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영신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국내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몰려 있는 경기도는 중소기업 지원 ‘최전방’이다.그만큼 기업마다 가진 사정과 고민이 제각기 다르다. 중소기업 정책을 현장에 잘 전파해야 하는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경기도 중소기업계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한 김영신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50)을 지난 10일 만나 도내 중소ㆍ소상공인을 위한 새판짜기 전략을 들어봤다.‘대변인’ 출신인 그가 탁월한 말솜씨를 발휘할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고민하는 데서 지방청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현장 방문을 한 기업체의 기술력과 판매량 등을 모두 기억해 내며 설명하는 눈빛에선 꼼꼼함은 물론 경기도와 기업을 속속들이 알고 파악하려는 열정이 읽혔다. 본청 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중소기업ㆍ중견기업 성장사다리와 관련된 정책과 수출 활성화, 기술개발(R&D) 지원 정책 등을 새롭게 만든 그는 이제 ‘중소ㆍ중견기업의 정책 전도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Q 지난 6일 경기중기청장으로 부임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텐데, 소회가 궁금하다. A 무엇보다 경기도에 빨리 적응하려 하고 있다. 경기도 기업은 업종도 다양하고 지역별로 사업 특성도 확실하다. 판교에는 IT와 첨단산업, 경기북부지역에는 섬유와 가구, 남부지역에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뿌리산업 등이 발달해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산업이 총망라 된 ‘축약판’과 같다. 그만큼 할 일도 물론 많을 거다. 관계 지원기관, 경기도 등과 연계해 중소기업인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 Q 취임 첫날 첫 행보로 수출기업을 찾아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올해 중소기업청의 중점 정책은 수출 확대다. 취임식을 마치고 마스크와 방독면, 보호복을 생산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방문했다. 수출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기업을 찾아 수출 현황을 파악하고 다양한 애로사항을 들으면서 현장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중소ㆍ중견기업과 전통시장을 방문할 계획이다.오는 3월에는 수출 초보기업부터 강소기업까지 다양한 수출기업을 방문해 도내 수출동향과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경기중기청은 올해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을 전년보다 10% 증가한 530억 달러 목표로 설정했다. 중소ㆍ중견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Q 수출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내수와 세계 경기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ㆍ중견기업 수출 10% 확대가 쉽지 않을 텐데. A 물론 여건이 좋지 않다. 하지만,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양질의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하려면 세계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이미 제로섬 경쟁을 하는 내수시장에서는 한계가 많다. 다행인 것은 경기도에는 다양한 업종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는 거다. 지난해 조선업이 침체하면서 기업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경기도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업종과 산업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경제지표에 덜 흔들린다는 거다.특히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 속에서도 경기도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은 크게 선전했다. 이들 기업의 수출이 전년 보다 6.0%나 늘어나면서 경기지역 수출은 물론 전국 수출을 이끌었다. 이러한 결과는 경기지역 기업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기업인과 경기중기청이 함께 노력한다면 올해 530억 달러 달성은 가능할 거라고 자신한다. Q 경기중기청장으로 ‘이것만큼은 반드시 이루겠다’하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A 일자리 창출과 수출 확대다. 이를 위해 경기도 산업을 이끌어 나갈 선도 기업군, 즉 글로벌 강소기업과 월드클래스 300기업을 창출하고 이들을 육성하기 위한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겠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창업 활성화도 중요하다. 경기지역에는 경기중기청의 시제품제작터를 비롯해 다양한 창업 선도대학과 BI(Business Incubator),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창업사관학교 등 창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각각 체계가 갖춰진 도내 창업 지원 기관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연계를 강화하겠다. Q 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기관들과의 연계 계획이 흥미롭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이를테면 시제품제작터를 이용한 예비창업자가 창업할 때 창업사관학교와 BI를 연계하거나 BI 입주기업이 시제품을 제작할 때 경기중기청의 셀프제작소 또는 도내 연구기관을 연계하는 거다. 또 TIPS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 TIPS는 성공벤처인, 선도벤처 등 민간이 주도하는 보육 전문회사 등을 통해 유망 기술창업팀을 선별하고, 엔젤투자와 연계한 정부 R&D 등 지원을 집중해 창업팀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에는 인포뱅크, 케이벤처 그룹, 케이큐브벤처스, 프라이머, (주)현대자동차 등 5곳의 TIPS 운영사가 있다. 이들 창업팀 등을 통해 성장하는 벤처기업 중 글로벌 스타벤처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 20개를 발굴하고 육성해 창업기업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도록 하겠다. Q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거다. 어떤 청장으로 남고 싶나. A 기업인들 사이에서 ‘나 그 사람 봤어’ 하는 청장이 되고 싶다. (웃음) 한마디로 많은 기업인을 만나고 그들에게 정책을 잘 전달하고 싶다. 중소기업의 정책이 필요한 기업인에게 필요한 시기에 잘 쓰일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을 많은 기업인에게 알리겠다. 지방청에 온 것은 정책의 ‘완결점’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현장에서 섬세하고 빠르게 접근해야 문제들이 많다. 이를 해결하고자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반영하는 청장, 정책의 피드백을 확실히 완성하는 청장으로 역할을 하겠다. 현장에서 소통이 잘 되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정책 전도사’가 되겠다. Q 어려운 시기를 맞은 도내 중소기업인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A 위기는 기회다. 남들 다 잘 되는 가운데 살아남기는 어렵다. 오히려 안 좋을 때 경쟁력을 강화하면 성장 발판을 만들 수 있다. 올해 수출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이런저런 환경을 다 따지면 제때 성장할 수 없다. 한계기업은 있어도 한계산업은 없다. 3D 산업 등 부가가치를 일으키는 트렌드를 빨리 익히고 혁신에 적응하는 기업인들의 자세 역시 필요하다. 기업인들이 더욱 신바람 나고 부담없이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또 기업인들의 고민과 어려움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살피겠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의 문턱은 더 낮추겠다.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는 데 힘을 합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자연기자

[경기인터뷰] 정병일 인천유나이티드 대표이사

정병일(65)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대표이사에 대해 많은 사람이 걱정의 소리를 낸다. 부임 후 인사차 방문한 기관 및 단체 수장들이 하나같이 던진 말이 “힘들겠다. 고생하겠다.”였을 정도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사실에는 사람들의 이견이 없었다. 다만 행정조직과 비교해 독특한 운영체제를 가진 프로축구단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걱정의 근간이 됐다. 하루하루 승패에 가슴 졸이는 프로구단의 현실과, 열악한 재정에 가쁜 숨을 몰아쉬는 시민구단의 한계까지 감안하면 주변의 걱정은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정 대표는 “(그들이 말하는) 걱정은 인천구단에 대한 기대감에서 출발한다”며 “오히려 더욱 열심히 뛰라는 위안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 잔류한 시민구단 대표라는 무게가 어깨를 누르지만 시민들의 열망과 애정이 있어 두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축구를 통해 인천의 정체성을 고취하고, 시민 단합을 실현하겠다”며 “시민구단 인천유나이티드FC가 추구해야 할 본연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 올해 인천구단은 효율성이 강조된 선수단을 구성했다. 정 대표는 “적은 예산이지만 강한 선수단을 꾸려 팬들의 요구에 응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무엇보다 홈에서 지지 않는 경기,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겠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선수단 개편을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강소구단 구성을 마무리하고, 현재 맹훈련 중이다. 실제 지난 시즌 인천구단의 경우 총 51명의 선수단으로 출발했지만 올해는 43명(코칭스텝 포함)으로 대폭 줄었다. 또 현장 지도력 강화를 위해 수석코치 제도를 폐지하는 등 변화를 줬다. 정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인천구단을 대표하는 라이징 스타 선수 육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구단 유소년 출신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충성도 높은 지역 연고 선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단 지정 재활센터 선정을 통한 선수단 부상 방지를 위한 재활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등 선수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올해 효율적인 선수단을 운영, K리그 클래식 상위스플릿에 반드시 진출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래도 고민은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열악한 재정상태가 고민의 출발점이다. 정 대표는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안정적 재정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어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정 대표의 말처럼 시민구단은 특성상 스폰서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구단은 이를 극복하기위해 올해부터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재정 건전화를 이룬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대표는 “대형 프리미어 스폰서의 신규 유치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아울러 기존 스폰서에 대한 관리 활동 강화를 통해 살림 규모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 대표가 힘을 기울이는 부분은 지역 밀착형 소규모 후원사 개발이다. 그는 “단돈 100만원이라도 인천구단의 발전을 위해 내주신 후원금을 소중히 알고 허투루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벌어들이는 수익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아껴 쓰는 것도 중요하다. 정 대표가 체계적인 예산 관리를 통해 최소 경비 지출의 원칙을 세워 실천해 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인천구단은 정 대표 부임 후 선수단이 지출하는 세탁 비용이나 사우나 사용료 등 작은 비용이라도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하트레이스(BLUE HEART RACE) 블루하트레이스 캠페인은 인천구단이 올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외교부 산하 국제구호기구인 사단법인 온해피와 국내 심장병 종합병원으로 유명한 세종병원 등 3개 단체가 추진하는 블루하트레이스 캠페인은 나눔과 사랑, 협력과 실천의 결합체다. 3주체는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함께 동참하게 된다. 우선 온해피 측은 소외계층 의료지원을 위한 모금을 담당하고, 세종병원은 소외계층 치료 및 의료비용을 지원하게 된다. 또 인천구단은 입장권 바우처 판매를 통해 거둔 판매수익의 일부를 온해피 측에 기부할 예정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최소 구좌 100만원 이상의 연간 시즌권을 구매하면, 인천구단이 판매금 일부를 온해피에 기부하고, 해당 기부금을 활용해 세종병원이 어려운 이웃의 병원치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너무나 고맙게도 매년 수천 명의 팬들이 인천구단 연간 시즌권을 구매하고 있다”며 “이제 인천구단을 아끼는 마음이 지역 소외계층에 대한 도움으로 이어지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시즌권 판매 실적은 올해 관객동원과 직결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이미 수많은 팬들이 시즌권을 구매했거나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 대표는 “단순한 시즌권 판매를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희망을 이어가는 ‘블루하트레이스’에 팬들의 적극적임 참여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인천구단은 인천의 희망이다. “300만 인천에 걸맞게 누적관중 300만명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2003년 창단한 인천구단의 지난해까지 누적 관중은 227만1천502명이다. 정 대표는 “오는 2020년까지 누적 관중 300만명 달성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는 향후 4년간 70만명 이상을 끌어 모아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정 대표는 이를 위해 다양한 입장권 정책과 풍성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축구경기장에 찾아오며 축구관람은 물론 가족 또는 연인들이 행복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각오다. 정 대표는 “홈 경기에 맞춰 경기장 광장에 푸드트럭을 유치하고, 상설무대를 마련해 항시 공연 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선수단 팬 사인회 등 팬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아나바다 장터를 비롯한 지역 축제 유치 등 자치단체 및 유관기관과의 공동마케팅을 통한 관중 유치에도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구단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신뢰감 증대와 함께 시민들이 축구장에 오면 언제나 즐겁다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 인천구단은 올해 사커페스티벌을 확대 운영하고 경기장 체험활동 등도 더욱 늘린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축구 저변 확충을 위한 사업도 잊지 않았다. 유소년이나 유치원, 특수학급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무료축구교실을 비롯해 인천시 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축구아카데미의 회원수 증대에도 남다를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여기에 인천지역 중학교 100개교 가까이 참가하는 아마추어 중학생 축구리그인 미들스타리그도 올해는 더욱 내실을 기한다. 정 대표는 “올해 13회를 맞는 미들스타리그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지역 중학생들이 참여하는 축구경기다”며 “축구리그를 통해 학생들은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애향심을 키우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들스타리그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학교폭력이 현저히 줄어들 정도로, 미들스타리그는 인천지역의 대표 스포츠 축제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정 대표는 “인천구단의 존재 가치 1호는 시민 행복 실현이다”며 “축구를 통해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고, 나아가 인천으로 하나가 되는 지역 통합을 역할 수행이 인천구단이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성원기자 정병일 프로필 ▲출 생 지=서울출생(1952년생) ▲학 력 =서울 동성고등학교 졸업 =한양대학교(법학) =서울대학교 대학원(행정학) ▲주요경력 =경기 기획담당관(’95.2~’95.7) =경기 하남시 부시장(’95.7~’97.1) =주 싱가포르대사관 1등서기관 파견(’97.1~’99.3) =경기 환경국장(직대)(’99.3~’00.2) =경기 자치행정과(’00.2~’00.6) =행정자치부 세정과장(’00.6~’01.3) =행정자치부 감사담당관(’01.3~’01.9)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공직기강)(’01.9~’03.4) =행정자치부 (’03.5~’03.6) =국외훈련(영, 버밍행大)(’03.6~’04.6)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행정실장(’04. 6~’05.2) =인천광역시 기획관리실장(’05.2~‘06.3)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06.3~‘06.10) =소방방재청 정책홍보본부장(’06.10~‘08.3) =행정안전부 감사관(’08.3~‘08.12) =인천광역시 기획관리실장(’08.12.30~‘10.4)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10.4.8~‘10.9.30)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10.10.11~’13.1.22) =에이파크개발 사장(13.1.23~14.2.28)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14. 3. 1~16. 6) =인천유나이티드 FC 대표이사(16. 12. 27~현재)

[경기인터뷰] 성관 스님 국제개발협력 NGO '로터스월드'

“때가 되면 인연이 합할 것이고 그저 묵묵히 주어진 일에 열과 성을 다하면 모든 게 이뤄지게 돼 있습니다. 그걸 바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 합니다” 로터스월드가 어떻게 불교계의 대표적인 국제개발협력 NGO 단체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성관 스님은 이 같이 답했다. 제3세계에 부처님의 자비와 같은 연꽃을 뿌리내리는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은 캄보디아에 아동센터를 설립하고 아이들의 사회 진출을 위한 직업 전문학교를 만든 것도 모자라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전생에 지은 죄가 많은 탓에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면서 죗값을 치르고 있다”며 “남을 돌보는 마음으로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남을 돕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스님의 모습은, 스님의 방 한가운데 자리 잡은 천진불의 순수한 미소와도 닿아 있었다. 성관 스님에게 로터스 월드의 성과와 비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혼란스러운 현 시국을 타개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Q. 불교계의 여러 요직을 두루 맡았을 뿐만 아니라 불교계를 대표하는 국제개발 NGO 단체인 로터스월드의 이사장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A. 로터스 월드의 시작은 “불교도 제3세계의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고통을 나누는 활동을 전개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다. 사실 이 같은 생각은 지난 1996년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영감을 얻었다. 당시 다른 스님들과 함께 캄보디아에서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관람하면서 아시아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한참 감상에 젖어 있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자 수십 명의 걸인이 주위를 둘러싸고 우리에게 구걸하고 있었다. 이 순간이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앙코르와트 같은 엄청난 문화유산을 만든 민족이 이토록 비참하게 살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 순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느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곳에서 오랜 내전으로 말미암은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과 교육기회를 제공하며 함께 생을 마쳐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 속에 지난 2004년 로터스월드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에는 부모가 없거나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육 사업을 시작했는데 점점 사업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학교까지 만들어졌고, 여기서 성장한 아이들이 사회에 안전하게 발 디딜 수 있도록 직업교육까지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Q. 로터스월드 캄보디아 아동센터도 11년째를 맞았다. 국제기구들 사이에서는 보육시설을 지양하자는 흐름이 추세인데, 아동센터의 앞으로 운영 계획은. A. 국제기구들 사이에서 이 같은 흐름이 추세인 이유는 부모 형제와 함께 유대관계를 맺으며 자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니세프 등 아동 연구전문기관들은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을 떠나서 생활하는 보육시설을 지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보육 중심이었던 센터를 교육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 보육 중인 40여 명의 아이들 외에는 새로운 아이들을 받지 않고 있다. 대신 16세 이상 가정이 빈곤한 남녀 아이들을 대상으로 1년에 20명가량 제빵기술이나 미용기술 등 직업 교육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 교육을 펼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10~20년 사이에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까지 설립해 아이들의 사회 진출을 돕고, 궁극에는 캄보디아에 이를 넘겨주고 돌아오는 것이 로터스월드의 목표다. Q. 지난 2015년 통계청 종교인구 조사에서 불교 인구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불교계에서 젊은 층을 위한 포교 등에 소홀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A. 우선 이번 통계조사는 기존의 전수조사 방식과는 달리 20%의 표본가구에 대해 사전에 인터넷 조사를 하는 방법으로 실시 됐는데 이는 고령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불교계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의 포교에 소극적이었거나 활발한 사회 참여가 안 된 부분은 우리 불교계에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불교는 4차산업으로 넘어가는 작금의 현실에 다른 종교보다 포교에 훨씬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데 사찰의 위치나 자연환경, 수행환경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좋은 조건을 잘 활용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역량을 길러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그 때문에 불교계에서도 역량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들이 국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불교를 어떤 방식으로 현대 사회에 맞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종교는 항상 국민들의 편에서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이는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에 적용되는 진리다. 불교 인구가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불교계가 어떻게 바뀌고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지가 중요한 것이다. Q.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현상과 탈 종교화 추세에 한국 불교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A. 이제 종교 자체가 중요시되는 시대는 지났다. 각 종교가 지닌 가치가 세상 사람들의 삶과 정신 속에서 어떻게 녹아들어 역할을 하는 지가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신앙으로서의 불교를 강조하기보다 불교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경우 불교가 각계각층에 녹아들어 있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국민들의 삶 자체가 불교와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 한국에서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사회에 참여하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Q. 최순실 게이트 등 국정농단으로 나라 안팎이 혼란스럽다. 현재의 국가적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겠는지. A. 불교 용어로 고락의 결과를 가져온 선악 행위를 ‘업연’이라고 한다. 지금의 혼란스러움도 이 업연이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이때까지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이 함께 해온 행위, 생각, 말 등의 총화가 지금의 사태에 업연으로 작용한 것이다. 물론 문제를 일으킨 이들은 따로 있지만, 우선은 모두가 스스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새로운 비전 제시가 가능하다. 일은 이미 벌어졌고 피해갈 수 없다면 우선은 받아들인 다음에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제도적 보완 등을 통해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더불어 위안부 문제나 사드 문제 등 안보나 외교 문제 같은 민족사적인 문제는 여야가 뜻을 모아 국민과 함께 협의 절차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수를 대하듯 서로 헐뜯고 싸우며 갈등의 벽을 높인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의 어려움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국민들의 뜻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세상에 사람은 많다. 하지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다. 거짓말이나 신의를 저버리는 등의 행동이 만연한 상태다. 그 때문에 도덕적, 윤리적 회복을 위해서는 지도자부터 몸소 행동해야 한다. 적어도 어떤 조직을 맡고 지도자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남이 나를 신뢰하기 전에 내가 나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3가지 리더십이 있다. 첫 번째는 직위로서 갖는 리더십인데 이는 내가 맡은 역할이나 자리를 통해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두 번째는 전문성으로서의 리더십이 있다. 조직에 대한 이해와 업무 수행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세 번째 리더십은 도덕적, 윤리적 리더십이다. 3가지 중에 가장 중요한 리더십이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제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 같은 리더십을 적재적소에 발휘하고 다시는 지금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게 국민의 뜻이다. 이명관ㆍ송승윤기자 사진=전형민기자

[경기인터뷰] 최종길 대한장애인컬링협회·경기도컬링협회 회장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새롭게 조명받은 동계 종목이 있다.비록 4강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세계적인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 8위에 오른 종목은 바로 ‘빙상의 체스’인 컬링이다.컬링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8년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컬링 전도사’로 불리는 열정의 중년 신사가 있다.그는 바로 대한장애인컬링협회와 대한플로어컬링협회, 경기도컬링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길(55) 회장이다. 지난 4일 의정부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최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한국 컬링의 메달권 진입에 자신감을 보였다.또한 컬링 종목 전반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 의정부에 건설을 추진중인 컬링경기장의 준비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Q ‘컬링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신데. A 2008년에 전 소치올림픽 국가대표팀 정영섭 감독으로 인해 인연을 맺게 됐다. 2011년 의정부컬링연맹 회장을 역임했고, 장애인컬링 선수들의 열악한 운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에 경기도장애인컬링협회를 창립했다. 이후 2015년 5월 대한장애인컬링협회, 2016년 경기도컬링연맹 회장, 대한플로어컬링협회 회장, 세계플로어컬링경기연맹 부회장,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을 맡게 됐다. 여러 직책을 겸직하면서 연 4개월 이상 전지훈련과 대회 출전 등으로 해외에서 생활한다.무엇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선진 컬링시설을 살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바쁘다. 바쁜 일정을 다 소화하기 힘들지만 최대한 컬링발전을 위해서라면 발벗고 나서고 있다. Q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컬링 종목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형 동계스포츠’라는 말도 있는데. A 소치에서 컬링경기가 중계됐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얼음위에서 스위핑(얼음을 닦는 행위)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다양한 전술을 보여줬는데 일단 컬링의 가장 큰 매력은 체스를 하듯이 앞으로 수를 생각하면서 전술을 구사하고, 당구와 볼링처럼 하우스(원)안에 스톤을 쳐내려 선점하는 경기방식에 있다.아주 단순해보이지만 접해 보면 복잡ㆍ미묘하면서도 예민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한국형 동계스포츠’라고 불리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전부터 손재주가 많다고 하지 않나. 스톤의 투구전 동작에서 하체의 밸런스도 중요하지만 길을 보며 손을 정확하게 놓고 그 길을 따라 투구가 되기에 손재주가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맞춤형 스포츠라 할 수 있다. Q 일본, 북미, 유럽 등 컬링 강국들을 가보셨을 텐데 보급 현황과 인기는. A 컬링 선진국들의 보급 현황은 우리나라 조기 축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캐나다에는 컬링장이 1천500개 정도 되고, 미국은 150개, 일본이 15개 정도 운영된다. 캐나다는 컬링이 남녀 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노년층이 컬링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컬링장이 많이 생겨서 고령화시대 실버세대들의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Q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두 올림픽에서 한국의 목표와 과제는 무엇인가. A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영광을 우리 세대가 누릴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현 세대에서 평창올림픽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우리 컬링의 목표는 메달획득도 중요하지만 대중화가 급선무다. 컬링의 저변확대가 향후 올림픽의 성적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평창올림픽에서는 엘리트의 경우 4강 진출, 휠체어컬링은 메달권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대표팀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나는 컬링을 알리고 대중화하는데 인생을 바칠 계획이다.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권에서 동계올림픽이 잇따라 열리게 되면 컬링의 대중화와 선수층의 확대,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Q 한국이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컬링 강국으로 도약했음에도 여전히 훈련장조차 없는 등 열악하다. 의정부에 국제규격 컬링장이 추진 중인데 진행 상황은. A 의정부를 컬링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우리가 짧은 기간에 컬링 강국으로 변모하는데는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첫째가 시설의 확대이다. 우리나라에 컬링장은 태릉, 의성, 인천과 이번에 새로 개장한 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뿐이다.훈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훈련할 장소가 없어서 일반 빙상장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컬링에서는 특히 빙질의 상태가 중요한데 일반 빙상장에서 훈련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따라서 의정부 컬링장이 국제규격으로 건립되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의정부종합운동장 옆에 컬링장을 건설할 예정인데, 훌륭한 컬링장을 건립하기 위해 의정부시와 협회가 협조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2017년 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의정부컬링장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적인 컬링의 메카가 되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 Q 지난해 대한장애인컬링협회가 한 IT업체와 스크린 컬링 개발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행 상황은. A 스크린 골프 개발업체와 업무협약을 통해 현재 스크린 컬링을 개발중에 있다. 컬링 대중화의 일환으로 누구나 쉽게 컬링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스크린 컬링을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엔 컬링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스크린 골프처럼 연습장에서 실시하는 컬링장을 상용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추진했다.컬링장비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끝났고, 시설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조성할지 여러모로 고민 중이다. 스크린 컬링을 빙상장에 만들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스크린 컬링을 통해 기본적인 연습을 한 후 실제 얼음에서 컬링을 해보는 것이 체계적인 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스크린 컬링은 컬링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플로어 컬링과 스크린 컬링이 본격 보급되면 컬링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지. A 앞에서 얘기했 듯이 개인적인 목표는 컬링의 대중화다. 대중화를 이루면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발굴될 것이며, 인기를 얻을수록 종목 전반에 걸쳐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빙판이 아닌 곳에서도 즐길 수 있는 플로어 컬링과 스크린 컬링을 통해 컬링이라는 종목을 국민들께 널리 알려 보급할 생각이다. Q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두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1년 앞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국민들께 컬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작은 관심도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한 평창에서 컬링종목이 시상대에 오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 정리=김광호기자 사진=오승현기자

[경기인터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기지역회의 부의장 박해진

지난 22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훈장 및 의장단체 표창 수여식’에서 박해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기지역회의 부의장은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또 김점순 의정부시협의회 회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국민훈장 동백장은 유오복 안산시협의회 회장, 박양흠 양주시협의회 상임위원이, 국민훈장 목련장은 손재필 수원시협의회 회장이, 국민훈장 석류장은 성낙헌 시흥시협의회 회장, 임영헌 여주시협의회 회장이 각각 수상했다. 경기도에서 7명의 국민훈장 수상자가 나온 것은 역대 최다이다. 특히 박해진 부의장은 전국 부의장 가운데서 유일하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박해진 부의장은 “경기도는 평화통일의 길목으로써 통일과 관련해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있는 만큼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겠다”며 “대한민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각 세대가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본보는 박해진 부의장으로부터 국가 안보상 중요한 지점에 위치해 있는 경기도가 향후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는데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박해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Q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어떤 기관인가 A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헌법에 근거를 둔 유일한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대통령이 최고 의장을 맡는 기관은 민주평통밖에 없다. 민주평통은 대한민국의 민주적인 평화통일을 위해 통일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이를 의장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통일과 관련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등 통일과 관련한 종합적인 업무를 맡고 있다. Q 평화통일에 있어 경기도가 갖는 의미는 A 남북 분단의 최일선에 있는 것이 바로 경기도다. 경기도가 국가 안보상 중요한 지점에 위치해 있는 만큼 향후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고 대비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구 1천300만 명의 경기도는 민주평통 자문위원 수도 인구 대비 가장 많다. 그만큼 경기도는 명실공히 민주평통의 중심이자 평화통일의 중심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Q 최근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는데 A 과거의 민주평통은 그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 저를 포함해 경기도에서 국민훈장을 7명이나 수상했다. 7명이라는 숫자는 역대 최다이다. 최근 몇 년 간 경기도는 평화통일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다. 올해 국민훈장 최다 수상의 영예 역시 경기도의 적극적인 활동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올해 부의장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경기도는 평화통일의 길목으로써 통일과 관련해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있는 만큼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겠다. Q 통일에 대한 국민 여론, 특히 젊은 세대의 여론이 궁금한데 A 40~50대 이상 고령세대일수록 빨리 통일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체 60% 정도가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을 보이고 있다. 반면 20~30대의 젊은 세대는 아직까지도 통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많다. 젊은 세대의 경우 북한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통일이 된다면 그 부담을 자신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국내 실업률이 큰 문제인데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갖고 있다. 사실은 정반대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많이 낙후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의 지하자원은 우리보다 훨씬 좋다. 자원 여건은 좋은데 이것을 개발할 자본과 기술력이 크게 뒤떨어져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통일이 된다면 북 개발을 목적으로 우리의 자본과 기술, 기업들이 엄청난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한계에 부딪혀 있는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금 몇 배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커다란 기회가 바로 평화통일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통일에 들어가는 비용이 1천200조 정도가 예측되고 있는데 기대효과는 적게는 3천조 많게는 6천조까지 예측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기대하는 경제부흥이 한층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것은 60~70대 고령세대지만 앞으로 통일한국을 이뤄내고 이끌어나갈 세대는 20~30대의 젊은 세대다. 젊은 세대들이 통일을 경제적 부담이 아닌 경제기적을 가져다줄 수 있는 ‘커다란 기회’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평화통일과 관련해 경기도가 추진 중인 사업은 A 통일부, 민주평통 등은 통일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사업들을 하고 있다. 통일 관련 정책 건의도 하고 있고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통일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는 일반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사업 말고도 경기도만의 특색사업 4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평화통일 콘서트’가 있다. 평화통일 콘서트는 일반적인 음악콘서트와 달리 일본 강제합병 등 우리 민족의 한 맺힌 역사를 비롯해 6.25를 거치면서 겪었던 민족의 아픔, 60년대 이후 경제개발과 도약 등 우리 민족의 역사를 테마별로 구분해 노래로 풀어냈다. 그 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는 애환 담긴 노래들로 구성해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통일 준비를 위한 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경기도 평화통일 리더스 포럼’을 시작했다. 매월 한 번씩 평화통일 리더들이 모여 통일 관련 강의는 물론 탈북자 증언 청취와 토론 등을 진행하고 있다. 통일이 됐을 때 북한과의 격차를 해소하고 것은 리더들의 몫이다. 내년에는 포럼을 한층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탈북여성을 위한 ‘탈북여성행복대학’을 운영 중이다.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탈북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3개월간 적응교육을 받지만 이 교육만으로는 낯선 국내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남북 간 문화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탈북여성행복대학은 일종의 보수교육과정으로 보면 된다. 다만 하나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론 위주의 강의식 교육 대신 현장교육과 실생활 교육 위주로 구성돼 탈북여성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 처음 시작한 ‘창업기술대학’이 있다. 탈북자들이 창업을 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목공예, 바리스타, 세공 등 창업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특히 초기 창업 자금의 경우 경기신용보증재단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탈북자들이 신용으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Q 추가적인 탈북자 지원사업은 A 민주평통은 북한의 내부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탈북자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지원사업으로는 탈북자 취업박람회와 의료ㆍ법률지원 등이 있으며 경기도의 경우 탈북자를 위한 멘토-멘티 제도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탈북자 지원사업은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탈북자들의 목소리가 북한 가족들에게 전달돼 북한 내부에서부터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Q 남북 대치, 위기상황에서 민주평통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A 민주평통은 ‘통일이 과연 왜 필요한가’에 대해 국민들에게,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전파하고 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국가안보의 가치, 민주적 평화통일의 가치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누가 도지사가 되든 그 가치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올바른 역사관 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평화통일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다. 정치인들은 역사를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에 맞도록 활용하려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역사교육에는 절대 정치적인 사안이 결부돼서는 안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경기도는 도내 중ㆍ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안보 역사 퀴즈왕을 진행하는 한편 대학생 통일 동아리를 추진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쌓고 나아가 평화통일을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학습ㆍ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는 향후 통일과 관련한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세대별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경기도만의 특색사업을 더 첨가해 운영할 계획이다. Q 새해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의 포부와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북한은 여전히 철권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불어오는 외부 변화의 바람에 따라 북한 역시 그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북한의 변화는 급속히 이뤄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통일에 대한 우리의 역할 역시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또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중요해진다.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는 보다 높은 책임감을 갖고 평화통일을 대비해야 한다. 정유년 한해는 평화통일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경기도 역시 평화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갖고 선두에 앞장서야 한다. 경기도민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당부드린다. 박준상기자ㆍ사진=전형민기자

[경기인터뷰] 설원기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새로운 리더의 출현은 조직원들에게 기대와 불안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충돌하게 만든다.‘사전지식’ 없는 인물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난 9월12일 취임한 경기문화재단 설원기 대표이사가 딱 그랬다. 그는 미국 벨로이트 대학교와 프랫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덕성여대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학과장, 한국예술영재교육 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예술가이자 교수로는 널리 알려졌지만, 경기도민은 물론 도내 문화예술행정지원분야에서도 다소 낯선 인물이었다. 이에 오는 2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지금까지 재단 직원 사이에서 설 대표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60대임에도 오토바이 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회의 때마다 말은 아끼고 표정변화도 없어 속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 미국 유학에 순수 예술 활동과 국내 최고 예술 대학에서의 활동 등을 놓고 ‘엘리트주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소탈한 행동으로 ‘옆집 아저씨’ 등 엇갈리는 별칭들을 얻었다.그는 진정 어떠한 리더인가, 어떻게 전국 최초의 문화재단을 이끌 것인가. 설대표와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Q 청문회와 행정사무감사, 신년 사업 계획 및 예산 수립 등 취임 100일 동안 숨가쁘게 달린 듯 하다. A 어느새 100일이다.(웃음) 경기문화재단에 취임 하기 전에는 예술가로서 재단이 운영 중인 박물관과 미술관에 주목했던 것이 사실이다.전시 기관을 많이 운영하기 때문에 그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직접 와서 부딪혀 보니 훨씬 폭넓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특히 순수 예술 진흥과 지원에만 집중돼 있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훨씬 더 많은 사업이 생활문화 확산을 위해 이뤄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생활문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해당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Q 전임 대표가 임기를 모두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그만두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직원들이 크게 위축돼 있었고, 더욱이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경기도박물관의 특별전 어린왕자가 도마 위에 올라 집중 질타를 받았다. 설 대표가 재단에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실제 그러한가. A 실망보다, 당초 예상치 못한 일들에 부딪혔다. 국립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여서 재단에 취임해도 휴직 또는 겸직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재단이 민간 기관이어서 그럴 수 없었다. 학교 사퇴를 결정하고 취임했는데 운영 형태는 공기관에 가깝다. 경기도의 출연금을 투입, 도 단위 공공 뮤지엄들을 운영하는 만큼 공기관적 성격이 맞고 당연히 그런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다만, 임기 2년은 너무 짧다. 시작하면 끝이 날 것 같아, 이후 신임 대표들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고 급한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개인적인 욕심보다 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고 기반 다지는 일을 하려 한다. Q 이른바 ‘엘리트코스’를 밟아왔기 때문에 ‘순수 예술 지원 강화’로 무게 중심이 쏠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A 예술하는 사람이니까 엘리트주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재단 대표 혹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장 쑥스럽고 창피한 일이 우리나라가 행복지수 낮은 나라로 꼽힌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이야기를 할 때 수치스럽기까지 했다.어떻게 하면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인가를 예전부터 고민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생활이나 예술은 건강한 구조가 아니다. 삼각형과 역삼각형이 위아래로 교차하며 마주보는, 모래시계와 같은 형태다.위 아래는 많고 중간은 없는, 빈부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상적으로 가려면 두 삼각형의 교차 지점이 넓어져 다이아몬드 형태가 돼야 한다. 엘리트예술을 즐기는 사람도 문화예술에 관심없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일단 다수가 대중문화이든 고급문화이든 양쪽을 오가며 즐길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만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이다. 이를 위해 재단은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대중문화부터 문화의 가치를 느끼면서 그 만족감과 관심이 다른 영역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특히 경기도는 지리적 특성과 문화예술 기반 시설 차이 등으로 사각지대와 소외계층이 많다. 고급문화와 그것을 즐기는 여유있는 사람들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며 그 수준을 유지한다. 때문에 공공기관인 재단은 소외계층에 문화의 가치를 전하고 확산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 Q 2017년 ‘설원기표’ 재단 역점사업들의 방향성으로 이해된다.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A 예산이나 인력은 부족하다. 그러나 재단은 수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 공연, 전시를 해왔는데 그것을 ‘재활용’하지 못했다. 그 모든 콘텐츠를 사이버 콘텐츠로 재구성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배포해야 한다.소요예산도 절감하면서 도민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이다. 예를 들어 곧 남한산성 관련 영화가 개봉할텐데 노인, 장애인, 어린이 시설 등에서 이 같은 대중영화를 보여주면서 역사 강의나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해 운영하는 것이다.또 다른 방법은 재단의 현 홈페이지를 개선해 20분 분량의 강연을 제공하는 등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굿모닝 하우스에서 진행 중인 토크콘서트처럼 지적인 이벤트도 많은데 이러한 것을 기획, 영상으로 배포하면 된다. 도민이 자주 들러 얻어갈 것이 많은 사이트를 만들겠다. Q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등 공공 뮤지엄 운영 및 지원 방향도 궁금하다. A 도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접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각 기관(뮤지엄)들이 도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선진국은 관람객 관리가 체계적으로 정보화되어 있다. 우리나라 기업 역시 물건 하나를 구매해도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확보하는 회원 관리가 철저하다. 뮤지엄도 당연히 관람객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예를 들어 경기도미술관에 들른 관람객이 전곡선사박물관에 갔을 때 직원이 “경기도미술관을 다녀오셨군요. 경기도 공공 뮤지엄에 두 번째 방문하시면 기념품을 드립니다.”처럼 기분 좋은 소소한 이벤트가 이뤄져야 한다. 정보화가 기본이다. 수시로 관람객들의 문화향유 취향을 분석해서 재단을 통해 이뤄지는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문자를 발송하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실시해야 한다.또 휴대폰으로 특정 앱을 다운받아 놓은 관람객은 어떤 기관에서든 그것을 통해 전시 안내를 받을 수 있고, 각 기관 입구에서는 인터랙티브(상호 작용) 가능한 키오스크를 통해 도내 문화예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보화 작업이 재단이 미래로 향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그림 그릴 시간도 없어 보인다. 비록 100일이지만,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A 적어도 2년 동안 작업은 보류다. 주말에도 김장 담그기나 선사박물관 음악회 등 참석해야 하는 재단 행사가 많다. 나는 호기심도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탈을 즐긴다. 재단 대표로 온 이유다. 후회없이 좋다. 날이 풀리면 선사박물관 행사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려 한다.(웃음) 학교에서 정년 퇴임하면 작업에 집중하고 오토바이로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할 계획이었다. 재단 대표로 열심히 일하고 그 버킷리스트를 실행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포커페이스라고 부르는 사실을 알고 있나. A 몰랐다. 나를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학생들은 내 얼굴 표정만 보면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안다고 했다. 아마 낯선 상태에서 처음 만나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최소한 직원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의미있게 느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쓸데없는 일은 덜어주고, 즐거운 직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 류설아기자 사진=오승현기자

[경기인터뷰]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

“인천 사랑이란 현재 있는 인천의 작은 가치들을 하나둘씩 연결해 나가며 관심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은 “인천 사랑이라는 것이 대형 이벤트 등을 통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고 사리지는 것이 아니다”라며“곳곳에 흩어져 있는 기존의 인천 가치를 발굴하고 연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지난해 7월 취임 한지 1년반이 지나고 있다, 느낀 점과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 A 인천은 객관적으로 인구 구성이나 지정학적으로 20세기 도약의 발판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드웨어 상으로는 경제자유구역과 인천공항, 항만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인천 시민의 인천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 참여가 부족하다. 정치적으로도 항상 인천 홀대론이 나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시장이나 국회의원에게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시민의 결집이 약하기 때문이다. 부산 등 다른 지역 보면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상공계 정치권 시민 등이 똘똘 뭉쳐 있다. 인천이 인구 300만 도시가 됐지만 인구만 늘면 뭐하겠나. 늘은 그 사람이 인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Q 그렇다면 사랑운동시민협의회는 시민의 인천사랑 참여를 위해 무슨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얼마만큼의 성과가 있는지. A 하는 일이 많지 않아 부끄럽다. 하지만 이 일은 내가 그동안 해왔던 다양하고 수많은 일 중에 가장 어렵고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이며 노력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인천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2박 3일 정도씩 교육(1회 45명)을 시키고 있다. 그 교육 받으면 인천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학생들도 올해 11번에 걸쳐 역사현장 데리고 나가서 보여주고 설명해 주었는데 인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16일에는 ‘인천 골든벨 대회’를 개최하는데 참가자들이 인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인천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에게도 인천 강의를 시키고 있다. 이분들이 강화의 문화체험이나 인천 신항 같은 데를 가보면 인천에 대해 깜짝깜짝 놀란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모여 인천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Q 취임 후 향우회와 고등학교 동문 등의 연합회 구성 활동을 하시는데 인천사랑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A 먼저 인천은 타지역 인구가 많은 만큼 있는 각 지역의 향우회도 다른데에 비해 굉장히 파워가 세다. 이분들이 고향을 중심으로 뭉치고 그리워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현재 사는 인천에 대해서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생각에 연합회를 구성했다. 두 달에 한 번씩 만나서 인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각 향우회 행사가 있을때면 서로 초청하고 참가하며 ‘인천’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돼가는 것이다. 지난달 4일에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와 인천 전국시·도민연합회가 문학산에 모여 문학산 정상개방을 기념해 향우 동산을 조성했다. 향우회 연합 동산을 만들어 여기는 평안도, 저기는 황해도 등의 지역 푯말을 붙이니 너무들 좋아하신다. 이런 것들이 인천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돼 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고등학교 동문 중심으로는 음악회와 등산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인천에서 활동이 활발한 40여 곳의 고등학교 동문회를 연합회로 묶어 만들어서 음악회 등산, 세미나 등을 열고 있다. 지난 10월14일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가진 음악회에는 회관 아래 위층이 꽉 찼다. 각 동문이 기금을 마련해 자기네 학교 출신들을 추천해 음악을 기부하며 보람을 느끼고 인천이라는 공통된 공간안서에 함께 어울린다. 지난 9일 가진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2016 인천인 친선교류의 밤’ 행사 역시 인천인들의 소통 공간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각 지역의 향우회와 고교 동문 관계자, 사랑운동시민협의회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많이 모여 인천을 이야기 했다. 큰 비전을 제시 하는 것보다 작은 것을 연결해 인천을 알게 하고 현장에 가서 느끼게 하는 것이 인천 사랑 힘이 된다. Q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사랑운동시민협의회의 역할과 뚜렷한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A 그 지적이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이벤트성 행사를 염두에 두고 하는 지적이라면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만한 예산도 없지만 (이벤트성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인천사랑이라는 것이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무보수로 일하고 있지만, 그동안 높은 급여를 받고 했던 어느 일보다 어렵고 열심히 하고 있다. 그만큼 이 일이 소중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이벤트성 행사를 중심의 활동을 요구한다면 더 이상 이 일을 계속할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 일은 서서히 보이지 않게 끌어가고, 조금씩 스며들고 꾸준하게 해 나가야 하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Q 타지역에서 이사 온 시민이나, 인천 지역 학교를 나왔지만 타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도 ‘인천 사람’이라는 인천시 조례를 만들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A 인천 지역의 80대 인사가 나에게 말 하기를 “나는 인천에 60년을 살고 온 인생을 인천에 다 바쳤는데 나를 인천 사람이 아니고 전라도 사람이라고 해요”라고 했다. 인천 사람은 토박이만이 아니다. 인천에는 이분처럼 젊어서 인천에 와서 개척하고 사는 사람이 전체 시민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런 분들을 시민으로 모시기 위해 조례를 만든 것이다. 인천에서 학교를 나온 분, 인천에서 직장에 근무하다가 다른 곳으로 간 그분들도 인천인이다. 인천출신 방송인 최불암씨는 인천에 살고 있지 않지만 작년에 인천인 대상을 수상했다. 반대로 호남 향우회 회원들도 인천이 본 고향은 아니지만 인천에 살고 있으면 인천인 이다. 이처럼 많은 분에게 인천사람이라는 개념을 제도적으로 정해 놓고 그걸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Q 유 회장이 생각하는 인천사랑 운동 방법이란 무엇인가 A 인천에 있는 작은 것부터 천천히 조금씩 엮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인천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있는 사람을 잘 연계시키며 인천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인천사랑 박람회를 개최하고 인천사랑 동요 모임을 하고 인천 연구회를 열고 현재 있는 그것들을 다 찾아서 인천이라는 이름으로 엮어 인천에 대한 관심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분들이 인천에 오면 “우리 인천에 와서 고맙습니다.”라고 환영하고 “인천 사랑하세요.” 책자도 보내주며 인천을 소개해 나가겠다. Q 인천 인물 사랑 운동도 함께 강조하고 있는데 A 강원도에 가면 ‘메밀 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기념관을 비롯해 김유정,박수근 등 얼마나 많은 인물 기념관이 있는지 모른다.춘천에 가도 몇 개가 있고, 영월에는 20여 개의 지역 인물 기념관이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강원도에 갈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인천도 이제는 역사 인물을 챙겨야 한다. Q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활동 계획이 있다면 A 내년에는 시교육청과 논의해 초·중학교 선생님 대상 인천 교육을 실시하려고 준비 중이다. 선생님 교육이 이뤄지면 자연 스럽게 학생들에게도 인천 사랑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천 교육도 확대해 나가며 2018년까지 5천명까지 교육을 마칠 계획이다. 대담=유제홍 인천본사정치부국장 사진=장용준기자

[경기인터뷰]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남은 삶을 가슴 뜨거운 일에 매진하고 싶습니다”국제구호개발에 앞장 서고 있는 월드비전 양호승 회장(70)은 ‘월드비전을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이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으로 월드비전의 후원이 끝나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마을’을 만들고 있다.마을 스스로 아이를 지킬 수 있을 때 다른 마을로 향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월드비전 회장으로 취임한 양 회장은 4년여 동안 대내외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특히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월드비전 운영에 투명성을 강조,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이에 취임 4년을 맞아 그간의 행보와 앞으로 월드비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양 회장에게 들어보았다.Q 4년간 월드비전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월드비전이 얻은 성과는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는지. A 지난 2012년 1월 취임 이후 5년에 가까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먼저 기관의 전문성과 투명성 강화에 주안점을 두었다. 사업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사업의 효과성을 내는 것. 재정뿐 아니라 인사 및 구매의 투명성 등 모든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모았다. 이런 요소들이 모두 효율성과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1950년에 설립된 월드비전이 앞으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목표다. 자립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월드비전의 사업 목표인 것처럼, ‘지속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월드비전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이와 함께 기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 강화에 지속적으로 신경 쓸 계획이다. 지금 당장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소기의 성과로 올해 제18차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에서 NGO 상표 부문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얻었다. Q 대기업 전문 경영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 월드비전 수장을 맡았다. 월드비전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고, 다른 NGO 단체와 비교해 월드비전의 강점과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A 월드비전에서 어려웠던 점을 꼽으라면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 월드비전 사업장이 있는 만큼 잦은 국내외 출장이다. 취임 이후 최대한 빨리 방대한 월드비전의 활동을 파악해야 했고, 생소한 사회복지 용어들도 익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른 NGO 단체와 비교해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한 고아와 남편을 잃은 부인들을 돕기 위해 설립돼 전 세계 100여 개국에 걸친 국제적 파트너십과 4만여 명의 전문적이며 헌신적인 직원을 갖춘 기관이다.특히 한국 월드비전은 1991년까지 해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오다 ‘사랑의 빵’, ‘기아체험 24시간’ 등의 자체적인 모금활동을 통해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한 매우 특별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특별한 역사와 이를 가능하게 한 직원, 후원자 등 모든 분들이 월드비전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6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해왔다. 이를 인정받아 월드비전 인터내셔널은 ‘UN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NGO 최상위 지위인 ‘포괄적 협의 지위’를 부여 받았으며, 2006년부터 한국월드비전은 구호사업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최대 최장 기간 WFP 공식협력기관으로 함께하고 있다. Q 대북관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월드비전은 북한아동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한국 월드비전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협력해서 추진해오던 농업개발사업은 진행과 중지를 반복해 오다 최근 들어서는 진행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16년 이상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수행해오던 농업개발사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지금은 국제 월드비전과 협력하는 방법을 통해 북한 어린이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영양개선사업, 식수위생 개선사업, 교육환경 개선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월드비전의 대북사업은 1994년 북한 고난의 행군시기 긴급구호를 시작으로 씨감자생산사업, 농업개발사업과 지역개발사업 그리고 북한농학자 역량강화사업 등으로 확대됐다. 앞으로는 북한의 변화에 맞춰 개발협력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바람직한 대북 지원 방안은 남북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북지원 계획을 수립한 후에 북한 주민들의 의견도 반영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북한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남북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립하고자 할 계획이며, 또 지속적으로 월드비전 국제본부의 대북사업에 협력하고자 한다. Q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월드비전은 해외 아동후원을 통해 아동의 성장환경, 마을의 자립을 돕는다. 이같이 자립을 근간으로 한 월드비전의 특별한 사업이 있다면. A 월드비전이 생각하는 진정한 후원은 후원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이다. 월드비전은 수혜자의 자립과 온전한 삶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일례로 해외에서 진행되는 지역개발사업의 경우, ‘한 아동이 자라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동이 속한 지역사회의 ‘자립’을 통한 개인의 ‘자립’을 목표로 진행한다.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식수, 보건, 농업개발, 소득증대사업, 교육 및 주민역량강화 사업 등 그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진행한다. 보통 15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역량강화에 중점을 둔다. 월드비전은 이렇게 사업을 마치고 해당 지역을 떠난 후에도 주민들이 ‘자립’해 긍정적인 삶의 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Q 끊이지 않는 기근과 재해, 전쟁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월드비전이 펼치는 사업은 무엇이고, 장기적인 플랜이 있다면. A 월드비전은 재난발생 직후 진행하는 일시적인 구호 활동뿐 아니라 장기적인 재난 대비와 예방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월드비전은 현재 전 세계 26개국에서 기근, 자연재난, 분쟁 등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켜 최대한 빨리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재난대응 사업 관련해서 월드비전은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재난이 발생하면 24~72시간 이내 긴급구호전문가를 현장으로 파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주민들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당장의 긴급구호뿐 아니라 ‘주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을 위한 재건복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취약국가 및 지역재건사업과 관련해 월드비전은 소말리아, 남수단,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취약국가 및 지역에서 식량과 난민캠프 통합지원사업, 분쟁으로 생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아동을 위한 아동보호심리치료센터 운영사업, 전쟁 피해아동 대상 평화인식교육사업, 여성 할례 피해자 지원사업 등 보건, 교육, 식수위생, 농업 분야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취약국가 및 지역의 어린이와 주민을 보살피고 있다. 마지막으로 월드비전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가장 큰 NGO 협력기관이다. 월드비전의 식량사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우선 재난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실향민과 난민에게 식량을 지급하는 긴급식량지원사업이 있고, 두 번째 사업은 긴 시간을 두고 주민이 스스로 식량위기를 극복하도록 돕는 사업이 있는데 ‘식량을 활용한 재건복구(Food for Work) 사업’ 및 ‘식량을 활용한 교육지원(Food for Education) 사업’이 바로 그 예이다. Q 앞으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또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정세에 월드비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제, 정치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부 환경에 취약한 사회 계층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경제적 어려움, 질병, 보호자의 부재 등 외부 환경에 취약한 아이들이 여러 난관을 이겨내고 자립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해갈 계획이다. 먼저 국내에서는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위기아동지원사업’과 아동의 평생 건강을 책임질 ‘아동영양사업’을 비롯해 모든 아동이 충분히 꿈꾸고 이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꿈꾸는아이들’ 등으로 아동의 온전한 삶을 지원한다. 해외에서도 개발, 옹호, 구호의 통합적 사업을 통해 아동의 자립을 돕는 한 마을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또 아동, 가정, 그리고 마을의 변화뿐만 아니라, 이에 필요한 자원(시간, 재정)을 후원하시는 분들도 다양한 참여를 통해 변화 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담=이용성사회부장 / 정리=정민훈기자 / 사진=전형민기자

[경기인터뷰] 선재 스님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전생에 많이 놀고먹어서, 이생에 이렇게 바쁜 가 봅니다.”전국 팔도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방송과 행사, 강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선재 스님의 말이다. 지난 10월에도 행사를 위해 프랑스에,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15일도 빡빡한 강연시간을 쪼개서야 만날 수 있었다. 전날 경상남도 통영에서 강연을 마치고 부랴부랴 올라오는 길이었다.그는 “한가위가 지나도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어찌 보면 행복한 일”이라며 “언제 어디에 서더라도 수행자의 마음으로 하니까 가능한 것 같다”고 웃었다.선재 스님이 이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유는 바로 ‘사찰음식’. 사찰음식을 통해 간경화를 치유한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에 대한 논문을 최초로 발표한 사람이다. 건강을 위한 힐링 푸드, 슬로우 푸드가 각광받기 훨씬 전부터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사찰 음식을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다.또 ‘자연을 거스르지 말라’는 음식에 대한 철학으로,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해 사찰음식을 개발 및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선재 스님에게 건강하고 맛있게 먹고 살 수 있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Q 최근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염려한다. 건강하게 살기위해서, 오래살기위해서. 오죽하면 ‘건강염려증’까지 걸리겠나.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대함에 있어 맛있게 먹고, 즐겁게 먹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 음식을 먹는 것이 곧 나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것은 신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사찰음식은 살아있는 생명을 내 몸과 같이 여기는 자비관에서 비롯됐다.자연의 생명이 깃들어 있고, 자연을 배려하는 섭리가 들어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대안으로 사찰음식을 생각한다. 실제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다. 종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찰음식을 배우러 오는 분들도 많고, 특히 외국에서의 관심은 더하다. Q 최근 프랑스에 다녀왔다. A 지난 10월26일 프랑스에서 ‘1700년 한국전통산사와 수행자의 삶’을 주제로 사찰음식 만찬 행사가 열렸다. 1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불교를 소개하고, 그 속에 깃든 사찰음식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조계종이 개최한 행사다.프랑스의 정치 및 문화계 주요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했고, 새벽예불, 참선, 울력, 발우공양 등을 직접 시연했으며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이 행복을 기원하는 축원을 내렸다.이어 이들을 위해 연근죽과 백김치, 두부발효음식, 연밥 등 자연의 맛을 살린 20여 가지의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다음날에는 파리의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사찰음식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호응이 좋았다. Q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A 뜨거웠다. 서양음식은 자연을 배려하지 않는다. 때문에 서양에서는 사찰음식이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을 배려한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기농과 자연주의를 따르는 전 세계적인 흐름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어, 어떤 음식보다 세계화된 음식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또 사찰음식은 마늘, 파, 달래, 부추, 무릇 등 오신채를 넣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먹기에 부담이 없다는 큰 장점이 있다. 프랑스는 올해가 3번째다. 앞서 2번은 개인적으로 초대받아 한국의 불교문화와 사찰음식에 대해 강연했다. 지난해는 ‘와인과 사찰음식’을 주제로 강연했는데, 사찰음식에 들어가는 우리 전통장을 소개하기 위함이었다.프랑스의 와인과 우리의 전통장에는 발효식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와인은 어린아이나 수행자,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먹을 수 없다. 반면 전통장은 물론 전통장이 들어간 음식은 누구나 먹을 수 있지 않은가. 특히 수행자들은 채식위주의 식단을 먹기 때문에 찬기운과 각종 약기운이 몸속에서 부딪칠 수가 있다.이것을 중화시키고 몸에서 잘 흡수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발효를 통해서 만들어진 장과 그것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다. 외국인들은 5~30년을 거쳐 간장과 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신기해한다. 그리고 그 속에 과학이 숨겨져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Q 현대사회에서 사찰음식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A 땅은 누구나 딛고 살고, 공기도 누구나 마시며 살아간다. 하나의 생명이고, 하나의 뿌리고, 하나의 공간이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먹는다. 동물과 어패류, 식물도 먹는다. 사람뿐만 아니고 자연의 모든 생명들이 나 아닌 다른 생명을 통해 나의 생명을 이뤄가고, 그 생명을 통해 나를 만들어 간다.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한다. 자연이 오염되면 식물도 병들고, 그것을 먹은 사람도 병이 든다. 사찰음식에는 모든 생명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 그런 생명들이 나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생명들을 아끼고 배려하고 보호할 때 결국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부처님의 큰 가르침이 담겨 있다. Q 사찰음식에 대한 철학은. A 행복하려면 다 같이 행복해야 한다. 가족 중 누군가 마음이 불편하면, 나 또한 마음이 아프지 않은가. 더 나아가 우리, 수원시, 경기도, 세계가 똑같은 이치다.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먹거리라는 공통의 문화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사찰음식에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힘이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생명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어찌 보면 하나의 수행이고,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자비와 지혜를 음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자연의 생명을 가져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좋은 재료로 만들어야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나쁜 재료로 만든 음식은 사람을 헤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먹는 법을 계속해서 알리고 싶은 이유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A 사찰음식의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공간과 사찰음식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교를 마련하고 싶다. 지금은 많은 곳에서 강연을 하고 있지만, 한번 배우고 마는 수강생에 그친다. 사찰음식이 가진 의미와 이를 체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무엇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40~50대 엄마들은 그들의 어머니를 보고 배웠기 때문에 가족을 위한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은 대부분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김치를 먹지 않는 아이들도 허다하다.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이 왜 필요한지, 그것을 위해 왜 자연을 배려해야 하는지 알려야 한다. 우리 몸은 자연, 지수화풍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땅에 있는 것도 먹어야 하고, 땅 속에 있는 것도 먹어야하고, 나무에 매달린 것도 먹어야 하고, 물속에 있는 것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3년 전 그거 알아요? 음식은 생명!이라는 어린이뮤지컬을 만들었다. 음식에 깃든 뜻과 의미,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아이들이 공연을 본 직후 김치와 감자가 든 국을 싹 다 먹더라. 그것이 교육의 힘이다. 많은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대담 = 이선호 / 문화부장 정리 = 송시연기자 / 사진 = 전형민기자

[경기인터뷰] 김진욱 kt wiz 감독

프로야구 10구단 kt wiz가 지난 10월 14일 2대 감독으로 두산 베어스 감독을 역임한 김진욱(56)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을 영입해 지휘봉을 맡겼다.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 베어스 시절 당대 최고의 투수인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과 맞붙어 세 차례의 완투 대결서 2승 1무로 우위를 보인 스타 선수였다. 그는 1992년 현역 은퇴 후 분당중앙고와 구리 인창고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2006년부터는 친정 팀인 두산 베어스 코치를 맡아 활동하다가 2012년 감독으로 승격 돼 2년 만에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이후 방송 해설가로 변신했다가 ‘막내’ kt wiz의 지휘봉을 잡은 김진욱 감독을 지난 16일 오후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만났다.잘 생긴 외모에 연륜이 묻어나는 은빛 헤어스타일, 거기에 그윽한 커피향과 어우러져 이 늦은 가을 여심(女心)을 자극할 ‘꽃중년’의 멋스러움이 풍겨져 나왔다. 김 감독으로부터 야구 철학과 kt 새 사령탑으로서의 각오, 최근 불거진 그를 둘러싼 루머 등에 관해 들어봤다.Q kt wiz의 감독으로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났다.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A 선수들과 상견례를 할 때 어떻게 소통할까 고민했다. 첫 만남 후 선수들에게 모바일 메신저에 나를 등록 하라고 했다. 등록을 안 할 경우 ‘감독을 별로 마음에 안든다’라고 생각하겠다는 농담과 함께 말이다. 처음 시도해 봤는데 너무 효과가 좋다. 대부분이 첫 메시지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몇 번 누구입니다’라는 어색한 단문을 보냈다. 나도 답장했다. ‘72번 김진욱입니다’라고. 그럼 왠지 답장을 해야할 것 같은 선수는 이어서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식으로 3~4번의 대화가 오가다 보면 선수들이 처음 보다는 덜 어색하고 편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이후 운동장에서 마주하는 선수들의 눈빛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선수들에게 빨리 다가 갈 수 있었다. 이것이 곧 소통의 시작이고, 선수들과 나, 코칭 스태프가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Q 방송 해설가로 지난 2년 동안 kt를 지켜본 느낌은. A 해설가는 특정팀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팀들을 볼 수 있다. 2년 동안 10개 팀 모두 공정하게 팀의 장점과 약점을 평가해 해설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kt에게 마음이 더 갔다. 힘들게 창단한 막내 구단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더 갈수 밖에 없었다. 신생팀이 가지는 약점은 첫 시즌 시작과 동시에 거의 다 드러난다. 그런 부분을 얼마나 빨리 메워 좋은 팀의 기틀을 만들어갈 수 있는냐에 대해 주의 깊게 봐왔다. 해설을 하며 느낀 점은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것이다. 경기중 선수들 움직임도 무거워보였다. kt 감독으로 취임하는 순간 이 팀을 어떻게 신생팀 답게 밝게 만들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중계를 하면서 감독이 작전을 잘해서 이기는 것 보다 팀 분위기에 의해 승부가 좌우되는 경기가 많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꼈다. kt의 무거웠던 느낌을 어떻게 밝게 만들고,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얼마나 좋은 컨디션으로 즐겁게 야구를 즐기는 팀으로 만드느냐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Q 구단이 인성·육성·근성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점을 더 강조하고 싶은가. A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 인성이 돼야 나머지 근성도 생기고, 팀도 육성을 할 수 있다. 오랜시간 운동을 해오며, 성향이 선수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체득했다. 아마추어 때 좋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상위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이 성공하는 케이스보다 성향이 좋은 선수가 성공하는 케이스를 더 많이 봤다. 성향의 기본은 인성이다. 인성이 되면 좋은 성향이 만들어진다. 좋은 마음을 가져야 좋은 야구를 한다. 힘들 때도 그런 마음이 있어야 이겨내는데 그런 마음이 없다면 이겨내지 못한다. 새로 영입하는 코치진도 인성이 훌륭하고 열정이 있는 분들을 뽑았다. Q 취임 후 수원과 익산 두 곳으로 이원화해 시즌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나. A kt를 제외한 9개 팀들은 해외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그 팀들이 해외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기량 향상을 위함이다. 다음 시즌 주전급으로 도약해야 하는 선수 위주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집중적인 기술 훈련을 펼치는 기간이다. 케이티 위즈 파크는 선수들이 한 시즌을 뛰었던 공간이다. 지겹도록 오랜 시간 한 시즌을 보낸 공간에서 ‘집중해라’, ‘열심히 하라’고 주문하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원화해 훈련하고 있다. 타 팀들이 해외에서 훈련을 쌓고 있는 것은 35년이라는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kt는 아직 준비가 안된 만큼 올 시즌 마무리훈련은 선수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Q 전력 즉시보강의 기회인 FA 시장이 지난 11일 개장했다. kt 입장에서 FA 영입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 구상하고 있는 포지션과 추진상황은 어떠한가. A 가장 시급한 부분은 선발 투수고, 그 다음 1ㆍ3루수 중 수비와 공격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를 영입했으면 한다. 구단에는 선발 투수, 1ㆍ3루 중 어느 선수를 뽑더라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FA시장은 여러 상황이 있기 때문에 돈으로만 원하는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 FA시장 상황과 구단의 금전적 상황을 모두 감안해 가장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대신 FA보다는 외국인 투수 영입에 더 많은 비중을 두라고 구단에 부탁했다. Q 최근 2선발 급인 외국인 투수 돈 로치를 영입했고, 연간 180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1선발 급 투수를 물색 중으로 알고 있다. A 돈 로치는 2선발로 보고 계약했다. 1선발 급 선수를 모색중이지만 미국 메이저리그는 여러 가지 옵션이 있기 때문에 빨라도 12월 중순을 넘어야 선수 영입이 이뤄질 것이라 본다. 언제 뽑느냐는 중요치 않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만 있으면 상관없다. 그만큼 구단에서 신중하게 많은 이닝을 던져 줄 수 있는 좋은 선수를 잡아주길 바란다. 선수 유형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돈 로치가 큰 신장이나 위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1선발은 다른 유형의 선수가 오길 바라고 있다. Q 일상 생활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다. 두산 감독 시절엔 ‘커피감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믹스커피를 유독 즐기는 이유가 있나. 또 야구 감독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것 같은데 음주와 흡연량은. A 믹스커피는 그냥 먹기 편하고 달달한 맛이 좋아서다. 믹스커피가 없으면 원두커피도 마시지만 즐겨찾지 않는것 뿐이다. 담배는 한 갑 정도 피우고, 술은 체질에 맞지 않아 아예 못 마신다. 두산 감독을 맡기 전에 신체검사를 했는데 신체 장기가 나이에 비해 정말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감독 생활을 2년한 뒤에는 당뇨와 비정상적인 간 수치 등 평소 들어보지도 못한 질병이 생겼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kt 감독으로 오면서도 주위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걱정을 많이했다. kt는 신생팀이고 아직 부족한게 많은 팀이다. 그러나 희망이 더 많은 팀이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Q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부인께서 연루됐다는 소문이 많은데 이에 대한 진실은. A 처음에는 보도를 접하고 정말 황당했다. 집사람하고 연관됐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가서 크게 나무랬다. 아내는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내가 골프 모임을 하고 있지만 모임에는 그쪽(최순실씨)과 연결되는 멤버도 없고 어느 구석 다 연결해봐도 연결되는 부분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구단에 와서 ‘왜 나를 뽑았나’, ‘누가 나를 뽑았나’, ‘나도 모르는 압력이 있었나’고 물었다. 내 주위에는 그쪽과 연관된 인맥이 전혀 없다. 말 그대로 유언비어다. 나는 어른이기 때문에 그 순간 기분 나쁠 수는 있지만 사실이 아니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대다수 어리고 한창 예민할 때다. 잘못된 언론 보도 하나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언론에서 선수들한테는 신중한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Q 앞으로 kt에서 어떤 야구를 펼칠 생각인가. A 코칭스태프라고 해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을 만들 계획이다. 항상 정정당당하고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승패를 인정하고,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만들어 졌을 때 그게 kt의 야구가 되는 것이다.어느 누가 생각해도 미국의 뉴욕 양키즈,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같은 명문팀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야구로서 되돌려 주고 싶다. 프로구단인 만큼 마지막은 성적이지만 좋은 야구로, ‘야구 참 즐겁게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커피를 내릴 때 향이 참 좋지 않나. 그런 향내가 나는 야구가 뭔지 답을 찾고 싶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 정리=홍완식기자 사진=전형민기자

[경기인터뷰] 김화수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경기도 일자리 창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수장인 김화수 대표는 임기 내 ‘고용지원 플랫폼’을 완성해 적극적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김화수 대표는 민선 6기 일자리 70만 개 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향후 재단 운영 방향을 공개했다. 일자리재단은 기존 일자리센터와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약 20만 명의 구직자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내년 7월 ‘일자리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화수 대표는 “기존의 일자리 매칭은 ‘이런 일자리가 있으니 신청하세요’라고 안내하는 알선의 수준이었다면 플랫폼 구축을 통해 일자리가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연결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일자리 부족의 원인은 미스매치도 상당 부분 있다. 플랫폼을 구축해 구직자와 구인자를 직접 연결하는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Q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는 어떻게 하게 됐나. A 처음 경기도 관계자(당시 오병권 경제실장)들이 왔을 때는 일자리 관련 자문을 구하려고 온 느낌이었다. 10여 분 정도 지났을까. 경기도 관계자들이 일자리재단 대표이사직을 제안했다. 일단 생각을 해 보겠다고 답변했지만 부정적인 뉘앙스로 대답했다. 그런데 막상 생각 해보니 공공 일자리서비스에 대한 아쉬움들이 떠올랐다. 공공 일자리서비스는 대부분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이 아닌 지자체에서도 이런 플랫폼을 갖고 어떤 행정 서비스나 공공정책서비스를 할 수 있는 모델을 하나 만들고 떠나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아무리 초기지만 흐릿하게나마 내가 여기서(일자리재단) 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게 됐다. 처음 제안을 받고 일(일자리재단 관련)을 준비한 지 100일이 지났다. 날짜를 세는 것은 나름 그리고자 했던 것들이 있고 그 그림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설계도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2년 임기이기 때문에 초기에 뭔가 나와야 한다. 지금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조금씩 잡히고 있다. Q 일자리재단을 통해 구상하는 것이 무엇인가. A 지난달 고용부에서 개최한 ‘미래지향적 고용서비스 발전방안 대토론회’가 있었다. 지자체의 고용서비스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정부에서 확보해야 할 고용관련 데이터들이 많다. 기업사이트 쪽은 대부분 확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서울시도 데이터를 받기로 했다. 이는 플랫폼에 그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플랫폼이 인프라로 깔려져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중앙에 적합한 게 있고 지자체에 적합한 게 있다. 특히 경기도는 경기도이기 때문에 나와야 하는 적합한 그림이 있다. 우리 재단 설립취지에도 나와있지만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 시ㆍ군 단위, 도내 공공기관이 일자리나 창업 관련된 직간접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다. 거기에서 모을 수 있는 데이터가 어마어마하다. 그들에 대한 데이터가 들어오면 엄청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그걸 우리가 시스템적으로 들어가서 시ㆍ군 내지는 기관을 통해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일부 공공 데이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플랫폼으로 구직자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면 신청 이력을 보고 일자리가 필요한 분야의 또는 공공 서비스 해당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서비스가 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Q 지금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한다. 실제로 일자리가 부족한가. A 수요부족에 의한 양적 문제, 일자리 부족이 분명히 있다. 그 말은 전체 부족이 100이면 수요부족에 의해 발생하는 게 3~40% 발생한다. 이게 부족이다. 그런데 나머지는 ‘미스매치’다. 그래서 대부분 부족이 아니라 매치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필요로 하는 직업 중에 4분의 1은 수요부족이니까 일자리 부족도 있는 거다. 나머지는 근무조건, 지리적 위치, 학력 등을 고려해 질적, 양적 미스매치다. 그러나 우리 재단이 주도해야 하는 거는 ‘‘미스매치’ 부분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경제 성장과 산업의 발전에서 채울 수 있는 부분이다. Q 앞으로는 일자리가 더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나. A 사회, 산업 내지는 공공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산업이 만들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산업과 공공이 만들었다. 또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 사회가 좀 더 만들어야 한다. 산업이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산업ㆍ사회ㆍ공공이 함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고용률을 어느 정도로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공공이 할 수 있는 것은 근로 중인 자를 더 독려해 근로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게 지원하고 일자리통장과 같이 수요를 유지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현재 산업에서 안 되는 부분을 공공이 하고 있다. 큰 흐름에서 보면 고용률이 올라가는 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Q 어떤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가. A 일자리를 질적으로 좋다, 나쁘다 평가할때 기본적으로는 근로 조건, 급여 그 두 개를 본다. 근로조건도 좋고 급여가 좋으면 누가 봐도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일단 직업을 구하게 되면 질적으로 나쁘지 않은 쪽으로 가려 한다. 기본적으로 청년들은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찾는다. 여성 경력단절 계층이나 장년으로 넘어가면 근무조건이나 환경, 급여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다. 고용이 중요하다. 이들에게는 예산을 들여서라도 장기적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잠재적 구직상태에 있는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젊은 친구들은 취업알선은 거의 하지 않는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해외취업, 창업, 산업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모델 제시 등 다양한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Q 대표님에게 일자리는 무엇인가. A 일자리는 꿈을 이루는 디딤돌이다. 꿈이 없으면 디딤돌도 없다. 꿈을 만들어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 작년 한 해 창업준비 하는 사람을 수백 명 만났다. 그 친구들은 이루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근데 취업준비하는 친구들은 꿈을 가기 위한 과정으로써 준비하는 게 아니고 지금 준비하는 게 목적이다. 구직활동의 목적지가 취업이 되버리면 마음 속의 자극도 약해진다. 사람의 인생은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청년들은 행위자로서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Q 어떤 꿈을 꾸고 있나. A ‘점들의 연결’ 스티브 잡스가 이런 표현을 했다. 과거의 연걸점들이 미래에 연결될 것이라는 뜻이다. 나중에서야 이표현의 뜻을 알았지만 내 과거를 돌아보면 정말 그랬던 것 같다. 만야게 내 인생의 어느 한순간을 딱 빼내라고 한다면, 1993년 방위 복무 시절 한 인터뷰 기사를 봤을 때다. 해외시장 조사를 대행해주는 회사 임원의 인터뷰였다. 그 당시만 해도 온라인이라는 게 잘 안돼 있을 때였는데 이미 외국에서는 그런 데이터뱅크 회사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시장조사 대행 회사에 들어가 일하다가 바로 팀장이 됐다. 그리고 당시 대학원을 다니다가 ‘인터넷정보검색의 마지막 노하우’라는 책을 냈고 이 책을 보고 투자자가 찾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투자자가 나중에 잡코리아 최대주주가 됐다. 잡코리아는 2000년도에 매각하게 됐는데 내가 잡코리아와 그 게임회사를 겸임하는 대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올해 5월에 여기 일자리 재단에 왔다. 그러니까 다 점들이 연결 된 것이다. 나는 단 한번도 그 지점에 있을 때 다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일부로 하려고, 안하려고 한것도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생각을 안하게 됐다. 일을 할 때 거기에만 올인하기 때문. 현재 내가 올인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 다음 것은 자연스럽게 뭔가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Q 일자리재단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A 낙동강을 기준으로 반경 1㎞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비교적 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면 그 사람들한테 생존 수영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냥 ‘아무나 오세요’라고 하면 저기 산골에 있는 사람들도 올 수 있고 평생 물에 안 들어가는, 주변에 물이 없는 사람들도 올 수 있다는 말. 그럼 그런 사람들은 제외해야 한다.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어떻게 선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재단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플랫폼이 중요하다. 잘 고르는 것, 필요한 사람들한테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깜깜이 선발이 아니라 데이터, 프로필을 가지고 그들의 과거 이력, 데이터를 통해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 재단이 해야 할 일이다. 대담 = 최원재기자 정리 = 허정민기자/사진 = 전형민부장

[경기인터뷰] 정진석 전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1969년 농협에 입사해 30여 년 동안 오로지 농촌 부흥만을 생각했다. 1997년에는 경기농협 최고 책임자인 지역본부장 자리에 올라 농촌의 근본인 ‘흙’을 살리고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런 그에게 왜 그렇게 농촌에 애정을 쏟으시는 것이냐고 물었다. 빙그레 미소를 짓던 그는 “농촌을 부흥시키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퇴임 후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그는 여전히 흙을 강조한다. 농민의, 농민을 위한, 농민의 의한 농촌을 위해서다. 40여 년 동안 농촌을 위한 외길을 걸어온 정진석(73) 전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을 서울의 한 작은 교회에서 만났다. 현재 흙 살리기 연대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 전 지역본부장으로부터 농촌과 흙 그리고 농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농협을 떠난지도 20년 가까이 된다. 근황이 궁금하다. A. 나름 봉사하는 일들로 바쁘게 지낸다. 흙 살리기 운동을 비롯해 강연·교육 등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향인 안성의 사회복지협의회 고문으로서 사회복지사업을 도와주고 있다. 또 은암장학회를 설립ㆍ운영하면서 현재는 학생들 장학금 마련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Q. 흙 살리기 연대에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A. 환경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면 물, 공기 그리고 흙이다. 자연을 이루는 3요소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가운데에서 흙이 모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흙이 망가지고 있다. 산업화·공업화 사회가 되면서 도시에서 나오는 온갖 쓰레기, 공장폐수 등의 종착역이 흙이 되고 있다. 게다가 생활하수·축산폐기물 등으로 농경지의 오염과 황폐화를 가속화하는 물질이 증가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인류의 생존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인류 문명은 강과 인접한 비옥한 땅에서 비롯됐다. 흙을 소중히 여기고 가꿔온 문명이 융성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흙은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온 국민이 나서 흙을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 의식운동부터 해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20여 년 전 흙 살리기 운동 조직을 사단법인으로 꾸려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전국 규모로 펼치고 있다. Q. 농협맨으로 생활해 온 점이 흙 살리기 운동을 하게된 이유가 된듯 싶은데. A. 농협에서 근무한 것이 큰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농협에서 근무를 하면서 흙의 주인이 농민이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퇴직 후 우리 농촌을 위해 봉사할 길을 찾았는데, 고심 끝에 흙 살리기 운동을 하게 됐다. ‘흙’은 농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중요시됐다. 예부터 우리 조상이 일컬어온 말 가운데 풀을 보기 전에 김을 매는 농사꾼을 상농(上農), 풀을 보고서야 김을 매는 농사꾼을 중농(中農), 풀을 보고도 김을 매지 않는 농사꾼을 하농(下農)이라고 했다. 즉 상농은 흙을 잘 관리하고, 중농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하농은 필요해도 안 하고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이 말은 풀을 신속하게 없애 흙을 기름지게 하고 뿌리를 튼튼히 가꾸는 상농의 지혜를 강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 농업을 살리는 비결 역시 근본인 흙 살리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Q. 농협에서 근무하던 때가 궁금하다.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을듯 하다. A. 1969년에 입사해 30년 넘게 농협에서 일했다. 내가 농과대를 졸업한 당시 우리 농촌은 상당히 피폐했다. 국민소득이 1인당 70달러가 안 되는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농촌을 부흥시키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라고 생각했고, 나부터 농촌운동에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농협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됐다. 경기 농협의 책임자가 됐을 때도, 지금도 나는 우리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핵심이자,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중심이라고 본다. 농협도 마찬가지다. 전국 농협의 중심이 우리 경기 농협이었다. 그런 우리 경기 농협이 농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농민들을 위해서는 정말 살아있는 농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온 경기 농협 임직원들과 함께 농협운동을 펼쳤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우리 경기농협이 대농민 지도사업을 함에 있어 임직원들이 영농기술분야가 취약해 농민들에게 적절한 기술지도와 영농상담을 할 수 없었던 점을 보완해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이를 위해 단위농협에 농촌지도사들이 상주했고, 농협을 찾는 농가들에 영농상담과 기술지도를 할 수 있도록 지자체, 농촌지도소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진행했다. Q. 당시 직원들에게 강조했던 사항은 무엇인가. A. 무엇보다도 흙을 살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농민들이 농사를 편안하게 짓고, 소득을 올리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기반부터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시발점이 흙 살리기였던 것이다. 또 농민이 생산한 것은 제 값을 받고 팔아줘야 한다고 늘 얘기했다. 그 본을 보이기 위해서 매주 금요일 지역 본부 주차장에서 금요 장터를 열어 농민들이 직접 농축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하게 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직거래하니 도시민들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농산물 애용 촉진, 물가안정 기여, 판로확대 등을 통한 농업인 소득증대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때 시작한 금요 장터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당시의 농협과 지금 농협은 많이 변했다. 직접 보시기엔 어떤가. A. 주변 사람들만 해도 ‘농협이 너무 퇴색된 것이 아니느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역사란 항상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지 퇴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협이 현재 금융지주, 경제지주 등 주식회사 형태로 분리됐는데 이것도 발전의 양상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것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 구조가 변화되기 때문에 거기에 적응해 가면서 우리 농촌과 농업의 발전, 그리고 농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최선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농협금융지주가 분리되면서 부실경영 등 여러 말도 많았지만, 어찌 됐든 나는 현재 농협의 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Q. 지금도 농협퇴직동인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농협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신 것 같다. A. 젊은 시절을 모두 농협에서 보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 농협 동인들이 우리 경기도만 해도 수 천명에 달한다. 모두 현장에서 열심히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고, 다들 건강하게 또 우리 경기도 발전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농심을 가지고 평생 봉사하는 농협 동인들이 되길 바란다.

송희연 인차이나포럼 공동대표

인천시는 대(對)중국 경제문화관광교육분야 교류에서 비즈니스학술의 싱크탱크 역할 실현을 위해 지난 6월 송도컨벤시아에서 ‘인차이나 포럼(INCHINA FORUMICF)‘ 창립식을 갖고 포럼을 공식 출범시켰다. 인천시가 한중 FTA 서명 1주년을 맞아 한중 미래전략과 신교류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제시하고자 추진해 온 새로운 형태의 포럼이다. 정종욱 인천대 중국학술원장과 함께 이 포럼의 초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송희연(77) 인차이나포럼 공동대표를 만났다.그는 송도국제도시에 글로벌캠퍼스를 설립했고, 인천대 동북아통상국제대학을 세우기도 했다. 전 KDI원장, 해운산업연구원장을 지낸 그의 야심찬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인차이나포럼 공동대표 취임 소감은 A 우리는 성장 트렌드가 완전히 탈바꿈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을 추격하기만 한 캐치업(catch up) 전략에서 퍼스트 러너(first runner)로 변모해야 한다.동북아통상에 있어서도 퍼스트 러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차이나포럼은 한중 FTA 시범도시로 선정된 인천에서 ‘인천 안의 중국시대‘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시와 대학이 주도한 포럼이다. 정종욱 인천대 중국학술원장과 함께 이 포럼의 초대 공동대표를 맡게돼 영광이다. 송도국제도시에 글로벌캠퍼스를 처음 추진하던 12년 전 처럼 창의적 마인드로 다가가고 싶다. 젊은 시절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창립과정에 참여했던 열정을 이 포럼에 던져 넣고 싶다. 지역경제인들과 함께 간절한, 간곡한 마음으로 ‘혼’을 실어 일을 추진하고자 한다. Q 창립식과 더불어 어떤 학술교류와 비즈니스가 진행되고 있는가 A 인천시는 대(對)중국 경제·문화·관광·교육분야 교류에서 비즈니스·학술의 싱크탱크 역할과 ‘인천 안의 중국시대‘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지난 6월 13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인차이나 포럼(INCHINA FORUM·ICF)‘ 창립식을 갖고 포럼을 공식 출범시켰다.이날 창립식에는 유정복 시장을 비롯, 최성을 인천대 총장,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과 포럼위원, 각계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해 ICF의 장도를 축하했다. 인차이나 포럼(ICF)은 인천시가 한·중 FTA 서명 1주년을 맞아 한·중 미래전략과 신교류·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제시하고 공론화 하고자 추진해 온 새로운 형태의 포럼이다. 포럼은 인천시장을 비롯한 고문단, 경제부시장을 포함한 자문단, 운영위원회, 4개의 분과위원회(학술연구, 인문교류, 투자·무역, 관광서비스)와 특별위원회(중국인 또는 중국내 한국인) 등 200여 명으로 구성됐다.인차이나 포럼은 대중국 경제, 관광의 싱크탱크 기능은 물론, 한·중 교류비즈니스 학술포럼과 인문교류 개최(매년), 한·중 비즈니스 교류전 개최, 비즈니스 강좌와 인차이나 창(계간지) 발행, 인천내 대중국 교류 비즈니스 추진주체간 사무국 등을 운영키로 했다. 포럼 창립식에 이어 국내 및 중국 기관·단체·기업을 대상으로 한중 무역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창립 사흘간 컨벤시아 전시장에서 인천홍보관 개항과 인천 섬, 중국관, 한·중 이슈산업관 헬스&뷰티, 식품, IT, 물류, 해양레저 등 산업전시회를 열었다. 이와함께 ‘한·중 교류비즈니스의 지속발전을 위한 신모델과 전략’이란 주제로 3개의 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주제는 개항과 FTA, 그 140년 사이, 한·중 물류협력의 현황과 전망, 산·학·관 협력모델 창출 등 이다. 6월에 입학한 차이나 BIZ-COOL(중국 CEO 과정) 제1기에 이어, 9월 22일부터 제2기 교육을 시작했다.차이나 비즈쿨(CHINA BIZ-COOL) 2기 중국CEO과정 4주차 강의는 10월 13일 열렸다. 이날은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법인장의 ‘중국의 인터넷+ 및 제조혁명, 그리고 O2O’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신 법인장은 “중국의 ‘인터넷+@’ 정책은 산업구조 혁신 및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과 융합되어 기술집약형 스마트 산업으로 발전을 통하여 중국이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인터넷과 산업을 접목시킨 방향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Q 최종적으로 포럼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A 포럼이 존재하는 이유, 대원칙은 ‘현장상담’과 ‘기업이윤 창출’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도 자연히 이뤄진다. 포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기업의 현장상담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포럼은 서포터며 주인공선수는 기업인 것이다. 최근 소비재서비스산업. 뷰티교육 등 문화상품 등의 상담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인차이나포럼은 이러한 분야에 더욱 집중할 계획을 세웠다. 중소기업의 무역상담지원 기관은 KOTRA, 상공회의소,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다양하다. 제각각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차이나포럼은 이들 중소기업 관련기관들의 역할과 일부 중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그러나 인천광역시와 대학이 중심이 되어 대(對)중국 경제·문화·관광·교육분야 교류에서 비즈니스·학술의 싱크탱크 역할을 개척한다는 측면에서 차별성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본다. Q 인천광역시와 웨이하이(威海)는 지난해 한중 FTA 경제협력시범지구로 함께 지정됐다. 인차이나포럼은 양국의 기업들에게 어떤 시스템을 제공할 것인가. A 인천은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이란 특징을 가진 도시로서, 이를 최대로 활용한 다차원적인 대(對)중국 교류·비즈니스 협력모델의 창출은 향후 인천이 짊어져야 할 책무이자 권리다.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중국의 웨이하이(威海)와 함께 한중 FTA 경제협력시범지구로 지정된 것은 인천의 대(對)중국 교류협력이 현실적 과제가 되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중 FTA 발효를 기점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한중관계에서 인천이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교류·비즈니스에 있어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고 리드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인차이나포럼이 바로 그 역할을 자임한다. 민·관·산·학이 일체가 된 통합적이고 상설적인 협의체로서 인차이나포럼은 인천을 창구로 한 한중 교류·비즈니스 플랫폼의 기능을 다할 것이다.구체적으로 분야별 최신 정보를 수집·공유하고 교류·비즈니스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하겠다. 나아가 그동안 분산 추진되어 왔던 인천의 대(對)중국 교류·비즈니스 전반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복합적 기능의 허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Q 송희연 대표는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절에 기억에 남는 일은 A 1971년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번영을 향한 경제 설계’를 하자는 김만제 KDI 초대원장의 권유로 연구원 및 후일 원장으로 근무했다. 또한 1984년 해운산업연구원 창립과 함께 초대 원장을 지냈다. KDI는 우리나라 경제전반에 관한 정책과제를 현실적·체계적으로 연구하고 5개년 개발계획 수립 및 정책 입안에 도움을 줄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1971년 3월에 설립되었다. KDI 연구진은 5개년 개발계획 작성 뿐 아니라 경제기획원 주관의 3개년 연동계획과 경제운영계획의 작성에도 적극 참여했다.경제현안에 대한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단기과제 연구도 수행했으며, 이에 관한 토론과 협의가 이루어지도록 정책협의회를 수시로 개최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부설 국제개발연구소(HIID: 현 Cent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와 공동으로, 해방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약 30년 동안의 경제·사회 발전을 분석·연구하여 국영문 각각 10권에 달하는 ‘한국 경제·사회의 근대화 과정 연구’ 총서를 발간했다. KDI시절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1972년 당시 10년 후 국내의 철강소비 규모를 예측해 냈던 일이다. 1972년 100만톤 수준이었던 것을 “10년 후엔 연간 1천300만톤의 철강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거의 정확히 전망했다. 당시 박태준 포철회장 요청으로 포철 임직원과 철강협회 관계자들에게 브리핑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해운산업연구원장 시절엔 위해~인천 직항로를 개설했다. 국내 컨테이너 물량 중장기 기존예측치(연간 300만톤)을 두배이상 700만톤으로 크게 확대했다. 정부는 증가된 예측치를 기준으로 급속히 늘어나는 1990년대의 컨테이너 물동량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Q 인천대에 동북아통상국제대학, 송도신도시에 글로벌캠퍼스를 건립했는데 무엇에 역점을 두고 대학설립을 추진했는가 A 해운산업연구원장을 퇴임하면서 1997년 인천대에 동북아통상국제대학 학부과정(정원 50명)을 설립을 추진했다. 2004년 까지 초대학장을 지냈다. 대학설립 비용은 인천시와 교육부, 정치계, 기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학생들은 4년 전액 장학금과 1년간 해외유학(등록금 전액지원) 혜택을 입으며 동북아 통상의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캠퍼스는 인천대 동북아통상국제대학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착안했다. 국내에 세계유수의 대학이 들어와 국내대학들과 교류ㆍ경쟁한다면 한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4년 인천대를 퇴임한 이후 6년간의 노력끝에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등 3개 대학과의 MOU가 맺어지고 나서 정부로부터 1조600억원에 달하는 대학설립 연차별 계획과 자금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Q 젊은이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은 A 1964년 25세 미국유학 시절, 나에게 숙식을 제공해 주셨던 미국의 은사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제 인생의 좌표가 되었다. 그는 “창의적인 생각(Criative thought)은 깊은 생각(Deep thought)으로부터 나온다” 고 지도해 주셨다. 우리나라는 퍼스터 러너(first runner)로 변모하기 위해선 창의적인 생각을 가져야 할 것으로 믿는다. 김신호기자 사진=장용준기자

[경기인터뷰] 배기동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신임 이사장

“우리 사회 지도층이여! 박물관을 ‘액세서리’로 생각하지 마라!”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배기동 제5대 신임 이사장의 말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전국의 국립박물관 내 편의시설 운영과 관련 문화콘텐츠 개발 지원을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지난 8월 취임한 배기동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현재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세계 고고학의 역사를 바꾼 전곡리 선사유적을 토대로 한 전곡선사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박물관계 주역이다. 그가 1시간 이상 진행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취임 기념 인터뷰 끝에 강조한 것은 ‘박물관을 액세서리로 생각하지 마라’는 당부였다. 현실을 반영한 씁쓸한 당부인 동시에, 지도층을 향한 쓴소리로 국내 박물관계 새바람을 기대케 한다. Q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취임 소감은 A 국립박물관재단의 이사장직은 기관 명칭과 직함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순 없다. 그저 평생 박물관을 위해, 박물관에서 일해왔으니 평생 생각한 것을 마음껏 펼쳐 우리나라 박물관 발전과 건강한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무엇을 하고 싶은가 A 사람들이 ‘박물관에 가면 즐겁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편화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어렵게 생각한다. 평생 한 번 가보면 된다고 여긴다. 박물관에 대한 마음의 벽, 장애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물관이 생활의 한 동선이 되도록 형성하는 것을 재단의 가장 큰 이념으로 세워야 한다고 본다. 국립박물관을 만날 다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국공립과 사립, 동네 박물관 등 여러 종류의 박물관이 있고 사회적 기능 역시 각각 조금씩 다르다. 여기서 국립박물관은 온 국민이 자랑해야 할 문화가 모여있는 곳으로 나라의 상징이다. 그만큼의 품위를 갖추고 여러 사람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와 기능 역시 강화해야 한다. 지역 박물관의 경우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지적인 자원이다. 생활의 시간적 여유를 보낼 수 있는 장소이자 친구가 되어 자기 계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생산에 몰두했던 과거와는 다른 시대를 맞이했다. 좋은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여유시간을 활용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박물관은 그 모든 것의 플랫폼이자 특별한 문화를 생산하고 기획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해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이나 국민의 생각 속에 이 같은 인식이 깊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Q 서울특별시는 박물관 100개 시대를, 경기도는 공공박물관ㆍ미술관의 민영화를 각각 이야기하면서 기대와 우려를 샀다. 진짜 우리나라 박물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A 부자인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박물관을 어떻게 설정하고 쓰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행복지수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박물관이 있지만, 정말 우리의 박물관이 ‘지적정보의 원천’으로 기능하냐고 물었을 때에는 금세 대답 못한다. 현재 박물관에 필요한 것은 교통, 인터넷 규모와 속도가 완전히 바뀐 글로벌 사회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개인과 내 동네에서 나아가 전 세계 정보를 알아야만 살 수 있는 시대다. 글로벌 사회에서는 지적 정보, 네트워크 구축, 다문화 등 학교 교육이 소화할 수 없는 전 세계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창의력이 뛰어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문화 자산이 풍부한 나라들은 그것을 토대로 새롭고 창의성이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냈다. 박물관은 그 다양성을 보여주고 이해시켜주는 곳으로 최적화된 공간이다. 우리나라 박물관은 오랫동안 ‘발전 단계’다. 정부가 박물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그 단계에서 탈출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Q 각각의 박물관 건립 및 운영 시 주안점은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 A 박물관을 ‘고급 액세서리’로 여기는 것을 버리고 콘텐츠를 생각해야 한다. 경기도는 수년째 소장품 수집을 하지 않고 있다. 소장품, 콘텐츠는 박물관의 기초다. 최근 박물관에서의 체험 교육이 각광받고 있는데 이 역시 좋은 유물(소장품)을 토대로 실제 체험할 수 있어야 효과적이다. 아이들 1천명이 박물관에 와서 놀면 뭐하나. 놀이터와 다를 바 없다. 유물 체험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 때 컬렉션은 박물관 성격을 규정하고 질을 구분한다. 경기도의 전곡선사박물관처럼 좋은 유적이 많이 있는 장소에 자리잡는 것 역시, 컬쳐이모션(문화감성)을 짙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고향의 초가집이 정겹고 의미있는 것처럼 좋은 장소에서 그 오브제(사물)의 가치가 달라진다. 경기도에는 고유의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책적 방향을 대중성만 강조하면 박물관은 견디기 힘들다. Q 경기도 고유의 것 만들기, 박물관 정책에 대해 좀 더 제안해달라 A 예전과 달리 박물관은 폭넓은 장소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복잡해졌다. 유물은 유한하지만 박물관에 대한 수요는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하는 축제나 장소의 가치 등을 갖춘 박물관이 요구되고 등장할 것이다. 경기도는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조선왕조 신개념 계획도시로 크게 보지만, 개인적으로 ‘DMZ’가 더 큰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DMZ는 인류 지성사의 단층이다. 인류 지성사의 한 현장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성장하고 확산되면서 부딪혀 새롭게 형성되고 고착화된 곳이 이곳이다.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없다. 단순히 생태적인 것을 보존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 정치가, 행정가, 사상가, 고고학자, 생태학자 모두 모여 어떻게 세계적 명소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지붕없는 박물관으로서 인류사의 격렬한 생각이 글로벌하게 부딪혀 남은 상처인 DMZ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다. 그만큼 가치가 있다. 전 세계 시인을 불러 DMZ의 가치를 시로 읊게 하라. 전 세계 사상가들을 모아 고민하게 만들고 그 이상의 가치를 규정해보자. 통일시대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가치를 정확히 알고, 이 작업을 하는 경기도지사야말로 대권주자가 아니겠는가. Q DMZ에 대한 가치 규정이 놀랍다. 광역과 기초지자체 가릴 것 없이 정권 교체 시 박물관ㆍ미술관 숫자만 늘리고 어느 순간 골칫덩어리로 여기는 지도층을 자극할 만하다 A 박물관은 모든 이의 학교다. 놀이터이고 배움터이다. 흔히 박물관을 정치인들이 전략적 제스처(몸짓)로 만들고 박물관답지 않다고 비판하는데, 박물관처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물 세우고 수위만 갖다 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공립 박물관ㆍ미술관 부실 원인이 그것이다. 지속가능하도록 운영 계획과 적절한 인력 투입을 고민해야 한다.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이다. 공적 예산을 지원하는 이유다. 직업과 다문화 등 박물관의 교육 역할은 더 늘어날텐데, 지도층이 정확히 인식해서 새로운 박물관 시대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류설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경기 인터뷰] 함신익 심포니송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수년 전, 클래식 음악이 우리나라 대중으로부터 이전에 없던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들이 멀게만 느껴왔던 클래식과 한층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8여년이 지난 지금, 클래식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 방영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내 사그러들었다. 하지만 당시 베토벤바이러스에서 배우 김명민이 열연한 ‘강마에’의 실존 모델, 함신익 예술감독은 지금도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대중들에게 뛰어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년에 10여 차례씩 예술의전당 공연 등 국내외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트럭 위에서 클래식 악단을 지휘하고 있는 심포니송 오케스트라(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의 함신익 예술감독을 만나 그의 인생관과 클래식에 대한 철학, 대중문화 발전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19일 대한민국 지도가 뒤집혀 걸려있는 심포니송 연습실에서 만난 함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변화와 혁신’, ‘늙어 죽을 때까지 배우려 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Q 심포니송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된 배경은A 2년 전인 2014년에 창단했다. 실제로는 창단에 앞서 4, 5년동안 다양한 연주를 하는 인큐베이터 과정을 거쳤다. 다년간 한국에서 객원지휘자를 맡으면서 한국의 오케스트라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꽤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일하면서 느낀 장점들을 한국에 가져오고 싶었다. 그러면 한국의 클래식 문화와 더해져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 같았다. 지금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시스템화된 행정체제 안에서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에서 어렵지만 기금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민간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싶었다. 쉽지 않았지만 더 늦기 전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준비과정을 거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젊은 음악인들도 만들어내면서 지금의 심포니송이 완성됐다.2014년 5월에 회사를 등록하면서 지휘자나 감독이라는 명칭이 아닌 처음으로 대표라는 직함을 갖게됐다. 시작할때는 말 그대로 ‘0원’이었다. 하지만 이곳 연습실 자체도 그렇고 모든 것이 나중엔 후원으로 이뤄졌다. 연습실이 위치한 건물의 건물주가 새롭고 창의적인 건물을 만들고 싶어하던 찰나에 우연히 나를 만나면서 무상으로 이곳을 임대해주고 있다. 이곳의 월세가 3천만 원이고 관리비만 500만 원인데 한푼도 안내고 쓰고 있다. 실제 대형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려면 연간 100억 원 이상이 든다. 하지만 나는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서 40억~50억이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유럽에서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처럼 필요한 경우에 따라 연주풀을 가동하면 가능하다. 유럽은 음악인들을 지원한다는 정책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매우 자본적인 차원에서 필요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그 유명한 뉴욕필하모닉 같은 곳도 정부의 지원없이 운영되고 있다.Q 심포니송의 연주가 갖는 의미는A 우리는 자체적인 공연을 많이 하고 있지만 기회가 있으면 후원자의 이름을 빌려 공연을 하기도 한다. ‘더윙 트럭’(심포니송 오케스트라가 전국을 돌며 클래식을 연주하기 위해 만든 5t 트럭)을 만드는데만 5억 원이 들었다. 트럭 위에서 50명의 오케스트라가 클래식을 연주한다.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단 한 번이라도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전국을 돌고 있다. 특히 문화사각지대에 한번씩이라도 클래식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으로 요청만 들어오면 간다. 그래서 지난해에만 50회 공연을 가졌다.부산 자갈치시장, 태백의 광부촌, 연천의 초등학교 같은 곳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그런 곳을 돌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이 클래식을 싫어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우리 스스로가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품격을 낮추지 않는 선에서 클래식 음악을 대중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직접 공연을 가보면 시장의 상인들, 전방의 군인들이 걸그룹 못지 않은 성원을 해준다. 우리가 베토벤이나 브람스를 잘 표현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Q 젊은 시절 교사로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미국유학을 선택한 이유는A 교사시험에 합격해서 북악중학교에 발령까지 받았다. 당시 어머니는 제가 음악교사를 하면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음악교사를 하면서 살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나에겐 꿈이 있었다. 어차피 가진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포기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요즘의 젊은이들을 보면 지금의 것을 놓칠까봐 도전을 하지 않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지만 꿈이 제일 높은 곳에 있다고 해도 반드시 못 이루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못하더라도 다음에 다시 할 수 있다. 미국을 갈때 LA를 경유해서 휴스턴으로 갔다. 영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단 한달 숙소비밖에 안되는 200달러만 가지고 갔는데 막상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집에 돌아가는듯한 편안한 느낌이었다. 미국에 도착해서는 향수병 같은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됐고 어쩌다 보니 예일대 정교수까지 맡게 됐다.Q 지휘가 갖는 매력과 지휘자가 갖춰야할 덕목은A 연주를 보통 2시간 정도 하는데 연주를 하기 이전에 연습과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부터 실제 연주까지 모든 음악적인 책임을 지휘자가 한다. 그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아주 큰 보상이 이뤄진다. 분명한 것은 준비한만큼 보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축구를 할 때는 우리가 어떤 전략을 짜더라도 상대의 전략에 따라 우리가 꽁꽁 묶일 수 있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다. 준비한 대로 결과가 나온다. 또 지휘는 내가 만든 작전대로 할 수 있다는 보상도 있다. 예술의전당 공연 같은 경우 2천500명 정도가 오는데 연주홀에 와 있는 그 사람들의 감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나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그 사람들이 인생을 아름다웠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그런 지휘자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적으로 훈련돼야 할 뿐 아니라 반드시 자신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 작은 범위 내에서 일할지라도 올바른 음악과 개성을 갖고 해야 한다. 또 트레이닝이 잘 돼 있어야 함은 물론 남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힘도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휘자들은 그닥 착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것을 잘 조율하는 밸런스을 갖춰야 한다. 사실 음악은 한곡을 수십번 연주하더라도 할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끊임없이 나를 깨워서 노력해야 하고 음악 앞에 겸손해야 한다.오케스트라에서는 지휘자만이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지휘자는 눈빛, 손짓, 몸짓, 머리 흔들림 등으로 소리 없이 악단과 소통한다. 다양한 동작보다는 단순명료하면서 서로를 듣게 해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듣게’ 해줘야 한다. 한가지 방법으로 연주하기 보다는 음악이 진정 아름다워서 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리더십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어주는,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게 만들어 주는 것이 마에스트로 리더십이다. 인내하고 끝까지 따랐을 때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리더십으로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음악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원칙을 지키고 편의와 타협을 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지금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Q 클래식 발전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가A 문화계도 이제는 좀 변할 때가 됐다. 음악계 전반에 거쳐서 20, 30년 전에 추구했던 변화들이 이제는 전혀 새롭지 않게 됐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시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1분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예전의 음악을 하고 있다고 우리가 변하지 않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골동품은 변하지 않지만 골동품을 보관하는 방식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바꿔야 한다. 지금은 위기다. 지원이 끊기면 살아나기 어렵다. 문화계의 많은 분들이 변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청중이 있어야 한다. 우리 다음 세대에도 클래식을 듣는 사람들이 이어져야 한다.Q 앞으로의 계획은A 일본으로 공연도 가고 싶고 중국도 추진 중이다. 유럽은 가고 싶은데 내년은 당장 일정상 좀 힘들다. 약간 회의가 드는 점은 그동안 많은 국내 오케스트라가 해외 공연을 할 경우 대부분 현지에 있는 한국 교포들만을 위한 무료 공연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유럽에서 비엔나, 베를린 같은 큰 도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작은 도시들을 도는 것이다. 우리가 어딜 찍고 왔느냐는 의미가 없는 방식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음악으로 감동을 주었느냐가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공연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1년에 마스터즈 시리즈(심포니송의 정기연주회)를 8~10회 하면서 가장 고품격이면서도 좋은 프로그램을 담은 공연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면서 더윙을 타고 전국을 도는 사회공헌 연주도 계속할 방침이다.아직 클래식이 결핍된 사람들이 많다. 비타민A나 비타민B들은 무엇하나 결핍돼서는 안된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문화를 편식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을 공연을 계속해 나가면서 일깨우고 싶다. 대담=정근호 정치부장 정리=정진욱기자 사진=전형민기자

[경기인터뷰] 김상철 국제라이온스협회 354-B(경기)지구 총재

“한 줌의 밑거름이 되는 봉사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상철 국제라이온스협회 354-B(경기)지구 총재는 앞으로 1년여 간 지구를 이끌어나갈 시간을 생각하며 이 같이 다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안타깝게도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봉사를 하는 이들이 종종 보인다”면서 “그러나 봉사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이 베풀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베푸는 행동이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 세계 최대 봉사단체 ‘라이온스협회’… 그리고 ‘354-B지구’김 총재는 라이온스 협회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며, 오는 2017년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유서깊은 봉사단체”라고 설명했다. 라이온스 협회는 지난 1917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각국으로 확산됐고, 한국에는 1958년 처음 소개됐다.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라이온스 회원들은 정치와 이념 등에 관계없이 실명 예방과 환경보호, 결식 어린이 구호 등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한국 라이온스 클럽은 7만8천774명의 회원을 보유하면서, 미국과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회원국으로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중 경기지구인 354-B지구는 올해 약 6천명 가까운 회원들이 라이온스의 봉사정신을 함께하고 있다.354-B지구에는 총 168개 클럽이 운영 중이다. 그는 “경기지구의 명칭인 354-B지구는 3은 아시아, 5는 한국, 4는 서울·경기·강원·제주 지역, B는 경기 남부를 뜻한다”며 “수원·화성·안양·평택·양평 등 14개 지역에서 5천980명의 회원들이 봉사를 위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100$ 운동’ 봉사의 마음 불씨 지핀다최근 라이온스 354-B(경기)지구에는 특별한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통상 새로운 총재 취임 이후 ‘목표 모금액’이 설정되는 것과 달리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100달러 운동’이 시작된 것. 100달러 운동은 회원 한 명이 일 년에 100달러(한화 약 10만 원)를 목표로 기부활동을 펼치자는 내용이다. 또 상징적 의미로 100달러를 설정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전혀 상관없다. 이는 갈수록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회원들이 기부에 대해 부담을 갖게될까 우려해 김 총재가 시작한 운동이다. 경제적 부담으로 봉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은 간직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회원들은 올해도 적극적인 봉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천에서 지난 6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17만 달러의 기금을 모아 화제가 되고 있다.한 지역에서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기금을 모으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용인과 안양 등에서는 지자체와 협의해 지역 내 노인들을 위한 차량이나 시설 등을 지원하는 등 참된 봉사를 위해 두 발로 뛰고 있다.김 총재는 “기금 액수와 봉사 유형 등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 라이온들은 모두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봉사하겠다는 마음은 하나”라면서 “라이온의 마음이 도움이 필요한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결초보은, 한국전 참전 태국용사 자녀돕기 앞장경기지구 내 168개 클럽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 외 최근 김 총재는 한가지 특별한 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한국전쟁 당시 파병 왔던 외국인 후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시작한 것.그는 국내 라이온 2명 등과 함께 태국의 한국전참전용사 자녀 10명이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매달 전달하고 있다. 태국 내 한국전참전용사회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가정환경에 살고있는 아이들을 선정했고, 올해 처음 학생 한 명당 10만바트(한화 약 318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그는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의 원조가 없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가 받았던 봉사정신을 이제는 되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이 같은 봉사정신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사할린에 라이온스 클럽을 개설하는데 함께 하기도 했다.경기지구의 한 클럽이 해외 동포들을 위해 러시아 내에 클럽을 개설에 도움을 준 것으로 지난 4월 사할린에서 헌장전수식을 진행하며 완성됐다. 클럽을 만들려면 새로운 클럽 창단에 앞서 이를 지원해주는 스폰서 클럽이 필요한데, 당시 경기지구 동탄클럽이 이를 자원했다.이들은 클럽 창단 최소 인원인 20명의 명단을 구축했고, 국제회비 등을 마련해 국제협회에 제출한 뒤 협회로부터 사할린 클럽의 개설을 인정받는 헌장을 받게 됐다. 그는 “많은 회원의 도움으로 동포들을 위한 라이온스 클럽이 탄생됐다”면서 “사할린에서 전수식을 거행하는데 느낀 뿌듯함과 라이온으로서의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 354-B지구 ‘백년대계’ 초석 김 총재는 총재로서의 재임 기간은 물론 앞으로 평생 라이온으로 살아가는데 ‘봉사자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지난 1988년 라이온스 회원이 되어서 어느새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아무런 대가 없이 ‘봉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가고 싶다는 것. 이어 354-B지구는 앞으로 저소득층 국가의 기근 구제, 마약퇴치 등 청소년보호, 환경보전, 라이온스 협회의 주 사업인 시력보호 사업에 중점을 다할 것이라 덧붙였다. 특히 오는 2017년은 국제라이온스 협회가 탄생 100주년으로, 라이온스클럽과 김 총재 모두 중요한 순간에 서 있다. 뜻깊은 100주년이 바로 앞에 다가온 지금, 총재로서 100주년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차기 총재에게 더 멋진 354-B지구를 넘겨주고 싶기 때문이다. 또 국제라이온스협회가 100년의 세월동안 전 세계 1억명에게 봉사를 펼친 것을 토대로, 이제 2억명에게 더 따뜻한 손길을 전하겠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100년이 끝이 아닌 200년, 300년을 위해 준비하는 초석을 닦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서 “늘 변함없는 봉사자의 마음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전했다. 한진경기자 사진=전형민기자

[경기인터뷰] 박형식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경기지회장

박형식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경기지회장은 내로라하는 문화예술경영자다. 서울 정동극장 극장장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사장,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까지. 주요 문화예술기관을 두루 거쳤다. 특히 다음달이면 임기 만료되는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직은 연임이 결정됐다. 지역 공연장이나 재단의 대표가 연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기도의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통폐합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그의 생각을 물었다. Q 한문연 경기지회장 임기도 내년 3월이면 끝이 난다. 지난 3년 동안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A 문예회관이라는 것이 1995년부터 지어졌다. 실제 공연장으로 쓰인 것은 2000년부터다. 근 20년을 이어왔다. 인프라는 다 구축해 놓고 사용할 줄을 모른다. 지어만 놨지,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런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역량강화에 힘썼다. 지역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세미나ㆍ강연ㆍ워크숍ㆍ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해외연수를 보냈다. 지역에 있는 문화 예술 종사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당연히 지역에 좋은 프로그램들이 생기는 것이다. 또 지역 공연장이나 재단과 협력해 작품으로 소통하는 ‘경기공연예술페스타’와 ‘한문연 페스티벌’ 등을 꾸준히 진행했다. 이런 것을 자꾸 함으로써 그들의 생각이 바뀌면 공연장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Q 예산이나 인력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극복방안이 있나. A 예술경영이라는 것이 집에서 살림하는 것과 같다. 고기 살 돈이 없으면 콩나물이라도 사서 대접해야 한다. 문화예술기관은 시민들에게 문화라는, 예술이라는 식사를 대접하는 기관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그들이 와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한다. 불평을 가지면 끝이 없다.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서 두발로 뛰면 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작품을 보면서 ‘왜 우리는 못하나’하고 불평만 할 수는 없다. 그걸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Q 최근 경기도에서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라는 취지로 경기도문화의전당 등 도내 문화예술기관에 대한 통폐합 움직임이 있었다. 어떻게 바라봤나. A 왜 그런 발상을 하는지 이해 못하겠다. 서울시 인구가 1천만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도는 1천200만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1천300만, 400만, 500만까지 최고의 도가 될 텐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황당할 뿐이다. 당초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지을 때 예산이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적자난다고 없앤다고 한다. 문화는 없애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어렵다. 세계인이 찾는 축제인 영국의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도 70년이 걸렸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나라가 엉망일 때, 국가에서 시민들 기 살리기 위해 만든 축제다. 시간이 흐르고, 쌓이고 쌓여 지금은 전 세계인이 영국을 찾는다. 영국의 시골 동네가 이거 하나 가지고 먹고 산다. 1991년 개관한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 2004년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출범했다. 당시 나도 초청장을 받고 갔다. 이제 12년 밖에 안됐다. 평가하긴 이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공연장이기 이전에 도와 도내 공연장을 대표하는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더 살펴야 한다. Q 역으로, 왜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생각해본다면 문화기관들도 반성해야할 부분이 있진 않은가. A 왜 공연장을 나라에서 운영하는지 아나. 문화는 계속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러시아를 후진국이라고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문화예술 때문이다. 이태리 장인들 뭐 먹고 사나. 옛날에 귀족들이 자기가 좋아서 만들고 모은 것으로 지금까지 그 후손들, 일안해도 먹고 산다. 공연장 아웃소싱하고, 없애버리겠다? 단체를 팔아버리겠다? 문화말살 아닌가. Q 도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해서는 할 말 없나. A 위험한 얘기다. 안양문화예술재단과 의정부예술의전당 면접을 봤을 때도 묻더라. 안양을, 의정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난 안양 출신도, 의정부 출신도 아니다. 지역을 모르는데 뭐가 필요한지 어떻게 아나. 도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관을 이끌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책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로부터 재단이, 전당이 소중하게 느껴지도록, 시민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변화시켜야 한다. 조직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신뢰를 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끔 힘을 실어 줘야한다. 시스템적인 리더들이 있어야 된다는 것, 그게 제일 관건이다. Q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직 연임이 결정됐다. A 다음달 15일이면 3년이 된다. 사실 지역 공연장이나 재단의 대표가 연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3년을 허락해준 시의 선택에 고맙고, 감사하다. 사실 내 역할은 직원들이 일 할 수 있게 판을 깔고, 큰 틀을 이야기 한 것 밖에는 없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내가 연임할 수 있었다. Q 직원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 같다. 경영 철학인가. A 어떤 이유에서든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이려고 노력한다. 리더가, 대표가 잘났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사실 난 임기 3년짜리 대표다. 지금 전당이 15년 됐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12년 이상을 함께 일해 왔다. 나보다 의정부와 전당을 더 잘 안다. 나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던 사람도 아니고, 타 지역에 있던 사람인데, 직원들이 날 믿고 잘 따라줬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서 지역을 배웠고, 그만큼 직원들이 열심히 움직였다. 그런 부분들이 나에게는 축복이다. Q 누가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A 내 것을 내려놓으면 된다. 아집을 내려놓으면 직원들이 좇아온다. 직원들 중에 가끔 고집이 세거나 나와 다른 방식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물론 화가 날 때도 있다. 근데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저 나이 때 혹시 윗사람도 나를 이렇게 봤을 수도 있겠다. 쉬운 일은 없다. 어차피 책임자라는 건 인내해야 되고, 기다려줘야 한다. 내가 낳은 자식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3년 임기 가지고 들어온 사장을 뭘 믿고 따르겠나. 막말로 사장도 지나가면 그만인데, 잘릴 일만 안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믿고 가야한다. 조직원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고민하게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만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온다. Q 앞으로 전당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A 사실 할 일이 많다. 어떻게 보면 3년이란 세월은 짧다. 할 수 있는 일들이 한계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또 다시 주어진 3년의 시간이 참으로 뜻 깊다. 특히 의정부가 복합문화융합단지 조성에 나선다. 이것은 결국, 전당의 일, 우리들의 일, 나의 일이 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취합해 문화예술도시에 걸맞은 프로젝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의정부에는 군사시설이 많이 있다. 이 부분들도 시민들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당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다. 시민들이 언제나 놀이터처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대담 = 이선호 문화부장 정리 = 송시연ㆍ손의연기자 사진 = 전형민기자

[경기인터뷰] 하용환 대한복싱협회장

‘체육웅도’를 자부하는 경기도 체육은 세계 ‘톱10’의 대한민국 체육을 앞장서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 체육단체장 출신 가운데 중앙 경기단체장을 맡은 경우는 합의 추대된 배창환 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회장을 제외하곤 경선으로 당선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인 체육 단체의 통합 열풍 속에 경기도 체육단체장이 중앙경기단체장 선거에 나서 당당히 당선되는 선례를 남긴 단체장이 있다. 지난 9일 열린 제22대 대한복싱협회장 선거에서 승리한 하용환(62ㆍ(주)석진종합건설 대표이사) 경기도복싱협회장이 바로 주인공이다. 복싱인 출신으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을 맡고 있는 하 회장은 경기도복싱협회 부회장과 회장, 통합 경기도복싱협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12일 화성시 소재 푸르미르 호텔에서 하용환 회장을 만나 신임 대한복싱협회장으로서의 포부와 침체된 한국 복싱 발전을 이끌 청사진에 대해 들어봤다. Q 경기도 체육 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중앙단체장에 당선됐는데 소감은.A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추대됐으면 좋았을 텐데, 본의 아니게 경선을 통해 선출돼 상대 후보도 그렇고 마음이 무겁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대한민국 복싱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Q 대한복싱협회는 그동안 내홍으로 밖에 비춰진 모습이 곱지만은 않았다. 가장 선결해야 될 과제는.A 무엇보다 고질병처럼 여겨졌던 파벌싸움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복싱인들이 회장으로 뽑아 주신 데는 그동안 파벌싸움에 휘말리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선거인단이 보여준 명령을 받들어 학연ㆍ지연 등 파벌싸움 없이 각 지역의 인재를 고루 발탁해 화합하고 소통하는 탕평 인사로 협회를 이끌겠다. Q 지난 3년간 경기도복싱협회장을 역임하며 역대 가장 단합된 협회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A 경기도복싱협회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도 여러 가지 문제점과 갈등이 있었다. 특히, 지도자들 간 반목과 파벌주의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로의 마음을 읽고 같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고, 그 결과 지도자와 임원들이 단합하는 풍토가 조성됐다. 이런 점들을 대한복싱협회에서도 접목시켜 소통할 계획이다. Q 공약으로 탕평 인사와 참신한 인사의 중용을 내세웠다. 구체적인 방안은.A 아직 전국에서 복싱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분들의 면면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도복싱협회장과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 등을 맡아 조직을 이끌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인선법이 있다. 집행부를 꾸려갈 선출 인원의 3~4배수 또는 5~6배수의 인사를 추천받아 개인별 면담과 검증을 통해 우수 인재를 영입할 생각이다. Q 한국 복싱은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었다. 하지만 이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큰 시련을 겪었는데 원인은.A 한국 복싱이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후 선발전 전 체급 탈락으로 6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 할 뻔했다. 다행히 남자 56㎏급 함상명(용인대)이 와일드카드로 출전권을 획득하며 올림픽 명맥이 끊길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지만 복싱인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 같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협회와 지도자들에게 있다. 맡은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가져온 결과다. 두 번째로는 공정치 못하고 특정 계파에 연루된 불합리한 선수선발 과정에 있다고 본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합리적인 선수선발을 실시하겠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된다. 국내는 물론, 복싱 선진국의 우수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해 전력 강화를 도모하겠다.Q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복싱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저변확대가 중요한 것 아닌가. A 옳은 말이다. 점점 선수를 발굴하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교육 당국과 협의해 호신과 경호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교 복싱클럽이 운영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복싱을 에어로빅과 접목시켜 많은 이들의 흥미를 돋구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태권체조 처럼 복싱 안무를 만들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활성화를 이끌겠다. 비중있는 국제대회 유치 등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되돌리는 방안도 강구하겠다.Q 복싱은 편파판정의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A 심판 판정 때문에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선수들이 잘 싸우고도 억울한 판정을 받지 않도록 세미나 등 교육을 통해 공정성 확보에 주력하겠다. 특히, 편파판정을 일삼는 심판은 영구 퇴출시킬 생각이다. 반면, 심판들의 수당을 늘리고 연수 기회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복지와 지원방안을 모색해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도록 신경쓰겠다. 심판은 법복을 입은 판사처럼 링 위의 판관인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공정해야 한다. Q 당선 소감에서 원로를 비롯한 복싱인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는데.A 복싱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원로들이 없었다면 그 종목은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로들을 잘 모시고 소통을 통해 복싱 발전방안에 대한 조언을 구할 방침이다. 또한 일선 시ㆍ도 협회와 지도자, 선수, 심판 등 모든 복싱 주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 복싱 발전에 반영하겠다.Q 하 회장께서 갖고 있는 리더로서의 철학은 무엇인가.A 항상 ‘과거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과거를 발판삼아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세 지향적인 사람보다는 자신이 희생하고 밑거름이 돼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 노력한다. 자리를 탐하거나 그 자리를 통해 사욕을 채우려는 사람은 나와 함께 일할 수 없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처럼 호랑이 같이 예리한 눈으로 정확히 보고, 소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며 공약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겠다.Q 수년 동안 대한복싱협회가 국제복싱협회(AIBA)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선수들이 많은 피해를 봤다. 어떻게 관계를 개선할 것인가.A 회장 당선 이후 이미 AIBA 측과 선을 대놓았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얼마만큼 성실히 일하냐에 따라서 AIBA와의 관계가 달라질 것이다. 조만간 AIBA를 방문해 소통하고 발로 뛰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Q 복싱인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A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대한복싱협회장으로 뽑아주신 복싱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 점 부끄럼 없이 대한민국 복싱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또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인 복싱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정리=홍완식기자 사진=전형민기자

[경기인터뷰] 김태화 경인지방병무청장

연일 북한의 도발이 거세다.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이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을 볼 때면 여전히 우리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이 같은 배경이 국민으로 하여금 병역의 의무를 ‘신성하다’고 표현하는 이유일 것이다. 또 병역에 대해 어떠한 불순함을 용납하지 않는 국민적 공감대도 여기서부터 비롯된 것이라 보인다. 한국남성이라면 성인식처럼 경험하는 병역(兵役). 여기에 깨끗하고 투명함을 전면에 앞세우며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자에게는 자부심을, 국민에게는 안심을, 이를 통해 북한의 외압에 굴하지 않는 당당함을 완성하려는 이가 있다. 전국에서 병역민수가 가장 많은 등 으뜸가는 지방병무청장의 수장을 맞게 된 김태화 경인지방병무청장(56)이 바로 그다. 다음은 취임 한 달을 맞이한 김 청장에게 앞으로 행할 병무행정에 대해 함께한 일문일답. Q 경인지방병무청장 부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무엇인지.A 지난 7월1일 취임사에서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창조적 병무행정 구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선도하는 경인지방병무청을 만들어 나가자”고 직원들에게 밝힌 바 있다.이에 앞으로 경인지방병무청은 본청인 병무청 지침에 발맞춰 국민에게 공감과 신뢰받는 행정을 펼 것을 약속한다. 우선 병무청의 현안인 입영 및 소집적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토크콘서트, 병무행정 설명회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병역의무자 및 가족들과 직접 만날 것이며, 오는 9월부터는 정부 중점 추진 사업인 자유학기제를 지원하고자 관내 교육지원청과 협조를 강화해 월 2회 이상 병무행정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 또 경기도와 협업을 강화해 공동으로 병역명문가에 대한 안보견학을 추진하는 등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특히 올해부터는 취업맞춤특기병으로 입영했던 병역의무자들이 단계적으로 전역할 예정인데, 이들이 전역 후에도 취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경기도와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예정이다. 이 모든 사업들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병무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더욱 높아지는 것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얻는 길이라 판단된다.Q 경인지방병무청만이 가진 특별한 정책은.A 경인지방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그 목적으로 지난 3월 관내 복무기관에서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 중 마술, 악기연주, 노래 등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회복무요원을 선발해 ‘나눔 천사 재능봉사단’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사회복지시설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작은 위문공연을 하기도 했다.이와 함께 병역명문가 증서 수여식 등 병무청 행사 및 ‘경기도 안보·통일 페스티벌’ 등 복무기관의 각종 행사에도 참여해 공연함으로써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끔 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재능봉사단 운영은 경인지방병무청이 유일하게 벌이는 사업이다. 아울러 ‘병역명문가 우대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경기도와 지난 6월 업무협약을 맺어 병역명문가에 대한 선양사업을 공동 추진할 예정이다.이 역시 조례를 제정한 지방자치단체와 병무청이 업무협약을 맺은 최초의 사례다. 앞으로 효율적인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것에 아낌없는 지원을 나설 것이다. 또한 이 같은 부처협업은 정부3.0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Q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의 병역이행에 대한 관리대책은 무엇이 있는지.A 우리나라는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의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매우 크다. 이 같은 불신을 잠재우고자 병무청 차원에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공개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이 같은 노력은 최근 발표된 설문조사에서 긍정적 답변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 발표된 병역사항 공개제도에 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병역사항 공개제도 운용의 효과성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6%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사회지도층의 병역회피 방지는 물론 병역을 자진해 이행하는 분위기가 어느새 정착돼 가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현재 경인지방병무청은 33개 병역사항 신고기관과 2천여명의 고위공직자 및 직계비속을 관리하고 있다.병역사항 신고대상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고 신고 누락방지를 위해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신고기관 담당직원에 대한 교육을 통해 병역사항 공개제도가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Q 올해부터 병역기피자에 대한 명단 공개가 시작된다. 대상과 절차, 그리고 전망은.A ‘병역기피자 명단 공개 제도’는 국민과의 소통, 정보의 개방 등을 지향하는 정부3.0 구현의 대표 제도다. 이는 병역기피 행위에 대한 사전예방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공개 대상은 △입대할 시기가 됐음에도 귀국하지 않고 불법으로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 △정당한 사유 없이 정해진 날짜에 징병신체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 △현역병 입영(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불응한 사람 등으로 지난해 7월1일 이후에 병역을 피한 사람부터 적용된다.공개 절차는 외부위원이 포함된 병역의무 기피 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 잠정공개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잠정공개대상자로 결정된 사람에게는 6개월의 해명 기회가 주어지며, 소명을 통해서도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때에는 오는 12월20일 최종 공개대상자로 확정된다.이에 병무청 홈페이지에 인적사항이 공개된다. 해당 제도는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잠재적 병역 기피자들에게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Q 병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역이행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회분위기’ 같은데.A 맞다. 과거 병역이행은 소중한 젊은 시절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중에 병역의무가 끝난 뒤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병역이행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닌 당당한 젊음의 특권이자 권리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 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투명하고 공정한 병역이행 시스템 구축이 이같은 사회분위기 조성의 첫 시작이라 본다. 현역병 입영일자(사회복무요원 소집일자) 본인선택, 징병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 등 병역의무자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는 시스템으로 개선함으로써 결국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아울러 3대(代) 가족 모두가 현역으로 성실하게 복무를 마친 가문을 병역명문가로 선정하여 그 공적을 기리는 병역명문가 선양사업과 질병 치료 또는 영주권이 있음에도 자진해 병역을 이행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명예 전역증서 등 ‘자진병역이행자 우대사업’ 등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병역이행이 자랑스러운 사회분위기가 조성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Q 경인지방병무청이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에도 많은 관심이 있는데.A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은 최근 병무행정의 중점 사업 중 하나다. 3대(代) 가족 모두가 현역병으로 성실하게 복무를 마친 가문을 병역명문가로 선정해 선양하는 것으로 지난 2004년부터 추진됐다. 올해까지 전국 3천431가문이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경인지방병무청 관내에서도 334가문이 병역명문가로 선정됐다.병역명문가로 선정된 가문에게는 인증서와 패를 수여하고, 각종 의료시설, 문화시설 등을 이용할 시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병역명문가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다.특히 지난 2011년 강원도 삼척시를 시작으로 제정된 ‘병역명문가 예우에 관한 조례’는 현재 전국 51곳 시·군에서 제정됐는데, 병역명문가에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 보건소 등 산하시설물 이용 시 사용료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경인지방병무청 관내에는 경기도를 포함해 모두 8곳에서 우대조례가 제정돼 있다.병역명문가의 자긍심과 명예심을 드높이는 일은 우리 사회에 건강한 병역문화를 정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Q 끝으로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A 우리 경인지방병무청은 전국에서 제일 많은 병역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또 2012년도부터 2014년도까지 특정분야에서 3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지방병무청 중 선도적인 역할을 해준 관내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이 자리를 빌려 전한다. 또한 지난해 인천병무지청 개청에 따른 조직과 인원, 예산 감소 등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전 직원 모두가 일치단결해 조직이 빠르게 안정되는 데 노력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마지막으로 국민과 공감하는 새로운 병역문화는 전 직원이 단합될 때 자연스럽게 창출될 것이다. 이는 국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병무행정도 구현으로 연결되리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대담=이용성 사회부장 정리=조철오기자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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