구 열강의 위협 아래 봉건 체제가 몰락하던 중국사회의 격동을 그린 장마딩의 여덟째 날(삼화 刊)은 비이성적인 광기에 벌어진 피의 학살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한 인간의 삶을 그린다. 고뇌하고 실천하는 주인공의 삶은 저자와 닮아 있다. 중국의 소설가 리루이는 문화대혁명 발발 시 홍위병에 참가해 혁명의 선두에 선다. 그의 어머니는 정치적 박해로 자살했고, 아버지는 정치적 역사 문제로 5.7간부학교에서 격리 심사를 받던 중 의료 진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5.7간부학교는 모택동이 당간부들과 지식계급을 농촌에 내려 보내 노동을 통해 의식 개조를 하도록 1978년 5월7일 지시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그것을 시행하는 농장이나 농촌의 특정지역을 지칭한다. 이처럼 저자는 개인적 좌절과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탈출구로 창작을 선택, 점차 작품을 통해 공동으로 만든 역사의 결과를 중국인 모두가 책임질 것을 촉구한다. 이번 작품 역시 이같은 작가의식이 한껏 드러난다. 리루이는 피비린내로 점철된 역사와 폭력을 과거라는 면죄부를 주지 않으며, 인간의 본원적인 문제와 내면적 문제로까지 파고든다. 값1만3천500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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