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미국판 '살인의 추억' '조디악'

(연합뉴스) '세븐' '파이트 클럽'으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범죄 스릴러물 '조디악(ZODIAC)'은 1960~7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 부를 만한 영화다. 특히 '조디악 킬러'라 불리던 연쇄살인마는 20명 이상을 살해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으나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은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영화는 '범인은 결국 잡힌다'는 범죄 스릴러물의 보편적인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살인의 추억'과 유사성을 가진다. 1969년 8월1일,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발레호 타임스 헤럴드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친애하는 편집장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1968년 12월20일 허만 호숫가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연인, 1969년 7월4일 블루락 스프링스 골프코스에서 난사당해 연인 중 남자만 살아남았던 사건이 상세히 서술돼 있었다. 그가 편지에 적은 단서들은 사건을 조사한 사람이나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범인은 편지에 동봉한 암호문을 신문에 공개하지 않으면 살인을 계속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스어, 모스 부호, 날씨 기호, 알파벳, 해군 수신호, 점성술 기호 등 다양한 암호로 뒤범벅된 이 암호문을 풀기 위해 CIA와 FBI, 해군정보부, 국가안전보장국의 전문가들이 동원되지만 풀리지 않았다. 신문에 게재된 이후 어느 고등학교 교사 부부가 암호를 풀어 범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이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가이자 암호광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가 1932년 만들어진 영화 '가장 위험한 게임'을 참조해 숨겨진 살인의 동기를 해독해낸다. 경찰은 범인이 자신의 별명을 '조디악'이라고 밝히자 그를 '조디악 킬러'라 명명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거듭되는 살인사건과 신문사로 보내지는 협박편지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다. 미궁으로 빠질 듯한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레이스미스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간판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강력계 경위 데이비드 토스키(마크 러팔로), 윌리엄 암스트롱 경위(앤서니 에드워즈)는 사건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영화는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복잡한 전개로 고급 스릴러만이 던져줄 수 있는 지적 체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또 1960~70년대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디악 사건'을 면밀한 고증을 거쳐 매우 충실히 재현해냄으로써 마치 극화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한다. 궁금증은 반드시 해결되고 범인은 반드시 잡히는, 범죄 스릴러물의 일반적인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도 이 영화의 '비(非)영화적인'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비영화적 사실의 충실한 재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가 극적 긴장감을 잃고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관객의 기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규격화된 영화적 공식이 왜 효과적인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러닝타임이 2시간38분으로 꽤 긴 편인 것도 이 같은 느낌을 배가시키는 데 기여한다. 15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디지털…' 로카르노 영화제서 심사위원특별상

(연합뉴스) 전주국제영화제가 기획 제작한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 2007-메모리즈'가 11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폐막된 제60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차지했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 출범과 함께 해마다 자체 제작한 디지털 프로젝트로, 3개국의 감독 3명을 선정해 각기 30분 내외의 디지털 단편영화를 만들도록 제작비를 지원해 만든 옴니버스 영화.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로는 한국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차이밍량, 바흐만 고바디, 쓰카모토 신야,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에릭 쿠,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 등이 있으며 2007년에는 독일의 하룬 파로키, 포르투갈의 페드로 코스타, 프랑스의 유진 그린 감독이 참여했다. 특히 '디지털 삼인삼색 2007-메모리즈'는 60회를 맞은 로카르노 영화제의 메인 경쟁부문인 국제경쟁(International Competition)의 첫 상영작으로 소개됐고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제경쟁 부문의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특별상에 뽑혔다고 전주영화제 측은 설명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의 상금은 3만 스위스 프랑(한화 약 2천340만 원)이며 유진 그린 감독과 하룬 파로키 감독이 시상식에 참석해 상을 받았다고 전주영화제 측은 덧붙였다. 전주국제영화제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한국 영화제에서는 처음으로 자체 제작을 시작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가 올해 60회를 맞은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의 영예는 일본 감독인 고바야시 마사히로의 '사랑의 예감'이 차지했으며 올해 81살인 프랑스의 원로배우 미셸 피콜리가 이탈리아의 젊은 배우 미켈레 베니투치와 함께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3년 만에 자리잡아가는 제천음악영화제>

(연합뉴스) 음악과 영화, 두 가지 장르를 적절히 혼합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불과 3년 만에 확실히 뿌리내리고 있다. 9일 시작돼 14일까지 계속되는 제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영화 관련 각 프로그램과 함께 영화와 음악을 접목시킨 야외 공연 등이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새로운 개념의 음악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의 숫자가 부산국제영화제보다는 적지만 역사가 훨씬 오래된 다른 영화제보다는 많을 정도였다. 특히 배우들이 대거 참석해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제천을 찾은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및 관계자도 꽤 많은 수준이었고 특히 영화음악감독들은 영화음악아카데미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 주최자로 나서고 있다. 제천음악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한 것은 청풍호반무대에서 매일 밤 진행되는 야외 행사들. 야외 대형 스크린에서 개막작을 상영하는 개막식을 비롯해 무성영화를 상영하는 가운데 라이브 연주를 하는 '시네마 콘서트'와 영화 상영 후 열리는 공연 무대 '원 썸머 나잇'이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원 썸머 나잇'에는 영국 인디밴드 비거스와 정원영 밴드, 한상원 밴드, 이승환, 파니핑크, 조규찬, MC스나이퍼, 바비킴&부가킹즈, 다이나믹 듀오 등 공연 잘하기로 소문난 음악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주최 측은 호반무대에 3천 석을 준비해놓고 있는데, 연일 객석이 꽉 차고 주말에는 관객이 넘친다. 11일 '로보트 태권V' 상영에 이어 진행된 이승환 콘서트에는 3천500석을 준비했지만 열화 같은 관객의 요청으로 스탠딩석을 마련할 정도. 팬들은 1만5천 원이라는 '싼 값'에 영화와 공연을 즐겼고, 공연 내내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은용 홍보팀장은 "지난해에는 공연 입장권 판매율이 98%, 영화 입장권 판매율이 90% 정도였는데 올해는 이를 더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현재 모두 8편의 영화가 매진됐으며 주말에는 거의 모든 영화가 매진을 기록할 전망. 한편 청풍리조트, es클럽 등 행사장 주변에 머무는 관광객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휴양영화제로서도 자리를 확실하게 잡고 있다. 제천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온 관객은 야외 행사에 질서를 지키면서도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인상적이다. 연령대도 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하며, 가족 관객이 많이 눈에 띈다. 10일 '시네마 콘서트'와 이어 열린 '밴드나잇'에서 만난 한영희 씨는 올해 71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춤도 추고 환호를 보이는 등 젊은이 못지않게 영화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서울에서 모임 회원들과 함께 휴가차 내려왔는데 마침 이런 행사가 있다고 해서 참여했다"면서 "별이 쏟아지는 밤에 좋은 공연을 즐기니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흡족해했다. 이미 두 차례 영화제를 경험한 관객은 부채와 방석, 먹을거리, 혹시 비가 내릴 것에 대비해 비옷까지 준비해오는 '치밀함'을 자랑하기도 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지난해보다 관객과 시민의 반응이 훨씬 좋아 주최 측에서 놀랄 정도"라며 "음악영화제라는 개념이 뿌리내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 게스트들의 반응도 좋다. 올해 '시네마 콘서트'의 주인공인 독일 프로그레시브 음악가 마누엘 궤칭 씨는 "지난해 영화제에 참석한 아내의 권유로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며 "음악가가 주인공인 영화제는 보기 힘든데 많은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 영화제 스태프들은 45명이지만 자원봉사자들이 180명에 이르러 곳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다만 자원봉사자들이 공연장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지나치게 관객의 반응을 제한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겨야 할 공연 문화를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 정 팀장은 "영화제 스태프는 다른 영화제보다 결코 많지 않지만 자원봉사자들의 활약 덕분에 적은 예산으로도 영화제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처음 문화관광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고, 조직위원회도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외형도 차근차근 갖춰나가고 있다. 조 위원장은 "내년부터는 '국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외에 영화제를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소나기 피하자"…한국영화 잇달아 개봉 연기

(연합뉴스)'디 워(D-War)'와 '화려한 휴가' 두 편의 대작 한국영화의 흥행 돌풍이 대형 태풍으로 발달할 조짐을 보이면서 장기 흥행 태세에 돌입하자 당초 8월 둘째ㆍ셋째주에 개봉할 예정이던 한국영화들이 잇따라 개봉일을 연기하고 있다. 12일 영화계에 따르면 우선 8일 개봉 예정이던 정준호ㆍ김원희 주연의 코미디영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개봉일을 22일로 2주 늦췄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측은 "'화려한 휴가'와 '디 워'의 흥행 질주를 위해 개봉일을 미루기로 했다"면서 "한정된 시장을 놓고 한국영화끼리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일 개봉 예정이던 윤진서 주연의 공포영화 '두 사람이다'도 개봉일을 23일로 2주 늦췄으며 당초 23일 개봉할 예정이던 예지원 주연의 '죽어도 해피엔딩'도 개봉일을 30일로 한 주 연기하기로 했다. 원래 이달 중순 개봉 예정이던 탁재훈ㆍ염정아 주연의 코미디물 '내 생애 최악의 남자'도 이달 말로 개봉일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 워'나 '화려한 휴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들 영화는 두 국산 블록버스터의 흥행 돌풍이 워낙 거세 이들 틈바구니에서 개봉관을 잡는 데에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쇼박스 관계자는 "'디 워'나 '화려한 휴가'와 맞붙을 경우 큰 재미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개봉일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8월 말쯤이면 '디 워'나 '화려한 휴가'의 흥행 추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