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CIA의 위선과 진실 '굿 셰퍼드'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브롱크스 테일'(1993)에 이어 두 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굿 셰퍼드'(원제 The Good Shepherd)는 미국중앙정보국(CIA)을 소재로 한 첩보스릴러다. 냉전시대에 활동했던 실존 CIA 요원 제임스 앤젤튼을 모델로 CIA의 탄생과 함께 국가를 위해 개인적 삶을 희생해야만 하는 비밀요원의 기구한 삶을 사실적이고 비정한 색채로 그렸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제작진과 출연진의 화려한 면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인 에드워드 윌슨 역의 맷 데이먼과 그의 부인 역을 맡은 앤젤리나 졸리뿐 아니라 알렉 볼드윈, 조 페시, 윌리엄 허트, 마이클 갬본 등 1급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으며 '대부' 시리즈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시나리오는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에릭 로스가 맡았다. 대부분의 첩보스릴러가 오락성이나 화려한 액션에 무게를 두는 것과 달리 '굿 셰퍼드'는 국가를 위한 대의명분과 개인적 삶의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CIA 비밀요원의 인간적 고뇌와 CIA라는 조직의 정치적 정당성이라는 한층 심각한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배경은 대(對) 쿠바 비밀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1961년의 CIA. 카스트로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쿠바의 반(反)혁명군 지원에 나섰던 미국 정부는 CIA 내부 첩자로 인해 비밀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는 바람에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알게 된다.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CIA는 내부 첩자를 비밀리에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CIA 초창기부터 첩보 업무를 담당해온 베테랑 요원 에드워드 윌슨(맷 데이먼)에게 익명의 녹음 테이프와 흑백사진이 전달된다. 첩자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이 증거물의 정체를 하나씩 밝혀가면서 윌슨은 자신의 CIA 활동을 거슬러 올라간다. 1939년. 어렸을 때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한 바 있는 명문가 출신 예일대 학생 에드워드 윌슨은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예일대의 유서깊은 비밀 동아리 '해골과 뼈(Skull and Bones)'에 가입한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날카로운 사고와 좋은 평판, 그리고 미국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높게 평가받은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CIA의 전신인 OSS에 뽑힌다. 그 무렵 '해골과 뼈'에서 만난 친구 여동생 클로버(앤젤리나 졸리)와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낸 윌슨은 클로버가 임신하자 책임감으로 그녀와 결혼한다. 결혼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국가로부터 첩보임무를 부여받고 유럽으로 발령받은 윌슨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혼란스런 유럽 한복판에서 영국과 소련의 비밀요원들과 교류하며 CIA 비밀요원으로서의 경력을 쌓아간다. 그러나 윌슨이 엘리트 비밀요원으로서의 경력을 쌓아가면 갈수록 음모와 배신으로 점철된 첩보세계에 대한 그의 불신은 깊어만 가고 태어난 아들조차 보지 못하고 처자식과 멀리 떨어져 일에만 몰두하는 그에 대한 부인과 아들의 불만은 쌓여만 간다. 영화는 애국심과 국익이라는 대의명분에 파묻혀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희생해야만 하는 CIA 첩보원의 인간적 고뇌에 카메라의 앵글을 들이댄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이 '인류의 평화와 안전'이라는 미명 하에 세계 각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온갖 정치공작을 주도하고 있는 CIA라는 조직의 비도덕성과 폭력성도 여과 없이 조명한다. 비정한 진실을 미화나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이 같은 연출 의도는 드 니로가 자신의 오랜 영화적 동지이자 스승인 코폴라와 마틴 스코세이지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려 167분이라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드 니로가 갖고 있는 이 같은 진정성이 충분히 투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기존의 오락성 짙은 첩보영화 스타일에 익숙해있는 관객이라면 지나치게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굿 셰퍼드'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영화기금 3% 징수로 할인제 폐지 움직임

12일 박양우 문화관광부 차관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7월부터 영화관람료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임을 밝혔다. 4월26일 발효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시행령에 따라 입장료 5% 미만 범위에서 영화발전기금을 거둘 수 있다. 이에 문화부는 7월1일부터 입장료의 3%를 걷기로 잠정 결정했다. 입장료를 평균 7천 원으로 산정할 때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면 관람객 1명당 204원을 걷게 된다. 한국영화의 경우 극장과 배급사가 50:50으로 수익을 나누고 있어 양측이 102원씩 부담한다. 배급사 수익에는 제작사, 투자사의 몫도 들어가 있으므로 결국 제작사와 투자사도 이를 부담하게 되는 것. 영발기금의 운용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영화진흥위원회의 김혜준 사무국장은 "3% 기금은 흥행영화가 상대적으로 많이 내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의 효과가 있으며, 결국 영화계에 되돌아가는 돈이기에 제작ㆍ 투자ㆍ배급사 등은 그다지 이견이 없고 극장 역시 한국영화를 살린다는 취지로 이 방안에 큰 저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극장 측의 경우 이를 계기로 무분별한 입장료 할인 제도를 개선해 관람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으며 문화부와 영진위도 입장료 정상화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크린쿼터 축소, 제작비 상승, 투자 위축 등 각종 현안에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영화계의 해묵은 관행을 정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영화계가 이번엔 입장료 정상화 방안을 심각하게 논의 중이다. ◇"제 돈 내고 영화 보면 시대에 뒤떨어져?" 지난해 이동통신사의 할인제 폐지로 극장가가 한때 술렁였지만 예상보다 동요가 적었던 것은 그에 못지않게 신용카드사의 할인, 극장 자체의 멤버십카드로 인한 할인 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 돈 내고 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 현재 극장 측이 파악하고 있는 극장 수익은 서울 2천800원, 지방 2천700원 정도다. 한국영화계가 활황을 맞을수록 평균 관객단가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쇼박스㈜미디어플렉스 홍보팀의 김태성 부장은 "부가세를 제외한 평균 티켓 가격이 6천300원이어서 배급사와 50:50의 비율로 나눌 때 최소한 한 장당 극장 측에 3천 원 정도의 수익은 나야 하는데 2천800원이면 너무 할인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혜준 사무국장 역시 "극장들의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매출 규모는 늘었지만 개별 극장 수익은 떨어지는 현상은 시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차승재 회장은 "영화발전기금 출연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으며, 사실 6~7년 동안 그대로인 입장료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선 현재의 입장료를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극장 측이 할인 폐지 및 축소를 주장하고 나선 데는 정부가 지난해 스크린쿼터 축소 당시 발전기금을 통한 영화계 지원책을 밝히며 "이로 인해 일반 국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입장료 상승은 없다"고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 정상적인 물가상승률을 볼 때 이미 입장료가 올랐어야 하는데도 정부 측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입장료를 올리지 못하니 우선 제값이라도 받겠다는 뜻이다. ◇할인에 따른 극장 양극화 해소 효과도 기대 서울시극장협회는 "각종 할인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며 오랫동안 지켜온 영화산업의 정통성 및 위기에 처한 시장 질서를 회복하고 더 이상 외부세력의 사업 목적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카드 할인이 이대로 지속돼서는 안된다"고 결의했으며 "이러한 입장을 13일 여신금융협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협회 회원사에 우리의 뜻을 적극 알려 더 이상의 무분별한 할인이 중지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극장협회 이창무 회장은 "극장도 모르는 사이 입장료가 할인되는 경우도 있는 등 신용카드사의 무분별한 고객 유치 경쟁에 극장이 휘말려 들어간 꼴"이라고 지적하며 "가장 큰 폐해는 할인제도 시행 유무로 인한 극장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등 대규모 체인업체에는 극장 할인이 신용카드사의 전액 보전으로 이뤄지지만 극장 규모에 따라 할인분을 극장이 함께 부담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할인을 받지 못하는 군소극장이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극장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신용카드사도 이통사처럼 점점 극장의 분담금 액수를 늘이다 결국 빠져나갈 경우 영화계만 손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극장협회에서는 할인 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극장협회와 여신금융협회의 협의로 전 극장이 동일하게 일정액을 할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할인액 전액을 신용카드사로부터 보전받는 최대 극장체인인 CGV 이상규 팀장은 "할인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협회 차원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면 CGV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단 신용카드사 할인만이 문제는 아니다. 지방이나 군소극장의 경우 암암리에 '1+1'(한 편값으로 두 편을 보는 것) 등의 방식으로 자체 할인을 하고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아무리 입회인을 극장 매표소에 참관시켜도 막무가내로 자체 할인행사를 해버려 애를 먹고 있다"고 밝히며 "극장 차원의 할인 역시 협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급사에 의한 관람료 정상화 움직임도 가동 무분별한 스크린수 경쟁을 줄이기 위해 프린트 비용 절감, 각종 이벤트 축소 등에 나서고 있는 영화 배급사들이 극장 측의 할인을 인정하지 않고(신용카드사의 전액 보전 제외) 제값을 받겠다는 움직임이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괴물' 배급 당시 쇼박스는 각 극장에 할인되지 않은 가격으로 수익 정산을 요구할 뜻을 미리 밝힌 바 있다. 현재 상영 중인 '이장과 군수' '우아한 세계' 역시 마찬가지. 이러한 움직임은 외화 배급사에서 더 빈번하게 일고 있다. 5월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를 배급하는 소니픽쳐스릴리징 브에나비스타도 할인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극장 측에 보냈다. 파라마운트사도 6월 개봉할 '슈렉3'와 이어 선보일 '트랜스포머'에 할인요금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극장 측에 밝혔다. 이 작품들은 관객의 인지도와 기대감이 높아 극장들은 이 조건을 수용하고 있다. 별다른 대작이 없는 워너브라더스의 경우 명시적인 움직임은 없었으나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정상가 적용방침을 적용해오고 있다. CGV 관계자는 "할인가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필름 프린트를 배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기 때문에 흥행이 될 만한 영화의 배급사들이 이를 요구하면 대부분 극장 측이 수용한다"고 전하며 "이 같은 분위기가 중급 규모의 배급사 한두 곳을 제외하고 올 들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가격 상승에 따른 관객 불만 예상 만약 할인 폐지 및 축소 움직임이 현실화된다면 관객으로서는 실질적인 가격 상승을 맞게 된다. 그러나 협회 측의 방안대로 신용카드 할인 자체를 없애거나 2천~3천 원 정도 할인액을 전 극장 동일하게 1천 원선으로만 부가한다면 관객 입장에선 '영화값이 올랐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이통사 할인이 없어졌을 때도 이 같은 불만이 대세를 이뤘다. "관람료를 올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공언 때문에 당분간 입장료 상승을 꾀할 수 없어 대안으로 할인제도에 대한 정비에 나선 극장가도 가장 우려하는 대목. 멀티플렉스체인 CGV와 메가박스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실 해마다 물가는 5~6% 정도 상승하는데 비해 영화 관람료는 공공요금처럼 정부나 사회 분위기의 눈치를 봐야 해 수 년째 그대로여서 가격 상승 요인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올들어 한국영화계가 관객 감소라는 현실적인 위기상황을 맞고 있어 관람료를 올릴 경우 관객 하락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으로 인해 관람료 인상을 주저하고 있는 것. 이창무 회장은 "온갖 할인제도가 관객으로 하여금 제값 내고 보면 손해라고 인식하게 한 책임이 큰 만큼 할인제 정비를 통해 관객 인식 전환에도 전기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할인 혜택으로 더 자주 극장을 찾았던 젊은 관객은 할인제가 일시에 폐지된다면 한동안 극장을 향한 발길을 줄일 가능성도 높아 전체적인 관객 감소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극장들은 요일별 차등요금제 등을 확대 적용해 정상적으로 싼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계가 엄청난 위기에 부딪히면서 각 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자구노력을 하고 있어 오히려 이번 위기가 한국영화계의 체질 개선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 영화배우 빌딩 공사로 지반침하" 소송

유명 영화배우 K씨(여)가 청담동에 짓고 있는 신축빌딩 공사로 인해 옆 건물주로부터 4억원의 소송을 당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K씨의 신축건물 옆 4층 높이의 건물주인 박모씨는 "건물 신축공사로 지반이 내려앉아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등 하자가 발생했다"며 K씨와 시공사인 J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소장에서 "J사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하는 도급인으로서 K씨는 강남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얻을 당시 신축공사로 인해 옆 건물에 피해가 발생치 않고 입주자의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약속했으나 주의의무를 위반해 건물의 하자를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J사에 대해서도 "공사로 인한 진동과 지반 침하 등으로 인근 건물에 균열이나 붕괴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뒤 공사를 시행해야 했으나 이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안전진단결과 지반 침하로 인한 균열 등을 보수하는데 9천800여만원이 소요된다는 결과를 얻었으며 지반침하 사실이 인근에 알려지면서 가치가 5억원 이상 감소했다"며 "우선 보수비와 건물 가치하락에 따른 손해배상 5억원 중 3억원 등 총 3억9천800여만원의 지급을 청구한다"고 덧붙였다. K씨는 작년 8월부터 강남구 청담동에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100억원대 빌딩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새영화> 뻔한 코미디의 유혹 '동갑내기…2'

2003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설정으로 전국에서 5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신인급을 막 벗어난 권상우와 김하늘을 단박에 흥행배우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7년, 전작의 '대박'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제작진은 속편인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감독 김호정ㆍ지길웅, 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면서 '과거의 영화여 다시 한번'을 외치고 있다. 동갑내기 이성을 과외지도한다는 기본 콘셉트는 유지하되 부분적인 설정에 약간의 변주를 가했다. '가치 없는 돈벌이용 재탕 영화'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고 제목만 봐도 내용이 어떨지 대충 짐작이 되는 뻔한 코미디물이지만 10~20대 관객이 부담 없이 웃고 즐기기엔 그럭저럭 괜찮은 내용이다. 일본의 한 시골도시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 기타노 준코(이청아)는 짝사랑하는 남학생을 찾아 교환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다. 게스트하우스 '정(情)'을 숙소로 정한 준코는 친절한 주인아저씨(이영하) 덕에 컴퓨터와 책상 등이 완비된 좋은 방을 배정받지만 실은 그 방은 그 집 아들인 종만(박기웅)이 쓰고 있는 방. 자기 방을 여자 손님에게 내줬다는 통보를 받지 못한 종만은 준코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저녁에 방에 들어와 뻗어버리고 아침에 한 침대에서 눈을 뜬 종만과 준코는 기겁을 한다. 다른 곳으로 숙소를 옮기겠다는 준코를 달래기 위해 주인아저씨는 아들 방뿐 아니라 아들인 종만의 일대일 한국어 과외지도까지 미끼로 제안한다. 억지로 떠맡은 한국어 과외가 귀찮은 종만은 서슬 퍼런 아버지의 감시에 과외를 안할 수도 없고, 정반대로 한국어 과외에 뜨거운 열의를 보이는 준코는 배운 대로 전부 흡수하겠다는 일념으로 학구열을 불태운다. 그리하여 시작된 종만의 대충대충 '야매(암거래를 뜻하는 일본말 야미의 변형)과외'. 무엇이든 가르쳐준 대로 믿고 따라하는 준코에게 종만은 '눈깔아 씹딱들아'를 비롯한 온갖 비속어와 욕을 "한국에서 완전 먹어주는 인사말"이라고 가르친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뻔한 일. 종만이 가르쳐준 인사말을 써먹었다가 공개적인 망신살이 뻗친 준코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더욱더 한국어 공부에 매달린다. 과외지도를 제대로 해주느니 마느니 하면서 허구헌날 티격태격하던 종만과 준코는 이런 코미디 영화에서는 늘 그러듯이 싸우다가 어느덧 정이 들게 되고 영화 후반부에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핑크빛 관계로 발전한다. 영화에는 외모는 꽃미남인데 배운 한국어라고는 '확 깨는' 반말뿐인 외국인 학생 조지(줄리안)와 틈만 나면 준코에게 껄떡대는 풍기(조달환)와 문란(윤영삼) 등 분위기를 북돋워주는 조연들이 나온다. 이들의 코믹한 캐릭터는 영화에 양념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유치함도 더해준다. 영화는 중반부까지는 코미디 일색으로 가다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점점 '감동+심각' 무드가 되는데 이 역시 상투적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 마지막 결말은? 약간만 상상력을 발휘해 보시길. 러닝타임이 125분이나 돼 내용에 비해 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진화된 관객이 과연 4년 전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보내줬던 열띤 지지와 성원을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에도 보내줄지 자못 궁금하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공직 이후 첫 영화‘밀양’찍은 이창동 감독 “감각 안풀려 고생”

“4년만에 영화 현장에 나서니 몸도 감각도 잘 풀리지 않아 고생스러웠습니다. 한동안 쉬었다가 그라운드에 서는 선수의 느낌이랄까요.” 문화관광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영화 ‘밀양’(제작 파인하우스필름)을 찍은 이창동(53) 감독의 소감이다. 10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주연배우 송강호(40) 전도연(34)과 함께 자리한 이 감독은 “뜨거운 마음으로 만들었다” “부끄럽지 않게 만들려 했다”는 등 제작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흥행 성적에 대한 전망을 묻자 “흥행 위주로 찍지는 않았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소통하고 싶었다”면서 “다만 얼마나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느냐로 소통 여부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작 ‘오아시스’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 등을 받은 것과 관련, 국제영화제 수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영화제를 겨냥해서 작품을 만든 적은 없었고 영화는 그렇게 등수 매길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그런 기대를 말해올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밀양’은 남편을 잃고 밀양으로 내려와 아이까지 잃는 절망적인 여자 신애(전도연)와 그 주변을 맴도는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의 이야기다. 이 감독은 “멜로인 것은 분명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멜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주연 배우 송강호에 대해서는 “10년 전 ‘초록물고기’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노력하는 배우”라 했고 전도연에게도 “화장을 안해도 내 눈에는 충분히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송강호는 이 감독에 대해 “조금 과장하자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감독님”이라고 존경을 표했고, 전도연에 대해서도 “늘 존경해온 최고의 여배우”라고 추어올렸다. 지난달 11일 결혼 이후 공식석상에 처음 나타난 전도연은 “결혼 준비 때문에 극중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일과 사생활은 나뉘어 있는 것이라 연애할 때의 행복한 기분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또 “예전에는 일이든 결혼이든 인생의 전부라고 여겼으나 나이가 들면서 모두 내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게 됐고, 때문에 둘 중 하나의 비중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앞으로는 더 바쁘게,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밀양’은 다음달 17일 개봉 예정이다.

<새영화> '눈부신 날에' 부녀가 만나 사랑하다

'비즈니스'를 운운하며 허풍을 떨지만 종대(박신양)는 별 볼일 없는 어설픈 양아치다. 실명 직전인 왼쪽 눈을 두고 하는 '병신'이라는 놀림이 싫어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하루는 야바위판 바람잡이를 하다 학생들과 시비가 붙으면서 철창 신세를 지게 된다. 면회를 요청하는 사람이 있어 당연히 시비가 붙은 학생의 부모일 거라 짐작했는데 선영(예지원)이라는 낯선 여자다. 그녀는 종대에게 일곱 살 된 아이가 있다고 전한다. 보육원 교사라는 선영은 아이와 몇 달만 살아줄 것을 요구한다. 외국으로 입양 갈 예정인 아이가 아빠를 만나기 전에는 갈 수 없다고 떼를 쓴다는 것이 이유다. 종대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유치장에서 빼내주고 얼마의 돈도 주겠다며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한다. 돈 욕심에 종대는 아이를 받아들인다. 준(서신애)이라는 이름의 아이는 남자 같은 외모와는 달리 여자 아이다. 아빠를 만나 신이 난 준이와는 달리 종대는 귀찮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종대의 실수로 준이 쓰러지게 되자 선영은 아이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눈부신 날에'는 제작사 아이필름의 정훈탁 공동대표가 이야기의 기본 얼개인 원안을 제공하고 박광수 감독이 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여기에 정훈탁 대표와 매니저와 배우로 오랜기간 인연을 맺어온 박신양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정훈탁 대표와 박신양의 인연이 우정을 넘어 작품으로까지 이어졌다. 박신양이 종대 역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장에 텐트를 쳐놓고 극도로 외부인과의 접촉을 자제하며 연기에만 몰입했을 만큼 열정을 쏟은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에게는 2004년 '범죄의 재구성' 이후 3년 만에, 박광수 감독에게는 장편영화로는 '이재수의 난'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이다. 우선 영화는 신파 냄새를 풀풀 풍긴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어린 딸이 아버지를 애타게 찾는다는 설정부터 핏속에 끈끈한 가족애 유전자를 품고 사는 한국인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하다. 박광수 감독은 "대중과 호흡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며 '눈부신 날에'의 메가폰을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신파 코드는 충분히 신파적임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충분하게 발휘하지 못했다. 양아치지만 한국의 평균적인 아버지보다는 훨씬 멋진 아버지를 만들어낸 박신양의 연기는 보통 아버지의 모습에 익숙한 관객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멋은 이상 세계에, 눈물의 기반인 공감대는 현실에 각각 발을 붙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거세된 부녀의 삶이 꿈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막막한 현실의 벽에 부딪힌 종대의 테마음악으로 정열을 가득 품은 라틴 음악이 쓰이는 등 화면과 음악은 희망 없는 부녀의 삶을 극적으로 구축하며 주어진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아역 서신애가 쏟아내는 눈물은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관객에게 공감대를 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악역으로 출연한 영화배우 이경영의 모습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