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를 둔 부모는 다소 재미가 없어도 만화영화나 어린이 뮤지컬 등 아이를 위한 공연장에 가야 한다. 관람료가 너무 비쌀 때는 아이를 달래 혼자 공연장에 들여보내기도 한다. 단지 아이 곁에 있어주기 위해 입장하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어른도 즐거운 ‘말이 필요 없는’ 영화 22일 개봉하는 ‘빼꼼의 머그잔 여행’(이하 ‘빼꼼’)은 이런 걱정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천진난만한 극의 전개는 어린이용이지만 어른을 위한 또 다른 감상 포인트가 준비돼 있다. 등장인물인 베베(아기), 빼꼼(흰곰), 도도(펭귄 암컷), 꽁꽁(펭귄 수컷), 후다닥(도마뱀), 용용이(용)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대사 없이 극을 진행하다 보니 얼굴 표정과 몸짓, 효과음 등으로 현실감을 높인다. 다양한 비언어 요소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신선하다. 대사 없는 어린이 만화야 처음이 아니지만 대사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비언어적 요소들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포진시켰느냐에 따라 만족감은 극과 극이다. 그런 측면에서 ‘빼꼼’은 말이 필요 없다. “한국 애니, 스토리와 스토리 텔링 개발이 우선” 연출을 맡아 5년 간의 고생 끝에 영화를 탄생시킨 임아론 감독은 5일 간담회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스토리와 스토리 텔링이라고 강조했다. 2차원(2D) 그림이냐, 3차원(3D) 영상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신선한 스토리 개발과 그것을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스토리 텔링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스토리는 말그대로 소재와 주제가 녹아든 줄거리다. 스토리 텔링은 뭘까. 임 감독 설명에 따르면 어떤 캐릭터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정말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화가 났다면 ‘진짜 화난 것처럼’, 넘어진다면 ‘실제로 넘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실사가 아닌 그림이지만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스토리를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좋은 스토리 텔링을 위해선 끊임없는 고민과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야 하며, 애니메이터들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표현했다. 아이를 위한 스토리, 어른들을 위한 스토리 텔링! 이런 잣대를 ‘빼꼼’에 적용해 볼까. 제목은 ‘빼꼼의 머그잔 여행’이지만, 줄거리로 보면 ‘베베의 머그잔 여행’이다. EBS 만화 ‘빼꼼’을 통해 빼꼼이의 지명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을 고려해 정해진 제목이다. 먼저 스토리. ‘빼꼼’ 속 유일한 사람 베베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펜던트를 선물받는다. 펜던트를 돌리자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머그잔이 도착한다. 머그잔은 먼저 북극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멋내기 좋아하고 새침한 도도와 그녀를 좋아하는 꽁꽁이와 빼꼼이를 만난다. 소심한 베베의 성격과 도도를 사이에 둔 꽁꽁이와 빼꼼이의 대결이 뒤엉켜 머그잔 여행은 사막으로 이어진다. 친구들과 함께 불시착한 사막에서 베베는 만능 수리꾼 후다닥과 오아시스 속 괴물 용용이를 만난다. 소심하고 겁이 많아 친구를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었던 베베, 다양한 모험을 겪으며 한결 용감하고 씩씩해진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에 기자시사회에 함께 참석한 어린 아이들이 신났다. 베베와 친구들이 위험에 처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순간들을 함께 느끼며 걱정하고 기뻐했다. 한 사내아이는 기자시사회임을 감안해 ‘조용히 하라’는 엄마의 단속에도 ‘안돼’ ‘구해줘’ ‘어서’ ‘다행이다’ 등의 외마디를 터뜨리며 영화에 빠져든다. ‘빼꼼’의 스토리 텔링은 정교하다. 어른이 아닌 아이의 표정과 소심한 아이의 옹알이 같은 말투,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 속이 그대로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생생한 표정, 동물들의 실제 움직임에 기초한 동작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베베의 옹알이 말투가 압권이다. 물론 베베도 말을 하지 않는다. 절박한 순간에 ‘꽁꽁’ ‘후다닥’ 정도의 친구 이름이 2∼3번 입밖으로 새어나오는데, 몇 번 안 되는 노출로도 ‘정말 아이의 말투 같다’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아이들은 줄거리 흐름에 반응을 보인다. 어른들처럼 생생한 캐릭터의 표정이나 동작, 효과음, 화면의 색감 등을 꼬집어 감상하진 않지만 리얼리티가 높을수록 아이들의 줄거리에 대한 호응이 커진다. ‘빼꼼’은 아이들을 위한 스토리, 어른들을 위한 스토리 텔링이 돋보이는 영화다. 또 북극? 또 곰과 펭귄? ‘빼꼼’에도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다. 5년의 쉼 없는 노력으로 메울 수 없었는 부문이겠지만 아쉽다. 주요 활동 공간이 북극과 사막이다. 배경이 ‘깨끗’한 곳이다. 아이들은 ‘뽀로로’도 얼음나라였는데 또 얼음나라구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어른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임 감독은 “배경이 복잡해지면 하나 하나가 돈이다.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픈 현실이다. 자본의 여유가 생기면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싶다”고 답했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성우의 나레이션이 중간 중간 등장한다. 상황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 관객이 등장인물에게 외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기도 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런데 몇몇 장면에서는 관객이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만한 부분을, 오히려 스스로 느껴야 재미가 큰 내용인데 나레이션이 나온다. 되레 긴장감과 흥미를 반감시킨다. “나레이션이 적은 첫번째 버전이 있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욕심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너살 아이들이 볼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 아이들의 눈높이 맞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새로 작가와 성우를 구해 2차 대본 및 녹음 작업을 거친 게 관객들을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버전이 마음에 들지만 소장용으로만 보관할 생각이다.” 혹자들은 ‘뽀로로’에서도 곰과 펭귄이 나왔는데, 또 곰과 펭귄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임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초기 단계다. 초기 단계에선 동작이 둔한 캐릭터부터 시작해 다양한 동작들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단언컨대, 기존의 다른 캐릭터와 다른 모습과 성격을 지닌 곰과 펭귄들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미래와 경제적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5년의 소중한 ‘젊은’ 시간을 투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감독과 모든 스탭들이 바친 땀이 화면에 보이니 1차적으로는 ‘보람’있는 작업이었다. 그 뒤에 그들이 수확할 열매는 관객의 손에 들려 있다. 사진=알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제공.
영화 '나비효과'로 유명해진 과학이론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미미한 시작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 영화 '쏜다'(감독 박정우, 제작 시오필름)는 이 나비효과를 연상시키는 영화다. 한 소시민의 우발적인 노상방뇨 행위가 극단적인 결과로 끝을 맺는다. 성실함과 준법정신으로 무장한 공무원 박만수(감우성).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그는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던 날 해고 통지까지 덤으로 안는다. 분통한 마음에 귀갓길에 파출소 담벼락에 오줌을 누는데 경찰에게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돼 파출소 신세를 지게 된다. 그는 파출소에서 자신을 교도소로 보내달라며 난동을 부리는 양철곤(김수로)을 만난다. "교도소만큼 편한 곳이 없다"고 주장하는 양철곤은 교도소를 밥 먹듯이 드나드는 전과 15범의 막가는 인생. 그는 박만수에게 "노상방뇨는 구속거리도 안 된다"면서 "지금 도망가도 쫓아가 잡을 경찰은 이 나라에는 없다"고 도주를 부추긴다. 엉겁결에 파출소 문을 박차고 나온 박만수.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다혈질의 경찰관 마동철(강성진)이 뒤를 쫓고 양철곤도 박만수의 도주에 동행하게 된다. '쏜다'는 윤리 교과서처럼 살아온 박만수의 하루 동안의 일탈행위를 다뤘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교과서 그대로의 삶을 강요받은 그에게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곳이다. 눈치 보며 적당히 상사의 비위도 맞추고 경쟁자를 밟고 성장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그는 부적응자로 취급받는다. 아내는 그런 그가 "재미없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부정부패에 찌든 상사는 자신의 비위를 거스르는 그를 감원 대상으로 올린다. 영화는 박만수가 경험하는 영화 속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대리만족을 주겠다는 의도로 기획된 듯하다. 그러나 '모범생' 박만수의 세상에 대한 분풀이가 관객에게 쾌감과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는 작위적인 구성과 꼼꼼하지 못한 연출 탓에 만족스런 결과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영화라는 특수한 공간이라고 해도 노상방뇨 행위가 불러오는 연이은 대형 사건은 작위적이다. 개연성을 무시한 채 영화 곳곳에 배치한 사건들은 황당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박만수와 그가 인질로 잡고 있는 국회의원 아들과의 한밤의 카레이싱 장면은 생뚱맞다. 인질을 잡고 있는 극한 상황에서 카레이싱이라니. 이 장면 또한 영화의 내용과는 크게 관계없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삽입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소시민 박만수의 세상에 대한 울분은 영화적 재미를 위해 과장되고 희화화된다. 전형적인 버디무비인 이 영화에 감우성과 김수로가 파트너로 투입됐다. 감우성에게는 '왕의 남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출연한 첫 영화. 액션 장면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등 혼신의 힘을 다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감우성의 연기는 소시민의 처절한 분노까지는 쏟아내지 못했다. 김수로 또한 특유한 웃음 연기로 연방 웃음을 주지만 그 이상을 넘지는 못한다. '주유소 습격사건' '광복절 특사' 등의 시나리오 작가에서 '바람의 전설'로 감독 데뷔한 박정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박신양이 아빠가 되어 돌아온다. 오는 4월19일 개봉될 영화 '눈부신 날에'(감독 박광수)에서 박신양은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젠틀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밑바닥 인생을 살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양아치 우종대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범죄의 재구성' '파리의 연인' 이후 긴 휴식기에서 복귀하는 신작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점이지만, 무엇보다도 박신양이 이제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아빠'의 모습을 선보인다는 점이 남다르다. 작품마다 아름다운여배우를 상대역으로 항상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딸에게 어떤 아빠일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촬영 내내 예사롭지 않은 연기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아역 배우 서신애가 박신양의 딸 준 역을 맡아, 찰떡 같은 연기호흡을 과시했다. 실제로도 네살배기 딸의 아빠이기도 한 박신양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아주 특별한 아빠의 모습을 선보였다고. '칠수와 만수' '그들도 우리처럼' 등의 작품으로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박광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 먼저 읽을까, 영화 먼저 볼까?” 요즘 만화와 소설 등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유독 많다. 베스트셀러나 유명 고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은 홍보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원작을 읽은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을 고루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고충을 겪는다.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원작을 먼저 읽어야 할지, 그 반대 편이 나을지 고민될 수 있다. 이런 관객들을 위해 최근 영화들을 대상으로 원작을 미리 보는 편이 나은 쪽과 보지 않는 게 나은 쪽을 구분해봤다. 원작 먼저 읽으면 재미 2배 문학작품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들은 원작을 먼저 읽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영화는 원작을 화면 위에 충실히 옮기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 또 문학작품은 대개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사건과 대화 위주로 진행되는 영화에서는 이를 다 전달하지 못하게 마련이어서 원작을 미리 보는 편이 인물의 심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오는 14일 개봉할 ‘페인티드 베일’이 이런 경우. 영국 작가 서머셋 몸의 소설을 극화한 이 작품은 1920년대 영국인 세균학자가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 오지로 데려간다는 내용. 책에 묘사됐던 당시 영국 및 중국의 풍경, 콜레라 지역의 끔찍한 모습 등이 상당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다만 원작이 애증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팽팽한 긴장과 냉소 속에 그려내는 데 반해 영화는 서정성에 치중하다보니 이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때문에 책을 먼저 읽게되면 작품이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각광받는 일본 대중소설 원작의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8일 개봉하는 ‘마미야 형제’, 한국에서 영화화가 진행중인 ‘반짝반짝 빛나는’, 이미 상영된 ‘도쿄타워’ ‘냉정과 열정 사이’ 등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원작은 별다른 기승전결 없이 담담한 일상 속에 세밀한 심리를 담아낸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잔잔하다 못해 밋밋하게 여겨질 수 있는데 책을 통해 재미를 맛본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원작 안봐야 재미 100% 영화 관계자들은 작품을 소개할 때 “원작을 읽어도 안읽어도 재미있다”고 강조한다. 홍보를 위해 당연한 것이지만 대부분 영화들이 원작과 차별되는 부분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원작을 안보는 편이 도움이 되는 영화도 분명히 있다. 바로 영화의 핵심이 되는 반전이 원작 그대로인 경우다. 지난해 인기를 끈 ‘타짜’의 경우 허영만 원작 만화를 미리 보지 않은 관객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고니(조승우)와 아귀(김윤석) 대결의 반전이 원작 그대로였기 때문에 이를 아는 사람들은 한창 긴장할 대목에서 김이 빠졌던 것. 오는 6월 초 개봉할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 역시 이런 경우다. 일본 호러 작가 기시 유스케 원작의 이 작품은 보험회사 직원이 어린이 자살 사건의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내용. 영화는 원작의 반전을 살려 각색했기 때문에 책을 미리 읽는다면 영화의 긴장감을 충분히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22일 개봉할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도 파트리크 쥐스킨트 원작의 충격적 결말이 그대로 그려지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고 관람하는 편이 낫겠다.
시네마테크 문화학교서울과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공동으로 '미국 무성영화의 위대한 배우들'을 주제로 특별전을 마련한다. 13~25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해리 랭던, 릴리언 기시,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버스터 키튼, 해럴드 로이드가 주연한 미국 무성영화가 상영된다. 이들을 통해 모처럼 1920년대 미국 무성영화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개구쟁이 이미지로 인기를 모은 해리 랭던의 '쿵, 쿵, 쿵' '강자' '긴 바지', 애크러배틱 개그의 위대한 배우이자 감독으로 청룽(成龍)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버스터 키튼의 '손님 접대법' '세 가지 시대' '항해자' '일곱 번의 기회' 등이 상영된다. 상영시간표는 시네마테크 서울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741-9782 /연합뉴스
2006년 미국 영화의 흥행 총수입이 94억9천만 달러(한화 약 9조 원)로 2005년보다 5.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영화협회(MPAA)는 6일(현지시간) 2006년 흥행 수입의 최종집계를 발펴하면서 이 같은 액수는 2005년 89억9천만 달러보다 5.5% 늘어난 것으로 이는 2005년까지 하락세를 보였던 침체기에서 반등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했다. 2006년 한 해 동안 팔린 극장 입장권은 모두 14억5천만 장으로 집계됐다. 또한 해외 흥행 수입은 258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33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던 2005년에 비해 무려 11% 늘어난 것이다. /연합뉴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주제로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가 4월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서울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린다. 서울여성영화제 사무국은 6일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영작 발표와 올 영화제 특징을 설명했다.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높은 관객 점유율을 자랑하는 밀도 있는 영화제"라고 소개하며 "동시대를 고민하고, 즐겁고 성실하게 프로그램을 마련하려는 고민 덕택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총 7개 부문에 걸쳐 29개국 100편이 소개될 올해 프로그램의 특징에 대해 이 위원장은 "거장과 신인 등 다양한 세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인종ㆍ국적ㆍ연령ㆍ젠더 등에서 나타나는 소수자에 대한 관심,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 한국 여성 감독들의 작품 소개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신진 감독으로는 개막작 '안토니아'의 타타 아마랄 감독(브라질)이 꼽혔으며, 헝가리에서 지난 50년간 70편에 이르는 영화를 연출한 마르타 메자로스 감독은 '감독 특별전'을 통해 소개된다. 메자로스 감독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여성 감독 중 한 명으로,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될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입양'과 네 편으로 이뤄진 '일기' 시리즈 등을 통해 꾸준히 여성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12개국 26편이 소개될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도 지난해 감독 특별전 주인공이었던 베라 히틸로바와 타흐미네 밀라니 등 중견 감독의 신작이 상영된다. 개막작 '안토니아'는 4인조 여성 밴드의 이야기. 김선아 프로그래머는 "2006년 국제영화제에서 인기를 끈 작품이며 여성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는, 훨씬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새롭게 만들어진 부문인 '이주여성 특별전: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7개국 10편), '청소녀 특별전:걸즈 온 필름'(9개국 18편), '제국과 여성'(6개국 6편), '퀴어 레인보우'(12개국 16편) 등 네 개 부문을 통해 '여성, 소수자의 목소리로 말하다'는 올해 영화제의 주제를 실현한다. 이들 섹션에서는 10대 여성들의 다양한고 특정한 삶을 조명하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여성의 삶을 지구적ㆍ지역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또한 해부학적으로 주어진 성과 생물학적으로 재생산이 가능한 성을 뒤흔드는 모든 섹슈얼리티를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취지의 '퀴어 레인보우' 섹션은 여성영화제의 적극적인 면모를 엿보게 한다. 영화제 내내 진행될 부대행사에 대해 변재란 부집행위원장은 "관객이 재미있고, 즐겁고, 화끈하게 놀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자는 취지를 살렸다"고 밝혔다. 4월10일 열리는 국제포럼은 '제국, 지구화, 아시아 여성들의 이주'를 주제로 1부 '미국의 헤게모니와 젠더', 2부 '지구화 시대의 아시아 여성의 이주'로 나뉘어 진행된다. 또 영화제 정보와 간단한 간식 등을 제공하며, 공연과 토론 프로그램이 진행될 '관객다방'은 영화제 측이 관객을 위해 만든 서비스 공간. 이곳에서 '쾌girl-女담'이 진행된다. 4월7일에는 개막작 '안토니아' 타타 아마랄 감독의 '타타 아마랄:브라질 여성영화를 만나다'가, 8일 권은선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행복의 적들'이 마련된다.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부문인 아시아 단편경선에는 5개국 17편이 올라있다. 쾰른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카일라 데스피노, '8월 이야기' 얀얀 막 감독, '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 '여/성이론' 임옥희 편집주간, 영화사 보경사의 심보경 대표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폐막식에서는 여기서 수상한 작품을 특별 상영한다. /연합뉴스
잭 스나이더 감독이 프랭크 밀러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300'은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기원전 480년의 테르모필레 전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서구 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는 이 전투에서는 오늘날 '서양'으로 대변되는 스파르타의 소수 정예군이 '동양'을 상징하는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을 상대로 영웅적인 싸움을 벌여 페르시아전쟁의 궁극적인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훗날 많은 서구의 역사가들은 이 전투를 기점으로 '합리'와 '이성'으로 대변되는 서양문명이 '불합리'와 '야만'으로 대변되는 동양문명을 앞서나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영화 '300'을 보면 레오니다스 왕이 이끄는 정예 스파르타군은 자유와 이성을 숭상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물씬 풍기는 반면 크세르크세스 왕이 인솔하는 100만 페르시아 대군은 기괴한 몰골을 한 야만인 내지는 혐오감을 주는 괴물쯤으로 묘사된다. 밀러의 원작에는 레오니다스 왕이 페르시아군을 가리켜 경멸하듯이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이는 오늘날 많은 서구 선진국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이른바 '제3세계'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성과 자유를 숭상하는 자신들은 독재자의 억압과 폭력에 의해 움직이는 '야만인'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다. 자유와 이성을 표방하는 서구 국가들의 위선과 야만성은 19~20세기에 걸친 제국주의적 식민 지배에 의해 그 흉악한 몰골을 만천하에 드러낸 바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오점'이라고 칭했던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통해 서구 열강들은 최악의 야만성과 잔인성, 그리고 위선을 보여줬다. 안타깝게도 할리우드 영화 '300'은 동양을 바라보는 서양의 이 같은 왜곡된 시각과 편견, 즉 오리엔탈리즘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일개 영화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파급력이 강한 예술작품을 통한 가치관의 왜곡과 오도가 대중의 가치관과 무의식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영화적으로는 칭찬받을 만한 수작(秀作)인 '300'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관객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합뉴스
박진희가 미스터리 궁중괴담을 표방한 영화 '궁녀'(감독 김미정, 제작 영화사 아침)의 주인공 내의녀 천령 역에 캐스팅됐다. '궁녀'는 조선시대 한 궁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궁궐의 미스터리를 담는 작품. 박진희가 맡은 천령 역은 정의로운 성격과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으며, 서까래에 목을 매 죽은 궁녀를 부검하던 중 궁녀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의심하고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쳐 간다. 그러나 갈수록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엄청난 음모가 드러나며, 궁을 맴도는 섬뜩한 공포와 맞닥뜨린다. 1998년 '여고괴담'에서 전교 1등 모범생 박소영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박진희가 조선시대판 '여자괴담'에 출연하는 셈이다. '궁녀'는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 '왕의 남자' 연출부 출신인 김미정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달 중순 크랭크 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메릴린 먼로를 연상시키는 두 명의 여인이 무릎을 꿇고 있다. 종교지도자로 보이는 한 남자가 그들의 옷을 벗기고 머리를 자르고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을 하나하나 뽑는다. 종교적인 정화과정을 거치는 듯한 일련의 행위가 끝난 뒤 그는 여인들을 품에 안는다. 또 다른 장면. 예수를 닮은 한 남자가 한 서커스단의 야외무대 앞에 서 있다. 서커스단이 선보이는 퍼포먼스에는 수십 마리의 개구리가 등장한다. 개구리들은 옷을 걸치고 십자군전쟁 등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일련의 피비린내나는 사건들을 재현한다. 영화 '홀리 마운틴(Holy Mountain)'이 품고 있는 장면들이다. '이런 영상을 담았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영화는 기괴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상징ㆍ은유ㆍ풍자ㆍ비판 등으로 꽉꽉 채운 듯한 이 영화는 '영화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멕시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76) 감독의 1973년작.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1994년 국내 개봉된 '성스러운 피'(1989년)로 명성을 얻었다. 웬만한 영화팬이면 그의 이름까지는 몰라도 '성스러운 피'라는 제목쯤은 들어봤을 듯. 대표적인 '컬트 감독'으로 불리지만 '컬트'라는 한 단어로 그의 작품세계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그의 연출작은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실험주의 등 기존의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는 모든 예술적 행위를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홀리 마운틴'은 예수를 닮은 남자가 한 영적 지도자를 만나 7명의 수행원과 함께 거룩한 산(Holy Mountain)으로 불사(不死)의 현자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예수를 닮은 한 사내가 벌거벗은 채로 하늘에서 떨어진다. 그는 난쟁이들과 함께 인간세상에 발을 들여놓는다. '타락의 소굴'이라고밖에 말할 수 있는 인간세계에서 그는 우연히 신비한 능력을 가진 영적 지도자를 만난다. 지도자에게 연금술을 배우면서 인정받게 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7명의 인물과 만나고, 이들과 지도자를 따라 신의 일을 대신하는 현자들을 만나러 성스러운 산으로 떠난다. 영화는 반(反) 기독교적이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모형을 관광객에게 팔기 위해 수녀처럼 여장을 한 남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십자군전쟁 등을 연상시키는 개구리들의 퍼포먼스는 핏물로 범벅이 돼 있다. 또한 황금을 만들어주겠다며 예수를 닮은 남자를 꾀는 지도자의 모습에서는 적(敵)그리스도의 냄새도 풀풀 풍긴다. 이외에도 로마 병정과 염소 등 기독교에서 불온시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인간병기'로 키우기 위한 장난감을 생산하는 여사장, 경기 부양책으로 일부의 시민을 몰살시킬 것을 주장하는 대통령의 경제자문역 등을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로 등장시켜 윤리보다는 이익을 우선시하는 세상을 꼬집기도 한다. 영화는 전혀 새로운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선하지만 상징과 은유 등이 뒤범벅이 돼 난해하다. 시네필이 열광하는 대표적인 감독 조도로프스키의 작품세계가 일반 관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된장ㆍ김치찌개 같은 영화가 아닌 색다른 맛의 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관람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 될 듯. 그러나 영화를 고를 때 일반적인 재미로 설명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