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한극장이 14일 재개관 5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다. 멤버십 카드를 제시하면 14일 하루 모든 영화를 5천 원에 관람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 액정 클리너를 증정한다. 또 '행운의 티켓' 이벤트를 펼쳐 즉석 경품 추첨을 통해 PMP, DVD플레이어, 커피메이커 등을 선사한다. ○…서울 종로 스폰지하우스는 14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From Sponge To Sponge 2006'을 개최한다. '메종 드 히미코' '콘스탄트 가드너' '라스트 데이즈' '녹차의 맛' '길' '아주 특별한 손님' 등 올 한해 스폰지하우스에서 소개됐던 인디영화 화제작 35편을 다시 상영한다. 매일 2회씩 4주일간 상영이 계속된다. 상영 스케줄은 홈페이지(www.spongehous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작 중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왕의 남자’가 꼽혔다. SBS ‘뉴스엔조이’와 영화 포털 ‘시네티즌’은 10일 전국 성인남녀 693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여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올 흥행영화는 무엇이라 생각하나”라고 물은 결과 ‘왕의 남자’ ‘괴물’ ‘타짜’ 순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38.6%가 ‘왕의 남자’를 작품성 1위로 꼽았고,한국영화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괴물’은 25.1%,타짜는 10.6%였다. 4위는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9.3%)와 공지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9.3%)이 함께 차지했다. 지역별로 대전·충청·호남에선 ‘왕의 남자’,수도권·부산·경남에선 ‘괴물’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연령별로는 모든 연령대에서 ‘왕의 남자’가 1위였고,괴물은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번 조사의 표집오차는 95%이며 신뢰수준은 ± 3.72%다.
영국 출신 가브리엘 레인지 감독의 '대통령의 죽음'은 현직 미국 대통령의 암살이라는 선정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올해 10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31회 토론토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이 영화는 취임 이후 잇단 일방주의적 정책으로 전세계에 반미 감정을 자극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암살을 소재로 삼음으로써 부시와 그의 정책을 혐오하는 다중(多衆)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감독을 비롯한 영화의 제작진이 극우세력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가 하면 미국 내 최대 스크린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 극장 체인 두 곳이 상영을 거부하는 등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적 요소와 극영화적 요소를 적절히 혼합했다. 영화에는 실제로 부시 대통령이 등장한다. 그의 실제 연설 장면과 시민과 악수하는 장면 등이 주요 대목에 차용됐으며 부시의 암살 이후 미국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되는 딕 체니 부통령의 실제 모습도 영화에 나온다. 가브리엘 레인지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도 역사적 기록물과 영화적 요소가 실감나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실감 나는 영상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부시가 나왔던 수십만 개의 뉴스 자료들을 모두 찾아보면서 그의 손동작과 말버릇 등 세세한 행동과 의상 스타일 등을 꼼꼼히 분석했다. 영화 속 부시 대통령의 암살 장면은 시카고의 쉐라톤 호텔에서 일어나는 설정이었고, 제작진은 마침 1년 동안 조사했던 자료들 중 부시 대통령이 시카고의 경제인 클럽에서 연설을 했던 장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설정된 부시의 암살 시점은 2007년 12월로, 부시가 경제포럼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시카고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된다. 부시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카고 시민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은 무사히 연설을 마친다. 하지만 부시가 호텔을 떠나는 순간 인근 빌딩에 있던 한 저격수에게 총격을 받게 되고 부시는 급히 병원으로 후송되지만 5시간 만에 사망하고 만다. 대통령을 죽인 범인의 정체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대통령의 죽음으로 혼란과 무질서가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미국 사회를 휩쓴다. 이런 가운데 딕 체니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고 당국은 시리아 출신의 자말 지크리라는 남자를 암살 혐의로 체포한다. 지크리의 유죄가 확정되며 수사는 종결되는 듯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범인이라는 새로운 증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대통령의 죽음'은 부시 대통령 암살이라는 뜨거운 소재를 다루면서 가장 민주적 국가라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가장 반민주적이고 폭력적인 공권력의 행태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영화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주요 등장인물들의 인터뷰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부시의 죽음을 바라고 있는 영화 팬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책이 영화 속에서 자주 언급되기 때문에 국내 관객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으나 등장인물이 '김정일'을 '김일정'으로 발음하는 등 일부 고증상의 실수가 눈에 띄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21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영화 '무사의 체통(武士の一分)'이 12월 첫 주말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무사의 체통'은 개봉 3일 동안 37만7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4억3천660엔(약 35억 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배급사는 목표는 50억 엔. 반면에 영국, 러시아, 인도, 대만, 태국 등 세계 각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던 21번째 007 시리즈 '007 카지노 로얄'은 2위에 그쳤다. '카지노 로얄'은 미국에서도 펭귄들이 노래하는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에 밀려 3주 연속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사의 체통'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젊은 사무라이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로 주인공 기무라 다쿠야는 무사의 명예, 체면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눈먼 사무라이로 분한다. 기무라 다쿠야의 영화 출연은 '너를 잊을 수 없어(君を忘れない)' 이후 10년 만이다. 1위를 지켰던 '데스 노트:더 라스트 네임'은 3위로 밀려났으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아버지의 깃발'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또 '편지' '기사라즈 캐츠아이 월드시리즈' '고마워' '쏘우3' '칠드런 오브 맨'이 6~10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연말연시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아 볼 만한 영화다.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역사적 유물들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완벽하게 재현되고, 주로 미국의 역사가 대부분이지만 세계사의 흔적도 살필 수 있는 데다 부정(父情)까지 곁들였다. 밤마다 전시물이 되살아난다는 기발한 상상력은 새로운 007 시리즈인 '007 카지노 로얄'이 들인 제작비와 똑같은 1억5천만 달러의 돈이 투여되는 막강한 물량공세로 시각적으로 구현됐다. 밀란 트렌크의 동명 그림책을 모티브로 제작된 '박물관이 살아 있다(NIGHT IN THE MUSEUM)'는 왠지 딱딱한 느낌을 주는 박물관을 온갖 소동이 벌어지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부터 발상의 전환을 이뤘다. 그러나 수많은 SF영화에서 봐온 캐릭터들을 한데 집약시켜놓은 듯한 공급 과잉은 영화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움을 무덤덤함으로 바꿔놓는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화려한 볼거리를 따라오지 못하는 게 어른 관객에게는 지루할 수 있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열두 명의 웬수들' 등 코미디 히트작을 낸 숀 레비 감독이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의 벤 스틸러, 전 세계 영화 관객에게 친근한 로빈 윌리엄스, 코미디 장르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오웬 윌슨 등과 의기투합했다. 엉뚱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나 번번이 실패하는 바람에 이혼한 아내와 살고 있는 아들을 만날 기회도 잃게 생긴 래리 데일리. 궁여지책으로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다. 세 명의 나이든 전임자로부터 희한한 매뉴얼을 받는데 첫 근무날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박물관 중앙전시실에 놓여 있던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 살아 움직이고,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중 한 명인 테디 루스벨트 대통령 밀랍 인형이 진짜 루스벨트 대통령으로 환생한다. 그것뿐 아니다. 미국 철도 건설의 산 증인인 카우보이 제레다야는 철도 건설을 위해 로마 시대의 옥타비아누스와 끝나지 않는 전쟁을 벌인다. 거기에 래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위해 달려드는 훈족들은 그를 아연실색케 하고 아프리카관의 사자, 기린, 타조, 원숭이는 박물관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 모든 일은 이집트 파라오관에 있는 보물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무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 명의 야간 경비원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그들이 래리에게 건넨 매뉴얼은 이러한 소동에 대처하는 방법이었던 것. 래리는 아들에게 이 비밀을 알려주고 함께 밤을 보낸다. 그러나 세 노인들이 영원한 삶을 위해 파라오관의 보물을 훔치기로 하면서 래리와 루스벨트 대통령을 비롯한 박물관 전시물의 대결이 펼쳐진다. 전체관람가. 21일 개봉. /연합뉴스
국내에서만 30여만 권이 팔린 일본 스즈키 유미코의 동명 베스트셀러 만화를 영화화한 코미디물 '미녀는 괴로워'는 올 연말 기대작 중 하나다. 누구나 쉽게 공감이 가는 줄거리와 영화 요소요소에 배치된 웃음 유발 장치들, 마지막에 가슴 찡한 감동까지 이른바 '한국 영화의 흥행공식'을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CF로 스타덤에 오른 신인 배우 김아중(24)이 첫 주연을 꿰찬 '미녀는 괴로워'는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세태에서 결코 행복할 수 없는 95㎏의 뚱뚱한 여자가 성형수술을 통해 이른바 'S라인 미녀'로 재탄생하면서 벌어지는 기발한 에피소드를 코믹한 터치로 그렸다. 배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 김아중의 통통 튀는 싱싱한 매력과 함께 이한위, 성동일, 이원종, 김범수, 박노식 등 웃음을 몰고 다니는 조연급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코믹 연기도 볼거리다. 인기 여가수 아미의 립싱크에 대신해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한나는 몸무게 95㎏의 '뚱녀'. 단짝친구인 정민(김현숙)과 삼겹살에 밥 비벼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외모 지상주의가 교리처럼 떠받들여지는 세태에서 그녀에게 사랑이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상상 속의 로망일 수밖에 없다. 매번 짝사랑 남자에게 상처받고 자살까지 생각하던 그녀는 목숨을 건 성형수술을 감행해 미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기적 같은 성형수술을 통해 48㎏의 'S라인 미녀'로 재탄생한 한나는 이름을 제니로 바꾸고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다. 여자 최고의 무기인 미모를 거머쥐게 된 제니는 인기와 함께 평소 짝사랑하던 음반 프로듀서 상준(주진모)의 사랑까지 얻으면서 환희에 찬 나날을 보내지만 미녀답지 않은 엉뚱하고 비굴한 행동으로 주위의 의심을 사게 된다. 혜성같이 등장한 제니에게 인기와 상준의 사랑을 모두 빼앗기고 질투심에 불타던 아미는 의심스러운 제니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쫓다가 결국 그가 한나라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목숨을 건 성형수술을 통해 얻게 된 인기와 사랑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 제니. 결국 그는 첫 콘서트장에서 스스로 성형사실을 고백하는 모험을 감행하는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촬영된 3억 원 규모의 대형 콘서트 장면과 김아중의 프로 뺨치는 노래 솜씨가 볼 만하다. 48㎏의 'S라인 미녀' 김아중을 95㎏의 뚱녀 한나로 그럴 듯하게 변신시킨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의 솜씨도 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양들의 침묵'의 조너선 드미 감독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다. 영화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는 5일(현지시간) 드미 감독이 카터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평화의 전도사(He Comes in Peace)'를 연출하며,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출연한 화제의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를 만든 파티시펀트 프로덕션사가 제작한다고 보도했다. 드미와 촬영팀은 카터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새 저서 '팔레스타인:격리가 아닌 평화를 (Palestine:Peace Not Apartheid)'의 출판기념 순회강연을 쫓아 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찍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20여 권의 저서를 출간한 카터 전 대통령은 이 순회강연회에서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한 방안과 평생의 철학으로 설파해온 인간적인 온정심에 대해 이야기를 할 계획이다. 촬영은 카터의 저서가 서점에 출시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1일 조지아 플레인스의 카터 자택에서 시작됐다. 드미는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사람들의 인터뷰나 발언 위주의 기존 다큐멘터리 방식에서 탈피해 자연스러움과 진실성을 강조하는 실험적인 접근법을 시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드미는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출판기념 순회강연은 종교의 세계가 세계 정치와 만나는 교차점에서 진행된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은 내게 큰 영광이다. 난 그가 대통령이었을 때 그를 매우 존경했으며 대통령직을 떠난 이후에는 더더욱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내가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해주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양들의 침묵' '필라델피아' '찰리의 진실' 등 주로 극영화를 만들어온 드미는 최근 다큐멘터리 제작에 눈을 돌려 지난해 가수 닐 영의 콘서트를 소재로 한 '닐 영:하트 오브 골드(Neal Young:Heart of Gold)'와 지난 2000년 암살당한 아이티의 인권운동가 쟝 도미니크를 소재로 한 '어그로노미스트(Agronomist) '등 인물 다큐멘터리들을 만들어왔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제작을 목표로 하는 파티시펀트 프로덕션사는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제작사다. /연합뉴스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12월의 첫날 첫선을 보였다. 설명이 필요없는 감독 박찬욱과 배우 임수정, 정지훈(가수 비)의 결합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아왔다. 영화는 높은 기대에 부응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신세계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믿는 차영군(임수정 분), 그녀가 사이보그여도 좋다는 박일순(정지훈 분)의 사랑이야기를 주축으로 전개된다. 정상적인 사람이 보기엔 모자라고 이상하지만, 비정상이기에 오히려 더 순수하게 조건없이 (사이보그여도 괜찮을 만큼) 상대를 사랑하는 일순의 사랑은 감동적이다. 단추 풀고 편안히 찍은 ‘실험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5년에 걸친 복수 시리즈와 박 감독의 야심작 ‘박쥐’ 사이에 ‘쉼표’처럼 놓인 영화이자, 비용과 제작기간 단축을 시도하는 HD 프로젝트로 ‘가볍게’ 출발한 영화지만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박찬욱 감독의 설명처럼 ‘베토벤에게 있어 8번 교향곡’처럼 단추를 풀고 만든 덕분인지, 영화는 신선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며 그 가벼움은 관객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8개의 HD프로젝트 중 하나로 쉽게 생각하고 출발했다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박 감독 스스로의 기대치가 높아지진 않았을까. “쉬어가는 의미로 찍겠다는 게 아무렇게나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실험적인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었다. 들이는 돈을 줄여 상업적인 부담을 줄이면, 관객 대다수가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영화더라도 실험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초반부터 무너졌다. 정지훈이 캐스팅되고 임수정이 들어오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사실 배우들도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며 시나리오에 대해 어려움을 드러냈지만, ‘아니다 지금은 이렇게 보이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설득했다. 그 말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고, 관객을 잊을 수가 없었다. 관객이 이 장면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혼란스러워 하면 어떡하나 등의 고민을 하면서 ‘친절’해지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에는 다소 복잡한 스토리 구조와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 박 감독의 ‘친절’한 설명들이 등장하지만, 영화의 신선도와 독특함을 떨어뜨리진 않는다. 임수정 “송강호 선배 말에서 답을 얻었다” 사이보그인 몸이 고장날까봐 음식을 거부하는 영군. 실제로 고구마와 야채 몇 조각으로 촬영 내내 배고픔을 느끼며 연기에 임했다는 임수정의 노력은 사실감 넘치는 사이코 영군을 스크린 위에 만들어냈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 받은 그녀이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성숙한 연기 세계를 지닌 배우로 각인될 것이다. “영군이라는 캐릭터를 만난 것은 내게 큰 행운이다. 굉장히 비현실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영군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 초반에 고민을 많이 했다. 촬영 시작을 알리는 고사 때 송강호 선배가 오셔서 이런 말을 해주셨다. ‘너가 이런 영화, 이런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너가 자유자재로 놀 수 있는 백지 상태의 캐릭터다. 배우가 이런 기회를 만나는 것은 드물다’. 모든 고민의 해결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았다. 덕분에 영화 촬영은 미리 계산해 두지 않고 나를 비워두는 작업이 됐다. 감독님의 요구, 상대 배우와의 호흡, 현장에서 내가 느낀 것을 믿고 따랐다.” 임수정은 이어 영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남녀 성 구분 없이 7∼8세 정도 되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아이 같이 느끼고 아이 같이 행동하려고 했고, 그 결과 오늘의 영군이 있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색다르게 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지훈 “점점 정신이 혼란스러워져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지훈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첫 도전치고는 좀 어려운 캐릭터를 맡았다. 박일순은 신세계 정신병원에서 가장 정상적이기도 하고, 가장 비정상적이기도 한 인물이다. “박일순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 많이 했다. 정신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멜로, 슬픔과 고통 등 여러가지를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다. 답답했다. 이런 장르와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니까 내가 만들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박일순을 만들어 내면서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을까. “제3세계에 빠져 있어야 하는 캐릭터다. 어느 순간 정상이었다가 어느 순간 정신이 혼란스러운 존재다. 고민을 하도 많이 했더니 박 감독께서 ‘아예 시나리오 보지 말고 와라’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순리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했다.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 상대역인 임수정씨나 나나 촬영을 거듭할수록 정신이 혼란스러워져서 자연스런 연기가 가능했다(웃음). 내가 제대로 연기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감독과 스태프들이 판단해 주시리라 믿고 열심히 했다.” 제목 속에 담긴 의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제목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박찬욱 감독은 “일순은 자신이 사이보그라고 믿는 영군의 병, 영군의 망상을 인정하면서 자기가 그 안으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총격 장면에서 일순은 영군의 망상을 공유하게 된다. 상대를 인정한 채로, 죽지 않고 살 수만 있도록 애쓰는 안간힘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 바램을 제목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바이퍼 카메라’를 사용해 비용 절감과 제작 기간 단축이라는 HD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필름 영화의 느낌은 최대한 살려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오는 7일 관객과 만난다.
2001년 말에서 2002년 초로 이어진 겨울은 판타지 영화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계절이었을 것이다. 재미와 스케일을 갖춘 보기 드문 대작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가 연이어 개봉했기 때문. 최소 몇 년간은 겨울마다 이 두 영화의 속편이 연달아 개봉될 것이라는 기대에 판타지 팬들은 한껏 부풀어 올랐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는 소멸된 지 오래고 ‘해리포터’ 시리즈 차기작인 ‘…와 불사조 기사단’은 내년 여름에야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두 영화는 ‘겨울에는 판타지 영화’라는 공식만큼은 남겨뒀다. 올 겨울에도 여전히 판타지 영화 한 편쯤 보고 싶은 관객을 노린 영화들이 개봉 대기 중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21일 개봉되는 것은 판타지와 멜로,액션을 함께 보여줄 한국 영화 ‘중천’(21일 개봉). 정우성 김태희 주연의 이 영화는 동양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판타지와 멜로,액션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자신을 대신해 죽은 연인 소화(김태희)를 구하기 위해 천국과 지옥의 중간계 ‘중천’이라는 공간으로 목숨을 걸고 들어간 퇴마무사 이곽(정우성)의 이야기다. 초현실적인 배경과 액션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예산과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사용됐다. 비록 한국 영화계에서 아직까지 무협 멜로,판타지 등 장르의 흥행성이 검증된 적이 없긴 하지만 ‘무사’로 노하우를 쌓은 제작진,아시아 최고 수준의 의상 소품 음악스태프 등은 기대를 품게 한다. 이미 개봉한 작품으로는 멕시코 출신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든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가 있다. 엄마와 함께 새아버지의 집으로 이사온 소녀 오필리아에게 어느 날 요정이 나타나 “당신은 본래 지하왕국의 공주였고 세 개의 임무를 수행하면 다시 공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 모험이 시작되는 영화. 펼치면 백지 위로 글씨가 나타나는 마법의 책,벽에다 네모를 그리면 문이 되는 분필,손바닥에 붙은 눈으로 앞을 보는 괴물 등 상상력 가득한 사물 및 캐릭터들이 화면 위에 그럴듯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판타지의 사이사이로 보이는 스페인 내전이라는 현실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잔인해 심지가 약한 관객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오는 21일 미국보다도 하루 앞서 개봉하는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이색적인 판타지다. 밤이 되면 박물관 안의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인다는,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할만한 상상을 그려낸 영화. 제작비 1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뉴욕자연사박물관을 재현하고 화석과 표본,박제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감나게 살려냈다. 벤 스틸러와 로빈 윌리엄스 주연.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에라곤’은 중세 유럽의 분위기가 풍기는 배경,실감나는 특수효과와 스케일 등이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다. 전세계적으로 3800만부가 팔린 크리스토퍼 파올리니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1억2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다고. 숲 속에서 전설 속 ‘드래곤’의 알을 발견한 소년 에라곤이 악의 왕이 다스리는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설의 용사 ‘드래곤 라이더’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동서독 분단 시절의 동독비밀경찰 기구인 슈타지를 소재로 한 독일 영화 `다른 사람의 삶'이 유럽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2일 거행된 19회 유럽영화상 시상식에서 슈타지의 동독 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묘사한 `다른 사람의 삶'은 최우수작품상과 함께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에는 이 영화에서 슈타지 요원 역할을 맡은 울리히 뮈헤가 차지했으며 각본상은 이 영화를 감독한 플로리안 헨켈 폰 돈너스마르크가 받았다. 최우수 감독상은 스페인 영화 `볼버'를 감독한 페드로 알모도바르에게 돌아갔다. 폴란드 출신의 거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공로상을 수상했다. 폴란스키 감독은 `피아니스트'로 2003년 아카데미 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유럽영화상 시상식은 독일 베를린과 다른 유럽국가의 수도에서 한해씩 번갈아 가면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