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없이도 행복한 세상… 지구촌 자립마을 꿈꿔요”
국제구호개발에 앞장 서고 있는 월드비전 양호승 회장(70)은 ‘월드비전을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이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으로 월드비전의 후원이 끝나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마을’을 만들고 있다.
마을 스스로 아이를 지킬 수 있을 때 다른 마을로 향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월드비전 회장으로 취임한 양 회장은 4년여 동안 대내외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월드비전 운영에 투명성을 강조,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이에 취임 4년을 맞아 그간의 행보와 앞으로 월드비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양 회장에게 들어보았다.
Q 4년간 월드비전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월드비전이 얻은 성과는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는지.
A 지난 2012년 1월 취임 이후 5년에 가까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먼저 기관의 전문성과 투명성 강화에 주안점을 두었다. 사업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사업의 효과성을 내는 것. 재정뿐 아니라 인사 및 구매의 투명성 등 모든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모았다. 이런 요소들이 모두 효율성과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1950년에 설립된 월드비전이 앞으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목표다. 자립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월드비전의 사업 목표인 것처럼, ‘지속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월드비전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이와 함께 기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 강화에 지속적으로 신경 쓸 계획이다. 지금 당장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소기의 성과로 올해 제18차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에서 NGO 상표 부문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얻었다.
Q 대기업 전문 경영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 월드비전 수장을 맡았다. 월드비전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고, 다른 NGO 단체와 비교해 월드비전의 강점과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A 월드비전에서 어려웠던 점을 꼽으라면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 월드비전 사업장이 있는 만큼 잦은 국내외 출장이다. 취임 이후 최대한 빨리 방대한 월드비전의 활동을 파악해야 했고, 생소한 사회복지 용어들도 익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른 NGO 단체와 비교해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한 고아와 남편을 잃은 부인들을 돕기 위해 설립돼 전 세계 100여 개국에 걸친 국제적 파트너십과 4만여 명의 전문적이며 헌신적인 직원을 갖춘 기관이다.
특히 한국 월드비전은 1991년까지 해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오다 ‘사랑의 빵’, ‘기아체험 24시간’ 등의 자체적인 모금활동을 통해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한 매우 특별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특별한 역사와 이를 가능하게 한 직원, 후원자 등 모든 분들이 월드비전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6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해왔다. 이를 인정받아 월드비전 인터내셔널은 ‘UN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NGO 최상위 지위인 ‘포괄적 협의 지위’를 부여 받았으며, 2006년부터 한국월드비전은 구호사업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최대 최장 기간 WFP 공식협력기관으로 함께하고 있다.
Q 대북관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월드비전은 북한아동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한국 월드비전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협력해서 추진해오던 농업개발사업은 진행과 중지를 반복해 오다 최근 들어서는 진행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16년 이상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수행해오던 농업개발사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지금은 국제 월드비전과 협력하는 방법을 통해 북한 어린이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영양개선사업, 식수위생 개선사업, 교육환경 개선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월드비전의 대북사업은 1994년 북한 고난의 행군시기 긴급구호를 시작으로 씨감자생산사업, 농업개발사업과 지역개발사업 그리고 북한농학자 역량강화사업 등으로 확대됐다. 앞으로는 북한의 변화에 맞춰 개발협력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바람직한 대북 지원 방안은 남북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북지원 계획을 수립한 후에 북한 주민들의 의견도 반영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북한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남북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립하고자 할 계획이며, 또 지속적으로 월드비전 국제본부의 대북사업에 협력하고자 한다.
A 월드비전이 생각하는 진정한 후원은 후원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이다. 월드비전은 수혜자의 자립과 온전한 삶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일례로 해외에서 진행되는 지역개발사업의 경우, ‘한 아동이 자라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동이 속한 지역사회의 ‘자립’을 통한 개인의 ‘자립’을 목표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식수, 보건, 농업개발, 소득증대사업, 교육 및 주민역량강화 사업 등 그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진행한다. 보통 15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역량강화에 중점을 둔다. 월드비전은 이렇게 사업을 마치고 해당 지역을 떠난 후에도 주민들이 ‘자립’해 긍정적인 삶의 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Q 끊이지 않는 기근과 재해, 전쟁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월드비전이 펼치는 사업은 무엇이고, 장기적인 플랜이 있다면.
A 월드비전은 재난발생 직후 진행하는 일시적인 구호 활동뿐 아니라 장기적인 재난 대비와 예방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월드비전은 현재 전 세계 26개국에서 기근, 자연재난, 분쟁 등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켜 최대한 빨리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재난대응 사업 관련해서 월드비전은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재난이 발생하면 24~72시간 이내 긴급구호전문가를 현장으로 파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주민들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당장의 긴급구호뿐 아니라 ‘주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을 위한 재건복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취약국가 및 지역재건사업과 관련해 월드비전은 소말리아, 남수단,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취약국가 및 지역에서 식량과 난민캠프 통합지원사업, 분쟁으로 생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아동을 위한 아동보호심리치료센터 운영사업, 전쟁 피해아동 대상 평화인식교육사업, 여성 할례 피해자 지원사업 등 보건, 교육, 식수위생, 농업 분야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취약국가 및 지역의 어린이와 주민을 보살피고 있다.
마지막으로 월드비전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가장 큰 NGO 협력기관이다. 월드비전의 식량사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우선 재난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실향민과 난민에게 식량을 지급하는 긴급식량지원사업이 있고, 두 번째 사업은 긴 시간을 두고 주민이 스스로 식량위기를 극복하도록 돕는 사업이 있는데 ‘식량을 활용한 재건복구(Food for Work) 사업’ 및 ‘식량을 활용한 교육지원(Food for Education) 사업’이 바로 그 예이다.
Q 앞으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또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정세에 월드비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제, 정치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부 환경에 취약한 사회 계층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경제적 어려움, 질병, 보호자의 부재 등 외부 환경에 취약한 아이들이 여러 난관을 이겨내고 자립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해갈 계획이다.
먼저 국내에서는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위기아동지원사업’과 아동의 평생 건강을 책임질 ‘아동영양사업’을 비롯해 모든 아동이 충분히 꿈꾸고 이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꿈꾸는아이들’ 등으로 아동의 온전한 삶을 지원한다.
해외에서도 개발, 옹호, 구호의 통합적 사업을 통해 아동의 자립을 돕는 한 마을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또 아동, 가정, 그리고 마을의 변화뿐만 아니라, 이에 필요한 자원(시간, 재정)을 후원하시는 분들도 다양한 참여를 통해 변화 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담=이용성사회부장 / 정리=정민훈기자 /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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