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서 감성 키워요'

아이들이 유익하고 의미있는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값 비싼 스키캠프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을 틔워줄 수있는 전시장을 찾아보는 것도 방학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전시회를 소개한다. 먼나라 꼬레(Coree)-이폴리트 프랑뎅의 기억속으로전= ‘19세기말 프랑스 외교관 소장 사진전’이란 부제로 마련되는 특별전으로 3월2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다. 지난 1892년부터 1894년까지 제2대 주한 프랑스 전권공사를 지낸 이폴리트 프랑뎅이 재임기간 동안 수집하거나 촬영한 사진자료 150점이 ‘이폴리 프랑뎅의 외교활동’ ‘여가생활’ ‘조선사람들의 일상’ ‘명승지 순례’ ‘조선왕족들과 대신들’등으로 나눠 전시된다. 이번 사진전을 통해 110여년전 도포를 멋지게 차려입고 신문물의 상징인 카메라 앞에 서 있지만 왠지 모를 불안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서 부터 ‘광화문 전경’ ‘별기군(別技軍)’등에서 자동차 한대 없는 한가로운 모습과 시시각각으로 좁혀오는 서구 열강의 위협에 대한 어두운 표정 등을 엿볼 수 있다. 세계명화 초대전= 세계 각국의 명화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로 29일까지 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르네상스 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세계 50여 거장의 명화 120점이 선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꽃을 든 삐에로’ 등 거작들만 엄선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작품 9점을 비롯해 바로코 시대 10점, 로코커 시대 12점, 신고전·낭만·사실주의 작품 25점, 인상·상징·후기인상주의 작품 42점, 야수파, 입체파, 에꼴드파리 등 현대미술 22점등을 연대기순으로 배치,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미술문화 교육의 장이 되고있다. 2003 호암미술관 명품전= 18일부터 7월31일까지 용인 호암미술관.미술관이 소장중인 1만5천여점 가운데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에 해당하는 그림과 도자기, 공예품 등 훌륭한 작품이 대거 선보인다. 조선왕조 어필전= 2월10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조선왕조 500여년 동안 왕과 왕비,대군과 군, 공주와 옹주 등 모두 46명이 쓴 서첩, 간찰, 병풍, 사군자, 한문과 한글 등 모두 90여점을 조선 전·중·후·말기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전시회를 통해 글씨의 기준이자 법으로서 신하와 백성들에게 교과서나 다름없었던 조선왕의 어필을 만나볼 수 있다. 사유와 감성의 시대전= 다음달 2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한국 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70∼80년대 중반의 작가 45명의 작품 140여점이 선보인다.이 시기 작가들은 일체의 형상과 이미지를 화면에서 제가함으로써 화면의 평면적 특성을 강하게 부각시켰던 1970년대를 풍미했던 ‘모노크롬’류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종만기자 jmgo@kgib.co.kr

2003 겨울 어린이 공연예술제/과천시민회관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감수성을 개발시킬 수 있는 공연 예술제가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2003 서울&과천 겨울 어린이 공연예술제’란 타이틀로 오는 18일부터 내달 9일까지 계속될 이번 축제는 평균 창작경력 10년 이상의 국내 최정상급 공연단체가 총집합, 수준 높은 공연으로 아이들의 인격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공연 뿐 아니라 각종 어린이 대상 공예품 전시와 체험행사들이 함께 열려 아이들의 방학숙제 고민을 한층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까지 공연되는 첫 작품 ‘강아지 똥’(극단 모시는 사람들)은 움직이는 그림동화로 그림책을 무대 위에 살려낸 어린이 논 버벌극.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아동문학을 극화한 이 작품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고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강아지 똥이 민들레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울리는 감동과 신비를 깨닫게 해 준다. 특히 이 공연은 2001년 예술의 전당과 정동극장 공연시 전석 매진으로 화제가 된 바 있어 겨울방학 아이와 함께 볼만한 공연이 무얼까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 두번째로 무대에 오를 가족뮤지컬 ‘오래된 약속’(27~31일, 극단 즐거운 사람들)은 아기별이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 지구에 있는 인간들 중 자신이 수호별이 되어 지켜 줄 짝궁을 찾아간다는 내용. 어린이는 물론 거대한 물질문명 속에 자신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도 가슴 한켠 간직한 동심을 다시금 꿈과 희망으로 되살아 나게 해 줄 것이다. 화려한 무대장치를 지양하고 각 장면의 묘사에 중점을 둔 배우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풍성하게 할 계획. 소망의 향기를 담은 연극 세번째 작품 ‘마당을 나온 암탉’(2월2~5일, 극단 민들레)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탄탄한 구성력과 기획력으로 2002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공동주최 기획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청둥오리를 지극한 사랑으로 키우며 엄마가 되고픈 소망과 자유, 사랑을 실현해 가는 삶을 그린 이 작품은 마당이 호수가 되고 호수는 숲이 되는 퍼즐형식의 새로운 무대와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물체 마임극이다. 이번 예술제의 특별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서울발레시어터의 ‘백조와 플레이보이’(2월8~9일)는 놓치면 후회하게 될 수작.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과 함께 새롭게 재해석한 이 작품은 호수 대신 풀밭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딱딱하고 지루한 일상적인 발레가 아니라 “발레도 웃으며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게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하루 2회,오후 2시와 4시30분에 공연되며 입장료는 1만원으로 균일하다. 문의 (02)7665~210.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예술의 전당 뷔페식 전시관람

뷔페는 음식을 펼쳐놓고 입맛대로 골라 먹는 식당을 말한다. 그렇다면 눈맛대로 작품을 골라 보는 전시는 무엇이라고 할까. 여하튼 예술의전당에는 지금 뷔페식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국내작가전과 해외작가전이 각기 둘이요, 국내외 합동전이 하나다. 장르도 서예, 조각, 디자인,회화 등으로 다양하다. ‘조선왕조 어필’전(27~내년 2월10일)이 전통예술의 백미를 감상하는 기회라면, ‘조각이란 무엇인가?’전(21일~2월9일)은 한국현대조각의 진수를 음미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로댕 작품전(17일~2월26일)은 현대조각의 창시자인 오귀스트 로댕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국내 최대의 자리이고, 팝아트전(21일~2월9일) 역시 미국의 대표적 현대미술인 팝아트를 펼쳐보인 국내 최대의 전시마당이다. 지난 20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계속되는 ‘간판과 디자인’전은 도시환경과 디자인을 다시 생각케 한다. ▲조선왕조 어필전=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조선시대 어필(御筆)을 한 자리에 모았다. 출품작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과 왕비, 대군과 군, 공주와 옹주 등 46명이 쓴 작품 90여점. 조선문화예술사의 대표적 실천 주역이 왕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번 전시는 조선조 서예사 전개의 근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품작은 서첩, 간찰, 현판, 탁본, 병풍, 두루마리, 대련 등으로 다양하며 한문과 한글이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사군자 등도 소개된다.(02)580-1300 ▲로댕 작품전= 현대조각의 창시자인 로댕의 진품 조각 66점과 드로잉 8점 등 74점이 소개됐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미술관과 필라델피아미술관이 소장하는 로댕의 작품을 들여왔으며, 전시작은 ‘칼레의 시민들’ ‘발자크’ ‘지옥의 문’ 등을 포함한다. 주최측은 서울로댕갤러리가 대표작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들’을 소장하고 있고 개관전을 통해 로댕의 작품을 전시했으나 내용과 성격에서는 분명히 차별된다고 강조한다. (02)789-3788. ▲간판과 디자인전= 건물을 도배질하고 인도까지 점령한 도심의 간판문화를 재고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전시회. 예술의전당의 ‘도시환경과 디자인’ 시리즈 두번째 기획전으로 광고와 표식의 기능을 넘어 시각공해가 돼버린 거리간판의 현실을 개선하는 방법을 구체적, 과학적으로 모색해보자는 취지다.(02) 580-1300.

'이미숙 전통춤' 공연

“태평무는 승무보다 복잡하고 까다롭긴 하지만 발놀림이 독특하고 추면 출수록 매력적입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진주교방굿거리’ 이수자인 이미숙 의정부시무용단 단장이 20일 오후 7시 경기문화재단 3층 다산홀에서 ‘이미숙 전통춤’을 무대에 올린다. 6세때 처음 우리 춤과 인연을 맺은후 청주사범대 무용교육학과와 중앙대 대학원 문화예술대학을 졸업한 이미숙씨는 태평무 보유자인 강선영 선생 문하생으로 들어가면서 그만이 갖고있는 독특한 춤사위를 펼쳐 보이는 등 전통 춤꾼의 길을 묵묵히 걸어오고 있다 1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이씨는 ‘태평무’를 비롯해 ‘무산향(無山香)’‘진주교방굿거리’ 등 전통 춤이 갖고있는 독특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이씨가 이수중인 태평무는 당대 최고의 명무(名舞)로 손꼽혔던 故 한성준 선생이 구성한 춤으로 임금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추던 춤. 이번 공연에서 그는 경기도 도당굿을 근간으로 한 진쇠, 터벌림,낙궁, 섭채,도살풀이, 자진도살풀이 가락과 장단에 맞춰 발놀림이 독특한 태평무 특유의 멋을 선사한다. 이어 여성 춤꾼으로는 처음으로 남자만의 전통춤인 ‘무산향’을 무대에 올려 남성과는 다른 여성만의 색다른 멋과 맛깔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춤사위를 선보인다. 이씨는 “무산향은 남자들의 춤으로 정해진 틀인 대모반(玳瑁盤)내에서 경춘광지곡(慶春光之曲) 가락으로 춤을 추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여성들이 기피해 왔다”면서 “그러나 이 춤은 형식면에서 비슷한 춘앵전의 동작보다 활달하고 동적이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선보일 ‘진주교방굿거리’는 고려 문종때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관기제도에 따라 교방청(敎坊聽)에 의해 내려온 춤.그러나 무속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무당이 교방으로 이입돼 오늘날 굿거리 춤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이씨는 한국춤의 네가지 요소인 한, 흥, 멋, 태를 고루 갖춘 끈끈하면서도 애절한 춤으로 정,중,동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춤사위란 특성을 지닌 이 춤을 선사한다. /고종만기자 jmgo@kgib.co.kr

창극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창극 심청'

올해 창극(唱劇) 탄생 100주년을 맞아 초창기창극의 모습을 복원한 ‘창극 심청’이 무대에 올려진다. 창극 100주년기념사업회(회장 최종민)와 국립극장예술진흥회(회장 김규문)는 20일 오후 7시와 21일 오후 3시, 7시 세 차례에 걸쳐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문화재전수회관에서 창극 100주년 기념공연 ‘창극 심청’을 선보인다. ‘창극’이란 말 그대로 창(소리)으로 엮어가는 연극을 뜻하는 말. 창자(唱者)와 고수 두 사람이 하던 판소리에 서양의 연극형태를 첨가, 각각의 배역을 나눈 것으로 대사가 포함되기 때문에 서양의 뮤지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창극의 시초에 대해서는 시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902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극장인 협률사(원각사)에서 고종의 어극(御極) 40년을 축하하기 위해 당시 명창들이 처음으로 판소리를 배역을 나눠 공연한 것을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이렇듯 우리의 근대를 대표하는 공연양식인 창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그동안 외래요소가 많이 가미돼온 창극을 초창기 형태로 복원하는 것을 시도한 무대다. 최종민 회장은 “지난 100년간 알게 모르게 일제 강점기 일본적 발상과 기법, 서양적 연극논리로 창극이 발전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공연은 이러한 외래요소를 모두 걷어내고 순수한 우리 전통과 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의 총감독하에 예술진흥회 사무국장인 이계환씨가 대본을, 인간문화재 성우향 명창이 작창을,국립창극단 박성환씨가 연출을 맡아 작품을 새롭게기획했다.

"엄마! 아빠!... 공연 보러가요"

크리스마스와 겨울방학을 앞두고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용극, 뮤지컬, 인형극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은 크리스마스 기획공연으로 25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02’를 무대에 올린다. 육완순 슈퍼스타 무용단이 꾸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02’는 예수의 고행을 춤과 노래로 새롭게 표현한 원작 뮤지컬 ‘Jesus Christ Superstar’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현대무용의 대가인 육완순씨를 비롯한 5명의 젊은 안무가가 공동으로 재구성한 무용극으로 온 가족이 감상하기 좋은 작품이다. 예수가 고난을 당하던 마지막 7일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공연은 예수의 고행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새롭게 해석하고, 무용수들도 안무가의 의도를 과감하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살려내고 있다.공연시간은 25일 오후 2시와 5시 두차례.문의 (031)230-3271~4, 3276~9. 서울발레시어터는 어린이를 위한 순수 창작발레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20일부터 25일까지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줄리아드 예술대 출신의 제임스 전 서울시어터 상임안무가의 연출로 무대에 올려지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는 엘리스가 겪는 21세기 모험을 통해 어린이에게는 상상력을 키워주고 어른들에게는 과거의 동심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한 온가족을 위한 가족 발레작품이다.총 22곡의 음악이 전체 4막으로 나눠 연주되며,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가 공연의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3시, 7시 두차례, 20일과 23일 월요일은 오후 3시 1회. 문의 (02)3442-2637 의정부 극단 무연시는 크리스마스 특선으로 창작극 세미 뮤지컬 ‘0.5평의 크리스마스’를 20일부터 25일까지 의정부 예술의 전당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재개발 지역의 재래화장실에서 마을에 가요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빚어지는 이별과 만남 ,그리움의 노래가 울려퍼지면서 화해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공연시간은 오후 7시(단 22일은 오후 4시). 문의(031)846-9415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6층 어린이 극장에서는 12월 공연으로 뮤지컬 인형극 ‘아기돼지 삼형제’와 ‘애벌레의 여행’을 오는 29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아기돼지 삼형제’는 아름다운 숲속에서 살고 있는 아기돼지 3형제가 늑대를 물리친다는 내용을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으며, 음악극인 ‘애벌레의 여행’은 초록색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특수 조명인 블랙 라이트를 사용해 아이들에게 환상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공연시간은 평일 오전 11시(단체)와 오후 4시 등 두차례, 주말과 공휴일은 낮 12시, 오후 2시, 4시 등 3차례다.문의(032)325-6923 /고종만기자 jmgo@kgib.co.kr

에이프만발레단 '러시안 햄릿' 공연

러시아의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드라마틱 발레의 최고봉, 혁신적인 발레예술의 비전을 제시한 에이프만의 발레단이 의정부에서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유감없이 펼쳐보인다. 17일 오후 7시30분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보리스 에이프만의‘러시안 햄릿’이 그것. 올해 창단 25주년을 맞은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은 세계 각국에서 성공신화를 이루어가고 있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발레단. 이번 공연에서 펼쳐 보일 ‘러시안 햄릿’은 18세기 중엽 러시아를 유럽 왕실의 세력에 맞서 정치적 강국으로 키우고 문화와 경제를 찬란히 꽃피우도록 했던 예카테리나 2세와 그의 불행한 아들 파벨에 관한 이야기. 어두운 황실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와 황태자 파벨을 둘러싼 음모와 간계 속에서 조금씩 파멸해 가는 인간의 처절한‘고독’이 잘 표현돼 있다. 작품의 소재가 황실의 역사인 만큼 무대는 어느때 보다 화려하다. 전면 배경에는 절대 왕권의 상징이자 러시아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융성했던 예카테리나 치세를 역사적으로 표현해낸 거대한 황금빛 태양이 설치된다. 이 아름답고 화려한 배경에서 인간의 고독과 어두운 역사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21세기 무용계를 이끌고 있는 보리스 에이프만의 ‘존재에 관한 진지한 물음’을 총 2막에 걸쳐 표현해 낸다. 왕자 파벨이 아버지의 살해현장을 본의 아니게 목격하게 되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1막에서는 파벨의 어머니인 예카테리나 대제가 아들에게 왕권을 포기하게 하려고 결혼을 시키지만 왕자비는 남편에게 왕권을 쟁취할 것을 강요하는 권력의 암투를 보여준다. 2막에서는 왕권을 둘러싼 어머니와 아들의 미묘한 번민과 외로움,인간의 갈등이 잘 표현돼 있다.(02)552-7251~2 /강병호기자 bhkang@kgib.co.kr

경기토리회 창단공연 '온돌야화'

성영화에서처럼 변사(내레이터)가 극의 진행을 맡는 음악극 형태인 ‘온돌야화’(溫突夜話)가 경기토리회(회장 최은호)의 창단 공연작품으로 23일 오후 7시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려진다. 경기토리회는 경기지역의 잊혀져가는 토속 민요를 발굴, 재현하고 경기소리 저변확대를 위해 경기도립국악단 민요팀 부수석인 최은호씨를 중심으로 최근순, 박종국 등 전문 소리꾼과 순수 애호가 20여명이 모여 지난해 7월 창단했다. ‘토리’란 순수 우리말로 한 지역의 음악적 특징을 통칭하는데, 경기도 토리는 음색이 부드럽고 유장하고 서정적이며 맑고 깨끗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최은호 회장은 “경기소리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경기토리의 맥을 지키며 전승·발전에 한몫하기 위해모였다”면서 “첫 작품으로 유성기가 들려주는 따뜻한 옛이야기 ‘온돌야화’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창단 후 1년 넘게 준비해 무대에 올리는 ‘온돌야화’는 단순하게 음악을 나열해 들려주는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음악극 형식을 도입한데다 1920~45년 사이에 발매돼 유성기 음반에 실린 경기민요풍의 노래 6곡을 발굴 재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온돌야화는 지난 60~70년대 가수 김세레나가 불러서 널리 알려진 ‘갑돌이와 갑순이’의 원곡. 음악과 가사내용, 느낌까지를 관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이 작품은 갑순이라는 한 여인이 자신을 꼭 닮은 손녀에게 첫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줄거리에다 변사가 극의 전체 진행을 맡아 한편의 무성영화를 보듯 아련한 옛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경기토리회가 유성기에서 발굴,재현하는 경기민요풍의 노래로는 ‘온돌야화’(김다인 작사,전기현 작곡, 이영한 ·함석초 노래, 리갈레코드), ‘노들강변’(신불출 작사, 문호월 작곡,박부용 노래, 오케 레코드),‘처녀총각’(범오 작사, 김준영 작곡, 강홍식 노래, 콜롬비아 ),‘덩더쿵 타령’(김영파 작사, 전기현 작곡, 이은파 노래, 태평레코드),‘꽁꽁타령’(유영일 작사, 김형원 작곡,고일심 노래, 콜롬비아),‘연지찍고 곤지찍고’(박영호 작사, 전기현 작곡, 박정림 노래, 태평레코드) 등 6곡이다. 재현된 6곡의 노래는 요즘의 기교적인 소리에 비해 담백하고 품격이 있는데다 부드럽고 서정적이어서 듣는 이들로 색다른 감돋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토리회 최은호 회장은 “이번 공연은 유성기에 수록됐던 옛노래를 발굴해 새로운 민요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학술사적 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고종만기자 kim@kgib.co.kr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