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3D 영화가 대세

2차원의 평면 스크린에 3차원의 입체영상을 담아내는 3D 영화기술이 영화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꿀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미국 내 가장 큰 극장체인의 하나인 에드워드극장의 모기업인 리걸 엔터테인먼트그룹의 마이클 캠벨 회장은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 학회에서 "지금까지 개봉된 3D 영화들의 흥행 성적을 볼 때 극장들이 현대식 3D 테크놀로지를 갖춘 디지털 영사시스템으로 전환할 때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극장에게도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캠벨 회장은 관객이 3D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일반 영화보다 더 비싼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했으며 관객 3명 중 2명이 3D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캠벨은 또한 관객뿐 아니라 디즈니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SKG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3D 영화 지원에 적극적인 것도 극장에는 호재라고 설명했다. 특히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오는 2009년 개봉되는 '몬스터스 vs 에일리언스'를 시작으로 모든 영화를 3D로 제작할 것이라고 최근 선언했다. 디즈니 또한 30일 개봉되는 애니메이션 '로빈슨 가족(원제 Meet The Robinsons)'를 701개의 3D 스크린에서 개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최고 규모의 개봉 기록. 디즈니는 또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함께 3D 애니메이션영화를 제작할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캠벨은 "이는 앞으로 몇 년 후엔 3D 스크린이 전국적으로 수천 개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을 뜻한다"면서 "만약 우리가 기존 입장료보다 10~15% 높은 입장료를 받을 수 있다면 이는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기 충분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림웍스의 제프리 카젠버그도 "3D 애니메이션영화를 만드는 제작비가 기존 애니메이션보다 1천만 달러에서 1천500만 달러 더 들지만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젠버그는 "모든 메이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2009년에는 3D로 제작된 '대형 영화'를 제작, 개봉할 계획을 지니고 있다"면서 "이제 할리우드의 주류는 3D 영화가 될 것이며 관객은 추가비용을 내고서도 이 포맷의 영화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3D 영화를 제작 중인 감독들은 스티븐 스필버그, 저메키스, 제인 캠피언, 피터 잭슨 등이다. /연합뉴스

전주국제영화제, ‘인디비전’ 상영작 확정

올 전주국제영화제(제8회·4월26일∼5월4일)의 국제경쟁부문인 인디비전 섹션의 상영작 12편이 최종 확정됐다. (재)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는 27일 올 영화제 인디비전 섹션에서 상영될 12편을 확정하고 심사위원 3명도 위촉, 발표했다. △상영작과 특징 상영작은 △아리아(감독 츠보카와 다쿠시·일본·2006·월드 프리미어)△크리구(얀 가스만 크리스티앙 치외르옌·스위스·2007·아시아 프리미어)△라스무센의 일기(자카리아스 쿤눅 노만 콘·캐나다·2006)△사랑의 시선(우에오카 요시하루·일본·2006)△다른 반쪽(잉 량·중국·2006)△포토시, 여행의 시간(론 하빌리오·이스라엘 프랑스·2007)△사유재산(조아생 라포스·프랑스 등·2006)△리프라이즈(요아킴 트리에·노르웨이·2006·2006 카를로비바리영화제 감독상 수상)△나의 아버지(알레산드로 안젤리니·이탈리아·2006·아시아 프리미어·2006 로마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슈뢰더의 멋진 세계(미카엘 쇼르·독일 등·2006·월드 프리미어·2006 만하임-하이델베르그영화제 개막작)△화이트 발라드(스테파노 오도아르디·이탈리아 등·2007·아시아 프리미어)△참 아름다운 세상(파우지 벤사이디·프랑스·2006·아시아 프리미어) 등 12편. 각 작품별로 감독들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영화제 개막작인 ‘라스무센의 일기’와 ‘포토시, 여행의 시간’은 타문화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특징인 작품. ‘사유재산’과 ‘나의 아버지’, ‘슈뢰더의 멋진 세계’, ‘다른 반쪽’은 우리 시대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루고 있다. ‘크리구’와 ‘화이트 발라드’, ‘아리아’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포착해 냈다. ‘참 아름다운 세상’, ‘리프라이즈’, ‘사랑의 시선’은 사랑에 힘겨워하거나 행복해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 △심사위원 영화 평론가이자 필리핀 시네 마닐라 영화제, 상가폴 영화제, 우디네 극동 영화제에서 자문위원과 프로그래머로 활동중인 노엘 베라, ‘여자, 정혜(2004)’, ‘아주 특별한 손님(2006)’를 연출한 한국의 이윤기 감독, ‘가까이에서 본 기차(1966)’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체코의 이리 멘젤 감독 등 모두 3명. 한편 전주국제영화제의 인디비전 섹션은 새로운 영화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세계 신인 감독들의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섹션. 60분 이상의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국내외 3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 의해 수상작품이 선정되고, 최고작에 대해서는 우석대의 후원으로 우석상과 미화 1만불이 상금으로 수여된다. 그동안 이 섹션에서는 스와 노부히로(M/OTHER·2000),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정오의 낯선·2001), 얀얀막(형·2002), 드니 코테(방랑자·2006) 감독 등이 우석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반토막 스크린쿼터 탓? 3월 한국영화 최악 성적표…4월엔?

한국 영화가 고전하고 있다. 지난주 박스오피스(영화진흥위원회·영화관 가입률 93%) 1∼4위를 외국영화 ‘300’ ‘향수’ ‘넘버23’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차지했다. 한국영화는 ‘수’와 ‘쏜다’가 그 뒤를 이었을 뿐이다. 3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27%’ ‘빼꼼의 머그잔 여행’(9위)과 ‘1번가의 기적’(10위)을 포함해 10위권에 한국영화 4편이 들기는 했지만, 한 주간 동원한 관객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점유율은 19.2%에 불과하다. 외국영화는 176만3519명, 한국영화는 33만9145명의 관객이 선택했다. 이런 고전은 3월 내내 지속됐다. 2월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76.1%는 3월 들어 28일 현재 27.1%로 급락했다. 지난 해 3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71.5%나 됐었다. 3월 한국영화 부진은 ‘가벼움’ 탓? 스크린쿼터 축소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 수가 146일에서 73일로 반토막 난 것이 현실로 체감된다. 그러나 최근 한국영화가 보여온 ‘가벼움’도 관객이 외면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 ‘마강호텔’ ‘복면달호’ ‘1번가의 기적’ ‘좋지 아니한가’ ‘쏜다’ 등은 묵직한 메시지 대신 가볍게 즐기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관객의 선택은 ‘향수’ ‘넘버23’ ‘일루셔니스트’ 등 평소보다 좀 이르게 찾아온 반전 스릴러물이다. 영화계 안팎의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한국영화 중 선두를 달린 ‘수’도 같은 맥락의 영화로 볼 수 있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등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은 시류에 맞춰 가볍게 기획된 게 아니었다. 4월 대반전 가능할까…‘선수들’ 대기 중 힘겨운 국면에 조심스럽게 4월 한국영화의 재기를 기대케 하는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집착으로 변질된 사랑도 용서받을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죄의식을 탐색한 ‘뷰티풀 선데이’(29일)를 시작으로, ‘기대하시라 송강호니까’라는 홍보 문구 그대로 송강호의 명품 연기가 빛나는 ‘우아한 세계’(4월5일)가 4월을 연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라는 수식어만으로도 힘이 실리는 ‘천년학’과 ‘살인의 추억’부터 ‘괴물’까지 깊은 내공을 보여온 박해일의 ‘극락도 살인사건’(12일)도 대기 중이다. 징그러울 정도의 몰입 연기를 보여주는 박신양과 어린 나이에도 큰 에너지를 내뿜는 서신애가 함께 한 ‘눈부신 날에’(19일)가 그 뒤를 잇는다. ‘뷰티풀 선데이’와 ‘극락도 살인사건’은 ‘향수’나 ‘넘버23’에 만만찮은 반전과 스릴을 포진시켰다. ‘텔미썸딩’과 ‘뷰티풀 선데이’의 차이 이 가운데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 ‘뷰티풀 선데이’와 ‘우아한 세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뷰티풀 선데이’는 진광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기회가 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더니 집착과 범죄로 확대 생산되는 인간의 사랑을 범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 영화를 보노라면 1999년 개봉됐던 한석규 심은하 주연,장윤현 감독의 ‘텔미썸딩’이 떠오른다. 당시 관객은 영화를 보는내내 영화의 내러티브와 숨겨진 범인을 찾느라 바삐 머리를 굴렸지만 감독이 숨겨둔 코드와 반전들을 모두 잡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영화가 끝난 뒤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사건과 단서들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그도 잘 되지 않은 사람은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 다시 한 번 보면서 영화관에서 놓쳤던 것들을 찾아냈다. ‘뷰티풀 선데이’는 관객에 대한 태도로 보자면 그 반대에 서 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은 감독이 숨겨놓은 반전과 사건의 흐름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할애 받는다. 그렇다고 반전을 미리 눈치채기 쉽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뷰티풀 선데이’ 머리 쓴 만큼 즐겁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접한 관객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흥미진진하다는 쪽도 있고, 밋밋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진 감독은 영화관에 들어서는 관객에게 빈 봉투를 하나씩 줄 뿐이다. 담아야 할 맛난 것들은 스크린 위에 있다. 스스로 얼마만큼의 재미를 잡아 봉투에 담았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극과 극이다. 우리가 스스로 잡아내야 하는 재미란 어떤 것일까. ‘뷰티풀 선데이’는 반전이 숨어있다고 미리 공개했다.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반전이 무엇일지 추리한다.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반전을 예상하며 보다 보면, 내 가설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 다른 가설을 세운다. 이번에도 아니다. 마지막에 감독은 예상하기 쉽지 않은 결과를 들이민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는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감나무 아래 누워 떨어지는 감을 기다리듯 모든 것을 다 쥐여주는 영화를 좋아하거나, 조금은 잔혹하고 특이한 액션을 기대했다간 낭패다. 두뇌 노동이 필요하다. 기자는 여주인공이 한 명인 점에 착안, 강 형사(박용우 분)와 민우(남궁민 분)의 삶이 동시에 보여지지만 시간 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우가 죽였다고 생각한 수연(민지혜 분)이 후에 강 형사의 아내가 됐고, 민우의 가해로 식물인간이 된 것일 거라고. 영화가 종반에 치닫도록 가설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어느 순간 조금씩 삐걱거리더니, 결국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결론과 만났다. 내 가설이 틀렸을 때의 짜릿함은 즐겁다. 이 시대 아버지들이 꿈꾸는 ‘우아한 세계’ ‘우아한 세계’는 대한민국 40,50대 아버지들의 2007년도 자화상이다.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존의 가부장적 관념에 휩싸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칼끝 위의 일상을 버텨내고 있건만, 가정에서의 권위는 커녕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대접받지 못한다. 책임과 의무는 있으되 권리와 자유는 박탈당했고, 가족들에게 풍족한 삶을 보장해 주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건 힐난 뿐이다.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지는 않아도 되고,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 정도는 듣고 사는 것. 남자들이 꿈꾸는 ‘우아한 세계’는 이 시대 아버지들에겐 사치다. 한재림, 이번엔 ‘생활 누아르’ 발칙한 멜로 ‘연애의 목적’으로 데뷔한 한재림 감독은 자신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듯 이번에는 ‘생활 누아르’를 들고 나왔다. 우리의 삶이 누아르보다 더 어둡고 참혹하다고 강변한다. 아버지 강인구(송강호 분)의 직업을 조직폭력배로 설정한 것도 적절한 선택이다. 언제 누구에게 밟힐까 두려워하고, 나의 성공을 위해선 상대의 뒷통수를 겨누어야 하는 모습이 조폭이나 회사원이나 같다고 했을 때 ‘목숨 내놓고’ 일한다는 의미를 전달하는데 있어 조폭은 사실감을 높인다. 누아르 ‘달콤한 인생’ 속 폼나는 조폭도 호쾌한 액션도 ‘우아한 세계’엔 없다. 강인구는 집 평수 늘리기와 아들 유학비 마련에 급급한 직장인으로 보인다. 경쟁조직의 현수와 만나는 모습도 언제라도 칼을 겨눌 수 있는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기는 커녕, 오랜 친구와 만나 치기어린 장난을 하는 듯 정겹다. 몇 번의 육탄 액션이 나오지만,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개구리들처럼 보일 뿐이다. 시내 자동차 추격전과 여러 대의 차들이 뒤엉키는 충돌,추돌 교통사고가 그나마 볼거리다. 믿어라, 송강호니까 영화를 보노라면 배우 송강호를 향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흐트러짐 없는 조직 중간 보스로서의 카리스마와 먹고 살기 위해 분전하는 가장의 모습, ‘사랑과 존경’이라는 반대급부 없이도 자식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 동시에 내재하기 어렵거나, 섣불리 동시에 표현했을 때 어색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송강호 위에서는 하나로 융합된다. 이러 이러한 캐릭터를 동시에 지닌 인물을 송강호식으로 표현한 게 아니라, 송강호가 그냥 강인구다. 그의 연기를 보노라면 눈이 바쁘다. 눈동자의 움직임, 눈꺼풀과 입술의 떨림까지 디테일이 일품이다. 작은 것을 좇느라 큰 것을 놓치지 않는다. 연기파 배우들 중에는 개인의 연기는 돋보이는 전체 작품을 책임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송강호는 본인의 연기만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연기력으로 영화 전체의 감동과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송강호는 ‘넘버3’에서 라면을 먹으며 웃겼다. 주린 배를 라면으로 채우며 달린 마라토너 임춘애를 현정화라고 우기는 ‘불한당’이었다. 그는 ‘우아한 세계’에서 라면 하나로 관객을 울린다. 가족들이 해외에서 자신의 목숨값으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VTR로 보며 라면을 먹는 모습은 눈물겹다.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TV만 크고, 집만 덩그러니 넓다 뿐이지 그의 마음 속은 서럽고 비참하다. 울화가 치밀어 라면 그릇을 던져보지만, 제 손으로 치워야하는 게 주어진 현실이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인상적인 엔딩이다. 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진 진광교 감독과 두 번째 연출작으로 2년 만에 돌아온 한재림 감독의 젊은 피와 한국영화계를 짊어지고 있는 40대 송강호의 힘이 4월 극장가를 환하게 밝힐 지 주목된다. 사진=위로부터 루씨필름,시네라인㈜인네트 제공.

영화 속 CG, 약일까 독일까…CG없이 3200km 비행장면 담아낸 ‘마하 2.6·풀스피드’

없는 생물체를 버젓이 만들어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영화 ‘괴물’, 아예 새로운 세계와 그 안의 생물들까지 모두 만들어냈던 ‘반지의 제왕’ 등 요즘 영화를 보면 컴퓨터 그래픽(CG)의 도움만 있다면 스크린 위에 펼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기세들이다. 그러나 CG의 존재는 영화 감상을 싱겁게 만들기도 한다. 절벽에서의 추락이나 자동차 추격 장면도 컴퓨터로 만든 것이라 생각하면 아찔한 느낌이 덜해지는 것. 심지어 지난해 개봉한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주인공(엄정화)의 피아노 연주 장면을 CG로 합성해 씁쓸함을 주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프랑스 영화 ‘마하 2.6:풀스피드’는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1만5000m 이상 상공에서 전투기들이 시속 3200㎞(마하 2.6)로 쫓고 쫓기는 장면, 즉 CG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장면들을 100% 실제 촬영으로 잡아냈다는 점 때문에 특별하다. 1998년에도 ‘택시’에서 시속 220㎞로 달리는 택시들의 경주 장면을 실제 촬영으로 찍었던 제라르 피레스 감독은 동급의 전투기에 다섯 방향으로 움직이는 렌즈를 가진 특수 카메라를 장착해 곁에서 따라가는 방법으로 전투기 촬영에 성공했다. 여기에 프랑스 공군 및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얻어 만들어진 비행 장면들은 알프스 산맥부터 파리 시내까지 종횡무진하며 눈과 가슴이 짜릿할 정도로 시원한 장면들을 빚어낸다. 다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본듯한 인물 및 내용 전개는 다소 실망스럽다. 영화는 프랑스의 실제 신개발 전투기인 미라지 2000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다. 프랑스 공군 최고의 전투비행사 마르첼리와 발로아는 상부 명령으로 실종 전투기를 추격하던 중 선제 공격의 위협을 느끼고 격추시킨다. 알고보니 이 전투기는 비밀 임무를 수행중이었고 둘은 문책으로 공군에서 쫓겨난다. 실의에 빠진 둘은 국가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스페셜 미션’팀의 제안으로 전투기 판매를 위한 미국과의 비행 시합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음모에 휘말린다. 다음달 5일 개봉. 15세가.

'작은 영화'에도 문 여는 메가박스

인디영화로 통칭되는 '작은 영화' 상영에 인색했던 멀티플렉스 극장 메가박스가 인디영화 상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을 상영 중이며 '우리 학교' '플루토에서 아침을' 등 인디 계열의 영화를 잇따라 상영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이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로 유명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하나'와 김기덕 감독의 신작 '숨'도 상영작으로 고려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되는 인디영화 대부분을 상영하는 셈이다. 5월부터는 새로운 이름의 인디영화 브랜드도 선보인다. '무비 온 스타일'이란 이름으로 스크린에 내걸 영화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류의 작은 영화들. '무비 온 스타일'이란 이름은 20~30대 여성에게 사랑받고 있는 같은 계열의 케이블ㆍ위성TV 채널 온스타일에서 따왔다. '오만과 편견' '러브 액츄얼리' 등 영국 영화사 워킹타이틀이 주로 제작하는 여성 취향의 영화가 매주 화ㆍ수요일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다. '무비 온 스타일' 브랜드를 통해 이미 개봉됐던 영화들도 재상영된다. 메가박스는 메가박스 코엑스(16개관)와 메가박스 신촌(8개관)에 각각 한 개관을 '무비 온 스타일' 전용관으로 지정해 작품을 상영할 계획이다. 메가박스는 대부분 10개 내외의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작은 영화의 수입에도 적극 나설 예정. 메가박스의 이런 움직임은 극장 차별화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 때문. 프로그래밍팀 김수연 대리는 "메가박스에서는 인디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는 관객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도록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면서 "시장성과 관객 취향 등을 고려해 메가박스에 맞는 영화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종상, 한강시민공원서 영화축제로 진행

대종상영화제가 한강시민공원에서 한 달간 시민영화축제를 펼친다.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제44회 대종상영화제를 서울시와 한국영화인협회가 공동개최하며, 본격적인 영화제 개최에 앞서 한강시민공원에서 한 달간 시민 영화축제를 꾸미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종상영화제는 5월1일부터 31일까지 대종상 영화축제 기간으로 선포하고 대종상 출품작 무료 상영회, 축하 영화음악제, 영상영화포스터 전시, 영화 세트장 체험, 배우와의 만남 및 공개 인터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종상영화제 개막식은 6월1일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리며, 시상식은 6월8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신우철 집행위원장은 "대종상영화제를 시민과 함께 만들고 즐기는 영화축제로 만들어갈 계획"이라며 "매년 행사를 기획해 대종상영화제가 문화축제로 거듭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집행위원회는 시민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만 18세 이상의 국민과 해외동포, 국내 거주 외국인(한국어 의사소통 가능한 사람) 중 희망자는 4월10일까지 대종상영화제 홈페이지(www.daejongsang.com)에서 신청하면 된다. 또한 포스터 공모전도 실시한다. 4월17일까지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있는 한국영화 이미지, 20~40대 영화 주요 관람객층에 맞춘 이미지 등으로 대종상을 표현하면 된다. /연합뉴스

<새영화> 조폭 가장의 비애 '우아한 세계'

새삼 놀라게 된다. 송강호의 연기력에. 묵직한 주제를 편하게 앉아 볼 수 있는 건 어떤 상황에도 리얼리티를 담보해내는 그의 연기력 때문이다. 심각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무심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에 쓰디쓴 비애감을 실어내는 연기는 배우 송강호가 주는 마력이다. '생활 느와르'라는 또 하나의 신조어를 수식어로 내세운 '우아한 세계'(감독 한재림, 제작 루씨필름)는 그러한 송강호의 연기력에 한재림 감독의 재능이 만난 영화다. '연애의 목적'으로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생활 속에 딱 밀착된 연애담을 풀어냈던 한 감독은 조직폭력배를 내세웠음에도 늘상 봐오던 유치한 조폭 영화가 아닌 가장과 직장인으로서의 한 남자 이야기를 징그러울 만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이 시대 가장들의 위치는 언제 뒤에서 칼 맞을지 모르는 공포감을 안고 산다는 조폭의 불안함과 닮아 있다. 승진은커녕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회사에 몸바쳐 충성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기감을 씻어내지 못하는 현실. 그렇게 애를 써도 가족에게는 외면당하는 처지다. 조폭 아버지를 부끄러워해 "조폭은 칼 맞고 죽기도 잘한다는데…아빠도 칼 맞고 죽어버렸음"이라고 일기에 써놓는 딸의 모습 속에 극단적일망정 아버지에 대한 자식들의 몰이해가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깡패짓을 해 벌어온 돈을 한번도 맘 편하게 써본 적이 없다는 아내나, 그렇게 번 돈으로 캐나다 조기유학을 간 자식이 남편과 아버지에게 어떤 비난을 보낼 수 있을까. 그래도 아버지는 제자리를 지켜야 하는 숙명이다. 영화는 남자의 어느 위치에도 치우치지 않고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살벌한 직장(?)에서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궁지에 몰렸음에도 의리를 지키며 살아가려는 순수한 감성과 아무리 겉돌아도 끝까지 행복한 가정을 일구려는 애틋한 정서가 맞물려 전해지며 가슴 저린 삶을 관조하게 한다. 일본 광고음악, 영화음악감독으로 유명한 간노 요코가 만들어낸 선율은 처연하면서도 경쾌하다. 폭력조직 들개파의 중간 보스인 강인구(송강호 분)는 청과물 도매업 관리에만 손대다 난생 처음 큰 건설현장 관리 일을 따낸다. 물론 협박과 공갈로. 아내(박지영)와 함께 딸 희순의 담임선생님에게 불려간 그는 '동생뻘'이라며 봉투를 건네고 온다. 인구는 물도 안나오는 낡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아내와 딸에게 근사한 전원주택을 선물하려 하고, 캐나다에 조기 유학간 아들에 이어 캐나다로 보내달라는 희순의 성화에 돈을 벌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들개파 노 회장의 동생인 노 상무는 인구에 대한 형의 신임을 질투해 건설현장 일을 넘기라고 협박하지만 인구는 끄떡하지 않는다. 고향 친구이자 라이벌인 자갈치파 중간 보스 현수(오달수)도 그 일을 넘기라고 재촉한다. 어느 날 인구는 세 명의 깡패들에게 칼을 맞을 뻔하고 이 장면이 메인 뉴스를 통해 보도된다. 이를 빌미로 노 상무는 일을 넘기라고 협박하는데, 현수의 미행으로 그 사건이 노 상무의 계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인구는 분노한다. 담임에게 건넨 봉투에 룸살롱 상품권이 들어 있었던 것을 알게 된 희순은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고, 아내도 더 이상은 살 수 없다며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내려간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인구는 궁지에 몰린다. 노 회장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노 상무를 자갈치파에 넘기지 못한 인구는 노 회장을 만나러 가는 동안 뜻하지 않은 상황에 부닥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인구가 처한 상황을 쓰라리게 드러낸다. 어떤 대사도 나오지 않지만 인구, 아니 송강호의 표정에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0대 이상 가장들이 보면 가슴을 칠 영화가 일반 대중에게 얼마만큼 파고들 것인지 불안함 속에 기다려진다. 4월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