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죽음을 초월한 사랑 '중천'

정우성ㆍ김태희 주연의 '중천'(감독 조동오. 제작 나비픽처스)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다. '비천무'의 흥행 성공 이후 종종 시도돼 왔으나 국내에서 그다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판타지 액션'이라는 장르에 한국 영화로는 파격적인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었을 뿐 아니라 톱스타인 정우성과 김태희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모든 컴퓨터그래픽(CG)을 처리했고 일본의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사기스 시로가 음악을, 동양인 최초의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에이미 와다가 의상을 담당한 것도 화제가 됐다. 15일 용산CGV 시사회장에서 처음 공개된 화제작 '중천'은 그동안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죽은 영혼들이 49일 동안 머물며 환생을 준비한다는 상상 속 공간인 '중천'을 CG로 재현한 제작진의 상상력과 중국 영화 '영웅'을 연상시키는 빼어난 영상미, 역시 CG로 재현한 마지막 대전투신 등은 압권이었으나 전부터 우려했던 일부 주연 배우의 연기력은 아쉬움을 던져줬다. '중천'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자신을 대신해 죽은 연인을 잊지못한 채 살아가는 퇴마무사 이곽(정우성)은 원귀들의 반란으로 깨져버린 결계를 통해 죽음의 세계인 중천으로 들어가게 된다. 환생을 기다리며 죽은 영혼들이 49일간 머무는 중천에서 죽은 연인과 꿈에 그리던 재회를 이룬 이곽. 하지만 그녀는 모든 기억을 지운 채 중천을 지키는 하늘의 사람인 천인 소화(김태희)가 되어 더 이상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원귀들의 반란으로 중천은 위기에 처하고 중천을 구할 수 있는 영체 목걸이를 지닌 소화는 그들의 표적이 된다. 한편 반란을 일으킨 원귀들이 이승에서 형제같이 지냈던 퇴마무사 동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곽은 사랑하는 소화를 지키기 위해 이제는 막강한 원귀가 되어버린 처용대장 반추(허준호)와 이승의 퇴마무사 동료들과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대결을 펼친다. 영화는 '사랑의 힘이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고전적 결말로 끝을 맺는다. 제작진은 상상 속 세계인 '중천'을 재현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완전한 판타지적 세계로 표현하기보다는 이승과 비슷하면서도 좀더 화려하고 신비로운 색채로 덧칠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좀더 환상적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중천의 세계를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표현한 제작진의 상상력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꽃잎이 가득 쌓여있는 나룻배가 이곽과 소화를 태우고 은은한 불빛이 일렁이는 호수 위에 떠있는 장면과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도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다. 특히 마지막에 이곽이 3만 원귀 대군과 벌이는 대전투신은 국내 CG 기술로 표현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빼어난 압권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한국영화의 발전이 상당 부분 이뤄져 왔음을 새삼 증명한다. 정우성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외로운 무사 역을 맡아 제 몫을 다한다. 하지만 감정몰입이 부족한 듯한 김태희의 연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역부족이다. 영화 초반 몇몇 장면에서는 두 배우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듯한 모습도 눈에 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최고의 미녀'로 평가받는 김태희의 예쁜 얼굴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한 장면이 빈번히 나오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빼어난 영상미와 상상력의 구현에 공들인 티가 역력하지만 이야깃거리의 빈한함과 중천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동떨어진 대사체는 환상의 세계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21일 개봉예정인 '중천'은 같은 날 개봉하는 '007 카지노 로얄' '해피 피트' '박물관이 살아있다' 등 대작 외화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다.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시트콤보다 재미있는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

인기 시트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방송 콘텐츠의 영화화 가능성 때문에 이 첫 시도는 방송가와 영화계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막을 내린 KBS 2TV 인기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감독 김석윤·제작 청년필름 싸이더스FNH)가 영화로 재탄생했다. 영화의 감독은 시트콤 PD가 맡았고 예지원·지현우·김영옥·김혜옥·임현식·우현 등 주요 배역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시트콤은 30대 노처녀 3명과 할머니 3명, 그리고 연하남인 지 PD를 내세우면서 캐릭터 인지에 성공했고 세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시각으로 결혼과 연애에 접근,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년동안 방송됐던 시트콤을 110여분 영화로 재가공하는 게 가장 버거웠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되는 일. 김석윤 감독은 32살 노처녀 미자(예지원 분)의 이야기로 압축했다. 미자와 지 PD의 연애담 사이에 세 할머니들이 젊은이들 못잖은 감각적인 코믹 연기를 선사하고 임현식과 우현은 웃음을 주는 한편 진중히 자리를 지킨다. 편집의 엉성함이 다소 거슬리긴 하지만 웃음의 포인트와 웃음의 한계효용 가치를 아는 감독의 요리 솜씨와 이미 캐릭터를 체득해놓은 능수능란한 배우들의 연기로 이 영화는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는, 대중 취향의 코믹 상업영화로 손색없다. 32살 노처녀 미자. 미자는 세 할머니와 아버지, 외삼촌 등과 함께 살고 있다. 매사에 큰소리 뻥뻥 치는 큰할머니, 사랑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소심한 작은할머니, 공주병 증세가 있는 막내할머니와 딸 시집보내는 게 소원인 아버지,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 하는 외삼촌. 미자는 방송국 성우지만 일도 사랑도 실수투성이다. 키스를 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에 가물거릴만큼 연애와도 담쌓고 산다. 그런 미자 앞에 싸가지 없는 지 PD가 나타난다. 지 PD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미자를 구박하지만 미자는 그런 지 PD에게 꽂힌다. 세 할머니에게도 나름대로의 사건이 벌어진다. 소심한 작은할머니가 표구사 할아버지에게 연정을 품게 된 것. 큰할머니가 동생을 위해 연애 코치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크고 작은 소동들이 일어난다. 기본적으로 코믹 영화지만 사람들의 부조리한 선입견에 대해 촌철살인 격의 일침을 가하는 게 찡한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연합뉴스

다큐 '해녀의 노래', 슬램댄스영화제 진출

이민주 감독(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 교수)이 1인 시스템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해녀의 노래'가 2007년 슬램댄스영화제 단편 다큐멘터리 경쟁부문(Documentary Short Competition)에 진출했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슬램댄스영화제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장려하는 대표적인 영화제 중 하나로 특히 신인 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들의 신작들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장편과 단편, 경쟁과 비경쟁 부문으로 나눠 개최되며 이중 단편 부문은 20여개 국가에서 73편이 초청됐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전문가용 HD(고화질)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해녀의 노래'는 2년 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됐으며 전문 프로덕션이 아닌 예술대학에서 교수의 1인 시스템(기획, 연출, 촬영, 편집)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주 해녀들의 삶과 애환을 그들이 부르는 노래 '이어도 사나'와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표현한 '해녀의 노래'는 내용과 형식이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티 선댄스(Sundance Film Festival)'로 출발한 슬램댄스 영화제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장려하는 대표적인 국제페스티벌.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가 편집상, 김태용ㆍ민규동 감독의 '여고괴담-두번째 이야기'가 촬영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06 대중문화> ③영화

'스크린쿼터 축소와 1천만 관객 시대의 도래.' 2006년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외부 환경 변화와 함께 내부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여러 논란이 야기됐다. '왕의 남자' '괴물'이 차례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연거푸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지만 그로 인해 야기된 스크린 독점에 대한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 와중에 독립영화, 예술영화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며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스타 배우보다는 감독의 역량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던 한 해이기도 했다. '왕의 남자'와 '라디오 스타'의 이준익 감독, '괴물'의 봉준호 감독, '타짜'의 최동훈 감독 등은 작품성을 담보한 상업영화, 즉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어내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실화된 스크린쿼터 축소 1월26일 한미 FTA 협상을 앞두고 한덕수 당시 부총리가 전격적으로 스크린쿼터를 7월1일부터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1966년 도입된 스크린쿼터제도는 한국영화의 의무상영제도로 1985년 연간 상영일수가 3분의1에서 5분의2로 강화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통상 압력과 함께 경제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축소 주장이 일었으나 영화계의 거센 반발로 무마돼왔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재임 시절부터 또다시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한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결국 현실이 되자 영화계에서는 '사활을 건 투쟁' 방침으로 대항했다. 문화부는 곧바로 실효적 쿼터 일수는 현재도 각종 경감조항에 따라 통용돼온 106일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영화산업 지원을 위한 각종 방안을 내놓았으나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축소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다. 2월4일 안성기로 시작해 146일째가 되는 날인 7월3일 임권택 감독으로 마무리지은 1인 시위에는 배우, 감독, 제작자, 스태프 등 영화계 관련인사 172명이 참여했다. 이어 칸 국제영화제에 최민식 등이 해외원정 시위대로 파견돼 스크린쿼터 원상 복귀에 대한 각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으나 스크린쿼터는 7월1일부터 73일로 바뀌어 시행되고 있다.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시위는 농민단체 등과 연합해 한미 FTA 협상 자체에 대한 반대 시위로 확대되기도 했다. 문화부는 지난 10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시행할 영화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영화산업 지원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았다. ◇1천만 관객 시대의 명암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발표된 즈음 한국영화계는 뜻하지 않았던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한껏 고무돼 있던 와중이었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각종 신드롬을 몰고올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9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던 이 영화는 관객의 입소문이 퍼지며 430여 개 스크린으로 확대됐고 상영 112일 만인 4월18일 1천230만1천289명을 모으며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가 갖고 있던 1천174만 명을 넘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섰다. 한동안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이 기록은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개봉하며 단 5개월 만에 경신됐다. 7월27일 무려 전국 63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괴물'은 9월2일 '왕의 남자' 기록을 넘어섰으며 11월14일 최종 1천301만9천740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로써 한국영화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총 4편이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1천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이는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 관객의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함께 멀티플렉스 시대가 열리며 가능해진 일이었다. 이 때문에 1천만 관객 시대는 새로운 그늘과 논란을 야기시켰다. 작년 말 '태풍'이 530개 스크린에서 개봉됐을 당시 스크린 독점 논란이 일었으나 '괴물'이 63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자 본격적으로 그 폐해에 주목하게 됐다. 이어 9월27일 41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던 '타짜' 역시 흥행 성적이 좋자 620개 스크린으로 늘어나며 전국 관객 68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5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고, '가문의 부활'이 5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등 이제 500여 개 스크린 정도를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스크린 수 이상의 멀티플렉스에 예술영화 상영관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거나 한 영화가 한 멀티플렉스에 30% 이상의 스크린 수를 독점할 수 없게 하는 등의 '마이너리티 쿼터'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천만 관객 시대와 함께 '메종 드 히미코' '유레루' 등 일본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에서', 독립영화인 퀴어멜로영화 '후회하지 않아' 등 일명 '작은 영화'들이 3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스타 감독 시대 도래 배우 이름이 아닌, 감독 이름을 보고 선택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물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칭하기도 하며, 스타 감독은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올들어 작품성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일명 '웰메이드 상업 영화'가 잇달아 선보이며 관객은 감독에게도 열렬한 지지를 보내게 됐다. 2003년 '황산벌'로 10년 만에 감독으로 복귀했던 제작자 이준익 씨는 '왕의 남자'의 성공과 함께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게 됐다. '왕남폐인'이라는 열혈 관객의 지지는 이준익 감독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며 웬만한 스타 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등으로 알찬 성과를 거뒀던 유하 감독도 올해 신작 '비열한 거리'를 통해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팬을 확보했다. 봉준호 감독도 단 세 작품을 통해 영화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영화 관계자들에게만 주목받았던 그는 '살인의 추억'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한국영화계의 취약 장르로 꼽혔던 괴수영화 장르에 도전해 한국형 괴수영화 '괴물'을 만들어내 최고 흥행작으로 올려놓았다. 장편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촘촘한 시나리오와 탁월한 편집 기법 솜씨를 선보였던 최동훈 감독 역시 '타짜'를 내놓아 평단의 호평과 함께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은 관객의 주요 선택 기준인 배우와 함께 감독이 비중을 차지할 수 있도록 큰 흐름을 일궈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합뉴스

CJ엔터, 계열사에 영화티켓 구매 제안해 논란

CJ엔터테인먼트가 CJ 계열사에 대해 영화 '중천'의 티켓 구매를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CJ엔터테인먼트는 자사가 투자ㆍ배급하는 영화 '중천'의 21일 개봉을 앞두고 CJ 계열사에 티켓 구매를 제안했고 이에 4개 회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계열사 직원이 '중천'을 인터넷 예매할 경우 영수증을 가져오면 1인당 2장의 비용(1만4천 원)을 사내 직원 복지비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 제안을 담은 사내 메일링이 담당 직원의 실수로 사외로 유출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것. 이에 대해 CJ엔터테인먼트는 14일 "대기업에서 흔히 있는 계열사 상품 구매와 같은 형식으로 CJ엔터테인먼트가 CJ 계열사에 1년에 한두 편 정도 영화보기를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인 회사가 사원 복지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라며 "CJ엔터테인먼트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며 통상 500~1천 명 정도가 참여하므로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CJ측의 입장은 기업의 사내 복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일 뿐 직원들에게 강제로 할당하거나 예매율을 높이려고 표 사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게 분명한 사실. 연말연시와 겨울 방학이 시작되는 12월 성수기에 수많은 영화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계열사들의 이 같은 밀어주기 방식은 편파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대작 '중천'과 경쟁을 벌여야 할 한 영화의 제작사 관계자는 "초반 기선을 잡는 데 개봉 전 인터넷 예매율이 중요한데 몇천 장이 한꺼번에 예매될 경우 예매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고 흥행 분위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대기업의 논리로 보면 사내 복지 차원이겠지만 이 같은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영화사로서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지켜보는 수밖에 없으며, 또한 불공정 경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CJ엔터테인먼트는 문제가 불거지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이 제안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 개봉 전 인터넷 예매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예매율은 개봉 초반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영화사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영화계에서는 예매율을 높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또한 영화관 입장권 전산망이 확대되기 전에는 관객 수를 늘리기 위해 할인 티켓 판매 및 티켓 사재기를 한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나돌았다. 영화 투자 배급에 CJ, 오리온, 롯데 등 대기업들이 나서면서 밀어주기 방식도 좀 더 '조직화'된 것. 이들 회사가 어떤 작품을 밀어주느냐에 따라 개봉 초 분위기가 형성되는 사례가 있기도 하지만 "영화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고, 관객의 입소문이 퍼지지 않으면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 영화인들의 말대로 영화 자체의 힘이 있지 않고서는 이런 전략도 소용없는 경우도 태반이어서 '중천'의 흥행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새영화> 캐릭터 보전 성공한 '올드미스…'

인기 시트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방송 콘텐츠의 영화화 가능성 때문에 이 첫 시도는 방송가와 영화계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막을 내린 KBS 2TV 인기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감독 김석윤, 제작 청년필름ㆍ싸이더스FNH)가 영화로 재탄생했다. 영화의 감독은 시트콤의 PD가 맡았고, 예지원, 지현우, 김영옥, 김혜옥, 임현식, 우현 등 주요 배역이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한영숙 씨가 갑작스레 올 6월 별세해 그 자리를 서승현이 메웠다. 시트콤은 탄탄한 캐릭터가 성공의 제1요건이다. 시트콤 '올미다'는 30대 노처녀 세 명과 할머니 세 명, 그리고 '연하남' 지 PD를 내세우면서 캐릭터 인지에 성공했고, 세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시각으로 결혼과 연애에 접근해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년간 방송됐던 시트콤을 110여 분의 영화로 재가공하는 게 가장 버거웠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되는 일. 김석윤 감독은 32살 노처녀 미자(예지원)의 이야기로 압축했다. 미자와 지 PD의 연애담 사이에 세 할머니들이 젊은이들 못지않은 감각적인 코믹 연기를 선사하고, 임현식과 우현은 웃음을 주는 한편 진중히 자리를 지킨다. 편집의 엉성함이 다소 거슬리기는 하지만 웃음의 포인트와 웃음의 한계효용 가치를 아는 감독의 요리 솜씨와 이미 캐릭터를 체득해놓은 능수능란한 배우들의 연기로 이 영화는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는, 대중 취향의 코믹 상업영화로 손색없다. 거기에 감독이 주장하고 싶었을 노처녀(미자), '백수'(미자 외삼촌)가 아닌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 중압감 없이 담겨 있다. '할머니도 여자'라는 단순한 명제가 담고 있는 메시지도 무리 없이 전달된다. 32살 노처녀 미자. 미자는 세 할머니와 아버지, 외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매사에 큰소리 뻥뻥 치는 큰할머니, 사랑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소심한 작은할머니, 공주병 증세가 있는 막내할머니와 딸 시집보내는 게 소원인 아버지,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 하는 외삼촌. 미자는 방송국 성우지만 일도 사랑도 실수투성이다. 키스를 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에 가물거릴 만큼 연애와도 담쌓고 산다. 그런 미자 앞에 '싸가지없는' 지 PD가 나타난다. 지 PD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미자를 구박하지만 미자는 그런 지 PD에게 '꽂힌다'. 미자는 지 PD의 전화 한 통에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걸로 착각하고, 단 둘이 술을 마시게 되자 진도가 나갔다고 여기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 PD와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던 차에 방송국에서 바람둥이로 소문난 박 PD가 미자에게 심상찮은 접근을 해온다. 한편 세 할머니에게도 나름대로의 사건이 벌어진다. 소심한 작은할머니가 표구사 할아버지에게 연정을 품게 된 것. 큰할머니가 동생을 위해 연애 코치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크고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외삼촌도 풍파를 겪는다. 미자 결혼 밑천으로 마련해놓은 돈을 주식형 펀드에 넣었으나 주가 하락으로 원금도 찾지 못하게 되자 엉뚱한 생각을 품게 되는 것. 기본적으로 코믹 영화지만 사람들의 부조리한 선입견에 대해 촌철살인 격의 일침을 가하는 게 찡한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새영화> 사랑의 기적 '스위트 크리스마스'

영화 중반을 넘어서기까지는 '스위트 크리스마스'가 아닌 '끔찍한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렇게까지 불행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왜 '스위트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이 붙었는지 마지막을 보면 알 수 있다. 참 알찬 영화다. 전국 5개관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게 아쉬울 정도. 작은 영화라고 치기에는 내용이 알찰 뿐 아니라 출연 배우도 쟁쟁하다. 수전 서랜든, 페넬로페 크루즈, 로빈 윌리엄스, 앨런 아킨, 폴 워커까지. 이들 연기파 배우들은 각자의 소임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잔잔한 이야기인 만큼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력이 이야기를 촘촘하게 얽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로즈, 찰리, 니나와 마이크, 아티, 줄스 등 6명의 인물들이 각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지만 서로 얽힌 공간에서 맞부딪친다. 마치 '러브 액츄얼리'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처럼. 크리스마스가 단순히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한 날이 아닌, 성찰의 시간이 되길 이 영화는 바란다. 쓰라린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사무실에 출근하는 로즈(수전 서랜든). 회사 최고의 섹시남인 비서와 데이트를 하게 됐다. 그러나 결국 키스 단계에서 멈춰버린 로즈는 혼자서 쓸쓸히 길을 걷다 시끌벅적한 어느 집에 뭔가에 이끌린 듯 들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니나(페넬로페 크루즈). 니나는 다음주 사랑하는 약혼자 마이크(폴 워커)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행복에 겨웠던 니나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직장 동료와 포옹을 나누는 걸 보고 격해지는 마이크의 질투로 인해 엉망으로 변한다. 니나와 로즈는 카페로 가 이야기를 나누고 로즈는 니나를 위로한다. 다시 혼자 남은 로즈는 카페에서 마련한 '내가 크리스마스가 싫은 이유' 이벤트에 참여해 크리스마스에 막 태어난 아기를 잃었던 순간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가 가는 곳은 수 년 동안 알츠하이머병으로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 니나와 다툰 마이크는 길거리에서 아티(앨런 아킨)을 만난다. 마치 게이처럼 접근하는 아티를 내몰려고 하지만 아티는 절실하게 마이크를 찾는다. 말다툼을 벌이다 아티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는데 그 곳은 로즈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곳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자란 줄스(마커스 토마스)는 어린 시절 병원 응급실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경험한 기억 때문에 팔을 부러뜨리는 자해를 한 후 병원을 찾는다. 그에게는 병원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가장 따뜻한 추억이었던 것. 로즈는 어머니 옆 병실에서 찰리(로빈 윌리엄스)를 만난다. 그리고 깊어가는 밤 강가에서 외로워하던 그의 옆에 어느새 찰리가 나타난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다는 찰리의 진실은 무얼까. 해피엔드일 게 분명해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에 진실성이 가득 묻어난다. 그 진정성이 가슴 속에 충만함을 불러일으킨다. 7주 동안 촬영된 이 영화는 정확히 크리스마스 이브에 끝났다고 한다. 우디 앨런 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에서 치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채즈 팰민테리의 감독 데뷔작이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새영화> 눈과 귀가 흡족한 '해피 피트'

재미와 감동, 거기에 묵직한 메시지까지 덤으로 얻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작품은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꼬마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는 애니메이션이 이 세 가지를 한 묶음으로 담아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점은 애석하지만 할리우드산이면 또 어떤가. 잘 배워서 나중에 써먹으면 될 것을. 지난달 17일 개봉돼 3주간 북미지역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해피 피트(Happy Feet)'의 명성은 말 뿐은 아니었다. 1억5천만 달러(약 1천38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007 카지노 로얄'을 단박에 누른 작품답게 영화의 매력이 처음부터 끝까지 방법을 달리하며 요리조리 헤엄친다. 노래와 춤으로 재미를, 역경을 딛고 일어선 '못난이' 펭귄을 통해 감동을, 펭귄의 식량문제를 통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한다. '해피 피트'에서 우선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펭귄들의 춤과 노래다. 팝뮤지컬 애니메이션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록ㆍ펑크ㆍ오페라ㆍ랩ㆍ가스펠 등과 탭댄스ㆍ탱고ㆍ플라멩코 등 다양한 노래와 춤으로 외피를 화려하게 둘렀다. 일라이저 우드ㆍ브리트니 머피ㆍ로빈 윌리엄스ㆍ니콜 키드먼ㆍ휴 잭맨 등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한 할리우드 스타들은 연기력 못지않게 빼어난 노래 솜씨도 한껏 뽐낸다. 가수 겸 배우 브리트니 머피가 가스펠풍으로 뽑아낸 그룹 퀸의 히트곡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와 로빈 윌리엄스가 스페인어로 '터프하게' 소화한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My Way)'는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털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펭귄의 다이내믹한 율동은 발바닥을 들썩이게 만든다. 실제 댄서들의 몸에 센서를 붙인 뒤 이를 컴퓨터로 옮겨 각각의 캐릭터에 입히는 '모션 캡처' 방식을 통해 구현했다고 한다. 펭귄들의 춤은 프로 댄서의 모습 그대로다. 남극 대륙의 황제펭귄 왕국.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 '하트 송(Heart Song)'으로 구애하는 황제펭귄 사회에서 노래를 못하는 펭귄은 '펭귄' 취급도 받지 못한다. 항상 스텝을 밟을 만큼 춤에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지만 음치인 멈블(일라이저 우드). 엄마 노마 진(니콜 키드먼)은 아들의 탭댄스가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아빠 멤피스(휴 잭맨)는 멈블이 펭귄답지 못하다고 여긴다. 멈블은 왕국에서 최고의 노래실력을 자랑하는 글로리아(브리트니 머피)를 흠모하지만 노래를 못해 구애할 수 없는 자신이 서글프다. 어느 날 춤추는 멈블을 못마땅하게 여긴 왕국의 연장자 노아(휴고 위빙)는 춤이 펭귄왕국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그를 추방한다. 정처없이 남극을 헤매던 멈블은 우연히 아델리펭귄 라몬(로빈 윌리엄스)과 그의 일당을 만난다. 멈블의 현란한 발동작에 매료된 라몬 일당은 구애작전에 도움을 주겠다며 멈블을 설득해 황제펭귄 왕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멈블은 뜻하지 않게 "너 때문에 펭귄왕국의 물고기들이 줄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고, 이후 "물고기가 줄어드는 원인을 꼭 알아내 돌아오겠다"면서 길을 떠난다. '해피 피트'는 '못난이' 펭귄의 성공기다. 가수가 환영받는 사회에서 춤꾼으로서의 천부적 재능을 지닌 멈블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다. 그렇지만 그는 춤으로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델리펭귄 왕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스타가 된다. 세상에는 하나의 잣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영화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의 모습을 멈블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 속 펭귄들의 현란한 스텝은 얼어붙은 겨울 극장가를 녹일 만큼 뜨겁다. 누구에게 추천해도 욕먹지 않을 만한 영화다. 21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NY비평가협 선정 최고 영화에 '플라이트 93'

9ㆍ11 테러사건을 그린 영화 '플라이트 93(United 93)'이 뉴욕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뉴욕비평가협회는 11일(현지시간) 투표를 통해 2006년 최우수작 및 감독, 배우 등을 선정했으며 최우수작은 '플라이트 93'과 '여왕(The Queen)'이 네 차례 투표를 치르는 접전 끝에야 가릴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두 작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다.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여왕'은 비록 최우수상은 놓쳤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역을 맡은 헬렌 미렌이 여우주연상을, 피터 모건이 시나리오상을 수상해 2관왕을 차지했다.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에서 우간다의 악명 높은 독재자 이디 아민 역을 맡은 포레스트 휘태커는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감독상은 '디파티드'를 만든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돌아갔으며 다큐멘터리상은 에이미 버그의 '악에서 우릴 구하소서', 애니메이션상은 조지 밀러 감독의 '해피 피트'가 각각 차지했다. 최고 데뷔작으로는 라이언 플렉 감독의 '하프 넬슨'이 뽑혔다. 한편 최고 외국어영화상은 프랑스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이 1969년에 만든 '그림자 군대'가 차지했다. 만들어진 지 37년이나 지났지만 미국에서는 올해 개봉됐기 때문이다. 남녀 조연상에는 '작은 아이들'의 재키 얼 헤일리와 '드림걸스'의 제니퍼 허드슨이 나란히 선정됐다.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와 전미영화평론위원회가 최우수작으로 꼽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수상작 명단에 들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