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전 교직원의 평가 등 참여로 이뤄진 선거에서 뽑힌 신임 총장은 바로 조동성 총장(67)이다. 조 총장은 오랜 역사와 세계화의 잠재력을 가진 인천대에서 20대부터 60대 모두를 위한 교육의 요람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특히 조 총장 취임 직후부터 인천대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외국인 교수의 국제교류원장 임명과 교내 주요회의 폐쇄회로(CC)TV 중계 등이 그 예다.
남에게 내보이는 겉치레보다는 구성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실속을 강조하는 조 총장. 결의에 찬 목소리에서 벌써 인천대에 대한 열정과 믿음이 느껴진다.
오는 9월 8일 오전 11시 송도캠퍼스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는 조 총장. 취임을 앞둔 그를 만나 인천대의 미래상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조 총장과의 일문일답.
Q 인천대 총장으로 오게 된 계기가 있나.
A 중국 장강상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대학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 마침 지인들로부터 인천대 총장직을 권유받았고 수십 년 세월 동안 꿈꿔온 미래 대학의 모델을 인천대에서 이룰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년 전쯤 인천글로벌캠퍼스 이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세계화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송도국제도시의 매력과 가치에 대해 알게 됐다. 그런 멋진 도시에 있는 대학의 총장직을 권유받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총장직 도전을 준비하며 인천에 왔을 때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 인천에는 연고가 없지만 와보니 고향에 온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부모님의 고향인 황해도가 인천과 근접해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황해도 문화를 많이 접했다. 이 때문에 황해도 문화가 묻어 있는 인천이 내 고향처럼 느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도 총장직에 도전할 수 있는 큰 힘이 됐다. 지금은 인천대의 총장을 맡게 된 무거운 책임감이 크다. 지난 36년간 서울대학교 교수로 지내오며 세계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다.
최근 2년 동안은 중국 베이징의 장강상학원의 비즈니스대학원 교수로 지내며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빠른 발전을 거듭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난 인천대가 앞으로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는 대학이란 것에 믿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4년 임기 동안 반드시 서울대만큼의 수준으로 높이려는 목표가 있고, 나의 판단을 확신한다.
Q 이제 4년 동안 인천대를 끌어가는데, 무엇에 주력할 계획인지.
A 가장 핵심사업으로는 의과대학 신설이다. 주요 국립대는 전쟁 등 유사시에 대비해 의과대학을 둘 수 있지만, 인천대는 국립대임에도 의과대학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의과대학의 신설과 송도 국제병원 설립을 통해 우리 대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하겠다.
두 번째는 제물포 캠퍼스에 40~60대 인천시민을 위한 트라이버시티(Incheon National Triversity:INT)를 설립하겠다. 이직을 준비하는 30~40대와 퇴직 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50~60대 시민에게 학부·석사·박사학위 과정을 제공하는대학이다.
마지막은 우리 대학이 바이오 분야의 해외 우수연구소를 영입해 송도국제도시를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만드는 것이다. IT가 지난 20년간 산업을 이끌어왔다면, 향후 20년은 바이오가 산업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차원에서도 성장 동력을 찾고 시장을 선점
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분야의 특성화가 필요하다. 인천대도 이러한 현상에 발빠르게 따라갈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Q 공약 중 구성원행동규범이라는 부분이 있던데.
A 구성원행동규범 항목 중 크게 네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는 학교 내 중요 회의를 CCTV로 방영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모든 회의를 녹화하고 또 현장 중계를 통해 행정 및 예산 집행의 비리가 없도록 하겠다. 이 부분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소수자·장애인의 보호다.
학교 내 시설들을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어떠한 사람들이 이용해도 제약이 없고 불편함이 없는 캠퍼스를 만들고 싶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세 번째는 성폭력 및 언어폭력의 근절이다.
주먹으로 때리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현대인들이 분노조절장애라는 질환에 노출되기 쉬워진 탓도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다.
마지막은 금연과 절주입니다. 총장에 취임한 7월 29일을 기점으로 각 처장에게 금연을 권했다. 감사하게도 제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다른 수많은 교직원도 동의 해줘서 캠퍼스 내 금연 문화를 순조롭게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요즘 사회 문제 중 술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 많지 않나. 끊으라고 강요는 못 하지만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절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 역시 구성원들이 많이 참여해주셔서 큰 힘이 된다.
Q 4년간 운영 방향을 좀 설명해달라.
A 5개 분야를 선정해 분야마다 교수 20명씩 총 100명의 교수를 뽑아 집중 배치하려 한다. 생명과학 3개 분야, 공학 1개 분야, 인문사회 1개 분야라는 범주는 이미 결정됐다.
우리 대학의 역할은 인천시,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 230여 국가들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돼 미래를 여는 글로벌 인재와 창의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 64개 학과 모두가 타 대학보다 뛰어날 수는 없겠지만 바이오·중국·국제화·통일 등에 집중하면 길지 않은 시간에 국내 타 대학을 압도하는 특화 대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임기가 끝나는 4년 뒤엔 외국인 학생 비율이 30~50% 정도까지 늘어 말뿐인 ‘글로벌 대학’이 아닌 진짜 ‘글로벌 대학’의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에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없다.
서울대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집단이지만 해외기업에서 스카웃하려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경쟁력 있는 대학이란 쉽게 말해 ‘잘 팔리는 대학’이다. 외국인들이 공부하러 오고 싶고, 또 외국기업들이 인재를 데려가고 싶은 그런 대학이 되도록 하겠다.
남들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1~2년 안에 꼭 우리 대학을 국제경쟁력 있는 학교로 만들겠다.
Q 전체적인 계획 중 인프라에 상당히 공을 들인 듯한데.
A 맞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선 그 밑바탕이 탄탄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캠퍼스, 구성원행동규범, 영어 공용어화, 대학역사 정립, 홍보, 발전기금 설립 등은 인천대가 송도를 벗어나 동북아중심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들이다.
구체적으로 공문서 영어병기를 통한 외국인 교수 의사소통 및 행정참여 지원을 이루고 외국인 학생에게도 한국학생과 대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데, 이 또한 난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캠퍼스를 전기와 물 등 자급자족 시스템 확립 및 친환경건물 LEED 인증 획득하고, 부유식 태양광 설치나 탄소배출 절감 사업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친환경 캠퍼스 현장 경험 기회를 제공하겠다. 대학역사 정립도 필요하다. 간추린 대학역사 기록 및 출판과 메모리얼 홀 건립, 자랑스러운 인천대인 시상을 통해 인천대인의 역사의식 고취 및 자존심 향상을 높이려 한다.
인천대 교직원·재학생, 동문들에게 홍보대사 역할을 부여해 국내외 언론 및 해외대학 홍보를 통해 서울대, 연고대와 대동한 수준으로 자리매김토록 하겠다.
이와 함께 학생 등록금 인하, 천원 조식, 교수 정년 후 교육활동 제공, 직원 석박사 학위 취득 기회 제공, 교직원 급여제도 정비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행복권 확립 등의 계획도 있다.
이 밖에 행복한 컨테이너 팝업하우스, 기숙사용 크루즈쉽 도입, 공연장 활성화, 아트센터 활용 등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퍼스 문화를 만들겠다. 발전기금도 교직원과 동문, 인천시민 등을 통해 2천억원 모금을 목표로 내걸었다. 마지막으론 학내외 인사로 평가단을 구성해 인천대 집행부, 부속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 매년 실시하겠다.
이민우기자
사진=장용준기자
PROFILE
-1949년 1월 12일생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 학사
-미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조교수·부교수·교수
-서울대 평의원회 의원 및 재정위원장
-서울대 경영대학 학장, 국제지역원 원장, 교무부처장 겸 기획부실장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초청부교수
-전 한국경영학회 회장, 전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전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현 핀란드대사관 핀란드 명예총영사,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장
-전 월드뱅크 총재자문(Independent Panel)
-현 중국 장강상학원(CKGSB) 교수, 서울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명예교수
-황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산업포장, 자유경제문화출판대상, 전경련 이코노미스트상, 핀란드 백장미장 1급 기사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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