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대신 탕평, 반목 대신 소통… 복싱 르네상스”
그러나 경기도 체육단체장 출신 가운데 중앙 경기단체장을 맡은 경우는 합의 추대된 배창환 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회장을 제외하곤 경선으로 당선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인 체육 단체의 통합 열풍 속에 경기도 체육단체장이 중앙경기단체장 선거에 나서 당당히 당선되는 선례를 남긴 단체장이 있다.
지난 9일 열린 제22대 대한복싱협회장 선거에서 승리한 하용환(62ㆍ(주)석진종합건설 대표이사) 경기도복싱협회장이 바로 주인공이다.
복싱인 출신으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을 맡고 있는 하 회장은 경기도복싱협회 부회장과 회장, 통합 경기도복싱협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12일 화성시 소재 푸르미르 호텔에서 하용환 회장을 만나 신임 대한복싱협회장으로서의 포부와 침체된 한국 복싱 발전을 이끌 청사진에 대해 들어봤다.
Q 경기도 체육 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중앙단체장에 당선됐는데 소감은.
A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추대됐으면 좋았을 텐데, 본의 아니게 경선을 통해 선출돼 상대 후보도 그렇고 마음이 무겁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대한민국 복싱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Q 대한복싱협회는 그동안 내홍으로 밖에 비춰진 모습이 곱지만은 않았다. 가장 선결해야 될 과제는.
A 무엇보다 고질병처럼 여겨졌던 파벌싸움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복싱인들이 회장으로 뽑아 주신 데는 그동안 파벌싸움에 휘말리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선거인단이 보여준 명령을 받들어 학연ㆍ지연 등 파벌싸움 없이 각 지역의 인재를 고루 발탁해 화합하고 소통하는 탕평 인사로 협회를 이끌겠다.
Q 지난 3년간 경기도복싱협회장을 역임하며 역대 가장 단합된 협회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 경기도복싱협회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도 여러 가지 문제점과 갈등이 있었다. 특히, 지도자들 간 반목과 파벌주의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로의 마음을 읽고 같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고, 그 결과 지도자와 임원들이 단합하는 풍토가 조성됐다. 이런 점들을 대한복싱협회에서도 접목시켜 소통할 계획이다.
Q 공약으로 탕평 인사와 참신한 인사의 중용을 내세웠다. 구체적인 방안은.
A 아직 전국에서 복싱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분들의 면면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도복싱협회장과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 등을 맡아 조직을 이끌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인선법이 있다. 집행부를 꾸려갈 선출 인원의 3~4배수 또는 5~6배수의 인사를 추천받아 개인별 면담과 검증을 통해 우수 인재를 영입할 생각이다.
Q 한국 복싱은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었다. 하지만 이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큰 시련을 겪었는데 원인은.
A 한국 복싱이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후 선발전 전 체급 탈락으로 6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 할 뻔했다. 다행히 남자 56㎏급 함상명(용인대)이 와일드카드로 출전권을 획득하며 올림픽 명맥이 끊길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지만 복싱인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 같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협회와 지도자들에게 있다. 맡은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가져온 결과다. 두 번째로는 공정치 못하고 특정 계파에 연루된 불합리한 선수선발 과정에 있다고 본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합리적인 선수선발을 실시하겠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된다. 국내는 물론, 복싱 선진국의 우수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해 전력 강화를 도모하겠다.
Q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복싱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저변확대가 중요한 것 아닌가.
A 옳은 말이다. 점점 선수를 발굴하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교육 당국과 협의해 호신과 경호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교 복싱클럽이 운영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복싱을 에어로빅과 접목시켜 많은 이들의 흥미를 돋구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태권체조 처럼 복싱 안무를 만들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활성화를 이끌겠다. 비중있는 국제대회 유치 등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되돌리는 방안도 강구하겠다.
Q 복싱은 편파판정의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A 심판 판정 때문에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선수들이 잘 싸우고도 억울한 판정을 받지 않도록 세미나 등 교육을 통해 공정성 확보에 주력하겠다. 특히, 편파판정을 일삼는 심판은 영구 퇴출시킬 생각이다. 반면, 심판들의 수당을 늘리고 연수 기회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복지와 지원방안을 모색해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도록 신경쓰겠다. 심판은 법복을 입은 판사처럼 링 위의 판관인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공정해야 한다.
Q 당선 소감에서 원로를 비롯한 복싱인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는데.
A 복싱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원로들이 없었다면 그 종목은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로들을 잘 모시고 소통을 통해 복싱 발전방안에 대한 조언을 구할 방침이다. 또한 일선 시ㆍ도 협회와 지도자, 선수, 심판 등 모든 복싱 주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 복싱 발전에 반영하겠다.
Q 하 회장께서 갖고 있는 리더로서의 철학은 무엇인가.
A 항상 ‘과거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과거를 발판삼아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세 지향적인 사람보다는 자신이 희생하고 밑거름이 돼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 노력한다. 자리를 탐하거나 그 자리를 통해 사욕을 채우려는 사람은 나와 함께 일할 수 없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처럼 호랑이 같이 예리한 눈으로 정확히 보고, 소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며 공약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겠다.
Q 수년 동안 대한복싱협회가 국제복싱협회(AIBA)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선수들이 많은 피해를 봤다. 어떻게 관계를 개선할 것인가.
A 회장 당선 이후 이미 AIBA 측과 선을 대놓았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얼마만큼 성실히 일하냐에 따라서 AIBA와의 관계가 달라질 것이다. 조만간 AIBA를 방문해 소통하고 발로 뛰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
Q 복싱인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A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대한복싱협회장으로 뽑아주신 복싱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 점 부끄럼 없이 대한민국 복싱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또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인 복싱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정리=홍완식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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