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생물체를 버젓이 만들어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영화 ‘괴물’, 아예 새로운 세계와 그 안의 생물들까지 모두 만들어냈던 ‘반지의 제왕’ 등 요즘 영화를 보면 컴퓨터 그래픽(CG)의 도움만 있다면 스크린 위에 펼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기세들이다.
그러나 CG의 존재는 영화 감상을 싱겁게 만들기도 한다. 절벽에서의 추락이나 자동차 추격 장면도 컴퓨터로 만든 것이라 생각하면 아찔한 느낌이 덜해지는 것. 심지어 지난해 개봉한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주인공(엄정화)의 피아노 연주 장면을 CG로 합성해 씁쓸함을 주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프랑스 영화 ‘마하 2.6:풀스피드’는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1만5000m 이상 상공에서 전투기들이 시속 3200㎞(마하 2.6)로 쫓고 쫓기는 장면, 즉 CG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장면들을 100% 실제 촬영으로 잡아냈다는 점 때문에 특별하다.
1998년에도 ‘택시’에서 시속 220㎞로 달리는 택시들의 경주 장면을 실제 촬영으로 찍었던 제라르 피레스 감독은 동급의 전투기에 다섯 방향으로 움직이는 렌즈를 가진 특수 카메라를 장착해 곁에서 따라가는 방법으로 전투기 촬영에 성공했다. 여기에 프랑스 공군 및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얻어 만들어진 비행 장면들은 알프스 산맥부터 파리 시내까지 종횡무진하며 눈과 가슴이 짜릿할 정도로 시원한 장면들을 빚어낸다. 다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본듯한 인물 및 내용 전개는 다소 실망스럽다.
영화는 프랑스의 실제 신개발 전투기인 미라지 2000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다. 프랑스 공군 최고의 전투비행사 마르첼리와 발로아는 상부 명령으로 실종 전투기를 추격하던 중 선제 공격의 위협을 느끼고 격추시킨다.
알고보니 이 전투기는 비밀 임무를 수행중이었고 둘은 문책으로 공군에서 쫓겨난다. 실의에 빠진 둘은 국가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스페셜 미션’팀의 제안으로 전투기 판매를 위한 미국과의 비행 시합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음모에 휘말린다. 다음달 5일 개봉. 15세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