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면'(감독 양윤호, 제작 디알엠엔터테인먼트)의 남녀 주인공으로 김강우와 김민선이 캐스팅됐다. 1일 디알엠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김강우와 김민선은 잔인한 연쇄살인복수극에 숨겨진 충격적 비밀을 파헤치는 스릴러물인 '가면'에서 강력반 단짝 파트너 형사로 호흡을 맞추게 된다. 영화 '태풍태양'과 '야수와 미녀' 등을 통해 개성있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강우는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중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고뇌하는 조 형사 역을 맡게 되며 영화 '하류인생'에서 독특한 매력을 선보였던 김민선은 냉철하고 뛰어난 판단력을 지닌 강력반 홍일점 박 형사 역으로 출연한다. 두 배우는 촬영을 앞두고 성숙한 캐릭터 묘사를 위해 서울 중부경찰서를 방문, 실제 형사들을 인터뷰하고 사격훈련을 하는 등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고 제작사 측은 전했다. 잔인한 연쇄살인복수극에 숨겨진 치명적 미스터리를 담은 스릴러물인 '가면'은 지난해 12월 서울 혜성여자고등학교에서 크랭크인해 현재 50% 정도 촬영을 마쳤으며 올 초여름께 개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 영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다. '유부녀의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심각함이나 진지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비난받아야 될 불륜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행복한 장의사'를 내놓았던 장문일 감독의 '바람피기 좋은날'(제작 아이필름)은 유부녀의 불륜이라는 소재와 함께 김혜수라는 육감적 여배우를 내세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자칫 소재가 줄 수 있는 무거움을 애써 외면한다. 심각한 내용을 싫어하는 최근 국내 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했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 영화는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베드신으로 채우는 불륜관계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은 코미디의 형식을 덧씌웠다. 때문에 베드신도 선정적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코믹하고 장난스럽다. 이는 상황 자체의 사실적 묘사도 묘사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사회적 비난을 피해가려는 제작진의 의도적 연출일 수도 있으나 정작 강렬한 베드신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여간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배우들의 노출이란 것도 겨우 남자 배우들이 상반신을 보여주는 수준이며 김혜수나 윤진서는 상반신조차도 완전히 보여주지 않는다. 그나마 보여준다는 것이 란제리 차림 정도다. 기대를 모았던 김혜수는 '타짜'에도 못미치는 노출신을 보여준다. 만약 파격적인 노출신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 요량이었던 관객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대담하고 명랑한 유부녀 이슬(김혜수)과 내숭 100단의 유부녀 작은새(윤진서)는 컴퓨터 채팅을 통해 각각 대학생(이민기)과 증권맨 여우두마리(이종혁)를 만나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슬과 작은새는 이들의 컴퓨터 채팅 대화명이다. 이슬은 바람핀 남편에 대해 '맞바람'으로 응대하고, 작은새는 대화없는 답답한 부부관계를 벗어나기 위해 채팅을 즐기다 바람으로 까지 이어진다. 이들은 우연히 같은 모텔 옆방에서 불륜을 즐기게 되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슬의 불륜을 눈치챈 그녀의 남편이 경찰관을 대동하고 모텔을 급습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경찰관은 작은새의 남편. 이슬과 대학생은 경찰에 체포돼 끌려갈 뻔 하다가 방심한 틈을 타 도망치고 갑작스런 남편의 출현으로 화들짝 놀란 작은새 커플은 조용히 모텔에서 빠져나온다. 이같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슬과 작은새의 '남편 몰래 불륜'은 계속된다. 두 여자의 대조적인 성격을 드러내보이는 모텔방에서의 톡톡 튀는, 혹은 내숭떠는 대사와 섹스를 대하는 남녀간의 심리차를 코믹하게 묘사한 부분은 나름 재미있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바람피기 좋은날'은 마치 이런 종류의 바람을 많이 피워본 사람이 영화를 만든 것처럼 세부묘사가 충실하고 리얼리티가 뛰어나 현재 바람을 피우고 있거나 과거 바람을 피워본 관객이라면 무릎을 치면서 공감할 부분이 많을 듯 하다. '타짜'로 흥행배우의 반열에 오른 김혜수는 이제는 연기에 관록이 붙었는지 자연스럽고 편안한 유부녀 연기를 보여준다. 윤진서와 남자 배우들의 연기도 그들의 경력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냥 유쾌하고 재밌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소재가 줄 수 있는 무거움과 진지함을 애써 배제한 데서 오는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2월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짐짓 짐작했던 바가 기분 좋게 깨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다.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하지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선입견을 갖기 십상이다. 이들의 이름에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었음에도 전국 관객 420만 명을 불러모은 본격적인 섹스코미디 영화 '색즉시공'이 퍼뜩 떠오르지만 '1번가의 기적'(제작 두사부필름)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웃음을 주는 영화에 그치지 않았다. 영화에는 세 사람이 4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흔적이 담겨 있다. 윤제균 감독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유성협 작가와 만나 가슴 울컥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쉽게 표현한다면 유성협 작가의 섬세한 필체에 윤제균식 웃음이 만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재개발로 인해 곧 사라져야 하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마냥 코미디만 나올 수는 없는 일. 웃음이라는 친근한 무기로 어느 영화보다 가난한 이의 아픔을 쓰라리게, 가난한 이의 꿈을 아리게 표현해냈다. '색즉시공'에서 화제가 됐던 구토 장면이 딱 한번 등장하는 순간까지는 영화의 방향성을 의심하지만 이후 윤 감독은 그건 관객을 향한 트릭이었을 뿐이라고 외친다. 이야기는 세 축으로 진행된다. 재개발 지역에서 안나가겠다고 버티는 달동네 주민을 '쓸어버리기' 위해 1번가를 찾아온 날건달 필제(임창정 분), 동양챔피언이었으나 지금은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아버지를 둔 여자 복서 명란(하지원), 그리고 달동네의 현실을 때론 행복하게,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비참하게 표현해내는 어린 일동(박창익)ㆍ이순(박유선) 남매. 미리 말하자면 관객은 필제와 명란의 삶보다는 일동과 이순의 고단하지만 천진난만한 모습에 더 이끌릴 것이다. 극장을 나오면서 연기 잘하는 임창정과 하지원에 결코 밀리지 않는 어린 배우들에게 감탄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세 축은 1번가를 배경으로 '따로 또 같이' 움직인다. 각각의 이야기를 오롯이 전하면서도 한데 어울려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편집과 음악의 힘이다. 마치 영화는 편집의 예술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수없이 시도되는 교차편집을 통해 인물의 감정선을 또렷하게 만든다. 감정이 과잉상태에 접어들 즈음 빠르게 전환하는 화면과 함께 귀로 먼저 변화를 알리는 이병우 감독의 음악은 강요하지 않고 1번가의 아픔에 동참하게 한다. 재개발이 확정됐으나 나가지않고 버티는 1번가 30여 가구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 파견된 건달 필제는 한심한 동네 수준에 툴툴거린다. 지구수비대와 우주방위군을 자처하는 일동-이순 남매, 하늘을 난다며 지붕 위에서 숱하게 떨어지는 덕구, 1번가 수준에 맞지 않게 고운 옷을 차려입고 다단계 판매회사에 다니면서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려 하는 선주(강예원). 거기에 5전1무4패의 기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당돌하게 동양챔피언을 꿈꾸는 여자 복서 명란까지. 마을을 밀어버리기 위해 온 필제는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영웅이 돼 있다. "KBS 9시뉴스 기자"라는 거짓 전화로 수돗물을 끌어오고,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 명란은 동양챔피언이었던 아버지를 이어 복싱을 한다. 낮에는 주류판매처에서 일하면서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챔피언 방어전을 치르고 난 뒤 몸을 가누지 못한다.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자신이라는 죄책감은 맞아도 아프지 않은 감각을 갖게 한다. 필제는 거칠게 대항하는 마을 주민들을 말로만 겁줄 뿐, 실제 행동은 하지 못한다. 되레 아이들을 보살피고, 명란의 허무맹랑한 꿈을 지켜보는 마을의 관조자가 돼간다. 공장이 싫어 다단계 판매회사에서 허황된 꿈을 꾸는 선주에게는 자판기를 운영하는 태석(이훈)이 다가온다. 일동ㆍ이순 남매는 도망간 엄마를 대신해 보살펴주는 할아버지가 암에 걸리자 암에 좋다는 토마토를 구하기 위해 방울토마토를 심는다. '거지'라고 놀리는 학교 친구들에게 맞서 싸우기도 하지만 친구들이 형을 동원해 괴롭히는 데는 피할 재간이 없다. 이 두 어린아이들이 편견에 가득찬 형들이 던지는 빨간 토마토에 맞는 장면은 내내 가슴에 남는다. 가진 자의 폭거와 꿈틀댈 수조차 없는 약자의 설움, 폭력에 당했음에도 훌훌 털어버려야 하는 현실이 이어진다. 정겹지만 불안함이 공존했던 이들의 삶은 진짜 철거깡패들이 들이닥치면서 파국으로 향한다. 또한 동양챔피언에게 도전한 명란은 링 위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캐릭터 하나하나, 이를 연기한 배우 한 명 한 명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주연과 조연의 고른 호연과 더불어 주연이 아닌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을 때 꽉 찬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적절한 균형감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오던 영화는 현실인지 바람인지 모를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중심을 잃는다. 뒤로 갈수록 느린 속도로 할 이야기를 분명히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서둘러 결말을 지어 끝내버린 인상. 비록 그게 마음 속의 기적일지 모르지만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렸던 이야기를 판타지로 돌려버린 듯한 마무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2월15일 개봉.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첫 작품 '007 살인번호(Dr. No)' 개봉 45년만에 007 시리즈 영화의 국내 상영 금지를 해제, 007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카지노 로열'이 30일 중국에서 개봉된다. 007 시리즈의 21번째 영화인 '카지노 로열' 연출자 마틴 캠벨 감독과 주연배우들인 대니얼 크레이그, 에바 그린 등은 '역사적인' 007 영화의 중국 개봉에 즈음해 29-30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기념활동을 벌인다. 007 시리즈는 1962년 10월 '살인번호' 개봉 이후 45년 동안 21편까지 제작돼 숀 코너리를 비롯한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 등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세계를 풍미했었다. 그러나 세계 영화 사상 가장 성공한 첩보영화 시리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007 영화는 중국의 까다로운 외국영화 검열 규정 때문에 앞서 제작된 20편 가운데 단 한 편도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상영되지 못했다. '카지노 로열'은 영국 정보국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는 제임스 본드가 풋내기 스파이에서 영웅적인 정보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작년 11월 구미지역 개봉 이후 전 세계에서 이미 5억달러 이상의 입장료 수입을 올렸다. 작년 11월16일 런던 오데온극장에서 열린 '카지노 로열'의 세계 첫 시사회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부군 필립 공과 함께 참석, 캐스팅 과정에서 말이 많았던 크레이그 등 출연자들과 제작진을 격려했었다. 6대 제임스 본드인 크레이그는 내년에 제작되는 22번째 007 영화에도 계속 출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기존 할리우드 영화들의 패러디 장면들이 이어지며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영화 '에픽 무비(Epic Movie)'가 주말 흥행 1위로 개봉했다. 26~28일 북미지역 주말 박스오피스 잠정집계에 따르면 10여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해 MTV 쇼와 패리스 힐튼을 패러디한 '에픽 무비'가 사흘 동안 1천92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역시 같은 개념의 패러디영화 '데이트 무비'로 흥행에 성공했던 20세기폭스사는 이번에도 저예산으로 10대 청소년들의 취향에 맞는 패러디영화를 내놓아 다시 한번 첫 주말에 영화제작비에 가까운 흥행수입을 올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2위는 어두운 코미디영화 '스모킹 에이스(Smokin' Aces)'가 차지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술사로 일하는 바디 에이스 이스라엘이 자신이 속한 범죄 조직의 정보를 FBI에 흘리자 조직 보스가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그의 목에 내걸고 7명의 킬러를 불러모으며 벌어지는 줄거리의 액션 코미디로 사흘 동안 1천43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3위 역시 코미디가 차지했다. 벤 스틸러 주연의 판타지 코미디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사흘 동안 950만 달러를 보태면서 6주간의 2억1천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벤 애플렉의 부인으로 지난해 출산 이후 처음 영화에 출연한 제니퍼 가너 주연의 '잡고 놓아주고(Catch and Release)'는 800만 달러로 4위에 올랐고, 지난 2주 동안 1위를 차지했던 '스톰프 더 야드'는 780만 달러로 5위로 떨어졌다. 6~9위는 아카데미상 후보들이 차지했다. 8개의 후보지명을 얻어내고도 작품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한 뮤지컬 '드림걸즈'가 660만 달러로 6위에 랭크됐으며, '행복을 찾아서'(500만 달러),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450만 달러), '더 퀸'(4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10위는 36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스릴러 '히처(The Hitcher)'에 돌아갔다. /연합뉴스
일본인들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사무라이'로 대표되는 일본인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한국인과의 정서적 교감이 쉽지 않을 듯 보이나 바른 정신을 정립하려는 인간을 담은 만큼 공감대 차이는 큰 문제는 아니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2003년 일본 영화계를 뒤흔든 작품이다. 그해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을 비롯해 총 13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제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는가 하면, 2004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혼돈의 막부(幕府) 말기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 민초와 사무라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 한 점이 눈에 띈다. 과장도, 화려한 수사어구도 없지만 진심이 전해지는 느낌. 이는 노감독의 인생관이 드러났기 때문인 듯하다. 야마다 요지 감독은 1969년부터 1995년까지 총 48편의 시리즈로 만들어져 일본의 대표적 홈코미디 영화로 큰 인기를 모았던 '남자는 괴로워'를 만들었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그의 77번째 작품으로 처음 도전한 시대극. 19세기 중ㆍ후반을 배경으로 해 구상에만 10년, 시대고증에 1년을 할애한 그의 역작이다. 일본 시대소설의 1인자로 평가받는 후지사와 슈헤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누드집을 발간하며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미야자와 리에가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것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구치 세이베(사나다 히로유키 분)는 아내를 폐병으로 잃고 두 딸과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하위 무사. 생활고로 인해 동료들과 술 한잔 못하고 곧장 집으로 향해 부업까지 하지만 가난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뛰어난 스승을 사사해 칼솜씨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살생을 하지 않으려는 그는 혼돈의 시대에도 묵묵히 청빈한 삶을 이어간다. 집안 어른은 집에서 일하는 여자가 필요하다며 재혼을 권유하지만 여자에게 사랑도 없는 결혼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거절한다. 친구 이누마의 여동생 도모에(미야자와 리에)는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이혼 후 친정으로 오고,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세이베의 집에 종종 찾아온다. 도모에는 두 딸을 살갑게 보살피는 한편 가사를 도와주며 연정을 키운다. 이누마는 세이베에게 도모에와의 결혼 의사를 묻지만 세이베는 "부잣집 딸이 가난한 집에 오면 두고두고 후회한다"며 현실의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 역시 조심스레 거절한다. 한편 세이베는 마을 지주로부터 후계자 반대파의 칼잡이 요고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살생을 하지 않으려는 세이베는 이를 거부하지만 가족을 위해 할 수 없이 길을 떠난다. 씨네큐브, CQN, CGV상암 등 3개관에서만 만날 수 있다. 2월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할리우드 아역스타 다코타 패닝이 주연을 맡은 영화 '샬롯의 거미줄'은 1952년 출간된 이래 4천500만 부 이상 팔린 E. B. 화이트의 동명 동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하지만 다코타 패닝은 이 영화에 나오는 몇 안되는 '인간 주연'이고 영화의 진짜 주연은 의인화된 거미인 샬롯과 돼지 윌버이다. '샬롯의 거미줄'은 동물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는 설정으로 돼 있는 '동물 영화'다. 줄리아 로버츠(거미 샬롯), 로버트 레드퍼드(말 아이크), 오프라 윈프리(거위 거시), 앙드레 벤저민(까마귀)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주요 동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해 눈길을 끈다. 다분히 유명 스타들의 '티켓 파워'를 염두에 둔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는 지나치게 아동 취향으로 연출돼 어른들이 보기엔 상당히 지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아주아주 착하고 온기가 흐르며 아동들의 선의를 결코 배반하지 않는 굴곡 없는 줄거리와 결말로 이뤄져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일반 돼지들보다 작게 태어나 태어나자마자 도살될 위기에 처한 돼지 윌버가 철부지 주인집 딸(다코타 패닝)의 보살핌으로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되고, 겨울이 되기 전에 햄이 될 운명이었지만 거미 아주머니 샬롯의 도움으로 농장의 자랑이 된 뒤 두 해 겨울이나 더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평온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목가적이고 따뜻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느슨하고 평이해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을 비롯한 의인화된 동물들이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나름대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자칫 관객은 다코타 패닝이라든가 줄리아 로버츠, 오프라 윈프리 등의 '이름값'에 혹해 영화를 보고싶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런 판단은 삼가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그보다는 본인이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동 취향의 착한 영화에 관심이 있는 타입인지 아닌지를 가지고 관람 여부를 판단한다면 자칫 영화를 보고 나서 돈이 아깝다는 실망은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녀들이 보고 싶다고 성화를 부린다면 본인의 판단과는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집에서 개나 고양이, 돼지 등의 동물을 키우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감회가 남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2월8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왕의 남자'가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대열에서 탈락했다. 미국 아카데미위원회는 가장 먼저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들을 발표했다. 아카데미위원회는 오는 23일 발표될 제79회 아카데미영화상 부문별 후보 지명을 앞두고 외국어영화상 부문의 1차 후보로 알제리의 '영광의 날들', 캐나다의 '워터', 덴마크의 '애프터 더 웨딩', 프랑스의 '애비뉴 몽테뉴', 독일의 '다른 사람들의 삶', 멕시코의 '팬의 미로', 네덜란드의 '블랙 북', 스페인의 '귀향', 스위스의 '비투스'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5편이 최종 후보에 오른다. 올해 예비 후보 9편은 아프리카의 알제리 영화를 제외하곤 모두 북미 및 유럽지역 영화들로 한국 등 아시아 영화들이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외국어영화상에는 한국을 비롯한 61개국이 자국의 대표작 한 편씩을 출품했다. 아카데미위원회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일본어로 찍은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게 외국어영화상을 시상한 골든글로브상과 달리 이 영화가 실질적으로 미국 제작영화이기 때문에 제외했으며,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도 같은 이유로 제외했다. 이번에 선정된 9편의 1차 후보들은 대부분 외국영화제 등에서 이미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은 2월25일에 열린다. /연합뉴스
산 사람을 붙잡아 눕혀놓고 칼로 그의 가슴을 가른 뒤 심장을 도려내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손으로 들어올리고 환호한다. 산 채로 자신의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희생자는 끔찍한 공포와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멜 깁슨의 서사 액션 영화 '아포칼립토'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마야 문명이 쇠락하던 때를 배경으로 마야인들의 원시적 삶과 (서구문명의 시각으로 보자면) 야만적 문화를 극사실주의적 시각으로 그려낸 '아포칼립토'는 이처럼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멜 깁슨 감독의 또하나의 문제작인 '아포칼립토'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마야문명의 원시성과 야만성에 대한 지나치게 사실적 묘사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마야문명이 쇠락해가던 시기, 평화로운 부족 마을의 젊은 전사 '표범 발'은 가족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잔인한 전사들로 구성된 다른 부족의 침략자들이 마을을 습격해 대부분의 부족민을 학살하고 젊은 남녀를 포로로 잡아 그들의 왕국으로 끌고 간다. '표범 발'은 이 혼란 속에서 임신한 아내와 어린 아들을 깊숙한 우물에 숨겨놓고 자신은 인질로 끌려가게 된다. '표범 발' 일행이 끌려간 곳은 여자들은 경매를 거쳐 노예로 팔려가고 남자들은 산 채로 심장을 도려낸 뒤 제물로 바쳐지는 마야문명의 번창한 도시다. 끔찍한 죽음을 눈 앞에 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표범 발'은 우물 속에 숨겨둔 가족들을 구출하기 위해 마을로 돌아가려 하지만 최강의 전사들로 구성된 추격대는 그를 결코 편하게 놓아주지 않는다. 울창한 밀림 숲 속에서 긴박하게 전개되는 추격신은 이 영화가 선사하는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다. 서로 죽느냐 죽이느냐의 기로에 선 추격대와 '표범 발'의 목숨을 건 추격전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 영화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야만문명을 서구인의 관점이 아닌 야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함께 호흡한다는 점이다. 가령 할리우드식 서부영화가 서구인들이 야만의 땅에 들어가 야만인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문명을 심는다는 시각으로 만들어졌다면 '아포칼립토'는 야만인들의 눈으로 야만인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함께 느끼고 호흡한다. 모든 대사를 영어가 아닌 마야어로 처리한 것도 멜 깁슨의 이같은 의도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영화는 십자가를 든 서구인들이 해안에 상륙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마야문명을 멸망으로 이끈, 지금까지의 살육의 규모와는 비교가 안되는 서구인들에 의한 원주민들의 대량학살을 암시하는 결말이라 할 수 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도 그랬지만 다른 영화 제작자들이 감히 생각지도 못한 소재를 영화화해 과도할 정도의 극사실적 고증과 연출을 통해 역사에 대한 채색된 시각에 철퇴를 가하는 멜 깁슨의 도전정신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과 야만문명에 대한 사실적 묘사에 치중한 나머지 영화의 플롯이 어딘지 모르게 채 봉합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포칼립토'는 최근 개봉된 어떤 영화보다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다만 심장이 약한 관객은 보지 않는 것이 좋을 듯. 2월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드러내놓고 '스와핑'을 다룬 영화가 제작된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감독 정윤수, 제작 씨네2000)는 엄정화, 박용우, 이동건, 한채영으로 주연 진용을 갖추고 2월 초 크랭크 인한다. '지금 사랑하는…'은 결혼 3년차 두 커플이 상대와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급기야 연인으로까지 발전되는 과정과 그 이후 선택을 그린다. 한마디로 스와핑인 셈이다. 엄정화-박용우 커플은 연애 5년에 이은 결혼 3년차로 힘겹게 살지만 사랑이 넘치는 부부로 등장한다. 이동건-한채영은 불과 2개월간의 연애 후 결혼한 3년차 부부. 모든 게 여유로우며 결혼과 연애는 별개인 신세대 커플이다. 이들 부부가 서울과 홍콩에서 각각 상대 파트너와 관계를 갖고 그 우연한 만남이 위험한 관계로까지 발전되는 것. '예스터데이'의 전윤수 감독이 연출을 맡아 파격적인 주제인 만큼 코믹하고 유머러스한 대사와 상황으로 풀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