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시잠점유율이 9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CJ CGV가 발표한 '3월 영화산업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영화 점유율은 21.6%(서울 기준)에 그쳐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하락했다. 이 같은 수치는 특히 2004년 12월 16.9%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CGV는 덧붙였다. 지난달 부진의 여파로 올해 1~3월 한국영화 점유율은 48.0%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72.5%에 비해 24.5%P나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300'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이 강세를 보인 미국 영화의 지난달 시장점유율은 70.5%(서울 기준)를 기록, 한국 영화를 압도했다. 한편 지난달 전국 관객은 977만명으로 전월에 비해서는 28.7% 감소했으나 작년 동월에 비해서는 0.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영화 '파란 자전거'(감독 권용국, 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는 잔잔한 동화 같은 영화다. 이 영화에는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고 메가폰을 잡은 감독도 이름이 귀에 익지 않은 신인급이다. 영화의 규모도 블록버스터급 대작과는 거리가 먼 6억3천만 원짜리 저예산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어릴 때 사고로 한쪽 손을 잃은 주인공 동규(양진우)는 규모가 작은 동물원의 코끼리 사육사다. 자신의 불편한 손을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에 지쳐 자신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그는 코끼리를 돌보는 일로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여자친구 유리(박효주)의 부모와 억지로 상견례를 한 뒤 다시 한 번 편견의 벽을 실감하며 떠나려 하는 여자친구를 붙잡지도 못한 채 모질게 돌아선다. 학교에 가기가 몹시 싫었던 11살. 자신의 불편한 손 때문에 매번 놀림만 당하던 동규는 아버지(오광록)가 만들어주신 자전거도 타지 않고 주변부를 맴돈다. 늘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던 아버지는 동규가 주눅 들어 있을 때마다 동물원에 데려다주고, 동규는 손이 없이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코끼리를 보며 희망을 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찾아온 아버지의 교통사고. 동규는 각박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준 것이 바로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와 가족이 주는 변함없이 순수한 사랑을 온몸으로 깨달은 동규는 세상의 벽을 뛰어넘을 용기가 생겨날 무렵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유치원 교사 하경(김정화)을 만난다. 그는 따뜻함으로 삶에 조금씩 스며드는 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조심스레 사랑을 향한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영화는 주인공 동규가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빈번한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성장 영화의 형식을 따라간다. 배우들의 연기는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며 저예산 영화의 속성상 영화라기보다는 TV 단막극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20개 정도의 극장에서만 소규모로 개봉할 예정이다. 19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영국 출신의 대니 보일 감독은 좀비를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2002년작인 '28일 후'를 통해 좀비 호러물의 한 전형을 선보였던 그는 꺼져가는 태양을 소재로 한 SF 신작 '선샤인'에서도 좀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선샤인'의 배경은 2057년. 수명을 다한 태양이 죽어가면서 지구는 멸망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인류는 최후의 수단으로 태양을 폭파시켜 다시 되살릴 8명의 대원들을 실은 이카루스 2호를 우주로 보낸다.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가 태양열에 밀랍이 녹는 바람에 에게해에 떨어져 죽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이카루스 2호는 오랜 비행 끝에 마침내 태양에 접근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해 전 대원이 생사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때마침 가까운 곳에서 조난신호가 탐지돼 접근해보니 이미 수년 전에 이카루스 2호와 같은 임무를 띠고 보내졌다가 행방불명이 된 이카루스 1호에서 보내오는 것이었다. 싣고 간 식량도 다 떨어져 생존자가 있을 리 없는 이카루스 1호에 접근한 이카루스 2호의 대원들은 부족한 산소를 확보하기 위해 이카루스 1호로 들어가지만 대원들은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이카루스 2호에 남아있던 대원들도 의문의 생명체에 의해 차례로 죽음을 당하게 된다. 조난됐던 이카루스 1호에 좀비인지 괴물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형태의 생존자가 있었던 것. 영화는 꺼져가는 태양을 살리기 위해 선발대를 보낸다는 흥미로운 발상으로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락성과 철학적 메시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무리수를 두다 보니 극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우를 범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은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그의 첫 SF물인 '선샤인'에서도 '28일 후'에서 보여줬던 것 같은 묵시록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SF물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캐스팅에 있어서도 50년 후 우주개발의 중심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과학계의 전망을 반영해 양쯔충(楊紫瓊ㆍ코라존 역), 사나다 히로유키(카네다 역), 베네딕트 왕(트레이 역) 등 아시아계 배우들로 캐스팅을 다양화했다. 여기에 '28일 후'에 출연했던 실리언 머피(캐파 역)와 '트로이'에서 브래드 피트의 연인 역으로 출연했던 로즈 번(캐시 역) 등이 합류했다. 미니어처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글거리는 거대한 태양의 모습은 썩 괜찮은 볼거리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모터사이클 스턴트맨 자니 블레이즈(니컬러스 케이지). 그는 암에 걸린 아버지를 낫게 해 준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피터 폰다)의 꾐에 빠져 어린 나이에 영혼을 판다. 이는 첫사랑 록산느(에바 멘디스)와도 헤어지는 계기가 된다. 이후 모터사이클 스턴트계의 최고 스타가 된 자니는 방송기자가 된 록산느와 재회한다. 록산느와의 달콤한 저녁 약속에 나가려는데 메피스토펠레스가 찾아온다. 자니가 영혼을 판 뒤 후일을 약속했던 메피스토펠레스가 그에게 임무를 주겠다며 찾아온 것. 자신을 배신한 아들 블랙하트(웨스 벤틀리)가 타락한 천사들을 동원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속셈을 드러내자 메피스토펠레스는 자니를 '고스트 라이더'로 변화시켜 아들을 제거하려고 한다. 고스트 라이더는 밤이면 영혼을 사냥하러 다니는 영혼 사냥꾼. 자니는 악마의 요구대로 영혼을 빼앗아야 하는 운명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한편 블랙하트는 자니와 록산느의 관계를 눈치채고 그녀를 이용해 고스트 라이더를 없애려고 한다. '고스트 라이더'는 '스파이더맨' '판타스틱' 시리즈처럼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SF물. 전세계적으로 4천500만 부가 팔린 원작의 힘과 함께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은 만화의 영화화를 가능케 했다. 영화의 백미는 물론 CG다. 자니가 고스트 라이더로 변하면서 얼굴은 불타는 해골로 바뀌고 모터사이클 또한 불을 내뿜으며 하늘을 난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까지다. CG밖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거의 없다는 얘기.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니의 고뇌는 원작 탓인지, 아니면 감독의 연출력 탓인지 한때 연기파 배우로 명성을 떨친 케이지의 연기로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이후 주로 오락영화에만 출연한 케이지의 연기는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이제는 무색하게 할 정도다. 복근을 선보이며 그의 출연작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가발까지 쓰고 출연했지만 만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외모는 굳이 케이지를 왜 이 영화에 캐스팅했나 싶은 생각도 들게 한다. 특히 영화의 주된 내용과는 상관없이 시리즈 제작에만 염두에 둔 듯한 결말은 작품의 완성도에 흠집을 냈다. 블랙하트로 출연했던 웨스 벤틀리의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지 라이더'의 스타 피터 폰다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로 출연했다.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윌 파렐 주연의 코미디영화 '블레이드 오브 글로리'(Blades of Glory)가 2주 연속 주말 흥행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관심을 모은 쿠엔틴 타란티노, 로베르토 로드리게즈의 동시상영영화 '그라인드하우스'(Grindhouse)는 기대에 못미치는 4위로 개봉하는데 그쳤다. 부활절 주말인 6~8일 북미지역 주말 박스오피스 잠정집계에 따르면 '블레이드 오브 글로리'는 사흘동안 2천3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지난 주에 이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영화 '로빈슨 가족'(Meet the Robinsons)이 1천700만 달러로 2위에 올랐다.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가 어렸을 때 보고 자란 70년대 저예산 호러영화들에 경배를 올리는 3시간짜리 영화 '그라인드하우스'는 1천160만 달러로 4위를 차지했다. 할리우드관계자들은 이 영화가 2천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그라인드하우스'는 로드리게즈 감독이 만든 '플라넷 테러'(Planet Terror)와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데스 프루프'(Death Proof) 등 두 편의 영화로 구성됐다. 두 영화의 총제작비는 5천300만 달러다. 할리우드에서 파워 프로듀서로 통하는 하비와 밥 와인스타인 형제가 2년 전 설립한 와인스타인 영화사가 개봉한 '그라인드하우스'('심야영화관'이란 뜻)는 당초 타란티노의 '킬빌'1, 2편과 로드리게즈의 '씬 시티'의 개봉기록인 2천200만 달러, 2천900만 달러 선의 개봉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됐었다. 와인스타인형제는 미라맥스사를 운영할 때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과 '킬빌'1ㆍ2, 로드리게즈의 '스파이 키즈'를 개봉하는 등 두 감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로드리게즈의 '플라넷 테러'는 고교 댄서가 잃어버린 다리를 찾기 위해 기관총을 쏴대는 좀비 전사가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타란티노 감독의 '데스 프루프'에서는 커트 러셀이 자가용으로 여자들을 스토킹하는 연쇄살인범으로 등장한다. '그라인드하우스'의 흥행저조는 3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회 상영이 3시간이 넘는 영화를 개봉하려는 극장이 많지 않았고, 또 관객들도 3시간이 넘는 영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는 대도시에서는 관객들이 몰렸지만 중서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게 와인스타인영화사의 설명이다. 3위는 아이스큐브가 주연을 맡은 가족코미디영화 '아직 안끝났어?'(Are We Done Yet?)가 차지했다. 개봉수입은 1천500만 달러. 5~10위는 '리핑'(Reaping, 1천10만 달러), '300'(880만 달러), '와일드 혹스'(680만 달러), '슈터'(580만달러), '닌자거북이 TMNT'(490만 달러), '파이어하우스 독'(400만 달러)가 각각 차지했다. /연합뉴스
문화커뮤니티 KT&G 상상마당이 단편영화 사전제작지원 프로그램 '2007 상상메이킹'에 참가할 작품을 모집한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상상메이킹'은 올해 더 많은 작품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금 규모를 1억2천만 원으로 늘렸으며, 제작기간도 3개월에서 5개월로 연장했다. 또한 단편영화의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장르를 특별 모집한다. 상상메이킹 지원작으로 선정되면 500만 원 한도 내에서 제작비를 지원하며, 11월에는 코스모타워내 상상아트홀에서 시사회를 개최한다. 전주국제영화제 자체 심사를 거친 작품에 한해 2008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의 기회도 얻게 된다. 2006년 지원작 중 조가현 감독의 '비몽'과 배정민 감독의 'Yellow Monday'가 올해 전주영화제 '한국단편의 선택:비평가 주간'에 상영된다. 22일까지 접수하는 상상메이킹 1기는 모든 장르를 대상으로 하며, 5월14~27일 모집하는 2기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애니메이션을 대상으로 한다. 5월14일부터 6월10일까지 접수가 이뤄질 3기는 극영화 장르를 위한 것. 필름 및 비디오 형식으로 제작해야 하며 러닝타임은 60분 이내. 제작기획서와 콘티(극영화ㆍ애니메이션 장르만 해당), 포트폴리오(DVD 포맷)를 제출하면 된다. 접수는 온라인(www.sangsangmadang.com)으로만 가능하다. ☎ 02-6377-0570 /연합뉴스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핼리 베리(40)가 영화 출연을 위해 삭발한다. 핼리 베리는 최근 플로리다에서 허리케인닷컴과 가진 인터뷰에서 "빨리 삭발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언제나 늘 헤어스타일이 문제였는데 영화 출연을 위한 이번 삭발을 심리치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리는 곧 촬영에 들어갈 '내필리 에버 애프터…(Nappily Ever After…)'에 출연하는데 영화 속에서 베리가 맡은 주인공의 머리카락에 문제가 생겨 삭발을 하게 된다. 여성감독인 패트리셔 카르도소가 연출을 맡게 되는 '내필리 에버 애프터…'에서 베리가 연기하는 비너스 존슨은 오랫동안 사귀어온 애인의 프러포즈를 기다리다가 지쳐 헤어지지만 그 연인이 금방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 시작하자 질투와 다시 살아나는 옛 감정에 휩싸인다. /연합뉴스
할리우드의 영화감독 봅 클라크(67)가 운전하던 차량이 4일(이하 현지시간) 무면허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 클라크 감독이 아들과 함께 숨졌다.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20분께 퍼시픽 팰리세이드 인근의 태평양 해안도로 남쪽 방향으로 달리던 인피니티 승용차가 맞은 편에서 오다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해온 GMC 유콘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를 몰던 클라크 감독과 그의 아들 에이리얼(22)이 현장에서 숨졌고 무면허 상태에서 술을 마신 트럭운전사 헥터 벨라스케스-나바(24)는 가벼운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퇴원과 함께 수감될 예정이다. 클라크 감독은 1983년 발표된 가족영화 `크리스마스 스토리(A Christmas Story)'로 명성을 얻었으나 이 영화는 개봉과 함께 히트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후 돌리 파튼과 실베스터 스탤론이 공연한 `라인스톤(Rhinestone)', 진 해크먼이 출연한 `루즈 캐넌스(Loose Cannons)' 등 여러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연합뉴스
참 희한한 만남이다. 이 남자, 도대체 뭘 어찌 하려는 걸까. 불륜에 빠진 아내의 상대남을 만나다니.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감독 김태식, 제작 필름라인)는 한국영화가 나름대로 다양성을 갖기 위한 시도를 끊이지 않고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하는 예술영화 제작지원작으로 발탁된 영화는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뜨거운 여름 찍었던 이 영화가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남지 않고 관객에게 보일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는 주연배우 박광정의 말이 아니라도 묻혀질 뻔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건 다행이다.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생활의 아이러니와 삶의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비록 폭넓은 관객의 고른 지지는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한 소심한 남자가 맞닥뜨리는 상황에 웃으면서 공감하는 사람이 꽤 있을 터. 제목에서 야릇한 뭔가 있을 법하지만 불륜의 상황보다는 따분하리만큼 지루한 인생에 느닷없이 돌멩이를 맞은 한 남자의 난처함이 더 재미나다.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를 만나 복수를 하려 하지만 복수의 방법조차 몰랐던 남자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복수에 성공하는 것 역시 아이러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박광정과 정보석은 허를 찌르는 연기로 배역과 일체화됐다. 아내의 불륜 상대자에게 큰소리를 치기는커녕 질질 끌려다니는 박광정은 배역에 어울리는 외모와 체격을 가졌다. 이에 비해 반듯한 이미지의 정보석은 능글맞고 천연덕스럽게 사랑밖에 모른다는 남자를 표현해냈다. 조은지의 열연이 눈에 확 띈다. 조연급에 머물렀던 조은지가 어느새 성장해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아무래도 타깃층이 제한돼 있는 게 이 영화의 약점. 강원도 바닷가 동네에서 도장 파는 일을 하는 소시민 태한(박광정 분)은 어느 날 아내의 불륜을 눈치챈다. 불륜의 상대남자는 서울에서 택시를 모는 중식(정보석). 서울까지 가 중식의 택시를 잡아타고 동해까지 가자고 한다. 그것도 모르는 중식은 태한 앞에서 뻔뻔스럽게 "이 세상에 불륜이란 없다. 모두 사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속이 뒤집어지는 태한은 택시 뒷자리에서 양말 벗고 드러눕고, 어쩌다 대신 운전까지 해주는 게 고작. 가는 길에 택시가 고장나 들른 다방에서조차 중식은 레지의 몸을 산다. 아무 일도 없이 집에 도착한 태한은 아내에게 도착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가게로 향하고, 몰래 설치해놓은 카메라를 통해 아내와 중식이 자신의 집에서 섹스 유희를 즐기고 희희낙락하는 것을 목도한다. 태한은 중식의 택시를 몰고 중식이 사는 곳으로 간다. 중식의 동거녀가 운영하는 포장마차에서 묵묵히 술을 마시던 중식은 어느 새 그 여자와 마주앉게 되고 그녀의 쓰린 속내를 듣게 된다. 아내를 사랑했는지조차 몰랐던 태한은 어느 결에 그 여자와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끼며 이상한 감정이 생겨난다. 남편의 얼굴에 껌을 붙여놓는 태한의 아내, 동거남의 바람기에 화가 나지만 결코 그를 떠날 수 없다며 목이 메는 중식의 여자. 평범한 남자가 맞이하는 커다란 사건 속에서도 소소한 일상의 흐름과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극적 구조는 없지만 영화의 실체를 느낄 수 있는 잔재미는 충분하다. 조은지가 부르는 한영애의 '누구 없소'에 맞춰 박광정이 뻣뻣한 춤을 추는 장면이라든지. 오달수의 우정 출연은 팁. 26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고립된 장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십여 명의 등장인물, 그 속에 살인범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계속되는 살인, 차례 차례 드러나는 등장 인물들의 비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비롯해 추리 소설과 스릴러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플롯이다. 물론 같은 설정이라고 해도 어떤 장소, 어떤 인물, 그리고 어떤 반전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클리셰(반복)’라기보다는 고전이라고 해야 좋을 것이다. ‘극락도 살인사건’(감독 김한민, 제작 두엔터테인먼트)도 정확하게 이 플롯을 따른다. 클리셰로 치부되거나 고전의 새로운 해석으로 보여지거나, 두 갈래의 기로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주민 17명이 사는 작은 섬 극락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김노인의 칠순 잔치로 마을 전체가 떠들썩했던 다음날 아침, 합숙소에서 화투파을 벌였던 두 명의 송전기사가 시체로 발견된 것. 사람들은 함께 화투판에 있었던 마을 잡일꾼 덕수부터 의심하지만 그 역시 시체로 발견된다. 이후 의심은 보건소 소장 제우성(박해일), 마을 이장(최주봉), 지능이 약간 모자란 청년 춘배(성지루), 미녀 교사 귀남(박솔미) 등에게로 차례로 옮겨간다. 그런 가운데 춘배가 사건과 관련이 있는 듯한 쪽지를 발견하면서 사람들의 의심과 긴장은 극에 달한다. 영화는 나름대로 독특한 배경과 인물 설정 위에서 예측 불가능한 스릴러를 펼쳐보이려고 노력한다. 유심히 보면 초반부터 의심스러운 사람이 눈에 띄긴 하지만, 결말에 가서야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게 공들인 흔적이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펼칠 때에 비해 수습할 때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점은 문제다. 다 보고 나서 곰곰히 생각하면 아귀가 얼추 들어맞기는 하지만 영화 자체에서는 만족스러울 만큼의 설명을 얻을 수 없는 것. 영화사의 보도자료를 보면 시나리오 상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듯하다. 편집 과정에서 얼개가 엉성해진 모양인데 그렇다 해도 관객이 그 점을 참작하면서까지 영화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