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감독 "난, 영화였다"

(연합뉴스) 타계한 지 1년이 된 고(故) 신상옥(1926~2006) 감독의 유고집 '난, 영화였다'가 출간돼 평생 영화에 자신의 일생을 바친 고인을 새삼 기리게 한다. 이 책은 신 감독이 생전에 써놓은 글로, 직접 자신의 일생을 정리한 자서전이다. 2001년 써놓았지만 책을 펴내려던 시점에 지병이 악화돼 책 출간을 미룬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2001년 11월 할리우드 신 프로덕션에서 신상옥'이라고 적은 서문이 더욱 안타까움을 준다. 한국영화사에서 신감독은 우뚝 서있는 인물. 1960~1970년대 그가 설립한 신필름을 통해 내놓은 '성춘향' '빨간 마후라'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벙어리 삼룡' '열녀문' 등은 한국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다. 또한 그의 배우이자 반려자로서 영원한 파트너인 최은희 여사와의 파란만장한 삶은 한국 현대사를 묵묵히 담아내고 있다. 그는 "'영화 작가 신상옥'과 '영화 제작자 신상옥'을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ㅡ 그것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나의 양면이다"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또 신감독은 "내가 보는 내 작품들의 가장 큰 취약점은 짙은 삶의 냄새와 생생한 실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솔직히 고백하며 "어쩌다 젊은 나이에 유명해졌고 이후로는 잠시도 한눈 팔 새 없이 영화에만 매달려 살다 보니 다양한 체험을 하며 인생의 깊이를 느끼고 고민할 겨를을 갖지 못하고 항상 급하다는 핑계로 작품 하나하나 깊은 맛이 우러나오도록 익히지 못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당시 노감독의 성찰을 엿볼 수 있는 대목. '난, 영화였다'라는 자신만만한, 그리고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제목 속에 책은 나운규와의 만남,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영화계에 대한 증언 등 한국영화가 소중히 간직해야할 것들을 실었다. 북한 영화 최초의 괴수영화인 '불가사리'에 대한 이야기, '신필림'이라는 개인의 이름이 들어간 회사 설립을 허가해줄 정도로 파격적이었던 김정일의 배려, 김정일에게 "개인 우상숭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통렬히 고언했던 것 등이 담겨 있다. 랜덤하우스 펴냄. 240쪽.

이천 춘사대상영화제

이천춘사대상영화제(春史大賞映畵祭)는 춘사 나운규의 민족정신을 구현하는 이 땅의 영화와 영화인들을 위한 축제이며, 기존 영화제의 현시적(顯示的) 상업주의 성향을 극복하고 공정성 사회성 역사성을 확보함으로써 신·구(新·舊), 보·혁(保·革), 좌·우(左·右)의 모든 이념을 초월하고 영화인들의 활력과 화합의 계기를 만들어 한국영화예술의 진정한 미래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춘사 나운규는 1902년 10월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생했다. 1919년 3·1운동 당시 회령 만세사건 주동자로 활동하다 일본 경찰의 수배를 피해 만주를 거쳐 러시아로 피신한다. 1년 후 간도로 돌아와 독립군 비밀조직 도판부에 가입하고 중동학교에 입학했다. 중동학교 재학 중 도판부 사건 혐의자로 체포되어 청진형무소에 수감되고 그곳에서 독립투사 이춘식으로부터 춘사라는 호를 받는다. 만기출소 후 회령으로 돌아와 극단 ‘예림회’에 가입하고, 안종화의 소개로 부산 조선키네마주식회사의 연구생 배우로 입사해 1925년 조선키네마주식회사의 제2회작 ‘운영전’에 단역으로 출연, 드디어 영화에 데뷔한다. 이 후 ‘장한몽’, ‘농능조’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는다. 1926년 ‘아리랑’의 원작, 각본, 주연으로 국민들로 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돼 나운규 프로덕션을 설립, ‘잘 있거라’, ‘옥녀’, ‘사랑을 찾아서’, ‘사나이’, ‘벙어리 삼룡이’ 등 민족성이 강한 영화들을 제작 발표한다. 1937년 8월 36세의 피끓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춘사 나운규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민족 혼을 기리고자1990년 한국영화감독협회 회장인 김호선 감독이 ‘춘사 나운규야 말로 한국영화의 맥’이라는 의식을 갖고 춘사기념사업회를 발족, 1999년 춘사 나운규 영화예술제를 개최했다. 이 후 축제이미지 구축과 여타 영화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큰 상(大賞)으로서의 권위를 지닌다는 춘사 대상영화제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대종상 청룡상 영화대상과 더불어 국내 4대영화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제1회 대상 ‘그들도 우리처럼’을 비롯, 제3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제4회 ‘서편제’, 제9회 ‘친구’, 제14회 ‘한반도’ 등 많은 최우수 작품들이 시상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9월14일 이천시에서 열리는 제15회 춘사대상영화제(15th CHUNSA Film Art Festival)는 이천시와 (사)한국영화감독협회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이천시의회가 후원해 이천시 설봉공원에서 개막된다. 대회장인 조병돈 이천시장은 “이번 영화제는 단순 영화인들만의 행사가 아닌 지역과 함께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이는 행사로서의 가치가 지역경제와 맞물려 그 가치성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영화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좀 더 능동적인 산업화를 일구고자 하는 것에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밀양’ 등 40여편의 출품작을 심사, 예심을 통과한 9편의 영화에 대해 최우수작품상감독상 남·녀주연상 나운규 대상 한류문화상 등 21개 부문에 걸쳐 시상을 하며 시상트로피는 이천시의상징인 도자기를 증정하게 되다. 이번 행사는 지역과 함께한다는 취지를 살려 행사전 10여일 동안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개봉작으로 예심을 통과한 9편의 영화을 설봉공원에서 시사회를 갖는다. -소도시라 할 수 있는 이천시에서 개최하게 된 이유는. ▲이천시는 옛부터 도자문화와 관광상품이 많은 문화예술의 도시로 유명하다. 영화산업을 지방에 접목해 지역경제활성화와 영화 문화를 많은 주민들이 직접 느끼면서 영화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영화제의 특징이 있다면. ▲영화제의 상업성을 탈피하고 춘사 선생의 민족 혼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후세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앞으로 평양과 이천을 오가는 남·북 합동영화제를 개최해 통일의 기틀을 다지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1천여명의 일본 관광객들도 이러한 춘사 선생의 얼을 알리는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영화제 추진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상업성을 탈피하다 보니 예산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저의 일생에 있어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하고 모든 정력을 다 할 예정이며 사비라도 투입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칠 각오다. -끝으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이들의 축제가 되도록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행사장도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많이 오셔서 영화를 즐기고 배우들과도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이천=김태철기자kimtc@kgib.co.kr

<새영화> 신선도 떨어지는 펭귄 애니 '서핑업'

(연합뉴스)소니픽쳐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서핑업'(원제 Surf's Up)은 '해피피트' '마다가스카'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펭귄 소재 애니메이션이다. 할리우드는 최근 펭귄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잇따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젠 더이상 소재만 가지고는 어린이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기가 어려울 만큼 애니메이션 소재로서의 신선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서핑업'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픽션인 모큐멘터리(mockumentary) 형식을 도입했다. 서핑에 일가견이 있는 18살 펭귄 코디 매버릭은 서핑 스타가 돼 남극 작은 마을의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는 것이 꿈이다. 펭구섬에서 열리는 세계서핑챔피언대회에 참가한 코디는 악명높은 서핑챔피언 '탱크'와의 대결에서 완패하고 파도에 휩쓸려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때 코디는 우연히 서핑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빅Z'를 만나게 되고 '빅Z'는 코디에게 1등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충고한다. '빅Z'와 여자친구 래니 엘리케이의 응원에 힘입어 재차 서핑챔피언대회에 도전한 코디는 마침내 '탱크'를 물리치고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데…. 코디 매버릭에 대한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하는 '서핑업'은 태초에 물과 파도가 생겨난 이래 펭귄은 남극의 얼음보드 위에서 서핑을 시작했으며 서핑의 발상지 또한 남극이란 애교어린 주장을 펼친다. 영화는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발견됐을 법한 고대 벽화에 서핑보드로 추정되는 나무판을 들고 있는 펭귄과 그 모습을 설명하는 상형문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고대 일본 서화에도 유유히 파도를 가르는 펭귄의 모습이 그려져있다는 식의 설정으로 상황 설정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려는 귀여운 노력을 보여준다. 소니픽쳐스의 진보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돋보이는 '서핑업'은 개봉 시즌에 딱 어울리는 해양스포츠 서핑을 소재로 삼았고 실사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모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해 나름대로 식상함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줬지만 특별히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가족용 애니메이션다운 안온함과 교훈, 그리고 약간의 유머가 가미된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애니메이션의 진부함을 답습한다. 펭귄들이 서핑을 즐기는 산홋빛 바다와 반짝이는 모래 알갱이, 노을에 물든 아름다운 황금빛 해변, 서퍼 펭귄들을 단숨에 바닥으로 치닫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파도물살 등을 실감나게 표현한 CG 기술은 인상적이긴 하지만 스타일이나 플롯상의 진부함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작사가 새로운 시도라고 내세우는 모큐멘터리 형식은 시도 자체는 가상하지만 격에 어울리지 않고 되레 재미를 반감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코디 매버릭의 목소리 연기를 '트랜스포머'의 히어로 샤이아 라보프가 맡았으며 제프 브리지스(아찌), 주이 디샤넬(래니 엘리케이), 존 헤더(치킨 조), 제임스 우즈(레지 벨라폰트)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더빙연기에 참여했다. 8월9일 개봉. 전체 관람가.

'심슨 가족', 대형스크린에서도 대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지난 18년간 미국 폭스TV에서 방영돼 최장상영 시트콤기록을 지니고 있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 대형스크린에서도 대박을 터트렸다. 27-29일 북미지역 주말 박스오피스 잠정집계에 따르면 영화 '심슨 가족'(원제 The Simpsons Movie)은 사흘동안 7천19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1위로 개봉했다. 영화 '심슨 가족'은 지난 주말 1위였던 애담 샌들러 주연의 코미디 '척과 래리'를 큰 차이로 2위로 밀어냈다. '척과 래리'는 사흘동안 1천9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1천710만 달러로 3위를 차지하면서 3주 동안 북미지역에서만 2억4천2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호머, 마지, 바트, 리사와 매기 등 심슨 가족의 캐릭터들이 모두 등장하는 영화 '심슨 가족'은 3천922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스크린당 1만820만 달러의 평균수입을 기록했으며, 북미지역 외 70개국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배급사인 20세기 폭스측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예상했던 흥행수입을 훨씬 능가한다"면서 "우리는 모두 흥분상태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그려진 애니메이션인 '심슨 가족'은 또한 '트랜스포머' '라따뚜이' 등을 제치고 올해 개봉작 중 다섯번째로 높은 개봉기록을 세웠다. '심슨 가족'의 흥행성공으로 할리우드의 여름 박스오피스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주말 톱12편의 영화가 올린 총수입은 1억6천86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5%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편 같은 날 개봉한 캐서린 제타 존스 주연의 코미디영화 '예약 사양'(원제 No Reservations)는 1천180만 달러로 5위를 차지했으며, 잇단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린제이 로한 주연의 스릴러 '난 누가 나를 죽였는지 알고 있다'(원제 I Know Who Killed Me)는 340만 달러로 9위로 개봉하는데 그쳤다. 이 밖에 4위는 '헤어스프레이'(1천560만 달러), 6위 '트랜스포머'(1천150만 달러), 7위 '라따뚜이'(720만 달러), 8위 '다이 하드 4.0'(540만 달러), 그리고 10위는 '당신의 캐디는?'(290만 달러)이 각각 차지했다.

린제이 로한의 새 영화 "올해 최악의 영화"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거듭된 재활 실패와 음주운전 등 말썽 많은 사생활로 비난과 동정의 시선을 함께 받고 있는 여배우 린제이 로한이 출연한 영화조차도 혹평을 받아 거듭된 곤경을 겪고 있다. 로한이 주연으로 나온 새 영화 '나는 누가 날 죽였는지 알고 있다'(원제 I Know Who Killed Me)는 영화데이터베이스인 IMDB 닷컴의 관객 평에서 10점 만점에 평균 4.8점의 낮은 평점을 올렸고 평론가들로부터도 잇단 혹평을 받았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이 영화를 올해 최악의 영화 후보로 꼽으면서 '스릴'이 없는 "말도 안되는 스릴러"라고 지적했다. 로한이 1인 2역을 맡은 이 영화는 "최악의 영화 후보가 될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것.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 플롯에다 평균 이하의 특수효과, 기계적인 연기 등 삼박자를 갖추었다면서 별 한 개짜리도 안된다고 혹평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이어 '저스트 마이 럭' '조지아 룰' 등 성공적인 영화에 출연했던 로한이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힐난했다. 이 영화에서 로한이 연기한 주인공 오브리 플레밍은 작가 지망생이자 유망한 피아니스트로 어느 날 저녁 친구들과 외출을 했다가 사라진다. 이후 플레밍은 미친 남자의 고문방에서 한 손과 다리 한쪽이 잘린 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부모와 경찰이 범인을 찾아나서지만 플레밍은 부모가 부르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은 다코다 모스이며 스트립 댄서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자신이 플레밍의 일란성 쌍둥이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로한의 부적절한 처신 탓에 영화가 혹평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로한이 음주운전과 코카인 소지 혐의로 체포된 탓에 영화는 홍보행사 없이 27일(현지시각) 개봉했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는 물론 시사회도 열리지 않았다. 로한이라는 스타를 내세웠지만 영화 홍보에 전혀 활용하지 못한 셈. 로한이 너무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됐고 스타덤이 가져오는 부와 명성을 주체하지 못한 만큼 감옥살이만이 그를 철들게 할 것이라고 일부 팬들은 지적하고 있다.

<'틈새영화'가 뜬다>

(연합뉴스) '스파이더맨3'나 '화려한 휴가'같이 엄청난 돈이 투여된 대작은 아니지만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특정계층을 겨냥해 만든 '틈새영화'가 극장가에서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지난 17일 개봉해 CGV에서 상영중인 '파워레인저 매직포스&트레저포스-극장판'은 쟁쟁한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CGV 예매 순위 5위권을 유지하면서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박스오피스 6위에 오르는 등의 선전으로 1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초등학생 이하 관객층을 겨냥한 '파워레인저'는 이른바 '실사 특촬(특수촬영) 영화'로 어른이 보기에는 다소 어설퍼 보일 수 있는 구성이지만 어린이 눈높이로 보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재미를 주고 있다는 평가다. '파워레인저'는 인기 TV 시리즈로 각 캐릭터가 완구, 문구용품 등으로도 제작돼 이미 어린이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이 특정계층을 겨냥한 '틈새영화'가 올 들어 극장가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 3월 전국 CGV 체인에서 단독 개봉해 1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애니메이션 '빼꼼의 머그잔 여행'도 같은 맥락이다. 어린이 중에서도 특히 미취학 아동을 주요 타깃으로 한 이 영화는 대사도 거의 없고 단순한 구성이지만 캐릭터의 행동 하나하나에 어린이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며 선전을 펼쳤다. CGV는 또 지난 6월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단 5개 관에서 개봉해 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짭짤한 성공을 거뒀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2006년 일본에서 개봉했지만 국내에서는 그간 10~20대 불법 다운로더들에 의해 '영화관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입소문이 퍼짐에 따라 정식 개봉을 결정한 경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초속 5센티미터' 역시 CGV 단 두 개 관에서 개봉했음에도 관객 1만 명을 넘어선 후 중앙시네마에서 장기 상영에 돌입했다. 또 지난 3월29일 개봉 후 꾸준히 관객이 찾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 역시 5일부터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앙코르 상영 중이다. 27일 현재 6만9천여 명이 들어 7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 같은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하이퍼텍 나다 측은 당초 2주 상영할 예정이었으나 당분간 스크린을 유지하기로 했다. 메가박스도 지난 5월 '무비온스타일'이라는 20~30대 싱글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영화 프로그램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첫 작품으로 채닝 테이텀 주연의 '쉬즈더맨'을 단독 개봉,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같은 잇단 성과에 힘입어 CGV는 다음달 15일 가족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실사 다큐멘터리 영화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을 개봉하기로 했다. 북극곰 '나누'와 바다코끼리 '실라'가 여러가지 모험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어린이들에게도 친숙한 탤런트 서민정이 내레이션 더빙에 참여해 교육적 메시지와 재미를 모두 선사할 예정이다. CJ CGV 프로그램팀 황인선 팀장은 "최근 몇 차례 진행했던 세분화된 타깃별 프로그램 전략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기존 영화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인디영화관 운영과는 별도로 일반 관객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자체적인 영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