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물’ 오른 전시회… 창작열정 활짝

매스꺼운 황사가 수그러든다는 반가운 일기예보. 이제 본격적인 야외나들이를 감행해도 좋을 듯하다. 겨우내 창작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작가들의 신작이 기대되는 요즘 전시회 소식을 전할까 한다. 미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없더라도 온가족이 함께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는 것은 어떨까. 작품감상에 왕도가 없는 만큼 자신의 시선에서 보고 느끼면 된다. 어린 자녀의 기발한 작품평도 좋고, 부모가 바라본 느낌을 자녀에게 전달해도 좋다. 작품은 말이 없다. 각자 취향껏 감상하며, 미술관안에서 가족이 공동 관심사를 가졌다는 자체로 의미있지 않을까. ◇박혜수 개인전=시간을 고민하는 작가의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음달 2일까지 이천 샘표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시간의 숲’전은 시계태엽, 조명박스, 물 등이 결합해 되풀이되는 시간을 탐색한다. 작품 ‘시간의 언어’는 시간을 주제로 다룬 시(詩)에서 뽑은 언어를 확대경에 비추면 프로젝터를 통해 커다란 화면에 글씨가 나타난다. 작품 ‘망각수’는 이름이 적힌 종이들이 점점 물속에 담기면서 이름들이 사라진다. 이름이 사라진 반면 물의 농도는 더욱 짙어지며 망각의 깊이를 더 한다. 문의 (031)644-4615 ◇오늘날 예술은 일상 속에서 다만 개념적으로 짠하다=다소 긴 제목의 전시다. 현대미술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 김다해, 성지윤, 이재헌, 장파, 최겨례 등 5명이 안양 스톤앤워터에서 23일까지 참여한다.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샘솟는 일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김다해는 비디오 설치작품 ‘어느 하루’에서 르느와르 같은 인상파 그림을 선보인다. 고풍스런 액자에 부드러운 여체를 드러낸 실제 인물을 투사시켰다. 일상 모습과 예술작품의 절묘한 조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 장파의 ‘Art bible’은 모더니즘 미술비평과 포스트모더니즘 관련 논문을 성경과 같은 포맷으로 꾸몄으며, 최겨례는 순정만화와 의자, 쇼파 등을 배치한 작품을 선보였다. 문의 (031)472-2886 ◇세계 어린이 화가 EQ이야기전=세계 30개국 미술영재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다. 성남문화재단은 가정의 달을 맞아 다음달 5일부터 2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미술관에서 ‘오감’(五感)을 주제로 일본 ‘하마다시 세계 어린이 박물관’이 소장한 세계 어린이 작품 500여점을 선보인다. 먼저 촉각의 공간은 각국의 다양한 인물을, 후각의 공간은 세계의 건축과 생활 그리고 문화와 풍습을 접할 수 있다. 청각의 공간은 세계의 자연과 동물, 시각의 공간은 어린이의 상상력이 반영된 지구촌의 다양한 이미지를 전시한다. 특히 개막일(5월 5일)은 제1회 성남 어린이 미술 실기대회를 개최, 입상작 10점을 하마다시 세계 어린이 박물관에 영구 전시·소장한다. 관람료 3천원. 문의 (031)783-8091/이형복기자 bok@kgib.co.kr

도문화의전당, 24일부터 ‘2006 디저트 콘서트’

‘무대공연이 전하는 점심시간의 후식’ 경기도문화의전당(이하 전당)이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야외공연장에서 ‘2006 디저트 콘서트’를 마련한다. 지난해 4월 ‘디저트 콘서트’에 이어 같은해 10월 ‘정오의 예술무대’로 출발한 기획 프로그램은 전당이 추구하는 문화서비스의 일환. 평소 바쁜 일상으로 문화적 감성이 부족한 직장인과 인근 주민들을 위한 자리로 점심시간 후 소화촉진제의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공연을 무료로, 골라보는 선택의 즐거움도 안긴다. 올해는 도립무용단과 국악단, 오케스트라 등 도립예술단의 소품공연을 비롯해 ‘너에게 난 나에게 넌’으로 사랑 받은 포크그룹 자전거탄풍경, 오카리나와 팬플릇의 양강석과 어울림, 탄탄한 라이브 실력을 뽐내는 ‘보이처’와 ‘뮤직 버튼’ 등 보다 풍성해진 것이 특징이다. 또한 요일별로 테마가 나뉘는데, 다섯 가지 메뉴로 ▲월요일에는 무용 ▲화요일에는 국악 ▲수요일에는 익숙한 멜로디의 대중가요와 팝송 ▲목요일에는 오케스트라 세미클래식과 리듬앙상블 라틴음악 ▲금요일에는 색다른 자연의 음색 오카리나·팬플룻 연주와 어린이날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아울러 공연과 점심식사를 함께 즐기고 싶은 관람객을 위해 야외공연장 한 켠에 마련된 아래뜰매점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음료가 구비돼 있다. 시간은 오후 12시30분 부터 1시까지 30분 가량이다. 우천시는 공연 없음. 문의 (031) 230-3273.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도립극악단 二色공연

참 이채롭다. 동일한 집단이 성격 다른 작품을 동시에, 그것도 같은날 같은 장소에 올리는 점도 그렇지만 시간은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도립극단이 ‘2006 마당놀이 페스티벌’을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 마련한다. 3개월 정도의 준비기간 끝에 막을 펼치는 공연은 두 작품. 하나는 아이들을 위한 그것이며 하나는 성인들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이들 눈길잡는 ‘옹고집 대 옹고집’ 우선 오후 2시(주말 단체 오전 11시)에 만날 수 있는 ‘옹고 대 옹고집’은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캐릭터가 등장하고 재미있는 노래와 춤이 풍성하다. 악사가 무대에 등장, 배우들에게 흥겨운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신나는 합창이 흥을 돋운다. 불효막심하고 욕심 많은 옹고집의 버릇을 고치위 위한 경연대회가 열린다. 황비홍과 세일러문, 개구리 중사 케로로까지 출전하지만 옹고집의 똥고집을 꺾기에는 역부족. 이때, 허수아비로 만들어진 옹고집과 분간할 수 없을만큼 똑같은 가짜 옹고집이 나타나고 진짜 옹고집은 거리로 내몰린다. 배를 주리며 나눔의 행복을 깨달은 진짜 옹고집은 이웃과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데…. 풍자와 익살 제대로다! ‘황봉사 황됐네’ 주말 오후 4시를 포함해 오후 7시30께 관객을 불러 모으는 ‘황봉사 황됐네’는 극단 민들레의 대표이자 봉산탈출 이수자인 송인현씨가 작·연출 등을 맡았다. 작품은 제각각 사연의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눈을 뜨길 기대하며 황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풍자적이고 익살스러우며 한판 신명나게 노는 동안 깊은 철학적 메시지가 전달된다. 공연이 시작될 때 극중 인물이 “황성이 어디 냐”고 묻는 질문에 객석에선 “저기”라고 쉽게 가르쳐 줄 지 모르지만 끝날 무렵에는 황성이 어디인지 궁금스러워 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널을 이용한 상징적인 세트와 조롱박, 손수건 등의 소품 사용은 색다른 재미를 안기며 각각 봉사된 연유를 회상하는 장면에서의 과장된 몸짓은 진취적인 카타르시스를 안겨 줄 것으로 기대된다. 창작아동극을 전문으로 해 온 김정숙 작가, 도립극단의 김성노 상임연출가가 만드는 ‘옹고집…’과 경쟁체제를 갖춘다. 동일한 극단이지만 다른 작품을 위해 팀을 나눈 내부에선 ‘시샘’보다 ‘격려’하며 선의의 경쟁을 이루는 눈치다. 정운봉 예술감독 대행은 “많은 시간 투자했다. 매일 늦게 까지 땀방울을 흘린만큼 후회없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작품의) 성격은 다르지만 두팀간의 비교도 솔솔한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031)230-3200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대안공간 눈’ 이색전시회

과학기술의 발달은 미술분야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작가의 창작성은 변함 없지만 접근하는 방법은 한층 간편해진 것이 사실이다. 목판화같이 직접 조각칼로 나무를 파는 육체노동이 있는가 하면 디지털 카메라처럼 누구나 쉽게 한 장의 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대안공간 눈(관장 이윤숙)’은 좀더 복잡한, 어쩌면 번거로운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전시를 마련했다. 열과 압축을 통해 재료를 염색하는 펠트(felt)작업과 고전적 방법으로 사진을 인화하는 시아노타입 사진전이 그것이다. ▲임하영씨의 ‘꽃들의 초대전’은 꽃을 소재로 한 섬유미술을 선보인다. 펠트는 양털 등 짐승의 털에 습기와 열을 가한 후 눌러 두꺼운 모양을 만들고, 원하는 형태로 몇 겹을 쌓아올려 둥그렇게 말아서 두드린다. 두께가 높을 때는 20cm이며, 이것을 2~3cm의 얇은 펠트로 만든다. 복잡한 과정도 그렇지만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간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수채화물감에 물을 먹인 작품처럼 부드러운 느낌의 꽃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또 빨강, 초록, 파랑, 흑색에 차례로 담긴 모란꽃은 먹빛의 느낌을 준다. ▲안성 한경대 디자인학부생 이연수 외 22명은 ‘사진+Blue, Cyanotype전’을 연다. 촬영부터 인화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디지털 카메라를 거부하고, 필름사진작업을 추구한다. 여기다 기존 필름작업보다 더 보수적인 대체기법의 하나인 시아노타입(Cyanotype)을 선택했다. 시아노타입은 염화철을 감광유제로 해서 이미지를 만든다. 인화지가 아닌 천연펄프용지나 천 등에 유제를 바르면 붓 터치가 가능하며, 블루의 단색톤이 탄생한다. 깊이 있는 색감이 마치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보는듯 하다. 박미연씨는 골목길의 풍경을, 고연정씨는 탐스러운 장미를 담았다. 전시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한편 8일부터 대안공간 눈 체험학습실에서 도예강좌를 연다. 도예가 곽규진씨가 강사로 참여하며, 매주 목·토요일반(오후 2~4시)을 운영한다. 월 참가비는 5만원. 문의 (031) 244-4519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의정부에 진짜 바로크가

1952년 창단 이래 이탈리아 뿐 아니라 전세계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실내악단으로 명성을 떨쳐온 이 무지치(I MUSICI)가 오는 14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1975년 첫 내한공연 이후 우리 나라에서 갖는 열 번째 무대로, 의정부에서 시작해 지방공연과 서울공연을 갖을 예정이다. 이탈리아어로 음악가들(The Musicians)을 의미하는 ‘이 무지치’는 이탈리아의 명문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12명의 촉망받는 음악인들이 모여 창단했다. 창단 후 지난 반세기동안 특유의 아름답고 쾌활한 기질과 수준 높은 연주력으로 지구촌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휘자 없이 펠릭스 아요를 리더(콘서트마스터)로 해 출발한 이 무지치는 바로크 음악의 지나친 확대해석, 즉 낭만적으로 기울어진 바로크의 표정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을 창단 정신으로 삼고 바로크의 사도로서 최정상의 지위를 지켜 왔다. 1980년대 이후로는 바로크 중심에서 벗어나 고전과 낭만, 현대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한편 단원 교체를 통해 변함없는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의정부 공연에서는 이 무지치의 독보적인 레퍼토리인 비발디의 ‘사계’와 함께 피아졸라의 유명 탱고 작품, 보케리니의 미뉴엣, 레스피기의 시칠리아나 등이 연주될 예정이다. 문의 (031) 828-5801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새봄맞이… 셰익스피어 난장

“올 봄에는 세계적인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세요” 국립극장과 한국셰익스피어학회는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하늘극장과 달오름극장, 별오름극장 등 3곳에서 ‘세계인의 언어, 셰익스피어’를 주제로 세번째 ‘셰익스피어 난장’(총예술감독 오태석)을 무대에 올린다. 공연작 5편중 2편은 ‘세계를 향해 이야기하는 우리 작품’이란 주제로 관객들과 만난다. 첫번째 공연작은 올해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인 극단 앙상블의 ‘익스트림 로미오와 줄리엣’(15~23일).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와 전문 배우 등 모든 출연자가 인라인 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 외발자전거 등 바퀴 달린 것을 타고 공연 내내 달린다. 질주와 추격, 공중회전, 인라인 댄스, 인라인 피겨스케이팅 등 볼거리들이 풍성하다. 오는 11월 세계적 예술무대인 영국 바비칸센터 기획공연으로 3주일동안 장기 공연될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의 ‘로미오와 줄리엣’(다음달 10~19일)도 선보인다. 지난 2001년 독일 브레머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지난 1월 제8회 인도 국립극장연극제 등 해외 연극축제에 잇따라 초청돼 이미 검증을 마쳤다. 한복을 입고 한국식으로 풀어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습이 기대된다. 재해석, 재창조된 한국의 셰익스피어극으로는 극단 드림플레이의 ‘유령을 기다리며’(15~23일)와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극단 76단의 ‘리어왕’(다음달 23~28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유령을 기다리며’는 지난해 거창국제연극제 경연부문에서 대상과 연출상 등을 받았던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차용해 제작됐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극단으로 알려진 76단은 흙으로 덮힌 무대, 닭과 오리, 염소, 개 등 가축의 등장, 쑥 냄새 등의 이색 무대효과를 이용한다. 해외 초청작인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의 ‘오델로, 베니스의 무어인’(다음달 24~26일)은 현대 독일연극의 흐름을 보여주는 최신작. 연출가 옌스 대니얼 헤르초크가 ‘오델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다국적 회사인베니스 정유공장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시기, 질투, 관능의 인간상을 그려낸다.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중 ‘익스트림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 등 세편은 야외극장인 하늘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어서 봄밤 바깥에서 연극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제공된다. 부대행사로 오는 22일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주관으로 셰익스피어 학술 심포지엄이 달오름극장에서 열리고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들로 구성된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의 영어연극 ‘한여름 밤의 꿈’이 다음달 12~13일 같은 극장에서 무료 공연된다. 입장료 1만5천~3만원. 문의(02)2280-4115~6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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