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자리잡아가는 제천음악영화제>

공연과 영화 어우러진 내실 있는 프로그램

(연합뉴스) 음악과 영화, 두 가지 장르를 적절히 혼합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불과 3년 만에 확실히 뿌리내리고 있다.

9일 시작돼 14일까지 계속되는 제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영화 관련 각 프로그램과 함께 영화와 음악을 접목시킨 야외 공연 등이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새로운 개념의 음악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의 숫자가 부산국제영화제보다는 적지만 역사가 훨씬 오래된 다른 영화제보다는 많을 정도였다. 특히 배우들이 대거 참석해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제천을 찾은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및 관계자도 꽤 많은 수준이었고 특히 영화음악감독들은 영화음악아카데미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 주최자로 나서고 있다.

제천음악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한 것은 청풍호반무대에서 매일 밤 진행되는 야외 행사들. 야외 대형 스크린에서 개막작을 상영하는 개막식을 비롯해 무성영화를 상영하는 가운데 라이브 연주를 하는 '시네마 콘서트'와 영화 상영 후 열리는 공연 무대 '원 썸머 나잇'이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원 썸머 나잇'에는 영국 인디밴드 비거스와 정원영 밴드, 한상원 밴드, 이승환, 파니핑크, 조규찬, MC스나이퍼, 바비킴&부가킹즈, 다이나믹 듀오 등 공연 잘하기로 소문난 음악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주최 측은 호반무대에 3천 석을 준비해놓고 있는데, 연일 객석이 꽉 차고 주말에는 관객이 넘친다. 11일 '로보트 태권V' 상영에 이어 진행된 이승환 콘서트에는 3천500석을 준비했지만 열화 같은 관객의 요청으로 스탠딩석을 마련할 정도. 팬들은 1만5천 원이라는 '싼 값'에 영화와 공연을 즐겼고, 공연 내내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은용 홍보팀장은 "지난해에는 공연 입장권 판매율이 98%, 영화 입장권 판매율이 90% 정도였는데 올해는 이를 더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현재 모두 8편의 영화가 매진됐으며 주말에는 거의 모든 영화가 매진을 기록할 전망.

한편 청풍리조트, es클럽 등 행사장 주변에 머무는 관광객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휴양영화제로서도 자리를 확실하게 잡고 있다.

제천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온 관객은 야외 행사에 질서를 지키면서도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인상적이다. 연령대도 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하며, 가족 관객이 많이 눈에 띈다.

10일 '시네마 콘서트'와 이어 열린 '밴드나잇'에서 만난 한영희 씨는 올해 71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춤도 추고 환호를 보이는 등 젊은이 못지않게 영화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서울에서 모임 회원들과 함께 휴가차 내려왔는데 마침 이런 행사가 있다고 해서 참여했다"면서 "별이 쏟아지는 밤에 좋은 공연을 즐기니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흡족해했다.

이미 두 차례 영화제를 경험한 관객은 부채와 방석, 먹을거리, 혹시 비가 내릴 것에 대비해 비옷까지 준비해오는 '치밀함'을 자랑하기도 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지난해보다 관객과 시민의 반응이 훨씬 좋아 주최 측에서 놀랄 정도"라며 "음악영화제라는 개념이 뿌리내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 게스트들의 반응도 좋다. 올해 '시네마 콘서트'의 주인공인 독일 프로그레시브 음악가 마누엘 궤칭 씨는 "지난해 영화제에 참석한 아내의 권유로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며 "음악가가 주인공인 영화제는 보기 힘든데 많은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 영화제 스태프들은 45명이지만 자원봉사자들이 180명에 이르러 곳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다만 자원봉사자들이 공연장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지나치게 관객의 반응을 제한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겨야 할 공연 문화를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

정 팀장은 "영화제 스태프는 다른 영화제보다 결코 많지 않지만 자원봉사자들의 활약 덕분에 적은 예산으로도 영화제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처음 문화관광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고, 조직위원회도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외형도 차근차근 갖춰나가고 있다.

조 위원장은 "내년부터는 '국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외에 영화제를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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