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박스오피스> 애니메이션 '비 무비' 1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스탠드업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의 애니메이션 영화 '비 무비(Bee Movie)'가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지난주 덴절 워싱턴과 러셀 크로의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에 간발의 차로 밀려 2위에 그쳤던 '비 무비'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북미지역 주말 박스오피스 잠정집계에 따르면 9일부터 11일까지 2천600만 달러를 벌어들여 1위로 올라섰다. 시트콤 '사인펠드'로 유명한 사인펠드가 주인공 배리 벤슨 목소리와 시나리오를 맡고 르네 젤웨거, 크리스 록, 매튜 브로드릭 등이 성우로 출연한 '비 무비'는 개봉후 10일 동안 모두 7천22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배우 워싱턴과 크로, 그리고 '글레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아메리칸 갱스터'는 사흘 동안 2천430만 달러를 기록, 2위로 밀려났지만 10일 동안 모두 8천7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가족영화인 '비 무비'는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추수감사절(22일) 주말을 맞아 흥행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2주 연속된 '비 무비'와 '아메리칸 갱스터'의 선전으로 새로 개봉한 영화 '프레드 클로스(Fred Claus)'와 '로스트 라이언즈(Lions for Lambs)'는 각각 3위와 4위에 처졌다. 29일 한국에서 '산타는 괴로워'라는 이름으로 개봉하는 '프레드 클로스'는 빈스 본이 산타(폴 지아마티)의 형으로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로 사흘 동안 3천603개관에서 1천920만 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로버트 레드퍼드가 감독, 출연하고 톰 크루즈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로스트 라이언즈'는 30대 이상 남성을 주관객으로 겨냥해 지난 주말 2천215개 스크린에서 67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임창정 "포스터 보고 적잖게 놀랐어요"

(연합뉴스) "저도 영화 포스터 보고 적잖게 놀랐어요. 사실 '스카우트'는 포스터의 이미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코미디 영화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감독이나 배우가 포스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니…." 14일 개봉하는 영화 '스카우트'에서 주인공 호창 역을 맡은 임창정(34)은 자신의 익살스런 표정이 유난히 돋보이게 만든 영화 포스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포스터 얘기를 꺼내자 미리 생각해놓았었다는 듯 포스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피력했다. "포스터가 우리가 생각했던 거와 많이 달랐어요. 사실 그 포스터만 보면 누구라도 '스카우트'가 그냥 그런 코미디 영화겠거니 하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어느 정도 그 부분(포스터가 주는 선입견)을 이길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봐요." 임창정은 그동안 '색즉시공' 등 일련의 영화활동을 통해 코믹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탄탄히 쌓았다. 그 때문에 그가 나온 영화라고 하면 으레 코믹영화겠거니 하는 선입견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의외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게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제가 특별히 코믹하게 보이려고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비친다는 것은 제가 그쪽에 소질이 있고, 또 그게 제 스타일이라는 거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한 번도 일부러 코미디 연기를 하려 해서 한 적은 없어요. 제가 표현하려는 것은 늘 똑같아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생 같고 친구 같고 형 같은, 그런 편안한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제 의도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코믹하게 비친다면 제 스타일이 그런 거죠." '스카우트'에서도 그는 이른바 '코믹연기'라고 할 만한 것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생활연기'를 할 뿐이다. 오히려 '스카우트'에서 그가 연기한 호창은 상당히 진지하고 어찌 보면 비극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아픈 기억을 가진 못다 이룬 사랑의 주인공이자 5.18 광주 민주항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간 힘없는 민초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엔딩 장면을 놓고 여러 가지 의견이 많았어요. 저는 호창의 비극적 결말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는 엔딩을 원했는데, 결국 채택된 것은 상세한 내레이션이 붙은 해피엔딩이었죠. 또 다른 의견은 호창과 세영이 둘이 행복하게 잘 살게 됐다는 완전한 해피엔딩이었는데, 그건 정말 아니더라구요. 근데 막상 영화 나온 걸 보니까 내레이션 붙은 게 괜찮은 거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더 만족하고 있어요."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이미지 바꿔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요. 아시다시피 (코믹배우로서의 이미지가 박혀있는데) 저한테 스릴러나 느와르 장르의 시나리오가 들어오지는 않을 거잖아요. 매번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비슷비슷한 그런 건데, 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편으로는 이거라도 잘해서 1등이 돼보자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 찍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느냐고 묻자 임창정의 표정이 밝아졌다. "상대역인 엄지원 씨와 키스신을 찍을 때였는데요. 전 몰랐는데, 키스신 찍을 때 집사람이 통닭 사들고 촬영 현장에 와 있었던 거예요. 한참 찍고 나서 보니까 집사람이 통닭을 양손에 들고 서서 째려보고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좋냐?"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여자랑 키스하니까 좋지 않좋냐?"라고 응수했죠.(웃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이젠 주연이 아니라 조연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주연은 상당히 정형화되고 틀에 갇혀있는 캐릭터거든요. 애드립도 맘대로 못하고 제가 뭘 해볼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는 편이죠. 반면 조연은 많이 열려있는 것 같아요. 비교적 자유롭게 개인기도 발휘할 수 있고. 주연만 하다가 조연하는 게 싫지 않냐고요? 전혀요. 저는 직업이 연기자이고 배우이지 주인공이 아니거든요. 물론 주연을 한 번도 못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주연이 해보고 싶겠지만 저는 이미 많이 해봤잖아요."

<새영화> 따뜻한 동화 '마녀배달부 키키'

(연합뉴스)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바다에 접해 있는 예쁜 유럽 마을의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꿈. '마녀배달부 키키'는 어렸을 적 누구나 꿈꿨을 법한 순수한 소망을 실현해 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확고한 명성을 쌓아놓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애니메이션을 지브리 스튜디오 설립 초기인 1989년 만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뒤늦게 18년 만에 극장 개봉된다. 빗자루를 탄 마녀라는 서양의 전설을 소재로 삼고 있어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초현실적 상상력을 무한하게 펼친 작품은 아니지만 열세 살 초보 마녀가 인간 세계에서 펼치는 모험담을 통해 따뜻하고 활기찬 동화의 모습을 한껏 살리고 있다. 여기에 마법의 빗자루와 자동차, 비행선이 공존하는 자유로운 시대적 배경과 근현대 유럽 마을이란 공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경쾌한 판타지의 분위기도 가득히 펼쳐진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주인공 키키가 빗자루를 타고 푸른 바다나 숲 위를 시원하게 가르는 장면은 역시 영화의 백미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초기작답게 이 애니메이션에는 정겨우면서도 선이 깔끔한 그림체가 살아 있다. 사람뿐 아니라 말하는 고양이 등 동물의 모습도 최대한 귀엽게 그려낸다. 또 미야자키 하야오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영화음악 감독 히사이시 조의 감성적인 선율도 들을 수 있다. 마녀인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 키키는 13살이 되면 보름달이 뜬 날 홀로 길을 떠나 마을을 한 곳을 선택해 수행을 해야 하는 마녀들의 오랜 관습에 따라 집을 떠난다. 키키는 마녀의 동반자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다 기차에서 비를 피하기도 하며 넓은 항구도시에 도착한다. 키키는 마을에서 실수로 차도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톰보라는 마을 소년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벗어난다. 키키는 새로운 마을이 낯설고 어떻게 정착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지만 친절한 빵집 주인 오소노 부인의 도움으로 다락방에 짐을 풀게 된다. 점 보기나 약 만들기 등 특별한 기술이 없는 키키는 빗자루를 타고 물건을 배달해 주고 돈을 받는 일을 시작하기로 한다. 22일 개봉. 전체관람가.

영화 '식객', "편집하라고? 그럼 일본에 안 팔아"

(연합뉴스) 영화 '식객'이 일본 배급사측의 일부 장면 편집 요구에 대해 원본을 수정하면서까지 팔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영화 '식객' 제작진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에서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 '식객'에 대한 판권 구매 의사가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역시 3~4개의 배급사가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종반부에 등장하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 해석을 수정하길 원했다는 것. 영화 '식객'은 대령숙수의 칼을 놓고 벌어지는 김강우와 임원희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가장 한국적인 소고기탕을 끓여내는 게 관건이었고, 이를 평가하는 사람은 대령숙수의 음식 맛을 기억하고 있는 일본인. 김강우와 임원희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국을 끓여 내온다. 김강우의 허를 찌르는 선택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한편 순종의 궁중 요리사였던 대령숙수가 순종 서거 후 요리를 그만 두는 과정에서 일본인과의 갈등이 강도 높게 그려진다. 일본 배급사측에서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던 것. 전윤수 감독은 "절대 편집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수익을 좀 더 내자고 일본의 요구에 맞춰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제작사 및 투자사측에 의사를 밝혔고, 이들 회사도 전 감독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영화 '식객'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선판매를 시작해 현재 몇몇 국가와 마지막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다. 1일 개봉한 '식객'은 개봉 첫 주에만 약 55만 명이 관람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개봉 2주차 주말 예매에서도 각 사이트별로 35~40%의 점유율을 보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작년 '타짜'에 이어 '식객'까지 흥행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허영만 화백 원작 영화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화발전기금도 위헌 시비 휩싸이나>

(연합뉴스) 2003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판정을 받아 폐지된 문예진흥기금에 이어 올해 신설된 영화발전기금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7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공개한 영화진흥위원회 내부 법률검토 자료에 따르면 H법무법인은 정부의 영화발전기금의 징수체제가 과거 위헌 판정을 받은 문예진흥기금과 본질적으로 동일해 헌재를 통해 또다시 위헌 결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H법무법인은 "(정부의) 예산안과 별도로 부담금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여서 엄격한 헌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면서 "조성되는 기금이 관람자들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도 아니므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H법무법인은 또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영세한 영화관 경영자에 대해 부과금 징수 의무를 면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일부 영화관 사업자가 정부의 영화발전기금 징수 방침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영화발전기금의 위헌성 여부는 조만간 헌재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 영상산업팀 관계자는 "문예진흥기금이 위헌 판정을 받았던 것은 기금을 부담하는 집단과 기금 혜택을 받는 집단이 같아야 하는 동일성의 원칙에 어긋났고 징수 대상을 문화관광부 장관이 지정하도록 해 포괄위임 금지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라며 "반면 영화발전기금은 영화에만 한정해 걷고 영화관에서 모금한다고 법률에 지정했기 때문에 위헌적 요소를 해결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진위 관계자도 "H법무법인의 검토의견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 이후 올 1월 제출된 것으로 법률의 위헌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색, 계' 100만 넘는 '영화제 영화' 되나>

(연합뉴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색, 계(色, 戒)'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보통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최고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예술성은 뛰어날지 몰라도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흥행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봉됐던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 수상작 중 100만 관객을 넘은 극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는 것만 봐도 이른바 '영화제용 영화'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가늠할 수 있다. 100만은커녕 50만 명도 못 넘긴 영화가 수두룩하다고 아예 개봉조차 하지 못했던 영화도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흥행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영화를 찾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색, 계'는 다르다. 개봉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10시 현재 '색, 계'는 30.60%의 예매점유율(맥스무비 기준)을 기록하며 다른 상업영화들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색, 계'의 국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당초 150개 안팎 스크린에서 영화를 개봉하려던 계획을 바꿔 일반 상업영화 수준인 전국 220개 규모의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당초에는 일반적인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크지는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150개 안팎 규모의 스크린을 잡으려 했으나 시사회 이후 워낙 반응이 뜨겁고 관심도가 높아져 스크린 수를 크게 늘려 개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색, 계'가 주요 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으로는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색, 계'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라는 후광과 함께 실제상황을 방불케 하는 남녀 주인공간의 격렬한 정사신 장면에 대한 수입사 측의 공격적 마케팅과 대중의 호기심이 결합돼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중국에서는 검열 때문에 상당부분 삭제됐으나 국내에서는 무삭제로 개봉된다는 데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색, 계'의 경우 베니스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점 때문에 에로물을 좋아하는 대중뿐 아니라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지적인 소비자들도 거리낌없이 극장을 찾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터로 더듬어보는 한국영화 30년>

(연합뉴스) 영화 포스터 한 장에는 필름 여러 통이 농축돼 있다. 게다가 필름이 남아 있지 않다면 '영화의 얼굴' 포스터는 더없이 귀중한 자료가 된다. 1950년부터 1980년까지의 한국 영화 포스터 2천여 점을 한데 엮은 책이 나왔다. 이 가운데 1천여 점은 유일본으로, 비슷한 수는 해당 작품의 필름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영화 자료수집가 양해남은 '포스터로 읽는 우리 영화 삼십 년'(열화당)에서 지난 19년 동안 열정과 집념으로 모은 정규 포스터 2천여 점을 시대순으로 소개한다. 1950년대 포스터 161점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먼저 '검사와 여선생'(1958ㆍ감독 윤대룡). 그에 앞서 윤 감독이 1948년 만든 무성영화 필름은 보존됐지만 그 뒤에 만들어진 발성판 필름은 남아 있지 않다. 또 한국 최초의 여자 감독 박남옥의 영화 제목이 '미망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포스터에는 '과부의 눈물'이란 제목 밑에 '일명 미망인'이라고 표기돼 원제를 보여주고 있다. 책에 실린 1960년대 포스터는 이 시기 제작된 영화 1천500여 편의 3분의 2 가량인 1천여 점에 이른다. 제1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마부'(1961ㆍ강대진)와 '맨발의 청춘'(1964ㆍ김기덕),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ㆍ김수용),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ㆍ신동헌), 수많은 속편을 낳은 멜로 '미워도 다시 한번'(1968ㆍ정소영) 등이 눈길을 끈다. 1970년대 포스터로는 유현목 감독의 '분례기'(1971), 이규환 감독의 유작 '배따라기'(1973),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ㆍ이만희), '태백산맥'(1975ㆍ권영순), '영자의 전성시대'(1975ㆍ김호선), '바보들의 행진'(1975ㆍ하길종) 등이 실려 있다. 모두 14번 영화로 만들어진 '춘향전' 가운데 여덟 편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조미령, 고유미, 김지미, 최은희, 서양희, 문희, 홍세미, 장미희 등 당대의 여배우들이 표현하는 성춘향을 포스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놀부와 흥부'(1950), '청춘극장'(1959),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빨간 마후라'(1964),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등 추억의 명화를 찾아보는 재미도 클 듯하다. 양해남은 후기에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영화 포스터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며 "영화 연구자, 생활사 연구자를 비롯해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까지 다양한 분야, 다양한 관점의 해석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갈 것(305쪽)"이라고 기대했다.

<새영화> 장르적 배신의 효과 '스카우트'

(연합뉴스) 임창정은 '색즉시공' 등 일련의 영화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코믹배우로서의 입지를 쌓아올렸다. 그 때문에 그가 출연하는 영화라고 하면 으레 코믹영화겠거니 하는 선입견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스카우트'(감독 김현석, 제작 두루미필름)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는 '코미디'라는 장르설명이 붙어 있을 뿐 아니라, 임창정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야구선수 등에 매달려 있는 포스터는 누가 봐도 이 영화가 코미디일 것이란 상상을 하게끔 만든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사실에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을 관객이 별로 없을 듯하다. 사실 '스카우트'는 상당히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다. 그것이 반드시 1980년 5ㆍ18민주화운동이 발생하기 직전 열흘간의 광주를 영화의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다는 것 때문은 아니지만 5ㆍ17 비상계엄 확대까지의 시국상황은 실제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 제작진은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영화의 99%가 픽션'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영화의 만듦새는 팩션(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닮아 있다. '스카우트'는 1980년 당시 광주일고 3학년이던 국보급 투수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주요 대학스카우터간 불꽃 튀는 경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일 뿐, 영화가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동열을 스카우트하라는 특명을 받고 광주에 급파된 대학 야구부 직원 호창(임창정)과 7년 전 헤어진 연인 세영(엄지원)과의 못다 이룬 러브스토리가 그것이다.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에 급파된 호창은 선동열 대신 7년 전 헤어졌던 연인 세영을 만난다. 리샤오룽(李小龍)이 죽던 날 갑자기 이별을 선언하고 사라졌던 세영은 7년 만에 만난 호창을 불편해하고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주먹 곤태(박철민)는 호창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선동열이 이미 경쟁대학으로 스카우트됐다는 소문에 서울은 발칵 뒤집히고 갈수록 사태가 악화되자 호창은 곤태까지 끌어들여 '선동열 보쌈작전'을 계획하는데…. 영화는 광주 출신이자 야구광인 김현석 감독의 개인적 취향이 많이 녹아 있다. 김 감독은 선동열 삼성라이온스 감독의 자서전 중 "5ㆍ18 때 광주일고 3학년이었다"는 대목에서 힌트를 얻어 '스카우트'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막상 영화를 뜯어보면 호창과 세영의 안타까운 사연과 못다 이룬 사랑이 핵심 소재지만, 정작 관객을 유인하기 위한 외피(外皮)로는 선동열 스카우트 경쟁이라든가 임창정ㆍ박철민의 코믹 이미지를 내세운 것은 임창정과 심각한 이미지를 연결시키기 어려워 할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포스터의 이미지만 보고 '스카우트'를 단순한 코미디로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다가는 적잖은 충격과 장르적 배신감을 느낄 관객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 배신감이 유쾌한 배신감이 될지 불쾌한 배신감이 될지는 전적으로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에 달려있는 셈이다.