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눈과 귀가 흡족한 '해피 피트'

재미와 감동, 거기에 묵직한 메시지까지 덤으로 얻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작품은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꼬마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는 애니메이션이 이 세 가지를 한 묶음으로 담아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점은 애석하지만 할리우드산이면 또 어떤가. 잘 배워서 나중에 써먹으면 될 것을.

지난달 17일 개봉돼 3주간 북미지역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해피 피트(Happy Feet)'의 명성은 말 뿐은 아니었다. 1억5천만 달러(약 1천38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007 카지노 로얄'을 단박에 누른 작품답게 영화의 매력이 처음부터 끝까지 방법을 달리하며 요리조리 헤엄친다.

노래와 춤으로 재미를, 역경을 딛고 일어선 '못난이' 펭귄을 통해 감동을, 펭귄의 식량문제를 통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한다.

'해피 피트'에서 우선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펭귄들의 춤과 노래다. 팝뮤지컬 애니메이션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록ㆍ펑크ㆍ오페라ㆍ랩ㆍ가스펠 등과 탭댄스ㆍ탱고ㆍ플라멩코 등 다양한 노래와 춤으로 외피를 화려하게 둘렀다.

일라이저 우드ㆍ브리트니 머피ㆍ로빈 윌리엄스ㆍ니콜 키드먼ㆍ휴 잭맨 등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한 할리우드 스타들은 연기력 못지않게 빼어난 노래 솜씨도 한껏 뽐낸다. 가수 겸 배우 브리트니 머피가 가스펠풍으로 뽑아낸 그룹 퀸의 히트곡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와 로빈 윌리엄스가 스페인어로 '터프하게' 소화한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My Way)'는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털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펭귄의 다이내믹한 율동은 발바닥을 들썩이게 만든다. 실제 댄서들의 몸에 센서를 붙인 뒤 이를 컴퓨터로 옮겨 각각의 캐릭터에 입히는 '모션 캡처' 방식을 통해 구현했다고 한다. 펭귄들의 춤은 프로 댄서의 모습 그대로다.

남극 대륙의 황제펭귄 왕국.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 '하트 송(Heart Song)'으로 구애하는 황제펭귄 사회에서 노래를 못하는 펭귄은 '펭귄' 취급도 받지 못한다. 항상 스텝을 밟을 만큼 춤에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지만 음치인 멈블(일라이저 우드). 엄마 노마 진(니콜 키드먼)은 아들의 탭댄스가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아빠 멤피스(휴 잭맨)는 멈블이 펭귄답지 못하다고 여긴다. 멈블은 왕국에서 최고의 노래실력을 자랑하는 글로리아(브리트니 머피)를 흠모하지만 노래를 못해 구애할 수 없는 자신이 서글프다.

어느 날 춤추는 멈블을 못마땅하게 여긴 왕국의 연장자 노아(휴고 위빙)는 춤이 펭귄왕국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그를 추방한다.

정처없이 남극을 헤매던 멈블은 우연히 아델리펭귄 라몬(로빈 윌리엄스)과 그의 일당을 만난다. 멈블의 현란한 발동작에 매료된 라몬 일당은 구애작전에 도움을 주겠다며 멈블을 설득해 황제펭귄 왕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멈블은 뜻하지 않게 "너 때문에 펭귄왕국의 물고기들이 줄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고, 이후 "물고기가 줄어드는 원인을 꼭 알아내 돌아오겠다"면서 길을 떠난다.

'해피 피트'는 '못난이' 펭귄의 성공기다. 가수가 환영받는 사회에서 춤꾼으로서의 천부적 재능을 지닌 멈블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다. 그렇지만 그는 춤으로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델리펭귄 왕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스타가 된다. 세상에는 하나의 잣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영화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의 모습을 멈블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 속 펭귄들의 현란한 스텝은 얼어붙은 겨울 극장가를 녹일 만큼 뜨겁다. 누구에게 추천해도 욕먹지 않을 만한 영화다.

21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