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의 첫 보름. 예로부터 매우 길한 징조로 여겨왔던 '보름달'이 뜨는 날.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에 한 해 계획을 세우고, 운세를 점쳤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15일간 큰 축제도 열었다. 이 기간은 빚 독촉마저 멈췄다는 말도 전해질만큼,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날 먹는 음식도 중요했다. 접시 하나하나 한 해 소망 담아 음식을 준비해 식탁에 올렸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오곡밥, 부럼, 진채식이 있다. 선조들의 건강을 위한 배려와 지혜가 담긴 영양 만점 '정월대보름 밥상'에 대해 알아보자. ◆"한 해 농사 풍년 기원"... 5가지 곡식으로 만든 오곡밥 정월대보름 밥상에 올라가는 대표적 음식 첫 번째. 오곡밥이다. 선조들은 그해 곡식 농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오곡밥을 만들었다. 하루 전날 지은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을 함께 보름 명절 음식으로 즐겼다. 찹쌀·차조·붉은팥·찰수수·검은콩을 섞어 5가지 곡식으로 만든 밥이다. 이 5가지 곡식은 전통 의학과 관련된 간, 심장, 비장, 폐, 신장 5개 장부(臟腑)에 조화롭고 균형 있는 영양소를 공급한다. 사단법인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따르면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은 단백질, 비타민, 식이섬유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보통 쌀에는 탄수화물 성분이 가장 많은데, 잡곡에 함유된 영양소가 쌀의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영양 측면에서 보완이 된다.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추가로 대보름날 다른 성을 가진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다고 해 여러 집 오곡밥을 서로 나눠 먹기도 하고, 그날 하루 동안 아홉 번 먹어야 좋다며 틈틈이 여러 번 나눠 조금씩 먹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입에 '쏙', 어금니로 '꽉'...정월 보름날 아침 까먹는 부럼 정월대보름 아침, 선조들은 잣·날밤·호두·은행·땅콩 등 견과류를 까서 어금니로 깨물어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먹던 견과류를 '부럼'이라고 한다. 또 부럼을 먹는 풍속은 '부럼 깨기', '부스럼(부럼) 깨물기', '부럼 먹는다'고 한다. 다만, 선조들도 아침부터 딱딱한 견과류는 부담스러웠나 보다. 부럼 깨기는 통상 자기 나이 수대로 하지만, 융통성을 발휘해 두세 번 거듭하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일부는 딱딱한 견과류를 부드러운 무로 대신하기도 했다. 견과류를 싫어하는 일부 사람들은 "아침부터 왜 딱딱하고 맛 없는 견과류를 먹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해 '건강'을 기원하는 선조들 마음이 담긴 풍습이다. 이른 아침 견과류를 까먹으며 서로 한 해 동안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齒)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이 담겼다. 일각에선 부럼깨기가 본래 치아를 튼튼하게 한다는 주술적 목적에서 시작됐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 선조들은 보름날 아침 식구끼리 둘러 앉아 전날 미리 물에 씻어 준비한 부럼을 어금니로 힘줘 단번에 깨물며, "부럼 깨물자!" 또는 "올 한해 무사태평하고 부스럼 안 나게 해줍소사"는 주언( 呪言)이나 축원사를 함께 외웠다고 전해진다. 《동국세시기》에는 "의주(義州) 풍속에 젊은 남녀들이 새벽에 엿을 깨무는 것을 치교(齒交)라고 한다"는 기록도 있다. 치교는 누구 치아가 튼튼한지를 겨루는 '이 내기'를 의미한다. 이 같은 풍속은 일반 백성들부터 궁중에까지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해동죽지(海東竹枝)》에선 "옛 풍속에 정월 대보름날 호두와 잣을 깨물어 부스럼이나 종기를 예방했다. 궁중에선 임금의 외척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일반 시정에서는 밤에 불을 켜 놓고서 그것을 팔았는데 집집마다 사 가느라 크게 유행했다"고 적혀있다. 한편 호두·땅콩·잣 등 부럼은 피부 재생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데, 이는 피부 재생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이 몸에 쌓이는 과정을 방지하고 혈관을 청소 시켜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한 해도 무사무탈하게"...겨울철 영양 지킴이 '진채식' 묵혀 뒀다 먹는 나물을 뜻하는 '진채식'. 고사리, 버섯, 호박고지, 오이 고지, 가지 고지, 무시래기 등 9~10가지 나물을 햇볕에 말려 물에 우린 후 무쳐 먹던 음식이다. 한 해도 무사히 지나가길 소망하며 진채식을 먹었다. 겨울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선조들은 이렇게 다양한 나물을 먹으며 영양소를 보충했다고도 전해진다. 또 미리 다가올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선조들은 알고 있었을까. 실제 묵은 나물은 일반 나물보다 영양소가 많다고 한다. 특히 진채식에 들어가는 나물들은 항산화 영양성분인 피토케미컬(Phytochemical), 식이섬유, 비타민, 철분, 칼슘 등 영양이 풍부해 영양 보충에 효과적이다. 진채식을 볶아 먹기도 하는데 이때 나물을 볶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들기름, 참기름은 오메가3·오메가6 등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했다. 구체적으로 오메가3은 당뇨병의 위험 인자인 중성지방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메가6는 염증 반응, 혈전 반응, 혈관 수축, 혈압 상승에 좋다. ◆유의할 점도 세 음식은 모두 영양상으로 풍부하지만, 동물 단백질은 없어 따로 챙겨 먹는 것이 좋다. 과유불급. 과하면 좋은 것이 없다. 진채식에 포함된 참기름, 들기름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될 경우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할 수 있어 유념해야 한다. 부럼의 경우도 치아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적당량을 먹는 게 좋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월대보름에 먹던 오곡밥, 부럼, 묵은 나물은 비타민, 식이섬유, 미네랄 성분 등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갖춰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특히 진채식(묵은 나물)은 장 활동을 도와 배변 활동에 좋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부럼, 진채식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할 경우 지방의 과도한 섭취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나물을 조리할 때 들기름과 참기름은 일반 식용유에 비해 발연점이 낮으므로 조리 마지막에 넣고, 열을 최대한 적게 가하는 게 영양 파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5일은 정월 대보름(음력 1월15일)이다. ‘정월이 좋아야 일 년 열두 달이 좋다’는 믿음에서 과거 조상들은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겼다. 정월을 맞아 도내 곳곳에는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대면 행사가 열린다. 이번 주말 지역 고유의 민속 놀이와 전통 문화를 즐기며 새해를 풍성하게 맞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 4일 낮 12시부터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수원문화원이 주최하는 ‘제34회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린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사라져가는 대보름 민속놀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가족과 이웃 간의 화합을 기원하고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식전공연에선 수원두레보존회의 풍물 공연 ‘길놀이’가 행사의 포문을 연다. 이어 전통놀이인 ‘수원지신밟기’도 광장을 수놓으며 흥을 돋운다. 특히 제기만들기, 떡메치기, 부럼깨기 등의 민속놀이 체험과 공예체험, 한복맵시자랑 같은 다양한 행사가 열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정월 대보름의 한마당 놀이판을 즐길 수 있다. 윷놀이 대회도 열린다. 사전 접수로 모인 64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한판 승부를 가린다. 등수에 따른 시상 외에 모든 참가자들은 정월 대보름을 기념해 마련된 땅콩, 호두 등의 부럼 꾸러미를 받을 수 있다. 행사가 열리는 동안엔 정을 나누던 민족의 전통과 미덕을 되새기고자 추진위원회가 전, 부침, 배추국 등의 음식을 준비해 현장에서 다함께 먹을 수 있다. 성남에선 ‘제19회 성남시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행사’가 4일 오후 1시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다. ‘무용, 경기민요’ 등 전통예술 공연에 이어 성남시 향토문화재 제15호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 공연이 열린다. 새끼줄 꼬기, 떡메치기, 연날리기, 윷놀이, 투호, 가훈 써드림, 신년 운세보기, 전통 차 시음, 달집소원지 쓰기, 부럼깨기 체험 등 다양한 전통민속놀이도 마련돼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같은 날 판교동 행정복지센터 앞 운동장에서는 ‘판교쌍용거(巨)줄다리기’ 재연 행사가 열린다. 예로부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떨쳐 버리고자 정월 대보름날 행해졌던 민속놀이로서 1970년대 초반 판교 너더리에서 행해진 풍습이다. 2010년부터 성남문화원은 매년 판교쌍용거줄다리기 재연 행사를 개최해왔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4년 만에 재개된다. 이천 설봉공원에선 ‘정월대보름 민속축제’가 4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윷던지기와 제기차기를 테마로 한 민속놀이대회와 전통연과 제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전통놀이 체험이 이어진다. 또 이천 고유의 정월대보름민속놀이로 용줄다리기 시연과 풍년기원제, 달집태우기 등이 열린다. 용인 한국민속촌에서도 다채로운 세시 풍속 행사를 5일 오후 4시30분부터 만나볼 수 있다. 정월대보름의 대표 세시풍속인 달집태우기. 생솔가지와 대나무를 쌓아올린 달집을 불에 태워 액운을 쫓아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달집에는 방문객의 소원을 적은 종이도 함께 엮여 있어 모두의 마음을 실어 보낼 수 있는 기회다. 이날 민속촌에선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글귀를 써볼 수 있는 입춘첩쓰기 체험,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부럼깨기 체험도 즐길 수 있으며 장승혼례식과 볏가릿대 세우기 등의 다양한 전통 행사 또한 경험할 수 있다. 민속마을 33호 앞의 광장에서는 연날리기를 체험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어른들에겐 어린 시절 추억을 돌아보는 시간이, 아이에겐 색다른 전통 놀이를 맛보는 경험의 시간이 될 것이다.
“여성들은 경기도의 힘이자, 대한민국의 힘입니다. 여성의 힘이 사회에서 빛을 발해 희망찬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경기여성단체들이 모여 새해 힘찬 결의를 다졌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2일 수원 호텔리츠에서 ‘2023 경기여성지도자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 지사의 부인이자 협의회 명예회장인 정우영 여사, 남경순 경기도의회 부의장,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등을 비롯해 여성 지도자와 도내 관계기관 등 450여명이 함께했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은 개회사에서 “내년이면 협의회가 조직된 지 50주년이 된다. 선배들이 50여년의 역사를 만들어 왔듯이 우리도 후배들에게 100년의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신년인사회를 시작으로 비대면 관계를 회복하고 성평등한 사회 실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도·시군 여성 단체가 하나돼 적극적으로 활동하자”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의 질 높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성의 지위 향상과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데 경기도가 앞장서서 열심히 하겠다”며 “저출생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들을 경기도에서부터 바꿔보도록 노력해 보겠다. 힘을 합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한편 행사는 2022년 사업실적 동영상을 시작으로 이금자 회장의 개회사, 내빈의 신년사와 함께 축하 떡 절단, 건배 제의, 축하공연, 오찬 순으로 진행됐다.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신임 사장이 3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사장 공석으로 직무 대행 체제가 이어진 지 1년 1개월여 만이다. 서 신임 사장은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예술단 총괄본부장, 한국문예회관 연합회 공연장 전문 컨설턴트, 안성시 안성맞춤아트홀 운영위원, 서울시 50플러스 재단 뮤지컬과 오페라 감상법 강사 등을 지냈고,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부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2012년 실내음향학으로 한양대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악 오케스트라 악기배치 및 국악 전용 홀 음향설계 표준안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했다. 서 신임 사장은 경기아트센터의 향후 경영 비전으로 ‘국내 문화예술 최고 위상의 공연장 및 예술단 운영’을 제시했다. ▲예술역량 강화 및 새로운 예술생태계 조성 ▲인력과 조직의 혁신 ▲생활예술 인프라 및 미래세대를 위한 기반 확충 ▲경기 남·북부 문화예술 불균형 해소 등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서 신임 사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경기도 대표 공공 공연장으로 공연예술의 패러다임 전환과 미래를 위한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아젠더를 설정하고 실천해 가겠다”면서 “자부심과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는 경기아트센터가 되고, 문화예술로 경기도민이 행복하고 생활의 원동력이 되는 방안을 잘 찾겠다”고 밝혔다.
‘출산 기피 시대’는 이미 맞닥뜨린 현실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환경적인 여건 등으로 청년층은 결혼과 출산을 최대한 미루려 하고 혼인한 부부에서도 딩크족이 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아이를 낳을 의지가 있는 난임 부부’나 비혼 출산 등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으려는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주 성남에 거주하던 A씨(40)는 지난 2021년 시험관 시술 끝에 소중한 아이를 얻었다. A씨 부부는 아이를 꼭 낳고 싶다는 생각에 용인 소재 난임 병원을 다니며 두 차례의 인공수정과 다섯 차례의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다. 아이를 얻기 전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3년 넘게 병원을 다니면서 시험관 시술을 위해 10년 넘게 다녔던 회사도 관뒀다. 수입원이 줄어든 상태에서 난임 시술이 지속될수록 생활고 또한 커졌다. A씨 부부가 임신 확정 진단을 받기까지 들인 비용은 2천만여원에 달한다. A씨는 “난임은 결혼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 계획을 미루다가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로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잘 출산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인공 수정과 시험관 시술 등 난임 시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를 보면 난임 진료와 수술을 받은 경기도민은 2017년 7만3천527명에서 2021년 18만7천123명으로 5년간 2.54배 늘었다. 인천 지역의 환자 역시 같은 기간 1만5천624명에서 3만4천434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A씨처럼 난임 시술을 경험한 산모의 숫자도 늘고 있다. 경기도 소재 병원에서 난임 시술을 받은 산모의 수는 지난 2018년 2천199명에서 지난해(11월 기준) 9천352명으로 4.3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인천에서도 419명에서 1천584명으로 3.8배 증가했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가임기 여성(15~49세)의 수가 최근 5년간 398만4천300명에서 389만5천275명으로 줄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난임부부의 비중은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난임 시술을 경험한 산모 수와 소득 등으로 집계가 되지 않은 수치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신생아 10명 중 1명은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난임 시술을 통한 출생이 늘어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저출생 관련 대책 중 하나로 난임 지원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인구 소멸에 빨간 불이 켜진 현재 난임은 주요한 사회적인 문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제4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난임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확대하고, 난임부부 시술비를 지원한다. 경기도와 인천을 비롯해 서울, 대구, 경북, 전남 등 6개 권역에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개소해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난임, 임신, 출산에 대한 정서적 어려움을 제도적으로 돕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난임 관련 예산을 눈에 띄게 확대했다. 경기도의 올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본예산은 242억2천670만8천원으로 전년(103억원) 보다 135.21% 증가했고, 인천시는 전년도(23억8천652만8천원)보다 64.39% 늘어난 39억2천325만5천원을 책정한 상태다. 이수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생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정말 아이를 낳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만혼 등의 이유로 난임이 증가하며 난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변화하는 추세에서 임신에 어려움 겪는 사람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구조적인 틀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정부와 지자체의 난임 지원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저출생의 위험 신호가 커진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난임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부부가 늘자 정부는 2017년부터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또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 및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인 가정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가 지원을 하고 있다. 만 44세 이하의 신청자는 체외수정의 경우 신선배아는 최대 9회·110만원, 동결배아는 최대 7회·50만원, 인공수정은 최대 5회·3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난임부부들은 여전히 경제적인 부담을 토로한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본인부담률이 낮아졌지만 난자 채취 방식 등에 따라 적용받을 수 있는 횟수가 제한돼 있고, 이후엔 시술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한 ‘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에만 시술비를 추가 지원하다 보니 상당수 맞벌이 부부는 시술비 추가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난임 시술 사업이 지난해부터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거주지에 따른 지원 사업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난임 시술 사업과 관련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보건복지부의 공통 지침과 지원 범위·내용을 준수하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선 자율로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광주광역시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보험 적용 횟수를 모두 소진하면 연 4회까지 차등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전라남도에선 횟수 제한 없이 시술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서울시는 신선배아에 한해서 건강보험 적용 횟수 소진 시 소득 기준 없이 추가 시술비를 1회 지원(최대 180만원)한다. 전북은 난임 관련 시술 횟수를 모두 사용하면 추가 2회를 지원(소득 기준 180% 이하는 110만원, 초과자는 90만원 최대)하고 부산, 대구, 세종, 전남, 경북, 경남에선 소득 기준을 모두 폐지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시내 구성원들 중 상당수가 고소득자에 맞벌이 형태인 부부가 많아 소득이 높게 잡히다 보니 더 많은 이들이 지원을 받게 하기 위해 소득기준을 철폐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시는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되, 추가적인 지원은 없다. 이에 일부 난임 부부들은 정부 지원을 받고자 소득 수준을 낮추려고 퇴사하거나 휴직을 택하는 상황이다. 시술비 이외에 소요되는 금전적인 부담 역시 난임 부부에게는 큰 짐이다. 시험관 시술 절차를 밟으면 병원 별로 난자 채취 및 동결 방식에 따라 결제가 다르게 이뤄지는데, 본격적인 시술에 앞서 진행되는 검사와 주사비, 약값 등으로 병원을 한 번 찾을 때마다 30만원 이상의 비용을 내기 일쑤다. 안양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37)는 “맞벌이 부부인 탓에 기준중위소득을 초과해 난임 보험급여 외엔 받는 혜택이 없다”며 “정부의 예산은 늘어나지만 정작 아이를 가지려 노력하는 입장에선 난자를 채취하는 날엔 정자 채취 비용, 약값 등을 포함해 하루에만 60여만원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B씨는 “검사부터 주사, 채취, 냉동, 약값 등 한 차수에 많으면 200여만원을 쓰고 있는데, 아기를 꼭 갖고 싶은 이들에게만큼은 첫 아이만이라도 지원을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난임 환자가 늘고 있지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근무 여건 등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현재 근로자는 난임 치료를 위해 3일 이내의 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그림의 떡’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행한 ‘난임여성노동자의 난임치료휴가제도 인식 및 이용실태와 정책과제’을 보면 임금노동자 527명 중 21.3%만이 “난임치료휴가를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21.6%는 “휴가 제도가 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경기도 소재 사업체 10만9천507개 가운데 난임치료휴가제도를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5.7%(5만6개) 였으며 인천은 47.2%(2만484개 중 9천678개)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이는 인접한 서울시(56.0%)와 강원도(52.5%) 보다 낮았고, 가장 응답률이 높은 충북(71.2%)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난임을 전문으로 치료해온 양광문 수지마리아병원장은 “간절하게 임신을 바라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은 만큼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 즉 임신 여부 및 가능성에 영향을 크게 주는 요인을 파악해 대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난임 시술 환자에 대한 사회 제도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이라며 “시술 끝에 아이를 낳지 못할 경우엔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게 제도와 사회 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난임 지원 정책은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아 문제”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출산 이전과 이후에 영향 주는 요인들 가운데 어떤 점을 개선할지 찾아보겠다. 건강보험료 적용 범위, 시술비 지원 등의 금전적인 확대도 논의 대상”이라며 “뿐만 아니라 난임 전문 상담 센터 확대 개소, 안전한 출산을 위한 난임 정보 제공 및 캠페인 강화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제언 “저출생 해결, 사회 전반 대대적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출산 기피 요인과 환경을 바꾸는 동시에 ‘아이를 낳을 의지가 있는 부부’나 사람에 대한 집중 지원,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제도 마련 등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문경용 아이오라 여성의원 원장은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시술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지원이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술비 지원 외에도 가임력 보존에 도움이 되는 지원도 필요하다. 결혼 후가 아니더라도 난임 검사를 미리 받고 고위험군을 선별해 치료한다면 이후 임신하고 싶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착된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비혼 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것이 저출생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비혼 출산 문제가 반드시 건드려져야 한다”며 “2030세대의 자유로운 성생활 및 비혼주의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서 사회가 정한 정상적인 가족 형태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가졌다면 출산하고 육아하도록 국가가 책임진다는 믿음이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장은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특정 부분을 건드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저출생으로 인한 위험과 어려움을 인지해 다 같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요인은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및 일자리를 제공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금전적 지원을 하는 저출생 정책들은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빛을 발하지만 출생은 물론 결혼마저 자기 일로 생각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겐 효과를 볼 수 없는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사)청소년의 미래 FOR YOU(이사장 윤광중, 상임이사 한관희)가 지난 27일 안양석수교회 비전센터에서 ‘2023년 법인 정기총회’를 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법인 명칭 변경을 선포했다. 이 자리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과 이종문 전 안양시 기독교연합회 대표회장, 조병창 안양시 원로목사기도회장을 비롯한 70여명의 내빈들이 참석했다. 총회에선 법인의 새로운 미래 방향이 설정됐다. 현재의 법인 명칭을 ‘사단법인 위드포유(WITH FOR YOU)’로 변경해 기존에 진행한 위기 청소년 보호는 물론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세대와 청소년 세대의 괴리를 봉합하고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을 포괄하기로 했다. 사업은 ▲은퇴 노인과 위기청소년의 일자리 창출 ▲노인과 청소년 세대의 협업을 통해 상호 세대 이해 ▲위기 청소년의 자립지원을 위한 남녀자립관 운영 지원 ▲저소득 청년층의 사회적 활동을 돕기 위 청년식당 운영 지원 등이다. 한관희 상임이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청소년을 보호 사역해 오면서 깨달은 것은 보호 시설을 퇴소한 이후, 청소년들이 잘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함께 기성세대와 청소년 세대의 괴리가 매우 큰 것 역시 현재 중요한 문제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드포유는 노인세대와 청소년 세대가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세대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새로운 노인·청소년 복합 복지 사역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위드포유’는 노-청소통을 위한 회고록 집필 사업, 의류 기부 등의 사업으로 노인과 청소년의 일자리 창출 및 화합 등을 도모하고자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도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됐다.
“그 곳이 어디든, 문화 복지 공연으로 찾아갑니다.” 경기아트센터가 도민들의 일상 속에 찾아가 문화 예술을 전하는 ‘찾아가는 문화 복지 공연’ 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올해는 ‘일상 회복’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도내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경기도 구석구석 지역 공동체로 찾아가 ‘일상 속 문화 회복’을 꾀할 예정이다. 핵심은 ‘지역 공동체 회복’. 긴 시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원해진 지역사회 공동체가 다시 활성화 되도록 올 한 해 동안 다채로운 공연 무대로 도민들을 찾아간다. 우선 도내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공연 프로그램 기획에 힘쓴다.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도심 지역에는 공동주택(아파트) 및 도서관, 공원 등에서 중·대규모 공연을 선보인다. 농촌 지역에선 노인정, 학교, 복지기관 등에서 소규모 공연을 추진해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지역예술단체와의 상생과 협력을 위해 도내 우수예술단체에는 무대를 제공해 안정적 활동기반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경기아트센터는 ‘2023년 찾아가는 문화복지 공연’ 출연단체를 공모, 10여개 단체를 공개모집 할 예정이다. 선발된 단체들은 찾아가는 문화복지 공연 ‘문화나눔’, ‘문화쉼터’, ‘문화피크닉’ 등 연간 사업에 함께할 계획이다. 모집대상은 2인 이상의 예술가로 구성된 공연단체로, 경기도 지역문화예술 기반 조성을 위해 경기도 소재의 단체(대표자 주소지 기준)로 제한한다. 공연물은 모든 장르에 대해 제한이 없으며, 경기도내 다양한 실내외 공간에서 진행할 수 있는 60분 분량이면 된다. 공연 활동 기간은 선발 시부터 올해 말까지이며, 사업별로 ‘문화나눔’ 90회 내외, ‘문화쉼터’ 20회 내외, ‘문화피크닉’ 15회 내외로 진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아트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된다.
경기남부의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30대 정규직 사서 신모씨는 격일로 야근하고 휴일에도 일하는 것이 일상이다. 행정 업무 등으로 하루를 다 보내고 사서의 고유 업무인 도서관 프로그램 기획과 책 선정, 큐레이팅 등에 신경을 쓰려면 하루 종일 일해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 씨가 일하는 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따라 약 30명의 사서가 필요하지만 현재 10명이 채 안 되는 정규직 사서가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을 포함해도 근무자가 20여명에 불과하며, 도서관 프로그램 기획 등의 업무는 정규직 사서의 고유 업무라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기도내 공공도서관에 사서 인력이 부족해 사서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사서 한 명이 부담해야 할 업무가 늘어날수록 도서관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23일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경기도 정규직 사서 1인당 봉사대상 인구수는 1만1천262명으로 전국 평균(9천254명)을 웃돌았다. 세종시(1만4천584명)와 울산시(1만4천20명)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국공립 공공도서관은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라 지역 내 인구 수와 도서관 면적에 따라 사서를 배치해야 한다. 인구수가 2만명을 넘어갈 경우 2만명마다 사서 1명을 추가로 배치해야 하며, 도서관 면적이 330㎡를 넘어가면 330㎡마다 역시 사서 1명을 충원해야 한다. 하지만 도내 도서관 상당수는 적정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내 사서 1인당 봉사대상 인구수가 가장 높은 지자체 상위 3곳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하남시 나룰도서관은 약 14명의 사서를 필요로 하지만, 정규직 사서는 3명에 불과했다. 16명의 사서를 배치해야 하는 남양주시 와부도서관의 정규직 사서는 4명에 불과한 상태이며 안산시 중앙도서관 역시 24명에 한참 못 미치는 13명의 정규직 사서가 일하는 상황이다. 해당 도서관들은 비정규직 및 기간제 직원 등을 고용해 사서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서로 일하는 유모씨(57)는 “도서관 일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반납하고 읽고 난 책들을 정리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공공도서관으로서 지역공동체를 위한 콘텐츠와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질적 향상을 고민하는 것이 사서의 업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업무 숙련도와 이해도가 다른 경우가 많아 사실상 업무 강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공도서관의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지자체는 총액인건비가 제한으로 예산을 투입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문화 복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성종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전문직 사서 인력이 확충돼야 도서관 프로그램과 콘텐츠의 확장성이 커지며,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정부에서 문화복지 차원으로 사서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공공도서관에 대한 직접적인 인력 보강을 진행하긴 어렵다”면서도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등 인력 부족 문제에 도움이 될 대책을 마련해둔 상태며 이와 함께 더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굳이 영화관을 찾고 싶지 않다면, 내 손안에서 콘텐츠를 골라보며 연휴를 즐길 수도 있다. 기나긴 연휴 기간의 묘미는 바로 미처 챙겨보지 못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꺼내 드는 일. 요즘 대세라는 드라마나 영화를 챙겨보며 유행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 궤적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살펴볼 때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배우나 감독들의 과거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골라 봤다. ■ 고립과 결핍을 극복하고 한발짝 나아가기…‘어디갔어, 버나뎃’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각각 ‘타르’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 ‘블루 재스민’(2013년)과 ‘캐롤’(2015년)에서의 호연으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던 그의 작품을 다시금 돌아보고 싶을 때, 2019년 공개됐던 ‘어디갔어, 버나뎃’이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비포 선라이즈’(1995년)를 비롯한 ‘비포’ 시리즈, ‘보이후드’(2014년) 등으로 일상 속 인간 관계를 담아내는 방식을 연구해 왔던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다. 관계 속의 ‘나’와 삶의 주체로서의 ‘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순간들이 있다. 누구나 살면서 분명히 꼭 한 번쯤은 내가 아니라 나와 연결된 존재들을 위해 희생하고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불쑥 찾아온다. 화려한 건축가 커리어를 가진 버나뎃은 양육과 사회 생활, 일에 대한 열정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영화는 이웃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버나뎃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진정으로 우리 삶에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치유와 성장, 회복의 서사가 담긴 드라마는 전염병을 비롯한 각종 갈등이 첨예하게 사람들을 옭아매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새해를 맞아, 또 명절을 맞아 삶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등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다. ■ 살아가면서 판타지가 필요한 이유… ‘빅 피쉬’ ‘웬즈데이’로 저력을 입증한 팀 버턴의 영화를 살펴볼 차례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웬즈데이’는 공개 후 28일 만에 누적 시청 12억시간을 넘기며 TV(영어) 부문 역대 2위를 기록했으며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TV(영어) 부문 톱10에 포함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시즌 2의 제작 확정도 발표된 상황에 드라마 1~4화의 연출 및 제작을 맡은 버턴의 필모그래피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웬즈데이’를 떠올린다면, ‘가위손’(1990년), ‘유령 신부’(2005년),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년) 등 그가 만들어낸 기괴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애틋한 정서가 담긴 작품에 우선 눈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연휴 내내 20편이 넘는 그의 수많은 영화를 다 챙겨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딱 한 작품만 꼽자면 자연스레 ‘빅 피쉬’(2004년)에 손이 간다. 윌 블룸은 위독한 아버지 에드워드를 찾아 온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허구 같은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헷갈릴 이야기만 반복한다. 아들이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걸까. 이 같은 액자식 구성을 통해 ‘빅 피쉬’에선 인생에 있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순간들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 부대끼면서 살아갈 때 중요한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역시 가늠해보게 된다. 살면서 동화나 판타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빅 피쉬’에 새겨 놓은 감독의 진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