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 가도카와 감독 영화 주연에 발탁

3만9천157대 1의 경쟁을 뚫고 일본과 몽골의 합작영화 '푸른 늑대(蒼き狼)'의 쿠란 역으로 뽑혀 일본에서 인기몰이 중인 탤런트 고아라(17)가 이번에는 일본 영화의 주연을 맡는다. 25일 도쿄에서 열린 첫 사진집 'Ara in Rome×篠山紀信' 출판기념 이벤트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영화제작자 가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가 고아라의 주연 발탁 사실을 공개했다. 그가 약 10년 만에 직접 메가폰을 잡고 올 여름 촬영을 시작해 내년에 공개할 예정. '최고의 소재'에 한눈에 반했다는 가도카와 감독은 "고아라는 역시 동양의 오드리 헵번"이라며 "이번에 고아라를 주역으로 내세워 내가 직접 연출하는 영화를 찍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는 현재 구상 중으로 주인공 여고생이 에도시대로 돌아가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가 될 듯. 감독으로부터 "독특하고 불가사의한 매력의 소유자"로 소개받은 고아라는 유창한 일본어로 "미숙하지만, 어떤 역을 맡든지 그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 다양한 빛깔을 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첫 사진집 'Ara in Rome×篠山紀信' 또한 가도카와 감독이 처음으로 직접 프로듀싱한 작품으로 고아라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반영하고 있다. 오드리 헵번 주연 영화 '로마의 휴일'을 테마로 일본을 대표하는 연예인 전문 사진작가 시노야마 기신(篠山紀信)이 올 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촬영했다. 고아라는 "로마에 대해 줄곧 흥미가 있었는데 큰 공부가 됐다. 짧은 머리와 긴 머리에도 도전했으니 꼭 봐달라"고 부탁하기도. 영화사 가도카와 하루키 사무소는 대표적인 출판 메이저 가도카와 서점(角川書店)의 사장이었던 가도카와 하루키가 영상산업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며 1976년 설립한 회사로 일본 영화사의 화제작들을 속속 제작했다. 1982년부터는 가도카와가 직접 감독 선언을 하고 '더러운 영웅(汚れた英雄)'과 '애정 이야기(愛情物語)'를 선보여 각각 흥행 영화 랭킹 3위와 2위에 올려놓으며 일본 영화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영화 '푸른 늑대'는 칭기즈 칸의 일대기를 그린 230억 원 규모의 대작으로 고아라는 칭기즈 칸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여전사 쿠란 역으로 출연했다. 이달 3일 일본에서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둘째주 3위, 셋째주에는 8위를 기록하며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랭크되는 등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영화, 해외합작에서 길을 찾다

'동승'의 주경중 감독이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프로듀서 이세키 사토루와 손잡고 김훈의 소설 '현의 노래'를 영화화한다고 최근 밝혔다 제작사 영화생각은 100억 원의 제작비 중 50%는 국내에서, 나머지 50%는 해외에서 투자받을 예정. 이미 일본과 독일의 배급사에서 300만 달러(약 28억원)를 유치했다. 음악은 올해 아카데미에서 공로상을 받은 영화음악의 대부 엔니오 모리코네가, 의상은 영화 '란'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거머쥔 와다 에미가 각각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제작에는 한국ㆍ일본ㆍ독일ㆍ이탈리아 등 4개국이 참여한다. 전형적인 해외 합작영화인 셈. ◇충무로 해외합작 바람 세계 영화시장의 새로운 트렌드인 합작영화 바람이 충무로에도 불어닥쳤다. '무극' '칠검' '묵공' 등 이미 개봉된 대규모 아시아 프로젝트 이외에도 10여 편의 합작영화가 현재 제작 중이거나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영화사 가도카와 헤럴드와 손잡고 지난해 공포영화 '착신아리 파이널'을 선보였던 CJ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가도카와 헤럴드와 함께 만든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과 이준기 주연의 '첫눈'을 한ㆍ일 양국에서 올해 안에 개봉할 예정이다. 중국과 추진 중인 한ㆍ중 합작영화도 올해 안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예정. 또한 할리우드 대형배급사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하는 '어거스트 러시(August Rush)'에 투자사와 국내 배급사로도 참여했다. 해외투자에 인색했던 쇼박스도 홍콩 출신 할리우드 감독 우위썬(吳宇森ㆍ미국명 존 우)이 메가폰을 잡은 대작 '적벽(赤壁之戰. Battle of Red Cliff)'에 투자사와 국내 배급사로 참여했다. 또한 '훌라걸스'로 유명한 일본영화사 씨네콰논이 제작한 '박치기! 러브 앤 피스'에도 투자한 상태. 쇼박스와 씨네콰논은 현재 영화제작과 배급 부분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유명한 태원엔터테인먼트도 홍콩 비주얼라이저 필름 프로덕션과 함께 전쟁서사극 '삼국지-용의 부활'을 제작한다. 2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에서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시나리오와 투자, 스태프, CG 등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예정. 여름 개봉 예정인 공포영화 '므이'는 합작영화는 아니지만 베트남 ?상엔터테인먼트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제작됐다. 공동제작사 중 하나인 빌리픽처스는 ?상엔터테인먼트와 합작영화 제작에 합의한 상태며 현재 현지인을 위한 영화를 기획 중이다. '칠검' '묵공'의 공동 제작사로 참여했던 보람영화사도 '비빔밥' '만추' 등을 포함한 3편의 합작영화를 올해 안에 크랭크 인한다. '비빔밥'은 박중훈이 주연을 맡고 '찰리의 진실'에서 그와 호흡을 맞췄던 조너선 드미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 고(故) 이만희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만추'는 장쯔이(章子怡)가 주연한 '야연'의 시나리오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중국 감독과 배우가 참여할 예정. ◇장점 많고 토대 성숙했지만 문제는 작품 최근의 합작영화 붐은 국내 영화시장 여건과 무관치 않다. 제작비 상승으로 더 어려워진 제작여건과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영화시장은 제작사로 하여금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특히 ▲노하우를 공유하고 ▲영화 흥행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큰 규모의 제작비 마련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해외시장 개척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닌 해외합작은 제작사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잘만 만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합작영화를 위한 국내외 기반도 성숙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아시아영화전문가양성프로그램, 아시아 장학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영화인들과의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아시안필름인더스트리네트워크(AFIN:Asian Film Industry Network)를 통해 아시아 국가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사전 투자 프로젝트 PPP(Pusan Promotion Plan)나 올해 발족하는 부산영화제 해외 영화 프로듀서 네트워크 '프로듀서 클럽' 또한 합작영화의 붐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관심을 모은 홍콩영화제의 '아시안필름어워드'와 사전투자 프로젝트인 HAF(Hong Kong Asian Film Financing Forum)도 합작영화의 좋은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ㆍ김지운ㆍ김영남ㆍ노동석 감독은 올해 HAP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문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 '무극' '칠검' '묵공' 등 범 아시아 프로젝트가 무협사극에 국한되는 것을 봐도 합작에 참여하는 국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은 만들기는 쉽지 않다. 특히 합작만을 위한 합작영화는 경계해야 할 일. 영진위 국제진흥팀 김현수 씨는 "이득을 위한 기계적인 결합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ㆍ사회현상을 유기적으로 엮을 수 있는 흡입력이 있는 작품만이 해외합작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롯데, 영화계 '魔의 200만 벽' 넘을까

출범 4년째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올해는 영화계 흥행 성공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200만 관객의 벽(壁)을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영화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주력기업인 롯데쇼핑 산하에 소속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04년부터 영화투자ㆍ배급사업에 뛰어든 이후 지금까지 20편이 넘는 영화(한국영화 기준)를 배급했으나 한 번도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롯데가 배급한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든 영화는 지난해 1월 개봉했던 '홀리데이'(150만 명)였다. 200만 명은 물론이고 1천만 명이 넘는 흥행작을 만들어낸 경쟁사 쇼박스(괴물)와 CJ엔터테인먼트(왕의 남자)에 비하면 지나치게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롯데가 쇼박스나 CJ엔터테인먼트에 비해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3년 동안 20편이 넘는 영화를 배급했을 뿐 아니라 모기업의 막대한 자금력과 업계 2위의 멀티플렉스 극장체인까지 등에 업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성적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계에서 관객 200만 명은 영화의 흥행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면서 "막대한 자금력과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갖고 있는 롯데가 지금까지 200만 명이 넘는 영화를 한 편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는 다음달 5일 개봉 예정인 영화 '우아한 세계'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충무로에서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송강호가 주인공을 맡았고 2005년 '연애의 목적'으로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이다. 총 제작비가 70억 원 가까이 들었기 때문에 200만 관객은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한 필수적인 스코어이기도 하다. 더욱이 롯데는 이 영화에 메인투자자로 참여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출범 4년째인 지금까지 흥행작을 만들어내지 못해 다음달 개봉하는 '우아한 세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200만은 물론 500만까지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새영화> 아름다운 청춘 '말라노체'

흐릿한 흑백필름과 격정과 환희를 오가는 음악, 그리고 동성애. 영화 '말라노체(Mala Noche)'는 청춘의 사랑과 고통, 순수 등 청춘의 빛깔을 담뿍 담아낸 거장 구스 반 산트의 장편 데뷔작이다. 1985년 제작된 이후 21년간 묻혀 있던 이 보석 같은 영화는 복원작업을 거쳐 지난해 칸 영화제 감독주간 특별상영작으로 다시 관객과 만났다. '말라노체'는 '아이다호'와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 마레지구 편의 원조 격이다. 감독은 '말라노체'의 내용을 두 작품에 다시 녹여 변주했다. 그만큼 감독에게는 뿌리와도 같은 영화인 듯. 영화는 시인 월트 커티스의 동명의 자전소설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감독에게도 자전적 의미가 크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변두리. 편의점 직원 월트(팀 스트리터)는 손님으로 가게에 들른 '꽃미남' 조니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알고 보니 조니는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르는 멕시코인 불법체류자. 10대가 분명한 그는 월트에게는 관심조차 없고 항상 친구 로베르토와 함께 다닌다. 어떻게든 가까워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월트에게 조니는 짓궂은 장난이나 일삼고 술과 밥을 얻어먹으며 골탕먹인다. 조니에게 푹 빠져 있는 월트는 15달러로 조니에게 하룻밤을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영화는 동성애라는 소재만 빼면 전형적인 청춘영화다. 격정적인 사랑과 이를 얻으려는 무모한 노력들, 그리고 그 속에서 피고지는 좌절과 희망은 청춘의 단면 그대로다. "황소를 잘못 건드리면 뿔에 받히기 마련"이라는 월트의 독백은 쓰린 사랑의 상처의 단면을 비추고, "내가 지나온 곳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높은 산들을 거쳐 왔거든"이라는 조니의 대사는 성공을 향한 욕망의 냄새를 풀풀 풍긴다. 영화 속 서로 다른 욕망이 충돌하는 공간인 청춘은 설익은 말과 무모한 행동으로 표현되지만 그래서 더 풋풋하고 향기롭다. 감독은 욕망과 좌절, 불안, 희망 등이 뒤엉켜 있는 청춘의 이미지를 때론 인물이나 장소 등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흐릿한 흑백필름으로 그려냈다. 영화 '라스트 데이즈'에서도 그랬듯이 감독은 대사보다는 음악과 분위기 등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관객에게 건넨다. 껄렁껄렁한 행동 속에 진심을 담아낸 팀 스트리터의 연기가 눈길을 잡는다. 아련함과 담백함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서울 종로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에서 29일 단관 개봉된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