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사대상영화제 내달 이천서 열려

(연합뉴스) '제15회 춘사대상영화제'가 다음달 6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다. 24일 이천시에 따르면 춘사대상영화제를 공동주최하는 사단법인 한국영화감독협회와 이천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영화제 공개 시사회와 전야제, 시상식 등 주요 행사를 이천시 설봉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기로 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42편이 참가해 지난 22일부터 예선심사가 시작됐으며 본선심사는 9월3일부터 7일까지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예정돼 있다. 9월6일부터 12일까지 본선진출작에 대한 공개 시사회가, 시상식 전날인 13일에는 전야제 특별공연이 각각 이천에서 펼쳐진다. 전야제와 시상식은 YTN스타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영화제 홍보대사에는 배우 조한선과 유인영이 위촉됐다. 춘사대상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올해는 춘사 나운규 선생이 타계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영화제 개최도시인 이천에 영화인 거리를 만들어 춘사 선생의 동상을 세우고 설봉공원 호수에 배를 띄우는 등 여러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선구자인 춘사(春史) 나운규(1902-1937) 선생의 영화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부터 한국영화감독협회 주관으로 열린 이 영화제는 지난해 '춘사나운규영화예술제'라는 명칭을 '춘사대상영화제'로 변경해 처음으로 이천에서 열렸다.

<새영화> 덜 진화된 기획코미디 '두 얼굴의…'

(연합뉴스) 정려원ㆍ봉태규 주연의 코믹멜로물 '두 얼굴의 여친'(감독 이석훈, 제작 화인웍스)은 여러모로 6년 전 전지현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연상케 한다. 겉으론 얌전하고 여려 보이는 여자친구가 실은 실연에 따른 충격으로 인해 '다중인격'이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로, 시도때도 없이 여자깡패 같은 성격으로 돌변해 엽기적인 상황을 연출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흥미로운 설정이기는 하지만 6년 전에 선보였던 영화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2007년의 진화된 관객이 어떻게 보아줄지는 의문이다. 대학 7학년 '백수'에 누나집에 얹혀사는 구창(봉태규)은 돈 몇 천 원이 없어 남들이 먹다 남긴 과자부스러기를 주워먹고 사는 한심하고 '찌질한' 인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학교 식당에서 주인 잃은 지갑을 발견하고 배가 고픈 나머지 지갑에서 3천 원을 꺼내 밥을 사먹다가 지갑주인인 아니(정려원)에게 들켜버린다. 그날부터 계속 구창 앞에 나타나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아니. 그 나이가 되도록 여자와 키스 한번 못해본 구창은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귀여운 아니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난생 처음으로 애인을 사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 구창은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슬퍼하는 아니를 위로한답시고 짐짓 남자스러운 척하며 달래주다가 적당히 분위기가 조성되자 키스를 시도한다. 한참 키스에 몰입하려던 찰나, 갑자기 눈을 번쩍 뜬 아니는 키스 도중 구창의 혀를 물고 늘어지더니 순식간에 태도를 180도 돌변해 구창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여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폭력을 행사한다. 아니의 몸속에 있던 또 다른 인격인 하니가 된 것. 하니는 얌전하고 여성스러운 아니와는 정반대로 껄렁껄렁한 말투와 욕설을 입에 달고 살면서 불량배들과 1대4로 붙어도 거뜬히 해치우는 선머슴 같은 여자다. 시도때도 없이 돌변해 나타나는 하니 때문에 구창의 얼굴엔 멍이 가실 날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다중인격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아니는 구창의 멍든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어디서 다쳤느냐고 되물어 구창을 당혹스럽게 한다. 영화는 안봐도 뻔한 스토리대로 흘러가다가 후반부에 약간의 반전과 감동 모드를 거친 뒤 예상 가능한 해피엔드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가 추석 시즌용으로 기획된 코미디물이란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되겠다는 예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독창성이라든가 참신한 영화적 상상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6년 전 선보인 영화의 아류작 같은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이다. 남녀 주인공이 지하철에서 처음 조우한다든가 여주인공의 엽기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다 대고 토사물을 게워낸다는 설정도 참신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상상력의 빈곤을 드러내는 듯하다. 영화의 타이틀롤이라 할 수 있는 정려원이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전지현의 매력을 따라갈 수 있느냐 하는 부분도 관심거리지만 '엽기적인…'에서 보여준 전지현의 매력이 워낙 강렬해 정려원 또한 나름대로 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산을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9월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새영화> 뉴요커들의 사랑방정식 '푸치니…'

(연합뉴스) 뉴욕을 사랑하고 뉴요커들의 삶을 동경한다면 이 영화를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성감독인 마리아 매겐티의 로맨틱 코미디 '푸치니 초급과정'(원제 Puccini for Beginners)은 뉴욕을 위한, 뉴욕에 의한, 뉴욕의 영화라 할 만하다. 다양한 유형의 사랑에 번민하고 방황하는 전형적인 뉴요커들의 사랑 이야기가 지극히 뉴욕적인 영상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인 알레그라(엘리자베스 리저)는 레즈비언이다. 그녀에게는 이미 헤어진 두 명의 레즈비언 애인과 헤어지기 일보 직전인 레즈비언 애인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는 알레그라와 달리 그녀의 전ㆍ현 레즈비언 애인들은 오페라에 별로 흥미가 없다. 결국 사귀고 있던 애인마저 평생을 함께 보낼 남자와 결혼하겠다며 알레그라를 떠나버리자 알레그라는 깊은 외로움과 허전함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필립(저스틴 커크)은 알레그라가 레즈비언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오페라를 따분하게 생각했던 그녀의 레즈비언 애인들과는 달리 컬럼비아대 철학과 조교수인 필립은 오페라를 좋아할 뿐 아니라 좋아하는 책까지 알레그라와 취향이 닮아있다. 알레그라는 '레즈비언인 내가 이래서는 안돼지'라고 자신을 추스르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여자들보다도 마음이 잘 통하는 필립에게 점점 끌리는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다. 한편 필립과 데이트를 시작할 무렵 오래된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해하는 그레이스(그레첸 몰)를 우연히 알게 된 알레그라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레이스 역시 비슷한 상처가 있는 알레그라에게 남자친구에게선 느낄 수 없던 다정다감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본격적인 레즈비언 연애를 시작한다.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사귀게 된 알레그라의 이상한 연애생활은 점점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는데…. 영화는 여류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을 바탕으로 동성애와 이성애, 혹은 양성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여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뉴욕적인 배경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라든가 전형적인 뉴요커들의 파티모습, 뉴요커들이 이성에게 접근하는 방식, 뉴욕의 거리와 고풍스런 고서점, 뉴욕에 있는 일식당, 센트럴파크에서의 한가로운 휴식 등은 오늘날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미드족, 혹은 뉴욕 동경론자들을 위한 덤이다. 자칫 알맹이가 없는 하급 코미디로 전락하기 십상인 소재를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려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9월6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인터뷰> 에든버러 국제영화제 참석 박찬욱 감독

(에든버러=연합뉴스) 영국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박찬욱 감독이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영국을 방문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복수 3부작으로 잘 알려진 박 감독은 19, 22일 두 차례 에든버러 카메오 극장에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선보이고,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박 감독은 "5년 간 복수 3부작을 만들면서 마음이 황폐해진 느낌이 들어 기분 전환차 만든 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고 소개하면서 "12살 난 딸 아이가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로맨틱 코미디라고 소개한 박 감독은 "사랑이라는 말이 아무 데나 사용되고, 무의미해져가고 있다"며 "그래서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동정심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가수 비에 대해 박 감독은 본인이 찾아와서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해 쉽게 캐스팅했다며 "비는 어떤 연기를 주문하든지 겁을 내거나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잘 소화했다"고 칭찬했다. 박 감독의 에든버러 영화제 참석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4년 '올드보이'로 이미 에든버러를 찾았었다. 박 감독은 영화제 기간에 더 타임스, 가디언, 메트로 등 영국 신문과 잡지 10여개와 빽빽하게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을 정도로 영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 "'올드보이'는 관객들로부터 열광을 받았지만, 그만큼 혐오도 받았다"는 박 감독은 "젊은 시절 영화인 '올드보이'는 미숙한 대신 에너지와 흥분이 있다면, 싸이보그는 영화적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를 영국에 소개하고 있는 영화배급사인 타탄은 복수 3부작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영국 시장에 소개했고, 올 12월이나 내년 1월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영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특히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는 관객 반응이 매우 좋았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원래 영국 문학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으며, 조셉 콘래드를 특히 좋아한다"는 박 감독은 "펑크와 고딕 문학 전통 탓인지 영국인들이 제 영화를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올 11월 영국 런던, 옥스퍼드, 워릭 3개 도시에서 열리는 한국영화제인 '코리아 필름 2007'의 초청을 받아 다시 영국을 방문한다. 이 영화제에서는 다른 한국 영화들과 함께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 박 감독 작품 3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15∼26일 열린 올해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에는 이 영화와 함께 김기덕 감독의 '숨', 임상수 감독의 '오래 된 정원', 노경태 감독의 '마지막 밥상' 등 4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에든버러 영화제는 비경쟁 영화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을 골라 소개하고 있다.

<새영화> 낯선 땅 가녀린 영혼 '방황의 날들'

(연합뉴스) 지난해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 경연장인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차지하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김소영 감독의 '방황의 날들'이 한국 관객 앞에 선다. 데뷔작을 통해 단박에 시선을 끈 김소영 감독의 '방황의 날들'은 저예산 독립영화의 특성과 감성을 담백하게 포용하고 있다. 두 명의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압축되며, 카메라는 근거리 관점을 택해 관객과의 밀착력을 높인다. 또한 거친 화면 톤은 불안한 주인공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겉으로는 심드렁해 보이지만, 치열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미국 10대 이민 청소년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부산에서 태어나 12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김 감독의 성장담이 자연스레 담겨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주인공 에이미 역에 캐스팅된 비전문 배우 김지선의 연기는 연기라기보다 일상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으로 착각할 만큼 현실감이 있다. 김지선과 트란 역의 강태구의 연기가 영화의 목표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조기유학, 또는 어떤 이유에서든 한국에서의 탈출을 꿈꾸며 '아메리칸 드림'을 선택한 어른들의 결정으로 인해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주변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데다 사춘기라는 절박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청소년의 쉽지 않은 성장기가 가슴 아리게 그려진다. 영화는 애써 주장하지 않은 채 그저 에이미와 트란의 일상을 쫓아가는 것으로 대신한다. 툭툭 끊어지는 대화의 짧은 문장 속에 말로는 미처 담을 수 없는 고민이 투영된다. 기교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접근한 감독의 의도는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 하나를 안기는 성과를 거뒀다. 이 영화는 선댄스영화제뿐 아니라 지난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도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았고, LA영화제 '평론가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10대 소녀 에이미는 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배우지만 영 흥미가 없다. 늦게까지 일 나가는 엄마와는 꼭 필요한 말만 하게 된다. 그럼에도 에이미는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아주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이 담긴 편지를 쓴다. 에이미 곁에는 친구 트란이 있다. 여자친구와 얼마 전 헤어진 트란과 함께 다니는 사이 에이미는 그를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점차 느낀다. 트란의 등에 타투를 해주고, 트란에게 말 거는 여자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끼고….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간다. 어느 날 오디오를 훔친 차 안에서 부모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를 본 에이미는 아버지 생각에 울적해지고 엄마가 재혼을 했으면 한다는 말에 더욱 혼돈 속에 빠진다. 거기에 자신의 몸을 만진 트란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도 미묘해진다. 영화는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고, 갑자기 화면이 뚝 끊기듯 끝나고 만다. 삶이란 늘 현재진행형. 15세 이상 관람가. 9월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