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작 영화 전성시대 '활짝'

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 흥행에 성공하면서 고질적인 시나리오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영화계에 빛을 던져주고 있다.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일본 스즈키 유미코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코미디물 '미녀는 괴로워'가 지난달 14일 개봉한 이후 보름여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는 국내에서만 30여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전신성형수술을 통해 못생긴 '뚱녀'가 절세의 팔등신 미녀로 거듭나면서 발생하는 기발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많은 영화 전문가들은 '미녀는 괴로워' 등 이미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일본 만화의 경우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 묘사가 뛰어나 쓸 만한 시나리오가 턱없이 부족한 국내 영화계 실정에서 좋은 시나리오 소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개봉돼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타짜'도 원작이 만화인 영화다. 허영만 원작 만화인 '타짜'는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도박꾼 세계에 대한 빼어난 심리묘사로 영화화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 '타짜'의 흥행 성공도 원작의 뛰어남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한중 합작영화 '묵공' 역시 수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히데키 모리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 영화의 흥행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원작 만화의 뛰어난 작품성이 영화의 완성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도 미네기시 노부아키의 인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쇼박스 관계자는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좋은 시나리오"라며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만화 작품을 원작으로 삼을 경우 가장 중요한 조건을 기본으로 갖고 가는 것인 만큼 좋은 영화가 탄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 영화평론가는 "인기 배우나 감독의 '티켓파워'만으로 관객을 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일본 만화의 작품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뛰어난 시나리오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영화계에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 만들어진다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쓸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가 만들어진다. 9일 영화제작사 ㈜비전링크글로벌(대표 이인형)에 따르면 한국, 중국, 미국, 프랑스 등 4개국이 손잡고 5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공동 제작하는 초대형 영화 '멜라니의 바이올린'(가제)이 내년 10월께 전세계에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비전링크글로벌이 기획, 제작을 맡았으며 최근 중국 '장성국제전파책임유한공사'와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또 프랑스 '스튜디오 카날'의 부사장이 지난 연말 방한, 제작과 투자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의 유수 제작ㆍ배급사와도 최종 협의를 앞두고 있다고 비전링크글로벌은 밝혔다. '멜라니의 바이올린'은 아시아판 '쉰들러 리스트'라 불리는 중국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휴먼 대작 영화. 기존의 한국 영화계가 아시아 지역과의 합작 프로젝트에 치중해왔던 데 반해 이번 '멜라니의 바이올린'은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과 프랑스까지 전세계로 영역을 넓힌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비전링크글로벌은 설명했다. 아직 감독과 주연 배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과 특A급 배우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태프 역시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피아니스트' 등에 참여했던 유명 스태프들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비전링크글로벌은 덧붙였다. 음악은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재미교포 출신 지박이 맡기로 했다. 비전링크글로벌 관계자는 "'멜라니의 바이올린'에는 제작 규모면에서 국내 합작사상 최대 제작비인 500억 원 가량이 투입될 예정으로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라며 "안정적 수익구조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판권을 선판매하는 할리우드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 촬영 전에 제작비를 전액 회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멜라니의 바이올린'은 나치 파시스트의 종족 학살을 피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上海)로 도망 온 세계적 명성의 유대인 바이올린 연주가 레란트 바이센도르프가 상하이에서 제자로 맞이한 중국인 루샤오양과 함께 음악을 통해 핍박받는 동포들에게 희망과 자유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는 줄거리다. /연합뉴스

“서기 누드,유포됐다∼” 영화홍보 이렇게까지 해야돼?

영화 ‘조폭마누라3’에 출연한 대만 배우 수치(한국식 발음은 서기·舒 淇)의 데뷔 시절 누드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자 제작사측이 이 사실을 보도자료 형태로 작성해 각 언론사에 일제히 배포했다. 이에 외국 여배우의 누드 동영상 유포 사건을 영화 홍보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조폭 마누라3’ 제작사 현진씨네마의 홍보대행 업체는 7일 각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는 ‘조폭 마누라3’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치의 데뷔시절 누드 동영상과 사진이 급속도로 유포되자 흥행 차질이 우려돼 제작사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노출 연기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갖고 있는 수치가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우려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자료에서 영화사나 수치의 입장을 고려해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구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언론매체가 동영상 유포 사실을 기사화하기 편하도록 '기사체'로 작성돼 있었다. 일부 언론은 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기사화하기도 했다. 이에 영화계 일부에선 제작사측이 누드 동영상 유포 사실을 언론을 통해 더욱 알림으로써 교묘하게 영화를 홍보하려는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치의 누드 동영상이 돌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 영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제작사가 자료에서 밝힌 것처럼 수치가 이 영상물에 극도로 거부감을 갖고 있음은 영화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19세 때 연예계에 데뷔하며 찍은 동영상과 누드사진은 한동안 인터넷에서 논란 거리가 된 뒤 비교적 잠잠해진 상태였다. 수치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우려되는 내용을 영화사측이 오히려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려 다시 한번 이슈로 부각시킨 꼴이 됐다.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 분석해보니…자립형부터 의존형까지

지난 연말 개봉작부터 ‘오래된 정원’ ‘언니가 간다’ ‘허브’ 등 1월 개봉작까지 여성의 비중이 높은 영화들이 부쩍 많아졌다.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로서의 여성 캐릭터는 아무래도 남성의 보조자에 머물 때보다 강한 개성을 갖기 마련. 그 가운데는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도 있지만 여전히 의존적이고 미성숙한 여성들도 있다. 최근 영화들 속에 그려진 여성 캐릭터를 형태별로 분류해본다. 자립형 지난 4일 개봉된 ‘오래된 정원’의 한윤희(염정아)는 군계일학이라 불러도 될 만큼 두드러진 여성 캐릭터를 지녔다. 19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미술 교사(영화 후반부에는 대학 강사) 한윤희는 모든 면에서 주체적인 인물. 민주화운동 경력으로 도피 중이던 남자 오현우(지진희)를 숨겨주고,그와 연인이 되고,그가 떠난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등 모든 과정에서 한윤희는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한다. 심지어 오현우에게 딸의 존재를 알리지도 않을 정도. 그뿐 아니라 학생운동에 나서는 대학생들과 소통하는 장면들을 통해 영화는 한윤희가 시대의 어둠을 피하거나 그에 압도당하지 않았음을,오히려 그 아픔을 감싸고 위로하면서 시대를 뚫고 나갔음을 보여준다. 한윤희의 비중은 황석영의 원작보다 더욱 커졌다. 임상수 감독은 “1980년대를 후회없이 잘 살았던 사람으로서 한윤희를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는 25일 개봉되는 미국 영화 ‘미스 포터’에서도 시대를 앞서간 여성을 볼 수 있다. ‘피터 래빗 이야기’라는 그림책을 만든 19세기 영국 여성 베아트리스 포터(르네 젤웨거)를 그린 작품. 당시 여성들이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은 반면 포터는 재능을 살려 역사에 남을 그림책을 만들었고 가족의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사랑을 따라 초라한 배경의 남자를 택한다. 성장형 11일 개봉되는 ‘허브’의 주인공 차상은(강혜정)은 일곱 살 지능을 가졌다는 특징 때문에 얼핏 의존적으로 보이지만 따져보면 누구 못지 않게 강인한 인물이다. ‘바보 취급하는 사람은 팔을 깨물어줘라’는 등 혼자 살아갈 방법을 꾸준히 가르쳐온 엄마(배종옥) 덕에 상은은 당당하게 살아간다. 엄마가 곁을 떠나는 아픔을 겪으면서 더 성숙해져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서려고 애쓴다. 한창 인기몰이 중인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김아중)도 영화 초반에는 자기 비하로 괴로워했지만 후반에 가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성장형 캐릭터다. 의존형 4일 개봉된 ‘언니가 간다’의 정주(고소영)는 그야말로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물. 서른이 되도록 18세때 첫사랑의 실패에 연연해하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고서도 겨우 한다는 시도가 첫사랑 상대를 바꾸려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만난 자신(조안)이 털어놓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라는 고민은 귓등으로 흘리고 훗날 부자가 될 남자 태훈(유건)과 엮어주려는 것에만 핏대를 올리던 정주. 결국 현실로 돌아가서도 의상실에서 잡일을 하는 처지는 마찬가지지만 태훈의 사랑을 얻었다는 데 만족한다. ‘중천’의 소화(김태희) 역시 다분히 의존적이다. 중천이라는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영체를 수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음에도 퇴마 무사 이곽(정우성)의 도움 없이는 한 고비도 못 넘기고 쩔쩔매는 모습만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울다가 웃다가…영화 ‘허브’의 눈물+웃음 제조법

‘허브’, 그저 일곱살 정신연령을 지닌 상은이(강혜정 분)와 아픈 딸을 두고 눈 감아야 하는 엄마(배종옥 분)가 관객의 눈물샘을 지독히 자극하는 영화겠거니 했다. 오해였다. 장편영화가 겨우 두 번째인 허인무 감독, 관객 울렸다 웃기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눈가를 휴지로 콕콕 찍고 있는 사이 난데없이 웃음 폭탄을 날려 깔깔 웃게 만든다. 울려도 ‘질질 짜도록’ 하는 게 아니라 깔끔하고 상큼한 눈물을 뽑아 낸다. ‘허브’의 눈물 제조법 3일 저녁 9시 서울 종로 필름포럼에서 열린 일반시사회 관객이 처음 눈물을 쏟은 부분은 종범이 오빠(정경호 분)에게 첫눈에 반한 상은이가 실연했을 때다. 감당키 어려운 상처로 힘겨워 하는 상은이가 시리고 먹먹한 가슴을 흰밥으로 채우는 장면이 보는 이를 울렸다. 또 하나,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상은이가 세상 속 유일한 버팀목인 엄마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큰 비밀인 죽음에 대해 알아가고,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가슴 저리다. 상은이가 사랑에 대해 알아가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눈물 공장의 제조 라인이다. 물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정말 일곱살처럼 보이는 강혜정의 호연과 탄탄한 연기력의 배종옥이다. ‘허브’의 웃음 제조법 영화 ‘허브’에는 정신지체 상은이 외에도 좀 엉뚱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상은이의 사랑, ‘꼴통’ 공익요원 종범이 오빠다. 원인은 다르지만, 사람과 세상에 대해 솔직하게 반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겉치레를 아는 평범한 우리들이 보기엔 좀 모자라고 엉뚱하게 비쳐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웃음을 논하며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영란이, 승현이다. 허인무 감독의 전작 ‘신부수업’의 하지원과 권상우를 어린 시절로 옮겨놓은 듯, 승현이는 극중에서 신부님으로 불린다. 상은이가 정신연령 일곱, 육체나이 스물이라면 영란이는 그 반대다. 보통 영화에선 어른들이 소화할, 세상 다 산 듯한 대사들을 내뱉는 두 아이의 모습은 ‘우리의 자화상인가’ 뜨끔하기에 앞서 커다란 웃음을 선사한다. 누가 ‘바보’라고 하면 꽉 물어버리는 상은이, 허브를 좋아하다 못해 화투 흑사리 껍데기에 집착하는 설정도 불쑥불쑥 튀어나와 웃음을 생산한다. 반복 재생으로 인한 식상함과 지루함 없이, 적절한 타이밍에 맛깔스런 양념으로 사용했다. 정신지체아의 유쾌한 성장기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꿈에 그리던 ‘왕자님’ 종범 오빠를 발견한 상은이, 상은이가 국제변호사인 줄 아는 종범. 오해로 시작된 종범의 사랑은 모진 이별을 고하는 듯하더니 상은이의 순수함에 이끌려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종범을 결사반대하는 이가 있었으니 상은이의 엄마다. 모자란 딸을 혼자 두고 가느니 누군가 곁에 세워두고 가는 게 낫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다. 천만의 말씀이다. 상은이에 대한 종범의 마음을 순수하게만 볼 수 없는 엄마는 사내의 불장난에 딸이 상처 입기보다는 꿋꿋하게 홀로서기를 바라기에 이별을 종용한다. 상은이는 세상을 떠나는 엄마 말을 들어야 할까, 처음으로 찾아온 사랑을 택해야 할까. 뻔한 듯하지만, 다소 의외의 답이 숨겨져 있다. 둥글둥글한 돌들이 만드는 합주 ‘허브’에는 배종옥을 비롯해 이원종, 이미영 등의 중견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강혜정과 정경호에 비하면 대선배인 이들은 연기력 자랑을 하거나 극적인 표현을 앞세워 튀지 않는다. 모두가 편안하고 여유롭게 보인다. 기본기를 갖춘 배우답게,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며 영화의 큰 바퀴를 돌린다. 이들이 굴리는 마차에 타고 있는 건 강혜정과 정경호다. 몸은 스무살, 정신은 일곱살. 강혜정이 만들어낸 상은이는 정말 그렇게 보인다. 표정이며 말투, 목소리까지 감탄스럽다. 상은이가 종범 오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출을 고민하는 순간 등장하는 장화홍련,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의 캐릭터는 모두 강혜정이 1인 다역으로 소화했는데 재미있는 볼거리다. 특히 ‘혀 꼬부라진’ 인어공주 연기는 압권이다. 정신지체아를 스크린 위에 만들어내는 정극 연기에서 배꼽 쥐게 하는 코믹연기까지 소화하는 그녀를 보노라면 혀가 내둘러진다. 배우들은 나날이 발전하길 바란다는데, ‘다음 번에 더 잘 할 수 있을까’ 강혜정의 차기작이 괜스레 걱정될 정도다. ‘폭력 써클’에 이어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정경호의 안정감 있는 연기와 맑은 미소도 ‘허브’의 매력이다. 상은이가 부딪히는 사회의 벽들에 그녀보다 더 울고 웃는 종범의 모습은 상은이 뿐 아니라 뭇 여성들의 ‘왕자님’이 되기에 충분하다. 상은이를 괴롭히는 폭력녀들을 보며 ‘저녁 밥상에 올라있어야 할 깻잎 반찬들’이라고 거침없이 칭하는 것처럼 영화 곳곳에서 선보이는 유머감각도 유쾌하다. 정신지체아 3급 상은이의 가슴 벅찬 첫사랑, 엄마와의 이별을 통해 어른으로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 ‘허브’는 11일 개봉한다.

<새영화> 원작 이상의 결말 '데스노트 라스트네임'

원작을 넘어선 결말이 인상 깊다. 각색에 공을 들인 성과다. 일본의 인기 만화 '데스노트'를 원작으로 1, 2편을 잇달아 제작한 영화 '데스노트'의 2편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은 '키라' 라이토와 L의 팽팽한 대결을 담고 있다. 전편에서 라이토와 L이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면, '…라스트네임'에서는 둘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진다. 사신(死神)이 인간세계에 떨어뜨린 죽음의 명부 '데스노트'를 주운 천재적 인간이 이를 통해 정의의 심판을 내리려 하고, 이 역시 살인일 뿐이라 여기는 천재탐정이 뒤를 쫓는 내용. 만화 '데스노트'는 일본에서 2천만 부 이상이 판매됐으며, 국내에서도 지난 2년간 판매량 1위로 집계되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 역시 대히트해 일본뿐 아니라 홍콩, 대만 등지에서도 흥행 성공을 거뒀다. 지난 11월 개봉한 국내에서도 일본 영화로서는 드물게 8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일본 경시청 형사부장이자 키라 추적팀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천재탐정 L(마쓰야마 겐이치)의 허락을 받아 추적팀에 들어온 '키라' 라이토(후지와라 다쓰야)는 L을 제거하기 위한 기회를 노린다. 또 다른 데스노트를 갖게 된 미사의 등장으로 훨씬 더 복잡해진다. 아이돌 스타인 미사는 가족을 죽인 강도의 목숨을 빼앗은 키라에게 열성적인 지지를 보냈던 인물. 미사는 키라를 위해 자신의 수명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가로 '사신의 눈'을 거래한다. '사신의 눈'은 얼굴만 보면 이름과 수명을 알 수 있는 능력. 얼굴과 이름을 함께 알아야만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라이토보다 훨씬 앞선 능력이다. 미사는 라이토를 찾아내고, 라이토는 미사의 능력을 이용해 L을 제거하려 한다. 천재 라이토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미사의 사신 렘은 라이토의 사신 류크와 달리 미사를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마음이 있다. 렘의 마음까지 이용해 라이토가 세운 계획은 착착 들어맞는다. 두 사람을 감금한 L은 라이토의 계략 때문에 증거를 끝내 잡지 못한 채 풀어주지만 두 사람에 대한 의심을 결코 거두지 않는다. 방송국 앵커를 제3의 키라로 지명해 라이토는 감금 상태에서도 여전히 살인을 저지른다. 치밀한 두뇌싸움 끝에 라이토와 L은 정면으로 맞닥뜨린다. 결론을 밝힐 수 없지만 L의 후계자를 등장시키는 원작과 전혀 다른 결말이 오히려 깔끔하다. 정의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 판단으로 혼란스러운 인간의 심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처럼 컴퓨터그래픽으로 태어난 사신 류크와 렘의 캐릭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영화계 스타 마케팅 효과 있나

최근 톱스타를 내세운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흥행의 보증수표'처럼 생각하고 있는 스타 마케팅의 효용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영화계에 따르면 톱스타인 이병헌과 수애를 앞세운 '그해 여름', 다니엘 헤니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Mr.로빈 꼬시기', 한류스타 비와 임수정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정우성ㆍ김태희를 내세운 '중천' 등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국내 영화계에 만연한 스타 마케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개봉한 '그해 여름'은 못 이룬 첫사랑의 아련한 아픔을 밀도 깊게 그린 정통 멜로 영화로 한류스타인 이병헌과 수애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대를 모았으나 30여만 명의 관객만을 끌어모으는 데 그쳐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그해 여름'은 톱스타의 출연도 출연이지만 작품성이나 이야기 구성도 괜찮았던 것을 감안하면 흥행 실패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지난달 7일 개봉했던 'Mr.로빈 꼬시기'는 젊은 여성층으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혼혈 스타 다니엘 헤니의 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으나 7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손익분기점을 넘는 데 실패했다. 이 영화는 어설픈 설정과 이야기 구성, 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막이 나오는 문제점 등에도 불구하고 다니엘 헤니의 여성관객 흡인력을 지나치게 과신했다가 낭패를 보고 말았다. 역시 지난달 7일 개봉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한류스타 비(정지훈)의 스크린 데뷔작일 뿐 아니라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최종 스코어는 73만여 명에 불과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이후 제57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으로 체면을 살리긴 했으나 실험성과 대중성을 어정쩡하게 버무린 듯한 어설픈 내용과 박 감독의 명성을 과신한 듯한 불친절한 구성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화제작 '중천'은 톱스타인 정우성과 김태희가 주인공으로 출연했을 뿐 아니라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세간의 화제가 됐으나 2일 현재까지 144만 명의 관객이 관람하는 데 머물러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중천'이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것이 영화계 내부의 일반적 평가다. 이처럼 '흥행의 보증수표'로 일컬어지는 스타를 앞세운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자 갈수록 몸값이 치솟고 있는 스타 배우들의 효용 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포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 성공에서 볼 수 있듯 굳이 톱스타가 출연하지는 않더라도 외모 지상주의라든가 성형과 같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설득력 있게 영화로 구성하는 기획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더 이상 관객은 줄거리와 캐릭터 빈곤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정하고 있는 작품을 단지 스타가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선호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를 발굴해 영화화하는 전문적 기획력을 강화해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