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현장의 기록들- 용인·이천 [친일잔재, 부(負)의 유산으로 기록되다]

역사적 장소와 뼈 아픈 친일 잔재의 흔적을 남기고 이를 기억하는 일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2021년, 2022년 설치한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은 도민들의 일상 속 역사교육과 항일의식 고취 자료로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었다.  ■돌에 새겨진 친일의 흔적…구 용인문화원 친일 상징물 전시관 용인시 처인구 용인중앙시장 내 구 용인문화원에는 ‘친일 상징물 전시관’이 있다. 시장 골목 한쪽 끝에 카페를 옆에 두고 설치돼 골목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띈다. 전시관 입구에는 상징물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벽에 걸렸다. 전시관에는 돌에 새겨진 친일의 흔적인 ‘팔굉일우비’와 ‘송병준 선정비’, ‘송종헌 영세기념비’가 전시돼 있다.  팔굉일우비는 일제의 조선 침략과 지배, 조선인 착취를 증언하는 역사적 기념물이다. ‘팔굉일우’는 ‘전 세계가 하나의 집’이란 뜻으로 일본 제국주의가 그들의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제국주의 논리이자 구호였다. 일제는 제국주의 침략을 미화하고 홍보하기 위해 1940년 일본과 조선 전역에 팔굉일우비를 건립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찾을 수 없다가 2008년 용인 양지초등학교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팔굉일우비가 발견된 데는 필연과 같은 우연이 있었다. 2008년 양지초등학교는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을 위해 공사하던 중 비석 2개를 발견했다. 일제에게 귀족 작위를 받은 대표적인 친일파 송병준과 그의 아들 송종헌을 기리는 ‘현감송공병준선정비’와 ‘백작송종헌영세기념비’다.  ‘송병준 선정비’는 일제의 국내 침탈과 매국 행위에 앞장섰던 인물인 송병준을 공로로 1891년 세워졌다. ‘송종헌 영세 기념비’는 1927년 건립된 송병준의 아들 송종헌의 기념비다. 송종헌은 송병준 사후에 백작 작위를 물려받고 일진회 평의원 활동하고, 조선소작인상조회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의병 체포에 앞장선 인물이다. 비석 발견 소식을 들은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은 흥사단 소속 교사들과 함께 이를 확인하고자 학교를 방문했다. 이들이 기념비 확인을 위해 학교 정문 옆 넓적한 돌덩어리에 앉아 있던 중 때 마침 돌덩어리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띄었다. 돌의 상단에는 큰 글씨로 ‘팔굉일우(八紘一 宇)’ 글자가,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삼위 백작 야전종헌 근서(三位 伯爵 野田鍾憲 謹書)’란 글자가 한자로 새겨졌다. 1941년 송종헌이 쓰고 당시 양지초등학교 동창회가 후원해 건립한 팔굉일우비였다.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은 “해방이 되자 한국인들은 팔굉일우비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땅에 묻거나, 비석을 옮기고 석재를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비석 중 일부는 파손해서 폐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팔굉일우비는 우리의 시야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해방 후 처음으로 용인에서 비석이 발견된 것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중요한 역사자료라는 측면에서 팔굉일우비는 경기도교육청과 동문회의 동의를 얻어 용인문화원에 기증됐다. 용인문화원은 굉일우비와 송병준 선정비, 송종헌 영세기념비를 창고에 임시로 보관했다. 추후 용인시에 독립기념관이 건립되면 전시 장소를 옮길 예정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경기문화재단은 2021년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 설치사업의 기획 지원으로 2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했고 창고를 개조한 전시관이 지난해 3월1일 개관했다. 전시관은 서대문 형무소 출입문을 본 떠 개조됐고 상징물을 설명하는 리플렛과 영상물도 제작됐다. 전시창고에 잠겨 보관되어 있던 팔굉일우비와 송병준 선정비, 송종헌 영세기념비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친일잔재 전시물로 전시됐다.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은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는데 전시관을 만든 이후 역사교육 현장으로 반응이 뜨거웠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단체관람 뿐만 아니라 오고 가는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휴일이나 장날에는 전시물을 보려 방문하는 이들로 더더욱 늘 붐빈”고 전했다. ■안내판 설치로 ‘역사교육 문화 콘텐츠’ 활용 기대 이천시 창전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는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카페 꼬꼬동이 있다. 현재 이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지역 어르신 일자리 창출 사업장인 이 곳의 입구엔 지난해 안내 표지판 하나가 설치됐다. ‘옛 이천경찰서 무도관’. 그 내용은 이렇다.  ‘일제는 식민통치와 독립운동의 탄압의 첨병인 경찰들이 무도와 검도를 단련할 수 있도록 주요 경찰서에 무덕관 혹은 무도관 등의 이름으로 연무장을 설치했다. 그 중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 옛 이천경찰서 무도관이다.…대표적 항일독립운동가인 이수흥, 유택수 지사도 이천경찰서에 수감된 뒤 혹독한 고문을 당하였으며 사형을 선고받고 순국하였다.’ 지상 1층, 면적 165㎥ 규모로 1914년에 건립된 이곳은 식민통치와 독립운동 탄압의 첨병인 일제 경찰들이 무도와 검도를 단련하던 곳이다. 일제가 주요 경찰서에 무도관 혹은 무덕관 등의 이름으로 연무장을 설치한 곳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으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한국전쟁 때도 큰 피해를 당하지 않고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 역사와 교육의 측면에서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일제 유형잔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역사·교육적 측면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역사적 유물 가치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나 역사학자들만이 기억하고 되새기던 장소였다.  이에 경기문화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역사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내세워 안내판 설치를 주장했고 지자체와 주민 등을 설득해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 설치 동의를 얻었다.  친일잔재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의미가 객관적으로 기술되다 보니 일상 속 역사교육과 항일의식 고취자료로 활용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박준하 이천시의원은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안내판이 설치된 이후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이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된 것을 물론, 타 지역에서도 많이 방문하러 오신다”면서 “특히 인근에 이수흥 열사의 동상이 있어 항일과 일제잔재의 살아있는 역사 교육현장이 된 만큼 지역에서 가진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창전동엔 무도관 뿐만 아니라 청춘의 꿈을 오직 조국의 독립에 쏟아 붓다 스물다섯살의 젊은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수흥 의사를 기념하는 이수흥 공원과 그를 도와 독립운동을 펼쳤던 유택수의 추모비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징성을 살려 역사 교육의 현장과 문화 콘텐츠로 활용할 가치도 높다고 내다봤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긍정적인 역사이든 부정적인 역사이든 지역에 남은 역사문화를 콘텐츠로 활용해 후세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안내판’이 세워진 것 자체가 향후에 여러 가능성을 실현하게 할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화를 향한 러브레터이자 삶에 대한 회고록…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 [미리 만나는 이 영화]

‘할리우드의 살아 숨 쉬는 역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34번째 장편 ‘파벨만스’가 오는 22일 극장가를 찾는다. ‘파벨만스’는 한 소년과 가족의 일상이 담긴 성장 드라마다. 극장에서 본 영화와 사랑에 빠져 버린 아이가 카메라를 들고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의 몇몇 순간을 담아낸다. 그렇게 아이가 나이를 먹고,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이 녹아들었다. 왜 스필버그는 영화를 사랑하게 됐나, 왜 그는 영화를 놓을 수 없었을까. 회고록이자 러브레터, 성장담이면서 일기장인 ‘파벨만스’의 곳곳에는 감독의 진실 어린 생각이 배어 있다. 관객들은 영화와 한평생을 함께해온 노장의 감독이 어떻게 영화와 만났고, 현실과 영화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벨만스’를 통해 들여다 볼 기회를 얻는다.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을 불러내는 ‘파벨만스’는 기억을 재현했다기보다는 기억 그 자체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감독이 지난 2020년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팬데믹을 겪으면서 겪었던 감정들이 시나리오에 투영돼 있어 진솔한 내면의 고백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그의 여정엔 각본가 토니 커쉬너가 함께 했다. 그는 스필버그 감독과 ‘뮌헨’(2005년), ‘링컨’(2012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년)에 이어 네 번째 협업을 통해 환상의 호흡을 빚어냈다. 한편, ‘파벨만스’는 12일(현지시간)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오리지널 각본상, 오리지널 스코어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았으나 수상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 관객과 평단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자유로운 공간' 속 '삶의 이야기꽃' 활짝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문화도시 수원에서 ‘동행공간’을 찾아나서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빛나는 순간들을 위해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들이 엔데믹 시대를 맞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찾아가 볼 공간은 수원특례시 영통구 망포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잡은 ‘서른책방’이다. ②서른책방 커피 머신이 원두를 분쇄하는 소음,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의 애달픈 트럼펫 선율,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일정한 리듬으로 울려 퍼지는 노트북 타자 소리.... 다양한 사람들이 지닌 삶의 흔적이 스며드는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다소 어수선한 느낌에 붕 뜬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서로의 생각과 의사를 사려 깊게 존중하는 분위기가 서른책방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서른책방의 주인장인 서장원 책방지기(32)는 원래 서울에 거주하며 직장을 다녔다. 지친 일상의 위안이 되는 힐링 스폿을 찾아다니는 게 그의 취미였다. 서울엔 유명한 책방과 핫플레이스가 많았지만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시간을 보내기엔 어려운 경우가 있고, 인근 수도권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원에 있던 이곳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트렌디하고 힙한 매력보다는 한 줌의 낭만이 서려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책방이 주는 여유에 매료된 그는 전임 사장에게 2019년 10월께 가게를 넘겨받아 손님에서 주인장이 됐다. 그가 이곳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4년째인 만큼 그의 취향과 감성이 제법 묻어날 법도 하지만 재밌게도 서 책방지기는 이 공간이 자신만의 감성으로 물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서른책방은 방문객 각자가 지닌 색이 뒤섞이고 더해지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를 긍정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남기고 간 사진과 그림,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만든 포스터나 에코백, 추억이 깃든 잡동사니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물건들이 책방 곳곳에 스며들었다. 서 책방지기는 책을 큐레이션할 때도 특별한 기준이나 섹션에 얽매이지 않는다. 단골들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책장을 정리하는 그는 책방이자 카페인 이곳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작가들과 협업 전시를 펼치기도 한다. 그는 “책방을 거쳐가는 손길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좋다”며 “창가 쪽 자리에 걸려 있는 외투가 오늘은 하얀색 점퍼지만 내일은 검은색 코트일 수도 있지 않나. 사소하지만 매일 이곳은 달라지고 또 달라진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새로움과 생동감으로 가득 채워지는 셈”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의 철학이 반영된 독서·필사 모임, 소설시·그림책·나만의 책 만들기·공예 클래스 등의 다채로운 연결망 속에서 사람들이 각자 교류의 의미를 되짚어 보며 공간에 녹아든다. 특히 지난해 8월 임발 작가(소설가)와 김승일 시인이 함께했던 ‘소설시 클래스’는 소설과 시를 융합한 이색 프로그램이다. 김 시인이 책방 측에 “이곳은 언제나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라며 “소설과 융합한다면 이색적인 시도이자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고, 서 대표 역시 강의를 이끄는 주체나 배우러 온 시민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우당탕 시작된 클래스를 무사히 마쳤고, 참여했던 이들의 이름으로 11월에 출판물도 발간하는 뜻깊은 성과도 냈다. 글을 써 왔든 써오지 않았든 누군가는 작가가 됐고,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각자 인생 스토리의 여백을 채워나가는 데 서른책방이 중요한 거점이 된 셈이다. 지난달 28일 오후엔 방문객 7명을 데리고 박소담 작가(32·여)가 그림책 클래스를 진행했다. 박 작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데, 그는 서른책방이 삶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그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 슬럼프에 직면했을 때가 있었다. 그 때 여기서 클래스를 진행하며 사람들과 만나다보니 위안과 치유를 얻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했겠지만, 소통하다보니 달라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작가는 이곳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책장에 꽂힌 그의 책, 여기저기 걸려 있는 그의 그림들에선 공간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망포동에 사는 오세인씨(34·여)는 서른책방의 주인이 바뀌기 전 오픈 당시부터 이곳을 찾았던 단골 중의 단골이다. 바쁠 때는 자주 찾지 못하지만 SNS로 팔로우를 해놓고 틈틈이 소식을 확인한다. 오 씨는 “서른책방의 묘미는 자주 오는 사람들이 또 찾게 되는 데 있다”며 “무언가 열중해서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다. 각자의 삶의 방식을 긍정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서장원 책방지기 “딱딱한 서점 이미지 탈피... 가치 존중 있는 화합의 장” Q. 서른책방을 운영하는 철학이 궁금하다. A. ‘화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단지 내 이야기로만 채울 수 없는 곳이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자 한다. 언제든 찾아와 사색에 잠겨도 좋고, 밀린 과제와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고, 책을 집어들고 잠깐 읽어도 좋다. 그저 각자 지향하는 가치와 목적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품을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많은 이들과 격식없이 소통하기 위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오늘 도넛을 만들고 싶다면 판매할 메뉴는 도넛이 된다. 매일 선곡하고, 메뉴를 고르고, 책을 큐레이팅하고, 인테리어를 신경쓰는 데 있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는다. Q.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 올해의 계획이 있다면. A. 코로나19의 긴 터널은 마음을 단단하게 먹는 계기였다. 내부 취식 금지, 모임 제한 등의 악재를 딛고 꾸준히 방문하는 고마운 단골들을 보면서 버텼다. 집 앞의 프랜차이즈 카페를 마다하고 먼 거리를 달려온 손님부터 서울에서 먼 거리를 달려 찾아오는 손님들까지. 이 공간의 핵심이 ‘사람들’에 있기 때문에 특히 이들에게 더 고맙다. 공간과 사람을 잇는 데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올 한 해는 책방 운영의 내실을 다지고 손님들께 진심을 다하겠다.

"자기만 애 낳아 키우냐" 한국도자재단 대표 갑질 의혹... 노조 "퇴진 운동"

한국도자재단 대표가 육아기 단축 근무를 신청한 여직원에게 폭언하고 임신한 직원을 부당 인사 조치하려 했다는 등의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재단 대표는 노조 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한국도자재단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재단 대표가 지난해 5월 한 여직원이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하자 사무실에서 “자기만 애를 낳아 키우냐”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에는 여직원이 임신 사실을 알리고 단축근무를 신청하자 해당 본부장에게 인사 조치를 수 차례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제시한 내부자 색출을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재단은 앞서 도가 진행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 중 업무추진비 집행의 적정성 부분에서 최하점인 ‘0점’을 받았다. 이에 대표가 재단 내 감사부서에 낮은 점수를 준 직원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는 재단 대표의 갑질 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도자재단 노동조합 관계자는 “기관운영의 책임을 방기하며 내부 혼란을 부추긴 점, 고용평등법 위반 등 구체적 법률위반행위에 대해서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점, 내부만족도 조사, 청렴도 조사 등에서 나타난 문제점 등을 감안 할 때 현 대표이사가 기관을 경영할 수 있는 리더십은 사실상 상실됐다”라며 “경기도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표이사 사퇴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흥식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노조 측 주장은 사실에 맞지 않은 내용이 많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2023 노작문예강좌, 5월까지 매주 화요일 만나요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이 2023 노작문예강좌의 첫 출발로 ‘동시접속’을 선보인다. 노작문예강좌는 등단하지 않은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창작프로그램으로 총 10강을 진행한다. 14일 첫 강좌가 시작돼 5월16일까지 매주 화요일 강좌가 열린다. 올해는 시, 소설, 희곡뿐만 아니라 동시, 동화, 시조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범위를 넓혔다.  먼저 동시와 시가 강좌의 첫 문을 연다.  동시는 ‘첫 시의 이름으로 만나는 동시’를 주제로 문학평론가 김유진 시인이 맡아 강좌를 선보인다.   강좌에선 오늘날의 동시와 동시 비평을 읽고, ‘첫 시’로서의 동시 장르를 이해하고 창작한다. 김유진 시인은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2009)과 평론 부문(2012)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동시집 ‘나는 보라’, ‘뽀뽀의 힘’ 등이 있으며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2018)과 창원아동문학상(2022)을 수상했다. 시 창작 강좌 ‘영원한 순간의 시쓰기’는 소설가이기도 한 김이듬 시인이 나선다. 김이듬 시인은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말할 수 없는 애인’ 등을 펴냈으며 김달진창원문학상(2011), 전미번역상(2022),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2020), 양성평등문화인상(2021) 등을 받았다. 창작이론과 시 합평을 병행하면서 수강생 서로의 시적 개성과 잠재성을 발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4월에는 노작문예강좌로 각각 희곡(김주연 연극평론가)과 소설(김유담 소설가) 강좌가 마련되며 5월 초에는 시조(정수자 시인), 동화(박효미 작가)강좌가 문을 연다.  자세한 내용은 노작홍사용문학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사무실 개소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특별 전담팀이 ‘등재 추진단’으로 개편되고 독립 사무실을 열었다.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위한 네 기관의 협력이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와 고양특례시, 서울특별시와 함께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 사무실을 열고 지난 8일 개소식을 열었다.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세계유산 등재’는 유산별로 기관이 따로 추진해 오던 것을 지난 2021년 ‘통합등재추진 실무협의회’를 거쳐 지난해 ‘통합등재 TF팀’ 운영으로 구체화 됐다. 이어 12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돼 세계유산 등재에 탄력을 받고 있다.  이지훈 경기문화재연구원장은 “여러 기관이 함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유산에 대한 보존관리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기준에 부합하는 유산의 보존관리체계의 마련이야 말로 진정한 세계유산을 준비해가는 과정”이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15개 세계유산에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이 세계유산 추가 등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 150만원 지급, '예술인 기회소득'…김동연·경기도 예술인 허심탄회 토론

경기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연 150만원의 ‘예술인 기회소득’이 올 상반기 도입될지 주목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오후 2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경기 예술인 소통 토론회에서 도내 예술인들을 만나 “예술인 기회소득을 연 150만 원씩 올 상반기 내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추진의사를 밝혔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공약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해당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정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로 정의된다. 예술인 기회소득의 방향 등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이 자리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임광현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 조미자 위원, 예술단체와 예술인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됐다. 이날 김 지사와 참석자들은 지난해 12월 예술인 사전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항인 기회소득 지급 대상으로서의 ‘예술인’의 정의와 증명 방법, 적절한 소득 기준, 적절한 지원금액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했다. 김동연 지사는 토론회에서 “더 많은 기회, 고른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하는 데 시장에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이 시장에서 보상을 받을 만큼 발전할 수 있도록 소득을 만들어 주자 한 것이 기회소득”이라며 기회소득 첫 대상으로 문화 예술인을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예술인들은 경기도의 기회소득 도입이 큰 힘이 될 것이며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기회소득 지급 대상자 기준이 될 예술활동 증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방안과 아이디어도 공유됐다. 시각예술 활동을 하는 한 참석자는 “독일은 예술가들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며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야 한다. 예술 활동 증명도 병행해서 하되 사업자등록을 예술가 개개인이 내게 되면 서로 간에 공연이나 작품 거래가 이뤄질 때 개인 사업자 번호가 나라에 등록되면서 투명하게 진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경기도의 자체적인 예술인 증명 절차를 거치는 것도 좋은 방안인 듯 하다. 보다 낮은 조건의 장벽으로 활동 증명을 할 수 있는 경기도 증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이것이 데이터베이스가 돼 사업이나 공연 등을 할 때도 활용한다면 경기도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간 내면 집중해온 세계 각국 거장들의 신작…‘어떤 영웅’, ‘이니셰린의 밴시’

세계 각국에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이들의 신작이 잇따라 극장가를 찾는다.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인 아쉬가르 파라디의 ‘어떤 영웅’과 21세기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극작가 겸 감독 마틴 맥도나의 ‘이니셰린의 밴시’를 오는 15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2021년, 2022년 각종 영화제를 통해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 ‘어떤 영웅’ 2021년 칸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어떤 영웅’이 2년 만에 한국에서 개봉한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직면하는 딜레마와 갈등 상황을 촘촘하게 쌓아 놓은 뒤 이리저리 뒤섞다가 해체하는 작업을 반복해왔다. 그의 대표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년), ‘세일즈맨’(2016년) 등에서는 그냥 지나칠 법한 일상의 빈틈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파라디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답을 내놓지 않는 편이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언제나 막막하고 불편하며, 난감한 교착 상태에 빠진다. 어떤 선택이 옳은 건지 분명히 하지도 않고, 특정 판단을 긍정하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카메라로 찍어내면서 인간의 내면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편, 오는 15일 개봉하는 ‘어떤 영웅’은 현재 아이디어 도용 시비에 휘말려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영화로 남게 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 ‘이니셰린의 밴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부산 국제영화제 등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내전이 진행되는 1920년대 아일랜드의 이니셰린 섬. 누구보다도 친하게 지냈던 두 남자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한 사람의 절교 선언으로 인해 평화롭고 조용했던 마을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친구를 놓을 수 없는 남자, 어떻게 해서든 친구를 떼어놓으려는 남자가 뒤엉키면서 갈등 상황이 복잡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언제나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채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영화는 미끄러지거나 뒤틀리고 어긋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과 감정, 생각들에 관해 정교한 이야기를 구축해놓았다. 마틴 맥도나 감독은 이미 인간의 다채로운 내면을 들췄던 전작 ‘킬러들의 도시’(2008년), ‘세븐 싸이코패스’(2012년),  ‘쓰리 빌보드’(2017년)를 통해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런 면모가 이번 영화에서도 여실히 발휘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이번 작품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을지 비교해보는 일도 영화에 대한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출연진을 살펴봐도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킬러들의 도시’에서 합을 맞췄던 감독의 페르소나인 콜린 패럴과 브렌던 글리슨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두 배우 모두 감독의 디렉팅 아래에서 팔색조 같은 매력을 보여주기에 연기 앙상블 역시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수원 책고집, 18일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초청GV 열어

영화 ‘다음 소회’의 정주리 감독이 수원 인문독서공동체 책고집(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74)에서 관객과 만난다.  책고집은 오는 18일 오후 6시 열리는 하우스 강연에 최근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있는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을 초청한다. 하우스강연은 무료이며 문의 및 참여 신청은 책고집 사무국으로 전화하거나 책고집 공식밴드로 하면 된다.  올 2월 개봉한 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음 소희’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제75회 칸영화제에 출품해 한국 영화 최초로 국제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격 공개된 뒤 평단과 관객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사회에서 그동안 외면했던 문제를 다루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입법을 추진 중이고,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앞다퉈  ‘다음 소희’에 관한 감상평 등을 SNS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정주리 감독은 2014년 장편영화 ‘도희야’로 데뷔해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 감독상과 들꽃영화제에서 시나리오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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