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02년의 '본 아이덴티티', 2004년의 '본 슈프리머시'에 이은 '본 시리즈'의 완결판 '본 얼티메이텀'은 전편의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도 한층 강화된 스케일과 액션을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본 아이덴티티'의 제작비가 6천만 달러, '본 슈프리머시'가 7천500만 달러였던 데 비해 '본 얼티메이텀'에는 1억1천만 달러(한화 약 1천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토리노, 스페인 마드리드, 모로코 탕헤르, 미국 뉴욕 등 세계 각지를 오가며 벌이는 장쾌한 액션과 숨막히는 추격전은 한눈에 봐도 이 영화가 돈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은 블록버스터급 액션물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돈이 많이 들어갔으니 때깔이 좋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편의 흥행에 고무된 유니버설 영화사가 '본 얼티메이텀'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 슈프리머시'를 연출했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본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맷 데이먼이 전편에 이어 제이슨 본 역을 맡았다.
'본 얼티메이텀'의 스토리는 전편에서 이어진다.
전편에서 자신을 암살자로 훈련시켰던 CIA 비밀조직 트레드스톤의 실체에 접근한 제이슨 본은 아직까지 기억상실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뿌리까지 파헤치기로 결심한 본은 자신의 이야기를 탐문 취재해온 영국 가디언지의 기자 사이먼 로스(패디 콘시딘)와 접촉한다.
본과 관련한 기사를 싣기도 했던 로스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이슨 본과 그가 속했던 비밀조직 트레드스톤에 대한 기밀정보를 전달받고 이와 관련한 탐문 취재에 몰두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본이 로스와 접촉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CIA 고위 간부 노아 보슨(데이비드 스트레이던)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이들을 살해하려 한다.
트레드스톤의 뒤를 잇는 새로운 비밀 암살조직 블랙브라이어를 이끌고 있는 보슨은 본이 로스와 접촉할 경우 조직의 치부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며 본과 로스가 만나기로 한 장소로 암살자를 급파한다.
로스를 보호하기 위한 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스는 저격수의 총에 살해당하고 로스의 취재메모에서 제보자의 신원을 알아낸 본은 제보자를 만나기 위해 마드리드로 향한다.
조직과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본을 제거하려는 보슨과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이들에 맞서 싸우며 비밀의 심장부에 한발한발 접근하는 본의 숨막히는 추격전은 런던에서 토리노로, 마드리드로, 탕헤르로, 뉴욕으로 숨쉴 틈 없이 이어진다.
유럽과 아프리카, 미주의 7개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본과 그를 제거하려는 조직 간의 긴박한 추격전과 생사를 건 액션신은 이 영화의 백미(白眉)다.
심장 박동소리를 연상케 하는 긴장감 넘치는 주제음악과 핸드헬드 카메라, 크레인, 달리 트랙 등을 이용해 촬영한 입체적인 추격신은 단연 '본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만하다.
특히 암살자와 본이 탕헤르의 빽빽한 주택가를 오가며 벌이는 추격전과 액션신은 워낙 카메라 워킹이 현란해 어지러울 정도다.
'본 시리즈'의 열혈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시청각적 성취를 '본 얼티메이텀'은 달성하고 있으나 또 어찌 보면 전편인 '본 슈프리머시'와 거의 흡사한 플롯 전개 방식은 시리즈물이 가질 수밖에 없는 식상함과 한계를 어쩔 수 없이 노정(露呈)하는 부분이기도 한다.
'본 얼티메이텀'이 전편을 능가하는 돈을 벌어들일 경우 고개를 들 것이 자명한 또다른 속편 제작 움직임이 우려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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