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인터뷰] 함신익 심포니송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음악 앞에 겸손… 마에스트로는 소통의 리더십 결정체”
‘베토벤바이러스’ 주인공 또 한번의 도전
혁신, 지구촌 모든 이들과 소통 꿈꾸며
교사직 뒤로한채 미국행… 지휘자의 삶
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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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클래식 음악이 우리나라 대중으로부터 이전에 없던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들이 멀게만 느껴왔던 클래식과 한층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8여년이 지난 지금, 클래식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 방영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내 사그러들었다. 하지만 당시 베토벤바이러스에서 배우 김명민이 열연한 ‘강마에’의 실존 모델, 함신익 예술감독은 지금도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대중들에게 뛰어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년에 10여 차례씩 예술의전당 공연 등 국내외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트럭 위에서 클래식 악단을 지휘하고 있는 심포니송 오케스트라(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의 함신익 예술감독을 만나 그의 인생관과 클래식에 대한 철학, 대중문화 발전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19일 대한민국 지도가 뒤집혀 걸려있는 심포니송 연습실에서 만난 함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변화와 혁신’, ‘늙어 죽을 때까지 배우려 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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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니 송 함신익 지휘자. 전형민기자

Q 심포니송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된 배경은

A 2년 전인 2014년에 창단했다. 실제로는 창단에 앞서 4, 5년동안 다양한 연주를 하는 인큐베이터 과정을 거쳤다. 다년간 한국에서 객원지휘자를 맡으면서 한국의 오케스트라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꽤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일하면서 느낀 장점들을 한국에 가져오고 싶었다. 그러면 한국의 클래식 문화와 더해져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 같았다. 지금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시스템화된 행정체제 안에서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에서 어렵지만 기금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민간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싶었다. 쉽지 않았지만 더 늦기 전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젊은 음악인들도 만들어내면서 지금의 심포니송이 완성됐다.

 

2014년 5월에 회사를 등록하면서 지휘자나 감독이라는 명칭이 아닌 처음으로 대표라는 직함을 갖게됐다. 시작할때는 말 그대로 ‘0원’이었다. 하지만 이곳 연습실 자체도 그렇고 모든 것이 나중엔 후원으로 이뤄졌다. 연습실이 위치한 건물의 건물주가 새롭고 창의적인 건물을 만들고 싶어하던 찰나에 우연히 나를 만나면서 무상으로 이곳을 임대해주고 있다. 이곳의 월세가 3천만 원이고 관리비만 500만 원인데 한푼도 안내고 쓰고 있다. 실제 대형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려면 연간 100억 원 이상이 든다. 하지만 나는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서 40억~50억이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유럽에서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처럼 필요한 경우에 따라 연주풀을 가동하면 가능하다. 유럽은 음악인들을 지원한다는 정책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매우 자본적인 차원에서 필요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그 유명한 뉴욕필하모닉 같은 곳도 정부의 지원없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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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니 송 함신익 지휘자. 전형민기자

Q 심포니송의 연주가 갖는 의미는

A 우리는 자체적인 공연을 많이 하고 있지만 기회가 있으면 후원자의 이름을 빌려 공연을 하기도 한다. ‘더윙 트럭’(심포니송 오케스트라가 전국을 돌며 클래식을 연주하기 위해 만든 5t 트럭)을 만드는데만 5억 원이 들었다. 트럭 위에서 50명의 오케스트라가 클래식을 연주한다.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단 한 번이라도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전국을 돌고 있다. 특히 문화사각지대에 한번씩이라도 클래식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으로 요청만 들어오면 간다. 그래서 지난해에만 50회 공연을 가졌다.

 

부산 자갈치시장, 태백의 광부촌, 연천의 초등학교 같은 곳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그런 곳을 돌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이 클래식을 싫어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우리 스스로가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품격을 낮추지 않는 선에서 클래식 음악을 대중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직접 공연을 가보면 시장의 상인들, 전방의 군인들이 걸그룹 못지 않은 성원을 해준다. 우리가 베토벤이나 브람스를 잘 표현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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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니 송 함신익 지휘자. 전형민기자

Q 젊은 시절 교사로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미국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A 교사시험에 합격해서 북악중학교에 발령까지 받았다. 당시 어머니는 제가 음악교사를 하면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음악교사를 하면서 살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나에겐 꿈이 있었다. 어차피 가진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포기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요즘의 젊은이들을 보면 지금의 것을 놓칠까봐 도전을 하지 않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지만 꿈이 제일 높은 곳에 있다고 해도 반드시 못 이루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못하더라도 다음에 다시 할 수 있다. 미국을 갈때 LA를 경유해서 휴스턴으로 갔다. 영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단 한달 숙소비밖에 안되는 200달러만 가지고 갔는데 막상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집에 돌아가는듯한 편안한 느낌이었다. 미국에 도착해서는 향수병 같은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됐고 어쩌다 보니 예일대 정교수까지 맡게 됐다.

 

Q 지휘가 갖는 매력과 지휘자가 갖춰야할 덕목은

A 연주를 보통 2시간 정도 하는데 연주를 하기 이전에 연습과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부터 실제 연주까지 모든 음악적인 책임을 지휘자가 한다. 그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아주 큰 보상이 이뤄진다. 분명한 것은 준비한만큼 보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축구를 할 때는 우리가 어떤 전략을 짜더라도 상대의 전략에 따라 우리가 꽁꽁 묶일 수 있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다. 준비한 대로 결과가 나온다. 또 지휘는 내가 만든 작전대로 할 수 있다는 보상도 있다. 예술의전당 공연 같은 경우 2천500명 정도가 오는데 연주홀에 와 있는 그 사람들의 감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나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그 사람들이 인생을 아름다웠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지휘자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적으로 훈련돼야 할 뿐 아니라 반드시 자신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 작은 범위 내에서 일할지라도 올바른 음악과 개성을 갖고 해야 한다. 또 트레이닝이 잘 돼 있어야 함은 물론 남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힘도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휘자들은 그닥 착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것을 잘 조율하는 밸런스을 갖춰야 한다. 사실 음악은 한곡을 수십번 연주하더라도 할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끊임없이 나를 깨워서 노력해야 하고 음악 앞에 겸손해야 한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지휘자만이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지휘자는 눈빛, 손짓, 몸짓, 머리 흔들림 등으로 소리 없이 악단과 소통한다. 다양한 동작보다는 단순명료하면서 서로를 듣게 해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듣게’ 해줘야 한다. 한가지 방법으로 연주하기 보다는 음악이 진정 아름다워서 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리더십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어주는,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게 만들어 주는 것이 마에스트로 리더십이다. 인내하고 끝까지 따랐을 때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리더십으로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음악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원칙을 지키고 편의와 타협을 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지금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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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클래식 발전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A 문화계도 이제는 좀 변할 때가 됐다. 음악계 전반에 거쳐서 20, 30년 전에 추구했던 변화들이 이제는 전혀 새롭지 않게 됐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시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1분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예전의 음악을 하고 있다고 우리가 변하지 않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골동품은 변하지 않지만 골동품을 보관하는 방식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바꿔야 한다. 지금은 위기다. 지원이 끊기면 살아나기 어렵다. 문화계의 많은 분들이 변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청중이 있어야 한다. 우리 다음 세대에도 클래식을 듣는 사람들이 이어져야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일본으로 공연도 가고 싶고 중국도 추진 중이다. 유럽은 가고 싶은데 내년은 당장 일정상 좀 힘들다. 약간 회의가 드는 점은 그동안 많은 국내 오케스트라가 해외 공연을 할 경우 대부분 현지에 있는 한국 교포들만을 위한 무료 공연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유럽에서 비엔나, 베를린 같은 큰 도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작은 도시들을 도는 것이다. 우리가 어딜 찍고 왔느냐는 의미가 없는 방식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음악으로 감동을 주었느냐가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공연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1년에 마스터즈 시리즈(심포니송의 정기연주회)를 8~10회 하면서 가장 고품격이면서도 좋은 프로그램을 담은 공연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면서 더윙을 타고 전국을 도는 사회공헌 연주도 계속할 방침이다.

 

아직 클래식이 결핍된 사람들이 많다. 비타민A나 비타민B들은 무엇하나 결핍돼서는 안된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문화를 편식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을 공연을 계속해 나가면서 일깨우고 싶다.

 

대담=정근호 정치부장

정리=정진욱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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